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배고픔에 지는 당신, 참아라!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 돌입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식욕은 마음처럼 줄지 않는다. 든든히 밥을 먹고 후식까지 챙겨먹었지만 세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출출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막상 군것질을 하고 나면 배부르다는 행복감보다 괜히 먹었다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바로 ‘가짜’ 배고픔에 속았을 때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열량)가 부족하면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물 섭취를 유도한다. 문제는 열량이 부족하지 않을 때도 뇌가 배고픔의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는 것. 하지만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은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차이점만 잘 알아만 둔다면 오히려 가짜 배고픔을 이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 

■ 스트레스 받아도 배가 고프다 

가짜 배고픔의 대표적인 속임수는 ‘당’이다. 혈중 당분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혈당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열량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순간만 이겨낸다면 쌓여있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 체내 혈당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먼저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마련한다. 지방 분해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바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올라가고 지방은 그대로 쌓여 오히려 살이 찐다. 

스트레스도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해지면 체내 세로토닌의 수가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교감신경에 작용해 혈압과 호흡 횟수를 늘려 우리 몸에 활기를 주고 기억과 학습능력을 비롯해 소화나 장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피드백 작용에 따라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려고 한다. 이 때 우리 몸이 사용하는 방법이 배고픔이다. 특히 단 음식을 찾게 하는데 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통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트립토판이 뇌에 도달하려면 인슐린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단 음식을 찾게 뇌에서 신호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량을 감소시켜 식욕을 돋운다. 폭식증 환자 중에는 만성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과다 분비된 코르티솔이 끊임없이 식탐을 부르고 배고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상황 자체도 가짜 배고픔을 만든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도 평소 섭취하는 열량보다 조금만 적게 먹으면 이를 채우기 위해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어느 새 우리 몸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더 이상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지 않게 된다. 

푸짐한 안주를 먹고도 과음 뒤에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가짜다.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친다. 간은 해독작용 외에도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간이 해독작용으로 바빠지면서 포도당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자연히 혈당은 떨어지고 뇌는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과식으로 이어지면 비만을 유발하는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주 후 배고픔이 느껴질 때는 야식보다 꿀물이나 초콜릿 등으로 당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 식후 3시간,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면 ‘가짜’ 배고픔 

가짜와 진짜 배고픔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고프다고 느낄 때 내 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진짜 배고픔은 배고픈 느낌이 서서히 커지면서 속이 쓰리거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살짝 어지럽거나 가벼운 두통, 기분이 쳐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식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다 느끼고 먹고 나서는 만족과 행복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가짜 배고픔은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느끼는 경우가 많고 초콜릿처럼 달거나 떡볶이처럼 매운 것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또 배가 불러와도 계속 먹으려고 하고, 먹은 뒤에는 행복감보다 공허함과 자책감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 구분이 어려울 때는 물을 한 컵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한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다면 물을 한 컵(약 200mL) 마셔보자. 물을 마시고 20분 후에도 여전히 공복감이 있다는 이는 진짜 배고픔이다. 

■ 가짜 배고픔에는 오히려 강도 높은 운동과 고단백 식사가 도움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로도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우선 가짜 배고픔을 느꼈을 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엔도르핀뿐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통증을 느낄 때 진통제 역할을 한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나 축구, 농구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할 때 많이 분비된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을 살펴보면 총 칼로리는 같게 하면서 각각 단백질과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을 강화한 식단을 각 실험군에게 6주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단백질을 강화한 식단을 먹은 실험군이 다른 두 식단을 유지한 실험군에 비해 식욕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체중 조절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고자 할 때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짜 배고픔에 조금은 단호하게 대처해 보는 건 어떨까. 효과적인 체중감량은 물론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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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던가. 꿀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다.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는 공간의 온도나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차단하고 깜깜한 환경, 즉 완벽한 밤을 만들어주는 것이 꿀잠의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들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자기 아쉬워 책이나 TV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잠들면 새벽에 한 번씩 깬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고 피곤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자는 횟수가 늘어나면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밤의 인공조명1 (사진 : 이윤선)



■ 인공 빛 오래 쬐면 갈색지방 줄어 

네덜란드 레이덴 의대 샌더 쿠이즈만 연구팀은 인공 빛을 많이 쬘수록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근이나 회식과 같은 이유로 인공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쬐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뚱뚱하거나 관련 질환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그리고 실험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양의 먹이를 먹게 하되, 하루에 쪼이는 인공 빛의 양을 각각 12시간과 16시간, 그리고 24시간으로 다르게 했다. 

