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5.06.29 숨을 잇기 위한 방법, 음압병상에서 에크모까지
  2. 2015.06.24 메르스가 우리에게 준 교훈 (2)

숨을 잇기 위한 방법, 음압병상에서 에크모까지

사람이 살아 있음을 나타내는 징표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에서도 으뜸은 아마 숨을 쉬는지의 여부일 것이다. ‘숨이 다하다’, ‘숨이 끊어지다’, ‘숨이 넘어가다’ ‘숨이 붙어 있다’와 같은 숨의 여부에 따라 삶과 죽음을 가르는 말이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스스로 숨을 쉴 수 없어도 ‘숨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인공호흡기들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은 분당 15~20회 정도 숨을 쉬며, 호흡 1회당 약 500ml 정도의 공기를 교환한다. 그러니까 3~4초마다 한 번씩 작은 페트병 하나 정도의 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을 반복하는 셈이다. 공기가 들어가는 길은 코지만, 실제로 공기 속의 산소를 포집하는 기관은 폐이므로, 기관지 깊숙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숨을 들이쉴 때는 갈비뼈가 앞으로 나오고, 횡격막은 아래로 내려가면서 폐가 충분히 커질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공기는 기압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들어간다. 몸 안의 공간이 넓어지면 기압이 낮아지는데, 이때 외부의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흡기가 시작된다. 이렇게 몸 내부가 압력이 낮아져 공기가 빨려 들어오는 방식의 호흡을 음압(陰壓) 호흡이라고 한다. 요즘 메르스 환자들이 치료를 받는 음압병상도 마찬가지의 원리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음압병상이란 인위적으로 병실 안쪽의 기압을 낮춘 방으로, 문을 여닫을 때 공기는 병실 안쪽으로만 들어가고 밖으로는 나오지 않아서 바이러스나 세균이 나오지 않게 만든 것이다. 

어쨌든 사람이 숨을 쉬기 위해서는 몸 내부에 음압을 걸어 공기를 빨아들여야 하는데, 이게 잘 안 되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 예를 들면, 갈비뼈가 여러 개 부러진 경우처럼 말이다. 이런 환자들이 제대로 숨을 쉬기 위해서는 음압병상처럼 몸 내부에 인위적으로 음압을 걸어주어야 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IRON LUNG, 즉 철폐다. 철폐란 커다란 드럼통같이 생겼는데, 환자의 몸을 이 안에 집어넣고 목만 밖으로 내놓는 형태다. 목 주변에 공기가 새지 않도록 꼼꼼히 봉하고 철폐 안쪽의 공기를 빼서 압력을 낮춘다. 내부에 들어간 환자의 몸에도 음압이 걸려 굳이 갈비뼈를 움직이지 않아도 주변 공기가 몸 안으로 빨려 들어가 숨 쉬는 것을 도와준다. 철폐는 사람이 숨을 쉬는 방식을 그대로 이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숨을 쉴 수 있도록 도와주었지만, 몸 전체가 통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라 보편화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사진. 초기 인공호흡기인 철폐의 모습



인공호흡기가 보편화 된 것은 1955년, 포레스트 버드라는 사람이 양압(陽壓)형 인공호흡기를 만들면서 부터다. 버드의 인공호흡기는 환자의 몸을 음압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관을 이용해 외부의 고압 공기를 직접 폐 안으로 넣는 형태다. 그래서 양압형 인공호흡기라고 불린다. 양압형 인공호흡기는 크기도 작고 값도 저렴했다. 또한 직접 폐 안으로 공기를 넣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소량을 조절할 수 있어서, 호흡곤란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인공호흡기는 급속도로 보급됐고 개량되면서, 현재는 병원뿐만 아니라 가정용 인공호흡기도 널리 보급돼 있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는 단지 폐 속으로 공기를 불어넣어 줄 뿐이지, 폐의 역할 자체를 도와주지는 못한다. 폐는 들숨으로 들어온 공기 중에서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소를 뽑아내고, 인체 대사 과정의 결과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를 날숨 속에 포함시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폐포, 즉 허파꽈리가 산소를 취하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가스 교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폐포의 기능이 떨어져 이 역할을 못할 때는 인공호흡기로 호흡을 도와줘도 소용이 없다. 

그래서 숨을 쉬지 못 할 뿐만 아니라, 폐의 기능 자체에 문제가 생긴 환자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에크모다. 에크모(ECMO, 체외막산소화장치)란 Extra-Corporeal Membrane Oxygenation란 말 그대로 ‘몸 밖에서 막을 통해 산소를 공급하는 장치’다. 즉, 에크모는 환자의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산소를 주입해 몸속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하는 장치로, 폐포가 하는 일을 대신하는 인공 폐인 것이다. 

