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끌 수 없는 불 ‘원자력’, 고리 1호기의 폐쇄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인 고리원전 1호기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운영주체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고리원전 1호기의 수명 재연장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로써 국내 원자력 산업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했던 고리원전 1호기는, 2년 뒤면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게 된다. 하지만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더 험난한 길이 남았다고도 볼 수 있다. 바로 ‘원전해체’와 ‘사용후핵연료 처리’의 길이다. 어째서 낙후된 발전소 시설을 해체하고, 사용 후 남은 연료를 처리하는 것이 왜 험난한 길일까. 

■ 가동시키는 것보다 가동 중단이 더 어려워 

원자력을 흔히 ‘붙일 수는 있지만, 쉽게 끌 수 없는 불’이라고 말한다. 원자력 발전소를 세워 가동하는 것보다, 가동을 중단시키고 완전히 해체하는 과정이 더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의미다. 실제로 해외 사례를 보게 되면 이 말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시카고에 위치한 자이온(Zion) 원전은 지난 1998년에 운전을 정지했는데,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해체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최초 상업용 원자로로 유명한 도카이(東海) 원전 1호기는 일본 내에서 가장 먼저 해체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작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지금까지 15년 동안 원전의 핵심 부분인 원자로 해체는 시작조차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원자력 분야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이나 일본조차 원전 해체 작업은 순탄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원전 설계 및 건설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해체 기술만큼은 아직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다. 원자력진흥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체와 관련된 38개의 핵심 기반기술 중에서 17개 정도만이 국산화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로의 해체 경험도 상업용의 수백분의 1 크기인 연구용 원자로가 유일하다. 과거 한국원자력연구소에서 가동되던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3’가 바로 그것이다. 

트리가 마크3는 발전용량이 2메가와트(MW)에 불과한 소형 원자로였는데도, 해체 기간만 1997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2년이 걸렸고, 비용도 170억 원 정도가 투입됐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이번 고리원전 1호기의 해체 작업은 전 세계 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전 해체 시장에 우리나라가 진입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폐로(decommissioning)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는 기회는 우리의 원전 해체 기술 경쟁력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폐로 과정이란 영구 정지된 원전 안에 있는 오염물질을 제거하고 발전소 시설을 해체하기까지의 제반 프로세스를 말한다. 물론, 오염돼 있을지도 모를 발전소 부지를 건설 이전의 원래 형태로 복원하는 작업도 이에 포함된다. 폐로의 방식에는 ‘즉시해체’와 ‘지연해체’가 있다. 즉시해체는 보통 영구정지 후 5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친 후 해체하는 방식이다. 기간이 비교적 짧고, 폐기물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빠른 부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지연해체는 영구정지 후 안전밀폐관리 과정을 거쳐 해체하는 방식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방사능이 감소하기 때문에 처리해야 할 방사성 폐기물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으며, 해체 비용을 나눌 수 있어 재정 유연성 확보가 가능하다. 두 방식은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국내 원자력 전문가들은 폐로 과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즉시해체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지연해체 방법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방식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고리원전 1호기의 폐로 작업도 두 방식을 섞어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폐로 과정은 대략 △해체 기획 △원전 특성 분석 및 운전 정지 △해체 설계 △제염 △절단 및 철거 △폐기물 처리 △부지 복원 △부지 규제 해제 등의 순서로 추진되며, 대략 20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건물 표면의 오염을 제거하고, 토양을 자연 상태로 완전히 복원하기까지는 대략 30~4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관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그림. 폐로과정(출처 : 원자력연구원)



천문학적인 수준의 폐로 비용 역시 걸림돌의 하나로 꼽힌다. 국내의 경우 최근 방사성폐기물관리비용산정위원회를 통해 원전 1기당 해체비용을 6,033억 원으로 결정한 것으로 발표했다. 일본의 경우는 과거 도카이 원전의 폐로 비용을 약 8,000억 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원전의 폐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용후핵연료’의 처리다. 사용후핵연료는 일반 쓰레기와 달리 단순 매립하거나 태울 수 없다. 땅 속 깊은 곳에 묻어도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사용후핵연료에 들어있는 방사능이 천연 우라늄 수준으로 떨어지려면 약 30만년 정도가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인류가 존재하는 동안에는 생활하는 지역과 완벽하게 분리돼 있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그동안에는 지하 깊은 곳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해 왔다. 

하지만 기존 처리장의 포화로 인해 새로운 처리장을 마련하든지, 아니면 처리 방식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방식을 바꾸는 것은 기존에 저장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를 재처리하는 것이다.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이라 불리는 이 기술로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금속연료를 고온으로 녹인 후, 이를 용매로 사용해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분리해내는 것이다. 

재처리 방식의 경우는 사실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기존의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가 금지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의해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만 이 방법은 안전과 경제성면에서 문제가 있어, 상용화까지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대다수 전문가들은 사용후핵연료의 재처리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하되, 단기적으로는 이들을 당분간 안정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습식이나 건식 저장소를 하루 빨리 건설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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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끄듯 원자력발전소 끌 수 없을까?

“지진해일이 몰려옵니다.”

