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원전 오염수, 문제 되는 까닭

“도쿄에서 220km 떨어진 원전에서 누출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의 규모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일주일 만에 채울 만한 수준이다. 이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그 위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즉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 2013년 8월 7일, 로이터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그로부터 2년 6개월 후, 아직 그날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각종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일본 방사능 괴담이 확산되며 사람들의 불안감이 급증하고 있다. 단지 ‘괴담’일 뿐일까. 일본 정부가 밝힌 공식 입장을 비롯해 각종 해외 언론에서 매일 업데이트되는 소식들을 보면 그 위험성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7월 22일,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 1원전 내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highly radioactive water)가 하루에 약 300톤씩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8월 19일에는 제1원전 냉각수 저장 탱크에서 초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300톤가량 외부로 새 나갔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 뒤, 다른 저장탱크 두 곳에서 또 다른 유출이 확인될 만큼 그간 도쿄전력과 일본의 대처는 안일했다.

도쿄전력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유출된 원전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은 스트론튬-90이 10조 베크렐(Bq, 1Bq=방사성 핵종이 1초 동안 한 개 붕괴하는 방사능), 세슘-137이 20조 Bq에 달한다(2013년 8월 22일 기준). 기존 도쿄전력이 원전을 정상 가동하던 때의 관리기준인 연간 2,200억 Bq보다 10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게다가 도쿄전력이 추산한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3등급은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7등급(심각한 사고)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접국가인 우리나라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의 안전성이다. 2년 넘게 원전 오염수에 노출된 수생생물들이 버젓이 수입돼 우리 식탁에 올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원전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외부피폭의 영향은 거의 없더라도 내부피폭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자주 비교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경험을 비춰 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피폭 중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 80~90%라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몇 달 전, 과학저널 ‘네이처’(2013년 4월 29일자)에는 동일본 내륙의 민물고기까지 세슘에 오염됐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일본 시가대학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100km 내 은어의 활성 세슘 오염 정도가 1kg당 200Bq, 반경 100~200km 내에서는 1kg당 60~200Bq, 반경 200~300km(도쿄 포함) 내에서는 1kg당 20~60Bq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세슘 기준치는 60~90Bq로, 사실상 동일본 지역 민물고기 대다수가 오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결국 먹거리에 대한 안전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 9일 일본 농산물 13개현 26개 품목, 수산물 8개현 50개 품목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이미 2012년 일본에서 수입된 명태가 5,446톤이다.

게다가 일본산 수산물의 검역 과정에 허점이 있다. 들어오는 모든 식품을 조사하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일부만 채취해 검사하는 ‘샘플조사’를 한다는 점이다. 수입 수산물 검역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일본산 수산물과 식품의 방사능 검사결과의 적합여부만 밝힐 뿐 검출된 방사능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음식물, 음용수 등의 방사능 기준치를 세계 기준보다 높여 놓았다. 이 기준은 결국 의학적 안전 기준이 아니라 정부가 정하는 관리 기준이라는 뜻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은 기준치 이내로 검출돼도 인체에 축적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내부피폭 시 가장 문제가 되는 방사성 물질이다. 이미 유출된 양도 많은데다, 생체 내에 고정되기 쉬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세슘은 알칼리금속 원소로 포타슘(칼륨)과 비슷한 생물학적 성질을 갖는다. 때문에 체내에 세슘이 들어가면 우리 몸은 세슘을 필수 원소인 포타슘으로 인식하게 된다. 포타슘은 우리 몸의 물질대사에 꼭 필요한 무기질이다. 이를 세슘이 대체할 경우, 우리 몸에는 이상이 생기게 된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지만, 생물학적 반감기(체내로 들어온 방사성 물질 절반이 대사과정에 의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걸리는 시간)는 70일이다. 얼핏 반감기의 기간이 짧아서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물학적 반감기는 어디까지나 체내 원소들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일 뿐, 140일이 지난다고 몸 밖으로 전부 배출된다는 개념은 아니다. 세슘이 계속 체내로 섭취된다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세슘은 차곡차곡 축적된다.

