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검진기에 담긴 과학원리-혈액, 소변, 혈압

회사 직원들이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A의료원 외래 현장. B팀장과 팀원들은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그리고 혈압검사를 받기 위하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특히 과중한 업무와 조직 내 스트레스로 인해 요즘 들어 부쩍 피곤함을 느끼던 B팀장은 이번 기회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점검해 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첫 검사항목인 소변 검사장에 들어섰다. 

■ 건강의 기준이 되는 소변의 색이나 혼탁도 

자신의 소변을 컵에 절반 정도 받아서 검사 담당자에게 가져다 준 B팀장은 이처럼 소량의 소변만으로 무엇을 알아낼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소변 시료에 이름표를 붙인 담당자에게 B팀장이 질문을 하자 이내 소변 검사의 원리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는 “소변검사란 소변의 색이나 혼탁도, 그리고 배출되는 여러 종류의 노폐물들을 조사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며 “따라서 건강검진이나 수술 전 검사 목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기본 검사이기도 하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1. 소변검사 종류 (출처: 대한의학회)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일반적인 소변검사는 크게 ‘물리적 성상(成相)’ 및 ‘화학적 반응’, 그리고 ‘요침사’. 이렇게 3종류로 구분한다. 

먼저 물리적 성상 검사는 소변의 색상 및 혼탁도, 냄새 등을 오감으로 검사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건강한 사람의 소변을 혼탁하지 않고 맑으며, 밝은 노란색을 띄는 것으로 기준을 삼는다.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소변의 농축 정도에 따라 색이 짙거나 흐릴 수 있으며, 섭취한 음식물 및 약물에 따라 비정상적인 소변 색이 나타날 수도 있다. 

화학적 검사의 경우는 요당(urine sugar)과 요단백(urine protein) 등을 검출하는 것이다. 또한 pH(수소이온지수) 및 혈액이 섞여 있는지를 조사하는 잠혈 검사를 통해 소변의 건강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요침사 검사(urine sediment analysis)가 있는데, 이것은 현미경을 이용해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세균 및 각종 결정 등을 관찰하는 검사를 뜻한다. 소변 중에는 적혈구 같은 세포성 성분과 각종 염류들의 결정들이 존재하는데, 이런 성분들을 검사해 다른 소변 검사 결과와 같이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질병 파악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검사 담당자로부터 이 같은 소변 검사의 방법을 전해들은 B팀장은 한 컵도 안 되는 소변 시료에서 이처럼 다양한 항목들을 분석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면서, 앞으로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는 소변에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 자동혈구분석기로 빠르고 정확하게 

소변 검사 다음으로는 혈액 검사 차례였다. 혈액 검사를 기다리며 B팀장은 내심 긴장했다. 작년 검사에서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평소 술과 육류 안주를 즐기는 B팀장으로서는 이번 혈액 검사에서 예전보다 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게 나타날까봐 걱정이 앞섰다. 

채혈이 끝나자, B팀장은 혈액검사의 방법에 대해 물었다. 그러자 검사 담당자는 “최근에 당뇨병이나 심혈관질환, 그리고 암과 같은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지자 혈액검사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혈액검사는 한 번의 채혈만으로 간과 신장 등의 기능을 점검하고, 각종 급·만성 질환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최근 들어서는 ‘자동혈구분석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검사의 신속성과 정확도가 날로 우수해지고 있다”라고 전하며 “검사결과도 예전에는 2~3일 씩 걸렸지만, 최근에는 빠르면 1~2시간 내에도 확인할 수가 있어 환자의 편의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검사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혈액검사 방법으로는 크게 3가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학적 방법에는 혈구 검사, 즉 CBC(Complete Blood cell Count)가 있는데, 이 방법은 혈색소나 혈소판 감소증, 그리고 적혈구 및 백혈구의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다. 

