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 마치 흡착기로 잡아당기듯 TV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가을 명곡 ‘거리에서’를 부르고 있는 가수 성시경에게 백만 개의 하트를 날리느라, 아까부터 옆에서 태연을 부르고 있던 아빠의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화가 난 아빠, 급기야 태연의 귀에 대고 빽! 고함을 지른다.

“아이고 머니나! 그렇게 깽깽 낑낑 내시 같은 목소리로 우리 시경이 오빠 노래를 방해하시면 어떡해요!”

“뭐, 내시 목소리? 이렇게 멋진 중저음을 내는 내시가 어딨냐?! 이래봬도 아빠가 한창 때는 한석규 목소리랑 똑같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엄마도 아빠 목소리에 반해 결혼했다는 달콤한 연애 스토리를 알랑가몰라. 실제로 최근 한 소셜 데이팅 서비스가 미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87%의 여성이 남성의 목소리에서 매력을 느껴본 적이 있고, 무려 75%는 남성의 좋은 목소리가 호감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대답했다는구나. 그 75%의 여성 중 한 명이 네 엄마였고, 평생 아빠의 중저음을 듣고자 결혼까지 하게 된 거지. 우하하!”

“헐, 그럼 제 귀가 고장 났다는 말씀이세요? 안 되겠다. 녹음을 해서 직접 들어보시면 될 거 아니에요. 아빠 목소리가 한석규인지 내시인지.”

“No! 난 녹음은 반댈세.”

“거봐, 내시 목소리 맞죠?”

“그게 아니라,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두 개의 버전으로 듣게 되는데, 그냥 내 목소리를 들을 때보다 녹음을 해서 들으면 좀 더 가늘고 높게 들리거든. 그래서 중저음을 선호하는 아빠는, 녹음된 나의 목소리를 정말이지 듣고 싶지 않구나.”

“진짜! 그러고 보니까 정말 그래요. 친구들이랑 놀면서 찍은 동영상을 보면 제 목소리가 실제보다 더 촐싹 맞게 들리더라고요. 왜 그런 거예요?”

“목소리는 폐 속의 공기가 성대를 포함한 후두부를 통과할 때 진동하면서 나는 것인데, 녹음기는 단지 이 성대 소리만을 저장해요. 그런데 보통 내 목소리를 들을 때는 기본적인 이 소리와 함께 목소리가 두개골을 울리면서 내는 깊은 울림까지 더해서 듣게 되지. 다시 말해, 그냥 들을 때는 성대 소리와 두개골 울림을 같이 듣는데, 녹음기는 성대 소리 하나만 녹음하니까 낯설게 즉, 좀 높고 얇게 들리는 거란다.

“헐, 내 목소리를 들을 때 뼈가 울리는 소리까지 듣는 거라고요? 완전 신기해요. 그렇다면 다른 사람이 듣는 내 목소리는 뼈 울림이 빠진 거니까, 녹음기에 저장된 것과 거의 같겠네요?”

“그렇지, 하나를 가르치면 둘을 아는 똑똑한 내 딸아.”

“아빠, 그런데 목소리는 성형할 수 없는 거예요? 전 낭창낭창한 매력적인 목소리를 꼭 갖고 싶은데, 가끔 제 목에서 돼지가 멱을 따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곤 하거든요. 돼지 멱따는 목소리를 아나운서처럼 세련되게 바꿀 순 없는 걸까요?”

“흠, 아주 중요한 얘기야. 심리학 이론 중에 메라비언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라는 게 있는데, 그 법칙에 따르면 사람이 메시지를 전달할 때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목소리라는 구나. 그 다음이 표정, 태도. 그리고 대화의 내용이 맨 꼴찌야.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는 데 정작 대화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목소리가 제일 큰 영향을 끼친다는 거지. 그래서 요즘엔 수술이나 주사를 통해 성대 길이와 폭을 조절해서 목소리를 성형하는 사람들도 있다는데. 하지만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평소에 조금만 노력하면 얼마든지 좋은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단다.”

“정말요? 혹시 날계란 얘기 하시려는 거 아니에요?

날계란이 목소리를 좋게 한다는 건 아무 근거가 없는 속설이고, 대신 물을 자주 마셔서 성대를 부드럽게 하는 건 아주 좋단다. 특히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온도의 물을 마시면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툭툭 끊기는 걸 예방할 수 있지. 또 근육량이 많은 사람이 힘도 세듯, 꾸준한 발성 연습으로 성대 근육을 강화하면 더 멋진 목소리를 가질 수 있어요.

