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건축물의 비밀!

한낮의 관공서에서는 땀을 뻘뻘 흘려대는 와중에도 에어컨만은 가동시키지 않고 버틴다. 멀리 창밖으로 보이는 시원스러운 전경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력난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 주 초에는 어두운 실내에서도 불까지 끄고 지낼 정도였다.

전력 수급 비상에 무더위까지 겹친 여름날, 가장 고달픈 곳은 뜻밖에도 초현대식으로 지은 첨단 건물들이었다. 햇볕은 고스란히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열리는 시늉 정도만 하는 창문을 지닌 건물 내부는 말 그대로 찜질방이 돼 버렸다. 언젠가부터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유리로 뒤덮인 건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건축양식은 주거용 건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리를 대폭 활용한 건축방식이 유행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리 건축은 그 자체로 현대적인 세련미를 물씬 내고 풍요와 개방성을 상징한다. 1851년, 런던에서 수정궁이 선보였을 때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던 까닭도 유리로 뒤덮인 건물이 그때까지의 어떤 건물과도 다른 세련미를 보이면서도 기술력과 물질적 풍요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수정궁은 철골 구조라는 신기술과 유리라는 새로운 벽면 재료를 활용해 미래의 건축을 한 발 앞서 제시하고 후대의 건축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현대식 유리 건축은 중요한 결점을 안고 있다. 널찍하고 시원스러운 공간을 제공하고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집중됐을 때 이를 적절히 해소할만한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난방에는 우수한 효율을 보이지만 냉방에는 오히려 낮은 효율을 보인다는 뜻이다. 예전 같으면 실내가 바깥보다 더 덥다면 그저 창문만 활짝 열면 그만일 것을 유리벽이 창문을 대체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가면서 냉각시스템을 구동해야 한다.

고전 건축이나 자연물은 현대 건축이 놓친 바로 이 부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전 건축은 오랜 경험을 통해 적은 에너지로도 충분한 냉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결은 바로 물과 바람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저택에서 중원(Atrium, 안마당)은 태양열을 받아들이는 역할만 했던 것이 아니다. 아트리움에는 보통 ‘임플루비움(Impluvium)’이라는 사각형 빗물받이 겸 연못을 만들어두는데, 비열이 큰 물이 중원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침실을 말 그대로 자는 용도로만 활용했고 대부분의 시간은 햇볕이 들어오면서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아트리움에서 보냈다. 또 다른 개방공간인 페리스타일(Peristyle)도 마찬가지였다. 기둥과 처마로 둘러싸인 공간인 페리스타일에는 정원이나 채마밭을 두곤 했는데, 식물들이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림1] 알람브라 궁전의 아세키아 타피오티
분수에서 시작된 물은 수로를 따라 방으로 흘러 들어간다. 물이 있는 중정은 무더운 지중해의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Andrew Dunn

온도조절에 중정(中庭)을 활용하는 방식은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인의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이다.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알람브라 궁전은 가운데의 커다란 정원을 방들이 사각형으로 요새처럼 둘러싼 구조다. 중정에는 큰 연못이 있고 이곳으로부터 사방으로 수로가 뻗어 나와 방 안쪽까지 물이 흘러든다. 중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은 생명의 물, 오아시스를 상징하는 한편으로 효과적인 냉각장치 역할을 한다. 건물의 한가운데에 연못 정원을 두는 건축양식은 이슬람 세계에 오랜 시간 동안 장려돼 이른바 ‘지중해식 중정’으로 정착했다.

