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몸으로 우주낙하? 극한에 도전하는 인간들

1960년 8월 16일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계단’이란 명판을 단 곤돌라가 헬륨 기구를 타고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다. 약 1시간 30분 후 그 곤돌라는 대류권을 지나 영하 60도의 공기 한 점 없는 지상 3만 1,300m의 성층권에 다다랐다.

그동안 곤돌라에 타고 있던 조 키팅어 미 공군 대위는 여압복(옷이 밀폐돼 있어 산소와 기압을 내부에서 조절한다) 오른쪽 장갑의 기밀 상태가 좋지 않아 자신의 오른손이 2배로 부풀어 오르는 고통을 겪었지만 꾹 참았다. 곧 벌어질 인류 역사상 최고 높이의 고공 낙하를 위해서였다.

기도를 마친 키팅어 대위는 타고 있던 곤돌라에서 빠져나와 아래의 옅게 층진 지구의 대기권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대로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변에 보이는 물체가 하나도 없어 시각적으로 기준을 삼을 만한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니 자신이 타고 왔던 기구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주를 향해 달아는 게 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구가 그 자리에 있었고, 키팅어 대위가 그처럼 빠른 속도로 낙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속 1,149.5㎞의 속도로 떨어지던 키팅어 대위는 낙하 36초 만에 작은 제동낙하산을 펼쳤다. 기압이 낮은 고도에서 사람의 몸이 나뭇잎처럼 빙글빙글 도는 ‘플랫스핀’ 현상이 발생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4분 뒤에는 고도 5,300m에서 주낙하산을 펼쳐 뉴멕시코의 사막에 무사히 내려앉았다. 이로써 그는 유인기구 상승고도 최고 기록과 가장 높은 고도에서의 점프, 최장 시간 자유 낙하, 항공기를 타지 않은 상태에서의 최고 낙하 속도 등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런데 52년 동안 깨지지 않고 있던 조 키팅어의 기록이 2012년 10월 14일 드디어 갱신됐다. 주인공은 바로 오스트리아의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인 펠릭스 바움가르트너. 그는 헬륨 기구를 타고 지상 3만 9,045m 높이까지 올라간 다음 고공 점프해 최고시속 약 1,342㎞의 속도로 자유 낙하하다가 지상 1,5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펼쳐 미국 뉴멕시코주의 사막 지대에 안전하게 착륙했다.

소리가 매질을 통과하는 속도인 음속이 시속 약 1,224km이니 그가 기록한 시속 1,342km는 마하 1.24의 속도다. 따라서 그는 맨몸으로 낙하하면서 음속을 돌파한 최초의 기록 보유자가 됐다.

더불어 그는 유인기구 상승 고도 최고기록과 가장 높은 고도에서의 점프 등 모두 3개 부문에서 신기록을 작성했다. 다만 자유 낙하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4분 19초 만에 낙하산을 펼침으로써 조 키팅어가 작성한 세계 최장시간 자유낙하인 4분 36초의 기록을 갱신하지는 못했다.

1969년생인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스카이다이버이자 고층 빌딩에서 낙하산 점프를 하는 유명한 베이스 점퍼다. 그는 2004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량인 프랑스의 밀로 다리(높이 342m)에서 베이스 점프를 했으며, 1999년에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구세주 그리스도’상(높이 29m)에서 뛰어내려 세계 최저 고도 베이스 점프 기록도 세운 바 있다.

이처럼 점프의 베테랑인 그도 이번 고공 낙하를 위해 헬리콥터에서의 자유낙하 연습 등을 비롯해 무려 7년여의 세월 동안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지난 52년간 무수한 도전자들이 조 키팅어의 기록 경신에 나섰지만 성공한 이가 아무도 없었으며 심지어는 그 와중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기도 했을 만큼 성층권에서의 스카이다이빙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의 고공 낙하 성공에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첨단 과학기술이었다. 그가 타고 올라간 헬륨 기구는 그 부피가 1960년의 조 키팅어가 타고 갔던 기구의 10배가 넘는 8억 5,095만L였다. 헬륨을 꽉 채울 경우 높이가 55층 빌딩과 맞먹는 180m나 되지만, 0.02mm의 초경량 폴리에틸렌 소재로 제작돼 무게는 1.7톤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입은 특수 우주복인 여압복은 영하 67도에서 영상 38도의 온도를 견딜 수 있음은 물론 초음속 낙하에 필요한 각종 장비들이 부착돼 있었다. 그가 착용한 헬멧 역시 김서림 방지 기능 등 최첨단 기술이 대거 적용돼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밖에 그가 탄 캡슐과 15대의 카메라, 컨테이너 두 대 분량에 이르는 통신장비 등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의 신기록 작성 뒤에는 수많은 기술진의 노력과 최첨단 과학기술이 숨겨져 있다.

