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표범'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1.28 모든 수염엔 이유가 있다!
  2. 2009.08.19 동물들의 막장 결혼 드라마

모든 수염엔 이유가 있다!

“아! 아! 아파요!! 따갑단 말야!! 제발 다른 벌을 내려주심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지. 이거보다 재밌는 벌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든!”

아빠는 까끌까끌한 턱으로 태연의 보드라운 볼때기를 마구 비벼대고 있다. 심부름을 거역한 죄로, 태연에게 가해지는 형벌 가운데 가장 고통스럽다는 부비부비형에 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오히려 벌을 준다기보다 사랑하는 딸과 볼을 맞대고 있는데서 행복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태연의 표정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아빠는 가해자라서 몰라. 이게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다음날까지 얼굴이 따끔거린다고요. 도대체 남자 어른들 수염은 왜 생겨난 거야? 급할 때 무기로 쓰라고 하나님이 주셨나? 차라리 깎지 않고 내버려두면 내가 잡아당기면서 놀기라도 하지, 이건 고문이 따로 없다고욧!”

수염이 왜 생기냐고? 그건 남성호르몬 때문이란다. 사춘기 이후에 남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수염이 돋게 되지. 제 2차 성징의 하나로 남자의 상징이라고나 할까? 남성호르몬은 머리털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 수염과 털의 성장을 촉진시킨단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은 수염 등의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 머리털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지. 요즘엔 대부분 깔끔하게 수염을 깎지만 백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남자들이 수염을 길렀어. 이집트에선 상류층 남자들에게만 수염을 기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도 했단다.”

“아, 그러니까요. 그걸 귀찮게 왜 자꾸 깎냐고요. 길러서 땋고 다니면 남자들도 편하고, 또 예쁘고, 아이들은 고문을 당하지 않아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냐고요. 그런데 아빠, 세상 만물 가운데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 없거늘, 어찌하여 수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면서 생겨난 것일까요?”

“넌 심히 짜증날 때마다 순간적으로 똑똑한 말을 하는 습관이 있더구나. 놀라운 내 딸. 암튼, 원래 모든 털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단다. 체온을 외부로 빼앗기는 것을 막고, 마찰이나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지. 예를 들어 흑인의 곱슬머리는 뜨거운 열대 태양으로부터 두피가 상하는 것을 막아준단다. 동물의 경우 사자의 갈기는 적의 이빨로부터 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말이나 소의 꼬리털은 해충을 막아 몸을 보호하고….”

“아, 그러니까요. 그런 것들은 다 역할이 있는데 남자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턱수염은 왜 생겨나서 절 괴롭히는 것이냐 이 말씀이에요. 제 얘기는.”

“글쎄다. 아직까지 정확히 수염의 역할이 무엇인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동물들의 수염 역할을 알아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구나. 수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고양이란다. 고양이 수염은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단다. 길고 딱딱한 고양이 수염의 끝에 뭔가가 닿으면 고양이는 매우 민첩하게 움직인다고 해. 고양이의 눈은 가까이 있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윗입술, 눈 위, 뺨, 턱 아랫부분에 나 있는 수염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사물을 인식하는 거지. 특히 먹잇감을 물었을 때, 까딱 잘못하다가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먹잇감에 물릴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예민한 수염을 적극 사용하곤 하지. 또 쥐 같은 설치류도 수염을 일종의 센서로 이용한단다. 특히 쥐는 수염 한 올 한 올이 마치 곤충의 섬세한 더듬이처럼 사물을 느끼면서 움직이는데, 그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재빠르게 잘 활동할 수 있는 거지.”

“헉, 그러면 남자의 수염도 가까이 다가오는 적을 감지하기 위한 안테나였을까요? 어떤 적? 혹시 못생긴 여자를 피하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고…!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면, 바다표범 같은 경우 물속에서 수염만으로 최대 180m 밖에 있는 사물의 움직임까지 밝혀낼 수 있단다. 초음파로 사물을 추적하는 돌고래의 감지 범위가 110m인데, 그것보다 훨씬 먼 곳을 감지할 수 있다는 거지. 수염이 초음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게 대단하지 않니?”

