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속 글루텐(gluten), 먹어? 말아?


태연, 애호박과 햇감자를 푸짐하게 넣고 끓인 뜨끈 고소한 손칼국수를 보자마자 팔짱을 끼고 고개를 홱 돌린다. 화난 표정과 외로 돌린 고개와는 달리 벌름거리는 콧구멍과 꿀꺽 침이 넘어가는 목젖은 숨길 수가 없다.

“칼국수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애가 웬일이냐?”

“엄마 아빠가 이렇게 무식할 줄이야. 글루텐 프리(gluten free)도 몰라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한 현대인의 필수 요건, 글루텐 프리!”

“당연히 그건 알지. 근데 왜?”

“밀가루 음식(면, 빵 등)에 들어있는 글루텐이 장질환의 주범이잖아요. 그러니까 글루텐이 없는 음식만 먹어야만 한다고요!”

“그건 글루텐 민감성(gluten sensitivity)인 사람들 얘기지, 넌 아니잖아. 민감성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글루텐 소화 흡수력이 떨어져요. 그래서 밀가루 음식 속 글루텐이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채, 소장 점막에 남아 면역계를 자극하게 되고, 소화기 질환을 비롯해 자가 면역 질환, 천식, 비염, 두통 등 각종 증상을 앓게 된단다.

“그것 봐요.”

“글루텐이 몸에 해롭다는 이론이 퍼져나가면서 몇 년 전부터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글루텐 프리 식품이 각광을 받고 있어.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3명 중 한 명의 미국인이 글루텐 섭취를 피하고’ 있을 정도란다. 이런 열풍은 최근 국내로까지 몰려와서 ‘유기농’이나 ‘자연산’이라는 단어와 마찬가지로 ‘글루텐 프리’가 웰빙을 의미하는 새로운 단어로까지 떠오르고 있지.”

“그렇게 잘 알면서, 내 코앞에 이렇게도 비주얼이 훌륭한 칼국수를 들이미신 거예요? 저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시냐고요! 주여,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옵시며…”

“그렇다고 글루텐을 무조건 나쁘게 보면 안 돼. 오랜 역사 동안 인류의 식탁을 아주 행복하게 해 준 게 바로 글루텐이니까. 면이나 빵은 다른 음식과 달리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느낌이 나지? 이 차진 느낌을 만드는 게 글루텐이란다. 밀가루에는 약 70%의 탄수화물과 10%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있고, 이 단백질 가운데 80%가 글리아딘(gliadin)과 글루테닌(glutenin)이야. 밀가루에 소량의 물을 넣어 반죽하면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 만나 뭉치면서 그물 구조를 만드는데 이것이 쫄깃쫄깃한 글루텐이 되는 거지.

“옴마! 그 맛있는 질감이 글루텐이라고요? 몸에는 나쁠지 몰라도 참말 사랑스럽당!”

글루텐이 인체에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도 없어요. 요즘엔 글루텐 프리 열풍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거든. 사실 글루텐 유해성이 부각된 것은 ‘셀리악 병(Celiac Disease)’ 때문이란다. 밀가루 음식을 먹었을 때 심각한 장내 염증이 발생하는 병인데, 소장의 융모가 파괴돼 영양 결핍 상태가 되고 심할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지. 밀가루를 주식으로 하는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의 약 1% 정도가 셀리악 병을 앓고 있단다. 하지만 한국, 일본 등 동양권에서는 셀리악병 발병 사례가 거의 없어서 사실, 위험성을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야.

“에잉? 정말요?”

“거기다 최근에는 셀리악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꼭 글루텐은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어요. 지난 2014년 2월에는 미국의 과학 월간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셀리악 병의 원인을 글루텐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칼럼이 실려 화제가 됐단다. 또 ‘월 스트리트 저널’은 2014년 6월 23일 자 기사를 통해 글루텐 프리 식품이 실제로 몸에 좋다는 근거가 희박하며, 글루텐 대신 탄수화물과 당분 함량을 높인 식품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만 등의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지.”

“옴마, 글루텐이 정말 나쁜 것만은 아니란 말이에염?”