조 키팅어나 펠릭스 바움가르트너는 무엇을 위해 이 같은 첨단기술을 동원해가며 목숨을 건 낙하에 도전한 것일까. 단지 공명심의 발로일까 신기록에 대한 성취욕일까. 아니다. 거기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고속 비행 중인 항공기가 고공에서 문제를 일으킬 경우 승무원의 안전한 비상탈출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 바로 그 목적이다.

조 키팅어가 기록을 세운 당시에는 제트기가 비행고도와 속도면에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던 때다. 따라서 제트기에서의 탈출 방안이 반드시 필요했다. 또 바움가르트너가 신기록을 작성한 오늘날은 민간 우주비행시대를 맞아 1950년대의 제트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공, 고속 비행하는 우주선에서의 안전한 비상탈출 방안이 시급한 형편이다. 이렇게 끊임없이 극한에 도전하는 인간의 노력은 오늘날 과학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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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착륙을 방해하는 바람, 윈드시어

파란 잉크를 마구 풀어놓은 듯 새파란 하늘과 두둥실 떠다니는 하얀 구름, 그 아래로 보이는 제주의 푸른 바다!! 아빠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탄 태연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만끽하고 있다. 단지 아빠의 출장에 묻어온 것에 불과하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제주 바다를 즐기며 콧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태연에겐 행복 그 자체다.

그런데 멀리 제주공항이 보이기 시작한 바로 그 때, 비행기가 상하 좌우로 마구 흔들리더니 급하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비행기는 다시 고도를 높이더니 곧바로 ‘돌풍으로 인해 착륙에 실패해 다시 서울로 향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악! 안 돼, 안 돼!! 학교까지 빼먹고 아빠 출장을 따라왔는데,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어떡하냐고요! 기장 아저씨! 스튜어디스 언니! 당장 비행기를 돌리라고요오오오!!”

태연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도 한몫 거든다.
“그려, 다시 뱅기를 돌리랑께! 경주김씨 백촌공파 4대 독자가 제주섬에서 시방 탄생하는 중인디, 가긴 어딜 간다는겨!!”

“아이고, 태연아! 그리고 할머니! 지금은 도저히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회항이 최선이라고요.”

“먼 소리여! 아까까정 바람 한 점 없이 멀쩡하드구만 돌풍은 뭔 돌풍! 기장이 실력이 없어서 못내링께 지금 이 쌩쇼 아닌감?”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 부는 돌풍은 ‘윈드시어(wind shear)’라는 건데요. 강한 바람이 다양한 지형지물과 부딪힌 뒤 하나로 섞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용돌이 바람이라서 아무리 뛰어난 기장이라도 바람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특히 제주도 같은 경우엔 강풍을 동반한 기압골이 한라산을 만나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윈드시어가 자주 발생해요. 일 년에 평균 408편의 비행기가 윈드시어 때문에 결항을 할 정도라고요. 2011년 8월에는 제주, 부산 등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기 129편이 무더기로 결항한 것도 윈드시어 때문이고요.”

“엥? 윈드 거시기가 그러코롬 무서운 겨? 하긴 이름부터 무섭기는 하고만. 잇몸이 어쩌코롬 시려분지 ‘잇몸 시려’에서 따 온 거 아녀? 나이가 드니까 잇몸 시려분게 젤 무섭단 말이재~.”