세슘은 주로 근육에 농축되며 체내에 많이 축적되면 불임이나 골수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의 위험이 있다. 임산부의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세슘을 섭취했을 경우 자궁, 특히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고 모유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

스트론튬-90은 알칼리토금속 원소로 체내에서 마그네슘을 대체하기 쉽다. 마그네슘은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하며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우리 몸의 생리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트론튬은 주로 뼈에 축적되며 뼈암,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인공․자연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은 연간 3.73밀리시버트(mSv, 생물학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의 양. 1Sv=매 kg 당 1J의 방사선량)이다. 이중 먹거리를 통해 섭취하는 양은 11.4%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인간은 자연방사능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적은 양에 지레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2년 11월 ‘생물학 리뷰(Biological Reviews)’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극히 미미한 양의 자연방사능이라도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티모시 무쏘 교수와 프랑스 파리남부대 생태시스템진화연구소의 안더스 묄러 연구진은 지난 40년 동안 각국에서 조사된 방사능 피폭 연구결과 46건을 수집해 통계학 모델로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아주 적은 양의 자연방사능이라도 전혀 쬐지 않은 것보다는 인체와 동식물 등 유기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내부피폭은 외부피폭에 비해 변수가 많다. 같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어린이가 더욱 위험하다는 점 등 개개인별 피폭에 대한 적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준치 미만이라고 안일하게 대처하면 안 될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나라도 대책 마련에 서둘고 있다. 외교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심해지자 뒤늦게 오염수 유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이제라도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신속하고 투명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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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요오드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거기가면 요오드 처방받을 수 있나요?”
“병원에 요오드 좀 가지고 있는 거 있지요?”
“원장님은 요오드 챙겨놓으셨나요? 있으시면 저도 좀 주세요.”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유출되면서 국내의 병원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이와 같은 문의전화가 하루에도 수십 통씩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유출이 2주일 이상 이어지면서 결국 우리나라에서도 방사성 제논(Xe)에 이어 방사성 요오드(I)까지 검출됐다. 지금까지 알려진 방사성 물질은 1,700여 종에 이른다. 이들 중 인체에 해로운 대표 방사성 물질은 20종 정도. 원전이 폭발할 때 나오는 방사성 물질의 80% 정도는 제논(Xe)과 크립톤(Kr)이다. 하지만 두 물질은 기체이기 때문에 금세 흩어져 인체 피해가 적다. 때문에 현재 가장 위험한 방사성 물질로 알려진 물질은 요오드-131이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3월 29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2곳에 방사성 요오드-131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KINS 측은 12곳 모두 검출된 양이 극미량이어서 환경이나 인체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지만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감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을 직접 접하는 의사들은 환자들의 요오드 처방 요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0년 신종플루가 한창 유행할 당시 치료제였던 타미플루를 무조건 처방해 달라는 요구와 똑같다.


그림 요오드화칼륨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이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그런데 왜 사람들은 요오드를 찾는 것일까?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요오드 성분이 갑상샘으로 미리 들어가 방사성 요오드가 들어올 여지를 주지 않으므로 갑상샘을 보호해 주기 때문이다.

요오드-131은 호흡을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갑상샘에 저장돼 ‘베타선’이라는 방사선을 방출한다. 베타선은 반응성이 좋아 주변 세포에 영향을 미친다. 당장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수년 뒤 갑상샘 세포가 죽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일례로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 인근 지역에 있었거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음식과 우유를 섭취한 사람들에서 갑상선암 발병이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산모의 태아, 소아가 특히 위험했다. 반면 20세 이상 성인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갑상샘에 들어가지 못한 방사성 요오드는 오줌 등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방사성 요오드의 경우 직접 흡입하기 24시간 전에 요오드화칼륨을 섭취하면 갑상샘에 요오드의 양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방사성 요오드가 갑상선에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방사성요오드를 직접 흡입한 뒤에라도 최소 15분 안에 요오드화칼륨을 투여하면 90% 이상, 6시간 내 투여하면 50% 정도의 방어 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하루에 섭취하면 좋은 요오드 일일 최적 섭취량은 0.15mg, 최대 3mg이다. 1세 미만의 유아는 65mg/일로 복용한다. 하지만 피폭 시에는 요오드 복용량을 130mg/일로 늘리고 최대 10일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방사선 노출도 없는데 요오드화칼륨을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작용으로 알레르기, 두드러기, 침샘의 염증,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만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생기는 병으로, 신진대사가 과도하게 활발해져 갑상선이 커지고 눈이 튀어나오며 심장이 빨리 뛰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반대로 저하증은 혈액 속에 갑상선 호르몬이 부족해 생기는 병이다. 몸속의 물질대사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몸이 나른하고 기력이 없어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요오드-131은 자연상태의 일반 요오드, 즉 요오드-127의 동위원소로 방사성 물질인 우라늄, 플루토늄 등이 핵분열 할 때 생성되는 물질이다. 동위원소는 원자번호(양자수)는 같지만 질량수가 다른 원소를 말한다. 요오드-131의 반감기는 8.05일로 비교적 짧다. 반감기란 방사성 핵종(核種)의 원자 수가 방사성이 붕괴되면서 원래 숫자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반감기가 짧을수록 방사성을 빨리 잃게 된다.

