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브라더가 감시하는 세상


“4월, 날씨가 쌀쌀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벽시계가 13시를 알리고 있었다” 
1948년 영국 작가인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이 쓴 소설 <1984>의 시작이다. 13이란 숫자는 서양인에게 가장 불길한 숫자다. 게다가 영국의 4월은 아직 추운 겨울 기운이 남아있고 소나기가 곧잘 퍼붓는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첫 문장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이며, <1984>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 조지 오웰의 소설, <1984>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아서 블레어(Eric Arthur Blair)다. 1903년에 인도에서 태어났고, 태어나자마자 영국으로 건너갔다. 1922년부터는 인도 미얀마에서 제국경찰로 활동했다. 경찰로 활동하면서 목격한 제국주의의 허구성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환멸을 느꼈다. 그가 속죄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돼 제국주의의 허구성을 알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조지 오웰이라는 이름은 그의 자전 소설인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1933)을 펴냈을 때부터 사용한 필명으로, 가장 영국적인 이름인 ‘조지’와 그의 부모님 댁 근처의 ‘오웰’강의 이름을 딴 것이다. 

1차 세계대전과 경제불황으로 사람들은 지배계급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혁명을 원했다. 이때 공산주의와 파시스트가 등장했고 히틀러나 무솔리니는 절대복종을 강요한 절대적인 지도자로 부상했다. 과학의 발전과 함께 세계 곳곳에서 독재체제가 늘어갔고 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하는 역할을 하기보다는 비인간화를 조장하는 도구로 쓰이게 됐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웰은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 주고 개성이 발휘되는 사회보다는, 공포와 통제 속에서 진실은 사라지고 인간의 가치를 부인하도록 빈틈없이 조작된 국가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사회가 건전한 인간의 정신을 짓밟고 억눌러 얼마나 인간성을 파괴시키는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의 행복을 권력과 무관한 것들에서 찾고자 했다. 즉, 종이를 누르는 문진(文鎭), 낚싯대, 1페니짜리 사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오래된 교회 뜰을 거닐고, 진한 차를 만들며, 사랑을 하는 것도 인간의 행복에 포함된다. 이런 소소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지식인들은 그것이 감성적이고 하찮은 일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조지 오웰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윈스턴 처칠’의 윈스턴에다가 영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를 붙인 것이다. 윈스턴은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죄의식을 갖는다.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그것은 사상죄에 해당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가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이며,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의 전체주의적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에는 3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있고 헬리콥터가 떠다니며, 마이크로폰과 같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기계도 등장한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대형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고, 거리마다 사상경찰이 돌아다닌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상을 세뇌시킨다. 빅브라더는 곧 신이고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이다. 

■ 끝나지 않은 1984년 

소설 속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CCTV가 있다. 이 둘은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서 그칠 것이 아니다. 인터넷을 통한 감시나 전화도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CCTV는 방범유지나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의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아파트나 어두운 골목 등에 설치된 CCTV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해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마트폰도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근이 용이해 지면서 은행 업무를 보고,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의 스마트폰 메신저 앱 감시를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다. 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진이 오고 갔는지를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브라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 ‘당연함’ 때문에 세뇌당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윈스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인간적이기를 꿈꿨다. 하지만 윈스턴이 싸우려고 하는 빅브라더는 그가 인간적인 삶을 꿈꾸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1984>는 윈스턴이 인간성을 지키려다가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남들보다 더욱 깊게 빅브라더를 찬양하고 사랑하게 된다. 

윈스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전화번호나 계좌 정보가 어디에 팔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만 잠깐 화가 났다가, 다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함만을 보고 거기에 적응돼 있지는 않은가.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인간의 미래는 이대로 가다간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상황과도 같은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린다. 

조지 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완성되고 1949년 8월에 출판됐다. 그는 결핵으로 195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생각한 아주 먼 미래는 1984년 정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글 : 김세경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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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이기는 빛, 과하면 공해가 된다

빛과 어둠의 두 가지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당신의 선택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빛은 언제나 생명, 희망, 청결, 치유, 기쁨을 상징한다. 이와 반대로 어둠은 죽음, 절망, 고난, 상처, 슬픔을 나타낸다. 빛과 어둠 중에서 고르라면 보통은 빛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세상이 바뀌었다. 조금의 빛도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꼭꼭 가리고 그것도 모자라 눈가리개까지 한 채 캄캄한 방안에 머무르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빛공해’ 또는 ‘광공해’를 피하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법률적으로는 인공조명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인해 과도한 빛이 생기거나 정해진 영역 밖으로 누출되는 빛이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방해하는 상태를 빛공해로 규정한다.

전기 장치와 조명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빛의 세기도 함께 증가했다. 수십 년 전에는 촛불에 의지해 어두운 밤을 보냈지만 지금은 촛불 수백 수천 개에 해당하는 강렬한 빛을 아무렇지도 않게 켜고 산다. 촛불 하나 정도의 밝기를 1칸델라(cd, 광도의 SI단위)로 정하면 컴퓨터용 모니터는 400칸델라가 넘는다.

가정용 대형 LED TV의 밝기는 그보다 10배 밝은 4천 칸델라 수준이다. 거실에 다 들어가지도 못할 정도의 많은 촛불을 켠 수준의 밝은 화면을 매일 밤 바라보며 살고 있는 셈이다. 옥외 광고판은 더하다. 도심 곳곳에서는 8천 칸델라가 넘는 초대형 화면이 현란한 영상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자동차의 앞길을 밝히는 헤드라이트는 최소 기준이 1만5천 칸델라에 최대는 11만 2천5백 칸델라나 된다.

수만 년에 달하는 기나긴 역사를 지나며 인간의 신체는 낮과 밤이라는 고정된 주기에 적응해왔다.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지면 저녁을 차려먹고 곧바로 잠자리에 들었다가 해가 떠서 창밖이 훤해지면 잠에서 깨어 하루를 시작하는 패턴이다. 캄캄해야 할 야간에 너무 밝은 빛을 쬐게 되면 고유한 신체 리듬이 깨져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시끄러운 소리가 반복되면 소음 공해, 불쾌한 냄새가 지속되면 악취 공해라 부르는 것처럼 너무 밝은 빛으로 인해 생활에 방해를 받는다면 빛 공해라 부를 만하다.