“깔깔깔!! 윈드시어가 잇몸 시려에서 생긴 말이라니…. 할머니 완전 작명의 달인이셔!! 그런데 아빠, 과학이 이렇게 발달했는데 윈드시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거예요?”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가 정답이야. 대신 조종사가 직접 윈드시어를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신 항공기에는 대부분 윈드시어 감지 장치가 장착돼 있지. 만약 이 장치에서 경보가 울리면 비행기는 그 즉시 복행(Go-around)을 해야 한단다. 복행은 착륙하려고 내려오던 비행기가 착륙을 중지하고 다시 날아오르는 비행법이야. 보통 무슨 사고가 났나 싶어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윈드시어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안전한 대처법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 와 본 제주도를 땅 한 번 못 밟아보고 되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슬퍼요. 다음엔 윈드시어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 날 와야지. 암튼, 그 무시무시한 그 바람만 없으면 맘 놓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거죠?”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안개, 바람, 뇌우, 눈, 비 등 모든 기상 여건이 비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단다. 그 중에서도 바람이 가장 무서운데, 지상 500m에서 1,000m 사이에서는 윈드시어가 불어서 무섭고, 높은 고도에서는 갑작스러운 난기류가 생겨 무섭고, 뒤에서 부는 뒷바람은 양력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잘 날지 못하게 해 무섭지. 또 안개나 눈, 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짧게 해서 조종사의 안전운행을 방해해.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도 공기 밀도가 낮아져 양력이 작아지기 때문에 운항이 어려워진단다.”

“뭔 소리여 이 사람아~. 자꾸 양력 양력 하는디, 세상이 아무리 천지개벽을 혀도 생일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정해야 쓰는겨. 울 4대 독자는 틀림없이 음력을 쓸 것이랑께.”

“하하, 할머니 여기서 양력은 그 양력이 아니라, 비행기를 띄우는 힘을 말하는 거예요. 보통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고 아랫면이 평평하게 생겼는데, 그 때문에 날개 위아래에서 공기가 다른 속도로 흐르게 되거든요. 윗면의 공기가 아랫면의 공기보다 빠르게 흐르는 거죠. 그렇게 되면 윗면의 기압이 아랫면보다 작아지고 자연스럽게 비행기 날개가 위로 떠오르는 힘, 즉 양력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가만 가만!! 시방 이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생각이 떠올랐구먼. 우리 4대 독자 이름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치고 간 것이여. 김윈드 어떤감? 윈드시어가 허벌나게 부는 날 태어났응께 말여! 아님 김뱅기로 할까나? 뱅기서 이름을 지었응께. 엉?”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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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술, 박쥐에게 배운다!

‘과연 어떤 녀석을 데리고 왔을까?’ 
오늘따라 집으로 향하는 아빠는 발걸음이 급하다. 어젯밤, 무려 14일이나 교제한 남자친구를 당당히 부모님 앞에 소개하고 싶다는 태연의 폭탄선언에 서운함과 뿌듯함 등등 만감이 교차했던 아빠다. 그런데 웬걸. 집에 도착하자마자 태연의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담 밖을 넘는 게 아닌가. 

“너, 지금 내가 공부 못한다고 무시하는 거야?” 
“어허,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구나. 박쥐는 조류가 아니라니깐.” 
“날아다니는데 조류지 그럼 어류냐? 난 딴 건 몰라도 무시하는 남자랑은 절대 못살아!” 
“난 너랑 살자고 한 적 없는데?” 
“아니 그럼, 14일이나 사귄데다 손까지 잡았는데 결혼을 안 하겠다는 거야? 이 나쁜 놈! 사기꾼! 바람둥이!!” 

아빠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14일 사귀고 결혼을 하겠다는 태연의 무모함과 박쥐를 조류라고 우기는 무식함에 또 한 번 만감이 교차하는 아빠다. 

“아이고 태연아. 그건 네 남자친구 말이 맞아. 박쥐는 틀림없이 포유류란다. 깃털이 아닌 털로 덮여있고, 알이 아닌 새끼를 낳는다고! 박쥐의 날개는 정확히 말하면 날개가 아니라 ‘비막(飛膜)’이야. 박쥐의 손가락이 점점 길어지면서 손가락 사이의 피부가 늘어나서 날개 역할을 하게 된 거라고.” 

“어머, 정말요?? 원표야 미안해.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봐. 원래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태연이로 돌아갈게. 사실 나 싸움 같은 거,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 애거든. 호호호” 

아빠는 태연의 가증스러운 애교에 속이 더부룩하다. 하지만 원표 앞에서 태연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라도 박쥐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줘야겠다고 아빠는 생각한다. 

박쥐는 참 신비한 동물이란다. 하늘을 나는 유일한 포유류라는 점도 그렇지만 더 놀라운 건 최첨단 과학기술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동물이라는 거야. 레이더, 초음파 영상탐지기, 유체흐름감지기, 열감지기 같은 기술들 말이지.” 

“정말요? 아버님, 저는 과학에 아주 많은 흥미를 가진 사나이랍니다. 자세히 좀 말씀해주세요.” 