현재 교육과학기술부는 방사선 피폭 사고에 대비해 요오드화칼륨정을 한국원자력의학원 부설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 서울대병원 등 21개의 방사선 비상 진료지정 의료기관과 방사선보건연구원에서 13만 명분의 양을 보관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정 수준의 이상의 방사선이 검출되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방사선 비상진료기관을 통해 무상으로 공급한다.

미국의 전문학회들은 현 단계에서 요오드화칼륨을 구입하거나 보관할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물론 현재로서는 복용할 필요도 전혀 없다. 안지현 중앙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미국과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지리적 거리가 다르다”면서 “일본 원전 사고의 수습 진행 상황, 풍향과 같은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요오드 복용에 대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요오드를 섭취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요오드 함량이 많은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요오드가 풍부하다고 알려진 대표적인 식품으로는 다시마, 김, 미역 등 해조류와 멸치, 굴 등의 어패류가 있다. 이 외에도 우유, 달걀노른자, 브로콜리, 감자, 바나나 등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자연 식품을 통해 섭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같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것은 방사선 요오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평소 요오드 일일 섭취량(0.15㎎)을 먹는 정도다. 방사능 피폭 시 복용하는 요오드화칼륨정은 요오드화칼륨 130㎎(요오드 121.5㎎)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주원 중앙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혹시라도 일본에 갈 일이 생겨 방사능에 노출될 것이 걱정된다면 요오드를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식품인 다시마, 미역, 김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하지만 약의 요오드 함유량은 성인 1일 기준량의 몇백 배에 해당하므로 음식으로 먹어서는 큰 예방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요오드 함유 건강보조식품도 마찬가지다. 대개 이들 제품의 요오드 함유량은 0.075㎎~0.12㎎ 정도로 일일 섭취량에 못 미치는 양이다. 하지만 임신부는 조심해서 복용하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은 영양보조제로 팔리고 있어서 처방약처럼 관리가 잘 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적정 복용량 및 성분 등에 관한 정보가 불분명하다. 한정열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예방 차원에서 임신부가 섭취하는 요오드 영양보조제가 오히려 태아에 해를 미칠 수 있다”면서 “미량의 방사능 노출과 태아의 기형아 발생률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원전사고 보다 심한 문제를 일으켰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원자로(nuclear reactor)가 파괴되고 방사능물질이 주변에 확산돼 당시 정부에서 임신중절을 권했었다. 하지만 기형아의 발생률은 증가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재 일본 방사능 노출 정도가 우리나라 임신부에게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미 미국의 캘리포니아 보건국은 예방책으로 요오드화칼륨을 복용하지 말 것을 촉구한바 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퍼져있는 공포감이다. 방사선 요오드를 제대로 알고 바르게 대처하는 태도가 중요한 시점이다.

글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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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끄듯 원자력발전소 끌 수 없을까?

“지진해일이 몰려옵니다.”

경보가 있고 10분이 지나자 높이 10m의 거대한 파도가 몰려왔다. 물살은 순식간에 마을을 덮치고, 자동차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일어난 사고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건물이 무너지고 길도 끊어졌다. 마을은 유령 도시처럼 변했다. 전기공급과 통신이 중단돼 살아남은 이의 안전도 위협했다. 2011년 3월 11일 오후 3시경, 규모 9.0의 지진이 빚어낸 재앙이었다.

일본 도호쿠(동북) 지역에서 일어난 이번 지진은 지난 140년 동안 일본에서 관측된 지진 중 가장 강력했다. 1923년 9월 14만여 명의 사망자를 낸 간토 대지진의 규모는 7.8이었고, 1995년 1월에 일어난 고베 대지진의 규모도 7.2였다. 이 지진의 여파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10여 차례 이상 이어지기도 했다. 일본 전역이 지진 공포로 들썩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지진해일로 멈춰 버린 후쿠시마현 오하나마 원자력발전소다. 지진파의 충격을 받은 원자력발전소는 심하게 흔들렸고,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이에 일부 원자로의 냉각장치가 멈췄고 방사성 물질이 유출될 위험이 생긴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냉각수의 순환이 멈추면 연료봉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3월 12일에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1호기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13일에는 3호기 건물이 훼손됐고, 이들 사고로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빠져나왔다. 15일에는 2호기의 격납용기 장치가 파손됐고, 4호기에서 화재도 잇따랐다. 16일에는 3호기의 격납용기가 파손됐다. 5호기와 6호기도 계속 온도가 올라가고 있다. 일본은 ‘최악의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지진해일로 전기가 끊어졌다’는 사실이 이렇게 무서운 상황으로 연결될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대체 원자력발전의 원리가 무엇이기에 전원공급이 중단됐는데도 폭발 위험이 있는 것일까? 스위치 끄듯 원자력발전소를 끌 수는 없는 걸까?

