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雪) 위의 스포츠! 스키와 스노보드 정복하기

겨울이라는 계절에 만나게 되는 하얀 눈은 무조건 사랑할 수도 마냥 미워할 수도 없는 애증의 대상이다. 첫눈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만날 약속을 잡기도 하고 새하얗게 변한 풍경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료를 마시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한편으로 1cm도 쌓이지 않은 눈 때문에 도시 교통이 마비되기도 하고 미끄러운 줄 모르고 눈 쌓인 길을 걸었다가 심하게 넘어져 부상을 입기도 한다.

푹신하게 쌓여서 통행을 방해하고 쉽게 미끄러져 불안함을 주는 눈의 단점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있다. 겨울 스포츠의 꽃이라 불리는 ‘스키’와 ‘스노보드’다. 전 세계에서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는 인구는 6천만 명에 달하며 우리나라도 2013년 초 한국갤럽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성인의 36%가 ‘탈 줄 안다.’라고 대답해 10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둘 중에서 원조는 당연히 스키다. 스키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말할 정도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스키 장비는 기원전 6천 3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나무와 동물의 뼈를 평평하고 길쭉하게 깎아 잘 미끄러지게 만든 스키 형태의 신발도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스키의 어원은 눈이 많이 내리고 지형이 험해 경사가 심한 북유럽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발 밑에 묶어 눈 쌓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가는 널빤지 모양의 플레이트 장비가 노르웨이에서는 쉬드(skid), 스웨덴에서는 휘다(skida), 핀란드에서는 숙시(suksi)로 불렸고 오늘날의 스키(ski)가 됐다.

스키는 19세기까지 별다른 변화가 없다가 1980년 금속으로 만든 바인딩 장치가 개발됐다. 신발과 플레이트를 단단히 결속시키면서 조종성이 향상됐고 그만큼 안정성도 높아졌다. 속도가 빨라지고 관련 인구가 늘어나면서 이제는 플레이트 이외에 다양한 장비를 갖춰야 스키를 탈 수 있게 됐다. 지팡이처럼 생긴 기다란 폴, 발목 고정을 담당하는 방수 부츠, 이물질이나 밝은 빛으로 눈이 상하는 것을 막는 고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하는 헬멧, 동상과 부상을 방지하는 장갑, 바람을 막아 체온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스키복 등이다.

스키 장비 중의 핵심은 플레이트다. 눈 위에서 잘 미끄러짐과 동시에 조종에 따라 정확하게 반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바닥이 평평한 스키 플레이트는 왜 그렇게 쉽게 미끄러지는 것일까. 눈과 플레이트 모두 고체이므로 당연히 마찰력이 생겨서 속도가 줄어드는 게 정상이 아닐까.

스키 플레이트는 중력과 마찰력이라는 두 가지의 힘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미끄러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중력은 물체를 지구 중심으로 끌어당긴다. 평평한 곳에서는 운동 방향과 직각이 되기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 없지만 경사가 심할수록 중력의 작용이 운동 방향에 가까워져 이동이 쉬워진다. 산이 높은 교외에 스키장이 위치한 이유다.

마찰력을 줄이는 것도 플레이트를 미끌어지게 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고체보다는 액체의 마찰력이 덜하므로 눈에 열을 가해 녹이면 그만큼 쉽게 미끄러질 수 있다. 프랭크 보우든(Frank P. Bowden)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는 1939년 스위스 알프스에서 가장 높은 융프라우요흐에서 스키 실험을 진행했다. 평소의 눈은 영하 상태의 온도를 유지하지만 중력으로 인해 플레이트가 무게를 가해 경사면을 미끄러지면 압력과 마찰열이 발생해 결국 녹아내려 마찰력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스키 플레이트의 속도가 높아지거나 기온이 심하게 낮아지면 눈을 녹일 만한 시간적 여유가 줄어든다. 이때는 플레이트 밑면에 왁스를 발라 더욱 미끄럽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보우든 교수는 1953년 여러 종류의 왁스로 후속 실험을 진행해 정확한 마찰계수를 찾아냈다. 노르웨이와 스위스와 같은 산악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왁스는 플레이트의 마찰력을 평소의 절반으로 줄여주었다. 그래도 마찰력이 가장 작은 순간은 섭씨 0도 가까운 온도에서 눈이 녹기 시작할 때다. 너무 추운 날씨에는 스키를 제대로 타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마찰력을 줄여 미끄러짐을 유지해야 하는 것은 스노보드도 마찬가지다. 스노보드는 여름철에 파도타기를 즐기던 사람들이 겨울에도 서핑이 가능하도록 고민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1963년 중학교 2학년의 미국 청소년 톰 심스(Tom Sims)는 크리스마스 휴가 때도 파도타기를 즐길 수 있도록 서핑보드를 약간 개량해 눈 위에서 타는 ‘스너퍼(Snurfer)’를 선보였다. 1971년에는 ‘스노보드(snowboard)’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초의 스너퍼 대회는 1968년부터 개최됐고 1980년에는 스노보드 대회로 명칭을 바꾸어 계속됐다. 스노보드는 스키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 1993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방송 ESPN이 스노보드 대회를 중계한 후, 1998년에 동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지금은 1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세계 곳곳에서 스노보드를 즐기고 있다.