5주 동안 관찰해 본 결과, 인공 빛을 많이 쬔 쥐일수록 몸속의 지방량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 그룹의 쥐 무게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체지방량은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또 특이한 점은 인공 빛을 가장 많이 쬔 그룹의 갈색지방 양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안철우 강남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체지방이 늘어남은 물론 갈색지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공 빛을 오래 쬐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은 무엇일까. 

■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 

갈색지방은 지방을 태우는 지방이다. 주로 추위를 느낄 때 당이나 지방과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열을 내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이상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해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갈색지방은 백색지방과 달리 몸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몸에 좋은 지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갈색지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살도 덜 찌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갈색지방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쌓이는 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의 몸속에는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람에게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색지방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후 자라면서 갈색지방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흔적기관처럼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2009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들의 몸에는 갈색지방이 남아있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설치류를 연구하며 갈색지방 양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갈색지방이 만들어진다거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는 등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법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칼로리를 소모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이리신 호르몬 분비로 갈색지방이 활성화되고 몸에 저장돼 있던 당이나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밤의 인공조명2 (사진 : 이윤선)



■ 멜라토닌 부족하면 갈색지방도 줄어들어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는 현상인 멜라토닌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자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제3의 눈으로 불리는 송과샘(松果腺)에서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을 내보내는데, 주로 밤 11시~새벽 1시에 분비된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자면서도 불을 켜놓으면 송과샘은 빛을 인지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밤이지만 몸은 여전히 낮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피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호르몬은 서로 연결돼 있어 혈액을 따라 흐르며 다른 호르몬을 건드리거나 활성화시키는 것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하나가 분비되지 않거나 망가지면 도미노처럼 모든 호르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고, 우리 몸속의 갈색지방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호르몬의 문제로 건강이 나빠지고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잃어버린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를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의 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태어나고, 밤에 제대로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갈색지방의 감소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밤, 꿀잠을 위해 과감하게 인공 빛을 침대에서 차단해 보자.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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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큰아버지와 사촌인 민희언니가 놀러와 태연은 마냥 들떠있다. 그런데 아빠와 큰아버지의 표정은 상당히 어둡다. 조용조용히 뭔가 심각한 대화를 주고받는 중에 가끔씩 민희라는 이름이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민희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언니가 지난 여름방학 때에 비해 성격이 다소 신경질적으로 변하고 계속해서 몸을 움직여 대는 것이 좀 이상해 보이기는 했다. 태연은 작정하고 둘의 대화를 엿듣는다.

“민희가 자꾸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얘기 좀 해보려고 왔어. 태연아빠 네가 좀 관찰을 해봐 주라. 지난봄에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거든. 생각보다 충격이 컸나봐. 하지만 이제 몸무게도 거의 회복이 됐는데, 아직까지도 방황을 하는 걸 보니 어떡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음… 형,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을 잘 듣고 민희가 하는 행동과 비슷한 게 있는지 생각해보세요. 1) 몸무게가 심하게 줄었다. 2)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를 싫어하고, 모임에도 가지 않는다. 3) 채소만 먹으려 하고 무지방, 제로 칼로리 등에 집착한다. 4) 너무 많이 몸을 움직이거나 무리해서 걸어 다닌다. 5) 쉽게 울적해지거나 참을성이 없어지고 화를 잘 낸다. 6) 몰래 폭식을 하는 것 같다.(냉장고 속 음식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자녀 방에서 과자나 음식 봉지 등이 발견된다.) 7) 몰래 토하는 것 같다.(화장실에 들어가면 토한 냄새나 흔적이 있다. 밤에도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고 머무는 시간이 길다.) 8) 변비약 봉지가 발견된다. 어때요?”

“와, 귀신이다. 어떻게 알았니? 민희가 계속 그러고 있어! 밥도 잘 안 먹고, 가끔 냉장고가 텅 비어 있기도 하는데다 밤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리더라고. 또 하루 종일 화만 낼 때도 있고. 난 남자친구랑 헤어진데다 사춘기가 겹쳐서 그런가보다 했지.”