빛공해는 크게 다섯 가지의 피해를 준다. 우선 ‘하늘 밝아짐’ 현상을 꼽을 수 있다. 빛이 밝으면 밤하늘의 별을 보는 데도 문제가 있다. 도심의 불빛으로 인해 밤하늘의 어둠이 영향을 받는 현상을 ‘광해’라 하는데 광해가 심해져 밤하늘이 밝아지면 별은 자취를 감춘다. 어린 시절에는 쉽게 보던 은하수를 더 이상 관측할 수 없는 것은 대기 오염의 영향도 있지만 빛공해도 큰 몫을 차지한다.

둘째는 ‘눈부심’ 현상이다. 빛이 너무 밝으면 순간적으로 시각이 마비되기 때문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진다. 약한 빛에는 불쾌한 기분이 드는 정도지만 빛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사물을 분별하기 어려워지고 일시적으로 눈이 멀기도 한다.

셋째는 ‘빛 뭉침’ 현상을 꼽을 수 있다. 조명이나 광고물이 밀집돼 강한 빛을 내면 시선을 분산시키고, 판단력을 저하시켜 사고 위험을 높인다. 한데 뭉쳐 있는 조명 기구들 중 불필요한 것들은 소등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좋다.

넷째는 ‘빛 침투’ 현상이다. 애초 의도한 범위를 벗어나 빛이 넓게 퍼지면 동물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주택 거주자의 취침을 방해한다. 잘못된 가로등 방향으로 인해 집안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는 사례가 여기에 속한다. 호숫가에 밤새도록 가로등을 켜놓으면 물 속 동물성 플랑크톤이 성장하지 못해 녹조류가 급증하고 수질이 악화된다. 논밭 주위에 밝은 전등을 켜놓으면 작물의 성장이 크게 저하된다.

다섯째는 ‘과도한 빛으로 인한 부작용’이다. 필요 이상의 조명을 사용하게 되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으며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칸델라의 빛이 1m 밖에 도달할 때의 조도를 1룩스(lx, 조명이 밝은 정도를 말하는 조명도의 단위)로 정했을 때, 취침 환경의 조도가 5룩스만 넘어도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돼, 이튿날 인지기능이 눈에 띄게 달라질 정도로 뇌에 문제가 생긴다. 신체적으로도 마찬가지다. 빛공해에 노출되면 결막충혈, 안구 건조, 눈 피로감, 눈 통증, 자극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밤새 불을 켜둔 방에서 자는 아이 중 절반 이상은 16세 이전에 근시가 된다.

빛공해는 암도 일으킨다. 이스라엘의 조사에 따르면 빛공해가 심한 지역에 사는 여성은 유방암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73%나 높다. 과도한 빛이 몸속 호르몬 중 암 발생을 막는 멜라토닌의 분비를 막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간 조명이 강한 지역을 조사했더니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빛공해의 심각성을 처음 제기한 사람은 1910년대 미국의 천문학자 지디언 리글러(Gideon Riegler)다. 당시 일반인들은 빛공해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시절이다. 천문학자들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산골이나 바닷가에서 관측을 하기 때문에 빛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빛공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이 바뀌어 과도한 빛 사용을 법적으로 제한하기 시작한 것은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후다.

국제조명위원회(CIE)는 4가지 종류의 환경 구역에 따라 빛의 세기를 달리할 것을 권장한다. 제1종은 국립공원과 같은 자연환경 보전 지역으로 건축물과 광고물의 평균 휘도(輝度, 광원의 단위 면적당 밝기의 정도)가 0칸델라로 제한된다. 제2종은 농림 지역과 녹지 지역으로 평균 휘도가 건축물은 1m²당 5칸델라, 광고물은 50칸델라를 넘지 못한다. 제3종은 주거지역으로 건축물 15칸델라, 광고물 400칸델라를 넘어선 안 된다. 제4종은 야간 활동이 활발한 상업지역이지만 건축물은 50칸델라, 광고물은 800칸델라, 대형 광고물도 1천500칸델라 이하를 권장한다.

우리나라도 2013년 2월에서야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 방지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도심 지역의 건축물 조명 중 70% 이상이 기준치를 초과했다. 전광판은 87%가 규정을 위반할 정도로 조명 사용이 과도한 상황이다. 빛공해를 호소하는 민원도 2005년 28건에서 2011년 535건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게다가 요즘 들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새로운 종류의 빛공해가 등장했다. 손에 들고 다니며 잠들기 직전 침대 맡에서까지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이 주범이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가장 어둡게 조정해도 80칸델라 수준이며 최대 밝기에 놓으면 500칸델라를 훌쩍 넘는다. 손바닥만한 화면에서 컴퓨터 모니터보다 밝은 빛이 나오기 때문에 빛공해로 인한 부작용도 그만큼 강력하다.

밤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 아이들은 수면 장애와 학습 부진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른들도 빛공해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침대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의 하소연이 병원마다 줄을 잇는다. 게다가 잠자리에 든 이후 아주 잠깐 스마트폰의 빛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숙면 가능성은 크게 낮아진다. 침실의 불을 끈 이후에는 아주 작은 불빛도 접할 수 없도록 두터운 커튼을 치고 모든 전자 제품의 전원을 끄는 것이 좋다.

늦은 밤 TV 시청이나 스마트폰 생활로 인해 종달새 족에서 올빼미 족으로 바뀐 사람들은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와야 할까. 2013년 8월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연구진은 생체시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비결을 공개했다. 인공적인 불빛이 전혀 없는 산속으로 캠핑을 떠나 태양빛과 모닥불에만 의지해 일주일 동안 지내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비슷한 시간에 잠이 들었고 일출 시간에 맞춰 자동적으로 눈이 떠졌다.

간단한 방법이지만 바쁜 현대인들로서는 실행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빛공해 방지 종합계획’에 따라 2013년도 빛공해 기준 초과율 27%가 오는 2018년도까지 절반인 13%로 줄어들 때까지 기다려야 할까. 불필요한 조명을 끄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줄이는 방법만으로도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난다니 오늘밤부터 실천에 옮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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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역사]마흔살의 어린 아이, 휴대전화

지금으로부터 40년 전인 1973년 4월 3일, 미국 통신회사 AT&T가 설립한 벨연구소에 전화벨이 울렸다. 조엘 엥겔(Joel Engel) 소장이 직접 받았다.

“여보세요, 엥겔 소장입니다.”
“조엘? 나 마틴일세. 지금 이 통화 말이지. 새로 개발한 휴대전화로 거는 거야.”
“.....”
“여보세요, 조엘?”

충격을 받은 엥겔 소장은 멍하니 듣고만 있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경쟁업체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의 휴대전화를 먼저 개발했기 때문이다. 벨연구소는 각종 특허를 휩쓸며 통신관련 기술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에 설치된 카폰 생산에 만족하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엄청난 타이틀을 빼앗긴 것이다.