스키와 스노보드를 제대로 즐기려면 마찰력을 적절히 높여주는 방법도 알아야 한다. 마찰력이 없으면 경사지를 내려오면서 속도가 점점 높아지고 결국에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속도를 높이되 적절한 순간에 턴(turn)이라는 회전 운동을 실행한다.

평평한 바닥에 스키 플레이트를 높고 옆에서 바라보면 ‘캠버(camber)’라 불리는 가운데 부분이 약간 떠 있다. 사람이 플레이트 위에 올라서면 무게에 의해 캠버가 땅에 닿으면서 전체가 평평해져 미끄러짐이 극대화된다. 반면에 턴을 할 때는 몸과 다리를 한쪽으로 기울여 ‘에지(edge)’라 불리는 플레이트 양쪽 날이 눈 속을 파고들게 한다. 이때는 캠버가 수평보다 더 아래로 내려가는 ‘리버스 캠버(reverse camber)’ 현상이 발생해 마찰력이 커진다. 또한 눈과 플레이트 사이에 곡선이 형성돼 자연스럽게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다.

스노보드 기술 중 재빠르게 회전하며 고속으로 하강하는 ‘카빙 턴(carving turn)’은 옆 날 에지만 이용하기 때문에 보드 밑바닥 면 전체를 사용하는 ‘슬립 턴(slip turn)’ 기술보다 속도를 30% 이상 높일 수 있다. 턴을 할 때 발가락이나 발꿈치 방향 중에서 눈에 닿는 부분에 더욱 힘을 주어 리버스 캠버 현상을 일으키고 에지를 이용해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 선수들이 몸을 심하게 기울이는 것도 에지를 세워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카빙 턴을 할 때는 방향 전환에 맞춰 무게 중심을 세심하게 이동시켜야 한다. 경사지를 고속으로 내려갈 때 몸을 심하게 기울이면 중력의 작용이 커지기 때문에 바닥에 쓰러질 위험이 있다. 반대로 몸을 기울이지 않으면 원심력으로 인해 회전 중심의 바깥쪽으로 넘어진다. 두 힘을 적절하게 유지시키는 것이 카빙 턴의 비결이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빠른 속도로 멋지게 회전해서 눈 덮인 경사지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겨울 스포츠다. 스릴이 커질수록 사고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정확한 회전 기술을 익히고 마찰력과 회전력을 적절히 제어해야 안전하게 즐길 수 있다.

글 : 임동욱 과학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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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알면 스키 더 잘 탈 수 있다!

태연과 엄마, 아빠는 지금 막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스키장에 도착했다. 기말고사 평균 80점을 넘으면 스키장에 데려가 주겠다는 아빠의 말에 난생처음 쌍코피가 터지도록 밤샘 공부를 거듭한 끝에 이룬 쾌거다! 새하얀 슬로프, 스키장 가득 울려 퍼지는 신나는 노랫소리, S자 턴을 하며 우아하게 슬로프를 내려오는 스키어들, 어디선가 풍겨오는 고소한 츄러스와 케밥의 냄새…. 태연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다.

“야호!! 평균 80점이 이토록 행복한 점수인 줄 정말 몰랐어요~.”

