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피부염 일으키는 주범, 손에 산다?

태연이가 강아지 몽몽이와 집안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면서 신나게 놀고 있다. 꺄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몽몽이도 신이 났는지 태연의 손바닥을 핥으며 장난을 친다. 이 모습을 본 아빠는 뜻밖에 엄한 목소리를 낸다. 

“태연아, 몽몽이 입에는 손대지 말라고 그랬지!” 

“에구에구, 우리 아빠는 정말 못 말리는 딸 바보라니깐~. 몽몽이 입에서 제 손으로 세균이 옮을까봐 걱정이 되시는 거죠? 제가 그다지도 소중하셔요?” 

“그 반대야. 잘 씻지도 않은 더러운 손 때문에 몽몽이가 병이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허걱…. 아빤 정말 너무하셔. 나보다 몽몽이가 더 소중하신 거예요? 흥!!” 

“서운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오늘 네가 한 행동들을 쭉 떠올려 봐. 친구들이랑 수영장 갔다가, 배 아프다고 병원 갔다가, 약 먹고 다 나아서 다시 배고파졌다고 마트까지 다녀왔잖아. 그러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잡았던 손잡이를 계속해서 만졌고 말이야. 그 동안 손은 몇 번이나 씻었니?” 

“당연히!! 제로번이요….” 

“내 그럴 줄 알았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일을 하는 부위지만 가장 위험하고 더러운 부분이기도 해. 실제로 호흡을 통해 바이러스나 세균이 옮는 것보다 손을 통해 옮아서 병에 걸리는 경우가 더 많단다. 물론 냄새로 치면 삼 만년 썩은 청국장 냄새가 나는 네 발이 더 끔찍하겠지만, 세균만 가지고 생각하면 손이 발보다 훨씬 더러워요. 한 사람당 손바닥 한 개에 평균 150 종류의 세균이 있는데 같은 사람이라고 해도 양 손에 있는 세균의 83%가 다른 종류란다. 그만큼 손에는 어마어마한 종류의 세균이 산다는 거지. 이렇게 다양한 세균이 무럭무럭 자라는 손을 씻지도 않은 채 몽몽이를 만지면 되겠니?” 

“그럼 손가락으로 코를 후벼도 세균이 몸으로 들어갈까요?” 

“당연하지! 또 아까부터 모기 물린 데를 손톱으로 꾹꾹 누르고 있던데, 그건 ‘세균아, 제발 몸에 들어가 염증을 일으켜 줘’라고 기도를 하는 것과 같은 행동이야.” 

“앙~. 코딱지 파서 목표물에 명중시키기와 모기 물린 데 십자가 모양으로 손톱자국 내기는 제 소중한 취미생활인데, 도대체 어떤 세균들 때문에 그토록 아름다운 취미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냐고요!” 

손에 가장 많이 사는 세균은 황색포도상구균이야. 식중독은 물론이고 피부염, 중이염, 방광염 같은 질환을 유발하는 못된 균이지. 이 세균은 인체의 대장이나 식품에서 번식하면서 장독소(Enterotoxin)라는 물질을 만드는데, 장독소는 심한 구토나 복통을 일으키는 아주 독한 물질이란다. 더구나 섭씨 100도 이상에서 오랫동안 가열해도 죽지 않아요. 아까 네 배가 아팠던 것도 어쩌면 더러운 손에 살던 황색포도상구균이 입으로 들어가서 장독소를 만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또 뉴모니아균, 대장균, 인플루엔자간균, 살모넬라균 등 여러 종류의 병원균들도 손에 살고 있지. 이 균들은 폐렴이나 기관지염, 식중독, 감기 등을 일으키고 전염도 아주 잘 된단다.” 

“제가 아팠던 게 이 손 때문이라고요? 에잇~ 나쁜 손, 더러운 손, 미워요!” 

“왜 손을 미워하니? 손 씻기를 끔찍하게 싫어하는 너의 게으름을 미워해야지. 걱정 마. 손만 잘 씻으면 병원 갈 일이 최소 70% 이상 줄어들 테니까. 또 대부분의 병원성 세균들은 섭씨 25~40도에서 활발히 번식하는 중온성 세균이야. 그렇기 때문에 요즘 같은 날씨엔 더더욱 손을 잘 씻어줘야 한단다.” 

“알겠어요, 앞으론 잘 씻을 테니까 젤로 비싸고 좋은 손세정제, 아니 손소독제를 사 주세요. 빨리요~.” 

“아이고, 성질 급하기는. 그런 것보다 얼마나 꼼꼼히 씻는가가 훨씬 중요해요. 식약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비누로 손을 씻을 경우 99%, 손소독제는 98%, 물로만 씻어도 60%의 세균제거 효과가 있다고 해. 또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누를 이용해서 30초 이상 구석구석 꼼꼼하게 손을 씻는 게 가장 좋다고 얘기하고 있어. 

“그런데 손세정제랑 손소독제랑 정확히 뭐가 다른 거예요?” 

손소독제는 알코올 소독성분이 함유된 의약외품으로, 물로 씻어내지 않아도 되는 제품을 말한단다. 물이 필요 없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너무 자주 사용하면 알코올 성분이 피부 보호막을 상하게 해서 주부습진이나 자극성피부염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해. 반면에 손세정제는 물로 꼭 씻어내야 하는 제품으로, 화장품으로 분류된단다. 일반 비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구나.” 

