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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09 이별 앞둔 소나무의 회고
  2. 2012.09.12 6번째 생물 대멸종, 진짜 올까?
이별 앞둔 소나무의 회고

잎이 여린 어린 나무들아, 너희들 보기엔 그저 낯설겠지만 이 바늘처럼 뾰족하게 솟은 것이 내 잎이란다. 사계절 내내 이런 모양이라 사철 푸르다는 게 우리의 자랑이었지. 울퉁불퉁 거칠게 겹을 두른 줄기는 기개와 강인함의 상징이었다. 사람들은 봄이면 꽃놀이다, 가을이면 단풍이다 들과 산으로 왕왕 몰려다녔지만 흰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여전히 푸르른 우리를 경외하는 눈으로 바라보았단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인간들도 소나무만은 깍듯이 모셔, 인간처럼 벼슬 받고 재산을 거느린 나무도 있었단다.

시련은 언제부터였나. 너도 곧 알겠지만 생명이란 고요한 호수 같을 수 없어. 산다는 것 자체가 소소한 다툼과 크고 작은 전투가 쉼 없이 벌어지는 거대한 전장이지. 그러니 우리 소나무가 겪은 시련 역시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란다. 한 나무, 한 나무는 절대 알 수 없는, 먼 과거부터 이어져 왔지. 인화성이 강한 탓에 산불 피해도 많았고, 솔나방, 솔잎혹파리. 소나무깍지벌레…. 그리고 지금의 재선충까지 우리를 괴롭히는 병충해도 많았단다.

재선충이 한반도에 찾아온 건, 1988년이었어. 부산 금정산이 처음이었지. 옆 나라 일본의 소나무가 재선충의 피해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던 때가 1900년대 초인데 그 뒤로도 한참을 우린 재선충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어. 하지만 일단 발견되고 나니 속수무책으로 나무들이 병들어 갔지. 공중에서 살충제를 뿌리고 고사(枯死)한 나무를 잘라 없애고 온 나라가 소나무병을 고친다고 나섰지만 해마다 피해지역은 늘어만 갔단다. 2014년에는 서울 지역에서도 발견돼 위기감이 한층 커졌어. 소나무가 곧 멸종한다는 둥 매년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방제 작업을 할 계획이라는 둥 방송에서 연일 우리 얘기가 나왔지.

그런 얘기들은 바람을 타고 깊은 산속까지 들려왔어. 재선충도 바람을 타고 번져 나갔지. 재선충은 1mm 내외의 실 같이 생긴 선충이야. 혼자서는 움직이지 못해. 그래서 솔수염하늘소나 북방수염하늘소 몸에 기생하며 살지. 솔수염하늘소는 소나무 껍질을 갉아 먹는데, 그때 생기는 상처를 이용해 나무속으로 파고든단다. 그리곤 물과 양분이 이동할 통로를 막아 나무를 말라 죽게 만들지. 재선충이 파고든 나무는 솔잎이 아래로 처지며 시들기 시작해서 3주가량 지나면 잎이 가을날 단풍처럼 갈색으로 변해버린단다. 치료약이 없어 한번 감염되면 그대로 죽는다고 봐야지. 병들어 죽은 나무를 베어 쌓아놓으면 재선충과 숙주인 하늘소는 금방 나무에 구멍을 뚫고 도망가 다른 나무로 옮겨갔어. 바람이 많이 부는 때에는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퍼져나갔단다. 재선충 한 쌍은 20일이면 20만 마리로 늘어나니, 그 퍼지는 속도가 짐작이 가지?

재선충이 들어간 지역에서 소나무는 패배에 패배를 거듭했어. 일본에서, 대만에서, 중국, 포르투갈까지. 소나무는 살 방법을 찾지 못했어. 병에 걸리지 않는 나무까지 모두 베어서 확산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말이야. 일본 땅에서 온 전문가는 한국의 상황도 낙관적으로 보지 않더군.

우리 소나무들은 지구에서 꽤 오래 살았단다. 중생대 트라이아스 말기라고 하니까 대략 1억 7천만 년 전이지. 대부분이 빙하기를 넘기지 못하고 죽었지만, 백악기부터는 대략 지금 같은 모습으로 살아 왔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긴 세월이었어. 사람들은 소나무가 없어진다니 당황하고 아쉬워하며 어쩔 줄을 모르지만 우리 속을 헤아리진 못하겠지. 이 땅에 뿌리 내리고 산 지 족히 3천 년. 한반도에 뿌리내린 소나무들은 일가족이나 다름이 없단다.