경보가 있고 10분이 지나자 높이 10m의 거대한 파도가 몰려왔다. 물살은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고, 자동차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건물이 무너지고 길도 끊어졌다. 마을은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 전기공급과 통신이 중단돼 살아남은 이의 안전도 위협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3시경, 규모 9.0의 지진이 빚어낸 재앙이었다.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은 지난 140년 동안 일본에서 관측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1923년 9월 14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간토 대지진의 규모는 7.8이었고, 1995년 1월에 일어난 고베 대지진의 규모도 7.2였다. 이 지진의 여파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0여 차례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일본 전역이 지진 공포로 들썩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지진해일로 멈춰 버린 후쿠시마현 오하나마 원자력발전소다. 지진파의 충격을 받은 원자력발전소는 심하게 흔들렸고,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일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멈췄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생긴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냉각수의 순환이 멈추면 연료봉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12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1호기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13일에는 3호기 건물이 훼손됐고, 이들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빠져나왔다. 15일에는 2호기의 격납용기 장치가 파손됐고, 4호기에서 화재도 잇따랐다. 16일에는 3호기의 격납용기가 파손됐다. 5호기와 6호기도 계속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일본은 ‘최악의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지진해일로 전기가 끊어졌다’는 사실이 이렇게 무서운 상황으로 연결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원자력발전의 원리가 무엇이기에 전원공급이 중단됐는데도 폭발 위험이 있는 것일까? 스위치 끄듯 원자력발전소를 끌 수는 없는 걸까?

● 핵분열 열로 전기 만들어… 냉각수 필수

원자력발전은 원자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원자핵은 원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원자 중에는 원자핵이 중성자와 부딪치면 쉽게 쪼개지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라늄’이다. 원자핵이 둘로 쪼개지면(핵분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긴다. 이때 2~3개의 중성자가 빠져나오고 다른 핵과 부딪쳐 다시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를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열)로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리면 전기를 얻을 수 있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는 노심(爐心·Reactor core)과 이를 보호하는 격납용기로 돼 있다. 노심은 격납용기 내에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가 장착된 가운데 부분을 말한다. 여기는 보통 핵연료봉(우라늄), 냉각재(물), 연료 제어봉, 감속재 등으로 구성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진행되면 온도가 높아지고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냉각재는 열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냉각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냉각 과정에 문제가 생겨 폭발했다. 전기가 끊어져 원자로에 더 이상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정지해도 열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스위치 끄듯 간단하게 멈출 수 있는 장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열기 자체는 매우 강해서 그대로 두면 연료봉을 녹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냉각수가 공급돼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기존에 있던 물이 증기로 변한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 부피가 약 1700배 커진다. 이 때문에 원자로 내의 압력이 커졌고, 제한된 공간에 수증기가 가득차서 빵빵해진 것이다. 이대로 두면 폭발할 위험이 있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수증기를 밖으로 빼냈다. 덕분에 원자로 안의 압력은 낮아졌지만 수증기와 함께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나왔다.

● 핵연료봉, 냉각재→격납용기→콘크리트 격벽으로 감싸

방사성 물질은 동식물의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한번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수십년 또는 수세대에 걸쳐 불임증이나 백내장, 탈모, 유전병 등 심각한 부작용도 일으킨다. 또 골수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주로 호흡하거나 방사성 물질이 녹아 있는 물을 마실 때 몸속으로 들어와 체내에 쌓인다.

이 때문에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한다. 우선 물 같은 냉각재가 핵연료봉을 감싼다. 다음에는 격납용기가, 더 바깥에는 콘트리트 격벽이 버티고 서 있다.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겹겹이 둘러싼 것이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전기가 중단되면서 이런 벽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냉각수가 중단되자 핵연료봉이 섭씨 2,000~3,000도로 뜨거워졌고, 열 때문에 원자로에 있던 수증기가 분해되면서 수소도 많아졌다. 반응성이 좋은 수소가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건물 윗부분에 몰리자 폭발했고, 1호기와 3호기 건물을 파손시켰다. 가장 바깥에 있는 콘크리트 격벽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2호기는 냉각재와 콘크리트 격벽 사이에 있는 격납용기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 격납용기의 압력을 억제하는 부분인 ‘압력억제실(Surpression Pool)’ 설비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3호기의 경우 원자로 격납용기 자체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됐다.

4호기는 지진 발생 당시 운전이 정지됐지만, 원자로 내부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일정 기간 사용하고 빼낸 핵연료를 말한다. 핵연료는 압력용기나 격납용기 안에서 폭발하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상온 공기 중에서 불이 붙을 수 있어 더 위험한 셈이다. 또 사용후핵연료는 건물 외벽 하나만으로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는 격납용기 외부에 있는 수조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와도 체르노빌 사고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르노빌 폭발사고 당시에는 핵연료봉을 둘러싼 격납용기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중심부부터 뿜어져 나왔다. 또 폭발도 노심 전체에서 일어나 유럽 전체에 방사성 물질이 퍼지게 됐다.

이와 달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겹겹이 둘러싼 벽을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이 대기권 상층부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일본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과학기술 덕에 이만큼이나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겹겹이 쌓은 방호벽만큼 단단한 일본의 과학기술이 일본을 다시 일으켜 주길 바란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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