아빠는 자신을 아버님이라 부르며 적극적인 호감을 표하는 원표가 싫지 않은 듯, 신나게 지식자랑을 시작한다. 

“레이더장치가 뭔지는 알고 있지? 전파를 사방으로 보낸 다음, 그 전파가 물체에 부딪혀 되돌아오는 것을 분석해서 어디에 있는 어떤 물체가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계 말이야. 그런데 박쥐도 그와 같은, 아니 그보다 훨씬 뛰어난 레이더를 갖고 있단다. 박쥐는 입과 코로 초음파를 내보내. 그 다음 그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는 메아리를 듣고 방향을 설정해서 길을 찾기도 하고 먹이를 잡아먹기도 하는 거지. 초음파는 주파수가 높은 소리로, 사람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음파를 말해. 사실 박쥐의 시력은 아주 나빠. 어두운 곳에만 있다 보니 눈이 굳이 좋을 필요가 없어서 퇴화된 거지. 그래서 시력 대신 초음파 같은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해 생활한단다.” 

“와, 진짜 신기하다. 제 2의 눈이 있는 거네요?” 

“그렇지. 물체를 단순히 인식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주 입체적으로 1mm 차이까지 완벽히 구분해 볼 수 있어. 심지어는 물체의 재질까지 알아낼 수 있다고 해. 최첨단 3차원 초음파 영상탐지기 기능을 하는 셈이지. 보통 병원에 가면 초음파 영상탐지기를 이용해서 뱃속의 아기나 심장 같은 장기의 움직임을 보잖니. 그런 능력이 박쥐에게도 있다고 생각하면 된단다.” 

“대단하네요~.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한꺼번에 수백 수천마리의 박쥐들이 초음파를 낼 땐 어떤 게 자기가 낸 초음파인지 헷갈리지 않을까요?” 

“아주 스마트한 질문이구나! 수천 마리의 박쥐가 초음파를 내는 상황을 한 사람이 수천 개의 라디오 채널을 틀어놓은 것에 비유해 보자. 과연 하나의 내용이라도 정확히 들을 수 있을까? 그런데 인간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그런 일들을 박쥐는 손쉽게 해낸단다. 안타깝게도 그 놀라운 능력의 비밀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 하지만 피막에 있는 털이 부드러운 비행을 도와줘서 초음파에 더 정확히 반응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것은 밝혀져 있단다.” 

“엥? 털이 비행을 도와줘요?” 

“신기하지? 박쥐는 급정지, 급출발, 급회전, 거꾸로 날기와 같은 고난이도의 비행도 척척 해낼 수 있단다. 새 보다 비행 솜씨가 좋을 때가 많지. 이런 놀라운 비행의 비결은 피막에 나 있는 미세한 털이라고 해. 이 털은 공기의 흐름을 엄청나게 예민하게 읽어내는 재주가 있어서 공기 흐름에 어긋나지 않게 갑자기 방향을 돌리거나 공중에서 멈추는 것까지 가능하게 해준단다.” 

“처음에 말씀하신 유체흐름감지기와 같은 기능 말이군요. 자, 그럼 이제 박쥐의 열감지기 기능을 말씀해 주실 차례입니다.” 

“원표야, 아나운서 흉내 내지 말고 좀 애답게 말해주면 안되겠니? 암튼 박쥐의 열 감지 능력은 솜씨 좋은 드라큘라가 되는데 꼭 필요하단다. 박쥐의 코에 있는 생체물질(TRPV1)은 열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하지. 그런데 동물의 몸에서 정맥이나 동맥이 흐르는 곳은 다른 곳보다 온도가 약간 높아. 박쥐는 그 미묘한 차이를 기가 막히게 구분해서 정맥에 송곳니를 박고 쪽쪽 피를 빨아먹는단다. 물론 모든 박쥐가 그렇다는 건 아니고 중앙아메리카 지역에 사는 일부 흡혈박쥐들이 그런다는 거야.” 

아빠의 흡혈박쥐 얘기에 태연의 오버연기가 작렬한다. 무서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원표에서 매달리다시피 한 태연. 태연의 그런 태도를 도저히 봐주기 힘들어진 아빠는 쐐기를 박는 한 마디를 던진다. 

“태연아, 오늘도 부엌에 있는 바퀴벌레 잡아 줄꺼지? 원표야, 너 그거 아니? 태연이가 손바닥으로 바퀴벌레를 찍~ 눌러서 잡는 데는 아주 선수란다. 국가대표 급이야. 태연아 이참에 한 번 보여줄래?”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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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 지긋지긋한 파리. 생선장사 10년인데 어떻게 아직도 파리를 제대로 못 잡는지.”