“딸아, 나도 네가 그토록 높은 점수를 쟁취할거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구나. 구멍 난 생활비는 가슴 아프지만…, 암튼 신나게 놀아보렴~.”

“제가 공부는 못해도 운동신경은 짱이잖아요. 이깟 스키, 10분이면 마스터 한다니까요?”

“에이, 스키는 운동신경만 가지고는 잘 타기 힘든 운동이야. 과학 원리를 이해하면 훨씬 더 빠르게 스키를 배울 수 있지. 다칠 위험도 적어지고 말이야.”

“아빠, 여기까지 와서 또 공부타령이에요? 80점 아빠의 영광을 드렸으면 됐지, 더 이상 뭘 바라세요. 그건 욕심이에요, 그것도 과욕!”

“진짜야. 우선 마찰력을 이해해야 해. 왜냐, 스키가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갈 수 있는 이유가 바로 마찰력에 덕분이거든.

“아빠 정말 과학자 맞아요? 마찰력은 물체끼리 접촉할 때 서로의 운동을 방해하려는 힘이라고요. 평균 80점을 자랑하는 제가 그것도 모르겠어요? 운동을 방해하는 힘 덕분에 스키가 부드럽게 나간다니,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세요!”

“허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구나. 슬로프의 눈과 스키 바닥면이 마찰을 일으킬 때 생기는 마찰열 때문에 순간적으로 눈이 녹으면서 물이 생기거든. 그 물 때문에 스키가 잘 미끄러질 수 있는 거란다. 스키를 탈 때 흔히 눈 위를 달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물 위를 달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헛, 물 위를 달린다고요? 대박 신기해요!”

“또 빠른 속도감을 느끼려면 스키장의 온도가 섭씨 0도 정도인 게 가장 좋단다. 0도일 때 마찰계수는 0.04지만, 영하 3∼4도에서는 0.1로 계수가 올라가고 영하 10도 이하의 강추위에서는 마찰계수가 0.2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스키를 탈 때 뻑뻑한 느낌이 들 수밖에 없거든. 반대로 기온이 너무 높아서 눈이 질퍽해져도 마찰계수가 올라가니까 스키의 속도감을 제대로 느끼려면 영하 1도에서 영상 5도 사이에 타는 게 가장 좋다는 얘기지.”

“무조건 추워야 잘 달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요? 그런데 아빠, 저쪽에 있는 아름다운 눈 분수는 뭐에요? 차에서 막 눈을 뿜어내요!”

“아, 제설기 말이구나. 직접 눈을 만들어 뿌리는 건 아니고 5마이크로미터(μm, 100만분의 1m) 이하의 작은 물방울을 분사하는 기계란다. 고압의 제설기에 있던 작은 물방울들이 낮은 압력의 공기 중으로 뿜어져 나가면 급속 팽창을 하는데, 이때 추운 날씨까지 겹쳐지면 결정핵을 만들게 되지. 여기에 물방울들이 달라붙으면 순식간에 얼면서 인공눈이 탄생한단다. 단, 습도는 60% 이하, 기온은 영하 2~3도 이하일 때만 제설이 가능해요. 제설기가 없었다면 11월에 스키장이 개장할 수도, 실내 스키장이 생겨날 수도 없었을 거야.”

“뭐야, 그럼 스키는 눈이 아니라 물 위에서 즐기는 스포츠잖아요. 눈은 물로 만든 인공설이고, 스키가 움직이는 것도 마찰열 때문에 생긴 물 덕분이라면서요.”

“하긴, 그렇게 되는구나.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스키 과학 딱 하나만 더 알고 가자. 스키는 상당히 위험한 운동이야. 경사면을 고속으로 쌩쌩 달려 내려오다 넘어지면 크게 다칠 수도 있거든. 물론 다치지 않게 ‘잘’ 넘어지는 강습을 받기도 하지만 기왕이면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겠지?”

“정말 넘어지지 않는 방법이 있어요?”