혈색소가 감소된 경우 빈혈의 진단을 내릴 수 있으며, 멍이 잘 들고 피가 잘 멈추지 않는다면, 혈소판 감소증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백혈구 수의 증감에 따라 백혈구 질환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 

또한 화학적 방법으로도 혈액 검사를 하는데, 이것은 혈액 내에 포함된 각종 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화학적 방법을 통해 혈당이 기준치 이상으로 높아지는 당뇨병을 진단할 수 있으며, 간과 관련된 각종 효소들을 측정해 간염이나 지방성 간 질환, 그리고 간경화나 간암 등을 진단하는데 이용된다. 

이 외에도 미생물학적 방법과 면역 혈청 방법이 있는데 이는 쉽게 말해 세균 및 바이러스와 관련된 검사다. 각종 유해성 세균이나 감염성 바이러스에 대한 배양 검사가 모두 시행될 수 있어 감염의 원인을 밝혀 적절한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혈액 검사를 마친 후 B팀장은 마지막 순서인 혈압 검사를 받기 위해 검사장으로 들어섰다. 혈압 검사도 혈액 검사와 마찬가지로 그를 긴장시키는 검사 항목 중 하나다. 일전에 받은 신체검사에서 고혈압 1단계인 수축기 145㎜Hg에 이완기 95㎜Hg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측정한 혈압도 지난 번 수치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144에 98로 나타났다. 두 가지 숫자가 알려주는 의미를 묻자 혈압 검사 담당자는 친절하게 알려준다. “최고 혈압을 나타내는 높은 숫자는 심장의 심실이 수축하는 동안에 발생하는 수축기 압력이고, 최저 혈압을 뜻하는 낮은 숫자는 심장이 이완할 때 나타나는 이완기 압력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혈압계의 원리를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팔에 감는 공기주머니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커프(cuff)라는 이름의 이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넣어서 부풀리면, 팔이 점점 압박되면서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게 된다. 그러다가 공기를 서서히 빼주게 되면 어느 순간부터 피가 흐르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순간에 나타난 수치가 수축기 혈압이고, 압박이 완전히 풀렸을 때 나타나는 수치가 이완기 혈압이다. 
 

사진 2.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출처: 대한의학회)



의학적으로 고혈압은 수축기혈압이 140㎜Hg 이상, 이완기혈압이 90㎜Hg 이상인 상태를 의미한다. 과거에는 이완기혈압 수치가 고혈압을 진단할 때 더 중요하다고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수축기혈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추세다. 특히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의 차이가 크면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어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모든 검사를 마친 B팀장과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건강검진을 주도했던 병원장이 당부의 말을 건넸다. “최근 서구화된 식습관과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각종 질환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정기적인 검사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라고 전하며, “특히 흡연과 가족력 등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은 수시로 소변과 혈액, 그리고 혈압검사를 받는 게 좋다”라고 조언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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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근교 중소도시에서 몇 달 사이에 벌써 4차례의 절도사건이 일어났다. 다행히 모두 사람이 없는 동안에 범행이 이루어져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지만 연일 계속되는 범행에 지역 주민과 경찰들이 매우 예민해져 있었다. 정밀한 현장 조사에도 불구하고 일부의 단서를 찾을 수는 있었지만 사건을 해결할만한 결정적인 증거물을 발견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사건 모두 범행 수법이 비슷하여 동일범의 소행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다시 5차 사건이 이들 사건과는 좀 더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수사관들은 또다시 터진 비슷한 사건에 매우 당황했다. 아직 나머지 사건의 단서조차 잡지 못한 상태에서 보란 듯이 또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수사관 몇 명이 현장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이번에도 별다른 증거를 발견하지 못하고 말았다.

“아! 이게 뭐야. 대변이잖아. 에이 재수 없어. 밟을 뻔했네!”

한 수사관이 건물 외곽을 조사하다가 풀잎으로 덮여 있는 대변을 발견하고는 소리를 질렀다.

