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도 로봇에게도 유용한 전자피부!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숯불이 가득 지펴진 화로 위에 두 발을 올려둔 채 잠이 들었다. 피곤과 배고픔에 지친 피노키오는 두 발이 천천히 타들어가 재가 된 것도 모른 채 코를 골며 잤다. 왜 피노키오는 두 발이 다 사라질 때까지 눈치 채지 못 했을까? 피노키오는 통증을 느끼지 못 했다. 바꿔 말하자면 다리가 느끼는 통증이 뇌에 전해지지 않았다. 

피노키오가 통증을 느끼지 못 하는 건 피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피부에는 통증을 느끼고 뇌에 전달하는 신경망이 분포돼 있다. 몸의 어느 부위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신호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움직임이 자유롭더라도 피부가 없다면 촉각과 압력, 통증을 느낄 수 없다. 빗물이 몸에 스미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고, 추위가 찾아와도 소름이 돋지 않는다. 경고 시스템이 망가지고 작은 상처도 치명적이 된다. 몸을 둘러싼 껍데기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피부는 경이적인 기관이다. 체내 모든 기관 중 면적이 가장 커 모두 펼치면 그 넓이가 18㎡에 이르고, 중량 면에서도 뇌보다 2배나 무겁다. 화상 등으로 피부를 1/3 이상 잃으면 생명까지 위태롭다. 

인공으로 만든 피부가 인간의 진짜 피부와 같이 자연스럽게 넓은 표면을 두르면서, 다양한 기능까지 갖출 수 있을까? 최근 속속 발표되는 전자피부 분야의 연구 성과들은 그 가능성을 높여준다. 전자피부는 각종 센서를 포함한 전자회로를 피부처럼 얇게 만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 목적지는 입는 대신 부착하거나 몸에 삽입하고 설치하는 형태가 되리라 예상하는데, 전자 피부는 그 종착지에 가깝다. 

인체에 부착하는 박막센서는 우선 의료용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노스웨스턴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공동 연구팀은 5cm 크기의 박막 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기 속 센서 한 개 크기는 0.5㎟로 작아서 얇고 쉽게 휘어질 수 있게 돼 있으며, 스티커처럼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다. 이 센서는 열을 민감하게 감지해 0.01℃의 미세한 온도 변화도 파악할 수 있고 습도의 변화에도 민감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피부 온도와 습도는 혈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 센서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는 지난해 파킨슨 환자용 전자피부를 발표한 바 있다. 센서가 파킨슨 환자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감지하면 내장된 나노 입자가 터지면서 약물이 피부로 투여되는 것. 데이터를 저장해 환자의 상태를 이전과 비교할 수도 있다. 
앞으로 전자식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체온, 심박, 호흡, 산소포화도, 혈류, 혈압, 혈당과 같은 중요 생체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파킨슨병과 같이 특정 질환에 맞춘 의료용 전자피부가 상용화되리라 예측해볼 수 있다.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사라지고, 자신이 어떤 증세를 느끼기 전에 병원에서 먼저 연락을 받게 되고, 전자 피부가 응급처치를 하는 등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한편 전자피부가 원래 피부에는 없는 기능을 더해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다. 냄새 맡는 피부가 바로 그런 예다. 국내 연구진은 유해가스 및 유기용매에 의해 물체의 전기 용량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해 촉각과 함께 냄새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이런 기능은 화재나 유독 가스 유출 등의 위험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기대된다. 그밖에도 소리를 듣거나 자기장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피부 등이 연구되고 있다. 

로봇이나 의수, 의족 등의 기계 장치에 피부와 같은 기능을 부여하는 용도도 주요하다. 로봇 연구가 이제까지는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같은 피부, 무게와 촉감, 압력을 인지하는 정교한 기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스탠포드 화학공학과 즈넨 바오 교수 연구팀은 ‘톡톡’ 치는 것과 ‘꾹꾹’ 누르는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전자피부는 두 겹으로 돼 있는데, 압력이 가해지면 틀 사이에 있는 탄소 나노튜브가 가까워지면서 전류를 생산하고, 전류의 양에 따라 촉감을 구분한다. 또 이 전기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을 써 신경세포의 피로도 덜었다. 

유연한 인공 피부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 영국 글래스고우 대학 다히야 교수는 “앞으로 15~20년이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로봇이 노인을 도와야”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촉감과 압력,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로봇이 가족과 간병인 역할을 대신 하려면 인간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 

각개약진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인체에 부착 혹은 삽입하는 전자피부의 경우 생체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배터리도 문제다. 체온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 오징어 먹물로 만들어 독성이 없는 배터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 피부 연구의 진척은 인간은 점차 전자 장치와 합성되고, 로봇과 기계는 인간과 닮아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피노키오는 만들어졌을 때부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진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사람이 된다는 건 고통을 포함해 온갖 감각을 느낀다는 것. 그 시작은 피부가 아니었을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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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을까?

구글이 이상하다. 무인자동차를 만든다거나 화성용 로봇을 구상하는 등의 연구는 이전부터 익히 유명했지만 이번엔 다르다. 불과 6개월 사이에 로봇 회사를 8개나 인수했다. 게다가 산업용 로봇 같은 것이 아닌, 모두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4족로봇 기술로 잘 알려진 회사들이다.

최근의 인수 대상은 4족과 2족 보행 로봇 기술의 선두주자이자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과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보스턴 다이나믹스(Boston Dynamics)다. 구글은 아직 사업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로봇 분야에서 무언가 한건 터뜨릴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Web of Things’와 로봇의 결합

구글의 잇단 인수가 관심을 끄는 이유는 로봇회사의 인수자가 다름 아닌 ‘구글’이라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잘 알려진 회사지만 의외로 손대는 영역이 꽤나 넓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구글 X다. 그 실체나 역할, 위치, 예산 등이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프로젝트로 검색엔진을 넘어서는 차세대 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실험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 차세대 사업이라는 것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지표면과 우주공간을 연결하는 궤도 엘리베이터, 보관된 식품을 모니터링해서 부족한 물품은 자동으로 주문하는 냉장고, 사람이 조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무인자동차가 그것이다. 최근 화제가 된 구글 글래스도 구글 X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

자칫 황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연구들이지만 이들에는 분명한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Web of Things’, 여러 사물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다. 우리가 자주 듣는 ‘유비쿼터스’와 비슷한 개념이다. 냉장고의 예를 들어보자. 냉장고가 내부의 식품들을 센서로 탐지해낸다. 냉장고는 리스트를 만들고 수량을 체크하며 고갈될 경우 자동으로 마트의 구매페이지에 주문요청을 한다. 이를 접수한 마트의 구매시스템은 자동으로 냉장고의 위치를 확인해 요청된 품목을 발송한다.

여기에 자동판매기를 뻥튀기 한 것 같은 컨베이어벨트 시스템만 결합시키면 배송까지 해주는 무인 상점이 된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 영양제를 주문하고 물을 끌어오는 화분이나 옷 상태를 판단해 세탁기로 보내는 옷장도 구현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도 자동으로 청소하는 청소로봇이나 옷 상태를 파악해 세탁모드를 설정하는 세탁기 정도는 시판되고 있다.