한여름, 전형적인 지중해식 중정은 길거리보다 온도가 섭씨 9도나 낮다. 중정의 시원한 공기를 이용하면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비야 대학에서는 지중해식 중정의 시원한 공기를 능동적으로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냉각기법을 개발해 말라가 호텔에 적용함으로써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자연 냉각의 또 다른 키워드인 바람 역시 여러 문화권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전통 한옥이 바람을 이용한 냉각방식의 전형적인 사례다. 한옥은 앞뒤로 트인 대청을 사이에 두고 텅 빈 마당을 집 앞에, 식물을 심은 후원을 집 뒤에 둔다. 햇볕을 받으면 맨땅인 마당이 빨리 뜨거워져서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식물이 심긴 후원으로부터 시원한 공기가 마당 쪽으로 흘러든다. 이 공기가 대청을 지나면서 집 전체를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통째로 들어 올려 아예 벽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줄 수 있는 들문을 설치해 냉각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옥이 수평적인 공기의 흐름을 이용했다면 이슬람 사원은 수직적인 공기 흐름을 활용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건축가인 시난(Mimar Sinan)은 그의 대표작인 술레이마니에 사원에 수직적인 환기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온도 조절과 환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시난은 양초와 램프에서 생긴 그을음이 사원의 내벽을 더럽히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고심했다. 공간의 성격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공기가 탁해진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시난은 출입구 위의 작은 공간으로 내부의 후덥지근하고 지저분한 공기를 빼내고 바닥에 둔 관으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공기 흐름을 이용한 냉각의 진수는 인간이 아닌 흰개미에게서 볼 수 있다. 흰개미의 집에는 엄청나게 많은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개미탑 표면의 수많은 구멍을 통해 바깥과 연결된다. 흰개미는 곰팡이와 버섯을 키우는 부분과 주요 생활공간을 집의 아래쪽에 두는데, 여기서 나오는 열이 집 내부의 공기를 위로 밀어 올려서 개미탑의 위쪽 구멍을 통해 덥고 탁한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내부의 공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아래쪽 구멍을 통해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다.

흰개미는 개미탑의 구멍들을 열고 닫으면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집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흰개미의 환기 시스템은 이들의 주 서식지인 아프리카 초원에서 빛을 발한다. 외부의 기온은 한낮에 섭씨 40도를 오르내리고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데, 흰개미집의 내부는 항상 섭씨 29~30도 정도로 유지될 만큼 효율적이다.

짐바브웨 출신의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는 자국 수도인 하라레에 에어컨이 없는 쇼핑센터를 설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의 에어컨 시설이 없는 쇼핑센터라니, 황당한 요구였다. 처음에는 막막해보였지만 피어스는 흰개미의 환기시스템을 모방해 최초의 대규모 자연냉방 건물인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를 건설했다. 구조는 간단했다. 건물의 가장 아래층을 완전히 비워버리고 꼭대기에 더운 공기를 빼내는 수직 굴뚝을 여러 개 설치한 후,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저용량 선풍기를 설치했을 뿐이다.


[그림2] 흰개미의 환기시스템을 모방해 만든 최초의 대규모 자연냉방 건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건물 옥상에 줄지어 선 굴뚝으로 건물 내부의 더운 공기가 빠져나온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David Brazier

단순한 구조였지만 효과는 놀라웠다. 건물 내에서 더워진 공기가 꼭대기의 굴뚝을 통해 빠져나가고 아래쪽에서는 신선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에어컨 없이도 실내온도가 섭씨 24도 정도로 유지됐다. 전력이 소모되는 곳이라고는 공기 순환을 거드는 선풍기뿐이었다. 이 간단한 시스템 덕분에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동일한 규모의 건물의 10%에 불과한 전력만을 사용한다.

사람의 목숨은 물이 없다면 사흘, 공기가 없다면 15분을 넘기지 못하지만 주변에 늘 있기 때문에 그 역할과 고마움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루 중 반은 없어서인지 태양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참 부당한 대우다.

아무래도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요즘의 친환경 건축은 태양을 어떻게든 실내로 끌어들이는 데 골몰해왔다. 그러는 동안 공기와 물은 더 이상 건축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친환경 건축을 실현하려면 첨단기술 도입만 생각하기 이전에 전기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던 건축을 들여다봐야 한다. 굳이 온고지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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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착륙을 방해하는 바람, 윈드시어

파란 잉크를 마구 풀어놓은 듯 새파란 하늘과 두둥실 떠다니는 하얀 구름, 그 아래로 보이는 제주의 푸른 바다!! 아빠와 함께 제주행 비행기를 탄 태연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가을하늘을 만끽하고 있다. 단지 아빠의 출장에 묻어온 것에 불과하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제주 바다를 즐기며 콧바람을 쐬는 것만으로도 태연에겐 행복 그 자체다.

그런데 멀리 제주공항이 보이기 시작한 바로 그 때, 비행기가 상하 좌우로 마구 흔들리더니 급하강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비행기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비행기는 다시 고도를 높이더니 곧바로 ‘돌풍으로 인해 착륙에 실패해 다시 서울로 향한다’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흘러나온다.

