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세관현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23 손 대지 않고 화분에 물 주는 방법 (1)
  2. 2008.09.08 손톱 시계+GPS 콘택트렌즈=주머니가 필요 없다
원제 : 꿀꺽꿀꺽~ 물 먹는 새 만들기

“고무고무, 예전보다 좀 마른 거 같지 않아?”
“아, 물주는 거 깜빡했다. 잠깐만. 금방 가져 올게.”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짠돌 씨는 속으로 혀를 찼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무나무에게 한동안 물을 주지 않은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고무고무’라는 애칭을 가진 고무나무를 위해 빈 페트병에 물을 담아 베란다로 허겁지겁 달려간 짠돌 씨는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녀석, 미안하다. 물 많이 먹고 다시 통통해지렴.

“아빠, 고무고무 목 많이 말랐나 봐. 물이 막 사라져.”
“응. 너무 오래 내버려둬서 흙까지 바싹 마른 거 같네. 아빠가 제대로 못 챙겨서 미안해.”

가뭄에 물 만난 고기마냥 물을 쑥쑥 흡수하는 마른 흙을 보며 짠돌 씨는 또 한 번 혀를 찼다. 별로 춥지 않은 날씨 탓에 건조한 가을이 온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아 고무고무의 잎을 만지작거리던 막희가 뭔가를 떠올린 듯 박수를 쳤다. 이럴 땐 십중팔구 짠돌 씨가 ‘귀찮아지는’ 일이 생긴다. 이미 눈치 챈 아내 김 씨는 슬금슬금 베란다 밖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아빠, 아빠! 나 되게 신기한 거 깨달았어!”
“음, 막희야…. 아빠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얘…기 하면 안 될…? 아냐. 미안해. 마음껏 얘기하렴.”
“있잖아, 흙이 고무고무에게 맘마를 주는 거야!”
“엥? 뭐라고?”
“그러니까! 흙이 먼저 물을 먹고 고무고무가 먹을 수 있도록 맛있게 만들어서 다시 고무고무에게 주는 거라고!”
“저…, 막희야. 아빠가 잘 이해를 못 하겠는데, 좀 더 쉽게 말해주면 안 될까?”

막희는 미간을 좁히며 팔짱을 끼고 과장되게 한숨 쉬었다. “이런 바보 아빠를 봤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에 짠돌 씨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난! 고무나무에! 물 준! 죄밖에! 없을! 뿐이고!

“아빠가 물주면 흙이 먼저 먹잖아.”
“먹…, 응. 쑥쑥 잘 먹지.”
“그러면 고무고무가 먹을 게 없잖아.”
“….”
“찬 물을 고무고무가 먼저 먹으면 고무고무가 탈나니까, 흙이 먼저 먹고 따뜻하게 데워서 토해내는 거야. 흙 뱃속에 있는 좋은 것도 잔뜩 넣어서 고무고무 많이 먹어라~ 하는 거지. 어때? 나 똑똑하지?”

흙이 무슨 어미새냐…. 아이답게 기발하다면 기발한 생각이고 과학적으로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저 미묘한 비틀림은 대체 어쩐다냐. 그렇다고 유치원생 앞에서 모세관 현상이니 반투막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을 군번도 아니었다. 허리에 팔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막희를 멍하니 바라보며 짠돌 씨는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으으. 생각할수록 머리 아프다. 누가 나 좀 구해 줘~! 이때 김 씨가 달려나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막희 똑똑하네~! 그럼 막희 생각이 진짜 맞는지 어떤지 한 번 실험해 볼까?”

실험을 시작하고 10분 후, 불에 달궈 구부린 피펫 사이로 붉은색 물이 흘러 들어갔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새’를 주시하던 막희가 순간 탄성을 질렀다. 뒤 꽁무니를 푹 숙이며 물을 뱉어낸 새가 다시 앞으로 힘차게 고개를 숙이며 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

“엄마엄마, 얘 정말 물 잘 먹는다! 왜 이런 거야?”
“응, 고무고무가 물 먹는 비결은 ‘모세관 현상’ 때문이야.”
“모세관?”
“아주 가는 관을 모세관이라고 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무고무 같은 식물의 뿌리나 줄기 속에는 모세관이 다발을 이루고 있단다. 이런 모세관 속에 물이 들어가서 외부보다 높이 올라가는 현상을 모세관 현상이라고 하지.”
“웅, 잘 모르겠어.”

“막희에겐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네. 음, 막희야. 거기 가느다란 빨대를 여기 빨간 물속에 잠깐 담궈 볼래? 잘 봐, 물 끝이 밖의 물보다 더 올라와있지? 이게 모세관 현상이야.”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물은 자기들끼리 뭉치는 버릇이 있어. 또 관의 벽에도 잘 달라붙지. 그래서 좁은 관을 통과할 때 똘똘 뭉쳐서 위로 쑥쑥 잘 올라가는 거야. 관이 가늘수록 이런 현상이 잘 일어나. 엄마가 만든 새도 부리가 좁고 가늘잖아? 그래서 물을 꿀꺽꿀꺽 잘 마신단다.”