그런 구글이 인간이나 동물형 로봇을 실제로 만들어낸다면, 단순히 ‘어? 두 발로 걷네?’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고차원적인 생각을 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네트워크상의 다양한 정보를 동원해 인간이 하는 것과 비슷한 판단을 내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한 냉장고가 마트에 주문한 물건을 이족보행로봇이 들고 온다고 상상해보라. 비교적 단순한 노동은 당장이라도 로봇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구글이 택배사업을 로봇으로 자동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한다. 상품에 적합한 포장부터 시작해서 계산, 배송까지 전 과정을 로봇이 수행하는 것이다. 필요한 정보는 이미 널려 있다. 로봇이 하는 일이라고는 상황에 맞는 정보를 끌어와서 구동 모터에 명령을 내리는 일일 뿐이다. 세부적인 기술의 어려움이 많아서 그렇지, 개념으로만 보자면 검색엔진과 다를 바가 없다.

온라인 서점 ‘아마존’도 비슷한 구상을 추진 중이다. 아마존은 무인 비행선이 상품을 배송하는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사람이 손과 발로 하던 일을 완전히 대신하는, 말 그대로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이 탄생하기까지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현재 로봇은 산업․의료․우주․해저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방위산업을 빼놓을 수 없다. 로봇 개발 초창기에는 무선 원격조종을 통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로봇이 개발돼 방위산업에 많이 응용됐다. 이미 2007년에는 소형 전차 모양의 무인전투로봇이 이라크에 투입된 적이 있으며 구축함과 같은 함정들의 근거리 방어 시스템은 자동으로 미사일을 조준했다. 최근의 무인전투기는 아예 인간을 초월했다. 사람에 비해 중력가속도의 영향이 적어 고속으로 급기동을 할 수 있고 오랜 시간 지치지도 않고 작전수행이 가능하다.

이렇듯 기술수준은 향상됐지만 로봇 병기는 아직 실용화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바로 최신 기술의 집약체인 ‘자율’ 때문이다. 자율이란 로봇이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뜻이다. 문제는 로봇의 판단을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로봇 병사들은 이미 사고를 여러 번 쳤다. 1988년에는 페르시아만에서 미군 순양함의 레이더 시스템이 이란의 여객기를 전투기로 오판하여 공격한 결과 탑승자 290명 전원이 사망한 일이 있었다. 200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자율형 방공포가 훈련 중 갑자기 제멋대로 총탄을 난사해 9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현대의 자율형 로봇은 통제를 벗어나 멋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자율성의 신뢰도를 어떻게 평가하고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구글의 시도는 어떨까. 구글이 손을 댔다면 로봇의 ‘완전한 자동화’를 목표로 할 가능성이 높은데, 과연 그 시스템이 신뢰성 있게 작동할 수 있을까? 어쩌면 미 공군연구소(AFRL)의 방침이 좋은 참고가 될 수도 있겠다. AFRL의 연구자들은 자율화란 인간의 개입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엔렌 파울리코우스키 AFRL 소장은 연구의 목표가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려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어디까지나 자율 시스템은 인간의 판단을 도와주는 정도일 뿐, 인간의 판단이 배제돼 잘못된 결정을 내린다면 즉시 자동화 시스템은 멈추어야 한다는 것이다.(서울경제 2011년 1월 23일 기사) 언젠가는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통제를 배제한 자동화는 위험성과 불안함을 내포하게 마련이다. 최신 기술에 열광하기 전에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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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귀하의 생체 정보를 병원에 전송 완료했습니다”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3년 2월 18일, 설 쇠고 일주일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설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 이름은 유향기, 올해 떡국 한 그릇 더 먹어 35살. 화려한 싱글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로 늘어나면서 여자의 결혼적령기도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으로 늘었다. 결혼도 이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다. 반평생을 함께 살 건데, 결혼 잘못해서 두고두고 후회하며 사느니 확실한 남자가 아니면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뭐 요즘 세태이기도 하고. 아기가 갖고 싶다면 정자은행에서 우량 정자를 구입해 아이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설 전날 찾아온 삼촌과 고모가 ‘왜 결혼 안 하느냐’, ‘여자는 때 놓치면 X값 된다’ 등 저속한 표현까지 써가며 양동작전으로 날 몰아세웠다. 틈만 나면 결혼한 걸 후회하시는 분들이 왜 나에겐 명절날만 되면 이토록 결혼 전도사 역할을 하시는지 이해가 안 간다. 선문답, 침묵, 무시 등등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가며 상황을 벗어나려 해봤지만 백약이 무효. 일주일이 지난 오늘까지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늘은 화려한 솔로한텐 가장 비참하다는 주말 아침. 늘 그렇듯 약속이 없는 관계로 늦잠을 실컷 즐길 심산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침대가 아이돌스타도 소화하지 못하는 웨이브를 하며 송중기 목소리로 날 깨우는 것이 아닌가!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공주님! 회사 갈 시간이라고요~!”



비몽사몽간에 침대 머리맡에 있는 정지 버튼을 눌렀다. 스마트 침대¹⁾의 알람 기능을 주말 모드로 변환했어야 했는데 깜박했다. 그 바람에 잠이 확 깼다. 하지만 따뜻한 잠자리를 떨쳐버리고 일어나기가 싫었다. 벽에 걸린 TV를 향해 ‘아침 드라마’라고 말하자 대화형 스마트 TV²⁾에서 어제 보던 드라마가 이어서 나온다. 스토리가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갑자기 지루해졌다. 손가락으로 TV를 가리키며 까딱거리자 다음 채널로 넘어간다.³⁾ 홈쇼핑에서 국내 최저가라며 다이어트 음료를 열심히 설명하는 MD가 갑자기 뽀글 파마를 한 엄마로 바뀌면서 잔소리를 쏟아낸다!

“아직까지 늘어져 자는겨! 엄마 시장 보고 곧 들어갈 테니 방 청소 좀 해놔잉!”

나는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떨어질 뻔 했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났다.

“할 말 있으면 휴대폰으로 하지, TV에 왜 나타나고 그래! 엄마는 방송 스타일이 아니라구 했잖아!”
“난들 어케 알어? 너한테 휴대폰한 것 뿐이여.”

요즘엔 통화가 안 되면 자동으로 TV나 다른 디지털 기기로 접속돼 어떻게든 상대방과 연결시킨다. 유비쿼터스가 만든 새로운 세상이다.

마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나는 뭐 먹을 게 없는지 냉장고로 갔다. 냉장고 모니터에는 김치의 숙성도와 우유와 과일의 신선도가 그래프로 잘 나와 있다.

“흠, 우유 마시기 딱 좋은 상태네.”

냉장고 문을 열어 우유를 꺼내려는 순간, 모니터에 엄마의 얼굴이 또 짠~ 하고 뜬다.