“그럼, 관성을 이용하면 된단다. 관성은 정지하고 있는 물체는 정지하려고 하고 움직이는 물체는 계속해서 움직이려고 하는 성질을 뜻하지. 사람의 무게중심도 마찬가지야. 평지에 서 있을 때 사람의 무게중심은 배꼽 아래 약 2.5cm 지점에 위치하는데, 슬로프를 내려올 때도 관성에 의해 계속해서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한단다. 그런데 다리는 벌써 슬로프 아래로 쭉 내려가 버리거든. 그렇게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기 때문에 자꾸 뒤로 넘어지게 되는 거지. 그래서 슬로프 위에서 넘어지지 않으려면, 다리를 많이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는 동시에 상체는 숙여서 무게중심이 몸 앞쪽에 위치하도록 해야 해. 용감하게 몸을 슬로프 아래쪽으로 확 숙이는 거야. 알겠니?”

“슬로프 아래를 보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꼭 낭떠러지 같다고요. 그런데 몸을 앞으로 더 숙이라고요? 그걸 어떻게 해요, 난 못해!”

“그래서 용감한 자가 미인을… 아니 스키실력을 얻는다! 이런 말이 있는 거란다.”

“헐, 그건 또 뭔 귀신 똥방귀 뀌는 소리래요. 암튼!! 지금부터 전 운동실력은 꽝이지만 과학 실력은 짱인 아빠의 시범 스킹을 관람하겠어요. 완벽한 자세 기대할게요. 자 고고씽~.”

태연, 리프트에서 내리자마자 아빠를 슬로프 아래로 살짝 밀어버린다. 얼마 못 가 관성에 따라 무게중심이 뒤로 쏠리더니 다리가 앞으로 쭉 빠지면서 제대로 꽈당 넘어지는 아빠.

“아빠아! 그러니까 과학 실력을 현실에 잘 적용할 수 있도록 실습도 하셨어야죠! 스키를 글로만 배운 결과예요. 홍홍홍~.”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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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괴짜노벨상, 엽기노벨상으로 불리던 이그노벨상. 하지만 2010년에는 이 상을 더 이상 웃자고 주는 상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

이그노벨상 수상은 2010년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9월 30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할 수 없었던 공중보건상 수상자 매뉴엘 바레이토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수상자가 참가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그노벨상에 대해 ‘우스개 연구나 하는 변두리 학자들만 모이는 것 아니냐’, ‘괴짜들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하는 잔치가 아니냐’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이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그노벨상은 이제 과학자라면 한번쯤 시상대에 서 보고 싶은 특별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상은 쉽게 주어지는 상도 아니다. 이그노벨상을 받는 데는 노벨상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2010년 올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한 연구는 시상대에 서기까지 무려 40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0년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를 먼저 알아본 것도 이그노벨상이다. 가임 교수는 이미 2000년에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임 교수의 연구 태도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크게 차이가 없었다.

가임 교수와 그의 동료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긴 주인공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래핀을 얻는 데 사용한 도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스카치테이프’였다. 그들에게는 별다른 실험 도구도, 특수한 환경의 실험실도 없었다. 그래핀은 이미 1947년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소재였지만,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추출해내는 일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래핀은 육각형 벌집구조를 이루는, 탄소가 딱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다. 흑연은 그래핀이 여러 장 쌓여 있는 탄소 층상구조를 하고 있는데, 가임 교수는 이 흑연에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것을 다른 테이프에 10~20번 가량 붙였다 떼는 과정을 반복해 한 층의 그래핀을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다소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만나 노벨상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가임 교수는 최초로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한 과학자다. 앞으로 그처럼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과학자가 많아지게 될까?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이 노벨상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유머 감각이 위대한 과학자의 필수조건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웃게 하고 그 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라는 이그노벨상의 캐치프레이즈는 올해도 유효하다.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2010년의 수상 내용을 살펴보자.

평화상에는 ‘욕하기가 고통을 덜어준다’는 영국 킬 대학 연구팀의 연구가 선정됐다.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참는 실험에서 욕이나 다짐의 말을 한 실험 참가자 군이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고통을 더 잘 참고 실제로 느끼는 고통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욕이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이 실제로 입증된 것. 이 연구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평소에 욕이나 다짐의 말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실험에 앞서 욕이나 다짐을 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컸다는 사실이다. 욕은 유용하지만 평소에 늘 쓰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더 효과가 크다는 가르침을 준 셈이다.