글루텐은 글루텐 민감성 혹은 글루텐 알레르기가 있는 일부의 사람들에게는 해로울 수 있단다. 그런 체질은 당연히 피해야겠지. 하지만 민감 체질이 아닌데도 글루텐 프리 유행을 좇아 글루텐의 쫄깃하고 탱탱한 식감을 포기한다면, 억울한 일이 아닐까? 어쩌면 기업들의 상술에 넘어가는 것일 수도 있고 말야.”

태연, 고마움과 감격에 겨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칼국수를 대접 째 들이킨다. 하정우도 무릎 꿇을 진정한 먹방이다.

“엉엉…, 아빠의 과학 상식이 이렇게 고마웠던 적은 예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예요. 이토록 사랑스러운 국수와 빵을 못 먹게 될까 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저의 근심을 덜어주시고, 저를 글루텐을 아주 잘 소화하는 체질로 낳아주셔서 정말 정말 감사해요, 아빠. 엉엉….”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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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탄수화물은 뭐고 나쁜 탄수화물은 뭐야?

빵, 과자, 국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에게 탄수화물은 거의 ‘적’으로 표현된다. 다이어트를 하려면 무조건 지방을 적게 먹는 것보다 탄수화물을 줄여야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비단 다이어트뿐만 아니다. 탄수화물 과다 섭취는 건강의 적으로도 꼽힌다. 최근 스웨덴 연구팀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과자나 케이크 종류를 자주 먹으면 자궁암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또 포도당을 적게 섭취하면 당뇨 예방은 물론 장수, 암 예방에도 좋다거나 간식을 자주 먹는 등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의 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생물체의 필수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이 어쩌다 건강의 적처럼 공격받고 있는 걸까? 하지만 탄수화물이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다. ‘좋은 탄수화물’ 을 적당량 먹으면 혈당을 천천히 올려 운동의 에너지원이 되면서 운동할 의지도 만들어지고 아까운 근육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반면 ‘나쁜 탄수화물’ 은 혈당을 급격히 올려 빨리 허기지게 만들고 탄수화물 맛에 중독되게 한다.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 탄수화물

우리는 음식을 통해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하지만 그 중 에너지, 즉 칼로리를 내는 것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3가지다. 그 외 비타민이나 미네랄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고 에너지를 내는 과정을 연결해주는 필수적인 요소긴 하지만 그 자체가 칼로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중 에너지원으로써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탄수화물과 지방이다. 물론 단백질도 g당 4kcal의 에너지를 내지만 단백질의 주된 역할은 우리 몸의 세포와 골격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렇게 탄수화물과 지방은 우리 몸의 핵심 에너지원이지만, 탄수화물은 지방과 다른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 뇌의 유일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뇌 세포는 활동하기 위한 에너지원으로써 탄수화물만을 고집한다. 물론 탄수화물 공급이 완전히 제한됐을 경우, 시간이 흐르면 뇌의 적응력에 의해 지방에서 유도된 ‘케톤체’라는 것을 에너지로 사용하지만 이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다. 일상적인 상황에서 뇌 세포는 탄수화물만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즉 뇌는 밥만 먹고 산다고도 말할 수 있다.

뇌의 이런 독특한 특성 때문에 우리 몸은 어떻게든 혈당, 즉 혈액속의 포도당(탄수화물의 가장 작은 단위의 형태 중 한 가지)의 농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혈액 속 포도당의 농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뇌 세포로의 에너지 공급이 줄어들게 되므로 뇌의 기능이 떨어지며 그 정도가 더욱 심해지면 의식을 잃게 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이렇게 중요한 탄수화물의 저장 공간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몸에 저장할 수 있는 탄수화물은 근육에 300g, 간에 100g 정도다. 이는 1,600kcal 정도의 양으로 하루만 완전히 단식을 하면 그 저장량이 모두 고갈된다. 반면 지방은 g 당 칼로리도 높으면서(체내에서 g 당 약 7.7kcal) 그 저장량도 무궁무진하다. 일반적인 남성의 경우 체중이 70kg이면 체지방량은 대략 10kg 정도다. 이를 칼로리로 환산하면 무려 7만 7,000kcal다. 탄수화물 저장량과 비교를 해보아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저장지방(중성지방)에서 탄수화물로의 전환은 그 효율이 떨어지는데 반해 우리가 섭취하고 남은 탄수화물은 쉽게 지방으로 전환되는 특징이 있다.