“아~ 그러니까 이번엔 남자의 수염이 180m 밖에 있는 미녀의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감지하려고 생겨났다는 말씀?”

“우리 태연이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삐딱하실까? 아직까지 남성 수염의 역할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보통 더 남자답고 멋져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단다. 새의 볏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처럼, 남성의 덥수룩한 수염도 강한 남성의 매력을 여성한테 어필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지.

“음…, 그건 확실히 맞는 얘기인 것 같아요. 전 정말이지 수염이 긴 남자만 보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니까요~. 그러니까 아빠도 한 번 길러보시는 게 어때요? 차승원보다 백배는 멋질 거 같은데.”

“저, 정말? 그럴까? 내가 워낙 기본이 되는 얼굴이니까 수염을 기르면 더 멋지겠지? 그럼 까끌까끌한 턱으로 태연이 볼때기 비비기 딱 삼천 번 만 더 해보고 길러봐야겠다!”

“꺄악~~!!”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아아, 지구촌 곳곳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는 과학향기 방송입니다. 지금 저희는 스코틀랜드 북부 노스로나 섬의 해안에 나와 있습니다. 해안을 보십시오. 저 검은 회색의 카펫은 바로 바다표범들입니다. 바다표범은 수컷 한 마리가 7~8마리의 암컷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로 유명한데요. 이제부터 바다표범 수컷을 만나 결혼생활의 비결을 들어보겠습니다.

과학향기 : 바다표범 씨,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바다표범 : 저로 말하자면 키는 2.2미터, 몸무게는 300kg의 참 볼만한 체구를 갖고 있습니다. 이 당당한 체구로 다른 수컷들과의 싸움에서 이겨 가장 모래가 곱고 바람이 불지 않는 곳에 제 구역을 차지할 수 있었지요.

과학향기 : 좋은 위치에 자기 구역을 만드는 게 아내를 많이 두는데 도움이 되나요?
바다표범 : 그거야 두말할 나위가 없죠. 인간들도 좋은 집, 좋은 차가 있으면 결혼상대로 인기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 바다표범도 마찬가지죠. 좋은 구역을 차지하기 위해 수컷들끼리 피 흘리며 싸우는 이유는 다 암컷들을 유혹하기 위해서랍니다. 저는 그 싸움의 승자였지요.

300kg의 거구 바다표범은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암컷들을 내려다보았다.

과학향기 : 부인이 8명이나 되는데, 다 어떻게 만나셨는지? 부인이 많다 보면 문제도 많을 것 같습니다. 부부싸움도 남들 8배로 하게 되나요? 싫다고 떠난 부인이라든가…?
바다표범 : 험, 듣기 곤란한 소리군요. 전 암컷들 꽁무니를 쫓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할 필요가 없었지요. 해변에 구역을 정하고 나면 암컷들이 저한테 반해서 자발적으로 제 하렘에 들어오는 겁니다. 간혹 건방지게 말을 듣지 않거나 도망치려는 암컷도 있지요. 그러나 제 육중한 지느러미로 곤장을 맞거나 거대한 몸통에 눌리면 딴 생각을 못하지요. 이곳은 100% 저의 지배하에 있습니다.

과학향기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시다시피 인간들은 일부일처제를 고수하고 있어 바다표범 씨의 결혼생활에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저희 인간들은 키나 몸무게는 바다표범들에 한참 왜소하지만, 몇 가지 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유전자감식을 통해 친자여부를 확인하는 건데요. 저희 인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친자 여부 확인을 의뢰한 열 건 중 셋은 실제로 친자가 아니더라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완전해 보이는 결혼 관계도 속사정은 알 수 없다는….

바다표범 : 아니 그럼, 내 자식들이 다른 수컷들의 자식일 수도 있다는 겁니까! 아니 이거야 원. 별 소리를 다 듣겠군!