• 40년 전 모토로라가 발명한 최초의 휴대전화


[그림] 최초의 휴대전화를 탄생시킨 마틴 쿠퍼. 사진 출처 : 동아일보


들고 다니는 전화기를 발명해 인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사람은 마틴 쿠퍼(Martin Cooper) 연구원이었다. 그가 엥겔 소장에게 전화를 걸 때 썼던 휴대전화는 다이나택(DynaTAC)이었다. 지금도 휴대전화가 크고 무거우면 “벽돌을 들고 다니냐”는 핀잔을 듣지만 다이나택이야말로 진정한 벽돌 전화기였다. 한 뼘이 넘는 길이에 무게도 1kg을 넘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거듭해 시장에 내놓을 정도로 크기를 줄이기까지 10년이 더 걸렸다. 1983년 3월 6일 마침내 ‘다이나택 8000X’라는 이름으로 판매가 시작됐고 본격적인 휴대전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진정한 휴대전화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가격은 3,995달러로 지금 우리 돈으로 약 1,000만 원에 달했지만 실제 통화는 10시간 충전에 겨우 35분 정도 가능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4년이 흐른 1987년에 휴대전화 생산에 뛰어들었다. 일본 도시바에서 기술을 도입한 삼성전자가 1989년 5월 ‘SH-100’이라는 모델을 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가격은 당시 300만 원이었던 모토로라 휴대전화의 3분의 2에 불과한 18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불량률이 11.8%에 달해 구매자들의 불만이 속출한 것이다.

불량품으로 회수된 15만 대의 휴대전화를 구미공장 운동장에 모아 놓고 불을 지르고 해머로 내리친 후에야 품질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덕분에 삼성전자는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었고 이제는 노키아와 모토로라를 제치고 애플과 더불어 휴대전화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 디지털 통신 서비스 거쳐 LTE의 시대로

디지털 통신망이 탄생할 때까지 전 세계는 아날로그 장비를 이용해 휴대전화 신호를 주고받았다. 품질이 좋을 리 없었다. 당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미국 통신회사 퀄컴이 발명한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방식을 도입해 상용화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1996년 1월 마침내 2세대(2G) 서비스를 개시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통신의 시대를 열었다.

이후 2006년에는 3세대(3G) 서비스라 불리는 ‘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WCDMA)’ 방식이 탄생했다.
음성과 문자뿐만 아니라 사진, 동영상까지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3세대는 현재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용하는 통신망이기도 하다. 지역별로 기술은 약간씩 다르지만 로밍 서비스로 연결하면 언제 어디서든 전화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금은 그보다 7배 이상 빠른 4세대(4G) ‘롱텀 에볼루션(LTE)’ 서비스가 상용화됐다. 지난 2013년 4월 10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입자만 2,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동전화 가입자의 37%, 스마트폰 사용자의 58%에 해당되는 숫자다. 기지국도 곳곳에 설치돼 이제는 대한민국의 동쪽 끝 독도에서도 LTE로 접속 가능하다.

통신기술이 발달할수록 휴대전화의 성능도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디지털 통신망을 이용하는 휴대전화에 이어 컬러 화면을 탑재한 기기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대신할 정도로 똑똑한 ‘스마트폰’이 등장해 또 한 번의 변혁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일반 휴대전화에 한두 가지 특이한 기능을 덧붙인 것을 ‘피처폰’이라 한다. 특징(feature)이 분명하다는 뜻이다. 이에 비해 스마트폰은 원하는 프로그램은 무엇이든 설치해 사용하는 것이 장점이다.

PC 수준의 3D 게임을 즐길 수도 있고 어학 공부를 위해 전자사전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메일과 채팅도 가능하고 GPS 기능을 이용해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대신할 수도 있다. 바깥에서도 회사의 업무를 보는 것은 물론이고 서버에 저장해 놓은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감상하기도 한다. 이처럼 애플리케이션(앱)이라 불리는 프로그램을 내 마음대로 고를 수 있으니 세상에서 유일한 휴대전화를 가지는 셈이다.

• 지나친 발전이 가져온 중독의 위험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하루 24시간 내내 들고 다니다보니 게임 중독, 채팅 중독, 인터넷 중독 등 부작용이 함께 나타나기 시작했다. 원하는 기능을 마음껏 탑재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오히려 지나친 몰입을 유발해 도저히 그만둘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짤막한 채팅을 나누는 메신저 서비스에 빠지는 바람에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화면을 들여다보다 결국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인맥을 넓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자신의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노출시키는 관계중독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초·중·고등학생 30만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조사에서는 고등학생의 10%, 중학생의 7%, 초등학생의 1%가 중독과 금단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에 중독을 겪으면 사회성과 정체성의 혼란을 겪어 성인이 돼서도 후유증을 겪을 위험이 크다고 지적한다.

2013년, 휴대전화가 탄생 40주년을 맞이했다. 사람으로 치면 ‘불혹’이라 불리는 나이지만 지칠 줄 모르는 변신 덕분에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관계를 이어주고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든든한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신건강을 해칠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다. 어떻게 쓰느냐는 우리의 선택에 달렸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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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스파이를 찾아라!

사상 최강의 스파이를 찾는 무한 대결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20세기를 주름잡은 스파이들과 차세대 스파이 후보들을 모시고 역사상 최강의 스파이를 가리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미모의 여성이자 이중간첩의 대표격인 마타하리 씨, 실존 인물보다 더 친숙한 영화 속 스파이 007 제임스 본드 씨, 80년대 드라마 속 인기 스파이 맥가이버 씨, 스파이보다 더 스파이를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일반인 석팔이 군도 함께 모셨습니다. 각 후보들의 자기 자랑을 들어보시죠. 

마타하리 : 요즘도 신문이니 TV에서 제 이름이 쉬지 않고 나오더군요. 마타하리의 후예라느니, 중국의 마타하리라느니, 귀가 따가울 지경이랍니다. 아시다시피 전 제1차 세계대전 때의 전설적인 스파이지요. 당시 전 파리의 물랭루주에서 댄서로 일했어요. 프랑스 군부의 고위 관료들은 방심하고 저에게 고급 정보들을 흘려주었죠. 스파이의 자질이라면 역시 신비한 매력이랄까요. 오호호호~. 농담입니다. 