“악! 안 돼, 안 돼!! 학교까지 빼먹고 아빠 출장을 따라왔는데, 다시 돌아가면 나는 어떡하냐고요! 기장 아저씨! 스튜어디스 언니! 당장 비행기를 돌리라고요오오오!!”

태연 옆에 앉아있던 할머니도 한몫 거든다.
“그려, 다시 뱅기를 돌리랑께! 경주김씨 백촌공파 4대 독자가 제주섬에서 시방 탄생하는 중인디, 가긴 어딜 간다는겨!!”

“아이고, 태연아! 그리고 할머니! 지금은 도저히 착륙이 불가능한 상황이에요. 회항이 최선이라고요.”

“먼 소리여! 아까까정 바람 한 점 없이 멀쩡하드구만 돌풍은 뭔 돌풍! 기장이 실력이 없어서 못내링께 지금 이 쌩쇼 아닌감?”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 부는 돌풍은 ‘윈드시어(wind shear)’라는 건데요. 강한 바람이 다양한 지형지물과 부딪힌 뒤 하나로 섞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소용돌이 바람이라서 아무리 뛰어난 기장이라도 바람의 방향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요. 특히 제주도 같은 경우엔 강풍을 동반한 기압골이 한라산을 만나 갈라졌다가 다시 합쳐지는 과정에서 윈드시어가 자주 발생해요. 일 년에 평균 408편의 비행기가 윈드시어 때문에 결항을 할 정도라고요. 2011년 8월에는 제주, 부산 등에서 김포공항으로 가는 항공기 129편이 무더기로 결항한 것도 윈드시어 때문이고요.”

“엥? 윈드 거시기가 그러코롬 무서운 겨? 하긴 이름부터 무섭기는 하고만. 잇몸이 어쩌코롬 시려분지 ‘잇몸 시려’에서 따 온 거 아녀? 나이가 드니까 잇몸 시려분게 젤 무섭단 말이재~.”

“깔깔깔!! 윈드시어가 잇몸 시려에서 생긴 말이라니…. 할머니 완전 작명의 달인이셔!! 그런데 아빠, 과학이 이렇게 발달했는데 윈드시어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는 거예요?”

“음… 결론부터 말하자면 ‘없다’가 정답이야. 대신 조종사가 직접 윈드시어를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최신 항공기에는 대부분 윈드시어 감지 장치가 장착돼 있지. 만약 이 장치에서 경보가 울리면 비행기는 그 즉시 복행(Go-around)을 해야 한단다. 복행은 착륙하려고 내려오던 비행기가 착륙을 중지하고 다시 날아오르는 비행법이야. 보통 무슨 사고가 났나 싶어 걱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윈드시어가 발생했을 때 가장 안전한 대처법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 와 본 제주도를 땅 한 번 못 밟아보고 되돌아가야 한다는 게 너무 슬퍼요. 다음엔 윈드시어가 절대 발생하지 않는 날 와야지. 암튼, 그 무시무시한 그 바람만 없으면 맘 놓고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거죠?”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 안개, 바람, 뇌우, 눈, 비 등 모든 기상 여건이 비행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단다. 그 중에서도 바람이 가장 무서운데, 지상 500m에서 1,000m 사이에서는 윈드시어가 불어서 무섭고, 높은 고도에서는 갑작스러운 난기류가 생겨 무섭고, 뒤에서 부는 뒷바람은 양력의 크기를 줄이기 때문에 비행기가 잘 날지 못하게 해 무섭지. 또 안개나 눈, 비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를 짧게 해서 조종사의 안전운행을 방해해. 온도가 지나치게 높아도 공기 밀도가 낮아져 양력이 작아지기 때문에 운항이 어려워진단다.”

“뭔 소리여 이 사람아~. 자꾸 양력 양력 하는디, 세상이 아무리 천지개벽을 혀도 생일은 양력이 아니라 음력으로 정해야 쓰는겨. 울 4대 독자는 틀림없이 음력을 쓸 것이랑께.”