“저런~, 앞에서 얘기한 건 청소년 섭식장애 환자들을 구별하는 방법이에요. 민희가 하는 행동과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면, 아무래도 민희가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섭식장애는 크게 거식증과 폭식증으로 나뉘는데, 거식증은 심하게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아예 거부하는 병이에요. 반면 폭식증은 음식을 강하게 갈망하지만 살이 찌는 것이 두려워 실컷 먹은 뒤 토해내거나 변비약을 먹는 병이지요. 겉보기에는 그다지 마르지 않았지만 먹는 것을 자제하지 못했다는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기 때문에 매우 신경질적인 성격으로 변하곤 하죠. 제 생각엔 민희가 거식증에서 폭식증으로 넘어온 게 아닌가 싶어요.”

큰아버지는 뜻밖의 말에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하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이 왜 하필 섭식장애로 온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다.

흔히 섭식장애는 지나친 다이어트 욕망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이 외에도 여러 이유가 있어요. 심한 불안감을 느꼈거나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완벽주의 성향인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수단으로 체중조절을 선택하기도 하고, 50% 정도는 유전적인 원인도 있어요. 아마 민희는 스트레스를 체중조절을 통해 극복하고자 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 청소년의 3.2% 정도가 섭식장애를 앓고 있고, 치료를 받지 않는 청소년까지 합치면 10% 가까운 아이들이 섭식장애를 앓는다는 통계도 있어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흔한 병이에요.”

“정말…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하는 거냐?”

“예, 하루라도 빨리 받는 게 좋겠어요. 섭식장애, 특히 거식증에 걸리면 심장병이나 골다공증 같은 병에 쉽게 걸릴 수가 있거든요. 거식증 때문에 영양결핍이 오면 심장의 근육이 줄어들고 제 기능을 못해서 심장판막증 같은 병을 일으킬 수 있어요. 게다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으면 10% 정도는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해요. 또 식욕이 떨어지면 에스트로겐이라는 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데, 이 호르몬이 줄면 칼슘이 뼈로 흡수되지 못해서 키도 안 크고 골다공증이나 골절의 위험까지 높아져요. 더구나 청소년 시기는 뇌 발달이 이뤄지는 결정적인 시기이기 때문에 섭식장애를 겪으면 커서도 감정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형, 마음이 아프겠지만 정신과를 빨리 찾아가보세요.”

“민희가 이렇게 심각한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여태 혼내기만 했구나. 다 내 잘못이다. 그래도 과학자인 작은아빠가 있어서 일이 더 커지는 걸 막을 수 있었다. 진짜 고맙구나 아우야~.”

“그런데 형, 지금 민희 몸무게가 어떻게 돼죠? 좀 많이 빠진 거 같긴 하던데.”

“많이 회복됐는데도 아직 83kg이야. 갑자기 10kg이나 빠져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니까.”

여기까지 엿듣던 태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빵 터져버리고 만다. 깔깔깔! 웃다 못해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다.

“아 진짜,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 섭식장애에 걸린 83kg이 세상에 어딨냐고요! 아무리 큰아버지가 123kg이라고 해도, 민희언니를 섭식장애로 오해하는 건 진짜로 너무해요. 깔깔!! 언니가 10kg이 갑자기 빠진 건 친구랑 살빼기 내기를 했기 때문이고요, 가끔 냉장고가 텅 빈 건 언니가 뚱땡이 친구들까지 불러 모아 먹어치웠기 때문이고요, 밤마다 화장실을 들락거린 건 새로 생긴 남자친구에게 몰래 전화를 하기 위해서였다고요!!”

“저, 정말? 그게 정말이니 태연아? 우리 민희가 그토록 정상적인 생활을 해왔던 거야? 오,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감사합니다. 네 아빠보다, 태연이 네가 진정한 은인이로구나!”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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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날씬하면 더 일찍 죽는다?

여기 키가 163cm인 사람 다섯이 있다. 이들의 몸무게는 각각 46kg, 54kg, 65kg, 70kg, 75kg이다. 이중 가장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일까? 또 사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이 54kg이나 46kg인 사람이 가장 오래 살고, 75kg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높다고 대답할 것이다. 약간 마른 몸이 더 건강하고 장수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때 마른 몸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체질량지수(BMI : Body Mass Index)’다.