“성대 운동이요?! 성대로 역기를 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체 성대는 어떻게 운동시켜야 하는 걸까요, 아버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자신에게 적당한 톤으로 노래를 흥얼거리거나 책을 소리 내서 읽는 습관을 들이면 된단다. 또 코로 숨을 쉬며 매일 30분 이상 걷거나 소리를 크게 내 웃는 것도 도움이 되지. 성대 점막을 건조하게 하는 음주나 흡연은 당연히 금물! 그리고 무엇보다 복식 호흡이 가장 중요해. 복식 호흡을 하면 흉식 호흡을 할 때보다 폐활량이 30%나 많아져 공명이 커지기 때문에 말이나 노래를 많이 해도 성대가 덜 피곤해져 좋은 목소리를 유지할 수 있단다.”

“음…, 뭔가 엄청 복잡한 거 같지만, 배로 숨 쉬고, 물 많이 먹고, 적당한 톤으로 수시로 중얼거리면 된다는 거잖아요. 그렇죠?”

“오늘따라 우리 딸, 왜 이리 똑똑한게냐!”

“아무리 똑똑해도 풀 수 없는 미스터리는 있답니다. 그렇게 잘 아는 아빠는 대체 왜 아직까지 목소리가 내시 버전인 거죠? 게을러서 실천할 수 없었던 건가요, 아님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인 목소리를 완전히 극복할 수는 없다는 건가요?”

“어느 정도는 좋아질 수는 있지만, 아버지로부터 유전된 타고난 성대를 완전히 바꿀 수는 없단다. 각자의 개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어떻겠니, 똑똑한 딸아?”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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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프로에서 우승하는 득음법이 있다?

최근 몇 년 새 TV에서는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케이블 채널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KBS 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MBC ‘나는 가수다’까지, 일반인은 물론이고 가수들까지 경연에서 우승하기 위해 그야말로 열창을 한다. 그동안 허각, 존박, 장재인 등 오디션 프로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들도 줄지어 데뷔해 인기를 얻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인 슈퍼스타K는 시즌 4 제작을 앞두고 지원자를 모집한 결과, 4개월 만에 180만 명이 넘게 몰렸다고 한다. 이렇듯 노래를 잘 하고 싶고, 자신의 실력을 인정받고 싶은 사람들이 넘치는 상황에서 과연 과학적으로 노래를 잘 하는 방법이 있을까? 노래를 잘한다고 인정받은 가수들은 타고난 것일까, 아니면 노력해서 얻은 결과일까.

삼성경제연구소의 평가에 의하면 국민가수로 불리는 이미자 씨의 노래 가치는 자그마치 1,650억 원에 달한다. 가수활동 46년간 약 560종의 음반과 2,069곡의 노래를 발표했으며, 1,500만~2,000만 장의 음반을 판매했다고 한다. 여기에 공연수익, 가요계 영향력 등을 감안한 평가금액이다.

“목소리가 변할까봐 치아 교정도 못한다.”

이미자 씨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치아 교정을 하게 되면 입안 모양이 변하며, 목소리도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자 씨는 얼굴에 비해 입이 큰 편이다. 입이 크다는 것은 입 안의 공간이 넓다는 것으로, 이는 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입이 크다고 해서 모두 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입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소리 자체를 만들어내는 성대와 발성능력이다.

노래는 발성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발성의 기본은 허파에 공기를 모아 방출하면서 만들어진다. 즉 노래를 부르면서도 사이사이에 공기를 모아서 오래 동안 목소리를 지속하게 하는 폐활량이 중요하다. 이미자 씨의 빼어난 가창력은 바로 남들보다 2.5배 이상 길게 목소리를 유지하는 큰 폐활량에 그 근본이 있다.

그녀의 숱한 노래 가운데 초창기 노래인 섬마을 선생님, 동백 아가씨 등 몇 곡을 분석한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물론 다른 사람에 비해 발성하는 음역대가 넓고 빼어난 미성임은 당연한 것이었고, 무엇보다도 탁월한 성대 떨림을 보여주었다.