“그렇구나…. 암튼, 이번엔 진짜 결심했어요. 항상 손을 깨끗이 씻고 많은 사람들이 만지는 물건은 되도록 손에 대지 않는, 아주 청결한 생활을 가꾸어 볼 테예요!” 

“아이고 우리 딸, 착하구나. 그래서 말인데 태연아…. 세상에서 가장 세균이 많은 물건이 바로 돈이란다. 내 주머니에 오기 전까지 누가 어떻게 돈을 다뤘는지 전혀 알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아빠는 이 더러운 돈을 사랑하는 너에게 용돈으로 주지 않고 내가 갖고 있으려 한단다. 그냥 아빠 한 몸 세균에 노출되고 말테니, 넌 더러운 돈 없이 건강하고 청결한 삶을 영위하렴!” 

“아빠의 마음 천 배 만 배 이해해요. 절 그리도 아껴주시다니 너무나 감사해요. 그래서 용돈은 꼭! 인터넷 계좌이체로 받을게요. 메롱~.”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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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임마뉴엘 칸트는 손을 가리켜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라고 했다. 우리가 뇌의 명령을 받아 행하는 일 중에 손이 가장 다양하고 많은 일을 처리한다. 심지어 우리의 손은 사물을 만지며 알아채 보는 눈의 역할을 대신하고, 손짓으로 말하는 입을 대신하기도 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손은 단순한 몸의 한 기관 이상이다.

인간이 지금의 문명을 이룬 것도 손을 자유롭게 쓰면서부터다. 과학과 예술의 혼은 뇌에서 나올지언정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은 바로 손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우리의 손이 이처럼 ‘제 2의 뇌’의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손은 인체 기관 중 가장 많은 뼈로 구성돼 있다. 사람의 뼈의 총 개수는 206개, 이 중 양손이 차지하는 뼈의 개수는 무려 54개다. 말 그대로 ‘손바닥만한’ 기관에 우리 몸 전체 뼈의 25%가 들어있다는 말이다. 손은 14개의 손가락뼈, 5개의 손바닥뼈, 8개의 손목뼈로 구성돼 자유자재로 또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다.

이 뿐 아니다. 손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감각점이 발달한 기관이다. 특히 손가락 끝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데 이 때문에 우리는 손끝으로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낼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손가락 감각은 세계적으로도 특별해서 병아리 감별, 위조지폐 감별 같은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다.

이렇게 뛰어난 사람의 손이 문명을 이끈 것처럼 동물의 손(원숭이와 같은 동물의 앞발을 손이라고 한다면)과 다른 차원에 두는 결정적 차이는 바로 엄지손가락이다. 독일 해부학자 알비누스는 엄지손가락을 ‘또 하나의 작은 손’이라고 했다. 아이작 뉴턴도 “엄지손가락 하나만으로도 신의 존재를 믿을 수 있다”고 칭송했다.

과학자들이 이렇게 엄지손가락을 칭송한 이유는 사람의 엄지손가락이 나머지 4개 손가락과 맞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침팬지도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가까스로 붙일 수 있지만, 엄지손가락이 짧아 매우 불안정하게 물건을 쥘 수 있을 뿐이다.

엄지손가락이 다른 손가락과 붙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할까? 만약 그렇게 생각한다면 엄지손가락을 봉인하고 지내보라. 물건을 집고, 연필을 쥐고, 가위질을 하고, 신발끈을 묶는 등 모든 일상생활이 만만치 않은 일이 될 것이다. 네 손가락의 끝과 안정적으로 붙일 수 있는 엄지손가락의 탄생으로 인류는 수많은 문명을 소유하게 된 것이다.

손에 있는 지문은 섬세한 작업을 가능하게 하는 손의 마지막 장치다. 지문이 있기 때문에 손은 적당한 마찰력을 갖게 됐다. 따라서 물건을 집거나 도구를 사용할 때 보다 안정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또 지문으로 손의 표면적은 훨씬 늘어나게 되는데, 이는 감각점의 수를 늘려 더 섬세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지문은 사람을 구별하는 고유한 식별 코드 역할을 한다. 지문은 영장류와 사람에만 있는데, 사람의 지문이 다른 영장류보다 훨씬 복잡하다. 지문은 개인마다 모두 다르며, 일생동안 변하지 않는다. 겉모습과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도 지문만큼은 서로 다르다. 이는 지문이 태아의 발생 과정에서 ‘볼라패드’(volar pad)라 불리는 판이 자랐다가 피부로 흡수되면서 무작위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흔히 ‘손에 땀을 쥐게 한다’는 말을 한다. 몸 중에 땀이 나는 곳이 많은데 왜 굳이 손을 언급했을까? 이 표현이 사용될 때는 더울 때보다는 긴장했을 때다. 우리 몸에 땀샘이 많지만, 손바닥과 발바닥은 땀샘이 가장 많이 분포한다. 게다가 긴장,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이유로 생기는 땀은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에서만 난다고 한다. 발바닥과 겨드랑이야 축축해져도 인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손바닥은 긴장하면 자연스럽게 손을 쥐게 돼 땀이 흥건하게 고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이로 인해 생긴 말이 아니겠는가.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은 뇌의 역할이 가장 크겠지만, 손은 ‘제 2의 뇌’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기관이다. 손에 적당한 마사지만 해도 몸의 피로를 푸는데 효과 만점이라고 하니 잠시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손 운동을 해주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엄지손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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