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과 사물이 소통한다, 사물인터넷!

멕시코시티의 범죄율은 2009년 이후 32%나 드라마틱하게 줄었다. 치안을 강화해서, 아니면 법이 엄격해져서일까. 그도 아니면 CCTV 설치 지역을 대폭 확대해서였을까. 정답은 도시 전역을 아우르는 감시 시스템에 장착된 오디오 센서다. 이 센서는 주변에 설치된 CCTV 카메라를 통해 사운드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총소리나 비명 소리 등에 반응하는 장비다.

각종 첨단 기술과 장비들이 전시되는 ‘스마트시티 엑스포’에서 소개된 이 사례는 요즘 정보통신과학기술(ICT) 분야의 가장 핫한 트렌드인 ‘사물 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이 우리 생활에 어떤 이점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미국의 유명한 통신 및 네트워크 전문 기업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회장은 2014년 2월 전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 기조연설에서 ‘사물 인터넷’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며, 인류 생활 방식 자체를 바꾸는 혁명적인 일이다.”

그로부터 딱 1년 후 2015년 1월 6일부터 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5’에서는 인류의 생활 방식을 크게 바꿀 ‘혁명적’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물 인터넷 기술과 서비스들이 대거 소개됐다. 삼성전자는 5년 내 모든 제품을 100% 사물 인터넷화하겠다고 선언했을 정도다. 반도체와 센서, 배터리, 네트워크 기술 등이 집약된 사물 인터넷 기술은 기존의 무선통신 기술과 어떻게 다르며 우리 실제 생활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 2020년, 500억 개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된다

사물 인터넷의 개념은 어렵지 않다. 현재도 우리 생활에서 사물 인터넷과 유사한 다양한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이미 보편화된 하이패스 시스템, 자동차 원격 시동 및 블루투스 통화 등 각종 무선 장치 등이 대표적이다. 사물에 센서를 부착하고 센서가 읽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인터넷으로 주고받고 처리하는 기술이다.

하지만 사물 인터넷의 기본 개념은 이것과는 조금 다르다. 사람이 조작하고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시켜 사물과 사물, 즉 휴대폰과 보일러나 자동차 스마트키와 자동차가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이다.

약 15년 전인 1999년 벨킨사의 케빈 애쉬턴이 사물 인터넷이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한 후 반도체와 센서, 통신 및 데이터 처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IT 분야 글로벌 리서치사인 ABI는 앞으로 5년 뒤인 2020년까지 약 500억 개에 달하는 기기가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사물 인터넷 구현을 가능케 하는 각종 과학기술이 이미 나왔기 때문이다. 여러 대의 무선 기기가 동시에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는 무선 네트워크 기술, 제타바이트(10억 테라바이트=1조 1000억 기가바이트·3메가바이트 용량의 MP3 음악 파일을 281조 5000억 곡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술, 모인 데이터를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꺼내어 쓸 수 있는 클라우드 기술 등은 IT 기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라면 알고 있는 용어들이다.

특히 센서 기술과 네트워크 기술은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원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데 핵심이다. 그 중에서 사용자나 사물의 위치와 통신 규격을 파악해 주는 ‘비컨(beacon)’은 적외선이나 무선 주파수, 블루투스와 같은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한다. 사물의 위치와 정보를 센싱하는 무선통신 기술이 기존에는 몇 cm ~ 수 m에 불과했지만, 비컨 기술의 발달로 몇 십 m에 있는 사물끼리도 데이터를 주고받는 게 가능해졌다.

■ 알람 시계가 커피 메이커를 작동시키고, 자동차가 서로를 피한다

앞서 설명한 대로 사물 인터넷은 인간의 개입과 조작을 최소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물끼리 알아서 서로를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특정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많은 가전업체들이 이와 같은 기능을 염두하고 사물 인터넷에 기반한 ‘스마트 홈’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테면 알람 시계와 커피 메이커를 연동시켜 놓으면 특정 시간에 알람이 울리는 동시에 커피 메이커에서는 커피가 만들어질 것이다. 냉장고에 있는 음식이나 식재료의 유통 기한이 지나면 냉장고가 인식해 신호를 보내줄 것이다. 특정 시간이 되면 사용자가 미리 맞춰 놓은 조명이 켜지고, 조명은 사용자의 기분을 살피며 때때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무드 등을 스스로 작동시킬 것이다.