또한 성문분석기에 나타난 그녀의 목소리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와 달리 톤이 명료하고 배음의 울림이 마치 악기음 같았다. 일반적으로 소리가 갈라지기 쉬운 고음대역에서도 음정의 대역 차이가 뚜렷했고, 음정의 높낮이 변화가 무려 3옥타브(8배 음폭)에 걸쳐 매우 안정적이었다. 특히 이미자씨의 목소리는 저음에서 중음을 거쳐 고음 영역에 이르기까지 모든 영역에서 강한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어 구구절절 애절함이 더한다.

더욱이 놀라운 사실은 20대 때의 목소리와 60대 때의 목소리가 아주 유사했다는 점이다. 나이가 들수록 톤은 낮아지고 표현할 수 있는 음 대역은 좁아진다는 점에 비추어볼 때 무척 희귀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천부적으로 매끄럽고 정교한 성대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조물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빼어난 악기다.

이미자 씨 만큼이나 빼어난 목소리를 가진 우리 선조들은 타고난 성대 외에 엄청난 노력의 결과로, 일종의 ‘득음’과정을 거쳐 명창으로 거듭났다. 명창이란 판소리나 민요 등, 우리 소리를 빼어나게 잘하는 사람에게 붙여주는 우리 국악계만의 별칭이다. 명창이 되려면 득음의 경지에 이르러야 하는데 득음을 이루기 위해선 ‘목구멍에서 피를 세 번 토할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실 노래 솜씨란 아름답고 탁 트인 목소리에 음정과 박자, 기교가 어우러지면 충분할 것이다. 그럼에도 ‘피를 세 번 토해야 한다’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의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일종의 솔로 오페라이다. 판소리는 노래와 대사가 쉼 없이 반복되며 무엇보다 완창을 하는데 무려 3~4시간 동안 줄기차게 소리를 내야 하는,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와 다양한 목소리를 필요로 하는 장르다. 때문에 명창들의 소리 훈련과정인 득음을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첫째, 영화 <서편제>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산 속 계곡 폭포 아래서 소리를 내는 훈련이 그것이다. 모든 소리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폭포 소리를 뚫고 자신의 목소리가 뻗어 나갈 수 있어야 1단계 관문을 통과한다는 것이다. 우렁찬 폭포수의 백색소음을 뚫고 자신의 목소리를 전달하려면 얼마나 크고 또렷해야 할까. 이 과정을 통해 일단 엄청난 음량을 갖출 수 있게 된다.

둘째 단계는 동굴에서의 훈련이다. 건조한 동굴 안에서는 모든 소리가 울린다. 동굴의 흙이나 바위벽 등이 고르지 못한 탓에 소리의 난반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목욕탕에서의 울림과 유사하다. 메아리 반사효과 때문에 음량은 목소리보다 크게 들리지만 소리가 뒤섞여 윙윙거림으로 무슨 소리인지 잘 알아듣기 힘들다. 따라서 반복되는 훈련을 통해 마침내 동굴의 울림을 극복하고 목구멍에서 공명을 잘 일으켜 섬세하고 명료한 소리를 뽑아낼 수 있을 때, 명창의 두 번째 관문을 통과한 셈이 된다.

다만 우리 주변의 산하에는 동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선조들은 시골의 토담집을 대신 활용했다. 토담집의 실내구조는 규칙적이지 못해 흙이 보일 정도로 울퉁불퉁했고, 여기 저기 지지대가 삐져나와 있기에 소리의 난반사를 불러일으켜 동굴에서의 소리울림을 잘 대체할 수 있었다. 술상이 차려진 허술한 주막집도 소리의 반사 특성을 고려한 울림현상이 두드러지는 잔향실로 사용하기에는 손색이 없어, 자신의 소리가 뚜렷하게 울려 퍼지도록 목청을 다듬는 훈련을 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셋째, 명창이 되려면 갖가지 소음 속에서도 자신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도록 훈련해야 한다. <서편제>에서 보면 왁자지껄한 시골장터에서 소리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처음엔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한 가닥 선율이 시장의 온갖 소음을 뚫고 뻗어 나온다. 장사치들의 호객소리, 다툼, 동물울음, 자동차 소리 등등, 다양한 소리가 뒤섞인 소음을 유색잡음이라 하는데, 명창이 되려면 이 모든 소리를 극복하고 독창적인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관문은 해변이나 들판 같은 광활한 곳에서의 훈련이다. 벌판이나 평지에서는 소리가 초라해진다. 소리가 부딪혀 되돌아오는 반향이 없기 때문이다. 파도소리가 끊이지 않는 해변이 특히 그렇다. 벌판에 바람이라도 불어대면 소리가 흩어지게 된다. 그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낼 수 있을 때, 그는 명창이 되기 위한 가장 어려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게 된다.

