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다빈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0.03 못 배운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
  2. 2010.08.30 모나리자의 미소는 과학이다
못 배운 과학자의 위대한 업적

지난 9월, 한국영화계의 비주류, 아웃사이더로 손꼽히는 김기덕 감독이 영화 ‘피에타’로 제 69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해 주목받았다. 그간 흥행률 저조, 평단의 혹평 속에도 묵묵히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 왔는데, 영화 관련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수상할 만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인정받고 있다. 과학기술계에도 소위 이런 류의 이단아들이 있다. 정식교육을 받지 못했거나 관련종사자들에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과학기술계에 기여한 과학자들. 그들의 업적은 그래서 더욱 빛이 난다.

오늘날 우리생활에 꼭 필요한 가전제품으로 빼놓을 수 없는 전자레인지는 우연한 기회에 발명됐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퍼시 스펜서’라는 한 과학자의 끊임없는 노력 뒤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미국의 공학자이자 발명가였던 퍼시 스펜서(Percy Spencer, 1894~1970)는 미국 메인주(州) 시골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얼마 뒤 어머니에게도 버림받아 남의 손에서 자라야 했다.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초등학교 5학년 정도의 교육만 받은 채 생계 전선에 뛰어들어 이른 새벽부터 저녁까지 제지공장에서 일했다. 밤에는 공부를 하며 기계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을 채워나갔다.

그렇게 ‘주경야독(晝耕夜讀)’ 생활을 하던 중, 16세 무렵 그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찾아온다. 당시 제지공장에서는 전기를 설치하기 위해 관련 기술자를 모집하고 있었다. 퍼시는 책으로만 알던 내용을 직접 시험해 보기 위해 사장을 설득했고, 갖은 시행착오 끝에 전기를 설치하는데 성공한다. 관련 서적을 독학해 얻은 실력임에도 다른 기술자들이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그 후로 그는 메사추세츠 주에서는 제법 알아주는 전기 기술자로 통했다.

해군에 입대해서는 학력을 속이고 무전병과를 지원해 삼각함수, 미적분, 화학, 물리학, 야금학 등을 배우게 된다. 관련 분야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그의 실력은 나날이 늘어갔다. 제대 후 25세의 나이로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 들어간다.

1945년,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근무하던 그에게 일생의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레이시온에서는 마그네트론을 제조하고 있었는데, 마그네트론이 작동 중이던 실험실에 들어갔던 퍼시가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녹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마그네트론은 마이크로파 신호를 생성하기 위한 진공관으로 당시 레이더에 필수적인 장치였다.

이 우연한 사건에 호기심을 느낀 퍼시는 초콜릿 바가 녹은 이유와 마이크로파와의 상관관계를 밝히기 위해 연구를 진행한다. 우선 옥수수 알맹이를 마그네트론 옆에 놓아두었다. 그러자 알맹이가 터지며 팝콘으로 튀겨졌다. 다음날은 달걀을 옆에 두어 달걀을 익게 만들었다. 이를 본 퍼시는 마이크로파가 음식 조리에도 쓰일 수 있다고 추측하고 오늘날 전자레인지라고 불리는 상자를 만들어냈다.

레이시온은 이 발명을 요리에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보스턴의 한 레스토랑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험과 개량을 통해 마침내 1947년 첫 번째 전자레인지인 ‘레이더랜지(RaderRange)’를 만들어냈다. 최초의 전자레인지는 높이가 무려 167cm, 무게는 340kg에 달하는 ‘거구’의 장치였다. 가격은 무려 5,000달러로 가정용으로는 보급될 수 없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냉동식품을 빨리 해동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레스토랑이나 항공사 등에서 이용됐다.



[그림] 1961년경 레이시온사에서 출시한 전자레인지 레이더랜지.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가정용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시기는 1952년부터였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팔려나간 시기는 1970년 이후였는데, 이미 퍼시가 사망한 다음이었다.

“교육 받은 과학자들은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 미리 예단해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퍼시는 무엇이 불가능한지에 대해선 전혀 모르고 있었다.”

퍼시의 동료 과학자는 그를 이렇게 표현했다. 정식으로 교육받지 못했지만 아이 같은 호기심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기의 발명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전자레인지 외에도 그는 생전에 무려 225개의 특허를 획득했다.

오늘날 예술과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융합형 인재로 꼽히는 다빈치 역시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유명하다. 다빈치는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의 업적이나 그의 작품이 끊임없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이 되는 것을 보면 과학자로 불려도 부족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공증인이었던 아버지와 그의 시중을 들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두 부모 모두 다른 사람과 결혼하면서 사생아가 돼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당시 사생아는 대학에도 갈 수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로부터 성도 물려받지 못했는데, 다 빈치(Da Vinci)는 ‘빈치 지역의’라는 뜻이다.