“이것아, 우유 먹으면 살 쪄. 옆에 채소즙 갈아놨으니 그거나 먹어! 그렇게 살 쪄서 어디 시집이라도 가겠냐! 그리고 집 청소는 해놨니? 곧 들어간다잉!”

요즘 나는 엄마의 손바닥 안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이 엄마의 휴대전화에 다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비쿼터스 세상이 되면 다들 편리하고 행복할 거라고 했지만 나의 사생활은 이미 끝났다.

나는 어쨌든 엄마의 잔소리를 더 듣기 싫어 애완견 로봇 ‘부담스러우니’를 불렀다.

“부담스러우니~~”

그러자 부담스러우니가 달려와서 내 허벅지에 올라타며 부담스런(?) 애교를 부린다. 실제 애완견 보다는 못하지만 로봇 애완견도 귀엽긴 귀엽다. 나는 부담스러우니에게 인상을 찌푸리며 거실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랬더니 부담스러우니가 내 의도를 알아차리고 열심히 방청소를 한다.⁴⁾ 이곳저곳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먼지란 먼지는 다 핥아먹는다. 그리고는 나에게 느끼한 미소를 한번 던지고 충전기가 설치된 자기 집으로 쏙 들어간다. 저건 필시 로봇이 아니라 요물이다.

웃! 아침부터 차가운 우유를 마셔서일까? 갑자기 배에서 신호가 왔다. 급히 화장실로 가 변기에 앉았다. 아랫배에 힘을 줬더니 시원함과 동시에 찢어질 듯한 통증이 함께 동반됐다.
이때 화장실 벽에 부착된 스피커에서 침착하고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대변에 미량의 혈액이 섞여 나옴. 항문과 괄약근에 이상 조짐 발견. 현재 측정한 생체정보를 병원으로 보내겠습니까?”

나는 조금 놀라기도 하고 걱정이 되어 “오케이”라고 답했다. 삐~ 하는 전송음이 잠시 들리더니

“귀하의 생체정보를 병원에 전송 완료했습니다.⁵⁾”

화장실을 나와 외출 준비를 하던 중 휴대폰이 울렸다.

“항문병원 닥터 김입니다. 귀하는 현재 초기 치질 단계가 의심됩니다. 가까운 시일 내 병원을 방문하셔서 검사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나는 한편으로는 창피하고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고 해서 작은 목소리로 그러겠다고 했다.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스마트 침대 : 침대에 내장된 센서가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게 도와주고, 자동으로 온도를 조절하며, 아침엔 흔들어 깨워준다.
2) 대화형 스마트 TV : 인터넷과 TV시청이 동시에 가능한 미래형 TV. 휴대전화를 비롯, 여러 디지털기기와 연결돼 원하는 정보를 볼 수 있다. 표정이나 손짓으로도 동작이 가능하다. 지능형 홈 네트워크 기술
3) 제스처, 행동패턴 및 언어기반 의미추출 기술 : 오류율 1% 이내로 인간의 제스처, 행동패턴과 언어에서 의미를 추출해 인간 대 인간의 의사소통과 같이 자연스러운 인간 대 기계 간 인터페이스를 통해 컴퓨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기술. 1~2년 후 기술이 실현될 예정.
4) 인지/판단 기반의 인간로봇 상호작용기술 : 로봇이 사용자 의도를 파악, 이에 적합한 반응과 행동을 수행함으로써 인간과의 의사소통 및 상호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인식-판단-표현 기술. 5~6년 후 기술이 실현될 예정.
5) 홈 헬스케어 시스템 : 가정에서 측정한 생체정보를 병원으로 전송해 진단받고, 이상이 있을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10년 후 기술이 실현될 예정.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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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싸이의 ‘말춤’ 출 수 있을까?

가수 싸이의 뮤직비디오 ‘강남스타일’이 유투브를 통해 전 세계로 공개되면서 공전의 인기를 얻고 있다. 마치 말을 타는 듯한 자세로 깡충거리면서 두 팔을 휘 젓는 ‘말춤’은 이미 세계인의 춤이 됐다.

말춤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단순한 동작으로 구성돼 있지만 곰곰히 분석해 보면 은근히 고난도의 동작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춤을 사람이 아니라 한국의 휴보나 일본의 아시모 같은 인간형 로봇이 출 수 있을까. 가능하기는 하겠지만 결코 쉽지는 않은 일이다. 양 팔을 앞으로 모으면서 말고삐 잡은 자세 그대로 흔들다가 틈을 보아 한 팔씩 하늘을 향해 들고 뻗어 올리고, 한쪽 씩 무릎을 교대로 올리면서 연속해서 깡충깡충 뛰어 올라야 하는데, 사람에게나 쉽지 로봇이 하기엔 어지간한 제어기술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왜 뜬금없이 춤 동작을 설명하느냐 하면, 춤이야 말로 로봇의 운동성능을 표현하는데 가장 좋은 수단이기 때문이다. 춤을 출 수 있어야만 인간형 로봇이 실생활로 들어오는 데 필요한 난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있다. 기계덩어리가 사람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쓰러지지 않게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로봇 발전 단계에서 큰 관문이었다.

사람처럼 두 발로 걷는 로봇은 이미 여러 종류가 개발돼 있다. 서기 2000년 일본 혼다 자동차가 인간형 로봇 ‘P’ 시리즈 개발을 거쳐 ‘아시모’를 발표했는데, 이전까지는 두 발로 걷는 기계 메커니즘 자체가 존재하질 않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인간형 로봇은 ‘보행기능’을 보여준다는 사실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다. 그러니 로봇이 걸을 때는 상체의 움직임을 최소로 줄이고, 가급적 무게 중심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타협을 봤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로봇이 일상생활에서 사람을 도와 살아가라면 ‘제대로 된’ 운동능력을 갖춰야 한다. 두 다리로 옆 건물까지 뛰어가면서 동시에 손으로는 가방 속을 뒤져 서류뭉치를 꺼낼 수 있어야 주인의 말을 듣고 심부름을 다녀 올 수 있다. 그러려면 상·하체가 제각각 다른 일을 하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기능, 즉 제대로 된 ‘전신제어(Whole body control)’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능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작이 바로 춤이다. 로봇은 사소한 동작 하나에도 무게중심이 흔들려 쓰러질 수 있기 때문에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춤은 구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인간형 로봇의 전신제어 기능을 선보인 기업 또는 연구기관은 전 세계를 통틀어 2~3곳 밖에 되지 않는다.

2004년 개봉된 영화 ‘아이 로봇’을 살펴보면 인간보다 운동능력이 뛰어나 빼어난 무술실력을 선보이는 로봇이 등장한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운동능력이 사람 수준에 근접한 ‘춤추는 로봇’은 국내에서도 이미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국내에서도 로봇 춤을 통해 이런 전신제어 기능을 개발해 낸 곳이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간형 로봇 ‘휴보’를 개발한 대전 유성구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휴보센터)가 그곳이다. 춤추는 로봇 ‘휴보2’는 마치 비보이(B-Boy)처럼 빠른 동작으로 격렬한 춤을 춘다. 지난 2009년 국내 최초로 달리기에 성공해 큰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로봇이다.