BMI지수는 몸무게(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눠서 얻은 값이다. 이는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와 대한비만학회에서 비만을 판단하는 기준이 돼 왔다. BMI지수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경도 비만, 30 이상은 고도 비만으로 분류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BMI지수가 23만 돼도 주의해야 하고, 25를 넘으면 각종 질환 및 사망 위험이 1.5~2배 높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인의 BMI 지수를 조사한 결과는 조금 달랐다. BMI지수가 22.6~27.5일 때 사망할 확률이 가장 낮았던 것이다. 이는 과체중으로 분류되는 사람부터 비만에 속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범위다. 기존의 BMI지수 기준으로 봤을 때 약간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사는 셈이다.

비만으로 분류된 사람의 사망 확률이 높다는 보고는 주로 유럽인과 미국인을 연구한 결과였다. 하지만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은 서양인과 체질이 다르다. 따라서 서양에서 개발한 BMI지수 기준을 한국에 무조건 적용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로도 아시아인에게 맞는 BMI지수 판단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유근영, 강대희, 박수경 교수가 ‘아시아 코호트 컨소시엄(Asia Cohort Consortium)’을 꾸렸다. 이 연구팀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7개국을 대상으로 대규모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대상은 한국인 2만 명을 포함해 114만 명에 이르렀다. 2005년부터 평균 9.2년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 동아시아인의 BMI지수와 사망위험도의 관계를 파악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동아시아인의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구간은 BMI지수가 25.1~27.5일 때였다. BMI지수 기준치로 본다면 경도비만 구간이다. 심지어 정상 체중에서 사망위험도는 경도 비만보다 높았다. 비만에 해당하는 BMI지수를 가졌다고 해도 사망위험은 크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BMI지수가 35 이상인 초고도 비만일 경우의 사망확률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1.5배 정도 높았다. 초고도 비만일 경우 사망 위험이 2배가 넘을 수 있다는 경고와는 다르다. 이는 그동안 비만과 사망위험을 분석할 때 인종 차이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인도인이나 방글라데시인들은 비만한데도 사망 확률이 높아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극심한 저체중’이다. BMI지수가 15 이하로 매우 낮은 사람에 경우는 BMI지수 22.6~25.0인 사람보다 사망 위험이 2.8배나 높았다. 건강을 지키려고 하는 다이어트가 오히려 사망위험도를 높일 수도 있다.

이 기준으로 본다면 키가 163cm인 사람의 몸무게가 63~73kg일 때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다. 앞에 소개한 5명 중 사망위험도가 가장 낮은 이는 몸무게가 70kg(BMI지수:26.35)인 사람과 65kg(BMI지수:24.46)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이 뒤를 몸무게 75kg(BMI지수:28.23)과 54kg(BMI지수:20.32), 46kg(BMI지수:17.31)인 사람이 따른다.

키가 163cm이고, 몸무게가 70kg인 사람은 약간 뚱뚱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 또 BMI지수도 25를 넘어 비만 판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사망위험도는 다른 몸무게보다 낮았다. 우리가 너무 과도한 살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되는 대목이다.

물론 비만이 당뇨병이나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같은 서구형 암 위험을 높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만에 대한 논의가 상업적 측면과 연결되면서 인종별 특성을 고려한 연구 없이 비만기준이 정리된 측면이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학 분야 최고 권위지로 꼽히는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소개됐다. 아시아인의 BMI지수 연구에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이번 결과를 활용하면 BMI지수로 한국인의 비만 판단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은 연구와 논의를 거쳐 ‘한국형 BMI지수 기준’을 마련하길 바란다. 그 날이 오면 우리에게 꼭 맞는 지침을 갖고 똑똑하게 건강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도움 : 유근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과 예방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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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31일. 죽음의 신(神)을 찬양하고 새해와 겨울을 맞이하는 축제인 할로윈 데이. 이날 밤 영국에서는 ‘고스트워치’라는 공포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영국 국영방송인 BBC를 통해 전국에 방영되었다. 이로부터 4개월 뒤, 영국의 한 병원에는 열살 난 두 명의 어린이가 정신과 병동으로 후송되어 왔다. 두 소년의 공통된 병명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PTSD). 삼풍백화점 붕괴나 미국의 9.11 테러와 같은 대형 참사를 비롯하여 교통사고 및 각종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목격한 뒤 앓게 되는 정실질환을 말한다. 각오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 : 전상일-환경보건학박사)

소년들을 진찰한 의사는 이들이 ‘고스트워치’를 시청한 후부터 유령과 마녀에 대한 두려움, 어두운 곳에 대한 기피, 혼자서 잠자기와 2층 올라가기 거부, 유령에 대한 생각을 떨쳐 버리기 위한 벽에 머리박기, 남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결론지었다.