에크모의 장점으로 첫째는 폐가 망가져 숨을 쉴 수 없는 사람에게 폐의 역할을 보조해준다는 것이고, 둘째는 기존의 인공호흡기가 기관지에 직접 구멍을 뚫어야 했던 것에 비해 혈관과 연결되므로 구멍을 뚫을 필요가 없어 환자의 몸에 손상을 덜 준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에크모가 혈액을 직접 순환시키기 때문에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환자들에게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장점과 함께 단점도 있다. 에크모의 경우, 전신의 피를 외부의 기계에 연결하기 때문에 혈액은 지속적으로 외부로 노출되고, 몸 밖으로 노출된 피는 쉽게 굳기 때문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힐 위험이 매우 높다. 따라서 에크모를 사용할 때는 혈전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혈액응고억제제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출혈이 일어나기 쉽고 지혈이 잘 되지 않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야말로 에크모는 이 방법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때, 환자를 이승에 붙잡아 두는 마지막이자 가녀린 동아줄인 셈이다. 

에크모가 적용되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인공태반이다. 양수, 즉 물속에 잠겨서 자라는 태아는 태어날 때까지 숨을 쉬지 않는다. 대신 태반과 탯줄을 통해 엄마에게 영양분과 산소를 받는다. 태아 입장에서 본다면, 태반은 태아의 몸 밖에 존재하고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일종의 생물학적 에크모라 할 수 있다. 태반은 태아와 모체를 갈라주는 역할을 하며, 엄마의 혈액이 아기에게 직접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태반에서 걸러져 태아에게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만이 전달된다. 태아의 혈액도 엄마의 혈관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태반을 통해 이산화탄소와 노폐물만을 전달한다. 마치 에크모처럼 말이다. 따라서 에크모의 기본 원리를 태아의 상태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면, 너무 일찍 태어나 자가 호흡이 힘든 아기들을 살릴 수 있는 인공태반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메르스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해하며 숨죽이고 사는 날이 벌써 한 달째 이어지다보니, 정말 크게 숨 쉬어 본 게 언제쯤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오늘은 한 번쯤 큰 소리로 웃고 크게 숨을 내쉬며 살아있다는 것을 한 번쯤 제대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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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가 우리에게 준 교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19일)와 달리 지난 21일(일) 3명의 추가 확진자와 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총 감염자 172명, 사망자 27명(22일 기준)을 기록하면서 국내 메르스 치사율은 15.7%로 올라섰다.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95명이고 14명은 불안정한 상태다. 또 메르스 발병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격리 중인 인원은 약 4천 명에 달한다. 사람들이 메르스를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는 메르스를 독감과 비교하며 두려움이 과장됐다고 우려하고, 혹자는 메르스를 과소평가 한 탓에 메르스 발병국 2위라는 오명을 안았다며 안전 불감증인 대한민국을 질타하고 있다.

■ 백신없는 메르스, 괜찮을까 

메르스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없다는 것이다. 다수의 사망자가 70~80대로 천식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치사율이 15.7%로 높고, 특별한 질환이 없었던 40~60대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또 평소 건강했던 30대 의사와 경찰관이 위독한 상태에 이르는 것을 봤다. 그리고 어떤 확진자도 내가 메르스에 걸릴 것이라 예상했던 사람은 없었다. 즉, 어느 날 갑자기 백신이 없는 병에 ‘내’가 걸릴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당연하다. 

안타깝게도 메르스는 아직 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메르스는 RNA 바이러스 계열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태양의 표면의 코로나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일 뿐 큰 의미는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스(SARS)도 코로나바이러스다. 

문제는 메르스가 RNA 바이러스라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정보를 저장한 위치에 따라 DNA 바이러스와 RNA 바이러스로 나누는데 RNA 바이러스는 구조상 불안정해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메르스 바이러스가 중동에서 발견한 메르스 바이러스와 100% 일치하진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백신 개발 자체가 쉽지 않다. 게다가 백신 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데 반해 백신 개발 성공률은 10% 미만이어서 경제적인 이유로 개발이 활발하지 않다는 의견도 많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그레펙스, 이노비오, 노바박스와 같은 중소 바이오 기술업체들이 메르스 백신을 개발 중이나, 아직 임상실험 이전의 초기 단계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같은 대형 제약사들은 상황을 관망만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누가 백신을 사용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며 상업적 시장이 존재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인데 이 부분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는 백신을 기대하긴 어렵다. 