명창이 되기 위한 득음의 4단계. 옛 소리꾼들은 무심코 이런 과정을 밟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소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모든 훈련과정이 무척 치밀하고 과학적이라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선조들의 득음과정을 똑같이 따라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천부적으로 빼어난 성대와 발성기관도 중요하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일구어 낸 득음을 통해 명가수가 배출된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글 :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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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빈과 아이유의 발성기관은 닮아있다?

우리나라처럼 음악과 노래를 즐기는 민족도 드물 것이다. 거리나 지하철에는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 젊은이들이 넘쳐나고 노래방이 새로운 여가문화 장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느끼는 인체의 오감(五感) 가운데, 소리에서 비롯되는 음악이나 노래처럼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다채롭게 분화된 문화는 없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사실 소리는 인체의 다른 감각기관과 달리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인기가수는 확실하고 뚜렷한 경제적 수익을 올리지 않는가. 그렇다면 인기가수의 노래는 소리의 측면에서 보통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언젠가 방송국의 의뢰를 받아 트로트 가수 이미자 씨의 목소리를 분석한 적이 있다.

이미자 씨는 얼굴에 비해 입이 큰 편이다. 속설에 따르면 입이 큰 사람이 노래를 잘한다고 하는데 이 말은 대체적으로 맞는 이야기다. 입이 크다는 것은 입 안의 공간이 넓다는 것으로, 이는 소리가 커다란 울림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필수요건이다. 하지만 입이 크다고 해서 모두 다 노래를 잘 하는 것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목소리 자체를 만들어내는 성대와 발성능력이다.

음성분석기에 나타난 그녀의 목소리는 보통사람들의 목소리와 달리 톤이 명료하고 배음의 울림이 악기음 같았다. 배음이란 진동체가 내는 여러 가지 소리 중 원래 소리보다 많은 진동수를 가진 소리를 말한다. 흔히 소리가 갈라지기 쉬운 고음에서도 음정의 대역 차이가 또렷했고 음정의 높낮이 변화가 3옥타브(8배 음폭) 동안 안정적이었다. 특히 이미자 씨의 목소리에는 저음에서 중음을 거쳐 고음 영역에 이르기까지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구구절절 애절한 느낌이 더해졌다. 결과적으로 이미자 씨는 천부적으로 매끄럽고 정교한 성대를 갖고 태어난 것이다. 한마디로 평가하면 조물주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빼어난 악기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유의 3단 고음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면 어떨까. 아이유는 어린 나이에도 뛰어난 가창력과 귀여운 외모로 인기를 얻고 있으며 새로운 국민여동생으로 급부상했다. 그녀의 특기는 팬들 사이에서 ‘3단 고음’으로 불리는 고음처리다. 그녀의 3단 고음을 바로 분석해 발표하고 싶었으나 급상승한 인기를 피해서 수개월 후에 그 분석결과를 학술논문지에 발표했다.(견두헌, 배명진 “아이유의 고음 발성 특성 분석”, 한국음향학회, 2011년 춘계학술대회 학술발표논문지 5월 12일)

아이유는 길고 미끈한 목과 큰 입속에서 울리는 고음이 아주 자연스럽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소리의 근원은 바로 폐활량에 있다. 소리는 폐에 공기를 모으면서 시작하고 성대의 떨림을 통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기본음을 만들게 된다. 기본음의 음 높이는 성대가 1초에 몇 번 열리면서 공기가 나오느냐에 달려있다. 고음 톤일수록 빠져나가는 공기가 많아져서 긴 시간동안 소리를 지속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아이유는 다른 가수들에 비해 고음 톤이면서도 소리의 지속시간이 길다. 폐활량이 아주 큰 편인 것이다.