“하하, 할머니 여기서 양력은 그 양력이 아니라, 비행기를 띄우는 힘을 말하는 거예요. 보통 비행기 날개는 윗면이 볼록하고 아랫면이 평평하게 생겼는데, 그 때문에 날개 위아래에서 공기가 다른 속도로 흐르게 되거든요. 윗면의 공기가 아랫면의 공기보다 빠르게 흐르는 거죠. 그렇게 되면 윗면의 기압이 아랫면보다 작아지고 자연스럽게 비행기 날개가 위로 떠오르는 힘, 즉 양력을 얻을 수 있는 거예요.

“가만 가만!! 시방 이 시점에서 어마어마한 생각이 떠올랐구먼. 우리 4대 독자 이름이 번개처럼 내 머리를 치고 간 것이여. 김윈드 어떤감? 윈드시어가 허벌나게 부는 날 태어났응께 말여! 아님 김뱅기로 할까나? 뱅기서 이름을 지었응께. 엉?”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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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m 달리기의 과학

과학향기 기사/Sci-Fun 2010.01.18 10:24 by 과학향기
9월 10일 남자 100m에 세계신기록이 달성됐다. 이탈리아 국제육상그랑프리에서 자메이카의 아사파 파웰은 9초74의 기록으로 2년 전 자신이 세웠던 세계기록을 0.03초나 앞당겼다. 불과 2주 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의 타이슨 가이에 밀렸던 파웰은 이번 세계기록으로 무너진 자존심을 세웠다.

파웰의 기록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36.96km. 1초에 10.27m를 달린 셈이다. 10초 안에 승부가 갈리는 남자 100m 경기는 수많은 육상 종목 중에서도 특별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사람’을 가리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기록을 단 100분의 1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선수와 함께 과학자도 뛰고 있다.

100분의 1초를 다투는 100m에서 출발 반응속도는 기록 달성의 첫 단추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소 시간은 0.1초. 인간이 귀를 통해 받아들인 청각신호가 뇌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 0.08초에다가 뇌가 판단해 근육을 움직이는 것까지 감안하면 0.1초 이내로 줄이기 힘들다는 결론이다. 따라서 육상에서 0.1초 이내에 출발하면 부정 출발로 간주한다.

100m 선수들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이 반응속도가 빠르다. 동일한 자극을 반복해서 받으며 훈련하면 해당 신경섬유가 굵어져 신호의 전달 속도가 빨라지고 뇌가 판단을 내리는 시간도 줄어든다. 세계적인 100m 선수들의 출발 반응속도는 0.1~0.2초. 이번에 파웰은 0.137초 만에 출발했다. 최고 기록은 1995년 영국의 린포드 크리스티가 세운 0.110초다.

출발 반응속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100m 선수들이 출발할 때 밟고 있는 ‘스타팅 블록’에는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가 달려있다. 즉 출발 총성이 울린 시점과 압력이 급격한 변화가 있는 시점(출발한 시점)의 시간을 측정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1번 레인 옆에서 출발 총성을 울리기 때문에 약 10m 떨어진 8번 레인 선수는 약 0.02초의 손해를 본다는 것. 1번 레인에 가까이 있는 편이 조금이나마 유리하다.

출발점을 지나 선수들이 질주하기 시작한다. 발은 트랙을 박차고, 온몸은 공기를 가른다. 따라서 트랙과 바람은 100m 기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지난 2007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나가이 육상경기장은 특별한 트랙으로 대회 전부터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고속 트랙’이다.

보통 육상 트랙에는 딱딱한 층과 부드러운 층의 폴리우레탄이 2중으로 깔린다. 그런데 이번에 깔린 트랙은 3중 구조다. 기술 보안 문제로 정확한 성분을 알 수는 없지만 ‘조정층’이라고 부르는 부위가 가운데 들어갔다고 한다. 이 조정층은 다리를 딛었을 때 충격을 감소시켜 줬다가 다리를 뻗을 때 그 힘을 돌려준다. 결과적으로 힘을 적게 들이고도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준다는 뜻이다. 또 가장 표면의 특수코팅은 일반 트랙보다 온도를 7℃ 차갑게 유지시켜 쾌적한 달리기를 보장한다.

그러나 트랙보다 중요한 조건은 바로 바람이다. 바람은 100m 기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선수들이 맞바람이나 옆바람을 맞으며 달리면 기록이 떨어진다. 100m 달리기 직전 뒷바람이 불어줘야 좋은 기록을 기대할 수 있다. ‘뒷바람 없이 100m 세계기록은 나오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 이번 이탈리아 대회에서도 초속 1.7m의 뒷바람이 불었다.