파리채를 휘두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들에 꼬여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파리를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빨리 날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영 잡을 수가 없네.’

생선가게 주인은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갈치를 향해서 파리채를 휙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선가게 주인의 파리채가 50도 각도로 파리 앞으로 떨어지는 동안 파리는 다리들을 앞으로 내어 비스듬하게 만든 뒤 다리를 들어 올려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파리가 몸의 각도를 틀어 파리채의 공격으로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100밀리초(1밀리초는 1천분의 1초)에 불과했다.

대장 파리는 파리들에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파리채가 앞에서 공격해올 때는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각도를 바꿉니다. 파리채가 뒤에서 나타나면 다리를 약간 뒤쪽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옆에서 오면 어떻게 할까요? 네. 다리를 고정한 채로 있다가 점프하기 직전에 반대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도망갑니다. 다리만 살짝 뻗어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내려앉은 상태에서 이륙하는 데 0.2초도 걸리지 않죠. 인간이 아무리 빨리 내려치더라도 이보다 빠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배운 대로만 하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리들은 갈치 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파리는 걸으면서 먹고 몸치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파리채 피하는 일을 어떤 파리들은 스릴 넘치는 일종의 오락으로 여겼다. 파리채가 날아오면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를 재빨리 계산한 다음 행동을 취했다. 파리들은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허튼 동작을 하지 않고 치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앵앵 앵앵. 인간들은 우리가 허겁지겁 도망쳐서 운이 좋아 파리채를 피했다고 생각하겠지. 낄낄.’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갈치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생선가게 주인은 소득 없이 파리채만 흔들고 있었다. 옆집 과일가게 주인이 말을 건다.

“아이고, 오늘 유난히 파리가 들끓네요.”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들끓으니 속이 상해 죽겠네요.”

“파리채라는 게 파리 잡으라고 만든 물건이라도, 웬만치 기술이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어찌나 나는 기술이 좋은지 과학자들도 파리 나는 법을 연구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과학자들이 파리 나는 걸 왜 연구하는데요?”

“그러게요. 우리 눈에는 앵앵거리고 더러워 잡아 없애고만 싶은 파리지만, 과학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질 않나 봐요. 파리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같은 거 생각해보면 뜨고 내릴 때 대단히 요란하죠? 파리나 벌처럼 빠르고 사뿐 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기술을 가진 비행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한대요. 실종자 수색이니 군사용 정보수집이니 쓸모가 얼마나 많겠어요.”

오랜 연구 끝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팀은 0.06g의 극소형 파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날개는 1초당 150회를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은 직진과 상승 비행만 가능하고 자체 동력도 없다. 하지만 실제 파리는 공중부양을 위해 1초에 200회나 날개를 펄럭거리고 U자형 선회도 할 수 있다. 로봇 비행체가 공중에 안정적으로 계속 떠 있으려면 파리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그런 기술 다 필요 없으니 파리만 쫓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선가게 주인아저씨는 파리든 파리 로봇이든 생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하하, 파리가 재빨리 도망치는 기술, 실은 이게 제일 대단한 거죠. 파리만큼 날다가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생명체가 없답니다. 수컷 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 파리가 조금이라도 비행 궤적을 변경하면 0.03초 내에 비행 자세를 수정해 암컷을 따라갑니다. 정말 빠르죠. 우리가 파리채를 들어 올릴 때 파리는 벌써 날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파리가 눈으로 보면 몸은 이미 달아나고 있는 셈이죠. 얼마나 두뇌가 빠르고 치밀한지 몰라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디킨슨 박사 연구팀은 파리의 움직임을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는 자신을 잡으려는 파리채가 나타나면 날아오르기 전에 이미 알아채기 어려운 자세를 연속해서 취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계획을 세우고 날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를 잡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단지 어렵다는 얘기죠. 파리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파리가 있는 곳을 치는 것보다는 파리가 도망갈 걸로 예상되는 곳을 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겠네요.”

파리들은 생선가게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앵거리며 생선 위에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다.

“앵앵 앵앵 우리 파리를 영어로 플라이(fly)라고 한다네. ‘날다’라는 뜻의 플라이(fly)와 철자도 같지. 나는 걸로는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걸. 앵앵.”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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