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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25 아빠 대머리면 아들도 대머리!?
  2. 2008.10.15 DNA 이중나선에 얽힌 드라마틱한 이야기 (3)
푸른색 눈에 흰 피부를 가진 금발. 서양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미인의 조건이다. 그런데 많은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푸른색 눈에 흰 피부의 금발’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2006년 10월 미국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는 미국인 가운데 푸른색 눈을 가진 사람의 비율은 100년 전에 비해 3분의 1이나 줄었다고 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푸른색 눈, 흰 피부, 금발 모두 ‘열성’이기 때문이다.

기억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중학교 생물시간에 배운 ‘멘델의 법칙’이 생각날 것이다. 멘델은 다른 형질의 완두콩을 교배했을 때 다음 세대에 나타나는 형질을 ‘우성’, 나타나지 않는 형질을 ‘열성’이라고 하는 ‘우열의 법칙’을 제시했다. 완두콩에는 법칙에 따라 잘 나타났지만 사람의 유전에는 어떻게 나타날까? 사람의 유전을 통해 우열의 법칙에 대한 막연한 오해를 풀어보자.

우열의 법칙에 대한 첫 번째 오해는 ‘우성은 우월한 성질, 열성은 열등한 성질’이라는 막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이로운 열성도, 해로운 우성도 있다. 쌍꺼풀, 보조개 등은 갖고 싶은 우성이지만, 대머리와 육손은 갖고 싶지 않은 우성이다. 열성이라도 금발, 푸른색 눈 등은 갖고 싶은 열성이다.



사실 우열의 법칙은 단백질 생성과 관련이 있다. 분자생물학의 관점으로 볼 때 유전자는 어떤 단백질을 만드는지를 알려주는 설계도와 같다. 만약 어떤 형질이 나타나기 위해 특정 단백질이 필요하다면 그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 우성, 없는 것이 열성이 된다.

눈 색깔을 예로 들어보자. 눈 색깔은 홍채에 분포하는 멜라닌 색소의 양에 따라 달라진다. 멜라닌 색소를 만드는데 관여하는 유전자는 3쌍이다. 이를 임의로 ‘AABBCC’라고 하면, 유전자 A는 a에, B는 b에, C는 c에 대해 우성이다. 우성 유전자가 많을수록 멜라닌 색소도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색소가 가장 많이 만들어지는 ‘AABBCC’는 짙은 갈색 눈이 되고, 색소가 가장 적게 만들어지는 ‘aabbcc’는 푸른색 눈이 된다. 열성 유전자가 하나 섞인 ‘AaBBCC’는 갈색, 두 개가 섞인 ‘AaBbCC’는 옅은 갈색, 세 개가 섞인 ‘AaBbCc’는 초록색 눈이 된다.

이처럼 우성과 열성은 유전자에 의해 단백질이 만들어지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일 뿐, 개체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우열의 법칙에 대한 두 번째 오해는 ‘우성이 열성보다 더 많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우성이 열성보다 나타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확률을 무시하고 반대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인간의 모든 형질은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예는 사람의 피부색이다. 흰 피부는 열성이지만 극지방에 사는 사람의 피부는 대부분 희다. 이들의 피부가 흰 이유는 약한 햇빛을 조금이라도 많이 받기 위해서다. 피부의 바깥부분에 위치해 피부색을 결정하는 멜라닌 색소는 햇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멜라닌 색소가 적으면 햇빛이 속 피부까지 도달할 수 있다. 반대로 열대지방에 사는 사람은 멜라닌 색소가 햇빛을 흡수해 속 피부까지 도달하는 햇빛의 양을 줄여준다.

아프리카에서 나타나는 ‘낫 모양 적혈구’도 열성이 환영받는 경우다. 적혈구 모양은 적혈구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중에 단 하나가 바뀌면 낫 모양으로 변한다. 정상 모양의 적혈구가 우성, 낫 모양의 적혈구가 열성이다. 낫 모양의 적혈구가 있는 사람은 쉽게 빈혈에 걸리는 등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프리카에서는 이 낫 모양 적혈구를 가진 사람이 많다. 과학자들은 처음에 왜 생존에 불리한 형질이 많은지 의아해했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이 낫 모양 적혈구를 가진 사람은 아프리카의 치명적인 질병인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는 것이다. 낫 모양 적혈구 역시 인간이 환경에 적응한 결과로 필요한 지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우열의 법칙이든 다른 유전 법칙이든 인간의 유전 메커니즘을 설명하는 일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키, 몸무게, 피부색, 얼굴 모양, 머리카락 등의 다양한 형질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여러 다른 유전자와 복잡한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많은 사실이 밝혀졌지만, 알면 알수록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는 더 복잡해지는 것 같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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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나의 시대가 온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인해 세상이 떠들썩할 때, 유전법칙을 발견한 멘델이 한 말이다. 멘델은 이미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냈는지 간파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자신감에 차 있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진정한 천재는 생전에 그 천재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했던가. 그는 곧 차가운 주검이 되었다.