운동할 때 사용되는 양은 어떨까? 지방은 유산소성 운동의 에너지원으로만 사용되며 그 저장량이 많아 운동 전 지방 섭취량에 따라 운동능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 반면 탄수화물은 유산소성 운동과 무산소성 운동 모두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저장량은 제한돼 있어 운동 전 몸속 탄수화물의 저장량에 따라 단기간에 큰 힘을 사용하는 무산소성 운동뿐 아니라 장기간 지속하는 유산소성 운동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로 좋은 경기 기록을 내기 위한 선수들의 식사 요법은 시합 전 몸속 탄수화물 저장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도록 고안돼 왔다.

탄수화물의 역할은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 몸은 탄수화물의 섭취와 고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탄수화물은 우리가 무조건 피하고 멀리해야 할 영양소가 아니라, 잘 다스리고 조절해서 섭취해야 할 영양소인 것이다.


[그림 1]잡곡빵과 각종 야채, 양질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은 좋은 탄수화물 섭취법이다. 사진 제공 : 박상준
● 탄수화물 다스리기, 이렇게 하자!

양날의 칼 탄수화물 다스리기, 그 첫 번째 방법은 ‘섭취량’ 조절하기이다. 탄수화물의 종류도 중요하지만 가장 핵심은 섭취하는 ‘양’이다.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활동할 기력이 떨어지지만 그 양이 과하면 금세 지방으로 전환돼 저장된다. 따라서 자신의 신체 활동량에 따라 탄수화물 전체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자가운전으로 출근해 하루 종일 앉아서 일을 하다가 집에 와서 TV를 보는 직장인과 하루 종일 발로 뛰는 운동선수가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 필요할리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종류’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에 많은 사람들이 들어보았듯이 탄수화물도 ‘좋은’ 탄수화물과 ‘나쁜’ 탄수화물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섭취 후 얼마나 혈당을 빨리 올리느냐에 있다. 나쁜 탄수화물은 섭취 후 혈당을 빠르게 증가시켜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급격히 자극한다.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탄수화물은 그 후 혈당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말과도 같다. 때문에 다음 식사 시간이 오기도 전에 배고픔을 느끼게 되며 단시간동안 과도하게 증가한 몸속 탄수화물은 그 저장고를 채우고 넘쳐 결국 지방으로 저장된다.

또한 나쁜 탄수화물은 그 자체가 우리의 머릿속에 그 맛을 각인시키고 그 맛을 계속해서 찾게 만든다. 나쁜 탄수화물로 대변되는 탄수화물은 정제된 탄수화물로, 대표적인 것이 오로지 단맛을 더하려 청량음료, 도넛, 과자 등에 첨가되는 설탕과 같은 첨가 탄수화물이다.

반면 좋은 탄수화물은 혈당을 서서히 올린다. 우리의 주식인 쌀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나쁜 탄수화물 공급원이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흰 쌀밥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빠르게 자극하지만, 잡곡밥이나 현미밥은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좋은 탄수화물이다.