화학상 역시 상식을 깨는 연구에 주어졌다. 미국 MIT와 텍사스 A&M대학 연구팀이 수상했는데, 이들의 연구는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트렸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심해에 기름과 천연가스를 방출하는 무모한 실험이 강행됐다고 한다.

수염을 기른 사람을 보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 생각은 이제 과학적으로도 사실인 것으로 입증됐다. 1967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미군 의료기관인 포트 데트릭 산업보건안전소 연구원들은 수염이 비위생적인 것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수염 깎기를 한사코 거부한 동료 과학자를 설득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 실험을 위해 마누엘 바레이토와 3명의 자원자가 몸소 실험대상으로 나섰다. 그들은 73일간 수염을 기른 뒤 수염에 세균을 뿌리고 씻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병원성 세균을 뿌린 수염을 마네킹에 붙인 뒤, 그 마네킹을 닭과 기니피그에 노출시키는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동물 중 일부는 정말 병에 걸렸다. 실험 결과를 본 동료 과학자는 결국 수염을 깎았고, 이 연구는 40여 년이 지난 2010년에 이르러서야 이그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물리학상은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 물리학자들이 수상했다. 뉴질랜드 항구도시 더니든은 겨울철이면 빙판이 되는 길 때문에 시민들에게 신발 위에 양말을 덧신으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양말을 신발 위에 신으면 덜 미끄럽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한 일이었다. 오타고 대학 연구진들은 빙판에서 양말을 신발 위에 덧신은 보행자들을 조사해 실제로 마찰력이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 밖에도 생물학상은 박쥐의 구강성교를 증명해낸 중국 연구팀이, 공학상은 원격 조종 헬리콥터로 고래의 콧물을 모으는데 성공한 영국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탈리아 카타냐 대학 연구팀은 직원들을 무작위로 승진시키면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 경영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거창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실은 얼마나 사소한 물음에서 시작되는지,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20번 반복한 끝에 얻은 결과가 2010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진 것처럼 과학은 멀리 있는,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 내용을 보며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우리나라에 부족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유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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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지워지지 않는 서명은 사람의 지문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이 한 말이다. 나이가 들면서 얼굴은 변하지만 지문은 한번 생겨나면 바뀌지 않는다는 의미다. 물론 심한 습진 같은 피부병으로 지문이 일시적으로 지워지거나 고된 노동이나 화상 같은 사고 때문에 지문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평생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는 게 일반적이다. 그래서 사람을 구별하는 데나 범인을 잡을 때 지문을 이용한다.

지문(指紋, fingerprint)이란 말 그대로 손가락 안쪽 끝에 있는 살갗의 무늬나 그것을 찍은 흔적을 말한다. 사람마다 유일하게 갖고 있는 타고난 지문은 임신 4개월째에 만들어진다. 손가락과 손바닥, 발가락과 발바닥 위의 작은 산과 계곡의 모양으로 배열된 선의 대부분은 유전자적 체계에 따라 만들어진다.

몇몇 쌍둥이의 경우 지문에서도 유사성을 보인다. 하지만 지문이 만들어지는 데는 압력의 비율, 모태 속 태아의 위치 등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쌍둥이조차 서로 다르며 왼손과 오른손의 지문 또한 다르다. 동양계와 유럽계의 지문에도 커다란 차이가 있다.

두 사람의 손가락에 있는 지문이 일치할 수 있는 확률을 억지로 계산해도 640억분의 1 정도라고 하니, 전 세계에서 지문이 같은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범죄 수사에서도 힘을 발휘하는데, ‘법정증거’로 채택되지는 않지만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사인 대신 도장의 사용이 더 일반적인 한자문화권에서는 도장이 없을 경우 서명과 같은 의미로 지장을 찍는 관습이 있다. 지문은 손가락에만 한정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손금으로 알려진 장문(掌紋), 발바닥에는 족문(足紋)이라는 게 있어 병원에서 아기를 낳으면 족문을 찍어 아이가 바뀌는 것을 막으며, 친자확인 등의 소송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흥미롭게도 원숭이, 침팬지, 오랑우탄 등의 영장류뿐 아니라 유대류(有袋類)인 코알라도 독특한 지문을 가지고 있다. 남미에 사는 원숭이들은 꼬리에 저마다 독특한 무늬를 가지고 있고, 소는 코 근처에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 울퉁불퉁한 무늬의 비문(鼻紋)이 있어 개체 식별에 쓰인다.