제가 탁월한 첩보원 노릇을 한 건 미모만 가지고 된 것이 아닙니다. 전 ‘마타하리 암호’라고 불리는 음표를 이용한 독특한 암호를 만들어 썼습니다. 암호 사용은 스파이의 기본이지요. 물론 각국에서 암호 해독에 열을 올리게 되고, 상대 국가를 속이기 위해 가짜 암호를 흘리는 일이 빈번해졌지요. 저도 그런 과정에 희생되어 결국 사형되고 말았습니다만. 

007 제임스 본드 : 매력적인 외모와 완벽한 매너, 스파이계의 강력 본드, 제임스 본드 인사 드립니다. 탁월한 기억력과 집중력, 뛰어난 운동신경, 추리력, 사격술, 변장술, 순발력 등 스파이에게 필요한 자질은 한두 가지가 아니죠. 하지만 현대의 스파이에게는 무엇보다 첨단 기계장치를 다루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립스틱으로 위장한 권총이나 독약이 든 우산, 신발을 이용한 송신기 등 실제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첩보 활동에서 쓰였던 스파이 장비들은 당대 과학과 기술을 최대한 이용해 만들어진 것이죠. 

영화 좀 보시는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전 실제 스파이들이 사용하는 장비는 물론이고 그 보다 앞서 ‘앞으로 만들어질’ 장비를 선보여 왔습니다. 방사능 측정기가 달린 손목시계나 로켓이 발사되는 담배, 카메라 기능이 있는 단추, 위치추척 장치 같은 것들이죠. 위치추적 장치 같은 것은 제가 선보인 뒤로 실제 세상에 널리 보급되기도 했습니다. 냐하하 

맥가이버 : 살인면허에 20만 달러짜리 차를 몰고 다니는 스파이라…. 그럴듯해 보이긴 하지만 현실의 스파이는 좀 다르죠. 전 제임스 본드 씨와는 전혀 다른, 하지만 특출한 스파이입니다. 제임스 본드가 주어진 첨단 기기의 버튼만 누르는 사용자라면 전 발명가에 가깝죠. 일명 ‘맥가이버 칼’ 하나만 있으면 창고에 있는 청소용품 몇 개를 섞어 폭탄도 뚝딱 만들 수 있는 순발력과 ‘진짜’ 과학지식으로 무장한 스파이죠. 

최근 미국 드라마에서 제 후배라고 할 만한 스파이가 등장해 인기더군요. 정보기관에서 퇴출된 스파이 마이클 웨스턴이라는 친군데, 휴대전화로 도청기도 뚝딱 만들고 알루미늄 호일을 갈아서 섬광 수류탄을 만들기도 하는 걸 보니 옛날 생각나더군요. 호호~ 

석팔이 : 다들 자기 자랑이 대단하시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말씀하신 스파이 활동은 대부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게다가 스파이용품 같은 건 이제 인터넷 쇼핑몰에서 클릭만으로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요. KGB 안 보이는 잉크도, 카메라 달린 라이터도, 컴퓨터에 부착해 정보를 훔치는 키로그도 뚝딱 살 수 있죠. 스파이 영화와 드라마가 친절하게 알려준 덕분에 변장이나 미행, 암호 해독 등도 문제없어요. 스파이는, 일반인들에게도 이제 식상하게 여겨질 지경입니다.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바쁜 스파이들 사이로 돌연 바퀴벌레 한 마리가 나타났다. 

“꺅~ 이게 뭐야. 바퀴벌레잖아!” 
“행사장 관리가 이게 뭡니까. 바퀴벌레가 나오고!” 

다들 눈살을 찌푸리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바퀴벌레는 꼼짝할 생각을 않고 발언을 시작했다. 

바퀴벌레 : 흠흠. 초대받지는 않았지만, 제가 빠질 수 없는 자리라는 생각에 한마디 하겠습니다. 마타하리, 제임스 본드, 맥가이버 씨까지 다들 걸출한 스파이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현대의 첩보활동은 1명의 엘리트 스파이로 해결될 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첩보 위성과 정찰기, 초고속 컴퓨터와 최고의 과학자들, 분석가들…. 100만 명 이상의 인원과 수천억 달러의 비용이 드는 세계죠. 그리고 그 스파이의 세계에서 최근 저와 같은 벌레나 동물 혹은 로봇을 이용한 스파이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미국 텍사스A&M 핵과학정책연구소에서 핵물질 조사를 위해 제작한 방사선 센서를 부착한 바퀴벌레입니다. 연구소에서는 제 촉각과 다리 근육에 압력을 가하는 장치를 통해 저를 원격 조정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또 저는 방사능에 내성을 갖고 있어 인간 스파이가 감수해야 할 위험 없이 다양한 종류의 핵물질을 조사할 수 있죠. 본래 숨기를 잘하는데다 인간들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존재하기 때문에 의심받을 일도 없으니 스파이로서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각국의 연구진들은 이미 곤충과 동물, 또는 그 원리를 이용한 첩보용 로봇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로봇 나방, 로봇 박쥐, 살인 돌고래 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감히, 인간 스파이의 시대는 저물고 있다고 말씀 드리는 바입니다. 지금은 얼굴을 찡그리시지만, 곧 극장에서 바퀴벌레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보며 감탄사를 쏟아 내실지도 모릅니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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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4는 4G가 아니다? (3G vs 4G)

이동통신 시장에서 스마트폰 강세가 매섭다. ‘아이폰’ 도입으로 열리기 시작한 스마트폰 시장은 2010년 11월 초 이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의 10%를 넘어서면서 다양한 스마트폰 단말기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스마트 폰의 등장은 단순히 필요한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을 설치해 자신만의 맞춤 휴대폰을 갖는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스마트폰이 손안의 컴퓨터로 인식될수록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에 대한 요구로 발전하게 될 전망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술은 2세대(Generation)에서 3세대를 거쳐, 이제 4세대로의 전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비스의 중심도 음성에서 데이터로 확연히 바뀌는 추세다.

이런 와중에 2010년 9월 KT에서 출시한 ‘아이폰4’에 대해 일부 언론들이 ‘아이폰4G 라고 부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4’는 애플사 자체의 단말기 브랜드일 뿐, 4세대(G) 이동통신은 아니다. 따라서 이름에서 G를 빼는 것이 맞다. 이번 기회에 이동통신의 세대별 특징은 무엇인지, 다가올 4세대 이동통신은 어떤 모습이 될지 정확히 알아보자.

이동통신에서 3세대(또는 3G)니 4세대(또는 4G)니 하는 세대구분은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이 주관한다. 이 때 기준이 되는 것은 모바일 네트워크의 전송속도다. 네트워크의 전송속도에 따라 음성, 문자, 영상, 동영상 등의 통신서비스 내용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1G-2G-3G-4G 등으로 세대 구분이 이뤄지는 것이다. 물론 각 세대별로 좀 더 개선된 정도에 따라 2.5G, 3.5G 등의 명칭을 부여하기도 한다.

