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7.05 수세식 화장실은 언제 발명됐을까? (1)
  2. 2008.10.24 변기를 알면 과학이 보인다

죽은 자들에게는 국경도 시대의 구분도 없는 법. 저승에서 여러 시대의 사람들이 모여, 인간세계를 내려다보며 수다를 떨고 있다.

“죽고 나니 먹는 즐거움이 사라진 것은 슬프지만 화장실 갈 일이 없는 것은 좋네요. 똥오줌 없으니 천국이 이리도 깨끗하겠지요.”

중세 시대를 살았던 한 시인이 말했다. 그러나 로마의 귀족으로 살았던 이가 말을 받아 친다.

“길거리에 똥오줌을 마구 버려 전염병에 시달렸던 미개한 당신들이야 당연히 그렇게 말하겠지. 우리 로마인들처럼 목욕과 화장실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진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오. 남겨진 유적을 봐도 알겠지만, 우리는 이미 1세기경에 아테네에 68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고대한 공중화장실을 만들었지. 게다가 거의 모든 공중화장실이 수세식이었다오. 분뇨가 흐르는 하수구를 각이 지지 않게 만들어서 악취도 별로 없었소. 그야말로 아름답고 장엄했지. 나중엔 1백석이 넘는 거대한 화장실을 만들기도 했다오. 우린 하루 종일 그곳에 앉아 신선한 공기를 쐬며 정치나 경제 문제를 의논했지. 사실 그 순간만큼 집중이 잘 되고 아이디어가 잘 떠오르는 때가 있나 말이요.”

“에구머니, 부끄럽지도 않나요? 모두 모여서 엉덩이를 내밀고 정치를 토론했다니.”

로마시대 얘기는 20세기에 살았던 사람에게는 낯설기만 하다. 15세기에 이동식화장실로 인기를 모았던 이가 말을 받았다.

“볼일 보는 걸 부끄럽게 여기기 시작한 것은 한참 뒤의 일이라오. 나는 그 덕분에 이동식 화장실을 만들어서 크게 인기를 모았지요. 내가 살던 시대까지도 자기가 앉아 있거나 걸어가던 장소에다 일을 봤어요. 누구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일을 봤지만,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곤혹스러운 일이긴 했지요.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이동식 화장실입니다. 커다란 망토를 두르고 배변용 양동이를 가지고 다니다가 볼일 볼 사람이 있으면 재빨리 망토로 가려주고 돈을 받았지요. 아주 커다란 망토라서 절대 밖에서 보일 일이 없었지요. 암, 그렇고 말고요.”

“어이쿠, 세상에 그런 일이 사람들이 오가는 큰 길가에서 있었다는 건가요?”

“물론이죠. 망토를 이용한 이동식 화장실은 19세기 후반까지도 유럽의 대도시에서 볼 수 있었답니다.”

“수세식 화장실이 있었던 시대에 살았던 게 정말 행운이군요. 길 가다 망토 속에서 똥을 눈다니, 생각만 해도 낯이 뜨거워져요.”

20세기 인이 수세식 화장실을 예찬하자, 영국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수세식 화장실이라면 우리 영국인의 공이죠. 1596년에 우리 영국의 존 해링튼 경이 최초의 현대적인 수세식 변기를 고안했으니까요. 윗부분에 물통이 있고, 물을 흘러가게 하는 손잡이와 배설물을 분뇨통으로 흘러가게 하는 밸브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건 냄새가 엄청나다는 단점이 있었지요. 1775년 또 다른 영국인, 시계 제조자이자 수학자인 알렉산더 커밍이 새로운 변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배수파이프를 U자 모양으로 구부러지게 해서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냄새를 차단하기 위한 물을 저장한 겁니다. 이게 지금까지도 모든 수세식 변기에 사용되는 부분이죠.”

영국인의 말을 듣고 20세기 인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거렸다. 변기뿐 아니라 세면대와 싱크대에도 트랩(trap)이 있어 배수관이 U자나 P자 모양으로 하고 있다. 이 구부러진 부분은 하수구 냄새가 역류하고 벌레가 올라오는 것을 막아준다. 그런데 물은 어떻게 구부러진 관을 통과해서 흐르는 걸까?

화장실의 물탱크는 사이펀의 원리에 의해 작동된다. 사이펀관은 압력 차이를 이용해 물을 위쪽으로 흐르게 한다. 사이펀 관이 물 표면보다 아래에 있으면 수면에 작용하는 대기압으로 액체가 밀려 올라간다. 물은 관을 따라 올라가 굽은 곳을 돌아 다른 쪽 끝으로 떨어진다. 일단 물이 사이펀관을 돌아 다른 쪽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공기의 압력 때문에 남아있는 물이 관을 따라 계속 흐르게 되는 것이다.

