'스트랜딩'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12 동물도 자살을 한다? (1)
  2. 2008.09.10 해파리떼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 (1)

2010년 6월 30일 또 한 명의 연예인 박용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0년 3월 배우 최진영이 목숨을 끊은 지 3개월 만의 일이라 세상은 또 자살에 관한 이야기로 떠들썩해졌다. 대체 사람들은 왜 자살을 하는 것일까?

사람이 자살하는 이유로 꼽히는 것은 잘 발달한 대뇌다. 대뇌피질이 창조적이고 조직적이며 모든 신경을 통제하는 중추기능이지만 취약점도 가지고 있다. 엄청난 자극에 의해 흐트러진 질서는 좀처럼 돌이키기 힘들거나 영구적으로 못 쓰게 돼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행동(우울증, 폭력)을 보이기도 하고, 아노미(anomie)에 빠지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사람만큼 대뇌가 발달하지 못한 동물들도 자살을 한다. 물론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자살의 의미가 ‘스스로를 죽이는 행위’라고 할 때 동물들도 자살을 할 수 있다는 증거들은 얼마든지 있다. 아래 몇 가지가 좋은 예이다.

● 고래의 자살(Stranding)

스트랜딩(Stranding), 고래가 해안가로 밀려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는 현상을 일컫는다. 고래는 물 밖에 나오면 호흡하기 곤란해지므로 질식하거나 몸무게에 내장 등이 눌려 죽게 된다. 장소는 조금씩 다르지만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이한 자연 현상 중 하나다. 이런 현상을 두고 학자들은 지구온난화와 먹이의 고갈, 해양오염 심지어 어군탐지기나 군함에서 쏘는 초음파의 영향이라고까지 말한다. 또 일부 병리학자들은 죽은 고래를 해부해 보고 위장병이나 전염병을 의심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고래의 떼죽음을 우울증 같은 정신적 이유로 본다. 고래의 상대적 지능이 높고, 바다로 돌려보내도 다시 해안으로 돌아온다는 것들이 근거다. 돌고래처럼 삶에 충실하고 낭만적인 동물들이 일부러 얕은 곳에 밀려온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자살하는 것과 거의 진배없는 행동이다.

● 북극 레밍(Lemming)의 집단이주 현상

동물들 자살이야기가 나올 때 대표적으로 거론 되는 동물이 레밍이다. 일명 ‘나그네쥐’라고도 불리는 레밍은 먹이 환경이 좋아 개체수가 너무 늘어나면 일부 그룹이 새로운 터전을 찾아 이동을 시작한다. 거의 맹목적으로 선두를 따라가는 이런 동물 떼는 선두가 방향을 잘못 잡아 바다나 호수로 안내하면 그대로 빠져죽게 된다. 아마도 수명이 짧은 이 설치류들에게 물에 대한 두려움이란 걸 원초적으로 각인시키기엔 진화의 시간이 너무 짧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이들의 행동을 자살로 봐줄 순 없다. 더 좋은 곳에 살려고 이주하다가, 모르고 아니면 관성으로 전진하는 떼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죽는 것이지 삶을 스스로 포기 한 행동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도 뒤에 남겨진 조금의 숫자는 살아남아 새 터전을 찾아간다고 한다.

이와 유사한 집단행동에서 자살로 볼 수 있는 사례가 있는데 ‘누’의 경우가 그렇다. 건기에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풀과 물을 찾아가는 초식동물의 대이동이 시작 되는데, 이동 중 맨 앞에 서는 우두머리 ‘누’가 맨 먼저 악어 밥이 되거나 거센 물살에 휘말려 죽으면 ‘반면교사(反面敎師)’로 뒤에 있는 것들이 살아남는다. 동물들의 세계에서 우두머리는 먼저 희생할 줄 아는 동물을 지칭하기도 하는데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들이야말로 집단을 위한 자살을 선택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침팬지의 자살

성숙한 침팬지의 겨우 보통 IQ 70정도의 지능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도 인간에 빗댄 수치지 그들의 본능과 학습을 합쳐보면 개체나 무리에 따라 훨씬 더 합리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면 의도적인 자살도 가능하지 않을까.