“그런데 왜 이게 고무고무와 관련이 있어? 흙이 물 토해주는 게 아니야?”
“막희 말도 반쯤은 맞아. 고무고무에 물을 주면 흙 속에 있는 빈 공간(공극)에 물이 스며들거든. 흙에 뻗어있던 고무고무의 뿌리가 이 물을 빨아 들이지. 고무고무의 뿌리 속 물이 흙 속의 물보다 이것저것 녹은 게 많아서 더 진해. 이렇게 물의 진하기가 차이 나면 물은 덜 진한 데서 더 진한 곳으로 움직이려 하거든. 왜, 엄마가 김치 담글 때 배추를 소금물 속에 넣으면 배추 숨이 확 죽잖아. 그건 배추 속 물이 바깥의 진한 소금물로 빠져 나가서 그래.”

“그렇게 고무고무 속으로 들어간 물이 모세관 현상 때문에 잎이나 줄기로 이동하는 거지?”
“오우, 정답. 과학을 배운 막신이는 더 빨리 이해하는구나.”
“자기야. 이노무 새는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는 거야?”
“빨아들일 물이 없을 때까지는 아마. 그리고 ‘이노무’ 같은 단어 붙이지 마! 나름대로 얼마나 열심히 만든 건데….”
“엄마 화났다~. 아빠 나쁘다~.”
“막희는 울릴 뻔 하고, 엄마도 화나게 하고. 오늘도 아빠 체면 확 구기네?”
“…나, 가서 고무고무에게 물이나 더 주고 올게.”

베란다로 향하는 가장의 처량한 어깨 뒤 거실의 웃음소리는 더욱 도드라졌다. 쓸쓸한 가을 바람에 잎을 떨고 있는 고무나무를 쓰다듬으며 짠돌 씨는 속으로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내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실험을 찾고 찾고 또 찾아, 다음 달에는 반드시 체면을 탈환하련다! 사람이 주먹을 쥐든 분루를 삼키든, 고무나무와 피펫 새는 아무 말 없이 물만 꿀꺽꿀꺽 마셔댈 뿐이었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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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공원에 한 여성이 앉아있다. 만나기로 약속한 연인이 오질 않는다. 공원의 다른 사람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맑은 공기를 즐긴다. 초조해진 여성은 약속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손목을 봤지만 시계가 없다. 공원 여기저기를 둘러봐도 시계는 보이질 않고, 아뿔싸! 휴대전화도 배터리가 다 되어 꺼져 있다. 이 여성은 고개를 숙이고 손바닥을 위쪽으로 한 다음 손톱을 들여다본다. 시간 보기를 포기한 것이 아니다. 얇게 붙어 있는 모조 손톱에 떠 있는 전자 액정의 시간을 읽는 것이다. 물론 배터리와 모든 부품들이 그 얇은 모조 손톱 한 장에 전부 들어 있다.

흔히 SF영화들은 배경이 미래라는 것을 보이기 위해 각종 첨단 장비들의 모습을 보이곤 한다. 하지만 앞서 묘사한 장면은 영화가 아니다. 시계 제조업체 Timex와 디자인 전문 사이트 Core77은 시간의 미래 디자인 경진대회(The Future of Time design competition) 를 열었다. 손톱 시계는 이 대회의 출품작 중 하나이다. 수상작 중에는 영국의 빅벤(Big Ben)의 영상을 보여주는 손목시계도 있고 스티커 형으로 아무 곳에나 붙일 수 있는 시계도 있다.

이렇게 신기한 제품들은 새로운 디자인이나 장난감 같은 흥미를 돋우는 면도 물론 있지만 그 밑바닥에는 좀 더 근원적인 필요성이 놓여 있다. 극단적인 자연주의자가 아닌 한 우리는 기계와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기계의 용도를 크게 둘로 나눈다면 물리적인 일과 정보의 전달이다. 물론 일을 하는 기계 역시 정보를 전달하기는 한다. 예를 들어 보일러도 사용자에게 온도를 알려주기 위한 화면이 필요하다. 컴퓨터도 스프레드시트를 이용한 회계업무 등 일련의 작업을 끝낸 후 그 결과를 사용자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최근 컴퓨터와 전자기술이 발달하면서 문자 그대로 정보의 전달만을 목적으로 하는 장비들이 속속들이 개발되고 있다. DMB가 좋은 예이다. 동영상 강의를 보고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기 위해 사용하는 컴퓨터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기계들이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지면 결국 사용자는 원하는 콘텐츠만을 골라보고 자신에게 맞게 편집해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방적으로 감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콘텐츠를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인터페이스라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인터페이스란 아주 간단하고 기본적인 개념이다. 보일러를 켜고 끄며 온도를 조절하기 위한 스위치들 역시 인터페이스이다.