“편하게 사용만 했지 정작 화장실의 원리는 모르고 있었네요. 수세식 화장실은 물을 내리면 저절로 물이 적당히 차오르잖아요. 수도꼭지를 돌려 물을 틀거나 잠그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렇게 되는 걸까요?”

“그건 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겁니다. 물 내리는 밸브를 아래로 누르면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물탱크 바닥에 있던 구멍의 마개가 위로 들어 올려집니다. 물탱크의 물은 수압과 중력에 의해 변기로 내려오지요. 물이 빠져나가면 물탱크의 수압이 낮아지면 수압이 높은 급수관의 물이 물탱크로 들어와서 다시 차게 됩니다. 물탱크의 수압과 급수관의 수압이 같아질 때까지 물이 들어오게 되지요. 때문에 물탱크는 급수관보다 항상 위쪽에 있게 됩니다.”

“간단한 듯 하면서 정말 효과적인 방법이네요. 수세식 화장실이 없는 인생은 정말 상상하기도 싫어요.”

“하하 그렇죠. 1778년 발명가 조지프 브라마가 밸브 장치가 개선된 변기를 내놨는데, 1797년까지 6천 개가 팔릴 정도로 대단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수세식 화장실이야말로 현대적인 생활의 증거죠!”

“나도 다시 태어난다면 수세식 화장실이 있는 시대에 태어나고 싶구려!”

고대와 중세 사람들도 입을 모아 말했다. 그때 날카로운 눈을 한 과학자가 입을 열었다.

“수세식 화장실은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미개한 발명품 중 하납니다. 수세식 화장실 보급 초기에 런던은 식수원이었던 템스강으로 오물을 흘려보내, 식수염이 오염되고 하수관으로 오물이 역류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도 만연했죠. 도시의 상하수도 설비를 정비해 문제가 개선되는 듯 했고 수세식 화장실은 널리 전파되었지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수세식 화장실에서 한번 물을 내릴 때 사용되는 물의 양이 얼마인지 아십니까? 13리터~15리터, 절수형이라고 해도 6리터 이상입니다. 하루에 5번만 화장실에 간다 해도 70리터에 가까운 물을 오물을 씻어내는 데 쓰게 되는 겁니다. 오물을 물에 녹여 흘려 보내니 수질 오염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입니다. 결국 우리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는 물인데 말입니다. 수세식 화장실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다가 큰 손해를 보게 되는 어리석은 발명품인 것입니다.”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얘기를 듣던 농부가 그제야 말을 시작했다.

“농사를 지어보면 똥이 얼마나 귀한 거름이 되는지 알 텐데. 잘 모아 삭혀서 거름으로 쓰면 똥이 아니라 보배가 되는 걸 모르고 말이야.”

과학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정말 옳은 말씀입니다. 저는 이렇게 저승으로 오게 되었지만, 지금 인간 세상에서는 수세식 화장실의 대안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전통 농경사회의 방식대로 미생물을 이용해 똥과 오줌을 발효시켜 비료로 만드는 자연발효 화장실도 한 방법이겠지요. 물을 사용하지 않는 화장실, 오물을 압착해서 말린 후 살균하는 방식, 변기에서 배설물을 즉시 냉동시키는 방식, 전기 연소 장치로 오물을 먼지로 태우는 방식 등 다양한 방식이 연구되고 있답니다.

수세식 화장실을 칭송하던 이들이 다들 숙연해졌다. 그러는 사이에도 인간 세상에서는 여기저기서 쏴아~쏴아~ 폭포수처럼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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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아, 네 나이가 몇인데 변기에 물을 자꾸 흘려보내면서 장난이니? 얼른 나오지 못해?”
엄마의 호통에도 주형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변기의 밸브를 한 번 더 당겨 물을 흘려보낸다. 이 모습을 본 엄마는 화장실로 가서 주형이를 끌고 나올 태세다.
“엄마, 화장실 물을 보면 최면에 걸리는 것처럼 어지러워요. 물이 왜 이렇게 빙글빙글 돌아요?”

지켜보던 엄마도 어느새 변기 속의 물을 보면서 홀린듯하다.
“지구의 자전 때문이란다.”
엄마의 대답에 주형이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지구가 돈다고 변기 물이 돌아요?”
“그럼~ 세면대나 욕조에서 물이 빠질 때도 마찬가지야. 일명 코리올리 효과라고 하지.”

“코리올리요?”
“응. 천천히 설명해 줄게. 코리올리 효과란 19세기에 프랑스의 물리학자 코리올리(Gustave Gaspard Coriolis)가 알아낸 효과인데, 일반적으로 북반구에서 남쪽으로 대포알을 쏘면 원래 쏜 방향보다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단다. 이런 식으로 물이 변기 속으로 내려갈 때 북반구에서 오른쪽으로 돌면서 내려가고, 반대로 남반구에서는 왼쪽으로 돌면서 내려간다는 원리지.”

