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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07 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2. 2010.01.19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돌린다? (3)

햄과 소시지, 먹어도 될까?!

평소 육류 음식을 즐겨 먹는 직장인 박 모(32) 씨는 요즘 들어 우울하기만 하다. 얼마 전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발표한 육류 관련 발암 기사를 접하고 나서부터, 입맛을 잃었기 때문이다. 오늘 회사 식당에서 제공된 제육볶음도 먹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이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평소 같으면 한 접시 더 먹었을 박 씨지만, 발암 관련 기사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며 께름칙한 기분이 들어서 더는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 숨겨진 진실? 아니면 과잉 반응?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IARC가 지난 10월 26일,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육과 적색육(red meat)을 각각 1등급 발암물질과 2등급 발암물질로 발표한 뒤, 국내 축산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불어 닥친 후폭풍은 꺼질 줄을 모르고 있다. 해외 축산업계도 이번 발표로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지만, 국내 축산업계는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하루아침에 인체에 해로운 식품을 파는 주범으로 전락해 버렸다. 
 

사진 1. 적색육(출처: wikimedia)



소비자들 또한 그동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을 즐겨 먹어 왔는데, 갑자기 담배나 석면 같은 발암물질로 분류된 것을 보고 모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특히나 자녀가 있는 집에서는 가공육에 길들어 있는 아이들의 입맛을 대체할 식품을 찾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이처럼 업계와 소비자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심각하자 며칠 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국인의 섭취량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발표하며 진정에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은 식탁에 자주 오르는 햄과 돼지고기를 먹어도 되는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도대체 어떤 성분이 문제이기에 지난 몇 십 년 동안 잘 먹고 잘 지냈던 가공육과 육류가 하루아침에 발암 물질로 전락한 것일까? 진짜로 암을 일으키는 성분이 포함돼 있었는데 그동안 소비자가 모르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과잉 반응에 따른 침소봉대(針小棒大)의 소산일까? 독자들이 궁금해 하는 그 이유에 대해 한번 알아봐야겠다. 

■ 아질산나트륨이 발암물질을 유발한다?! 

IARC가 현재 발암 유발 물질로 지목한 물질은 적색육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화학물질과 가공육에 들어있는 화학첨가물이다. 이 중 적색육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N-니트로소 화합물(NOC)’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가 가장 의심을 받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은 절임(curing)이나 훈제(smoking) 같은 가공육 공정에서 만들어지는 유해물질로 알려졌지만, 부치기(pan frying)와 그릴(grilling), 그리고 바비큐(barbecuing)와 같이 육류를 고온으로 조리하는 과정에서도 대거 생성된다. 

가공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공육도 처음 만드는 과정은 적색육을 조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앞에서 언급한 물질 외에도 ‘헤테로사이클릭아민(HCAs)’이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이 성분 또한 발암 유발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화학물질 중 일부는 이미 암을 유발하는 성분을 가진 것으로 강력한 의심을 받고 있거나, 이미 확인된 물질도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적색육이나 가공육으로 인해 어떻게 암 위험이 증가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사진 2. 아질산나트륨의 성상 및 분자식(출처: wikipedia)



화학첨가물로는 가공육에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sodium nitrite)이 논란의 주인공이다. 가공육은 고기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각종 첨가물을 넣게 되는데, 이 중에서 아질산나트륨은 붉은빛을 돌게 하는 발색제의 역할과 맹독성 식중독균인 보툴리누스(botulinum) 균의 번식을 막는 보존제 역할을 한다. 
 
아질산나트륨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높은 온도에서 육류의 아민(amine)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nitrosamine)을 생성하기 때문이다. 국내 식품안전 전문 검사기관들은 15세미만의 어린이와 임산부가 아질산나트륨을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질산나트륨 등 각종 첨가물을 뺀 천연 가공육은 발암 가능성으로부터 안전할까? 이에 대해서도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 있지 않은 상황인데, 사실 결론이 나 있지 않다기보다는 ‘모른다’는 것이 정답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첨가물을 뺀 햄이나 소시지가 국내에서도 판매되고는 있으나, IARC의 이번 발표가 가공육의 특정 첨가물이 발암 요인이라는 것을 밝힌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질산나트륨과 같은 첨가물을 뺀 가공육이 발암 위험이 적거나 없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 유해성과 위해성 혼동 말아야 

이처럼 모든 것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은 과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현명할까? 이에 대해 국내 암 전문가들은 ‘발암 물질과 접촉해도 발암 위험이 없는 적정량과 안전한 조리방법을 택해 이를 생활에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여기서 적정량이란 발암 여부를 평가할 때, 발암 성분의 존재 여부와 함께 그 성분의 용량까지 고려돼야 한다는 점을 뜻한다. 예를 들면 옥수수나 콩의 썩은 부분에서 검출되는 아플라톡신(aflatoxin)은 니코틴(nicotine)보다 독성은 훨씬 높지만, 인체 노출량은 니코틴의 백만 분의 1도 되지 않는다. 