바다표범 수컷은 불쾌한 얼굴로 더 이상의 인터뷰를 거절하고 등을 돌렸다.
인터뷰를 시작한 때부터 바다수컷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왕의 총애를 받고 싶어 스스로 왕 가까이 오는 암컷은 없었다. 몸무게가 육중한 암컷들은 오히려 영역의 가장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그 암컷들은 수컷의 감시를 피해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바다표범 수컷의 하렘을 관찰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무례하지만 동의 없이 그의 자손들에 대해 인간의 잔기술로 친자 확인 검사를 실시했다. 결과? 인간이나 바다표범이나 별다를 바 없었다. 아기 바다표범의 3분의 1이 그의 자손이 아니었다. 암컷들은 어두운 밤, 안개가 짙은 밤, 그리고 때로는 낮에 물속에서 연인을 만나 사랑을 나눠왔던 것이다. 자신의 왕국이 완전무결하다는 건 수컷의 착각에 불과했다.

사실 암컷을 많이 거느린 왕이 된다는 건 꼭 좋은 일만이 아니다. 늘 다수의 암컷들을 감시해야 하고, 도전하는 다른 수컷들과 결투를 벌여야 한다. 짝짓기 시기에는 물고기 사냥도 나가기 힘들다. 찬란한 왕 노릇은 고작해야 2~3년, 그 뒤로는 뒷방 신세다.

그리고 고작 15세가 되면 죽음을 맞는다. 왕국을 이룬 바다표범 수컷이 알면 기가 막힐 노릇이 또 있으니, 그건 남의 암컷을 몰래 만나며 자식만 낳은 얌체 수컷들의 경우 수명이 40세에 이른다는 점이다.

<바다표범의 물고기 사냥. 동아일보 자료사진>


체구가 크고 힘이 좋은 능력 있는 수컷들이 꼭 자손을 많이 퍼트리는 것은 아니다. 바다표범뿐 아니라 다른 동물과 곤충들 사이에서도 힘없고 작은 수컷들이 자기 종족을 퍼트리기 위해 갖은 방법과 노력을 기울인다.

몸집이 작은 연어 수컷들은 큰 수컷들이 교미를 할 때 주위를 빙빙 돌다 순식간에 사정을 하고 도망간다. 힘으로는 당할 방법이 없으니 도둑장가를 가는 것이다.

수컷 빈대들은 좀 더 엽기적인 일을 벌인다. 아프리카 빈대인 자일로카리스는 다른 수컷에게 정자를 사정한다. 일종의 동성 강간으로 보이는 이 행위의 목적 역시 자손 번식에 있다. 다른 수컷에게 사정된 정자는 상대의 수정관 혹은 정관 속으로 이동해 살아 있다가, 이 수컷이 암컷과 교미할 때 본인의 정자와 함께 암컷에게 전달된다. 다른 수컷들을 자신의 정자를 전달하는 배달부로 사용하는 것이다. 암컷과 직접 교미하지 않아도 자신의 자손이 태어날 수 있도록 말이다.

혼외성교를 막기 위한 동물들의 몸부림 역시 처절하다. 검은날개물잠자리와 난쟁이문어 그리고 일부 상어는 암컷과 교미하기 전 특수한 음경이나 촉수를 사용해 다른 수컷이 남긴 정액을 제거한 후 사정한다. 암컷이 여러 수컷과 교미할 경우, 맨 마지막에 교미한 수컷의 정자가 수정에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

그래서 자신의 정자가 수정될 확률을 높이기 위해 잦은 교미를 시도하는 수컷들도 있다. 일부 수컷들은 교미 후 분비물을 이용해 다른 수컷의 접근을 막는 정조대 역할을 하는 교미마개를 만들기도 한다. 암컷들이 다른 수컷에게 눈을 돌리지 않는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노력들이다.

불륜, 패륜, 강간, 강제 낙태 등 어이없는 설정들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들. 사실 알고 보면 동물세계에선 흔히 볼 수 있는 일들이다. 인간도 동물이니 당연하다고 웃어 넘기기란 껄끄럽지만 말이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글이 유익하셨다면 KISTI의 과학향기를 구독해 보세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