하지만 백신이 없다고 메르스를 치료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치료도 가능하다.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 치료에 가장 많이 쓰는 치료법은 대증요법이다. 열이 나면 해열제를 쓰고, 기침이 나면 멎는 약을 쓰는 것처럼 나타난 증상에 맞춰 이를 완화시키는 방법이다. 여기에 메르스는 항바이러스제인 리바비린과 면역증강제인 인터페론을 활용해 바이러스에 맞설 힘을 키우는 치료를 추가한다. 

특히 메르스는 폐를 공격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호흡기 치료가 주가 된다. 메르스는 고열과 기침, 가래, 후두염 등을 시작으로 폐포의 상피세포에 침범해 호흡 곤란을 일으키는데 이 때 인공호흡기를 사용해 호흡을 돕는다. 최근 언론에 많이 소개된 에크모(ECMO)는 환자의 몸에서 혈액을 빼내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넣어주는 장치로 체내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을 때 사용한다. 

지난 주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와 평택 경찰관인 119번 환자에게 시행했던 혈장치료는 백신이 없는 바이러스성 질환에 사용하는 고전적인 방법이다. 메르스 완치자의 혈액을 이용한 치료법으로 혈액 중 액체 성분인 혈장을 환자의 몸속에 투여한다. 혈장에는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생긴 단백질, 항체가 있는데 이를 환자 몸에 넣어 바이러스와 싸우게 하는 것이다. 혈장치료는 에볼라가 유행했던 콩고 등지에서 사용해 일부 효과를 본 적은 있지만 아직 효과에 대해서는 임상적 근거가 부족한 상태로 대안치료로 시행되고 있다. 

■ 공기감염, 가능할까 

메르스를 두려워하는 또 다른 이유는 나도 모르는 새 감염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메르스 감염의 97%는 병원에서 일어났다. 삼성서울병원에서는 8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왔고 지금도 계속 나오는 중이다.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병원의 응급실과 다인병실의 공간적 특성 탓이 크다. 메르스는 환자가 위중한 상태에서 바이러스가 가장 활성화되고, 이 때 밀폐된 공간에서 접촉한 경우 전염력이 굉장히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응급실은 환자가 위급할 때 찾는 곳이고 공간이 좁은데다가 인원이 밀집돼 있다. 게다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다수가 바이러스가 숙주로 삼기 좋은 고령자, 면역저하자, 당뇨병과 같은 질환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이다. 또 환자를 가족이 직접 간병하고 환자 외에도 많은 수의 외부인이 문병을 오는 등 자유롭게 병실을 드나드는 의료 환경, 부실한 병원의 감염관리도 원인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응급실과 병실은 공기감염 우려가 있는 장소라는 점이 크다. 응급실에서는 인공호흡을 위해 기관삽관을 시도하거나 기관삽관 전 가래를 빼기 위해 석션(빨아들이는 장치)을 사용하다보면 다량의 바이러스를 함유한 에어로졸(수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작은 고체 입자나 액체 방울, 1㎛ = 1m의 100만분의 1)이 생길 수 있다. 에어로졸은 공기를 통해 이동하기 때문에 보통 기침을 통해 감염이 이뤄지는 범위인 2m보다 더 넓고 멀리 퍼질 수 있다. 

실제 평택성모병원에서는 같은 병동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염이 된 환자가 있는데, 역학 조사 결과 병실의 에어컨 중 3곳의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확진자의 기침으로 공기 중에 나온 침과 바이러스로 오염된 손으로 접촉한 환자복에서 나온 먼지를 에어컨이 빨아들였고, 에어컨이 찬공기를 배출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를 에어로졸 상태로 공기 중에 뿜으면서 바이러스가 번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도 한국의 메르스 확산에 대해 공기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비를 강조했다. 병원같이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 있는 특수한 환경에서는 에어컨을 통한 바이러스의 감염 확산, 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병원 밖 공기전염에 대해서는 우려할 단계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만약 공기로 전염이 가능하다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을 통해 전염된 사람이 많아야 하는데, 아직까지 대중교통이나 지역사회 전파 사례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르스 사태를 해결하는데 지나친 공포가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맞다. 하지만 한 달 만에 메르스로 27명이 사망하고 격리를 경험하거나 격리 중인 사람이 1만 명을 넘어선 상황에 이르게 한 건 메르스를 ‘독감’ 정도로 여기고 과소평가한 정부 탓이 크다는 걸 부인할 순 없다. 이럴 땐 믿을 건 안타깝게도 스스로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곳, 병원에 갈 때는 마스크를 꼭 하고 다녀온 뒤에는 손을 꼭 씻자. 예방수칙을 잘 지키는 것. 지금으로선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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