연구현장을 찾아가 살펴본 휴보2는 전문 비보이(B-Boy) 같은 느낌을 줬다. 노트북으로 무선랜을 통해 작동 지시를 내리자 휴보는 두 발로 스텝을 밟으면서 동시에 ‘쉭쉭’ 하는 기계음에 맞춰 양팔을 크게 휘저으며 격렬한 동작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왼발을 허공에 들고 골반을 비트는 고난도 춤동작도 흔들림 없이 능숙하게 한다. 한 다리를 들아 앞으로 내 뻗으면서 반대쪽 손을 동시에 휘저으며, 남은 한쪽발로 땅을 딛고 살짝 뛰어 보이는 등 고난도 춤 동작도 무리 없이 해치운다.



[그림] KAIST 휴머노이드로봇 연구센터에서 개발한 휴보2는 고난도의 춤동작도 흔들림 없이 능숙히 해낸다. 사진 제공 : 전승민

이런 전신제어 기능을 개발했다는 것은 로봇 공학기술로 볼 때 큰 진보다. 로봇이 춤을 추었다는 뜻은 팔다리와 상체 하체를 제각각 빠르게 움직이는 중에도 무게중심을 정확히 맞춰 쓰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가장 고난도의 동작을 하는 로봇은 일본 혼다자동차가 개발한 인간형 로봇 ‘아시모’와 일본산업기술연구소(AIST)의 로봇 ‘HRP-4c’로, 고난도의 무용까지 가능하다. 일본보다 2, 3년 뒤지긴 했지만 한국도 마침내 숙제를 풀었다.

사실 국내에 ‘춤을 출 수 있다’고 주장한 로봇은 한 종류가 더 있었다. 지난 2008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에서 개발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라’가 그것이다. 당시 원더걸스의 ‘텔미’ 춤에 맞춰 춤을 추어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휴보나 아시모, HRP 시리즈와 비교하면 중심이동 폭이 작아 진정한 전신제어 기능이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비슷한 기능이라면 휴보 등 다른 로봇도 태극권 시범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선보인 바 있다.

지금까지 인간형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전신제어 기능이 완성되면 인간의 움직임을 대부분 따라할 수 있게 된다. 뛰어난 인공지능만 확보된다면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스스로 판단해 인간보다 더 뛰어난 운동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해진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휴보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동작을 70% 이상 흉내 낼 수 있다.

그렇다면 사람보다 축구를 잘 하고, 전문 무용수 보다 더 뛰어난 실력으로 춤을 추는 로봇은 언제 쯤 등장할까. 휴보를 만든 오준호 교수는 “로봇의 플랫폼(기계장치)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우리 팀은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이 개발되기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10여 년 안에 인간보다 축구를 더 잘하는 로봇도 나올 것”이라고 했다. 미래에 인간형 로봇이 우리 삶으로 들어올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춤추는 휴보 동영상>


글 : 전승민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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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원전사고 1년, 극한작업로봇의 역할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후 1년이 지났다. 엄청난 강도의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수십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는 전후 최대의 위기상황에 처했다. 당시 원전부지 내의 상황은 원전 건물 내에 약 12만 톤에 달하는 고농도 오염수가 고여 있었으며, 지진과 수소 폭발로 파괴된 시설의 잔해 때문에 방사능이 대단히 높은 상태였다. 원전 부지 내에도 고준위의 방사능을 띤 파편들이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1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후쿠시마 원전 반경 20km 근처에는 인간이 근접할 수 없을 만큼 높은 방사선이 측정되고 있다.
도쿄전력 직원들은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을 무릅쓰고 원전복구에 나섰지만 수습작업의 진전은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늦어도 40년 이내에는 원전 2호기의 해체를 종료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로, 이 작업은 인간이 할 수 없어 ‘극한작업로봇’이 원전해체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이 다가갈 수 없는 혹독한 환경에서 사람과 같은 고도의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극한작업로봇이라 한다.

극한작업로봇은 현재 우주공간, 심해, 원자로 내부, 무너진 건물 속 인명구조 작업 등 다양한 곳에 투입돼 인간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오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감지 기능을 갖춰야 한다.
극한작업로봇의 연구개발 역사는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신생기술이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국가만이 기술적 우위를 차지할 뿐 대부분의 국가들은 초보적인 단계다. 로봇 강국으로 꼽히는 일본도 원전사고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도쿄전력 직원들이 치명적인 방사선 피폭 가능성 속에서 냉각장치가 마비된 원자로를 물로 식히는 작업과 방사선 누출량을 측정하는 작업을 목숨 걸고 수행하는 모습은 ‘현장에 왜 로봇을 투입하지 않는 것일까?’, ‘공개하기 싫은 그 무엇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로봇을 움직이는 전자회로 등이 방사선에 노출되면 정상적인 동작을 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로봇 스스로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자율적으로 작업을 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됐다는 보고는 아직 없다. 현재로서의 최선은 인간이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지 않는 수십 km 떨어진 안전한 거리에서 일일이 원격으로 조종해야 하는 원격조종 로봇이 고작인 것이다. 더구나 현장에 투입된 로봇은 이미 방사선에 오염된 폐기물이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는 방법 또한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후쿠시마 원전 재난 현장에 로봇을 즉각 투입하기에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그러나 재난구조용 로봇을 만드는 일본국제구출시스템연구기구(IRS: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International Rescue System)는 사고 발생 다음날 지진 피해자를 구출하기 위해 무너진 건물 더미에서 생존자를 찾아내는 뱀형 로봇 ‘능동 스코프 카메라’와 사람이 가기 힘든 재해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쿠인스(Quince)’ 등의 최첨단 로봇을 가지고 센다이(Sendai)시로 달려갔다. 하지만 조정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활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대기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프랑스, 캐나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원전 사고의 빠른 수습을 위해 로봇을 지원해 주겠다고 나섰다. 재난 수습을 위해 후쿠시마 원전에 투입돼 활동한 로봇과 그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그림 1] 티 호크 비행로봇. 사람이 원격조종 할 수 있고 자율비행도 할 수 있다. 사진 출처 : US Army

