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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5.22 엔지니어들이 꼽는 위대한 스승, 자연
  2. 2008.06.13 낚시뎐 - 다 비켜, 이 떡밥은 내 거야! (1)
엔지니어들이 꼽는 위대한 스승, 자연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에서 활약했던 화가이자 과학자이자 공학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자연모사공학, 또는 생체모방에 딱 들어맞는다. 자연모사공학이란 말 그대로 생물들의 생태나 신체구조를 모방하거나 이로부터 영감을 얻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기술 조류를 일컫는다.

과학과 공학에서 자연모사공학이 주목받은 것은 최근이지만, 최근에야 그 이름이 붙었을 뿐, 사실 그 역사는 매우 오래됐다. 자연모사공학의 출발점은 재닌 M. 베니어스(Janine M. Benyus)다. 그녀는 1997년 생체모방이라는 책에서 자연의 설계와 프로세스를 모방해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이 책에서 베니어스가 이름붙인 생체모방은 그대로 공학의 한 분야, 나아가서는 방법론을 일컫는 이름이 됐다. 이후 생체모방협회를 설립한 베니어스는 수많은 강의와 컨설팅을 통해 과학자와 공학자, 기업가, 건축가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자연모사공학은 이미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신칸센이 있다. 신칸센은 세계 최초의 고속철도로 일본 첨단 기술의 상징이자 비행기에 밀려 저평가되던 철도 산업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장본인이다. 후지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신칸센이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꼽힐 만큼 일본인들의 관심과 애정도 대단하다.

[그림 1] 현대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인 후지산은 일본의 자연과 전통을, 그 앞을 내달리는 신칸센은 현대 일본의 역동성과 발전상을 상징한다. 신칸센의 소음 문제는 물총새 덕분에 해결됐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그림 2] 먹잇감을 발견한 물총새는 수면의 요동을 최소한으로 일으켜 목표물이 도망가지 않도록 한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일본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신칸센에 문제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소음이었다. 신칸센 열차들이 좁은 터널에 빠른 속도로 진입하면 터널 내 공기가 갑작스럽게 압축되면서 압력이 높아진다. 열차가 터널에 깊이 들어올수록 압축은 점점 더 심해져서 음속에 가까운 압력파가 발생하고, 이 파동이 터널 출구를 통해 빠져나가면서 강력한 저주파 파장을 발생시켜 굉음을 낸 것이다. 때문에 터널 주변에서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신칸센의 엔지니어들이 눈을 돌린 곳은 바로 물총새였다. 물총새는 수면 위 1.5m 정도 높이에서 물속으로 빠르게 다이빙하며 물고기를 잡는다. 저항이 약한 매질(공기)에서 강한 매질(물)로 빠르게 진입하는데도 물이 거의 튀지 않아 먹잇감이 뭔가를 눈치 챌 겨를도 없이 사냥 당하고 만다. 물총새만의 고요한 사냥 비법은 바로 길쭉한 부리와 날렵한 머리에 있다. 날개를 접고 다이빙할 때의 물총새는 앞쪽이 가늘고 길게 튀어나온 탄환 모양이 되며, 이 덕분에 수면에 진입할 때 파동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물총새를 본뜬 디자인이 적용돼 탄생한 것이 바로 500계열의 신칸센이다. 1996년에 개발된 500계 신칸센은 이전의 모델들과 달리 뾰족하게 튀어나온 앞머리와 항공기를 연상시키는 날렵한 모양새가 인상적이다. 특유의 멋진 디자인 덕분에 터널에서의 소음을 확실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500계 신칸센의 디자인은 이후 모델들에 계승돼 현용 최신 모델인 E6계열도 머리 부분이 길고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그림 3] 물총새의 머리 모양을 최초로 적용한 500계 신칸센(좌)과 이를 계승한 최신형 신칸센 E6(우).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기대를 모으는 풍력발전기에도 동물에게서 얻은 지혜가 적용됐다. 혹등고래는 이름 그대로 등과 지느러미에 혹과 같은 돌기가 잔뜩 나 있다. 물속에서 생활하는 동물이라면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부가 매끈해야 할 것 같은데 이처럼 울퉁불퉁한 표면을 지닌 이유가 무엇일까?