가창력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고음발성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속하느냐에 달렸다. 보통 일반인들도 가성을 통해 특정고음을 낼 수 있지만 길게 지속하거나 안정된 음정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아이유의 고음발성은 한번에 3단계 변음을 하면서도 음높이의 안정도가 95%이상이다. 게다가 그 상태로 8초 이상을 지속한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 이것은 발성음정의 안정도가 기계적인 정확도에 근접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아이유는 3단 고음을 낸 다음에 바로 정상적인 목소리 톤으로 돌아온다. 즉 평소에 노래 음정이 300헤르츠(Hz) 대에 머무르는데 500~700Hz 대역의 메조소프라노 3단 음정을 길게 지속하다가 금방 자신의 목소리 톤으로 복귀한다. 이 사실은 그 노래의 음정을 잡는 청감특성이 아주 탁월하다는 의미이다.

아이유 3단 고음의 발성특성을 학술논문에 발표하자 그 파급성은 대단했다. 주요 인터넷 뉴스에 메인뉴스로 다루어졌고 주요 포털사이트에서는 실시간 검색어로 탑10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자 KBS ‘스펀지 ZERO’에 재미있는 제보가 올라왔다. ‘아이유의 좋은 날을 저속으로 재생하면 (현빈)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그림1] 현빈과 아이유의 발성기관은 닮아있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현빈은 입대하기 전 인기절정의 드라마 주인공으로 연기하면서 그 주제가도 부를 만큼 노래실력도 뛰어나다. 실험 결과 아이유의 목소리를 저음화하면 현빈의 목소리로 들린다는 놀라운 일이 사실로 확인됐다.

아이유의 ‘좋은 날’을 저속화하면서 현빈의 노래와 스펙트럼 비교를 통해 유사도를 측정했다. 78%로 속도를 늦췄을 때 두 노래의 스펙트럼은 92% 정도로 유사했다. 일반적으로 두 노래의 스펙트럼 유사도가 90%를 넘으면 동일한 가수가 부른 노래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두 노래가 서로 비슷한 음정을 가졌다는 것은 두 사람의 발성기관이 유사하다는 의미다. 현빈과 아이유의 명함판 사진을 같은 크기로 좌우 배열해 목 길이와 입, 코의 길이 등을 비교해봤다. 그러자 눈 이하의 얼굴 형태와 발성기관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했다.

내친김에 노래 발성기관인 목의 길이를 비교해 봤다. 한국 사람들의 목구멍 길이는 신장에 비례해 나타낼 수 있다. 남자는 신장의 10%가 목구멍 발성의 길이를 나타내고 여자는 자신의 키에 9%가 된다. 공식적으로 현빈의 키는 184cm이고 아이유는 162cm이므로 목구멍 길이 비율을 측정해보면 두 사람의 음관비율은 79%가 된다. 따라서 그 비율만큼 저음화하면 아이유의 발성이 현빈의 목소리로 바뀐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던 발성에도 과학이 숨어있다.

글 : 배명진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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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대한민국은 실업자 100만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3월 들어 전체적인 고용 지수는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채용시장이 꽁꽁 언 것은 마찬가지. 바늘구멍보다 좁다는 취업의 문을 뚫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본격적인 취업, 면접 시즌을 맞아 면접할 때 유리한 말소리의 비밀을 알아봤다. 실제로 2010년 4월 온라인 취업사이트 사람인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면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끝말 흐리기(20.8%)’와 ‘말 더듬기(6.9%)’, ‘음~아~뭐~ 등 추임새 넣기(4.6%)’ 등 말소리와 관련된 것이 많았다. 면접에서 자신 있고 당당하게 보이기 위한 말소리의 비밀을 지금부터 공개한다.



김과학 군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카페에 앉아 있다. 취직 준비 중인 김과학 군은 이번 달 들어 면접을 세 번 봤지만 다 신통치 않았다. 직장에 다니는 선배 이향기 양을 만나 조언을 들으려는 참이다.

“과학 군, 오늘 면접은 어땠어?”
“아, 선배. 그게… 예상 질문들이 나왔지만 어쩐지 잘 못한 것 같아요. 같이 면접을 본 사람들은 다들 저보다 훨씬 당당하게 말을 잘하더군요. 아마 이번에도…”

“과학 군, 혹시 면접을 볼 때도 지금 같은 목소리로 말했어?
“제 목소리인데 당연히 같은 목소리로 말했죠. 사람 목소리야 한결같은 거 아닌가요?”

이향기 양은 김과학 군이 자꾸만 면접에서 낙방하는 이유를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설명을 시작했다.