우리는 다른 나무들과 어우러져 자라는 재주가 없었으니까, 잎이 큰 활엽수들이 부쩍 자라 해를 가리면 살 수 없으니 자연스레 다른 나무들과 같이 자라는 걸 피하게 됐어. 솔잎을 떨어뜨려 발밑에 두텁게 쌓아 다른 나무의 씨앗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혹 다른 나무 싹이 트면 송진을 분비해 죽도록 했지. 구불구불 구부러진 송림을 사람들은 참 좋아했어. 솔잎을 따다 송편을 찌고, 송화 가루로 약식을 만들고, 송이버섯을 기르고, 송진을 가져다 약으로 썼지.

이 땅은 우리가 살기에 좋고, 사람들은 우리 덕을 봤으니 서로 좋았는데, 이제 시절이 달라지려나봐. 다른 나무들은 단풍 들고 잎을 떨어뜨리며 요란하게 동면을 준비하는데, 우리도 매년 나름의 방식으로 겨울을 준비해. 겨울이 되면 지방함량을 높여 겨우내 소모할 영양분을 저장하고 조직의 구멍에는 두꺼운 세포벽과 왁스층을 만들어 열과 수분이 가능하도록 조절하는 일이야. 지구 온난화 탓인지, 온도가 점점 높아져 우리들은 겨울을 준비하는 법을 자꾸 잊어버리게 됐어. 전에 볼 수 없던 해충이 늘어가고, 소나무들이 그에 대처할 방법을 통 찾지 못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무관하진 않았을 거야.

사람들은 재선충에 맞서 소나무들을 살리겠다고 병든 나무를 베고, 훈증을 하고 톱밥으로 만들고, 공중에서 살충제를 뿌려댔지만 우리들은 한편으론 걱정을 했어. ‘저 많은 살충제는 해충만이 아니라 나무도, 그리고 강도 땅도 사람도 병들게 할 텐데…’라고. 재선충이 아니라도 급격한 기후변화 때문에 50~60년 뒤엔 소나무는 강원도와 지리산 같은 일부 지역에서만 살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이미 나온 터여서, 우리들은 오히려 담담했단다.

오래 정든 터전을 떠나는 일은 누구에게나 힘들지. 그래, 그걸 바라보는 쪽도 힘들 거야. 특히 이 땅 사람들은 지구 상 어디보다 우리와 특별한 관계였으니. 이 모든 일이 인간의 허술함이나 오만함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생각하면 손 놓고 있을 수 없겠지. 그런데 생명이란, 우리의 터전인 지구란 인간의 잔 계산으로 좌지우지할 만큼 약하고 작지 않아. 우리 소나무들은 어딘가 다른 곳에서 새 삶을 개척하게 될 거야. 혹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생을 이어갈 수도 있겠지. 어린 나무야, 우린 흙으로, 비로, 바람으로도 네 곁에 있을 거란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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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바람과 함께 드디어 나들이하기에 딱 좋은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동물원이 최고라는 태연의 근거 없는 주장에 따라 태연이네 가족은 오랜만에 동물원 나들이에 나섰다. 무척이나 따분해 보이는 엄마 아빠와는 달리 태연은 포유류, 조류, 파충류 우리를 정신없이 돌아다니며 동물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러니까 호돌이가 너 말고 저 바위 너머 호숙이를 좋아한다 이거지? 됐어, 모양 빠지게 매달리지 말고 포기해버려~. 세상에 수호랑이가 호돌이만 있는 건 아니잖아? 훨씬 더 멋진 호랑이들이 쌔고 쌨어. 자고로 여자의 생명은 도도함이라는 걸 명심하도록!”

“태연아, 그건 잘못된 충고인거 같다. 세상에 수호랑이가 많다는 착각은 버려. 호랑이는 벌써 오래전부터 멸종위기종이란 말이다. 저쪽에 있는 코끼리, 침팬지, 매, 독수리도 다 멸종위기종이고. 머지않아 사진에서만 볼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많이많이 봐두렴.”