‘침팬지의 어머니’로 불리는 동물학자 ‘제인구달’의 침팬지 관찰 예에서 어미 ‘플루’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죽은 아들 ‘플린트’의 이야기가 자살의 사례로 자주 회자된다. 하지만 이것은 침팬지가 지능이 높아서라기보다는 어미를 잃은 새끼동물들이 통상적으로 보여주는 일종의 ‘부모상실증후군’이다.

야생에서 독립하기 전의 새끼에게는 어미 곁에 붙어 있는 것이 삶의 법칙이고 불문율이다. 어미의 부재는 곧 죽음을 의미한다. 쉽게 인간과 친해질 수 있는 침팬지의 특성상 그냥 관찰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이 새끼를 살려보려 했다면 상황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옛날 인디언들의 생각은 일종의 선택이었다. 자신이 어느 정도 힘이 빠지고 공동체에서 더 이상 역할이 없다고 판단되면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러 간다. 그저 벌판에 나가 조금 앉아 있으면 그대로 죽음이 찾아 들었고 그 자신은 동물들을 통해서 다시 대지로 돌아가는 방식이었다.

일부 고승들도 이런 종류의 죽음을 택한다고 한다. 동물들도 이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만일 많은 동물들이 제멋대로 그 자리에서 죽는다면 사바나는 온통 해골무더기로 가득 차있을 것이다. 하지만 동물들은 죽음이 가까이 오는 것을 알고 무리를 벗어나 스스로 잡혀 먹히던지, 코끼리 같은 경우는 무덤자리(집단 무덤은 아니다)를 찾아가기도 한다.

이런 예들을 통해 동물들은 죽음에 대해 스스로 선택할 정도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걸 엿볼 수 있다. 만일 사고라면 뭍으로 올라온 고래를 다시 돌려보내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혹시 그들의 자유로운 죽음으로의 선택을 인위적으로 방해하는 일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397호 ‘슬프고 미스테리한 동물의 선택(2006년 1월 23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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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여름은 해파리 때문에 여기저기서 아우성이 들렸다. 피서객들은 해수욕장에 갔다가 해파리 독침에 쏘여 고생하고, 어부들은 건져 올린 그물에 생선보다 해파리가 많아 곤욕을 치렀다. 의료계에 따르면 올여름 해수욕장에서 해파리 독에 쏘여 급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주변에서만 700여 명이 해파리에 쏘였다고 신고했고, 그 가운데 10% 정도가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하니 생각만 해도 몸이 움츠러든다. 어떤 사람들은 해파리는 식용이니까 잡아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사실 해파리 200여 종 가운데 4가지 정도만 식용으로 먹을 수 있다. 식용 해파리만 나타나주면 좋겠지만 문제는 어업에 큰 피해를 주는 해파리가 대량으로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물을 들어 올렸을 때 주로 잡히는 해파리 종류는 ‘노무라입깃해파리(Nomuras jellyfish)’인데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던 난대성 대형 해파리였다. 한 마리 크기가 1~2m에 달하고 무게가 무려 100kg 이상이다. 무리 생활을 하고 육식성이라 일단 출현했다 하면 주변의 물고기는 싹쓸이되고 느릿느릿 유영을 하므로 어부들의 그물에 찢어질 정도로 많이 잡혀 올라 그물훼손, 어족자원 고갈로 이어져 어부들의 생계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해수욕장 부근에서 사람을 쏘는 해파리류로 대표적인 것은 노무라입깃해파리와 더불어 ‘작은부레관해파리(bluebottle jellyfish)’가 있다. 이 역시 최근에 한반도 근해에 나타난 난대성 해파리이다. 이들의 크기는 갓길이 10cm 정도로 작지만 촉수에 물고기나 사람이 접촉하면 촉수 끝의 자포가 총알처럼 발사되어 독소가 주입된다. 이를 맞은 사람은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맞은 피부가 괴사할 정도의 깊은 상처를 입고 만일 두 번 이상 연속으로 쏘이면 사망할 수도 있다. 비록 쥐치들이 천적이라지만 쥐치의 숫자는 한정돼 있고 한반도 근해 해파리들에만 적응되어 있는 터라 이들이 거대한 크기와 독으로 무장한 외래성 해파리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동안 우리 바다는 난류와 한류의 교차지점에 있어 어류 977종을 비롯하여 10,000여 종이 넘는 풍부한 해양 생태계를 자랑해 왔다. 비교적 생태자료가 부족한 옛날에도 정약전의 자산어보 같은 책에서 이런 풍요한 바다가 잘 묘사되어 있다. 그러나 지구온난화의 영향은 사실 대기보다 바다에 훨씬 더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한반도 주변 바다의 생태계는 지금 급격한 과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해파리뿐 아니라 난류성 어류인 고등어가 동해안까지 북상하여 잡히고 대표적인 한류성 어류인 명태나 대구는 몇 년 사이 어획량이 급감하고 있다. 제주 특산인 아열대성의 자리돔이 울릉도 연안에서 잡히기도 한다.