혹등고래 앞지느러미의 앞쪽에 난 작은 혹들은 유체의 흐름을 교란시키는 역할을 한다. 때문에 지느러미 표면 부분에는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이들은 지느러미에 물이 착 달라붙어 흐르도록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지느러미에 가해지는 유체 압력이 증가해 양력이 커지고, 이로 인해 혹등고래는 거대한 몸집을 날렵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캐나다 풍력에너지 연구소에서는 혹등고래의 지느러미에서 힌트를 얻어 풍력발전기의 회전날개에 요철을 더했다. 실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요철을 적용한 회전날개는 같은 속도의 바람에도 이전의 풍력발전기보다 두 배의 회전 속도를 낼 수 있었으며 항력도 줄어들어 효율이 크게 개선됐다.

고속철도와 풍력발전기 이외에도 물을 튕겨내는 연잎의 표면구조를 응용한 발수소재, 어디에든 달라붙는 게코 도마뱀에서 영감을 얻은 흡착 소재, 홍합의 결합조직에서 힌트를 얻은 접착제 등 과학자와 공학자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자연을 스승으로 삼고 있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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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옛날, 울창한 숲 안에 모여 사는 동물 무리가 있으니 다리가 네 개인 놈, 다리 둘에 날개가 둘인 놈, 다리가 하나도 없는 놈 모두 자신의 재주가 뛰어나다 까불었다. 어느날 토끼와 범이 얘기하다 “물고기 낚시의 일인자가 누구냐”하고 논쟁을 벌이게 됐다. 토끼가 빠른 움직임을 잘 보는 눈이 필요하다 하니, 범은 맛난 먹이로 물고기를 모으는 지혜가 필요하다 맞섰다. 이에 둘이 옥신각신 다투는데 하루해가 지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다.

옆에 지켜보던 동물들이 낚시 잘하는 재주꾼을 모아 그 재주를 겨루어보자 제안하니 토끼와 범은 옳거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뭇 동물이 아는 것이 많은 곰에게 이번 잔치의 좌장을 맡겼더니 곰은 세 번 사양하고 마지못해 수락했다. 곰이 세 재주꾼을 추천했는데 이 추천에 반대를 표하는 동물이 하나도 없었다. 곰을 중앙에 앉히고 다른 동물들 주위에 모여앉아 과실과 술을 준비하고 잔치를 벌이니 몸을 단장하고 급히 달려온 재주꾼 셋은 풀숲에 숨어 부름만 기다린다.

“첫번째 악어거북 나오시오~!”
“에그머니, 망측하기도 하지!”

등은 거대한 동산같고 다리는 두터운 코끼리같은데 꼬리와 머리는 덜 된 용같이 생긴 생물이 어기적 기어나온다. 삐죽하게 솟은 저 비늘들은 또 무엇이냐. 괴이한 모습에 동물들은 제각각 부르짖는다. 연신 “에그머니”를 외쳐대며 경망을 떨던 토끼가 악어거북의 날카로운 눈빛에 “아이 무서라”며 귀를 접는다. 악어거북은 눈빛을 거두고 길쭉하게 뺀 목을 느릿하게 돌리며 연못 속으로 발을 옮긴다. 뭇 동물이 눈을 빛내며 지켜보는 가운데 악어거북이 입을 벌리는데, 경망스러운 토끼는 또 한 번 “아이쿠!”

“저 놈 입안의 거대한 벌레같은 것이 대체 무엇이오?”

만물의 왕이라는 범도 몸서리치며 물으니 곰이 “저것이야말로 하늘이 악어거북에 내려주신 것이니 조용히 보시기나 하시오”하며 면박을 준다. 이에 범이 정신을 차리고 그것를 바라보니 이는 살아있는 벌레가 아니라 악어거북 입안에 붙은 혀다.

