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의 비밀, 미분방정식이 해결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사람들은 날이 밝으면 잠에서 깨고, 어두워지면 잠을 잔다. 마치 사람의 몸속에 시계가 들어있는 것처럼 말이다. 

이와 같이 규칙적인 수면 주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melatonin) 때문이다. 보통 밤 9시 경에 분비되기 시작해, 아침 7시쯤에 멈추는 이 호르몬 때문에 사람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기상하게 되는 것이다. 

잠뿐만이 아니다. 위장에는 소화를 돕는 효소가 존재하는데, 이 효소가 배출되는 시점도 시계처럼 정확하다. 바로 아침과 점심, 그리고 저녁 식사를 앞두고 조금씩 배출되기 시작한다. 밥을 먹고 난 다음에 효소가 나오면 소화를 제대로 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식사를 할 때쯤이 되면 우리 몸이 미리 음식을 소화시킬 효소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의 몸은 24시간을 주기로 일정하게 움직이는 신체리듬을 갖고 있는데, 이를 ‘생체시계(biological clock)’라 부른다. 이 시계는 사람의 신체가 하루 종일 누워 있거나 어둠속에 머물러 있는 등 평소와 다른 상태가 되더라도, 예전의 주기적으로 움직이던 상태를 기억해 때가 되면 신체 상태를 변하도록 만들어 준다. 

생체시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장시간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갔을 때 겪게 되는 ‘시차’를 통해 우리는 생체시계에 대한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시차로 고생하는 까닭은 우리 몸의 현재 시각이 언제인지를 알려주는 ‘생체시계’와 ‘현지의 시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하면 평소의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생체시계가 교란을 일으킨다. 물론 하루나 이틀 정도는 평소와 다른 리듬을 보여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신체는 그렇게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만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체시계 교란이 만성화되면 그동안 균형을 이루던 신체 조화가 깨지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시간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24시간 깨어있는 시대다. 밤에도 대낮같이 환한 조명시설 덕분에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만성적인 생체시계 교란도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잠을 자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 신체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가 있을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는 집중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시간대다. 따라서 공부나 중요한 업무를 하는데 있어 적합한 시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에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의 초저녁은 심폐기능이 우수하고, 근력이나 유연성이 높아지는 시간대다. 따라서 걷기나 달리기 등 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4시간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낮에만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에 잠을 자야 하는 사람은 침실환경을 바꿔 자신의 신체를 속여야한다”고 강조하며 “검은 커튼을 달거나 안대를 착용하는 등 비록 낮이지만 밤처럼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라고 조언한다. 

■ 수학이 생물학 분야 난제 해결에 기여해 

체내에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954년 무렵이다. 생체시계가 당시 과학자들의 주목을 끈 이유는 바로 환경이나 온도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리듬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온도가 오르게 되면 다른 생체반응은 빨라지는 데 반해, 생체시계의 반응은 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생체시계로 인한 신체 리듬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생체시계 원리를 밝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60여 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던 생체시계의 원리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KAIST 수리과학과의 김재경 교수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체시계의 속도를 유지하는 원리를 발견한 것. 
 

그림 1. 인산화 스위치와 그 과정에서 사용된 수학 방정식(출처: KAIST)



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이유를 ‘피리어드2(Period2)’라는 핵심 단백질에서 찾았다.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피리어드2 단백질에 있는 ‘인산화 스위치(phosphoryltion switch)’가 피리어드2의 분해속도를 천천히 일어나게 함으로써, 비록 온도가 올라가도 생체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림 2. Period2 단백질이 인산화 스위치에 의해 낮은 온도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
(출처: KAIST)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체온이 오르면 생체시계의 분침도 다른 생체 반응처럼 빨리 가려고 하는 것은 똑같다”라고 전제하며 “이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피리어드2라는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체온이 올랐을 때, 피리어드2 단백질이 생체시계의 태엽을 풀어서 빨라지는 분침을 천천히 가도록 늦추기 때문에 일정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져 생체시계의 분침이 느리게 가면, 이 단백질이 태엽을 감아 빨리 가도록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모델링 가설을 토대로 듀크-싱가폴 국립 의과대학의 데이비드 벌쉽(David Virshup) 교수와 공동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가 최근 저명 학술지인 ‘몰리큘라 셀(Molecular Cell)’에 게재돼 주목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피리어드2 단백질을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생체시계의 시간을 인위적으로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수학으로 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한 사례로,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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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비만을 부르는 가을 우울증

 

태연, 우수수 잎을 떨구는 공원의 나무들 사이에서 단박에 아빠를 찾아낸다. 푸짐한 몸집을 감싼 짙은 고동색 바바리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눈에 띈다. 