추가적으로 탄수화물은 단독으로 섭취하는지 다른 음식들과 함께 섭취하는지에 따라 혈당과 인슐린 분비에 차이를 나타낸다. 단백질이나 지방과 함께 섭취하는 경우 탄수화물만 단독으로 섭취하는 것에 비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인슐린 분비를 서서히 자극한다. 이런 의미에서 밀가루로 만든 면류의 경우 쌀보다 조금 더 불리한 면이 있다. 쌀밥은 보통 다른 반찬들을 함께 섭취하는 형태임에 반해 면은 하얀 밀가루로 만든 정제 탄수화물이면서 그 외의 반찬 없이 오로지 면만 섭취하는 형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잔치국수를 예를 들어보자. 하얀 면에 단지 김치만을 얹어서 한 끼를 해결하게 되는데 이러한 경우 밥에 각종 나물 반찬과 생선구이 한 토막을 얹어서 섭취하는 것에 비해 좀 더 급격히 혈당을 상승시키게 된다. 이러한 우리 몸의 반응을 이해한다면 밀가루 음식을 무조건 피하기보다는 이에 맞는 적절한 방법, 즉 가능한 정제 밀가루는 피하고 (흰 빵 보다는 잡곡빵으로) 채소와 양질의 단백질을 함께 섭취한다면 똑똑한 밀가루 섭취법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에 사는 우리는 값싸고 입맛을 자극하는 탄수화물 음식들을 쉽게 먹을 수 있다. 무조건 맛을 좇기 보다는 자신에게 맞는 적당량의 좋은 탄수화물을 섭취한다면 건강과 다이어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상준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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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장면에 탕수육.”
“파스타 먹자, 오늘만은!”
“그냥 집에서 라면이나 먹자.”

주말 메뉴를 두고 또 식구들 간에 말씨름 시작이다. 외식이라면 무조건 자장면이라는 아들 동우와 TV드라마에서 나오는 근사한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가고 싶은 딸 선우에 만사 다 귀찮다며 소파에 붙어 있는 남편까지 식성도 가지각색이다. 간만에 온 식구가 같이 외식을 하자며 들뜬 기분도 이대로는 망치기 십상.

“지난번 외식 때도 중국집에 갔었잖아. 오늘은 내가 먹고 싶은 파스타로 하자. 요즘 드라마에 나오는 파스타 먹고 싶은 거 얼마나 참았다고.”

“칫, 누나는 TV에서 나오는 건 뭐든지 먹고 싶대. 자장면이 최고라고.”

“하암~ 얘들아, 밀가루로 만드는 국수가 다 거기서 거기지. 괜히 나가서 먹으면 비싸기만 하다고. 집에서 짜파게티, 스파게티, 해물탕면 입맛대로 끓여먹자.”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에라, 오늘은 칼국수나 해 먹자. 부엌으로 가서 밀가루 반죽을 시작한다. 엄마 화난 건 알았는지 딸이 등 뒤에 와서 살살 애교를 부린다.

<MBC 월화 드라마 '파스타', 스파게티는 파스타의 종류 중 하나다>

“셰엡 셰엡~.”
“내 주방에 여자는 나 하나면 충분하다.”
“후후. 엄마는 역시 센스 있어. 엄마, 뭐 만들어요?”
“오늘 외식은 포기. 칼국수 만든다. 아빠 말처럼 밀가루는 다 밀가루니까.”

“칼국수도 좋지.”라며 TV 앞에 철썩 붙어버린 줄 알았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 도우러 온다. 밀가루 반죽이라면 일가견이 있다.
“자, 아빠가 셰프 부럽지 않은 국수의 마법을 보여주마. 이렇게 밀가루에 물을 넣고 개면 수분을 흡수한 단백질이 부풀면서 결합해 덩이가 지게 된단다. 밀가루에는 탄수화물이 70% 단백질이 10% 가량 들어 있는데 그 단백질 중 80% 정도가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이야. 글리아딘과 글루테닌은 각각 끈기와 탄력이라는 특성이 있고 각 7:3 정도의 비율로 존재하지. 이 두 성분은 반죽을 치대는 과정에서 결합해 글루텐을 만들어내. 자 봐라. 이렇게 잡아당기는 대로 쭉 늘어나고 끊어지지 않지? 글리아딘의 길게 늘어나는 성질, 글루테닌의 힘이 합쳐져 탱탱하고 쫄깃한 글루텐이 완성되는 거란다.”

아빠는 머릿속으로 글루텐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상하고 있었다. 동글동글한 아미노산이 염주알처럼 늘어선 글리아딘과 용수철처럼 길쭉한 글루테닌이 서로 엉켜붙는 장면을 말이다. 한편 반죽을 하는 아빠를 보며 아들 동우은 연신 감탄사를 뱉는다.