초기 1G 이동통신은 전송속도가 10kbps(bps는 bit per second, 즉 1초당 보낼 수 있는 bit 수)에 불과한 아날로그 통신이었다. 당시 주파수변조(FM: frequency modulation) 방식으로 아날로그방식을 사용했는데, 속도가 느려 음성통화만 가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4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처음으로 1G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은 통화에 혼선이 생기고 주파수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2G로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2G 이동통신은 800MHz대의 주파수를 이용, 14.4~64kbps의 전송속도를 지원했다. 이 세대는 디지털 방식이라 음성통화가 깨끗하고 한층 보안이 강화됐다. 뿐만 아니라 문자메시지 전송, 벨소리 다운로드와 같은 저속의 데이터 서비스가 도입됐다. 이러한 2G 이동통신 방식으로는 유럽식 GSM(범유럽이동통신)과 북미식 CDMA(CDMA,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부호분할다중접속)가 시장을 양분했다. 특히 CDMA는 우리나라가 지난 1996년 미국 퀄컴사의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시켰고, 이는 통신기술이 급격히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2G 이동통신이 1G보다 빨라졌다고는 하지만 영화 한 편(800mb 기준)을 내려 받으려면 여전히 6시간이 넘게 소요됐다. 때문에 서비스 영역이 음성이나 문자를 주고받는 수준에 머물렀을 뿐, 동영상 서비스로 넘어가지는 못했다.

이동통신의 3세대(G)는 흔히 말하는 IMT2000이다. ITU는 144K~2Mbps 전송속도를 3G 이동통신으로 규정했는데, 2G 때보다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대 10배가량 빨라진 것이다. 즉 2G에서 영화 한 편 내려 받는데 6시간이 걸렸다면, 3G에서는 9분대로 단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3G에서는 휴대폰을 통해 음성, 문자는 물론이고 무선인터넷을 통해 주문형 비디오, 양방향 통신, MP3 등을 다운로드 받는 시대가 열리게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부터 3G서비스가 시작됐다. 영상통화 기능을 강조한 KT의 ‘SHOW’ 서비스나 SK 텔레콤의 ‘T’ 서비스, 인터넷 접속을 강조한 LG의 ‘OZ’ 서비스가 바로 대표적인 3G 서비스다. 이들은 똑같이 3G 서비스를 내세우고 있지만, 기술적 기반은 같지 않다. LG는 CDMA에서 파생된 ‘CDMA2000 1x’, ‘CDMA2000 1x EVDO’ 등 동기식 방식을 고수하며 1.7GHz 의 주파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반면 SK텔레콤과 KT는 3G로 접어들면서 유럽의 GSM 방식에서 진화한 WCDMA(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와 HSDPA(초고속데이터전송) 기술로 방향을 바꾸었다. 특히 WCDMA는 전 세계적으로 2.1GHz대의 주파수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쓰던 단말기를 세계 어디로 가져가더라도 로밍서비스를 이용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얼굴을 보며 통화가 가능한 HSDPA는 이론적으로 최대 14.4Mbps 전송 속도를 낼 수 있어 WCDMA보다 한 단계 진화한 3.5세대로 불리고 있다.

조만간 도입될 4G는 IMT2000을 넘어선(beyond IMT2000) 기술을 말한다. 정지 중에는 최소한 1Gbps, 이동 중에는 100Mbps의 속도를 낼 수 있어야 ITU가 규정한 4G 서비스로 인정을 받게 된다.

3G보다 전송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지면서, 영상통화가 끊기고 화소수가 적은 단점을 가진 3.x세대인 HSDPA 기술의 단점을 완전히 보완하게 되는 것이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영상통화 카메라 화소 수가 현재의 30만 화소에서 100만~300만 화소로 높아져 화질이 급격히 개선될 것이다. 또 고속철도(KTX)를 타고 시속 300km로 달리면서도 끊기지 않고 통화와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된다. 4G에서는 특히 하나의 단말기를 통해 위성망, 무선랜, 인터넷 등을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음성, 화상, 멀티미디어, 인터넷, 음성메일, 인스턴트메시지 등의 모든 서비스를 해결하는 완벽한 손안의 통신장치가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데이터 전송 속도가 최대 약 1Gbps이어야 한다는 ITU-R의 4G에 대한 요구조건을 충족한 서비스는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다만 WCDMA에서 진화한 3G LTE(Long Term Evolution)의 초기 버전과 국내기술로 개발된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등이 4G 이동통신 기술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 LTE는 현재 스웨덴에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다운로드 속도가 최대 173Mbps로 3G 이동통신의 HSDPA보다 12배 이상 빠르게 통신할 수 있다. 이는 700MB 용량의 영화 1편을 1분 안에 내려 받을 수 있고, 고화질 영상과 네트워크 게임 등을 이동 중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때문에 3.9세대 이동통신(3.9G)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와이브로는 60~100km의 고속으로 이동하면서도 무선으로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전송속도도 HSDPA보다 빠른 최대 20Mbps에 이른다. 최근에는 전송 속도가 30~50Mbps로 향상되고 있어 좀 더 기술적인 진보가 이뤄지면(Wibro-Evolusion, Wibro 진화기술) 향후 4G 이동통신 기술로 인정을 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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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이네 반 아이들이 퀴즈 수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태연과 말자는 퀴즈에는 관심도 없이 계속해서 실랑이 중이다. 말자, 태연의 어깨를 자꾸만 툭툭 때린다. 태연, 왜 자꾸 패냐고 작은 소리로 화를 낸다.

“자, 이번 문제는 여러분이 좋아하는 휴대폰에 관한 거에요. 요즘 광고에도 많이 나오는…”

급기야 폭발해버린 태연. 큰 소리로 신경질을 부린다.

“아, 왜 자꾸 패! 와이(why) 패냐고, 와이 패에~~~!!!”

“맞았어요! 와이파이(Wi-Fi)가 정답이에요. 우리 태연이 대단한데? 문제를 다 듣기도 전에 답을 맞추다니. 우리 모두 태연이에게 박수~”

태연, 영문도 모른 채 그냥 헤벌쩍 기분이 좋다.

집에 오자마자 아빠에게 오늘 있었던 영웅담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는 태연. 그러나 아빠는 그저 한심하다는 표정이다.