“아빠! 빨리 집으로 가요. 엄마가 당장 아빠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부끄러운 복장은 무언가요. 흡사, 바바리 입은 까똑 누렁강아지 이모티콘 같단 말이에요.” 

“싫다. 난 집에 가지 않겠어. 이제 나의 길을 가련다. My Way!”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빠가 아무리 바바리를 깃 세워 입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는다 해도, 엄마의 이상형인 그 프랑스 배우 알랭드롱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이상형이 아니라 이상한 형 같다고요.” 

“넌 모른다. 엄마도 몰라.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몰라요.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 남자의 마음도 쿵하고 함께 떨어진다는 것을. 낙엽이 신발에 밟혀 뭉그러질 때 남자의 심장도 부서진다는 것을.” 

“엄마가요, 아빠가 가을 어쩌구 이상한 얘기를 꺼내시면 그냥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말해 주라고 하셨어요.” 

“음, 틀린 말은 아니야. 계절성 우울증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는 특정 계절에만 몸이 나른해지고, 기분이 저하되는 우울한 증상이란다. 정신과적인 질환을 앓아본 적 없는 멀쩡한 사람도 약 15% 정도는 가을과 겨울에 이런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2~3% 정도는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병명을 갖게 되지. 

“정말요? 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단다. 밝은 빛을 많이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같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데,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확 줄어드니까 당연히 이런 호르몬 분비도 줄어들고, 우울해진다는 거지. 

“아, 그럼 계절성 정동장애는 주로 남자들이 걸리나 봐요? 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진 않아. 계절과 상관없이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사춘기 후부터 증가해서 노년이 되면 발병률이 줄어든단다. 또 낮에 햇볕 쬘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지. 그런데도 남자가 많이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뭐랄까, 가을과 함께 소멸되는 청춘의 생동감이 남자에게 더 치명적인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랄까…” 

“그러니까 결론은, 여자가 더 우울한데 남자가 더 오버한다 그거잖아요. 암튼, 남자들은 다 애라니깐. 그런데 단지 조금 우울한 감정일 뿐이고 봄이 돼서 햇빛 쨍쨍해지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텐데 무슨 걱정이에요?”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특히 우리같은 비만인들에게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보통의 우울증은 밥맛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오지만, 계절성 정동장애는 정 반대야. 식욕이 급증하고, 특히 달달한 간식에 집착하게 되며, 먹어도, 먹어도 심지어는 먹고 있어도 배가 고픈 증상에 시달린단 말이다. 거기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졸려요. 폭식을 거듭하며 계속 잠을 잔다면 어떻게 되겠니. 당연히 비만인이 되겠지! 그리하여 내년 봄 햇빛이 쨍쨍해질 때 우울한 기분은 사라질지 모르나, 비대해진 몸매는 사라지지 않는 비극을 겪게 된단다.” 

“헐! 여태 들어본 병 가운데 가장 악독한 병이에욧!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요?” 

“일단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도록 볕을 많이 쬐는 게 좋단다. 병원에서도 밝을 빛을 쪼여주는 광치료를 주로 하고 있지. 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볕이 좋은 날 야외 운동을 하면 가장 좋겠지.” 

“아, 그래서 아빠도 햇볕을 쬐려고 공원에 나오신 거였구나. 그런데 엄마가 아빠를 모셔올 때, 꼭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그게 뭔데?” 

“바바리코트 안쪽에 가득 품고 있을 초콜릿을 먼저 압수하라고 하셨어요. 계절성 정동장애 때문에 단것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진 아빠가, 엄마한테 뺏기지 않고 혼자 초콜릿을 다 드시려고 몰래 공원에 나간 게 틀림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럼, 어디 한 번 검사해 볼까요?” 

태연, 아빠 코트를 확 열어젖힌다. 종류별로 쏟아지는 수십 개의 초콜릿! 