사물 인터넷이 꿈꾸는 일상의 모습이지만 아직 상용화하기엔 이르다. 그러나 이미 의료나 자동차, 농업 분야 등에서 사물 인터넷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한 회사가 개발한 ‘글로우 캡(Glow Cap)’이라는 약병은 환자가 약을 복용할 시간을 알려준다. 약을 먹을 시간에 약병 뚜껑의 램프가 켜지고 소리도 난다. 환자가 약병을 열면 센서가 감지해 인터넷으로 환자가 약을 복용했다는 정보를 병원에 보내준다.

이 서비스를 사물 인터넷으로 보는 이유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더 앞서갔기 때문이다. 복용 시간이 지났음에도 약병 뚜껑이 열리지 않으면 병원 시스템이 자동으로 환자에게 SMS나 알림을 보낸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 회사는 사물 인터넷을 활용한 시스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운전자의 습관이나 출퇴근 시간 등을 학습해 운전자의 기분에 맞는 장소를 스스로 추천해 준다. 미국 교통부는 차량이 서로 신호를 교환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시스템을 구상중이다. 운전자가 보기 어려운 차량을 보고 위험을 스스로 감지해 자동차가 이를 피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농업 분야에서도 사물 인터넷 활용 시도가 등장했다. 농업 관개 전문 첨단 기업 ‘밸리 이리게이션’은 농작물이 뿌리를 내리는 흙 1.2m 깊이에 센서를 사용해 온도와 습도, 토양의 상태를 추적한 데이터를 관개 장비에 전송해 알아서 물이나 비료를 주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관개 장비와 토양의 센서가 서로 통신해 토양의 조건에 따라 물과 비료를 적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선구자들이 그렸던 사물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미래가 조금씩 우리 곁으로 다가오는 날이 멀지 않았다. 물론 과학향기 칼럼 2014년 3월 19일 자 ‘좀비가전, 냉장고 문이 저절로 스르륵?!’에서 언급되었던, 취약한 보안 때문에 해커들에 의해 사고가 유발되거나 새로운 피싱이 발생될 수 있는 것과 같이 부정적인 측면도 공존하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글 : 김민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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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로 읽는 과학] 좀비가전, 냉장고 문이 저절로 스르륵?! 
2014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Keyword로 읽는 과학]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계의 신조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Keyword로 읽는 과학] 코너에서 최신과학기술용어나 신조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독자 분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 독자참여-주제제안 란, 또는 댓글로 알고 싶은 키워드를 남겨 주시면 선정 후 기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런 냉장고 어떤가? 양손에 반찬통이라 문 열기가 어려우면 알아서 척척 문을 열어주는 냉장고. 김치면 김치, 회면 회. 넣은 칸마다 음식에 따라 온도를 맞춰서 바꿔주는 냉장고. 20세기까지 냉장고는 그저 음식을 상하지 않게 보관하는 장소에 불과했다. 하지만 냉장고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냉장고는 점점 더 똑똑해져서 보관된 식자재의 유통 기한을 관리하고, 지금 보관한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알려준다. 앞으로 냉장고는 산지에서 출하되는 제철 채소를 말해주고, 요리 이름을 입력하면 필요한 재료를 인근의 어느 상점에서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 검색해줄 것이다. 아니, 계획된 식단에 필요한 재료를 스스로 상점에 주문하고, 결제하는 구매 대행 기능을 갖출 수도 있을 것이다. 식이 요법이 필요한 사람이 먹어서는 안 되는 식품을 꺼낸다면 알람을 울리는 기능도 상상해볼 수 있다.

아마 가까운 미래에 냉장고는 우리들의 영양사이자 식품 구매 대행자가 될 테고, 귀찮은 내부 청소는 내장된 로봇이 알아서 처리하는 능력자가 될 게 틀림없다. 이 모두는 냉장고가 스마트, 그러니까 똑똑해지게 된 덕분인데, 그 비결은 ‘인터넷’이다.

하지만 냉장고가 인터넷에 연결된 이 장밋빛 미래에는 그늘 역시 만만치 않다. 알아서 문 열어주고 온도 맞춰줄 줄 아는 냉장고는 반대로 언제든 제멋대로 문을 여닫고, 작동을 멈춰버리는 악동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소위 ‘어둠의 세력’이 냉장고로 할 수 있는 일을 따져보자.