와이파이가 뭔 줄은 아냐? 아니, 와이파이랑 3G(쓰리지)의 차이는 아는 거야?

“쓰리지? 아이 참, 아빠. 그걸 왜 몰라요. 와이 패, 왜 패냐, 니가 자꾸 그렇게 패니까 쓰리지 않냐. 쓰리니까 그만 패라. 그런 얘기잖아요.”

아빠, 딸의 무식함에 뒷목 잡고 쓰러질 지경이다.

“태연아, 제발 부탁이니까 공부 좀 하자. 명색이 과학자 딸인데, 이리도 무식하면 되겠냐? 지금부터 아빠가 하는 말 잘 들어봐. Wi-Fi는 Wireless Fidelity의 약자인데, 해석하자면 ‘근거리 무선 데이터 통신망’을 말하는 거란다. 무선접속장치(AP·Access Point)가 설치된 곳을 중심으로 일정 거리 안 즉 ‘와이파이존(Wi-Fi zone)’에 있으면 공짜로, 그것도 빠르게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을 이용해 무선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아, 와이파이는 공짜구나. 근데 쓰리지는 또 뭐예요? 속이 왜 쓰린데요?”

아빠,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다.

“아이고, 속 터져. 3G는 이동통신사 기지국의 안테나를 이용해서, 다시 말해서 전화망을 이용해서 인터넷을 쓰는 거야. 전화망을 쓰니까 당연히 전화요금을 내야겠지. 간단히 인터넷 검색 정도 하는 건 비용이 많이 안 들지만 지속적으로 많은 데이터를 사용해야 하는 인터넷 동영상 시청 같은 걸 하면 상당히 많은 돈을 내야 한단다. 대신에 와이파이존이 아니어도, 휴대전화가 뚫리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

“아!! 뭐가 이렇게 어려워. 그러니까 와이파이는 특정한 지역에서만 쓸 수 있지만 대신 빠르고 돈이 안 든다, 그리고 3G는 어지간한 곳에서는 다 쓸 수 있는데 대신 돈을 내야 한다. 이거잖아요. 안 그래요? 돈 내니까 속이 하도 쓰려서 이름을 3G(쓰리지)라고 한 건가?”

“허걱, 그 어려운 얘기를 어쩜 이렇게 정확 명료하게 정리를 할 수 있지? 너, 넌... 머리가 나쁜 게 아니었던 게야?”

“아빠는 정말 날 우습게 보더라. 제가 나름 천재기질이 다분 하걸랑요!”

“알았어, 인정. 그럼 이 참에 조금 더 얘기해줄게.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라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지? 와이파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란다. 우리나라 와이파이존 보유 규모는 미국, 중국, 영국 등에 이어 세계 7위지만 인구대비로 따지면 세계 1위야. 철도역, 호텔, 백화점, 대학교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대부분 와이파이존이 돼 가고 있지. 그만큼 스마트폰도 많이 보급돼 있다는 얘기고. 또 최근에는 유료인 3G망 신호를 잡아서 무료로 쓸 수 있는 와이파이 신호로 전환해 주는 휴대형 공유기도 출시됐단다.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면 3G 통신 요금을 무제한으로 쓰게 해주는 통신회사도 있고 말야.”

“그럼 곧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시대’가 오겠네요? 이걸 뭐라고 하던데…. 유비커? 아닌가, 유비코? 유비코딱지?”

“유비쿼터스!! 에고, 단어를 좀 정확히 알면 안 되겠니? 어쨌거나, 와이파이나 3G의 발달로 곧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유비쿼터스 세상이 오게 되는 건 맞단다. 핸드폰은 물론 자동차, 디지털카메라, 심지어는 집에 있는 가스레인지와도 시간 공간 구애 없이 연결될 수 있는 세상 말이야. 그렇게 되면 굳이 회사에 가지 않고 집이나 기차, 버스 같은 곳에서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스마트워크가 가능해지겠지. 얼마 전에는 10명 중 3명 정도는 회사가 아닌 곳에서 스마트워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나라에서도 발표를 했단다.”

순간, 태연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에에엥? 정말요? 나라에서 그렇게 하겠다고 발표했다고요? 그럼 아빠도 집에서 근무할 수 있겠네요?”

“뭐, 안될 것도 없겠지.”

“와, 만세, 만세!!! 그럼 저도 학교 안 가고 집에서 스마트공부 할래요. 하루 놀다가 선생님께서 스마트폰으로 수업하자고 하시면 아빠가 대신 공부해주시면 되잖아요. 아싸, 유비코딱지 세상 만세!!”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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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 병원 진료실 안.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의사 : 아니, 몸이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방치해 두셨다니….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환자 : 선생님, 제 몸이 그렇게 심각한 상태인가요? 도대체 얼마나 안 좋은 건가요? 완치는 가능할까요? 흑~.
의사 : 손목 힘줄과 인대가 두꺼워져 신경을 압박하고 있네요. 이 정도면 밤에 자다가 깰 정도로 손목 저림과 통증이 심했겠는데요? 게다가 목 디스크도 심각해요. 지금 환자분 목은 특유의 C자형 커브를 잃고 거북이 목처럼 일자로 쭉 늘어난 상태예요. 평상시에 어깨가 뻐근하고 결리는 건 이 상태가 계속되어 목을 받쳐주는 어깨 근육이 긴장했기 때문입니다. 눈은 또 어떻고요, 내 평생 이렇게 심한 안구건조증은 처음 봅니다!
환자 : 이럴 수가…, 정말 모르겠네요. 도대체 어쩌다 이런 증상이 생기게 된 건지.

의사 : 흠…. 증상의 원인을 도통 모르겠다고 하시니, 환자분의 사생활을 좀 파헤쳐 봐야겠군요. 지금부터 평상시 하루 일과를 쭈욱~ 나열해보십시오.
환자 : 우선 아침밥을 먹으면서 휴대전화로 실시간 뉴스와 날씨를 체크해요. 출근길에는 전철에서 휴대전화로 쉴 새 없이 게임을 하죠. 회사에 도착하면 휴대전화로 스케줄을 관리하고 트위터, 페이스북, 싸이월드 등에 글을 남기며 인맥 관리를 해요. 실시간 인기 검색어도 틈나는 대로 확인하고요. 밤에는 잠들기 전까지 휴대전화로 나만의 애플리케이션들을 방문하며 스마트폰 여가생활을 즐겨요. 정말 주변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고요!
의사 : 아, 이제 알겠군요. 당신 증상의 주범은 바로 당신 손에서 한시도 떼놓지 않는 휴대전화였어!

