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삿바늘 공포증, 이젠 안녕~

“악, 사람 살려!! 이 언니가 날 죽이려고 해요!!”
주사실에서 들려오는 태연의 절규에 병원 전체가 풀썩풀썩 요동을 친다. 겨우 해열 주사 한 대 맞으면서 간호사에게 살인치사 혐의까지 들이대는 태연이다.

“태연아, 조금만 참자. 앞으로 1~2년쯤 후면 주사를 놓는데 1/10초 밖에 걸리지 않아서 주사를 놓는지 안 놓는지도 모를 정도로 고통이 없는 무통주사가 개발될 예정이니까 말이야.”

“지, 진짜요? 와~~ 끝내준다. (잠시 생각) 뭐야!! 결론은 지금 없다는 얘기잖아. 그런즉슨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죽음보다 끔찍한 주사를 맞아야한다는 거고. 난 용납할 수 없어요. 약을 달라고, 약을!”

“내가 살다 살다 열이 40도가 넘는데도 너처럼 괴력을 발휘하는 애는 처음 본다. 그러지 말고 태연아, 주사 딱 한 번만 맞자. 엉? 1분이라도 빨리 열을 내리지 않으면 쇼크가 올지도 모른단 말이야. 약을 먹으면 소화기관과 간을 거친 다음에야 비로소 약 성분이 혈관에 도착하기 때문에 빠른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주사는 혈관에 직접 주사되는 거라서 열을 금방 떨어뜨릴 수 있다고. 그러니까….”

태연, 아빠의 얘기는 듣는 둥 마는 둥 발을 동동 구르며 억지를 쓴다. 두 명의 간호사가 달려들어도 헐크처럼 밀쳐낼 뿐이다.
“어쨌거나 주사는 안 돼!! 주사 고통으로 인한 쇼크로 죽을지도 모른단 말이에욧!”

“물론 약물을 전달하는 방법이 주사만 있는 건 아냐. 약물을 목표 부위에 효과적으로 전달해서 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반대로 부작용은 최소화하는 기술을 ‘약물전달시스템(Drug Delivery System)’이라고 해. 이러한 기술에는 생각보다 매우 다양한 방법이 있단다. 가장 쉬운 게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거고 붙이는 파스, 좌약, 흡입하는 약 등도 있지. 특히 에어로졸(액체나 미세한 가루 약품을 가스의 압력으로 뿜어내 사용하는 약품)을 흡입하면 침투성이 매우 뛰어난 뺨 안쪽 조직을 통해 직접 약물이 흡수되기 때문에 약효를 극대화할 수 있어.”

“그렇게 잘 알면서, 왜 에어로졸을 안 뿌리고 주사를 놓냐고요!”

“지금 당장은 없으니까 그러지!”

갑자기 태연은 바람난 고무풍선처럼 기운이 쑥 빠져버린다. 급기야 점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축 늘어지기 시작한다. 이때를 놓칠세라 간호사들이 주사를 놓는다. 태연도 별 저항 없이 주사를 맞고는 잠에 빠져든다.

“휴…, 간호사 생활 5일 만에 가장 힘이 센 환자였어요. 그나저나 태연 아버지는 참으로 박학다식하시네요. 멋지세요. 호호호. 전 똑똑한 남자를 좋아하거든요.”

아빠는 신참 간호사의 노골적인 호감표현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결국 아빠의 지식자랑놀이에 불이 붙는다.

“뭐, 무식한 편은 아니죠. 하하하! 아까 어디까지 들으셨더라? 약물전달시스템에 대해 얘기했었죠 아마? 요즘엔 최첨단 시스템도 여럿 개발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자성 나노캡슐’ 같은 겁니다. 이게 뭣이냐 하면 암 덩어리 주변에 자기장을 걸고 항암제를 자성을 지닌 나노캡슐에 넣은 다음 인체에 주입하는 겁니다. 그러면 자기장 때문에 캡슐이 암세포 주변에 모이겠죠? 이때 항암제를 집중적으로 쏘아대도록 하는 방법이에요. 간호사시니까 잘 아시겠지만 그동안 대부분의 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까지 죽여서 부작용이 컸잖아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그런 문제를 크게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어머 어머, 정말 똑똑하시다~~.”