“예에에에? 무슨 그런 무시무시한 농담을 하세요. 동물이 이렇게 많은데 멸종이라니, 우리아빠 오늘 쫌 오버하신다.”

“아니야. 얼마 전 세계 자연보전기구는 현존하는 동물들 가운데 포유류 22%, 양서류 43%, 파충류 29%가 멸종위기종이라고 발표했단다. 멸종위기종이란 개체수가 극단적으로 감소해서 확실히 멸종으로 가고 있다고 판단되는 동식물군을 말하는데, 그런 생물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야. 전문가들은 환경오염 때문에 옛날보다 멸종 속도가 천 배에서 심하게는 만 배까지 빨라졌다고 얘기하고 있어. 하루에 한 종 이상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지.”

“이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다 사라질 수 있다고요? 아빠, 지난번에 들었던 식인종 얘기보다 더 무서워요. 으으으….”

생물종이 하나 없어지는 건 어쩌면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어. 하지만 사라진 그 생물 때문에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지면 연속적으로 다른 종까지 빠르게 파괴될 가능성이 있거든. 그래서 급격히 대멸종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단다. 6,5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중생대 대멸종처럼 말이야. 그래도 그 때는 전체 생물의 4분에 1이 살아남았으니까 완전한 대멸종이라고 보긴 힘들지.”

“그럼 그보다 더 많은 생물이 죽은 적도 있단 말이에요?”

“그렇단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지금까지 모두 5번의 대멸종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약 2억 5,000만 년 전에 일어난 페름기 대멸종 때는 전체 생물의 95%가 멸종됐다는구나. 시베리아의 화산이 폭발하면서 지각 속 깊은 곳에 있던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됐고, 이 때문에 지구온난화현상이 일어나서 지구의 기온이 지금보다 섭씨 6도나 높아졌단다. 그렇게 되면서 거의 모든 생물이 멸종되고 말았다고 해.”

“휴, 그래도 다행이에요. 앞으로 시베리아처럼 넓은 땅덩어리가 갑자기 폭발을 일으킬 일은 없을 테니까요.”

“글쎄다. 안심할 일은 아니야. 전문가들은 페름기 대멸종 때와 같은 이유로 지구에 6번째 대멸종이 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단다. 환경오염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약 0.7도 올랐는데, 앞으로는 온도상승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이번 세기 말쯤이 되면 지구 평균 온도가 6.4도나 오를 수도 있다는구나.(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 발표) 그럼 페름기 때보다도 온도가 더 높아지는 것이기 때문에 6번째 대멸종이 오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거지. 얼마 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안토니 바르노스키라는 교수가 현재 멸종위기에 놓인 동물들이 아예 사라질 경우, 인류는 300~2,200년 안에 대멸종이라는 큰 재앙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발표를 하기도 했단다.

“생물종의 95%가 멸종된다면, 인간도 멸종될 수 있다는 거예요?”

“인간도 자연 생태계 측면에서 보면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니까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

“아빠, 전요. 정말 오래, 오~~~래 살고 싶어요.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200년쯤은 너끈히 살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단 말이에요. 그런데 지구온난화라는 나쁜 녀석 때문에 장수의 꿈을 이룰 수 없을 수도 있다니, 이건 아니에요. 정말 말도 안 된다고요!! 아빠,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이 한 몸 불살라 지구온난화를 꼭 막아보겠어요!!”

“음… 지구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배출을 줄여야 하니까,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일회용품은 사용하지 않고, 전기와 물을 아껴 쓰고…, 그리고 무엇보다 방귀를 좀 그만 뀌어야 한단다.”

“엥? 방귀요?”

“그래, 바로 바로 삼 만년 묵은 썩은 청국장 냄새가 나는 네 방귀 말이야! 젖소 한 마리는 소형차 한 대 분의 메탄가스를 배출해서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한다지만, 내가 짐작 컨데 넌 대형버스 열 대 분의 메탄가스를 배출하는 게 틀림없다고! 그러니까 지구온난화를 막아 오래 살고 싶다면 제발 방귀와 트림을 적당량만 배출하기를 바란다. 꼭꼭꼭!!!”

“흥! 아빠 배출량은 뭐 적은지 아세요? 내가 누굴 닮아서 초대용량 방귀를 뀌는 장트라블타가 됐는데요. 아빠, 미워!!”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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