지름 수 cm, 중량 10kg 정도의 소형 헬리콥터 형상을 하고 있는 전투용 로봇 ‘티 호크(T-Hawk)’는 피해지역 외곽을 촬영해 방수에 의한 냉각 질소 투입과정을 알려주었다. 미국의 허니웰(Honywell)사에서 개발한 로봇으로 원격조종 및 자율비행이 가능하다. 3km 상공을 시속 74km로 비행할 수 있으며 공중에서 40분 이상 임무 수행을 할 수 있다. 미국 아이로봇(iRobot)사에서 개발한 전투용 로봇인 ‘팩봇(Packbot)’은 폭발물 탐지 등을 목적으로 개발됐으며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된 경험이 있다. 길이 90cm 정도의 작은 탱크처럼 생긴 이 로봇은 기동성이 좋아 바위, 잔해, 계단 등 각종 장애물을 거침없이 드나들 수 있다. 원전 내부를 촬영하고 화학물질, 방사선량 등을 측정할 수 있으며 잠기지 않은 문이나 밸브 등을 개폐할 수 있다.
아이로봇사에서 개발한 또 다른 전투용 로봇인 ‘워리어(Warrior)’도 투입됐다. 중량 68kg으로 6.4cm의 소방호스를 100kg까지 들 수 있어 물이 필요한 곳에 보다 많은 양의 물을 공급할 수 있다. 대부분의 군사용 장비가 그렇듯 아이로봇사가 개발한 로봇들은 전자방해(EMI: Electro-Magnetic Interference) 보호 장비를 갖추고 있다. 아이로봇사는 로봇 작동을 위한 라디오 신호와 방사선 등의 간섭으로 로봇의 무선조종이 방해받을까봐 고심했다. 아이로봇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팩봇과 워리어에 220~500m 범위 내에서 원격 조정할 수 있도록 특별한 광섬유를 장착했다.
미국 해병대용으로 개발된 소형 로봇인 ‘드래곤 러너(Dragon Runner)’는 원전 내부에 투입돼 파손 상황을 상세히 확인하는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드래곤 러너는 실내 정찰이나 차량 아랫부분의 의심물체를 탐지하는 등의 임무에 적합하다. 원격조작 로봇은 군사용을 염두에 두고 개발됐으나 이번 원전 사고 직후 일본 방위성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원전 사고


[그림 2] 후쿠시마 원전에는 한 번에 두 대의 팩봇이 투입됐다. 사진 출처 : 동아일보

수습 임무는 전쟁터에 버금가는 위험한 임무이므로 원격조작이 가능한 무인 로봇을 투입할 수 있다면 인적(人的)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일본 미쓰이(Mitsui)사가 만든 ‘모니 로보(Moni-Robo)’는 크기 150cm,무게 600kg이며 한 팔로 구성돼 있다. 1km 밖에서 원격조종을 할 수 있으며 3D 열 그래픽 영상(Thermography Image) 촬영이 가능한 카메라가 장착됐다. 트랙을 따라 이동하며 방사능 측정, 가연성 가스 탐지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일본의 치바(Chiba) 공대와 도호쿠(Tohoku) 대학에서 개발한 재해 대책용의 범용 로봇인 ‘쿠인스(Quince)’는 건물 내부의 상황을 입체적인 영상 데이터로 재현했다.화학, 생물, 방사능 오염지역을 갈 수 있으며 초당 1.6m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도쿄(Tokyo) 공대에서 개발한 뱀형 로봇은 65cm 수륙양용(水陸兩用)으로 피해 잔해 속 7m까지 파고 들어가 피해자를 구조했다.

초당 82cm를 이동했으며 길이가 65cm로 길며 광 시야를 가지고 있다.
1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 원자로 하부 온도 지시 상태는 섭씨 70도 이하다. 일본 정부는 각종 계측 값을 바탕으로 원자로 내부의 냉각수 온도를 섭씨 100도 미만으로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정부와 도쿄전력의 사고 수습 중장기대책에 따르면 1)2013년까지 1~4원전 수조 내의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2)로봇 및 기기개발을 통해 원전건물 내의 제염작업 및 파손부분 수리, 오염수 처리, 격납용기 전체를 물로 채워 냉각, 3) 녹은 핵연료의 추출작업에 착수해 2036년까지 완수, 4) 2051년까지 원전을 해체한다는 계획이다.

사람이 들어가거나 접근할 수 없는 곳에서 작업하는 극한작업로봇들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들을 편하고 실효성 있게 조작하기 위해서는 원격조작 기술과 더불어 위험한 곳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실제로 작업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도록 하는 로보틱 버추얼 시스템의 연구개발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다. 앞으로도 인류를 위한 극한작업로봇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글 : 심영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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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뛰어넘는 인공지능 개발될까?

때는 서기 2055년. 리처드 가족은 설거지, 청소, 요리, 정원 손질 등 집안일에는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집안일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가전제품을 새로 장만한 덕분이다. ‘앤드류’라는 이 로봇은 200년간 부지런하고 공손하게 집안일을 하며 손수 만든 조각품을 판매하며 부를 축적하기도 하며 증손녀와 사랑에 빠지기까지 한다. 로봇의 지능이 진화하면서 부품만 갈아 끼우면 영원히 살 수 있지만 인간의 권리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늙어서 죽는 죽음을 선택한다. 2000년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이 연출한 ‘바이센테니얼 맨’의 줄거리다.

과연 미래 로봇은 이러한 모습으로 우리 생활 속에 들어올까?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실하다. 수많은 학자들이 인간의 의도를 파악하는 컴퓨터를 만들어내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인간의 지능을 모방해 사고하고 학습을 하는 형태의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2011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로보월드 2011’ 개막식에서 소개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키보’도 그중 하나다. 키보는 걷거나 뛸 수 있는 로봇들과 달리 로봇과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맞춰 개발됐다. 120cm의 키에 48㎏의 몸무게를 갖고 있는 키보는 사람처럼 울거나 웃고 찡그리는 등의 얼굴 표정을 지을 수 있다. 또 천장과 바닥에 장착된 카메라, 초음파 센서 등을 이용해 사용자의 얼굴과 위치, 움직이는 물체, 음성의 방향을 감지할 수 있으며 사람을 인식하면 인사를 하거나 악수를 건내고, 물건을 전달하거나 포옹도 할 수 있게 만들어졌다. 만일 키보가 더 진보를 하게 된다면 사용자의 감정을 파악해서 반응하는 일이 가능해 질 것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생각하고 문제의 답을 찾아내는 인공지능 컴퓨터 연구는 IBM이 가장 적극적이다.
IBM은 체스를 두는 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를 만들어 1997년 세계 체스계의 최강자였던 러시아의 ‘게리 카스파로프(Garry Kasparov)’를 꺾기도 했다. 2011년 초에는 ‘왓슨(Watson)’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공지능을 ‘제퍼디(Jeopardy)’라는 유명 TV 퀴즈쇼에 출연시켰다. 상대는 제퍼디 쇼에서 74회 우승한 역대 최다 우승자 켄 제닝스, 그리고 왕중왕전에서 제닝스를 꺾은 역대 최다 상금 수상자 브래드 러터였다.

퀴즈쇼에서 왓슨은 7만 7,147달러의 상금을 얻어 경쟁자인 시애틀 출신의 켄 제닝스(2만 4,000달러)와 브래드 루터(2만 1,600달러)를 압도했다. 왓슨은 “최소 4,000년 전에 사용됐던 베다어는 인도 이 고전어의 초기 방언이었다”는 힌트에 바로 “산스크리트어”라고 답했고 “서툰 목수가 탓하는 것은?”이라는 문제도 “연장”이라고 척척 답을 했다.