“우와~ 너무 신기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코 들락날락했는데… 그렇게 심오한 원리가 있을 줄이야!”
“하지만 변기 물이 소용돌이를 치면서 내려가는 현상이 코리올리 효과라는 것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해. 북반구에서 변기 물을 내리면서 물속에 손을 넣어 왼쪽으로 살짝 돌리면 소용돌이는 왼쪽으로 생기거든. 그러니까 북반구라고 해서 항상 변기 물이 오른쪽으로 소용돌이치진 않는다는 거지.”

“아직 확실한 결론은 없나 보죠? 그럼 아까 말씀하셨듯이 포탄의 경우는 코리올리 효과가 확실한가요?”
“그렇지. 세면대나 욕조, 변기 등의 작은 소용돌이는 지구의 자전보다는 다른 요소들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단다. 예를 들면 용기의 좌우 높낮이가 비대칭일 경우 물이 내려가면서 작용하는 힘이 달라지겠지. 그러나 수십 km 멀리 포탄을 쏠 때처럼 큰 규모일 경우에는 지구 자전에 의한 코리올리 효과가 나타나.”

거실에서 신문을 읽으면서 화장실에서 들리는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아빠가 주형이에게 퀴즈를 내듯 말했다.
“주형아, 그럼 변기의 밸브를 내린 다음에 물이 위쪽으로 어떻게 나오는 걸까? 항상 같은 위치까지 물이 올라오잖아.”
“아…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는데 말씀 듣고 보니 신기하네요. 오늘은 화장실이 마치 과학실인 것 같아요. 헤헤~”

“알고 보면 생활 구석구석 과학이 자리 잡고 있지? 중세 시대에는 길거리에 분뇨 구덩이가 있었기 때문에 전염병이 성행했어. 수세식 변기가 발명되었지만 분뇨 냄새가 역류하는 문제점은 좀처럼 해결되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18세기에 영국의 수학자 커밍(Alexander Cumming)이 배수 파이프를 위쪽으로 구부려 밑에서 올라오는 냄새를 차단하는 물을 저장하는 방법을 생각해낸 거야.”

“으악, 길거리에 분뇨가 있었다고 상상하니까 끔찍하네요. 그런데 배수 파이프를 위쪽으로 구부리면 물이 어떻게 올라오죠?”
“그걸 바로 사이펀(siphon)의 원리라고 한단다. 사이펀이란 높은 곳에 담겨 있는 물을 낮은 곳으로 옮기는 데 사용하는 구부러진 관을 말해. 원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지만 사이펀에서는 높은 곳의 물이 더 높은 곳을 지나 낮은 곳으로 내려오지.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높은 곳에 있는 물의 표면에 공기의 압력이 작용해 물을 밀어내기 때문이야.”

주형이 머리는 복잡해졌다. 그 표정을 읽은 아빠는 주형이에게 그림을 그려주었다.



“물을 끌어올리려면 변기 속에 펌프가 달렸나요?”
“하하. 변기 안에는 요렇게 생긴 조용한 진공 곡관이 숨어 있단다. 물의 높이에 의해 기압차가 발생하여 물이 위쪽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지. 사이펀 관이 물 표면보다 아래에 있으면 수면에 작용하는 대기압으로 인해 관 안으로 밀려 올라가. 물이 굽은 곳 돌아서 다른 쪽 관으로 통과만 하면 공기의 압력 때문에 남아있는 물은 관을 따라 계속 흐르고. 그러니까 주형이가 변기 밸브를 누르면 변기물탱크 속 물이 밀려 내려와 곡관을 넘게 되고 변기 속 물이 빨려 내려가게 되지. 그리고는 다시 곡관 높이까지만 물이 차게 된단다.”

주형이는 화장실 변기에 고여 있는 물과 아빠가 그려준 그림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아빠는 그런 주형이의 모습을 빙그레 웃으며 바라보았다.
“주형아, 우리 집 수족관 청소할 때 쓰는 물 펌프도 사이펀의 원리를 이용한 거야. 수족관 위치를 옮기지 않아도 물 펌프로 수족관 물을 교체할 수 있지.”

갑자기 다용도실로 달려간 주형이가 물 펌프를 가져왔다.
“아~ 그래서 손잡이 부분까지 물을 빨아올리면 손잡이를 놔도 계속 물이 흘러 내려가는 거군요.”
“맞아, 이왕 얘기가 나온 김에 물 펌프도 자세히 볼 겸 우리 수족관 청소 한번 할까?”
“네! 좋아요.”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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