“우와, 아빠 벌써 다 된 것 같아요. 이제 얼른 밀어요.”
“흠 흠, 그래 이 정도면 이제 밀어도 되겠다.”

쓱쓱 방망이로 밀 때마다 죽죽 반죽이 퍼지며 펼쳐졌다.

“아빠 그런데, 이렇게 손으로도 스파게티 국수를 만들 수 있나요?”

아하, 여전히 선우는 파스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물론이지. 만들 수 있고말고. 손으로 만든 생 파스타는 우리집 칼국수처럼 신선하고 단맛이 더 난단다. 하지만 장기간 보존하긴 힘들지. 그래서 우리가 시중에서 구입하는 스파게티 국수는 기계로 면을 건조시켜 보관하기 쉽게 만든 것이야.”

“누나는 스파게티만 좋아한다니까. 아빠, 그런데 스파게티는 엄청 오래 삶아야 하잖아요. 그런데도 먹어보면 면은 딱딱하고. 난 그래서 싫더라.”

아들 놈은 스파게티가 영 싫은 모양이다.

이탈리아의 파스타가 오늘날처럼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게 된 건 건조기술 덕분이란다. 파스타 제조는 건조공정이 특히 어려워. 너무 빨리 건조시키면 국수 표면에 금이 생겨버리지. 이탈리아에서는 뜨거운 태양 아래 파스타를 말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해. 하지만 그러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 기계 건조를 할 경우에도 40도 정도의 저온에서 48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최근에는 80도의 고온에서 건조하게 돼 건조시간이 10시간까지 줄었다고 하더구나.

건조한 면의 경우 1년 유통이 가능한 면의 수분함량이 14~15%인데 반해 파스타의 수분 함량은 12~13%야. 고작 2%의 차이지만 이 덕분에 장기 보존이 가능한 거지. 그 대신 삶는 시간은 일반 건조 면의 2~3배가 걸리게 돼 버렸단다. 덕분에 동우가 싫어하는 오래 삶아야 하는 면이 된 거지. 분명히 스파게티를 좋아해도 동우처럼 삶는 시간이 긴 걸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 테니까. 삶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제조사들이 노력을 하고 있단다.”


<파스타 면발(좌)과 까르보나라 스파게티(우)의 모습. 사진제공 동아일보>

“동우가 아직 어려서 그래. 너 나중에 데이트 할 때도 그렇게 자장면만 먹는다고 하면 인기 없을 걸.”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파스타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스파게티는 사실 그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아랍인들이 시칠리아 섬을 정복했을 때 가져온 이트리야라는 국수가 스파게티의 시초로 여겨진다. 스파게티하면 당연히 같이 연상되는 토마토소스 조리법 역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 토마토가 본격적으로 수입된 것은 1830년대 이후의 일이다.

이탈리아 고유의 밀인 듀럼밀은 거칠고 딱딱하며 점성이 강해 빵을 만들기에는 적당치 않았지만 면으로 만들면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맛이 난다. 익히면 겉은 부드럽고 매끄러우면서 안은 단단하고 거친 느낌이 남아 있는 스파게티 면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는 면의 가운데 심의 거친 질감이 남아 있는 상태를 ‘알텐테’라고 하며 최고로 친다.

파스타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사이 칼국수가 끓으며 내는 맛있는 냄새가 집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엄마! 정말 맛있어요. 뭐니 뭐니 해도 우리집 칼국수가 제일이네요. 면발은 쫄깃하고 국물 맛도 끝내줘요.”

“그 쫄깃한 면발이 바로 글루텐의 마법이지. 이 감칠맛 때문에 글루텐은 간장이나 조미료의 원료로도 쓰인단다. 점성이 있어서 케찹이나 아이스크림 같은 식품의 첨가물로도 쓰이고, 또 강아지 사료나 물고기 먹이를 만들 때도 없어서는 안 될 성분이란다.”

“이 맛있는 걸 강아지도 물고기도 아는 건가요? 하하하.”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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