그저 흥밋거리로 치부하기에는 왓슨의 의미가 크다.
구글 검색처럼 기존의 컴퓨터는 인터넷의 지식을 이용, 가능성이 높은 답을 나열하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왓슨은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은 채 새로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를 학습하면서 지식을 키운다는 점이 다르다. 왓슨의 소프트웨어는 복잡한 언어를 신속하게 분석해 퀴즈 문제의 단서와 관련된 방대한 양의 태스크를 처리하는데 최적화된 IBM POWER7 서버에 의해 구동된다. 전 세계 IT 전문가들은 왓슨의 정교한 분석 기술이 많은 양의 데이터를 관리하는 각종 업계에 많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인공지능에 도전하는 것이 IBM만의 영역은 아니다.
컴퓨터공학 전공자들은 물론 기계공학자, 로봇공학자, 뇌 과학자, 심리학자 등 수많은 분야의 학자들이 셀 수 없이 많은 각자의 접근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물 또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케임브리지대 안나 코헤넌 교수 연구팀은 스스로 연구하는 컴퓨터 프로그램 ‘CRAB’를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자들은 정보를 얻기 위해 수준 높은 과학 학술지를 읽는다. 비슷한 종류의 연구를 하는 전 세계 과학자들의 성과와 의견을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의 축척이 많아지면 이런 일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미국 의생물학 데이터베이스에는 현재 1,900만 건의 논문이 저장돼 있고 매일 4,000건씩 늘고 있다.

언어학자 출신인 코헤넌 교수의 연구가 관심을 끄는 것은 컴퓨터가 인간이 작성한 단어 또는 문장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있다. 그는 논문 수천만 건에서 찾아낸 문장에서 신뢰도가 높은 부분을 추출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시키고 인과관계에 따른 논리적인 사고 시스템을 도입해 새로운 결론 또는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까지 프로그램을 다듬었다.

CRAB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코헤넌 교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울라 스타이너스 교수팀과 함께 의학 중 가장 활발한 연구가 펼쳐지는 암 연구 분야를 선택했다. 실제로 CRAB는 암과 관련된 화학물질을 다룬 논문을 검색하고 선택해 어떤 화학물질이 암 발병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를 찾아냈다. 만약 CRAB이 더 진화를 하게 되면 스스로 연구를 하는 컴퓨터의 탄생도 머지않아 가능하게 될 것이다.

사실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1950년대 MIT AI연구소를 설립한 매카시와 마빈 민스키, 카네기멜론 대학교에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든 앨런 뉴웰과 허버트 사이먼과 같은 개척자들에 의해 실험 학문으로 시작됐다. 그 후 인공지능에 대한 연구는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띌만한 진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영화나 소설 속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로봇이나 인간의 지능을 능가해 스스로 발전해 가는 인공지능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비록 그 정도는 아니지만 현실에서도 인공지능 시스템이 인간 전문가의 판단을 대체하는 영역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날로 집적도가 높아지고 소형화 돼는 IT기술 발전 속도라면 인간지능에 필적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은 멀지 않은 것 같다.

카네기 멜론 대학 로봇연구소 한스 모리벡 박사는 인공지능이 10년마다 세대가 바뀔 정도로 급속히 발달해 2050년이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2020년까지는 문고리를 잡는 등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편한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갖춘 생쥐(10만 MIPS) 정도의 지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고 2030년까지는 원숭이(500만 MIPS)만큼 머리가 좋은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1MIPS는 초당 100만 명령을 실행하는 컴퓨터 속도단위를 말한다. 원숭이 수준인 500만 MIPS는 철조망 밖에 있는 바나나를 집을 때 돌아가는 방법을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는 수준이다. 시행착오 방식이 아니라 논리적인 추리로 일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말한다.

모리벡 박사는 2040년대 이후에 나타날 로봇은 인간의 지능(1억 MIPS)에 가까운 로봇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봇이 인류의 정신적인 문화유산, 지식, 문화, 가치관 등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자기학습을 통해 인간의 능력을 추월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기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생명체가 등장한다면 인류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이 될까? 영화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처럼 인간을 지배하려는 로봇이 등장할는지, 바이센테이얼 맨의 앤드류처럼 감성을 갖고 인간과 공존하는 로봇이 등장할는지는 모를 일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글 : 유상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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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다정한 벗이 되다…자폐성 장애아 위한 로봇

영화나 책을 통해 자폐성 장애가 많이 알려졌기에 자폐에 관해 못 들어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말아톤’에는 5살의 지능을 가진 20살 청년 자폐아가 나온다. 그는 아무데서나 방귀를 뀌고 음악만 나오면 춤을 추는 아이였지만, 꾸준한 노력 끝에 마라톤을 완주하며 세상에 적응해 나간다. 영화는 감동적으로 끝나지만 자폐성 장애를 가진 부모만큼 자녀와의 관계가 어려운 경우도 많지 않을 것이다.

MBC 예능 프로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가수 김태원 씨는 자신의 11살 아들이 자폐성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의 아내는 “아들보다 하루 더 사는” 소망을 가지고 있고 그는 “난 지금도 내 아이와 대화하는 걸 꿈꾼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들과 단 한 번도 대화를 해 본 적이 없다며 눈물을 흘렸다.

자폐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남자 어린이에게서 나타나는 자폐증은 대부분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다. 자폐성 장애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표정이 없기도 하고, 눈을 맞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낯가림도 심하고 피부접촉을 싫어해 엄마가 안아주는 것을 꺼리기도 한다. 언어적 의사소통에서도 장애가 나타난다. 어릴 때 옹알이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며 불러도 반응을 하지 않는다. 말을 해서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도 않는다. 단지 녹음기처럼 어떤 특정한 말을 반복해서 말하곤 한다. 마지막으로 독특한 행동을 반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소에서는 자폐성 장애를 연구하던 중 그 해결책으로 로봇을 선택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자폐 어린이가 사람에게 배우고 사람과 상호작용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이 연구팀은 인간중심적 기술의 관점에서 접근했다. 자폐 어린이를 위한 로봇은 자폐 어린이의 장애를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임상심리학적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여겼다. 따라서 로봇을 이용한 자폐성 장애 진단 및 교육중재 프로그램을 엄격한 기준 하에 만들고자 했다. 이는 단순히 놀이파트너 로봇을 연구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사람의 눈을 회피하는 자폐 어린이는 로봇의 눈을 바라볼 수 있을까? 로봇의 표정을 인식할 수 있을까? 로봇이 화가 나거나 아프면 그것에 공감할 수 있을까? 등 로봇과 상호작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연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연구가 뒷받침돼야 자폐성 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단계 연구에 참여한 자폐성 어린이를 통해 이들이 로봇을 좋아한다는 걸 발견했다. 사람과는 단 한 번도 상호작용하지 않던 자폐성 장애 어린이가 로봇과는 원활한 상호작용을 시도했다. 이는 놀라운 결과였다. 이를 토대로 다양한 연구 끝에 자폐성 장애 어린이의 사회적 정서적 상호작용을 치유하는 5주짜리 로봇기반 사회성 치유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수차례에 거친 임상적 검증결과,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인형이나 개미, 움직이는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나 동물을 돌볼 줄도 알게 됐다. 아울러 로봇과 함께 있을 때 이에 대해 교사와 이야기하려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 현재 연구팀은 자폐성 장애 어린이를 조기에 진단하거나 치유를 돕는 로봇을 개발하는 데 도전하고 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자폐성 장애는 약 40명당 1명꼴로 나타난다. 이는 97~120명당 1명꼴인 미국이나 영국, 호주를 매우 앞서는 수치다. 그럼에도 서구 선진국은 자폐성 장애를 국가에서 지원할 정도로 중요한 정신장애로 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들을 위한 보호 및 교육, 치료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현실에서 자폐성 장애 어린이와 함께 놀아주고 교육하거나 치유할 수 있는 로봇의 미래는 밝다.