“과학 군, 메시지를 전달할 때 상대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뭘까?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목소리야. ‘메라비언의 법칙(The Law of Mehrabian)’이라는 게 있는데, 메시지 전달에서 목소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38%로 1위, 다음으로 표정(35%), 태도(20%)가 영향을 미치고 대화의 내용은 겨우 8%에 불과하다는 법칙이지. 특히 전화에서는 목소리의 중요도가 82%까지 올라간다고 해. 면접이든 소개팅이든 전화 통화든 목소리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걸 기억해둬.”

김과학 군은 면접을 숱하게 보면서도 표정이나 자세가 중요하다는 생각은 했지만 목소리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타고난 것이니 바뀔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이향기 양은 말을 이어갔다.

“일반적으로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의 목소리 음역은 100∼4,000㎐, 보통 남자의 목소리는 100~150Hz 정도야. 100Hz는 1초에 성대가 100번 진동한다는 뜻이지. 소리가 높아질수록 주파수가 높아지는데, 높은 주파수일수록 파장이 짧아서 또렷하게 들려. 대신 전달 거리는 짧지. 주파수가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는 반대로 안정감과 지적인 느낌을 주지. 아주 낮은 저주파수의 음은 두려움과 경외감을 느끼게 하고. 그 점을 염두에 두고 목소리를 가다듬으면 좋을 것 같아.”

김과학 군은 이향기 양과 헤어지고 나서도 줄곧 좋은 목소리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했다. 목소리에 대한 지식도 많아졌다.

듣기 좋고 매력적인 좋은 목소리에는 공통점이 있다. 하모닉스(Harmonics)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하모닉스란 성대가 진동하면서 만들어진 화음. 성대가 진동하여 나오는 순수한 소리가 목의 인두강·구강 등 공명강에 부딪쳐 진동하면서 화음이 생겨난다.

맨 처음 만들어지는 하모닉스는 기본주파수의 2배의 주파수를 갖는다. 만일 기본 주파수가 120Hz라면 인두강 등을 거치면서 240Hz이 된다. 이후 360Hz, 480Hz 등의 여러 주파수 음이 섞이면서 화음을 형성하게 된다. 일반인의 목소리에는 하모닉스가 4~6개뿐이다. 하지만 벨칸토(bel canto)창법으로 노래하는 유명 성악가들의 경우 하모닉스가 12개에 이른다고 한다.

‘나도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 되면 좋겠다. 왜 남자에게만 변성기가 오는 걸까? 변성기 전에는 나도 제법 맑은 목소리였는데…’

김과학 군은 변성기를 탓하기도 했다. 변성기에 이르면 남성의 성대는 한 번에 배로 늘어난다. 성대가 늘어나면 목소리 톤도 낮아진다. 변성기는 남성에게만 오는 것은 아니다. 여성에게도 오지만, 여성의 성대 길이는 남성의 20% 수준이고 크게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그 차이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남성들만 이런 극적인 변화를 겪는 것은 수컷이 암컷에게 접근할 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서란 설이 있다. 실제 변성기를 지난 중저음의 남성 목소리는 여성들에게 매력적으로 여겨진다.

고민하고 한탄만 하던 김과학 군은 목소리도 훈련을 통해서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우선은 성대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게 첫 번째. 성대의 면이 깨끗하고 진동이 정확하게 일어나야 많은 하모닉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술과 담배는 당연히 피해야 하고, 커피, 홍차, 녹차 등과 기름진 음식도 목소리에는 좋지 않다. 김과학 군은 좋은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훈련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좋은 목소리만큼이나 상황에 맞는 목소리가 중요하다. 홈쇼핑의 판매자들은 높고 빠르게 말한다.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유발해 구매를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전화 안내나 텔레마케터들은 상쾌한 느낌을 주기 위해 목소리 톤을 살짝 높인다. 설득을 할 때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김과학 군은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해 들어보면서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점검하고, 남들이 듣기 좋고 본인이 말하기에 자연스러운 톤을 찾아 목소리 훈련을 했다. 목소리 훈련을 시작한 뒤로는 자신감도 생기고 어쩐지 사람들이 자기 말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하하. 다음 면접은 분명히 합격이라고!’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 2008년 9월 12일자 과학향기 ‘면접에 성공하는 목소리의 비밀(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을 재활용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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