그렇다고 뒷바람이 너무 세도 안된다. 초속 2m을 초과하는 뒷바람이 불면 기록은 무효가 된다. 초속 2m의 뒷바람이 불면 남자 선수는 0.1초, 여자 선수는 0.12초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고 한다. 0.01초 기록 단축도 힘든 100m 경기에서 0.1초면 어마어마한 시간이다. 이 이상의 효과는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50m 지점, 높이 1.22m에 설치된 ‘풍속측정계’로 출발 신호가 떨어진 뒤 10초 동안 측정한다.

바람과 연관된 아쉬운 기록이 있다. 200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참여한 미국의 모리스 그린은 9초88의 성적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100m 결승전 당시 무려 초속 5.1m의 맞바람이 불고 있었다. 초속 5.1m 정도의 맞바람은 100m 기록을 약 0.3초 떨어뜨린다고 한다. 만약 맞바람이 불지 않았다면? 여러 변수가 작용하니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 계산으로는 9초58이라는 믿기 힘든 기록이 나온다. 규정 이상의 뒷바람으로 취소된 최고기록은 오바델 톰슨이 세운 9.69다.

다른 환경 변수들도 있다. 스포츠과학자들은 100m 경기는 오히려 기온은 높아야 기록 갱신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단 시간에 근육의 모든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써야 하는 만큼 몸이 식어있으면 에너지를 쏟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산지대가 도움이 된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100m 기록이 처음 9초대(9초95)로 진입한 것은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다. 해발 2300m로 공기가 희박해 저항을 적게 받는 덕에 단거리와 필드경기에서 세계신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기록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최고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가 최고의 훈련을 받고, 트랙과 바람과 온도가 최고 조건에서, 최고의 컨디션으로 달릴 때를 가정해 보자. 의견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과학자들은 9.5초를 한계로 본다. 빠른 것에 대한 인류의 동경이 있는 한 ‘가장 빠른 사람’을 향한 선수들의 도전도 계속될 것이다. (글 : 김정훈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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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 길이 있다!

과학향기 기사/Sci-Focus 2009.08.24 08:57 by 과학향기
“산 위에서 부는 사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땅 밑에 불이라도 지핀 양 열기가 후끈후끈 올라오는 여름. 내 몸에 수분이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땀이 온 몸에서 흘러내릴 때면 어린 시절 부르던 노래 속의 산바람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다. 특히 도시에서는 시원한 바람 한 점이 더 아쉽다. 여기저기 우후죽순 서서 바람을 막고 있는 건물 때문에 시원한 바람을 만나기가 훨씬 더 어려운 탓이다.

도시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에어컨 실외기나 자동차에서 나온 열기가 도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여 도시가 주변 지역보다 뜨거워진다. 이른바 열섬 현상이다. 열섬 현상으로 도시가 더워지면 사람들은 냉방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그만큼 도시는 더 뜨거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도시는 스스로 시원한 바람을 만들기도 어려운 구조다. 도시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콘크리트는 낮 동안에 달구어졌다가 밤에 천천히 열을 내뿜는다. 밤이 되어도 도무지 시원해지지 않는 이유다. 게다가 흙과 달리 물을 머금지 못하기 때문에 물이 증발하면서 생기는 냉각 효과도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건 열기만이 아니다. 빽빽하게 놓인 아파트나 고층 건물은 바람의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가 느려지게 한다. 상공을 지나가던 바람도 고층 건물에 부딪히면 아래로 방향이 바뀌면서 건물 사이에서 소용돌이를 이룬다. 그 결과 굴뚝이나 자동차에서 나온 오염물질도 바람을 타고 넓은 공간으로 퍼지거나 도시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인다.

바람은 건물 사이의 좁은 공간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빨라져 돌풍으로 변한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긴 돌풍을 ‘빌딩풍’이라고 한다. 빌딩풍은 길은 걷는 사람에게 불편을 줄 뿐만 아니라 지붕을 날려 버리거나 간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심할 경우 빌딩풍은 태풍과 맞먹는 초속 십 수 미터의 속도로 불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 한 해 동안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태풍급에 해당하는 빌딩풍이 수십 차례나 불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도시의 바람길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도시나 건물의 설계 단계부터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길을 염두에 두는 것이다. 바람길을 뚫어 도시를 식히려면 먼저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시 주변에 녹지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도시와 녹지 사이의 경계에는 대단위 아파트 단지나 높은 건물을 짓지 말아야 한다. 산 위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막기 때문이다.