외국의 몇몇 연구자들도 자폐 어린이를 위해 로봇을 연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는 영국의 허트포드셔 대학의 캐스퍼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캐스퍼는 조그마한 어린아이 크기에 얼굴은 실리콘 고무로 만들어졌다. 머리와 목, 팔과 손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은 물론 눈과 입까지 움직일 수 있다. 또한 일본의 고지마 박사가 개발한 약 30cm 크기의 눈사람처럼 생긴 작고 귀여운 로봇도 있다. ‘키폰’이란 이름의 이 로봇은 사람과 눈을 맞출 수 있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출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로봇들은 그 취지는 좋으나 로봇공학적인 측면에서 개발에 중심을 뒀다. 따라서 자폐성 장애를 치료하기 위한 정신의학적, 임상심리학적 혹은 특수교육학적 관점에서의 자폐성 장애의 치유에는 많은 진전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일을 돕는 도구적 의미의 로봇을 넘어 인간과 교감하며 심리적 자극을 통해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사례는 또 있다. 일본의 ‘패로’라는 물개로봇이다. 이 로봇은 외로운 노인들에게 애완동물처럼 벗이 된다. 살아있는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먹이를 주고 건강을 관리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부 노인에게는 애완동물을 돌보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 패로는 이런 노력 없이 노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애틋한 눈길로 바라봐주는 좋은 벗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로봇학의 가능성을 새롭게 열고 있다. 자폐 어린이를 위한 로봇이나 애완동물 역할을 하는 로봇은 고도의 상호작용 능력을 가지지 않아도 소비자에게 의미 있는 로봇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찾고 구매하는 로봇은 용도와 쓰임이 있어야 한다. 미래에 소비자가 원하는 로봇은 인간을 중심으로 시작하는 인터랙션 기술 속에서 개발된 로봇이다. 앞으로는 로봇 개발에 로봇공학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과학, 심리학, 경영학, 법학, 윤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모여서 로봇학과 인간-로봇 상호작용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글 : 조광수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 사이언스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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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 로봇 VS 악마 로봇

태연,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학교에서 있었던 무용담을 펼치느라 정신이 없다.

“엄마, 엄마! 오늘 학교에 로봇 선생님이 왔었어요. 완전 멋져! 로봇 모니터에 원어민 선생님이 보이는데, 우리 반 전체를 다 돌아다니면서 우리랑 영어로 대화도 하고 질문도 해요. 사람 선생님이랑 똑같은데 훨씬 더 재밌어! 더 좋은 건, 내가 아무리 까불어도 쥐어박지를 못한다는 거예요. 정말 끝내주지 않아요? 그래서 실컷 까불었어요. 애들 수업도 못하게. 우하하하하~”

엄마, 태연의 개념 없는 장난기가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러나 로봇의 편의성에 대해서는 적극 동감하는 눈치.

“머, 어쨌든 로봇이 좋긴 좋더라. 엊그제 곗돈 타서 산 로봇청소기 말이야~ 그게 제법 깔끔하던걸? 문턱도 잘 넘어 다니고 소파 바닥 먼지까지 싹싹 쓸어내고. 솔직히 네 아빠 솜씨보단 백배 낫더라고. 게다가 아까 경비실에서 하는 방송을 들어보니까 이제부터는 아파트 상수관이랑 유리창 청소를 로봇이 한다는 거야.

“암튼 내가 시집갈 때쯤엔 지금보다 훨씬 집안일이 쉬워진다는 거잖아요. 야호! 손끝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소지섭처럼 잘생긴 남편이랑 행복하게 살아야지~~”

이때 옆을 지나면서 두 사람의 얘기를 들은 아빠, 대화에 끼어든다.

“그래, 그렇겠지. 로봇업계가 최근 생활 서비스 로봇 쪽으로도 상당히 많이 발전한 건 사실이니까. 지금 추세로 나아간다면 2020년에는 생활 서비스 로봇이 세계 인구와 맞먹는 수준이 될지도 몰라.”

지금까지 로봇은 자동차 조립공장 같은 산업체에서 활용되는 제조용 로봇이나 전장에서 인간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는 전투용 로봇, 그리고 의료용 로봇이 주를 이뤘었다. 실제로 이미 군에서는 정찰용 로봇, 무인항공 로봇은 물론 각종 화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전투용 로봇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또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의 수술용 로봇 ‘다빈치’는 사람보다 정교하고 안전하게 수술을 할 수 있어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아빠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엄마가 뒷말을 잇는다.
얼마 전에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인간형 로봇 ‘마루’가 전자레인지를 여닫고 구운 토스트와 음료를 사람에게 가져다주는 시연을 했단다.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동작이 자연스럽지는 못했지만, 조금 더 발전하면 가사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견을 했단다. 또 인천공항의 한 레스토랑에 가면 여러 나라 언어로 3D 입체영상을 보여주며 주문을 받고 결재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로봇도 만날 수 있지. 암튼 결론적으로 말해서, 세상 참 좋아졌다는 얘기야. 아~, 우리 집에도 ‘마루’ 한 대 들여 놓으면 얼마나 좋을까~”

얘기를 듣는 동안 아빠, 얼굴빛이 점차 어두워진다. 평소 과학상식을 늘어놓을 때마다 얼굴에 떠오르던 자만과 의기양양함이 뒤섞인 표정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아니, 당신 표정이 왜 그래요? 당신은 ‘마루’가 우리 집에 오는 게 싫어요? 어쩜 그럴 수가 있어요, 내가 편해지는 게 그렇게 눈꼴셔요?”

“아냐, 정말 그런 게 아냐~ 난 그냥 로봇이 싫을 뿐이라고. 당신한텐 천사 같은 로봇이겠지만 이제 나한텐 악마 같은 로봇이라는 뜻이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에욧!?”

아빠, 휴~ 한숨을 쉬며 사정을 얘기한다.
“우리 부장님 성격 당신도 알지? 하루 종일 쪼아대는 부장님이 일주일만 출장을 가도 부서원 전체가 3kg씩 살이 쪘었는데 말야. 이젠 가끔씩 찾아오던 그 행복한 시간도 완전 끝이 났어. 부장님이 일본에 가시든 미국에 가시든, 아니 아프리카 우간다에 가신다 해도 더 이상 우린 그의 감시망을 빠져나갈 수 없게 됐거든.”

