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을 알면 스키 더 잘 탈 수 있다!

태연과 엄마, 아빠는 지금 막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스키장에 도착했다. 기말고사 평균 80점을 넘으면 스키장에 데려가 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난생처음 쌍코피가 터지도록 밤샘 공부를 거듭한 끝에 이룬 쾌거다! 새하얀 슬로프, 스키장 가득 울려 퍼지는 신나는 노랫소리, S자 턴을 하며 우아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들,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츄러스와 케밥의 냄새…. 태연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야호!! 평균 80점이 이토록 행복한 점수인 줄 정말 몰랐어요~.”

“딸아, 나도 네가 그토록 높은 점수를 쟁취할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구멍 난 생활비는 가슴 아프지만…, 암튼 신나게 놀아보렴~.”

“제가 공부는 못해도 운동신경은 짱이잖아요. 이깟 스키, 10분이면 마스터 한다니까요?”

“에이, 스키는 운동신경만 가지고는 잘 타기 힘든 운동이야. 과학 원리를 이해하면 훨씬 더 빠르게 스키를 배울 수 있지. 다칠 위험도 적어지고 말이야.”

“아빠, 여기까지 와서 또 공부타령이에요? 80점 아빠의 영광을 드렸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세요. 그건 욕심이에요, 그것도 과욕!”

“진짜야. 우선 마찰력을 이해해야 해. 왜냐, 스키가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마찰력에 덕분이거든.

“아빠 정말 과학자 맞아요? 마찰력은 물체끼리 접촉할 때 서로의 운동을 방해하려는 힘이라고요. 평균 80점을 자랑하는 제가 그것도 모르겠어요? 운동을 방해하는 힘 덕분에 스키가 부드럽게 나간다니,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세요!”

“허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슬로프의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 때 생기는 마찰열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거든. 그 물 때문에 스키가 잘 미끄러질 수 있는 거란다. 스키를 탈 때 흔히 눈 위를 달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 위를 달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헛, 물 위를 달린다고요? 대박 신기해요!”

“또 빠른 속도감을 느끼려면 스키장의 온도가 섭씨 0도 정도인 게 가장 좋단다. 0도일 때 마찰계수는 0.04지만, 영하 3∼4도에서는 0.1로 계수가 올라가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서는 마찰계수가 0.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거든. 반대로 기온이 너무 높아서 눈이 질퍽해져도 마찰계수가 올라가니까 스키의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사이에 타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지.”

“무조건 추워야 잘 달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그런데 아빠,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눈 분수는 뭐에요? 차에서 막 눈을 뿜어내요!”

“아, 제설기 말이구나. 직접 눈을 만들어 뿌리는 건 아니고 5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하는 기계란다. 고압의 제설기에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낮은 압력의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가면 급속 팽창을 하는데, 이때 추운 날씨까지 겹쳐지면 결정핵을 만들게 되지.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눈이 탄생한단다. 단, 습도는 60% 이하, 기온은 영하 2~3도 이하일 때만 제설이 가능해요. 제설기가 없었다면 11월에 스키장이 개장할 수도, 실내 스키장이 생겨날 수도 없었을 거야.”

“뭐야, 그럼 스키는 눈이 아니라 물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잖아요. 눈은 물로 만든 인공설이고, 스키가 움직이는 것도 마찰열 때문에 생긴 물 덕분이라면서요.”

“하긴, 그렇게 되는구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키 과학 딱 하나만 더 알고 가자. 스키는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야. 경사면을 고속으로 쌩쌩 달려 내려오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거든. 물론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는 강습을 받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겠지?”

“정말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그럼, 관성을 이용하면 된단다. 관성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정지하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는 성질을 뜻하지. 사람의 무게중심도 마찬가지야. 평지에 서 있을 때 사람의 무게중심은 배꼽 아래 약 2.5cm 지점에 위치하는데, 슬로프를 내려올 때도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한단다. 그런데 다리는 벌써 슬로프 아래로 쭉 내려가 버리거든. 그렇게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자꾸 뒤로 넘어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슬로프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다리를 많이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상체는 숙여서 무게중심이 몸 앞쪽에 위치하도록 해야 해. 용감하게 몸을 슬로프 아래쪽으로 확 숙이는 거야. 알겠니?”