나와 내 냉장고 정보가 유출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지금 먹는 마요네즈에는 첨가물이 많으니 자사 제품으로 바꾸라며, 내 냉장고 속 정보를 훤히 다 알고 보내는 기막힌 스팸이 폭주할지 모른다. 그러나 스팸 메일은 애교다. 냉장고를 해킹해서, 설정 온도를 제멋대로 바꾸거나 고장을 낼 수도 있고, 작동을 아예 멈추게 할 수도 있다. 특정 기관과 기업의 업무를 마비시키는 디도스 공격에 내 냉장고가 쓰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공격적인 테러리스트들이 냉장고 자체를 원격 폭탄으로 사용하리란 끔찍한 상상도 해볼 수 있다. 이 쯤 되면 인터넷으로 세상에 연결된 냉장고는 미래 사회를 그린 SF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도 남을 지경이다.

‘사물 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생활 속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안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사물 인터넷 기기는 지난해 87억 개에서 2020년에는 500억 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적인 통신 장비 업체 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은 사물 인터넷 시장의 규모가 19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 역시 현재 2조 3천억 원인 국내 사물 인터넷의 시장이 2년 뒤 4조 8천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앞으로 이를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물건과 기기가 사람을 통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정보를 공유하는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2002)’에서 봤던 것처럼 길 가의 광고판마저 나에게 인사를 할 날이 온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사물 인터넷은 태생적으로 보안에 취약하다. 스마트 가전을 내세우지만 TV나 냉장고에는 그 흔한 ID나 비밀번호도 없다. 사물 인터넷 기기들은 대개 운영 체제(OS)를 갖추고 있지만 제품 자체에 보안 기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또 무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기기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유선과 달리 무선은 IP 차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접근을 차단하고 좀비화된 기기를 추적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사용 빈도가 낮은 기기나 방치된 기기가 범죄의 도구로 쓰일 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제 때에 알고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기존의 보안 방식은 PC와 같은 전통적인 인터넷 환경에 맞춰 있어 사물 인터넷 기기에 적용하기 어렵고, 아직까지 사물 인터넷과 관련된 보안 표준과 규제가 없는 상황이다.

TV나 냉장고가 해커들의 공격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건 공상이 아니다. 지난 1월 미국의 보안 업체 프루프포인트는 TV나 냉장고와 같은 가정 내 가전을 이용한 사이버 공격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의 발표에 의하면 2013년 12월 23일부터 2014년 1월 6일까지 약 보름간 악성 이메일 75만 건이 발송되었다고 한다.

국내 보안 업체들은 이미 몇 해 전 가정용 오디오나 프린터가 악성 코드에 감염돼 오작동 하는 모습을 시연해 보였다. TV를 해킹하면 시청자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스마트TV의 홈쇼핑 방송을 해킹해 시청자가 주문하면 돈이 해커에게 입금되도록 하는 방식의 새로운 피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자동차를 해킹하면 달리는 속도나 방향을 해커가 조작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고작 20 달러짜리 회로 기판 하나를 자동차에 연결하면 가능하다. 의료 기기 해킹은 치명적이다. 모바일 전문 보안 업체 룩아웃은 당뇨병 환자에게 인슐린을 주입하는 인슐린 펌프가 해킹에 취약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테러리스트들은 항공기를 해킹해 경로를 바꾸고 미사일을 엉뚱한 곳에 떨어뜨리게 만든다. 그저 영화 속에서만 있는 일이라고 안심할 수 없다. 온갖 사물이 서로 연결되어 인간의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게 될 때 엘리베이터는 언제든 생명을 위협할 테니까. 보안을 위해 설치한 디지털 도어록이나 CCTV가 도리어 도둑에게 제 발로 문을 열어주고 증거를 지워버릴 수 있다.

사물 인터넷이 만개한 뒤에는 늦다. 해커들의 천국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서둘러야 한다.

※좀비 가전 : 해커들이 PC를 해킹해 악성 코드나 바이러스를 심은 뒤 ‘좀비 PC’를 만들어 조종하는 것처럼 해커의 공격에 감염되어 각종 스팸 메일이나 악성코드를 유포하는 스마트 가전 기기.

글 : 이소영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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