천재의 삶은 경탄스럽다. 그러나 때로는 이렇듯 가슴 아픈 천재성도 있다. 더구나 얼마나 많은 여성 천재가 뛰어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는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과학계의 그런 대표적 인물은 로잘린드 프랭클린(Rosalind Elsie Franklin, 1920~1958)이다. 그녀는 DNA 이중나선 구조의 진실에 가장 먼저 다가간 과학자였지만 노벨상의 영광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했고 역사에서도 이름이 지워질 뻔했다. 그러나 사후지만 다행히 페미니스트 역사가들 덕분에 지금은 널리 알려지게 됐다.

1953년 4월 25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20세기 생명과학계의 최대 사건인 DNA 이중나선의 구조도가 실린 날이다. 이중나선 구조 발견의 주인공은 미국의 제임스 왓슨(James Dewey Watson, 1928~)과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Francis Harry Compton Crick, 1916~2004)이다. 본문은 1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20세기 최대 생물학적 성과로 아직도 보존되고 있다. 유전학 연구는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유전정보를 담은 DNA는 생체 안에서 보통 이중나선을 이루고 있다. 나선의 등뼈는 인산과 당이고, 나선 안쪽으로 4가지 염기(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가 달려 있다. 이 염기의 순서가 바로 생명체의 유전 정보다. 한쪽 가닥에 달린 염기가 다른 쪽 가닥에서 나온 염기와 수소결합을 통해 손을 잡듯 결합한다. 이것이 염기쌍이다.

DNA 1g에는 염기(A, T, G, C)가 1021개 들어 있다. 이를 메모리로 환산하면 10억테라비트(Tb, 1Tb=1012b)에 해당하는 엄청난 정보량이다. 생명에 대한 모든 정보는 DNA 속에 담겨 있다. DNA가 모여서 유전자를 만들고, 이 유전자가 우리 몸속에서 필요한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DNA 구조 발견의 그 이면에는 생명의 비밀을 독점하려는 학자들 사이의 경쟁심과 명예욕, 선두다툼, 우정과 반목이 뒤엉킨 인간드라마가 숨어 있다. DNA 구조 발견의 역사적 무대는 1951년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캐번디시 연구소이다. 당시 DNA의 비밀을 캐기 위한 경주에는 여러 연구자들이 각축을 하고 있었다.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 그리고 당대 최고의 과학자로 칭송받던 미국의 물리학자 라이너스 폴링, 영국 런던의 킹스 칼리지에서 일찍부터 X선 회절 사진을 통해 DNA를 연구하던 모리스 윌킨스와 로잘린드 프랭클린 등이 선두를 다퉜다.

그 중 왓슨과 크릭은 DNA 연구에서 가장 뒤떨어진다고 평가받던 인물이다. 쟁쟁한 과학자들의 경쟁에 왓슨과 크릭 같은 애송이가 끼어들 틈이 없어 보였다. 왓슨은 시카고대학 졸업 3년 만인 1950년에 인디애나 대학에서 동물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지 1년밖에 안 된 젊은 청년이고, 크릭은 런던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출신으로 왓슨보다 12살이나 많았지만 학위도 없었고 경력도 신통치 않았다.

또한 왓슨과 크릭이 함께 일한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는 DNA 구조 연구의 후발주자였다. 2차 대전 후 물자가 부족했던 영국에선 두 개의 대학이 같은 연구를 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았고, DNA 구조 연구는 로잘린드 프랭클린이 속한 킹스 칼리지 몫이었다. 그럼에도 왓슨과 크릭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당시 과학자들은 이미 유전정보의 비밀이 DNA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왓슨과 크릭은 생물학과 물리학을 바탕으로 각종 데이터를 분석하며 DNA의 비밀을 밝혀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는 DNA가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느냐를 밝혀내는 일이었다. DNA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실제 세포의 핵 속에 DNA가 어떤 모양으로 들어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X선으로 사진(회절 무늬)을 찍어야 한다. 당시 여성 과학자 프랭클린이 찍은 DNA의 X선 회절사진은 이중 나선구조를 확신하는 결정적인 자료가 됐다.