“슬로프 아래를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꼭 낭떠러지 같다고요. 그런데 몸을 앞으로 더 숙이라고요? 그걸 어떻게 해요, 난 못해!”

“그래서 용감한 자가 미인을… 아니 스키실력을 얻는다! 이런 말이 있는 거란다.”

“헐, 그건 또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래요. 암튼!! 지금부터 전 운동실력은 꽝이지만 과학 실력은 짱인 아빠의 시범 스킹을 관람하겠어요. 완벽한 자세 기대할게요. 자 고고씽~.”

태연,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빠를 슬로프 아래로 살짝 밀어버린다. 얼마 못 가 관성에 따라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더니 다리가 앞으로 쭉 빠지면서 제대로 꽈당 넘어지는 아빠.

“아빠아! 그러니까 과학 실력을 현실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도 하셨어야죠! 스키를 글로만 배운 결과예요. 홍홍홍~.”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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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엔진 없이 비탈길 오르는 바퀴

우리가 어딘가로 이동하기 위해 타는 자전거나 자동차, 비행기 등에는 모두 바퀴가 사용돼요. 바퀴는 6,000여 년 전 지금의 이라크 땅 수메르에서 만들어졌어요. 바퀴가 생기고 나서 물건을 옮기거나 여행하는 일이 훨씬 쉬워졌지요.

여기서 잠깐 바퀴의 모양을 살펴볼까요? 크기나 재질은 달라도 모든 바퀴의 모양은 ‘원’이에요. 어느 한 군데 모난 곳 없는 둥근 생김새 덕분에 앞으로 굴러가야하는 바퀴 모양으로는 제격이지요. 그런데 아무리 원 모양이어도 계속 굴러가기 위해서는 힘을 가해줘야 해요. 자동차에는 엔진이 있어 바퀴를 굴려 달릴 수 있답니다.

하지만 엔진 없이도 비탈길을 올라가는 바퀴를 만들 수 있어요. 바로 ‘무게중심’의 원리를 이용하면 말이죠!


[교과과정]
초 6-2 에너지와 도구
중 1 힘과 운동

[학습주제]







무게중심은 물체 각 부분에 작용하는 중력들이 모아지는 작용점을 말해요. 쉽게 설명하면 물체의 무게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도록 공평하게 나눠주는 지점이지요. 무게중심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있는데, 바로 중력이에요. 중력이 있어야 무게가 있고, 그래야 무게의 중심이 있겠지요?


무게중심은 아래에 있을수록 안정하답니다. 오뚝이는 아랫부분이 무겁게 만들어져 바닥과 가까운 곳에 무게중심이 위치하지요. 때문에 넘어져도 금방 균형을 되찾고 다시 일어나요. 실험에서 깔때기 모양의 종이 두 개의 입구 부분을 맞붙이면 깔때기가 마주 붙은 중심부가 무게중심이 돼요. 바퀴가 굴림대를 따라 올라가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그림]처럼 바퀴의 중심부가 점점 굴림대에 가까이 가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바퀴 자체는 언덕 위쪽으로 올라가지만, 바퀴의 무게중심은 바닥에 가까워져 가는 것이지요. 때문에 동력 없이도 자연스레 경사진 비탈길을 따라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 거랍니다.


[그림]깔때기 두 개를 붙인 바퀴의 무게중심은 점점 비탈길 바닥에 가까워진다.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물체에는 무게중심이 있어요. 자동차, 항공기, 선박 등 우리가 이용하는 운송 수단도 무게중심을 고려해 설계됩니다. 항공기나 선박은 땅에서 달리는 교통수단보다 몸체의 균형이 대단히 중요해요. 선박은 큰 파도나 폭풍을 만나도 가라앉지 않도록 무게중심이 선박 밑에 위치하게 설계하지요. 무게중심이 잘못 만들어지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요.

