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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0 비타민도 과용하면 독(毒)!
  2. 2010.10.11 매운 고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2)

비타민도 과용하면 독(毒)!

만성피로에 시달리는 모 대기업 부장 김남용 씨(가명, 40대)가 병원을 찾아왔다. 그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김 씨의 건강 기록지는 종합병동을 연상케 했다. 지방간, 고혈압, 고지혈증에 흡연, 음주 등 어느 것 하나 안심할 것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짐짓 자신만만했다. 술이나 담배를 줄여야 한다고 처방하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줄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그렇다면 건강관리를 위해 실천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그는 대답대신 가방을 열어보였다. 그 안에는 온갖 비타민 약통들이 담겨져 있었다. 약국을 차려도 될 정도인 그의 비타민 리스트는 지용성, 수용성, 합성, 천연, 국산, 외국산을 총망라하고 있었다.

김 씨는 과음하고 난 다음날 숙취해소용 드링크를 빼먹지 않고 마셨고 아침식사를 거르더라도 종합비타민 한 움큼은 꼭 챙겼다. 그에게 왜 자주 아침식사를 거르느냐고 묻자, 엉뚱하게도 식사를 거르는 대신 종합비타민을 챙겨먹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에게 종합비타민은 아침밥 결식의 면죄부가 되고 있었던 것이다.

최신 연구결과들을 살펴보면 비타민이 가진 긍정적 효과에 대해 종종 보고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마라토너, 스키어나 군인들처럼 극한 육체적 상황이나 추운 환경에 노출되는 직군에게 비타민 C가 감기를 예방하는 효과를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비타민 C는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들에게는 분명 도움이 되는 희소식이다.

‘비타민’은 유명 건강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쓰일 만큼 한국인들에게 무척이나 긍정적인 영양소로 느껴진다. 비타민은 외부의 식품이나 약물을 통해서만 공급되기 때문에 적절한 비타민 복용은 중요한 내 몸 경영 활동이다. 식품으로 비타민을 원활하게 공급받기 어려운 이들에게 적절한 비타민 제제나 보조식품은 최선의 건강도우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타민을 복용할 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비타민은 ‘보조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인체가 필요로 하는 대부분의 비타민은 정상적인 식사로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 얼마 전 실시됐던 대규모 역학조사는 그간 인류가 갖고 있던 비타민에 대한 환상과 무지가 심했음을 보여준다. 또 현대인의 비타민 사용이 누더기 옷을 기워놓은 것처럼 막무가내였음을 반성케 했다.

일명 비타민쇼크, 코펜하겐쇼크로 불리는 이 조사결과는 잘못된 비타민 사용이 오히려 생명을 단축시킬 수도 있는 위험요소임을 보여 주었다.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집약체 한 알을 복용하는 것으로 모든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이보다 편한 건강법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이는 한국인이 그간 추종해온 ‘한 방에 모두 해결하기’를 위한 빨리빨리 건강법의 한 극단일 뿐이다.

비타민은 필수적인 경우에만 먹거나 보조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많은 양을 복용할 때는 반드시 영양의학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아야 한다. 전문의들이 권고하는 비타민 사용원칙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면서 연령에 맞게 한두 알 정도의 종합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몸에 생기는 다양한 문제들로 그 이상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영양전문가를 찾아 체계적인 처방을 받아야 한다.

다이어트를 할 때와 같이 비타민 소모가 많고 음식섭취가 소홀한 특수 상황이라면, 일시적으로 비타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허용된다. 하지만 이때도 무조건 약에 의존하기보다는 정상적인 식사패턴으로 신속히 복귀해 음식으로 비타민을 섭취하도록 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은 술, 담배의 절제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만으로도 스트레스 경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 다음과 같은 비타민을 활용할 수 있다. 만성스트레스는 부신의 기능을 소진시키므로 비타민 C 500~1,000mg, 비타민 B5 100~500mg, 비타민 B6 50~100mg, 아연 20~30mg, 마그네슘 250~500mg 등을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이 영양소들은 대체로 신선한 과일과 야채에 많이 들어있으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 제철 과일을 챙겨 먹으면 도움이 된다.

업무과다로 인한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피로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일에 있어 80대 20 원칙 훈련과 휴식,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을 실시해야 한다. 그밖에 일시적으로 기본영양제와 함께 미네랄 보충제를 복용하면 효과가 있는데, 하루에 비타민 C 500~1000mg이나 마그네슘 200~300mg을 1일 3회 복용하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비만일 경우 과다한 탄수화물섭취로 인해 인슐린 기능이 저하될 수 있으므로 인슐린 민감성을 올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크롬보충제를 복용하면 체중조절과 더불어 혈당조절을 개선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출 수 있다. 또 코엔자임 Q10은 지방을 적절한 에너지로 전환하고 분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음식 섭취를 줄이고 활동량을 증가시켜 살을 빼려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불면증일 경우 스트레스 조절과 수면인지훈련 및 환경 개선이 중요하다. 개선되기까지 취침 전 니아신, 비타민 B6, 마그네슘, 멜라토닌 등을 이용하면 도움이 된다. 이처럼 비타민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병원을 찾은 김 씨의 경우는 어땠을까? 사실 그는 영양과잉상태였다. 영양과잉상태라는 진단을 내리자, 역시나 세포대사를 활성화시키는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고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가 신봉하는 건강기능식품이 복부비만은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나친 비타민 의존이 그에게 득보다는 실이 되고 있었던 것. 결국 가지고 다니는 비타민 약통의 2/3를 과감히 버리라고 처방했다.