“엥? 무슨 말이에요 아빠? 다음 달에 아빠네 부장님 출장가시면 제주도로 여행가기로 했잖아요.”

회사에서 조만간 160cm 정도의 키에, 얼굴 부분엔 LCD 모니터를 달고 ‘주인’의 목소리를 멀리 전달할 수 있도록 스피커까지 장착한 모질라(Mozilla)라는 로봇을 구입하기로 했거든. 이제 부장님이 어디에 계시든 모질라 모니터에 자신의 얼굴을 띄우고 사무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우리를 쪼아대거나, 미칠 듯 졸린 회의를 두 시간씩 하는 게 얼마든지 가능해졌다는 뜻이야.”

“엥? 정말요? 와, 이제 언제 어디서나 누구든 속속들이 돌아다니며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이 온 거네요? 그럼 똑똑한 거잖아. 근데 이름이 왜 모질라지? 2%가 모자란 건가?”

“태연아, 넌 어쩜 아빠의 불행을 그렇게 장난처럼 받아들일 수가 있는 거니! 정말 실망이다. 앞으로 그 모자란 놈을 너한테도 붙여놓고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갈 테다. 알겠냐? 이 의리 없는 딸 같으니라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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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 지긋지긋한 파리. 생선장사 10년인데 어떻게 아직도 파리를 제대로 못 잡는지.”

파리채를 휘두르던 생선가게 주인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 앉았다. 파리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치들에 꼬여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파리를 잡을 수 있는 거지? 그렇게 빨리 날지는 않는 것 같은데. 영 잡을 수가 없네.’

생선가게 주인은 딴 곳을 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갈치를 향해서 파리채를 휙 휘둘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

생선가게 주인의 파리채가 50도 각도로 파리 앞으로 떨어지는 동안 파리는 다리들을 앞으로 내어 비스듬하게 만든 뒤 다리를 들어 올려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파리가 몸의 각도를 틀어 파리채의 공격으로 벗어나는 순간 속도는 100밀리초(1밀리초는 1천분의 1초)에 불과했다.

대장 파리는 파리들에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파리채가 앞에서 공격해올 때는 다리를 앞으로 들었다가 뒤쪽으로 강하게 밀어내면서 각도를 바꿉니다. 파리채가 뒤에서 나타나면 다리를 약간 뒤쪽으로 이동하면 됩니다. 옆에서 오면 어떻게 할까요? 네. 다리를 고정한 채로 있다가 점프하기 직전에 반대방향으로 몸을 비스듬히 기울여 도망갑니다. 다리만 살짝 뻗어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내려앉은 상태에서 이륙하는 데 0.2초도 걸리지 않죠. 인간이 아무리 빨리 내려치더라도 이보다 빠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자신 있게 배운 대로만 하면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파리들은 갈치 위에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파리는 걸으면서 먹고 몸치장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 파리채 피하는 일을 어떤 파리들은 스릴 넘치는 일종의 오락으로 여겼다. 파리채가 날아오면 어느 곳으로 날아갈지를 재빨리 계산한 다음 행동을 취했다. 파리들은 이전에 날았던 거리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허튼 동작을 하지 않고 치밀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앵앵 앵앵. 인간들은 우리가 허겁지겁 도망쳐서 운이 좋아 파리채를 피했다고 생각하겠지. 낄낄.’

파리들이 앵앵거리며 갈치 위에서 파티를 즐기는 동안 생선가게 주인은 소득 없이 파리채만 흔들고 있었다. 옆집 과일가게 주인이 말을 건다.

“아이고, 오늘 유난히 파리가 들끓네요.”

“오라는 손님은 안 오고 파리만 들끓으니 속이 상해 죽겠네요.”

“파리채라는 게 파리 잡으라고 만든 물건이라도, 웬만치 기술이 있지 않으면 잡기 힘들죠. 어찌나 나는 기술이 좋은지 과학자들도 파리 나는 법을 연구한다고 하잖아요.”

“아니, 과학자들이 파리 나는 걸 왜 연구하는데요?”

“그러게요. 우리 눈에는 앵앵거리고 더러워 잡아 없애고만 싶은 파리지만, 과학자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질 않나 봐요. 파리 같은 로봇을 개발하는 게 대단한 일이라고 합니다. 헬리콥터 같은 거 생각해보면 뜨고 내릴 때 대단히 요란하죠? 파리나 벌처럼 빠르고 사뿐 하게 뜨고 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그런 기술을 가진 비행 로봇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한대요. 실종자 수색이니 군사용 정보수집이니 쓸모가 얼마나 많겠어요.”

오랜 연구 끝에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버트 우드 교수 연구팀은 0.06g의 극소형 파리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의 날개는 1초당 150회를 움직인다. 하지만 아직은 직진과 상승 비행만 가능하고 자체 동력도 없다. 하지만 실제 파리는 공중부양을 위해 1초에 200회나 날개를 펄럭거리고 U자형 선회도 할 수 있다. 로봇 비행체가 공중에 안정적으로 계속 떠 있으려면 파리에게 배워야 할 것이 많다.

“나는 그런 기술 다 필요 없으니 파리만 쫓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생선가게 주인아저씨는 파리든 파리 로봇이든 생선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

“하하, 파리가 재빨리 도망치는 기술, 실은 이게 제일 대단한 거죠. 파리만큼 날다가 재빠르게 방향을 바꾸는 생명체가 없답니다. 수컷 파리는 마음에 드는 암컷 파리가 조금이라도 비행 궤적을 변경하면 0.03초 내에 비행 자세를 수정해 암컷을 따라갑니다. 정말 빠르죠. 우리가 파리채를 들어 올릴 때 파리는 벌써 날개를 움직이고 있다고 해요. 파리가 눈으로 보면 몸은 이미 달아나고 있는 셈이죠. 얼마나 두뇌가 빠르고 치밀한지 몰라요.”

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디킨슨 박사 연구팀은 파리의 움직임을 초고속 디지털 이미지로 촬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파리는 자신을 잡으려는 파리채가 나타나면 날아오르기 전에 이미 알아채기 어려운 자세를 연속해서 취하면서 어느 방향으로 날아갈지 계획을 세우고 날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아니 그럼 파리를 잡을 방법이 없단 말입니까?”

“설마 그럴 리야 있겠습니까. 단지 어렵다는 얘기죠. 파리가 워낙 빨리 움직이니까 파리가 있는 곳을 치는 것보다는 파리가 도망갈 걸로 예상되는 곳을 치는 게 조금 더 효과적이겠네요.”

파리들은 생선가게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앵앵거리며 생선 위에 앉았다 날아올랐다를 반복하고 있다.

“앵앵 앵앵 우리 파리를 영어로 플라이(fly)라고 한다네. ‘날다’라는 뜻의 플라이(fly)와 철자도 같지. 나는 걸로는 우리를 따라잡기 힘들걸. 앵앵.”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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