바닷가에서도 무게중심을 찾을 수 있어요. 방파제에 가면 삐죽빼죽한 커다란 구조물들이 잔뜩 쌓여 있는 걸 볼 수 있지요. 이것은 4개의 뿔을 가진 ‘테트라포드’로, 파도나 해일을 막아 방파제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요. 테트라포드의 뿔 4개를 연결하면 정사면체 구조가 되지요. 그런데 다양한 도형 중 왜 하필 정사면체 구조를 사용한 것일까요? 정사면체의 무게중심은 바닥에 있어요. 정다면체 중 정사면체의 무게중심이 가장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어 안정적이기 때문이랍니다.

오리가 걸을 때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봐도 무게중심의 변화를 알 수 있어요. 오리가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은 날지 못 하는 새가 걷는 모습과 비슷하지요? 이들은 모두 머리를 앞뒤로 흔들며 아장아장 걷지요. 머리를 앞으로 움직이는 것은 몸통의 무게중심을 앞쪽으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랍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왜 머리를 앞뒤로 움직이지 않고도 잘 걸을 수 있는 걸까요? 흔히 사람은 팔만 흔들며 걷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목, 어깨, 허리 등 거의 모든 관절을 사용해서 걸어요. 그래서 몸의 무게중심을 이동시키는 방법도 체형마다 다르고, 그에 따라 걸음걸이도 달라지는 거랍니다.

[다운로드 : 비탈길 오르는 바퀴 도면1]

[다운로드 : 비탈길 오르는 바퀴 도면2]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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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는 왜 매년 똑같이 반복되는 걸까. 편곡과 녹음이 조금씩 세련되지기는 하지만 기본 멜로디나 가사는 한 치도 틀림이 없는 지겨운 곡을 왜 항상 들어야 하는 걸까. 12월도 어느새 23일, 불빛도 사람들도 화려하게 반짝이는 거리를 걸으며 짠돌 씨는 투덜거렸다.

따지고 보면 캐롤송에는 아무 죄가 없었다. 일정한 속도로 돌며 중위도 지역에 4계절을 만들어 내는 지구 역시. 더 따지고 보면 짠돌 씨에게도 죄는 없었다. 이 계절에 사고 아닌 사고를 쳐서 사람을 지방 공장으로 부른 계열사에게도 죄는 없으리라. 사고 수습을 위해 2박 3일 지방 출장을 명한 상사도 이하생략이다. 속으로 죄를 따질 곳을 이리저리 찾다가 지친 짠돌 씨는 투덜거림 대신 한숨을 내쉬며 작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반짝이는 네온사인 밑 작은 트리를 억지로 외면하며 들어선 모텔 방은 작고, 춥고, 황량했다.

[아빠~! 언제 와?]

노트북을 켜고 메신저를 연결하자마자 웹캠 화면에 막희가 가득 찼다. 막희 뒤로 보이는 트리는 12월 초 함께 마트에 갔을 때 구입한 녀석이다. 짠돌 씨는 피로에 찌든 얼굴 피부를 문질러 억지로 미소 지으며 막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응. 아빠 두 밤만 더 자면 돌아가.”
[두 밤 지나면 크리스마스잖아!]
“맞아. 크리스마스 밤에 집에 갈 거야.”
[싫어~! 아빠 없으면 산타 할아버지도 안 오시잖아~! 선물 없잖아~!!]

나보다 산타 할아버지가 더 중요하냐?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꾹꾹 씹어 삼키며 짠돌 씨는 다시 한 번 억지 미소를 지었다. 이 귀엽고 철없는 막내와는 절대 이성적인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짠돌 씨는 그저 손을 싹싹 비비며 빌었다.