“헤헤, 딱 걸리셨네요. 엄마한테 눈감아 드리는 조건으로 반반 나누는 건 어떠실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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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던가. 꿀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다.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는 공간의 온도나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차단하고 깜깜한 환경, 즉 완벽한 밤을 만들어주는 것이 꿀잠의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들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자기 아쉬워 책이나 TV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잠들면 새벽에 한 번씩 깬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고 피곤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자는 횟수가 늘어나면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밤의 인공조명1 (사진 : 이윤선)



■ 인공 빛 오래 쬐면 갈색지방 줄어 

네덜란드 레이덴 의대 샌더 쿠이즈만 연구팀은 인공 빛을 많이 쬘수록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근이나 회식과 같은 이유로 인공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쬐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뚱뚱하거나 관련 질환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그리고 실험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양의 먹이를 먹게 하되, 하루에 쪼이는 인공 빛의 양을 각각 12시간과 16시간, 그리고 24시간으로 다르게 했다. 

5주 동안 관찰해 본 결과, 인공 빛을 많이 쬔 쥐일수록 몸속의 지방량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 그룹의 쥐 무게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체지방량은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또 특이한 점은 인공 빛을 가장 많이 쬔 그룹의 갈색지방 양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안철우 강남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체지방이 늘어남은 물론 갈색지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공 빛을 오래 쬐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은 무엇일까. 

■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 

갈색지방은 지방을 태우는 지방이다. 주로 추위를 느낄 때 당이나 지방과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열을 내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이상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해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갈색지방은 백색지방과 달리 몸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몸에 좋은 지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갈색지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살도 덜 찌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갈색지방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쌓이는 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의 몸속에는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람에게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색지방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후 자라면서 갈색지방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흔적기관처럼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2009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들의 몸에는 갈색지방이 남아있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설치류를 연구하며 갈색지방 양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갈색지방이 만들어진다거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는 등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법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칼로리를 소모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이리신 호르몬 분비로 갈색지방이 활성화되고 몸에 저장돼 있던 당이나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밤의 인공조명2 (사진 : 이윤선)



■ 멜라토닌 부족하면 갈색지방도 줄어들어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는 현상인 멜라토닌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자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제3의 눈으로 불리는 송과샘(松果腺)에서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을 내보내는데, 주로 밤 11시~새벽 1시에 분비된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자면서도 불을 켜놓으면 송과샘은 빛을 인지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밤이지만 몸은 여전히 낮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피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호르몬은 서로 연결돼 있어 혈액을 따라 흐르며 다른 호르몬을 건드리거나 활성화시키는 것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하나가 분비되지 않거나 망가지면 도미노처럼 모든 호르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고, 우리 몸속의 갈색지방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호르몬의 문제로 건강이 나빠지고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잃어버린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를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의 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태어나고, 밤에 제대로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갈색지방의 감소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밤, 꿀잠을 위해 과감하게 인공 빛을 침대에서 차단해 보자.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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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9시 등교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

 

매일 아침, 세 개의 알람과 엄마의 쩌렁쩌렁한 고함 그리고 아빠의 호루라기 소리 없이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태연. 마무리로 강아지 몽몽이가 시끄럽게 짖어줘야 간신히 바위만 한 눈곱을 떼고 기상을 한다.

“아빠, 도저히 못 참겠어요! 우리도 9시까지 등교하는 그 도시로 이사 가면 안 돼요? 어디는 고등학교는 9시까지 가는데, 저는 초등학생인데 왜 8시 10분까지 가야 하느냐고요. 네?!”

“잔말 말고, 호루라기 더 불기 전에 빨리 안 일어날래?”

“공부를 잘하려면 잠을 푹 자야 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단 말이에요!”

“그거야 그렇지. 사람의 뇌는 잠을 잘 때 낮 동안 학습했던 정보들을 정리하거든. 그날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반복해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데, 잠을 깊이 푹 자면 장기 기억 저장이 훨씬 더 잘 되기 때문에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단다. 밤새 벼락치기를 하면 다음날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만 며칠 지나면 몽땅 까먹어버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

“거 봐요. 제가 많이 자겠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성적 향상을 위해서 라고요.”

“아이고, 입만 살아가지곤. 암튼, 너는 매일 9시간씩 꼭꼭 자니까 괜찮지만, 보통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걸 보면, 고등학생은 하루에 겨우 5시간 27분, 중학생은 7시간 12분, 초등학생은 8시간 19분을 잔다는구나. 의학적으로 최소한 7~8시간 이상은 자야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잠이 부족한 상황이지. 일부 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에 대해 아직 찬반 논란이 팽팽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야.”

“헐, 그럼 저도 고등학교 가면 5시간밖에 못 자는 거예요? 그러기 진짜 싫은데…. 외국 청소년도 저희처럼 수면 부족이에요?”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더구나.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얼마 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늘리기 위해 등교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는데, 청소년기에는 수면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저녁에 일찍 재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침에 늦게 깨우는 게 낫다는 거야.”