진료실을 떠나면서 불안해하는 그의 표정을 보며 이 처방이 얼마나 성실히 지켜질지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만성피로를 비타민이 구제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은 되새기기를. 비타민이 진실로 한 사람을 보호하는 강성한 무기가 되는 것은 지나친 비타민 의존증에서 벗어날 때 가능하다는 것이 내 몸 경영의 진실이다.

글 :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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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귀경길 서울 톨게이트에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 등장했다.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에게 청양고추와 고추볼펜이 함께 담긴 세트를 선물하는 행사가 벌어졌던 것.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를 먹고 졸음운전을 막으라’는 의미였다. 청양고추는 다른 고추보다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capsaicin)’ 성분이 6배 정도 많아 한 토막만 먹어도 졸음을 쫓는 데 효과적이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사실 고추의 캡사이신은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 새, 곤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기방어물질이다. 그래서 이 성분은 졸음 방지뿐 아니라 통증을 완화시키는 연고나 소화장애 치료제에도 사용된다.

캡사이신이 우리 몸에 들어간 직후에는 강한 자극을 준다.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통증전달 물질이 분비되는 것을 막아 진통 작용을 한다. 이 점을 이용한 캡사이신 연고는 당뇨병이나 류머티즘성 관절염의 통증을 완화한다.
처음에 이 연고를 바르면 화끈거리고 따갑지만 2~3일 후부터는 통증이 점차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운맛은 위를 자극한다고 아는 사람이 많지만 소량의 캡사이신은 위 점막을 자극하지 않고 위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위염 같은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위 점막 세포의 염증을 고추에서 추출한 캡사이신이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브란스병원 내과 이용찬 교수는 2007년에 이런 내용의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헬리코박터’에 발표하기도 했다.

캡사이신이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서울대 약대 서영준 교수팀은 피부암 세포를 주사한 쥐에게 캡사이신을 발라 캡사이신의 항암 효과를 증명했다. 캡사이신을 바르지 않은 쥐는 100% 피부암에 걸렸지만, 캡사이신을 바른 쥐는 60%만 피부암으로 발전했던 것. 이 연구결과는 2003년 ‘네이처’에 실렸다. 미국에서는 전립선암 세포를 가진 쥐에게 캡사이신을 주사해 암세포의 80%가 줄어들고 종양이 축소된 실험결과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 매운맛 성분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건국대 생명공학과 이기원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캡사이신이 암 유전자를 활성화시키고, 이것이 암 발생에 중요한 단백질 발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암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암 연구(Cancer Research)’ 2010년 9월호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캡사이신이 최루탄의 원료로 이용되고, 염증이나 지극을 유발시키는 물질이라는 데 주목했다. 정상세포에서 캡사이신이 암을 억제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었던 것이다. 또 기존에 밝혀진 캡사이신의 항암효과들은 모두 암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했던 결과였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연구팀은 쥐를 이용해 캡사이신이 정상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했다. 그 결과 캡사이신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라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염증을 유도하고, 피부암을 일으켰다. 원래 캡사이신은 TRPV1 단백질이라는 수용체를 통해 진통제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서 피부암 발생과정에서 캡사이신이 EGFR 단백질과 결합돼 암 발생을 촉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캡사이신을 다량으로 주입했을 경우 암 억제 물질인 TRPV1 수용체의 민감도가 떨어지면서 캡사이신이 EGFR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것도 확인됐다. TRPV1 단백질 같은 암 억제 물질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의 경우 캡사이신을 다량 섭취했을 때 암 발생이 훨씬 많아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없이 캡사이신만 단독으로 주입했을 때는 암이 발생하지 않았다. 캡사이신이 암 발생을 촉진하기는 하지만, 그 자체가 발암물질은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만 보고 고추 섭취를 피할 일은 아니지만 과도하게 매운 고추를 많이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전했다.

비록 캡사이신이 암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캡사이신의 장점이나 고추 자체의 영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캡사이신은 여전히 몸속 지방을 분해하고, 장내 살균 작용을 하며, 식욕도 좋게 한다. 젖산균의 발육을 도와 김치에도 이용된다.

고추에는 비타민 C를 비롯해 비타민 A, 비타민 P(바이오 플라보노이드) 같은 각종 비타민도 풍부하다. 풋고추 하나에 들어 있는 비타민C는 귤의 2배, 사과의 30배 정도 되는데, 비타민C는 피로회복과 괴혈병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또 비타민A는 호흡기 계통에 대한 감염에 저항력을 높이고, 야맹증과 냉방병을 예방하는 데 좋다. 비타민P는 노화를 막는 항산화 효과가 뛰어나며, 비타민C가 파괴되지 않도록 돕는다.

결국 캡사이신도 항상 위험한 것만은 아니고, 고추 자체에도 유익한 영양성분이 많다. ‘캡사이신이 암을 촉진한다’는 결과 한 줄이 아니라 이런 결과가 나온 맥락을 살펴야 한다. 고추뿐 아니라 다른 천연물도 각각의 성분이 특정 질병에 대해 각각 다른 작용을 해 기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를 통해 새겨야 할 것은 천연물의 성분을 이용한 기능성식품이나 화장품, 신약 연구에 있어서 각 성분이 다른 질병에서 어떤 작용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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