“올해 산타 할아버지는 크리스마스 밤에 오시는 걸로 하자~. 아빠가 멋진 선물 사 갖고 갈게. 막희야, 알았지?”
[안 돼! 그럼 지금 당장 선물 줘!]
“…아빠 지금 대구에 있어. KTX 타고 가도 2시간은 넘게 걸…. 아냐아냐, 지금 그럼 여기서 선물 보여 줄게. 대신 엄마 바꿔 주라, 응?”

빼액 소리가 스피커로 튀어 나오기 전에 재주 좋게 막희를 달랜 짠돌 씨는 아내 김 씨를 호출했다. 여기서 뭘 갖고 가는 건 불가능해도 ‘만드는 방법’은 설명할 수 있다. 뒤는 아내가 알아서 잘 해주리라. 아니나 다를까, 메신저 대화창에 쳐 넣은 준비물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던 김 씨는 손가락을 흔들어 아들 막신을 불렀다. 이 손발 착착 맞는 모자가 분명 자신을 구할 것이다. 짠돌 씨는 도리도리 잼잼 하듯 쥐었다 편 손가락을 키보드에 살포시 얹었다. 지금부터는 만드는 법 강의 시간이다. 분당 500타의 속도로 달리는 손가락이, 제법 훈훈한 기가 돌기 시작한 작은 방에 경쾌한 소리를 새겨갔다.

[자기가 말한 대로 다 만들었어. 루돌프도 붙였고. 이제 어떻게 하면 돼?]
“막희 앞, 평평한 곳에 두고 스위치를 켜. 아, 너무 막희 쪽에 바싹 붙이지 말고. 카페트 위도 안 돼!”
[어머, 막희야~! 이것 좀 봐. 루돌프 퉁퉁 튀어 다니는 거 보여?]
[우와~! 루돌프가 막 점프해!]

갑자기 낸 아이디어였긴 결과물에 함께 감탄하며 웹캠 화면 너머 웃는 가족들을 지켜봤다. 조금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은 예상 외로 좋은 평가를 얻은 듯하다. 계속 스위치를 켰다 껐다 하며 덜덜 움직이는 ‘루돌프 진동차’에 푹 빠져 있는 막희가 그 증거였다.

[이거 왜 이렇게 움직이는 거야 아빠?]
“역시 중요한 질문은 네가 하는구나. 진동차에 달린 모터, 즉 전동기에 뚜껑을 어떻게 끼웠지?”
[중간이 아니라 좀 옆에 꽂아 놨어.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했잖아.]
“전동기가 돌아갈 때 잘 보면 그 뚜껑이 불규칙하게 돌아갈 거야. 그럼 무게중심도 바뀌면서 차가 덜덜 떨게 돼.”

[무게중심? 자 중간에 손가락 얹어서 균형 잡고 하는 거 맞지?]
“아, 넌 학교에서 배웠겠구나. 무게중심은 정확히 말하면 물체를 이루는 입자들의 위치를 평균 낸 지점을 말해. 거기를 받치면 물체의 균형이 잡히는 거지. 자나 둥근 뚜껑 같이 좌우가 대칭되는 물체는 기하학적 중심이 바로 무게중심이야. 자, 생각해 봐. 자에 손가락을 얹을 때처럼 무게중심을 잘 잡으면 물체가 균형을 이루잖아. 그게 계속 바뀌거나 중심을 못 잡으면 어떻게 될까?”

[넘어지거나 비틀대겠지. …아, 그래서 차가 덜덜 떠는 거구나.]
“그렇지~. 무게중심을 잘 받치면 물체 전체를 들 수 있기 때문에 무게중심은 그 물체의 평형점이라고 할 수 있어.”
[자기야. 갑자기 난입해서 미안한데, 이거 방향은 못 바꿔? 계속 제자리에서 돌 뿐이라서 막희가 슬슬 싫증내려고 해….]
“아! 다리 사이에 끼운 막대기를 빼. 그럼 막 뛰면서 아무 데로나 가.”
[그것만 하면 돼?]