현재 깊은 바다는 아직은 개발하기가 어렵고, 연안바다는 이미 오염과 고온현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컨대 매년 되풀이되는 적조현상은 코클로디니움 등의 바다 플랑크톤의 급격한 증가에 의해 발생한다. 이 플랑크톤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과 육지로부터 다량의 영양염류유입에 의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해수면 온도상승이야 불가항력이라 해도 오염은 대부분 인간의 폐기물에 기인한다. 우린 이미 몇십 년 전부터 바다에 인분 등 온갖 폐기물을 무단 투기하고 있으며 양식어업의 증가로 바다 한복판에서조차 끊임없이 고정 오염원이 배출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섭게 증가한 플랑크톤들은 이제 역으로 양식장을 덮쳐 양식 물고기와 어패류의 집단폐사와 식중독을 일으키는 패류독소를 발생시킨다.

연안바다에서 문제시되고 있는 또 하나의 심각한 현상 중 하나는 바로 ‘갯녹음현상(whitening event)’이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해수온상승과 영양 염류의 과잉유입으로 인해 바다 밑바닥 해조류들이 영구히 말라 죽고 이들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어패류들 마저 사라지면서 그 자리를 흰색의 무절석회조류가 대처하는 현상이다. 내륙에서 사막화가 진행되듯이 일단 바다 한곳에 이 현상이 일어나면 주변부로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간다. 마치 서로에게 ‘이런 오염된 곳에서는 사는지 차라리 죽는 게 낫다.’라는 신호를 주고받는 듯이 보일 지경이다. 최근에 동해안 등에서 다시 해조류를 부착하여 갯녹음을 복구하려는 뒤늦은 노력이 이어지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은 복구하는데 그 수배 내지 수십 배의 시간이 들어간다. 경험상의 진리를 염두에 둔 인내심과 의지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요즘 들어 주로 스페인이나 호주 인근해역에서 고래들이 해안으로 올라와 죽는 ‘스트랜딩(stranding)’ 현상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 초음파 교란, 질병, 기아, 기생충 감염 등 여러 가능성을 찾고 있지만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대신 특정 개체나 연령층이 아닌 집단이나 가족중심의 스트랜딩이 주로 일어나는 걸로 보아 지구온난화나 해양 기후변화 등 전 지구적인 환경변화와의 관련성도 간과할 수 없다. 만일 그렇다면 이렇듯 예측하기 어려운 고래의 집단 자살은 우리가 미처 감지하지 못하는 바다 환경의 심각한 변화의 조짐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한반도 주변 바다의 현실일 수도 있다. 바다는 넓지만 결국 하나이니까.

글 : 최종욱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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