<경찰 과학수사계 직원들이 지문과 족적을 확인하는 가변광원장비(SL350)를 이용해 지문을
확인하고 있다. 지문은 사람마다 모양이 달라 범죄수사 등에 자주 활용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물론 지문은 범죄학에 이용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다. 그렇다면 사람에게 지문이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여태까지의 정설은 지문이 손가락과 물체 표면의 마찰력을 높여 미끄럼을 방지해 무언가를 더 단단히 붙잡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물론 직접적인 실험결과에 의한 설은 아니지만, 100여 년 동안 과학자들 사이에 알려진 정설이다. 예를 들어 컵을 잡았을 때, 손가락 사이의 젖은 컵이 손에서 미끄러지지 않도록 지문이 타이어의 홈처럼 막아주고, 또 발바닥의 주름 역시 수영장에서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실험 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최신호에 이와 정 반대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화제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생체역학자 롤랜드 에노스 교수와 피터 워만 교수팀이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 오히려 지문이 물체와 손 사이의 마찰력을 3분의 1이나 줄인다는 것이다. 이들이 마치 지문이 없는 것처럼 나타나게 하는 특수장치를 개발하여 플라스틱 투명판과 손 사이의 마찰력을 알아본 결과, 지문의 굴곡이 물건과 손이 닿는 면적을 줄임으로써 오히려 마찰력이 낮아졌다.

즉, 지문 사이의 가는 홈이 있기 때문에 물체와의 접촉면이 적어지면서 마찰력도 줄인다는 얘기다. 이 말은 접촉면이 넓을수록(지문이 없을수록) 마찰력이 커져 물체를 더 꽉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서라는 기존의 주장이 틀리다면, 지문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하기 위해 생긴 것일까. 연구팀은 지문의 존재 이유가 무얼까 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그 해답을 ‘지문과 같은 골이 손의 촉각을 예민하게 한다’는 프랑스 학자들의 연구에서 찾았다고 한다.

에노스 박사팀은 지문이 생긴 이유에 대해, 지문이 손끝의 물기를 잘 빠지게 하는 배수로 역할을 해 젖은 표면을 잡을 때 더 잘 붙잡을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또 거친 물체를 잡을 경우 손과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임으로써 지문이 피부의 변형을 도와 손가락이나 발바닥에 물집이 잘 잡히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고도 한다.

이렇듯 실제 실험을 통해 지문의 역할이 새롭게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자들이 “에노느 박사팀은 사람 손이 촉감을 느낄 정도의 세기로만 실험했을 뿐 더 강한 힘이 주어지는 마찰력은 실험하지 않았다”는 의견을 제시하면서 그 의문이 완전히 풀린 상태는 아니다.

보통사람이라면 물건을 단단하게 붙들기 위해 지문이 있으면 어떻고, 손발에 상처 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 한들 무슨 큰 차이가 있느냐고 질문할 수 있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지문의 역할을 보다 정확히 이해해야만 의수나 로봇 손의 기능을 진짜 손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사람의 손처럼 물건을 만지고 잡으며 감각을 느끼게 하는 데 지문이 그만큼 중요한 열쇠라는 얘기다.

인류가 다른 동물보다 뛰어난 이유 중 하나는 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의 손이 가진 특별한 기능을 이해하려면 지문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다. 손이 가진 섬세한 기능을 흉내 내기 위한 노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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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간으로 지난 5월 6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소속 박지성 선수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아스널과의 준결승 2차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반 8분 패널티지역 왼쪽을 파고든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땅볼패스로 찔러준 공을 골대 오른쪽에서 미끄러지듯 때린 슛이었다. 박지성은 아스널의 수비수 키에란 깁스가 몸의 중심을 잃고 넘어진 틈을 놓치지 않고 슛을 성공시켰다.

폭풍 같은 질주, 현란한 발놀림,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절묘한 슛. 드넓은 그라운드를 종횡무진 누비며 유럽 리그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선수를 보고 있으면 당장이라도 공을 차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하다. 하지만 마음만 프리미어리그에 있을 뿐, 몸은 굼뜨고 미끄러지기까지… 우리도 박지성 축구화를 신으면 박지성 선수처럼 잘 뛸 수 있을까?

