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2.10 [만화] 9시 등교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2. 2010.09.06 가위눌림의 정체가 수면마비라고? (1)

[만화] 9시 등교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매일 아침, 세 개의 알람과 엄마의 쩌렁쩌렁한 고함 그리고 아빠의 호루라기 소리 없이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태연. 마무리로 강아지 몽몽이가 시끄럽게 짖어줘야 간신히 바위만 한 눈곱을 떼고 기상을 한다.

“아빠, 도저히 못 참겠어요! 우리도 9시까지 등교하는 그 도시로 이사 가면 안 돼요? 어디는 고등학교는 9시까지 가는데, 저는 초등학생인데 왜 8시 10분까지 가야 하느냐고요. 네?!”

“잔말 말고, 호루라기 더 불기 전에 빨리 안 일어날래?”

“공부를 잘하려면 잠을 푹 자야 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단 말이에요!”

“그거야 그렇지. 사람의 뇌는 잠을 잘 때 낮 동안 학습했던 정보들을 정리하거든. 그날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반복해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데, 잠을 깊이 푹 자면 장기 기억 저장이 훨씬 더 잘 되기 때문에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단다. 밤새 벼락치기를 하면 다음날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만 며칠 지나면 몽땅 까먹어버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

“거 봐요. 제가 많이 자겠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성적 향상을 위해서 라고요.”

“아이고, 입만 살아가지곤. 암튼, 너는 매일 9시간씩 꼭꼭 자니까 괜찮지만, 보통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걸 보면, 고등학생은 하루에 겨우 5시간 27분, 중학생은 7시간 12분, 초등학생은 8시간 19분을 잔다는구나. 의학적으로 최소한 7~8시간 이상은 자야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잠이 부족한 상황이지. 일부 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에 대해 아직 찬반 논란이 팽팽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야.”

“헐, 그럼 저도 고등학교 가면 5시간밖에 못 자는 거예요? 그러기 진짜 싫은데…. 외국 청소년도 저희처럼 수면 부족이에요?”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더구나.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얼마 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늘리기 위해 등교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는데, 청소년기에는 수면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저녁에 일찍 재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침에 늦게 깨우는 게 낫다는 거야.”

“수면 패턴이 바뀌어요? 어떻게요?”

“사춘기가 되면 여러 생물학적 변화와 함께 생체리듬도 바뀐단다.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최대 2시간 정도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어른들은 잠이 쏟아지는 밤 11시에 청소년들은 잠이 안 와서 말똥말똥 깨어있고, 어른들이 활기를 되찾는 오전 8시쯤에는 반대로 비몽사몽이 되는 거지. 몸은 깨어있으나 뇌는 잠자는 상태인 거야. 미국소아과학회 주장은 청소년의 수면 패턴이 이렇게 올빼미형으로 바뀌게 되니, 차라리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 있게 등교 시간을 늦추자는 거란다. 우리나라 일부 교육청의 주장도 마찬가지고. 실제로 등교 시간을 늦췄더니 출석률과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수업 시간에 조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어요.”

“거봐요, 늦게 등교해야 한다고요!”

“이외에도, 얼마 전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은 수면이 부족한(6시간 이하) 고등학생의 경우 체내 염증도가 높아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고, 을지대학교에서는 7시간 이하로 자는 청소년이 그 이상 잠자는 경우보다 자살 생각과 우울한 감정 모두 1.4배 높다는 발표를 했단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하루 평균 5시간 이하를 자는 청소년이 7시간 이상을 자는 아이들보다 비만 위험이 2.3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놨어요. 모두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지.”

“아침에 늦게 등교하면 밥도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

“그것도 중요한 얘기야. 등교 시간을 늦추면 아무래도 아침밥을 먹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겠지. 현재는 아침밥을 굶는 청소년이 무려 전체의 1/4이나 되는 상황이거든. 밥을 먹으면 두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잘 공급돼, 학습 능률도 향상되고 성적도 올라간단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5%가량 높다는 구나.”

“아니, 그럼 더 이상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건강에도 좋고 공부도 더 잘한다는데 왜 저는 일찍 등교 하냐고요!!”

“물론 과학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아침잠을 더 자도록 하는 게 맞아. 그런데 9시 등교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다. 맞벌이 부모님들은 아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아침밥을 먹이기 힘들어질 수도 있으며,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 교통편도 문제고,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도 어렵고…. 풀어야 할 문제가 아주 많단다.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의 생각을 잘 조율해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너 좋은 대로만 할 수는 없어요.”

“아, 몰라요. 일단 저는 자체적으로 9시 등교를 결정할래요. 선생님께 전화하셔서 ‘태연이는 자신의 수면권 보호를 위한 24시간 수면 투쟁에 들어갔다’고 꼭 전해주세요. 아셨죠?”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이번엔 나팔 분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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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 어둠 속에 누군가 서 있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검은 물체가 다가와 목을 조른다. 하지만 저항할 수가 없었다. 누군가를 불러 도움을 청하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머리에는 오만 가지 생각이 오갔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가 없었다.