여기에 유비쿼터스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모든 곳에 컴퓨터가 존재하고, 그 컴퓨터를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라는 것이 유비쿼터스의 기본 정신이다. 먼 옛날에는 시계가 있는 곳까지 가서 시간을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시계를 손목에 차고 다닌다. 그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손톱 위에까지 시계가 자리를 잡는다. 극장에 가야만 볼 수 있던 영화를 이제는 전철에 앉아서 손바닥 만한 화면으로 본다. 커다란 지하 연구실을 가득 채우던 컴퓨터가 여행가방 크기로 작아지고 이제는 UMPC라는 초소형 컴퓨터들이 생산된다. 이 모든 기계들은 휴대의 편의라는 목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가만히 살펴보면 당분간 생산될 첨단 기기들의 미래는 휴대성에 달려있는 것 같다.

기술자들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들의 꿈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휴대의 종착점은 역설적이게도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럼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시계가 있는 곳까지 걸어가자는 말일까? 아니다. 세계 곳곳의 전자업체와 연구소들은 사람의 몸 안에 컴퓨터와 전자장비들을 넣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워싱턴 대학의 연구팀들은 세계 최초로 전자 콘택트렌즈를 개발하고 있다. 바야흐로 기계가 눈앞에 다가온 셈이다. 이 콘택트렌즈에는 LED와 전자소자들이 들어 있다. 이 소자들은 그 크기가 매우 작으며 말랑말랑한 물질 속에 섞여 있다. 여기에 미리 회로의 모양새를 새겨놓은 콘택트렌즈를 덮어씌우면 모세관 현상에 의해 소자들이 위로 상승하면서 각각의 모양이 다르기 때문에 제 모양에 맞는 자리에 끼어들어 간다. 시야를 가릴 수도 있는 전자소자들은 눈의 동공에서 벗어난 바깥쪽에 위치하고 LED들은 반대로 동공 부분에 자리 잡는다.

연구팀들은 이 전자 콘택트렌즈의 동력원으로 집적 태양 전지를 생각하고 있으며 LED에 신호를 보내는 방법으로는 무선 라디오 주파수 수신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 제품의 활용도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GPS에서 받은 신호를 3D영상으로 바꾸어 렌즈에 전송하면 문자 그대로 입체적인 길 안내를 볼 수 있다. 손에 아무것도 들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주식 정보를 볼 수 있고 휴대전화를 손으로 열지 않고도 곧바로 메시지를 볼 수 있음은 물론이다. 군인들은 위성에서 보내온 작전 지역의 영상을 렌즈로 볼 수 있으며 컴퓨터 게임 분야에서도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이다.

또한 영상의 확대 기술이 정밀하게 제공된다면 시력이 나쁜 사람도 이 렌즈를 통해 갖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활용에 앞서서 장시간 착용해도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무리 기능이 뛰어나다 해도 신체와 직접 접촉하는 이상 거부 반응이나 새로운 질병을 유발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전자 소자가 박혀있는 틈새에 비위생적인 물질이 끼지 않도록 특수처리를 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전자장치의 소형화를 위한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이크로의 세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휴대용 장비를 위해 반드시 작아져야 하는 것은 배터리다. 노트북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배터리가 전체 무게와 부피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MIT의 기술자들은 인간 세포의 절반 크기밖에 안 되는 마이크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마이크로 배터리의 전극을 만드는 것과 바이러스 (컴퓨터 바이러스가 아닌 생명체 바이러스)를 이 배터리에 이용하는 단계까지이다.

우선 매끈한 표면에 직경이 4~8백만분의 1미터 정도 되는 점들의 패턴을 찍어놓는다. 그리고 여기에 양극과 음극 그리고 배터리 셀 들을 분리시킬 물질들을 뿌린다. 그다음에 유전자를 변형한 바이러스에 특정 단백질을 입혀서 극히 미세한 전선으로 활용한다. 이것들을 결합하면 마이크로 단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이 배터리를 앞서 소개했던 전자 렌즈와 연결하면 그야말로 완벽한 휴대용 기기의 탄생이다. 개발자들은 여기서 한 술 더 떠 이 마이크로 배터리와 생체 조직의 유기적인 연결까지 꿈꾸고 있다.

이처럼 미래의 휴대용 기기들은 우리들의 살갗에 직접 접촉하고 있다. 기술이 더 앞으로 나아가면 콘택트렌즈도 필요없이 시신경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인터페이스들이 개발되고 나노기술들이 발달함에 따라 각종 센서가 우리 몸 안을 돌아다니며 신체의 이상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할지도 모른다. ‘인간과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 (Human-Computer Interface; HCI)’ 는 이미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젠가는 CPU를 비롯한 컴퓨터 전체가 우리 몸의 일부로 자리 잡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생체의 신경 및 감각과 컴퓨터 사이를 중계하는 인터페이스가 완벽하게 개발될 수도 있다. 물론 그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 해결해야 할 각종 도덕적, 관습적, 기술적 문제들이 산적해 있겠지만 눈을 한 번 깜빡거리면 생활의 양상이 바뀌는 시대이니만큼 컴퓨터가 우리 몸속에 들어올 날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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