거북이 긴 혀를 조용히 흔드니 이를 맛난 먹이로 알고 달려드는 물고기가 부지기수다. 거대한 바위처럼 꿈쩍도 않고 입만 쩍 벌리고 있던 악어거북은 어느새 물고기를 한 아름 품는다. 거북이 또 한 번 비늘 가득한 목을 쳐드니 토끼도 범도 “에구 깜짝이야”. 좌장만 짐짓 위엄을 지키며 굵은 목소리를 뽑아낸다.

“대저 거북이란 놈은 그 움직임이 느리고 엉덩이가 무거워 바위에 붙은 풀들을 긁어먹는 게 타고난 재주의 전부인 줄 알았더니, 참으로 신묘하오.”

악어거북 굵은 목 조아리며 자리로 느릿느릿 돌아가니, 뭇 동물들이 이제는 경탄하며 그를 바라본다. “거북대인의 재주가 매우 뛰어나니 이를 앞설 동물은 없을 것이오.” 경망스러운 토끼는 언제 부르짖었나 싶게 꼬리를 흔들며 설레발을 쳐댄다. 허나 악어거북은 물고기를 꿀꺽 삼키고 입맛을 다시며 묵묵부답이다.

“두번째 물총새 나오시오!”
“예이~!”

산뜻한 파란색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물총새 등장한다. 빼어난 자태에 뭇 동물이 감탄을 금치 못하니 괴악한 모습으로 지탄을 받은 악어거북만 목을 움츠린다. 물총새는 어여쁜 자세로 폴짝 뛰어 낮은 나무 위에 올라서더니 고개를 갸웃대며 날개를 접는다. 가만히 물을 지켜보는 모습에 금강산에서 도에 통달했다는 현인의 기운이 넘친다.

“좌장, 저 자가 어찌하여 저기 오르는 거요?”
“저긴 물총새의 망대(望臺)라오.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을 감시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오. 수면에서 3~5척(1척은 약 30cm) 높이에 올라서서 먹잇감을 찾는 것이 저 종족의 버릇이라오.”

“오호” 범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데 물총새 눈빛이 번쩍, 갑자기 푸드덕거리며 날아오르니 물 옆에 있던 동물들이 모두 깜짝 놀라 우왕좌왕 정신없다. 그 새 물총새는 물속에 쏜살같이 머리를 박았다 빼는데 야무지게 다문 부리에는 아직도 퍼덕이는 물고기 세 마리가 가지런하니 물려있다. 동물들은 그저 경탄해 박수를 칠뿐이다.

“대단합니다. 대체 어떤 묘안을 쓰셨기에 그러시오. 한 수 가르침을 청하오.”
“별 것이 아니라 심히 부끄럽습니다. 소인이 망대 위에 가만히 앉아있을 적 물속 물고기의 움직임이 보이니 그저 부리로 낚아챈 것에 불과합니다. 이는 묘안이 아닌 보잘 것 없는 재주일 뿐이니 칭찬을 삼가는 게 군자의 도리인 줄 아뢰오.”
“내 그대의 별호를 들은 적이 있소. 바다 건너에서는 그대를 ‘대단한 낚시꾼’(Kingfisher)이라 부른다 합디다. 그대의 명성이 이미 바다를 건너 세상에 퍼졌으니 좋은 말로 칭찬하는 것이 또한 진정한 도리가 아니겠소.”
“별호에 부끄럽지 않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수줍고 겸손한 그 모습이 또한 한 떨기 꽃같이 어여쁘구나. 관중들이 탄식을 금하지 못하는 가운데 물총새는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 날개를 푸닥거리며 얌전을 떤다.
“세번째 검은댕기해오라기 나오시오!”

사위가 조용해 동물들은 머리만 갸웃갸웃. 경망이 으뜸인 토끼가 “에그머니 저길 보시오!”라고 외치니 풀숲에서 검은 것이 통통 뛰어 온다. 가는 두 다리에는 힘이 넘치고 뒷머리에 길게 뻗은 푸른 깃털이 선명하다. 연못 앞에서 멈춘 검은 것은 가만히 물을 내려다보며 서는데 매끈하게 올려붙인 날개에 움직임 하나 없다.