도시를 설계할 때는 지형과 풍향을 고려해 바람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은 위치나 지형, 계절에 따라 모두 다르고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어떤 풍향에 맞춰 설계할지 정해야 한다. 보통 1년 정도의 오랜 기간 동안 바람의 방향을 측정한 뒤 가장 많이 부는 방향을 ‘주풍’으로 보고 이에 맞춰 설계한다.

<서울의 전경. 바람이 복잡한 빌딩숲과 고층건물 등에 부딪치면 빌딩풍, 열섬현상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예를 들어, 서울의 경우 주풍이 서풍이다. 서쪽을 제외한 북, 동, 남쪽이 모두 산으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서쪽에서 들어온 바람은 한강을 따라 서울 도심으로 들어온다. 그 뒤 중랑천과 같은 하천을 따라 서울의 북동부까지 신선한 공기를 나른다.

외부의 바람을 도시 안으로 깊숙이 끌어들이려면 건물을 짓거나 도로를 낼 때 주풍을 최대한 덜 가로막도록 지어야 한다. 하천과 더불어 도시의 주요 바람길인 도로는 가급적 풍향과 평행하게 만드는 게 좋다. 도로는 폭이 넓을수록 바람이 먼 곳까지 잘 통한다. 반대로 도로가 좁고 구불구불하거나 도로 양 옆으로 높은 건물이 늘어서 있다면 오염물질이 넓게 퍼지기 어렵다.

그러나 도시 외부의 시원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바람이 도심의 대기오염물질을 싣고 도시 외곽의 주거 지역으로 흐른다면 주거 지역의 공기는 오히려 나빠질 수 있다. 한강을 따라 흐르다 중랑천 북쪽으로 올라온 공기가 서울 북동쪽의 산지에서 내려오는 찬바람과 만나면 더 이상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시의 바람길을 제대로 뚫으려면 그 지역의 공기가 어디로 얼마나 흐르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국지적인 규모에서 바람길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하다. 건물의 긴 쪽이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과 수직이 아니라 수평이 되게 건물을 짓는다면 바람이 막히는 정도도 줄어든다. 여러 동의 아파트 단지를 설계할 때도 바람이 들어와서 나가는 경로를 고려해야 한다.

이때는 프랑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제창한 ‘필로티 구조’도 대안이 될 수 있는데, 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벽체가 없이 기둥만으로 만들어 지상에서 들어 올리는 건축양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람의 길을 고려하기 보다는 다세대주택이나 빌라주택 등에서 주차장을 만들 때 흔히 사용되고 있다.

도심 내에서 찬공기를 만들 수 있다면 바람길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녹지나 하천은 머금고 있던 물이 증발하면서 온도를 떨어뜨리는 냉각 효과가 탁월하다. 도시 안에 녹지와 물이 흐르는 곳을 많이 만들어 주면 산에서 찬바람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산에서 만들어진 찬 공기를 도심 깊숙이 끌어들이기 위해 도시 안에 녹지로 길을 만들 수도 있다.

자연의 시원한 바람은 도시의 열섬 현상과 대기 오염을 완화시킨다. 무엇보다도 이마에 흐르는 땀을 식혀 주는 한 줄기 바람은 도시에서 잊혀진 자연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뻥 뚫린 바람길을 통해 들어온 맑고 시원한 공기가 도시와 자연을 이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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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논문 정보
단독주택지 경관개선을 위한 도시설계지침개발에 관한 연구 [바로가기]
환경심리.행태 연구의 가능성과 한계성 [바로가기]
수치지도를 이용한 3차원 도시공간모델 소프트웨어 개발에 관한 연구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아파트용 환기구 덕트 챔버(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천정 덕트용 에어 뎀퍼(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열섬현상 완화용 도로포장 구조물(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일본, 도시 열섬 대책, COOL CUBE 프로젝트 계획 - 2009년 [바로가기]
미국, 공기흐름을 통한 건물의 에너지 절감 방안 개발 - 2005년 [바로가기]
일본, 슈퍼컴퓨터로 도시형 기상재해 메커니즘 해명- 2006년 [바로가기]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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