“수면 패턴이 바뀌어요? 어떻게요?”

“사춘기가 되면 여러 생물학적 변화와 함께 생체리듬도 바뀐단다.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최대 2시간 정도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어른들은 잠이 쏟아지는 밤 11시에 청소년들은 잠이 안 와서 말똥말똥 깨어있고, 어른들이 활기를 되찾는 오전 8시쯤에는 반대로 비몽사몽이 되는 거지. 몸은 깨어있으나 뇌는 잠자는 상태인 거야. 미국소아과학회 주장은 청소년의 수면 패턴이 이렇게 올빼미형으로 바뀌게 되니, 차라리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 있게 등교 시간을 늦추자는 거란다. 우리나라 일부 교육청의 주장도 마찬가지고. 실제로 등교 시간을 늦췄더니 출석률과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수업 시간에 조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어요.”

“거봐요, 늦게 등교해야 한다고요!”

“이외에도, 얼마 전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은 수면이 부족한(6시간 이하) 고등학생의 경우 체내 염증도가 높아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고, 을지대학교에서는 7시간 이하로 자는 청소년이 그 이상 잠자는 경우보다 자살 생각과 우울한 감정 모두 1.4배 높다는 발표를 했단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하루 평균 5시간 이하를 자는 청소년이 7시간 이상을 자는 아이들보다 비만 위험이 2.3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놨어요. 모두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지.”

“아침에 늦게 등교하면 밥도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

“그것도 중요한 얘기야. 등교 시간을 늦추면 아무래도 아침밥을 먹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겠지. 현재는 아침밥을 굶는 청소년이 무려 전체의 1/4이나 되는 상황이거든. 밥을 먹으면 두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잘 공급돼, 학습 능률도 향상되고 성적도 올라간단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5%가량 높다는 구나.”

“아니, 그럼 더 이상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건강에도 좋고 공부도 더 잘한다는데 왜 저는 일찍 등교 하냐고요!!”

“물론 과학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아침잠을 더 자도록 하는 게 맞아. 그런데 9시 등교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다. 맞벌이 부모님들은 아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아침밥을 먹이기 힘들어질 수도 있으며,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 교통편도 문제고,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도 어렵고…. 풀어야 할 문제가 아주 많단다.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의 생각을 잘 조율해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너 좋은 대로만 할 수는 없어요.”

“아, 몰라요. 일단 저는 자체적으로 9시 등교를 결정할래요. 선생님께 전화하셔서 ‘태연이는 자신의 수면권 보호를 위한 24시간 수면 투쟁에 들어갔다’고 꼭 전해주세요. 아셨죠?”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이번엔 나팔 분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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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잠 자는 이유, 당신 탓이 아니다

겨울철 아침은 늦잠과의 싸움이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아침에 눈을 뜨는 게 고역이다. 일찍 잠들기, 강력한 알람 맞춰 놓기 등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해 보지만, 안간힘을 써 봐도 잘 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게을러서일까? 아니면 선천적으로 잠이 많아서일까? 지금부터 늦잠 자는 이유를 과학적으로 파헤쳐보자.

우리 몸에는 시계 역할을 하는 유전자가 있다. 이 유전자들은 잠이 들고 깨는 시기, 필요한 수면의 양 등을 결정한다. 초파리에서는 per, tim, clock, cyc 유전자가 그 역할을 한다. per는 시기를 뜻하는 period, tim은 영원하다는 뜻의 timeless, cyc는 주기를 나타내는 cycle의 줄임말이다. 이름에서부터 생체 시계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이 유전자들은 어떻게 우리 몸에게 시간을 알려줄까. 유전자 per, tim, clock, cyc는 각각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네 가지 단백질들이 많아졌다 적어졌다를 반복하면서 우리 몸에 시간을 알려준다. PER와 TIM 단백질이 많아지면 각성효과가 생기면서 잠에서 깨고, 줄어들면 잠이 온다. 보통 오전 6시부터 단백질 수치가 점점 높아졌다가 정오부터 낮아져 오후 3시가 되면 가장 낮아진다. 어김없이 낮잠이 몰려오는 시간이다. 그러다 조금씩 높아져 저녁 9시에 최고점을 찍고 다시 양이 줄어든다.