“뭐, 이 정도를 가지고. 쿠할할할! 가장 최근의 약물전달시스템들을 보면 이런 것도 있어요. 약물이 들어간 나노캡슐에다 전기 자극에 따라 기공이 열리고 닫히는 ‘스마트 고분자’인 폴리피롤을 붙이는 거예요. 그 다음 인체에 주입시키면 원할 때마다 전기 자극을 줘서 캡슐을 열었다 닫았다 할 수 있거든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정확히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시간동안만 약을 내보낼 수 있도록 한 거죠. 몸 밖에서 리모콘으로 나노캡슐을 조절할 수도 있어서 아주 편리하답니다.”

“와, 대단하다. 그리고 또요?”

“레이저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어요. 뇌혈관은 혈뇌장벽이라는 특수한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이 장벽은 대사와 관련된 물질은 통과시키고 그 밖의 물질은 통과시키지 않습니다. 때문에 뇌로 약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큰 장애물이었지요. 그런데 최근 과학자들은 레이저빔을 1,000분의 1초 동안 뇌혈관 벽에 쏘아서 장벽의 차단기능을 일시적으로 막고 그 틈에 약물을 쏙 집어넣는 기술을 개발했답니다.”

딱, 여기까지였다. 간호사의 향학열이 즐거울 수 있었던 건…. 그러나 이후로도 아빠의 지식자랑놀이는 한 시간이 넘게 이어졌고 갓 졸업한 신참 간호사의 얼굴은 잘 띄운 메주처럼 변해갔다. 잠든 줄 알았던 태연이 어느샌가 일어나 간호사의 참담한 얼굴빛을 즐기고 있다.

“흥, 언니. 내 엉덩이에 무지막지한 주사바늘을 꽂더니만 아주 깨소금 맛이에요.”

“태, 태연아. 정말 미안하구나. 나의 잘못된 칭찬 한 마디가 이토록 참담한 결과를 낳을 줄은 내 미처 몰랐단다. 이 재앙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이니?”

“딱 하나 있어요. 아빠한테도 주사바늘을 꽂으세요. 주사를 죽음과 동격으로 여기는 공포증은 아빠로부터 유전된 거니까요.”

태연의 대답 직후 간호사는 빛의 속도로 태연 아버지의 팔뚝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양제 주사바늘을 꽂는다. 그리고 들려온 아빠의 절규.

“악!!!”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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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 같은 더위. 귓가를 앵앵거리며 귀찮게 하다가 어느새 새빨간 흔적을 남기고 궁극의 가려움까지 선물하고 떠나는 불청객은? 그렇다. 그 주인공은 여름밤을 한결 더 불쾌하게 만드는 모기다. 인간은 매년 모기와 반복되는 전쟁을 펼치지만 번번이 패배하고 만다. 모기를 퇴치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오랫동안 사용했던 모기향과 스프레이는 식상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몇 년 전부터는 모기를 잡아 준다는 이색적인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한 방법부터 각종 생물 무기까지! 모기들을 정복할 필승 전략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몇 년 전에 등장해 가정마다 하나씩 가지고 있는 파리채 모양의 ‘전기 모기채’가 있다. 이는 ‘휘두르는 동작’ 하나로 모기를 퇴치할 수 있어 모기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채를 이루고 있는 전류그물망에 전기가 흐르고 있으므로 모기가 채에 닿으면 전기충격을 받고 죽는다.

또 음식점이나 거리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푸른빛이 감도는 등도 있다. 모기를 유인하는 등이라는 의미에서 ‘유문등’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장치는 대부분의 야행성 곤충이 좋아하는 350nm~370nm 파장의 푸른빛을 내보낸다. 빛으로 모기를 유인한 뒤 그물에 넣거나, 전기로 태우는 식이다. 일종의 모기 지뢰라고도 할 수 있다.