독성은 강하지만 양이 적은 아플라톡신보다는, 독성은 낮지만 훨씬 많은 양이 인체에 노출되는 니코틴이 더 문제라는 의미다. 이 같은 비유를 든 이유는 적색육이나 가공육 섭취량이 서양인에 못 미치는 동양인에게 서양인과 같은 잣대를 댈 수는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특히 먹거리와 같은 생활 습관 요인은 인종이나 지역, 문화 등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번 IARC의 발표를 우리 식탁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규명 작업이 이뤄지겠지만, 현재 시점에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분명한 사항은 육류의 유해성(Hazard)과 위해성(Risk)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해로운 점은 있지만, 얼마만큼 먹어야 위험한지에 대해서는 IARC 조차도 답변이 궁한 상황이니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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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2005년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는 26.7%를 차지한 암이다. 암은 사망원인 통계조사가 시작된 1983년 이후로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673명이 생을 마감하는데 그 중 179명이 암으로 사망한다. 또 매년 12만명이 새롭게 암환자가 된다. 세계적으로도 암은 심혈관 질병 다음으로 높은 사망원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암은 의학·과학에서 가장 관심이 집중된 분야다. 웬만한 생명과학 연구과제는 암과 연관을 맺고 있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이는 언론을 통해 발표되는 연구결과 중 상당수가 “암 치료하는 단백질” “나노로봇으로 암 치료”하는 식으로 암을 언급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류가 암과의 전쟁을 시작한지는 이미 오래됐다. 과연 암을 감기처럼 쉽게 취급하게 될 날은 언제쯤 올까?

먼저 암에 대해 이해하자. 사실 암이란 하나의 질병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약 200개의 질병이 ‘암’이란 이름으로 통칭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특징은 ‘암세포’로 말미암아 생긴 질환이라는 점이다. 그럼 암세포란 무엇인가? 암세포는 성장을 멈출 줄 모르는 세포다. 정상세포가 특별한 이유로 바뀌어 암세포가 된다.

일반 세포는 성장을 엄격하게 조절 받기 때문에 수십 번 분열하고 나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일반 세포의 DNA에는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암세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장을 멈추게 하는 부분이 없어지거나, 성장을 빠르게 하는 부분이 여러 번 중복되면 세포의 성장은 브레이크를 없애고 액셀러레이터를 여러 개 붙인 자동차처럼 빨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일반 세포를 암세포로 바꾸는 물질을 ‘발암물질’이라고 부른다. 탄 음식에 많이 든 벤조피렌 같은 화학물질이나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같은 세균·바이러스가 발암물질이 될 수 있다. 강력한 에너지를 가진 자외선도 DNA를 변형해 암을 일으킬 수 있다. 물론 우리 몸에 방어기작이 있기 때문에 발암물질이 있다고 모두 암세포가 되는 건 아니며, 암세포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암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일단 암세포가 되면 정상 세포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암세포는 혈관을 늘려 주변의 산소와 양분을 빨아들인다. 성장과 분열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조직 세포의 모양과 임무는 잃어버리고 오직 성장만이 주된 관심사가 된다. 다른 세포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는 일반 세포와 달리 주변 세포를 잠식하면서 성장·분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암세포가 자기 영역을 넓혀 덩어리 모양으로 된 것이 ‘종양’이다. 암세포 하나가 눈에 띄는 지름 1cm 정도의 종양으로 자라려면 5~1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안에는 보통 10억개의 암세포가 들어있다. 그리고 이런 종양 중에서 다른 조직으로 퍼지지 않는 것이 ‘양성종양’, 다른 조직으로 퍼지는 것이 ‘악성종양’, 즉 암이다.

그럼 암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을까? 기본 전략은 ‘암세포만 골라서 제거하는 것’이다. 세포는 약품, 방사선 등 여러 방법으로 죽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방법으로는 정상 세포까지 죽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이때 일반 세포와 다른 암세포의 특징은 암을 정복하려는 과학자들에게 좋은 지표가 된다. 다른 곳에서는 녹지 않다가 암세포가 있는 곳에서만 녹아 안에 든 치료약이 흘러나오도록 하는 캡슐이라든지, 암세포만 태워 없애는 특정 주파수의 전자파 등이 암세포만 골라 죽이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다.

그런데 최근 KAIST 정종경 교수가 개발한 방법은 암을 정복하는 기본 전략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연구다. 바로 암세포를 정상세포로 돌려놓는 것이다. 정 교수는 당뇨병, 비만에 관련된 ‘AMPK’라는 효소를 활성화시키자 대장암세포가 변해 미세돌기가 생기는 등 정상 세포로 바뀌는 사실을 밝혀 ‘네이처’ 5월 8일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AMPK 효소는 세포 구조와 염색체 개수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로 알려져 있다.

정 교수가 원래 연구하던 분야는 초파리였다. AMPK 효소가 없는 초파리에서 암세포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고 연구 방향을 급전환했다. 그리고 사람의 암세포에 AMPK 효소의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놀라운 성과를 낸 것이다. 이는 효소가 대사에만 관여한다는 기존 생각을 깬 연구 결과로 앞으로 새로운 암 연구 분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더 나아가 암이 발생하기 전에 아예 싹을 없애는 연구도 활발하다. 암세포가 종양이 되기 전, 세포 단계에서 발견하고 없애겠다는 것이다. 가장 각광받는 방법은 CT/PET장비다. CT/PET장비는 컴퓨터단층촬영술(CT)과 양성자방출 단층촬영술(PET)이 결합된 장비다. 포도당유사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 몸에 주사하면 포도당 대사가 활발한 암세포에 포도당유사체가 집중적으로 모인다. 이때 전신을 CT/PET로 촬영해 암세포 위치를 추적하는 것이다. 포도당 대신 DNA의 원료인 티민에 방사성동위원소를 붙여도 된다. 암세포는 매우 활발하게 세포 분열을 하기 때문에 DNA 원료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암 정복은 어디까지 왔을까? 세계보건기구는 “암의 3분의 1은 예방이 가능하고, 3분의 1은 현대의학으로 완치할 수 있고, 3분의 1은 아직 정복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간은 암을 66.6%나 정복한 셈이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도 빠른 시간 안에 과학의 힘으로 정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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