‘손 안의 PC’로 불리는 휴대전화인 스마트폰은 이제 현대인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미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는 7월 기준으로 3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러한 추세로 간다면 내년 말까지 20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통화와 메시지 전송은 물론 음악·동영상 감상, 인터넷 검색까지 할 수 있고 사용자가 원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설치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으로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는 순간이 드물 정도. 당연히 사용자의 손가락과 손목에는 무리가 갈 수밖에 없다.

사람의 뼈는 모두 206개로, 한쪽 손에만 손가락뼈 14개와 손바닥뼈 5개, 손목뼈 8개로 구성되어 있다. 즉, 전체 뼈의 25%가 양쪽 손에 몰려 있는 셈이다. 뼈가 많다는 것은 뼈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줄과 인대들이 그만큼 많이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이 힘줄과 인대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염증이 생기거나 붓게 되는데, 그럴 경우 다양한 손목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대표적인 손목질환인 ‘손목터널증후군’은 흔히 컴퓨터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이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손목터널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 병은 손끝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에서 눌려 저림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목에는 약 3cm 길이의 수근관이라는 통로가 있는데, 그 속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인대들과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나이가 들거나 반복적으로 손목을 사용하면 인대가 두꺼워지는데, 이 때문에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해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증상은 주로 손가락이 저리거나 아프고 감각이 무뎌지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또 엄지손가락에 힘이 없어지면서 엄지와 손목 사이의 두툼한 근육이 위축돼 살이 마른 듯 보인다. 심한 경우 글씨를 쓰거나 전화 받기, 수저질하기, 단추 잠그기 등의 섬세한 동작을 못해 기본적인 일상생활까지 지장을 받게 된다. 손가락이 영구적으로 마비될 위험도 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처음에는 손가락 끝만 저리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손바닥, 팔까지 저려온다. 단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는데, 새끼손가락에는 정중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이 저리거나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이 잘 맞닿지 않으면 이 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잠잘 때 손이 저리고 통증이 심해 깨거나, 손을 주무르고 털어주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을 반복 경험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생각해야 한다.

‘거북이 목’이 되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전철이나 버스에서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허리 근처나 무릎 위에 올려놓고 사용한다. 이 자세로 스마트폰을 계속 사용하다 보면 목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목뼈는 C자형인데, 계속 목을 빼고 화면을 응시하다 보면 거북이처럼 일자 목이 되는 ‘거북목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높다. 목뼈가 일자로 되면 충격 완화 효과가 감소해 목 디스크가 유발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스마트폰에 푹 빠져서 나도 모르는 새에 얼굴을 화면으로 가까이 가져가는 사람들은 안구건조증을 조심해야 한다. 안구건조증은 눈이 시리고 콕콕 쑤시는 느낌이 있으며 눈이 쉽게 피로해져 눈을 잘 뜨기 어려운 증상이다. 이 증상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는 눈물이 적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무언가를 집중해서 보다 보면 눈을 깜박이는 것을 잊게 되어 눈물 분비가 적어진다. 특히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 더욱 집중하게 되므로 안구건조증에 걸릴 위험이 높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평소보다 스마트폰의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눈과 손이 쉴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법! 평소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러한 증상들을 예방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손가락을 세워 손끝으로만 터치할 경우, 손가락과 손목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문자를 보내거나 게임을 할 때도 엄지손가락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므로 손가락과 손목 관절에 부담을 주게 된다. 스마트폰 사용 중 손목이 저릴 때 손목을 돌리거나 털어주면 통증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목 디스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화면을 눈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시키고 중간 중간 목과 손목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해 주는 것이 좋다. 화면을 볼 때는 얼굴에 너무 가까이 가져가지 말고 눈을 자주 깜박거려주면 안구건조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이렇듯, 평소에 조금만 신경 써 자세를 바르게 한다면 다양한 증상을 예방할 수 있다. 스마트폰 사용, 이제부터 똑똑하고 건강하게 사용하자.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995호 ‘엄지족 당신, 손목은 괜찮으세요?(2009년 10월 14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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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전쟁’이라고 얘기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는 스마트폰 전쟁이란 단어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더 엄격하게 얘기해보자면 지금과 같은 스마트폰을 둘러싼 IT업체들의 불꽃 튀는 경쟁을 예상한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은 아이폰이라고 봐야 한다. 말 그대로 아이폰이 세상을 바꾼 것이다.

MP3 플레이어나 만들고 있던 미국의 한 컴퓨터 회사가 휴대전화를 만들어 내리라는 소문은 2007년까지만 해도 미국 실리콘 밸리의 수많은 소문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애플로서는 잃을 것이 없었다. 이 회사는 MP3플레이어가 주력 산업이었는데, 어차피 당시는 휴대전화가 하나둘 MP3 플레이어 기능과 동영상 재생 기능을 갖춰가던 때였다. 휴대전화 제조업체와의 경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게다가 컴퓨터 시장에서 경쟁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모바일’이란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휴대전화 시장을 어느 정도 선점한 상태였다.

그대로 두면 데스크톱 컴퓨터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OS가 그랬듯 스마트폰 시장 또한 빼앗길 우려가 있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애플이 뒤늦게 뛰어들어봐야 어차피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코웃음을 치긴 했지만 애플로서는 절실하고,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결국 애플의 선택이 옳았다. 아이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업계 전문가들의 비관을 훨씬 뛰어넘는 일종의 컬트적 숭배에 가까웠다. 뉴욕타임즈의 데이빗 포그와 같은 칼럼니스트는 기꺼이 아이폰을 위해 ‘찬가’에 가까운 리뷰를 써냈으며 한국처럼 아이폰이 수입되지 않은 나라에선 아이폰을 수입해 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결국 2009년 11월 말, 아이폰은 한국 땅에도 상륙하게 된다. 이미 해외 80여개 국가에서 아이폰이 팔리고 난 뒤의 일이었다.

소비자들의 열광은 애플이란 기업으로 모아지고 있었고, 스마트폰은 곧 아이폰인 것처럼 아이폰은 연일 세계 주요 미디어의 지면과 방송시간을 차지했다. 마치 휴대전화 세상에는 아이폰 밖에 없는 것 같았다.