생체 시계 유전자들의 조절에 따라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24시간 주기의 생체곡선을 갖는다. 대개 아침형은 늦은 아침부터 정오까지 per와 tim단백질의수치가 올라가면서 주의력이 높다. 반면 저녁 6시가 넘어가면 단백질 수치가 떨어지면서 주의력도 급격히 떨어진다. 저녁형은 그 반대다.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 오후 6시 이후에 가장 활발하게 활동한다.

늦잠을 자는 이유도 특정 유전자에서 찾을 수 있다. 늦잠꾸러기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수면시간은 다른 사람과 비슷하지만 아침잠이 유독 많은 경우. 저녁이면 정신이 맑아져서 밤늦게 잠자리에 들고 이 때문에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이다. 영국 서레이대 사이먼 아처 교수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per3 유전자가 짧은 사람이 대게 이런 성향을 보인다고 한다.

faxl3 유전자도 늦잠에 관여하는 유전자다. 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면 우리 몸은 하루를 길게 인식한다. 쥐로 실험한 결과, 정상 쥐는 하루를 23.6시간으로 인식했지만 faxl3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쥐는 하루를 27시간으로 인지했다. 쉽게 말해 밤 12시를 오후 9시쯤으로 인식하고 오전 7시를 새벽 4시쯤으로 느끼는 것이다. 따라서 일찍 침대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고 아침이면 일어나는 게 힘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평균 수면시간인 8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자야만 하는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모나리자’, ‘최후의 만찬’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4시간 일하고 15분씩 자는 방법으로 하루에 여섯 번 잠을 잤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하루 90분의 짧은 수면시간에도 결코 피곤함을 느끼지 않았다고 한다. 영국의 수상 처칠도 같은 방법으로 하루 4시간 이하로 잤고, 나폴레옹과 발명왕 에디슨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자지 않았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매일 11시간씩 잤던 늦잠꾸러기로 유명하다. 이렇게 짧게 자고도 괜찮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긴 시간을 자야만 괜찮은 사람이 있다.

수면을 늘리는 대표적인 유전자로 ABCC9가 있다. 유럽에서 7개국 4,25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필요한 수면량이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즉, 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최소 8시간 반에서 9시간은 자야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초파리를 이용한 추가 연구에서도 이 유전자를 가진 초파리가 평균 3시간 정도 더 잤다.

그 이유는 칼륨 이온 통로에 있었다. 신경세포는 이 통로를 통해 신경정보를 뇌로 전달하는데, ABCC9 유전자가 이 통로를 망가뜨려 신경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면량에 변화가 생기는 것이다. 변이가 일어난 셰이커 유전자도 칼륨 이온 통로를 망가뜨린다. 하지만 ABCC9 유전자와는 반대로 수면 시간을 줄여준다. 미국 위스콘신대 키아라 치렐리 박사가 초파리 9,000마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수면시간(800분)의 3분의 1만 자고도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초파리들을 발견했다. 사람으로 치면 하루에 3~4시간만 자고도 멀쩡한 것이다. 이 초파리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셰이커 유전자의 아미노산 하나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잠을 적게 자고도 멀쩡하니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대신 이들의 수명은 보통 초파리에 비해 짧았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셰이커와 같은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있다. 초파리로 잠 유전자를 연구하는 최준호 카이스트 교수는 “잠은 항상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든 평균 수면시간을 채우려는 경향이 있다”며 “유전자에 문제가 생겨 항상성이 충족되지 못하면 반대급부로 수명이 단축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노인이 되면 잠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이는 나이가 들면서 수면 패턴이 변했기 때문이다. 노인의 수면 패턴은 넓은 U자형으로, 조금씩 자주 잠을 자서 평균 수면시간을 채운다. 반면 아이들의 수면 패턴은 좁은 U자형으로, 평균 수면시간을 밤에 몰아서 푹 자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잠을 못잔 것도 늦잠의 이유가 된다. 못잔 잠은 고스란히 빚으로 남는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8시간을 평균 수면시간으로 보는데, 전날 5시간을 잤다면 그 다음날은 빚진 3시간을 합해 11시간을 자야 다음날 피곤함 없이 정상적으로 깨어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전날 잠을 설치면 우리 몸은 수면 빚을 갚기 위해 더 늦게까지 자려고 한다.

다른 계절에는 그렇지 않은데, 유독 겨울이면 늦잠을 이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잠을 오게 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밤이 길어질수록 분비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때문에 밤이 긴 겨울에는 멜라토닌이 아침 늦게까지 남아있어 늦잠을 자게 되는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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