“못도 앞은 짧게, 뒤는 길게 박아놨잖아. 그럼 짧은 앞의 못을 중심으로 차가 돌게 되거든. 반대로 못 다리 길이를 조절하면 자기가 원하는 대로 보낼 수도 있어. 막희 손 안 찔리도록 조심하면서 시켜 봐.”

[응. …그나저나 자기 진짜 금요일 밤에 오는 거야? 휴일인데 더 일찍은 못 와?]
“여기 수습이 금요일 낮이나 돼야 끝날 거 같아. 모처럼 연휴인데 미안….”
[나는 괜찮은데, 애들이 난리라서 그러지. 알았어. 일인데 어쩔 수 없지 뭐. 대신에 올 때 진짜 선물 사와. 저 자동차, 분명 오늘 밤에 부서질 거 같아. 루돌프는 이미 너덜너덜~.]
“…자기마저….”
[아, 막희야! 안 되겠다, 자기야. 일단 메신저 꺼야겠다. 내가 있다가 다시 전화할게~.]

부산스러운 목소리와 더불어 꺼진 웹캠 창에는 따스한 가족의 모습 대신 짠돌 씨의 허탈한 표정만 비춰지고 있었다. 한숨을 쉬며 대화창을 끄고 노트북 전원까지 꺼버리려던 짠돌 씨는 상태표시줄에서 깜빡이는 작고 긴 네모를 발견했다. 다시 띄운 대화창에는 파일 전송 안내가 남아있었다. ‘메리_크리스마스_선물_받아요.mp3’.

다운 받은 파일을 실행시키고 침대에 누운 짠돌 씨는 스피커에서 흐르는 목소리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변성기가 얼마 남지 않은 소년의 목소리와 아직 발음이 엉성한 귀여운 목소리가 겹쳐져 방을 물들였다. 가끔 킥킥대는 배경음은 아마 녹음한 이의 웃음이리라. 익숙한 목소리들에, 녹음기 앞에 모여 앉아 입을 모았을 세 명의 모습이 떠올랐다. mp3 플레이어의 무한 반복 버튼을 누르고 침대에 다시 누운 짠돌 씨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노이즈가 끼고 화음도 엉망이었지만, 지금껏 들은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캐롤송이 귀와 마음을 감싸고 있었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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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끈은 짧아야 좋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가방끈이 짧다는 건 학벌이 낮다는 관용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선 그 얘기를 말하는 게 아니다. 가방끈을 짧게 하면 무거운 책가방을 가볍게 들 수 있다. 그리고 군인들이나 등산가들은 배낭을 가볍게 하기 위해 모포와 같이 가벼운 것을 배낭 아래에 두고 무거운 것은 위쪽에 둔다. 그렇다면 가방끈을 짧게 하는 것이나 무거운 물건을 위쪽에 두는 것은 그 반대 경우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

가방끈을 짧게 한다고 해서 가방의 무게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배낭 속에 물건을 어떻게 배치하건 배낭의 무게가 변하는 것도 아니다. 가방끈과 물건의 배치는 질량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며, 질량이 같다면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도 같다. 하지만 어깨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가방끈의 길이와 배낭 속 물건의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가방끈은 어깨를 심하게 조이지 않는 한 가방이 등에 밀착되게 짧게 매는 것이 좋고, 배낭은 무거운 물건이 위쪽이나 등쪽이 붙도록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가방의 질량에는 변함이 없지만 가방을 메고 다니기 한결 쉬워진다. 흔히 끈을 짧게 하는 것을 간단히 지레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을 비롯해 지상의 모든 물체는 쓰러지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무게 중심의 수직선이 발 사이에 위치해야 한다. 사람의 경우 무게 중심은 발바닥으로부터 약 58%인 배꼽 근처에 있는데, 이 지점의 수직선이 발 사이에 위치해야만 쓰러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발을 벌리고 서게 되면 발 사이의 면적이 증가하기 때문에 붙이고 서 있는 것보다 안정되게 되며, 이러한 이유로 네발 동물이 인간보다 잘 넘어지지 않는다.