모기를 대량 살상하는 레이저 총도 개발됐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연구원들이 주축이 된 인텔렉추얼 벤처스라는 회사는 2010년 초, 모기의 날개소리를 인식해 레이저로 모기를 태워 죽이는 장치를 개발했다. 이름 하여 ‘스타워즈’ 총이다. 이 장치는 아프리카에서 말라리아를 옮기는 얼룩날개모기를 없애기 위해 개발됐다. 아직 실제로 사용된 사례는 없지만, 실전에 배치되면 건물 주위를 모기로부터 보호하는 보호막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기하기는 하지만 효과가 없는 무기도 있다. 최근 스마트폰 열풍이 불면서 모기가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 준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원리는 간단하다. 스마트폰으로 사람의 피를 빠는 암컷 모기가 싫어하는 수컷 모기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가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암컷 모기는 보통 일생에 한 번 수컷과 교배를 하고 알을 낳는데, 알을 낳기 전에는 수컷과 교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수컷이 접근하면 날개 소리로 미리 알아채고 피한다. 하지만 이 애플리케이션을 비롯해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의 접근을 막는 각종 장치와 컴퓨터 프로그램들은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암컷 모기가 좋아하는 사람의 땀 냄새와 이산화탄소가 수컷의 날개 소리보다 암컷 모기를 더 유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모든 초음파가 모기 퇴치에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의 강남구청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모기를 없애는 장치를 만들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순식 강남구청 방역팀장이 개발한 이 장치는 수컷 모기의 날갯짓 소리인 약 1만 2,000㎐보다 높은 4만 2,000㎐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의 유충인 장구벌레를 제거한다. 물을 1초당 4만 2,000번 진동시킬 때 발생하는 거품이 장구벌레의 몸에 닿아 마치 폭탄처럼 터지면서 장구벌레를 죽이는 것. 정화조나 집수정에 이 장치를 설치했을 때 95% 이상의 장구벌레를 죽이는 놀라운 퇴치 능력을 보여줬다.

초음파 진동장치 못지않은 생물 무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서초구청에서는 장구벌레의 천적인 미꾸라지를 집수정에 방사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다. 모기는 열려 있는 문을 통해 들어오기도 하지만 집수정과 연결된 화장실이나 베란다의 배수구를 통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집수정에 미꾸라지를 풀어놓는 것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집수정에 미꾸라지를 풀어놓은 결과, 미꾸라지 한 마리가 약 1㎡ 넓이의 공간에서 하루에 1,000마리 정도의 모기를 먹어 치워 모기 때문에 들어오는 민원이 줄었다고 한다.

모기의 천적은 미꾸라지만이 아니다. 강가나 하천 주위에 사는 잠자리 애벌레나 물땡땡이, 깨알물방개 같은 곤충 역시 장구벌레를 잡아먹는다. 모기의 가장 강력한 천적은 박쥐라고 할 수 있는데, 박쥐는 하룻밤에 최대 3,000마리의 모기를 먹어치우기도 한다. 박쥐가 친환경 모기 해결사로 알려지면서 이탈리아에서는 모기를 잡기 위해 박쥐가 살 수 있는 나무집 설치도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무시무시한 레이저 총에서부터 미꾸라지나 박쥐 같은 생물 무기까지 다양한 모기 퇴치 방법들을 알아봤지만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몸을 잘 챙기는 것이다. 을지대학교 양영철 교수는 모기가 좋아하는 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자기 전에는 꼭 샤워할 것을 권한다. 특히 피에 영양소인 지방이 많이 녹아있는 고지혈, 고혈압 환자들은 모기에 물릴 확률이 더 높다. 통계적으로 고지혈, 고혈압 환자가 많은 O형 혈액형인 사람도 주의해야 한다.

기술의 발달과 모기에 대한 정보가 늘어나면서 모기를 잡는 기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기를 잡는 천적들이 사라지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 올여름에는 모기를 잡는 다양한 첨단기술뿐만 아니라 모기의 천적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도 조금은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

글 : 최영준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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