“저건 물총새와 다를 바 없지 않소.”
“서두르지 말고 보기나 하시오. 검은머리해오라기의 재주도 재미나다 하오.”

성질 급한 범의 재촉에 곰이 또 한 번 달래는데 검은 것이 고개를 갸웃대며 주변을 휘휘 둘러본다. 연못 옆에 나뒹구는 나뭇조각을 하나 물더니 물 위에 내려놓고 다시 가만히 서니 웅성이던 동물들도 어느새 입을 다물고 해오라기를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다. 나뭇조각이 맴맴 맴을 돌다 멈춰서니 물고기 두 마리가 다가와 입질을 하며 신중히 살핀다. “호오~”하고 좌중이 탄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검은머리해오라기가 푸드덕 날아올라 부리로 나뭇조각 옆을 잽싸게 챈다. 방금 전까지 물속에서 입질하던 물고기가 해오라기의 부리에 얌전히 물려있으니 점잖던 곰마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다.

“귀하의 재주는 악어거북이나 물총새보다 더욱 신묘하구려! 한 수 배우고자 하니 부디 가르침을 아끼지 마시오.”
“나뭇조각을 던지면 물고기가 먹이로 알고 다가오지요. 욕심이 많은 물고기일수록 나뭇조각에 가까이 달라붙어 이리 쪼고 저리 쪼느라 정신이 없는 법입니다. 이 때 낚아채면 백발백중이지요.”
“‘떡밥’이라니, 소인은 생각도 하지 못했소! 오늘의 재주꾼은 바로 그대구려!”

곰이 외치니 악어거북도 물총새도 탄식하며 자리를 내어준다. 뭇 동물이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기쁨을 표하는데 토끼만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먼데를 바라보느라 정신이 없다. 검은머리해오라기가 짐짓 불쾌한 표정으로 부리로 딱딱 소리를 내니 그제야 토끼는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돌린다.

“대인께서는 소인의 우승이 마뜩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려. 괘념치 않으시다면 연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그대의 재주도 신묘하나 저기 더 대단한 것이 있소! 그를 쳐다보느라 잠시 정신을 놓았으니 무례를 사과하겠소. 하지만 저길 좀 보시오. 혼자 보긴 정말 아까운 재주요!”

평소와 달리 진중한 토끼의 말에 동물들 모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옆 연못 바위 위에 묵묵히 앉아 간간히 ‘떡밥’을 던지며 신중하게 물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생물이 있었다. 물고기가 몰릴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은 물총새와 같고, 짐짓 공들여 제작한 떡밥은 검은댕기해오라기와 같고, 물고기의 움직임에 따라 낚싯줄을 적당히 조절할 줄 아는 악어거북의 재주까지 갖추었으니 이야말로 진정한 낚시꾼이로다.

세 재주꾼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하고 뭇 동물이 모두 달려가 머리를 조아리며 그에게 가르침을 청하는데 낚시꾼은 점잖게 손을 흔들며 가로되,

“소인의 재주는 보잘것없는 것이니 어찌 가르침을 청하시오.”
“그렇다면 존함이라도 여쭙고 싶습니다. 이름을 들려주시지 않겠습니까.”

동물들이 시끄러이 떠드는 통에 물고기가 놀라서 다 달아났다. 더 이상 낚을 것이 없으니 낚시꾼은 “에잇! 시끄러워 못하겠소!”하며 줄과 떡밥을 거두고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동물들 망연하여 바라봤더니 그 생물이 있던 연못에는 ‘게시판’(Gesi-pond)이라는 명패가, 쓰다 버린 어망에는 ‘악플러’라는 이름이 남아있었다. 이에 뭇 동물들은 ‘악플러’를 ‘낚시의 제왕’으로 삼아 오래도록 그의 이름을 칭송했다 전해진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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