내가 정말 귀신을 만났단 말인가. 등골이 서늘해져 한 동안 공포에 치를 떨어야 했다. 도서관에서 만난 친구 지용에게 어젯밤에 겪은 이야기를 했다. 대체 그 귀신은 왜 나를 찾아온 걸까.

“가위눌렸네. 너 그거 처음 겪는 거야?”

지용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가위눌림’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더니 아직도 얼어 있는 나를 보고 씩~ 미소 짓는다. 아무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자다가 귀신을 보거나, 잠에서 깼는데도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을 ‘가위눌림’이라고 해. 성인 절반 이상이 평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한다고 하더라고. 난 어릴 때 종종 가위눌려봐서 이제 별로 놀랍지 않아.”

뭐든 빨리 경험하고 적응하는 지용이. 가위눌림마저 나보다 빠를 줄은 몰랐다. 지용이는 가볍게 이야기했지만 오늘밤에 또 귀신을 만날까 봐 걱정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대체 가위눌림 현상은 왜 일어나는 거지? 그 이유를 알아야 귀신을 만나도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위눌림’에 대해 검색했다.

네아비 지식박사의 검색 결과를 살펴보니, 가위눌림은 ‘수면마비(sleep paralysis)’라고 하는 일종의 수면장애였다. 잠자는 동안 긴장이 풀렸던 근육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나 몸을 못 움직이는 것이다. 대개 꿈꾸는 수면, 즉 렘수면(REM sleep) 때 나타난다고 했다. 다시 말해 수면마비는 깨어 있거나 반쯤 깨어 있는 상태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죽음이나 질식감, 환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이 문구를 읽다 보니 어제 저녁에 내 목을 조르던 귀신이 또 한 번 떠올랐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 했다. 다음에 만나면 콧방귀를 뀌어줄 요량으로 검색 결과를 계속 뒤졌다.

수면마비가 비몽사몽간에 목소리를 낼 수 없거나 몸을 움직일 수 없는 현상이고, 이 상황에서 환각을 경험했다면 ‘입면기 환각’에 빠진 것이다. 입면기 환각은 꿈을 반쯤 깬 상태에서 겪는 착각인데, 주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거나 잠이 부족할 경우, 또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을 받았을 때 나타날 수 있다.

결국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 시각적 자극이 가위눌림의 원인이 된다는 이야기. 덕분에 최근에 내 생활을 돌아보게 됐다. 졸업을 코앞에 두고 취업준비를 하면서 겪고 있는 스트레스가 떠올랐다.

사실 친구 지용이 녀석은 벌써 대기업 2군데에서 최종면접을 봤고, 괜찮은 중견기업 여러 곳에서도 이미 합격 소식을 받아 놨다. 나는 면접은 고사하고 서류 통과마저 감지덕지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밤에 잠이 잘 오지 않아 공포영화를 즐겨봤고, 도서관에서는 내내 꾸벅꾸벅 졸았다.

조금 처진 마음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를 살폈다. 다행히 가위눌림은 사람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해 큰 걱정을 덜었다. 하지만 잦은 가위눌림은 ‘기면증’의 신호일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자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짧은 시간에 발작적인 수면을 취하는 심각한 수면질환이라고 했다.

X 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는 가족형 수면마비도 있었지만 사례가 꽤 드물었다. 다행히 내 경우는 기면증도 유전도 아니었다. 그래서 가위눌림을 피하려면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덜 받고 푹 자는 게 상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네아비 지식박사에게 ‘숙면 취하는 방법’을 묻기 시작했다.

잠을 잘 자기 위해서는 잠들기 1~2시간 전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다. 몸 안의 수면제로 불리는 ‘세로토닌’의 생성물질인 트립토판 함유량이 높은 바나나와 파인애플, 키위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수박이나 맥주는 이뇨작용을 하므로 깊은 수면에 방해가 되고, 늦은 밤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좋지 않다.

결국 꿈에서 만난 귀신이 내 목을 조른 게 아니라 내 생활습관과 태도가 가위눌림 현상을 부른 것이었다. 이제 수면마비에 대해 제대로 알았으니 그 어떤 귀신이 와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당장 습관을 고칠 수 없으니 대비책을 한 가지 정도는 마련해둬야겠다.

“영배야, 한 며칠만 형이랑 같이 자자. 형이 가위눌린 것처럼 보일 때 살짝 만져주면 돼. 알았지?”

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웬 겁쟁이 짓이야!”하고 말했다.

“겁쟁이가 아니라 과학적인 방법을 찾는 거야. 수면마비는 근육의 긴장이 풀린 상태에서 의식만 깨어나는 건데, 갑자기 시작돼서 1~4분 정도 지속되거든. 근데 누가 소리 내는 걸 듣거나 몸을 만지면 쉽게 벗어날 수 있단 말이야.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영배. 하지만 곧 “알았으니 어서 베개 가지고 와”라고 말했다. 야호! 오늘 밤에는 절대 가위에 눌릴 걱정이 없겠다. 역시 아는 것이 힘이다. 으하하하.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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