1997년 일본에서는 ‘포켓몬’이라는 만화영화를 시청한 어린이 중 700명이 간질 발작을 일으켰다. 문제의 화면은 검은색과 흰색 대비가 심하고 주기적으로 반짝이는 장면이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색깔 대비가 심할수록, 특히 흰색과 검은색이나, 번쩍이는 섬광이 자주 일어날수록 간질발생의 위험은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TV 시청으로 인해 간질증세가 새롭게 생겨난 것인지 아니면 과거 간질 병력이 TV 시청을 통해 재발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분명한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TV 광선이 엄연히 간질발작의 위험 요소인 만큼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TV로부터 2미터 이상 떨어져 앉고, 어둡지 않은 조명시설을 갖춘 방에서 시청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프로그램 제작자들도 이러한 광 (光) 과민성 사람들을 위해 만화영화나 게임 제작시 순간적으로 번쩍이는 빛이나 흰색바탕에 붉은색 광채를 사용하는 것은 피해 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TV는 현 인류의 가장 무서운 킬러인 비만의 주범이기도 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5만 명의 여성들을 6년 동안 관찰한 결과 하루에 TV 시청 시간이 2시간 늘어날수록 비만과 제2종 당뇨병의 발생위험은 각각 25%, 14%씩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주도했던 이 대학 영양학과 프랭크 후 교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TV를 보면서 편안히 누워 간식거리를 열심히 입으로 실어 나르는 ‘카우치포테이토족’이 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자신은 TV 앞에 러닝머신을 두고 있다고 실토했다.



TV가 어린이의 정신건강과 성장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진에 의하면 TV에서는 종종 폭력과 ‘착한 사람’을 연결시켜 보여주기 때문에 어린이들은 착하기만 하면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혀도 괜찮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02년 터키의 연구진이 초등학교 2, 3학년 어린이를 둔 부모 689명을 대상으로 TV 시청시간과 그 영향을 조사한 결과, 시청시간이 길수록 폭력적 행동을 비롯한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경향이 TV 프로그램의 내용에 크게 구애 받지 않고 나타났다는 점이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TV에 노출되는 시간도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미국 시애틀의 어린이병원 소속 연구진은 TV 시청시간이 한 시간 증가하게 되면 주의력 결핍장애가 나타날 위험은 10%씩 증가한다고 보고했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TV 시청을 심하게 많이 하는 어린이들은 그들 자신을 표현하는데 언어 구사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대사회에서 TV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힘들다. 잠시 여행을 떠나 있으면서 TV 없는 세상을 즐기기도 하지만, 돌아와서는 이내 TV 드라마의 팬이 되는 일은 흔하다. 따라서, TV를 어떻게든 진정한 문명의 이기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TV 시청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다양한 조언을 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어린이 방에 따로 TV를 두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아이들을 유해한 프로그램에 무방비로 노출시키고, 자기 전 어둠 속에서 TV를 보는 습관을 만들어 몸과 마음을 모두 버리게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미국소아과학회에서는 2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TV 시청을 금지하고 2세 이상의 어린이는 하루 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어린이와 TV를 함께 보다가 폭력이나 섹스와 관련된 장면이 나오면 부모들은 대화를 통해 아이들에게 이를 설명해 줘야 한다. 부모가 필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TV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지만 부모로부터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또한, TV 화면의 밝기와 대비(Contrast)는 최소한으로 낮춰야 한다. 어린이가 자꾸 TV 앞에 다가가는 습관을 보이면 한쪽 눈은 가리도록 지도한다. 한 쪽 눈을 가리게 되면 눈의 기능상 광선에 대한 민감성은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TV 과외를 시청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간질 발작증세가 사춘기 때 처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필수적으로 봐야 하는 TV 시청시간을 고려하여 다른 TV 프로그램은 희생할 각오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글:전상일 환경보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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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가타카’를 보면 신생아가 태어나자마자 의사가 유전자 분석기에 태아의 피를 한 방울 떨어뜨려 검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컴퓨터는 즉시 태아의 DNA를 분석해 그의 인생을 예측한다. “이 아이는 키는 최대 175cm까지 자랄 것이고 30세에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70%며, 심장병의 위험이 있습니다….”