● 핵분열 열로 전기 만들어… 냉각수 필수

원자력발전은 원자핵이 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로 전기를 만드는 방식이다. 원자핵은 원자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데, 원자 중에는 원자핵이 중성자와 부딪치면 쉽게 쪼개지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라늄’이다. 원자핵이 둘로 쪼개지면(핵분열) 엄청난 에너지가 생긴다. 이때 2~3개의 중성자가 빠져나오고 다른 핵과 부딪쳐 다시 핵분열을 일으킨다. 이를 핵분열 연쇄반응이라고 한다. 이때 나오는 에너지(열)로 증기를 만들고 터빈을 돌리면 전기를 얻을 수 있다.

핵분열이 일어나는 원자로는 노심(爐心·Reactor core)과 이를 보호하는 격납용기로 돼 있다. 노심은 격납용기 내에 우라늄과 같은 핵연료가 장착된 가운데 부분을 말한다. 여기는 보통 핵연료봉(우라늄), 냉각재(물), 연료 제어봉, 감속재 등으로 구성된다. 원자로에서 핵분열이 진행되면 온도가 높아지고 방사성 물질도 나온다. 냉각재는 열을 식히고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냉각 과정은 아주 중요하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냉각 과정에 문제가 생겨 폭발했다. 전기가 끊어져 원자로에 더 이상 냉각수를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자로는 정지해도 열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스위치 끄듯 간단하게 멈출 수 있는 장비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 열기 자체는 매우 강해서 그대로 두면 연료봉을 녹일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냉각수가 공급돼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기존에 있던 물이 증기로 변한다.

물이 수증기로 변하면 부피가 약 1700배 커진다. 이 때문에 원자로 내의 압력이 커졌고, 제한된 공간에 수증기가 가득차서 빵빵해진 것이다. 이대로 두면 폭발할 위험이 있어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수증기를 밖으로 빼냈다. 덕분에 원자로 안의 압력은 낮아졌지만 수증기와 함께 세슘 같은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나왔다.

● 핵연료봉, 냉각재→격납용기→콘크리트 격벽으로 감싸

방사성 물질은 동식물의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 한번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수십년 또는 수세대에 걸쳐 불임증이나 백내장, 탈모, 유전병 등 심각한 부작용도 일으킨다. 또 골수암, 폐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주로 호흡하거나 방사성 물질이 녹아 있는 물을 마실 때 몸속으로 들어와 체내에 쌓인다.

이 때문에 원자력발전소는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한다. 우선 물 같은 냉각재가 핵연료봉을 감싼다. 다음에는 격납용기가, 더 바깥에는 콘트리트 격벽이 버티고 서 있다.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겹겹이 둘러싼 것이다.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전기가 중단되면서 이런 벽들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냉각수가 중단되자 핵연료봉이 섭씨 2,000~3,000도로 뜨거워졌고, 열 때문에 원자로에 있던 수증기가 분해되면서 수소도 많아졌다. 반응성이 좋은 수소가 원자로를 감싸고 있는 건물 윗부분에 몰리자 폭발했고, 1호기와 3호기 건물을 파손시켰다. 가장 바깥에 있는 콘크리트 격벽에 구멍이 생긴 것이다.

2호기는 냉각재와 콘크리트 격벽 사이에 있는 격납용기 장치에 문제가 생겼다. 격납용기의 압력을 억제하는 부분인 ‘압력억제실(Surpression Pool)’ 설비 근처에서 폭발이 발생했다고 추정된다. 3호기의 경우 원자로 격납용기 자체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됐다.

4호기는 지진 발생 당시 운전이 정지됐지만, 원자로 내부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하고 있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에서 일정 기간 사용하고 빼낸 핵연료를 말한다. 핵연료는 압력용기나 격납용기 안에서 폭발하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상온 공기 중에서 불이 붙을 수 있어 더 위험한 셈이다. 또 사용후핵연료는 건물 외벽 하나만으로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사용후핵연료는 격납용기 외부에 있는 수조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와도 체르노빌 사고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체르노빌 폭발사고 당시에는 핵연료봉을 둘러싼 격납용기가 없었다. 이 때문에 방사성 물질이 중심부부터 뿜어져 나왔다. 또 폭발도 노심 전체에서 일어나 유럽 전체에 방사성 물질이 퍼지게 됐다.

이와 달리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는 겹겹이 둘러싼 벽을 방사성 물질을 차단하고 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이 대기권 상층부까지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최첨단의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일본도 자연재해 앞에서는 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과학기술 덕에 이만큼이나 대응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겹겹이 쌓은 방호벽만큼 단단한 일본의 과학기술이 일본을 다시 일으켜 주길 바란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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