이 자료를 왓슨과 크릭에게 제공한 사람은 다름 아닌 킹스 칼리지의 프랭클린 동료 윌킨스이다. 프랭클린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윌킨스는 수시로 캐번디시 연구소를 방문해 프랭클린이 찍은 DNA X선 사진을 보여주고, 논문으로 출판되지 않은 데이터들을 제공했다. 더욱이 왓슨과 크릭은 프랭클린이 연구비 지원기관(의학연구위원회·MRC)에 비공개로 제출한 보고서를 은밀히 입수하기까지 했다.

왓슨은 미모의 여동생을 시켜 윌킨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할 것을 권하였으나 이것은 윌킨스가 그녀에게 완벽하게 빠지지 않아 실패했다. 그러나 동료인 프랭클린과 앙숙관계였던 윌킨스는 자연스레 왓슨과 친해졌고, 왓슨은 윌킨스를 통해 프랭클린의 X선 사진을 보게 된 것이다. 여러 면에서 캐번디시 연구소보다 앞서 있던 킹스 칼리지가 경쟁에서 실패한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공동 연구자였던 윌킨스와 프랭클린 사이의 불협화음이었다.

윌킨스는 프랭클린의 사전 허락도 없이 회절사진을 분석했고, 프랭클린이 찍은 X선 회절사진에서 결정적 단서를 얻은 왓슨과 크릭은 곧 나선형 모형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DNA 이중나선 구조 모형이다. 1953년 왓슨이 과학저널 <네이처> 논문을 통해 DNA 이중나선을 밝힌 나이는 불과 25세다.

제임스 왓슨, 프랜시스 크릭, 모리스 윌킨스 세 사람은 1962년 12월, 스웨덴 스톡홀름의 노벨상 수상대에 나란히 섰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힌 것이 수상 이유다. 이때 프랭클린이 함께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은 암 선고를 받고 1958년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탓도 있다.

물론 왓슨과 크릭에겐 창의적인 직관이 있었다. 그러나 그 직관을 자극한 실험 데이터는 분명히 윌킨스가 사적으로 보여 준 프랭클린의 사진이었다. 왓슨과 크릭은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은 없다’라는 말처럼 잊혀질 뻔했던 이 사실은 역설적이게도 왓슨이 그의 연구를 정리한 저서 <이중나선>을 계기로 밝혀졌다. 그 후 왓슨과 크릭은 “프랭클린의 영광을 도둑질했다.”라는 연구업적 가로채기의 비판을 받았고, 왓슨은 나중에 <이중나선>에 후기를 덧붙여 프랭클린의 연구업적을 높이 평가했다.

프랭클린은 ‘여성 과학자 차별의 희생자’라는 여성 차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프랭클린은 여자에게는 학위를 주지 않았던 시절 대학을 다녔고, 여교수에게 식당 출입을 제한하는 시절 대학에서 연구했다. 이런 환경에서도 그녀는 당당하고 열정적이었으며 완벽주의자였다. 영국 정부는 이 비운의 여성과학자를 기리기 위해 ‘로잘린드 프랭클린 상’을 제정해 해마다 우수하고 업적이 탁월한 여성 과학자들에게 상을 수여하고 있다. 진실의 역사가 살아난 것이다.

지금까지의 내용으로는 왓슨과 크릭은 다른 사람의 자료를 이용해 성공한 치사한 사람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사람들은 이들의 성공을 ‘운이 좋았다’거나 ‘도둑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템플대 심리학과 로버트 와이즈버그 교수는 이들의 연구가 창의적이라고 해석한다. 왓슨과 크릭은 연역적으로 추론할 관점, 즉 직관이 있었기에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성공할 수 있었고, 또 창의성이 있었기에 생명의 비밀을 밝힌 주역으로 지금까지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DNA 이중 나선 구조가 밝혀진 후 생명과학은 말 그대로 폭발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생명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이해하고 응용하려는 분자 생물학의 총아로 떠오른 것은 물론 각종 생명 현상의 비밀들이 하나씩 풀려가기 시작했다. 호박만 한 토마토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유전자를 분석해 범인을 잡는 것도 다 DNA의 구조를 밝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왓슨과 크릭의 발견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A, T, G, C라는 단지 4개의 문자로 이루어진, 어찌 보면 참 간단하고 어떻게 보면 한없이 복잡한 DNA 생명 세계. 그 추적은 끝나지 않았으며 21세기에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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