하지만 주인공은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이들은 굉장히 다양했다. 아이폰 이전에만 해도 스마트폰하면 ‘윈도모바일’이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완전히 관심 밖의 회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누구도 윈도모바일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가끔 조롱거리로 삼을 경쟁 제품이 필요할 때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심지어 윈도 OS가 데스크톱 컴퓨터 시장에서 갖고 있던 압도적인 시장 우위조차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시장 때문에 흔들리는 이변이 벌어졌다. ‘맥오에스텐(OSX)’이라는 OS를 사용한 매킨토시컴퓨터가 점점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심비안’이란 자체 OS를 만들어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갖고 있던 핀란드의 휴대전화 회사 노키아도 고민에 빠졌다. 과연 노키아의 비즈니스모델이 계속 통할 수 있을까? 유럽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한 아이폰을 보면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 건 마이크로소프트와 다를 바 없었다.

그 때 구석에서 조용히 준비를 하던 기업이 있었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기업 구글이었다. 이들은 갑자기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한다. 2005년 사들였던 모바일 소프트웨어 업체 ‘안드로이드’가 만들고 있던 스마트폰용 OS를 아예 ‘안드로이드 OS’라고 이름 짓고는 휴대전화 업체들에게 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계획을 2007년 발표한 것이다.

휴대전화용 반도체를 만드는 퀄컴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부터 삼성전자, HTC 등의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업체, 스프린트와 T모바일 같은 통신사까지 구글은 파트너의 범위도 넓었다. 그리고 2008년 10월, 이른바 첫 ‘구글폰’이 나온다. 제조사는 대만의 휴대전화 제조업체 HTC, 제품의 이름은 간단하게 ‘G1’이었다. 반응은 그저 그랬다. “구글 서비스를 쓰기는 좋다”는 정도. 하지만 이건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2010년 1월, 구글은 전자업계가 총집결하는 소비자가전쇼(CES)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넥서스원’이란 새 구글폰을 공개한다. 물론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제품이고, 구글 로고를 휴대전화에 뚜렷하게 새겼으며, 제조는 HTC라는 대만 제조업체에게 맡긴 제품이었다. 세계의 눈이 구글에 쏠렸고 구글은 이를 현명하게 활용해 “애플에 대항할 수 있는 스마트폰 OS는 안드로이드 뿐”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수많은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자신들의 시장을 조금씩 갉아먹는 애플에게 두려움을 느끼던 터라 구글의 편은 점점 늘어만 갔다.

넥서스원의 발표에 뒤이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또 다른 흐름이 눈길을 끌었다. 바로 노키아였다. 아이폰이 화제를 모으고 있고 안드로이드가 거기에 대항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었다지만 냉정하게 시장을 살펴보면 스마트폰을 주름잡는 1위 기업은 누가 뭐래도 노키아였다.

노키아는 이미 ‘심비안’이라는 자체 스마트폰 OS를 만든 회사였으며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였다. 심비안의 스마트폰 OS 시장점유율은 2009년 47%에 이르렀고 그 뒤를 블랙베리(21%), 아이폰(15%), 윈도모바일(9%), 안드로이드(5%)가 따르고 있었다. CES에서 노키아가 대대적으로 선보인 건 ‘오비’(Ovi)라는 인터넷 서비스였다.

아이폰은 심비안보다 동영상과 음악, 사진 등 멀티미디어를 즐기기 쉬웠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기능을 200%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앱스토어’도 갖고 있는 게 장점이었다. 노키아는 이런 점을 벤치마킹했다. 오비는 심비안과 찰떡궁합인 인터넷 서비스였다. 노키아 사용자들은 오비를 이용해 음악도 사고 응용프로그램도 샀다. 자신의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을 바로 오비에 올릴 수 있었으며 다른 노키아 사용자와 컴퓨터나 휴대전화 모두를 통해 이를 공유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런 혁신적인 서비스 덕분에 노키아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과 휴대전화 판매대수가 모두 급증하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

애플과 구글, 노키아 등 ‘거인들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소외된 또 하나의 거인은 OS를 갖지 못한 제조업체들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업체는 물론 모토로라와 소니에릭슨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비슷한 처지에도 불구하고 각각 다른 대응을 펼친다.

삼성전자가 가장 독특했다. 삼성전자는 OS를 갖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렸던 이동통신 컨퍼런스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0’에서 선보인 ‘바다’라는 OS가 그 제품이었다. 안드로이드를 겨냥한 듯 안드로이드처럼 리눅스라는 공개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만들었으며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성능이 뛰어난 일반 휴대전화에서도 작동할 수 있도록 다듬어가겠다는 계획도 선보였다. 스마트폰과 일반 휴대전화 사이의 격차를 ‘바다’로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다른 쪽에는 모토로라와 LG전자, 소니에릭슨 등이 있었다. 이들은 OS를 직접 만드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들은 모두 구글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한 휴대전화 발매 계획을 쏟아냈고, 윈도모바일 등 다른 OS도 기꺼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MWC 2010의 진짜 주인공은 삼성전자도, 구글도, 모토로라도 아니었다. 그건 그동안 스마트폰의 흐름 속에서 소외되고 잊혀졌던 거대한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스티브 발머는 이 행사에서 “애플의 아이폰을 보면서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우리가 그동안 점진적으로 개선해 왔던 윈도 모바일 OS의 개선 작업을 중단했다. 그리고 아예 원점에서 개발하자는 각오를 했다.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윈도 모바일은 이 행사를 통해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것이 ‘윈도폰’의 탄생이었다.

윈도폰은 기존의 윈도 모바일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사용자 환경(UI)이 기존 제품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게 변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 인기를 모으는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윈도폰 OS 안에서 완벽하게 지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엑스박스360과 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기라거나, 윈도 OS를 사용하는 컴퓨터와의 연동은 물론 큰 장점이었다.

문제는 윈도폰7이라고 이름 붙은 이 OS가 연말에나 나오리라는 사실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여전히 애플이나 구글 같은 경쟁자보다 부족한 게 있다면 그건 경쟁사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개하기 전 제품을 충분히 다듬은 뒤 잘 다듬어진 제품을 발표와 함께 바로 시장에 내놓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계획만 그럴싸하게 내비친 뒤 그때부터 제품을 다듬는다는 사실이었다.

결론적으로 언젠가 열릴 것으로 전망됐던 스마트폰 시장의 문을 열어젖힌 건 애플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 시장은 결코 뒤늦게 뛰어든 한 기업이 모든 걸 좌지우지할 만큼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었다. 제조업체도, 소프트웨어 업체도 모두 칼날을 벼르고 상대방의 장점을 자신의 장점으로 배워 익히기 시작했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그 혜택은 소비자들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2010년, 아직 새 스마트폰을 장만하지 못한 소비자라면 이런 흐름을 읽으며 새로운 세계에 도전할 꿈을 꿔볼 시기다.

글 :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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