축구화라고 하면 누구나 바닥에 징’이 달린 운동화를 떠올린다. ‘징’의 정식명칭은 ‘스터드’. 축구화의 상징 같은 존재다. 스터드는 선수들이 경기 중에 미끄러지지 않고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바닥과 신발 밑창 사이 마찰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마찰력이 너무 작으면 얼음 위를 걷는 것처럼 미끄럽고, 너무 크면 발목이나 무릎에 무리를 준다.

스터드는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마찰력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종류도 다양하다.

먼저 생각해야 할 점은 축구장의 환경이다. 길고 푹신한 잔디에서는 13 ~ 15mm 높이의 금속 재질(마그네슘이나 알루미늄) 스터드가 앞쪽에 4개 뒤쪽에 2개 박혀 있는 SG(Soft Ground)형 축구화를 신는다. SG형은 스터드가 무겁고 높아서 땅에 깊이 박히므로 잔디가 부드러워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반면 짧고 거친 잔디에는 FG(Firm Ground)형 축구화가 적합하다. FG형 축구화 밑창에는 10mm 정도로 짧은 폴리우레탄 스터드가 12~13개 정도 박혀 있다. 거친 잔디는 이미 바닥의 마찰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깊이 박힐 필요가 없어 스터드 높이가 낮고 재질은 가벼운 플라스틱을 사용한다.

박지성 선수가 경기하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면 한국에서 경기할 때와 유럽에서 경기할 때 신는 축구화가 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럽의 경기장은 대부분 잔디가 길고 푹신하기 때문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SG형을 신고, 상대적으로 잔디가 거친 한국에서는 FG형을 신는다.

<일류 선수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전용 축구화를 사용한다.나이키가 박지성 선수를 위해
특별 제작해 공급한 축구화 2켤래.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장 바닥의 마찰력은 날씨도 영향을 미친다. 짧고 거친 잔디도 비가 오면 물기 때문에 마찰력이 감소해 더 미끄럽고, 비가 오고 난 직후에는 천연잔디의 마찰력이 인조잔디보다 크다. 박지성 선수같이 노련한 선수들은 경기하는 동안의 날씨를 고려해 축구화를 골라 신는다.

선수 포지션에 따라서도 스터드가 다른데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수비수나 골키퍼는 지면을 박차고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야 하므로 바닥과의 마찰력이 큰 높은 스터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박지성 선수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유연하게 움직이는 공격수나 미드필더는 마찰력이 작더라도 높이가 낮아서 90분 내내 편하게 뛸 수 있는 낮은 스터드를 애용한다.

박지성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2차 준결승에서 선취골을 뽑아낼 당시, 박지성 선수를 방어하던 키에란 깁스 선수는 박지성 선수를 순발력 있게 마크하기 위해 스터드가 높은 축구화를 신고 있었고, 박지성 선수는 스터드가 낮고 개수가 많은 축구화로 상대편 수비라인을 민첩하게 피할 수 있었다.

최근엔 공격수, 수비수 포지션에 관계없이 막대형 스터드 축구화를 신는 추세다. 실제로 박지성 선수도 스터드가 막대형인 축구화를 많이 신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막대형 스터드의 장점은 스터드의 높이가 낮아도 일반적인 원통형 스터드와 비슷한 크기의 회전력을 낼 수 있다는 점이다.

회전력은 선수가 스터드에 힘을 실어 몸을 돌릴 때 내는 힘이다. 이 힘은 회전축에 작용하는 힘(선수가 스터드에 가하는 힘)이 클수록, 회전축에서 회전하는 물체 표면까지의 거리(스터드의 굵기)가 굵을수록 커진다. 선수가 스터드에 같은 힘을 가하더라도 막대형 스터드는 원통형에 비해 회전 반경이 커서, 회전축으로부터 회전하는 물체 표면까지의 거리가 원통형보다 크다. 결과적으로 막대형 스터드는 마치 굵은 스터드를 신은 것처럼 회전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앞으로는 축구경기를 볼 때 선수들의 신발 바닥을 유심히 보자. 박지성 선수가 맨유를 승리로 이끈 비결이 거기에 숨어 있다.

글 : 이영혜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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