영화만큼은 아니지만 DNA 검사는 이미 질병을 조사하기 위해 쓰이고 있다. 그럼 검사에 쓰인 DNA는 어디서 왔을까. 세포의 핵 속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DNA는 세포의 핵 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라는 세포 소기관에도 존재한다. 따라서 DNA 검사를 하려면 미토콘드리아의 DNA까지 검사해야 한다. 사람의 DNA 중 1%밖에 차지하지 않는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선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살펴보자.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미토콘드리아에 대해서 배운 기억이 날 것이다. 세포 안에는 여러 소기관이 존재하는데 그 중 에너지 생성을 담당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다. 포도당과 산소를 사용해서 생체가 쓰는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 낸다.

미토콘드리아가 없으면 세포는 포도당 1분자에서 기껏해야 2분자의 ATP밖에 못 만들지만 미토콘드리아가 있으면 포도당 1분자로 38분자의 ATP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효율로 따지면 약 40%나 된다. 인간이 최첨단 기술로 만든 엔진이 20%에 불과한 효율을 보인다는 점을 생각하면 미토콘드리아는 가히 ‘고효율 생체발전소’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에너지를 많이 만들어야 하는 세포일수록 미토콘드리아가 많다. 우리 몸을 움직이게 하는 근육 세포, 생체 독소를 정화하는 기능을 하는 간 세포, 소화액을 만들어 내는 상피세포에 많이 존재한다.

또 같은 세포라도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부위에 모여 있다. 난자를 찾아 움직이는 정자에는 꼬리를 움직이는 부위에 미토콘드리아가 집중 분포한다. 세포 내에서 물질을 수송하는 부위, 예를 들어 소화액을 분비하는 세포막 가까운 곳에 주로 분포한다. 결론적으로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곳 가까이 있으면서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과학향기링크 그럼 미토콘드리아 DNA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인 만큼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대사와 관련이 깊은 질병인 당뇨, 비만과 관련이 깊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토콘드리아의 DNA 유형에 따라 당뇨나 비만에 걸릴 가능성이 달라진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선 미토콘드리아의 DNA가 N9a형인 사람은 당뇨, 비만에 걸릴 확률이 낮다. 서울대 의대 이홍규 교수팀은 한국인 당뇨병 환자 732명과 일본인 당뇨병 환자 1289명의 혈액을 조사해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상인 중에 N9a형을 가진 비율은 5.3%였으나 당뇨병 환자 중에 N9a형을 가진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 교수는 “N9a형 DNA를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N9a형 DNA를 가진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산을 더 활발히 하기 때문이다. 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바로 필요하지 않은 영양분까지 모두 태워 에너지를 만든다. 영양분이 저장되지 못하기 때문에 비만이 될 확률도 낮고,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 위험도 줄어든다. N9a형 DNA의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사람은 추위에도 잘 견딘다고 한다.

이 교수 연구팀은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사람일수록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생성 효율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우선 혈액의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한 세포에 실험 대상자의 세포(혈소판)를 융합한 ‘사이브리드’라는 세포를 만들었다. 조사 결과 체질량지수가 높은 사람의 사이브리드의 에너지 소모능력이 체질량지수가 낮은 사람의 사이브리드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될수록 비만의 원인이 된다는 뜻이다.

재미있는 건 미토콘드리아의 DNA는 오직 어머니로부터 유전된다는 사실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이뤄질 때 정자는 핵만 난자와 결합한다. 결국 수정란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는 오직 난자에 있던 것 뿐이다. 자식은 아버지와 어머니를 반씩 닮지만 미토콘드리아의 DNA만큼 어머니를 더 닮는다고 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와 비만의 관계가 더 밝혀지면 비만과 당뇨의 탓을 어머니에게 돌리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글 : 목정민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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