임산부나 비만인 사람과 같이 배가 많이 나온 경우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게 되어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몸을 뒤쪽으로 젖히는 자세를 하게 되어 허리에 부담을 주게 된다. 가방이나 배낭을 멜 때도 마찬가지로 무게 중심이 변하게 되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몸을 앞으로 약간 숙이게 된다. 이때 가방이 무게 중심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는 허리를 조금 숙이는 것으로 새로운 안정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 즉 허리를 조금 숙이는 것만으로 새로운 무게 중심의 수직선을 발 사이에 오게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가방의 위치가 낮을 때는 어깨가 감당해야 하는 가방의 무게가 증가하게 된다.

가방의 위치가 위쪽일 때는 허리가 가방 무게의 일부를 바로 다리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깨에 부담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가방이 무게 중심선의 수직선상에 있어 가방의 무게가 바로 다리로 전달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방의 위치가 허리보다 아래에 있을 경우에는 가방 무게의 대부분이 어깨에 걸리기 때문에 어깨에는 더 큰 힘이 걸리게 된다. 또한 허리를 조금 구부리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뒤로 조금 내밀게 되는데, 이때 가방이 엉덩이 부근에 있다면 가방은 엉덩이를 밀어 넣는 방향으로 힘을 작용하게 되어 결국 근육이 감당해야 할 힘의 크기가 증가하게 된다. 극단적으로 생각해서 가방이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다면 가방의 무게는 끈을 통해서 고스란히 어깨에 전달된다.

과학향기링크가방이 엉덩이 위에 있게 되면 가방이 진동하는 문제도 발생한다. 걸어가면서 좌우로 엉덩이가 움직일 때마다 가방이 흔들리기 때문에 어깨에 지속적으로 흔들림이 전달된다. 가방을 흔들릴 때 발생하는 역학적 에너지는 결국 사람이 엉덩이를 통해 가방에 일을 해주었기 때문에 생겨난 것으로 이만큼의 에너지 낭비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방을 메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쪽 발을 들고 외발로 서는 경우 무게 중심의 수직선을 한쪽 발아래에 두기 위해 상체를 발을 든 쪽과 반대쪽으로 구부리게 된다. 또한 한쪽 손에 물건을 들고 있는 경우에도 이와 마찬가지로 허리를 구부리게 된다. 따라서 물건을 한쪽에 드는 것보다는 양쪽에 나누어 쥐는 것이 팔에도 무리를 적게 줄 뿐 아니라 허리에 부담도 들어주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팔을 한쪽 잃어버린 사람의 경우에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원래 팔 무게와 비슷한 인공팔을 착용하게 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지속적으로 허리 근육을 긴장시켜 허리 통증으로 이어지거나 심하면 척추가 뒤틀리는 경우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가방을 바른 자세로 메는 것뿐 아니라 물건을 바른 자세로 드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허리를 60° 정도 구부린 채로 20kgf의 물체를 들어 올리게 되면 요추에는 300kgf 이상의 힘이 걸리게 된다. 허리에 이렇게 큰 힘이 걸리는 것도 바로 지레의 원리에 의한 것이다. 요추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힘이 작용할 경우 힘점이 받침점에서 멀수록 더 큰 힘이 작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큰 힘이 작용하게 된다. 따라서 물건은 허리로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구부려 들어 올려야 하는 것이다.

한때 가방을 길게 메는 것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직접 체험을 해보면 가방끈을 길게 메는 것보다 짧게 메는 것이 훨씬 가볍다. 패션이나 유행도 좋지만 이왕이면 과학적 원리를 이용해 편리한 생활을 누리는 게 어떨까.

글 : 최원석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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