어, 그래! 가만히 있어. 조심! 조심!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 다행이군! 어제 비가 안 와서 원형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대로 잘 들어내서 국과수로 의뢰해야겠어.”

선임 수사관이 대변이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알고 그곳으로 달려가 변을 조심스럽게 채취하였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사건 현장에서 대변이 채취되어 의뢰되는 경우가 있다. 과연 대변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증거가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범인들은 범죄를 저지르기 전 극도의 긴장감으로 가끔 위의 사건과 같이 변을 보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사건 현장의 주위에서 발견되는 변은 범인의 것일 가능성이 크다.

과연 대변에서는 어떤 과학적 단서를 찾을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실험이 되겠지만 혈액형 및 유전자분석이 가능하다. 또한 변의 내용물을 분석함으로써 범인이 어떤 종류의 음식물을 섭취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어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혈액형 분석의 경우 변의 표면에 항문샘 등에서 분비된 점액성의 물질이 묻어 있는데 이 점액물질에는 분비된 혈액형 물질이 같이 묻어 있다. 따라서 이를 적절히 처리하면 범인의 혈액형을 알 수 있는 것이다. 혈액형을 검출하는 방법은 혈흔, 모발 등에서 혈액형을 시험하는 것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대변에서 혈액형을 분석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약 1-3그램의 대변을 취한 후 여기에 10배 정도의 알코올을 가하여 30분간 가열 후 냉각한다. 이것을 원심분리하여 1/5로 농축한 후 3 배 정도의 알코올을 넣고 4℃에서 하룻밤 방치한다. 이를 다시 원심침전한 후 건조시켜 침전물을 분말로 만들어 혈액형을 분석하는 데 사용한다. 혈액형 시험은 항체가 항원에 반응하는지 시험하는 흡착시험법을 사용한다.

유전자분석의 경우 대변에 장 내벽 세포가 같이 묻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따라서 장의 표면과 닿았던 대변의 겉면을 채취하여 전처리 과정을 거친 다음 DNA를 분리하여 유전자분석을 실시한다. DNA 분리 후에는 일반적인 DNA 분석 방법과 같은 과정을 거쳐서 유전자형을 얻을 수 있다. 대변 자체가 오염이 심한 상태이므로 유전자형을 성공적으로 검출하는 것이 어렵지만 비교적 신선한 대변에서는 유전자형을 검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시간이 지나 부패가 진행된 대변의 경우는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는 부패 세균 등이 사람의 DNA를 깨뜨릴 수 있는 효소 등의 대사물을 분비하기 때문이다.

소변에서도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과학적 증거를 얻을 수 있다. 소변인지 여부, 사람의 소변인지 여부 그리고 유전자분석까지 모두 가능하다. 오히려 소변의 경우 대변보다는 더욱 쉽게 유전자형을 검출할 수 있다. 이러한 실험이 가능한 것은 요로상피세포가 소변에 같이 섞여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변과 같이 소변도 쉽게 부패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다.

위 사건들의 범인을 검거하기 위하여, 목격자 진술과 확보된 일부 증거를 바탕으로 주변의 우범자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하였다. 수사 결과 수십 명의 용의자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대변에서 혈액형이 검출되어 혈액형이 일치하는 사람들로 용의자를 좁힐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대변에서 검출된 유전자형과 압축된 용의자들의 유전자형을 비교하여 일치하는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이로써 몇 달 동안 시끄러웠던 사건이 전혀 증거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대변으로 범인을 검거하게 되었고 이들 사건 모두가 해결될 수 있었다.

이처럼 아주 하찮은 증거도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증거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에게는 대변이 황금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제야 수사관들 모두 입가에 미소를 띨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속담이 있잖아. 대변보기를 황금같이 하라!”
선임 수사관이 의미 있는 농담을 던졌다.

글 : 박기원 박사(국립과학수사연구소 유전자분석과 실장)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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