 

 

 

 

 


그가 15세가 되던 해, 공방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스승인 베로키오 곁에서 그림을 배웠으며, 여러 예술가들을 지켜보았다. 30세에는 밀라노에서 화가이면서 동시에 군사 기술자, 건축가로 활동하면서 해부학, 광학, 지질학, 천문학, 식물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몰두한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에는 무서울 정도로 몰입했는데, 새벽부터 저녁까지 붓을 놓지 않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많았다.

해부학에도 관심이 많던 그는 성별, 나이를 불문하고 시체 한 구당 일주일 이상 해부하며 세밀하게 관찰해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다. 당시 시체를 보관할 냉동기술이나 방부제가 없었음에도 총 30구 이상 해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 역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과학자로 꼽힌다. 하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통찰력으로 전자기학의 기초를 쌓았으며 평생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위해 무료 강연을 다닌 것으로 유명하다.

어쩌면 이들 외에도 수많은 과학도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못 배웠기에 오히려 겸손했고, 남들보다 더 성실히 노력한 그들의 성과는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지 않을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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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치 아르바이트 수입을 몽땅 털어서 떠난 유럽 배낭여행. 여기가 유럽이라고 생각하니 땀이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져도, 뱃속에 들어간 게 팍팍한 바게트뿐이라도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정수와 기석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기석은 내심 박물관은 지겹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수는 ‘루브르!’를 외치며 아침부터 설레는 눈치다.

“이 방은 대기실인가, 그림은 없고 사람만 가득 있네.”
기석이 두리번거리자, 정수가 기석의 팔을 잡아끌며 속삭인다.
“여긴 모나리자의 방이라고. 이 루브르에서도 혼자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대단한 그림이지.”
인파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그림 가까이에 다가선 정수와 기석. 기석은 한숨이 먼저 나왔다.
“휴우~, 고작 이거 보려고 이렇게 기다렸다는 거야. 이렇게 작은 그림이었어? 책으로 보는 게 훨씬 낫겠다. 그리고 모나리자의 미소는 도대체 어디 있냐? 완전히 심드렁한 표정이네, 뭐가 신비롭다는 건지. 직접 보니 왜 다들 ‘모나리자, 모나리자’ 하는지 더 모르겠다.”
정수는 모나리자를 정면에 놓고 투덜거리는 기석을 끌어 그림이 옆에서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봐.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야.”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뭔 차이가 있겠냐.”
마지못해 다시 그림을 본 기석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조금 전에는 분명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림 속 여자가 슬그머니 웃는 얼굴로 보인다.
“에헤, 이쪽에서 보니까 약간 웃는 것도 같긴 하네. 조명 때문인가?
정수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이게 바로 우리 같은 물리학도들이 모나리자를 직접 봐야 하는 이유지. 너도 이제부터라도 미술에 관심을 좀 가지렴.”
기석은 정수의 말이 아리송하기만 하다.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 그의 본업은 과학자에 가까웠다. 그러니 다빈치의 미술 작품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다빈치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모나리자에 담긴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 혹시 다빈치 자신은 아닌가? 모나리자는 미완성인가? 모나리자는 웃고 있는 것인가 아닌가? 미소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뿌옇게 보이는 스푸마토 기법은 어떻게 그려진 것인가? 이처럼 모나리자에 대한 궁금증은 셀 수 없이 많다. 모나리자의 비밀은 근래 들어 과학의 힘으로 상당수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애초에 모나리자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빈치는 해부학 연구에 매진했으며, 특히 눈을 이해하기 위해 힘썼다. 다빈치는 안구를 정교하게 해부하기 위해 삶은 달걀에서 형성되는 글루타민산염으로 안구를 고정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다빈치의 방식과 유사하게 안구 해부에 앞서서 파라핀 같은 응고물로 안구를 고정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눈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빛의 성질을 파악하는 일에도 힘썼다. 본다는 것은 눈, 즉 생물학적인 부분과 빛이라는 광학이 결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원근법의 원리를 연구했고, 명암의 미묘한 차이와 빛의 분산을 이해하기 위해 다면체의 각 면에 내리쬐는 빛을 관찰하고 기록을 남겼다. 이 관찰과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가 모나리자로 대표되는 다빈치의 초상화인 것이다.

앞서 기석이 말한 것처럼 어떨 때 모나리자는 웃기는커녕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무표정해 보인다. 하지만 다시 보면 웃는 듯도 보인다. 모나리자는 정말 웃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보고 모나리자가 웃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가?

미국 하버드 의대의 신경과학자 마가렛 리빙스톤은 2000년 모나리자의 미소는 주변에서 볼 때가 정중앙에서보다 미소가 선명하게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2005년에는 망막에서 대뇌피질의 후두엽에 있는 시각령까지 이르는 경로에 무작위로 끼어드는 노이즈가 미소의 발견 여부를 결정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스페인의 신경과학자 루이스 마르티네즈 오테로와 디에고 알론소 파블로의 연구에 의하면 그림의 크기와 명도, 위치 등 시각 경로의 조건에 따라 미소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는 눈이 복합적인 신호를 뇌에 보내기 때문이다. 망막의 세포들은 사물의 크기, 명도, 위치 정보를 코드화해 각각 다르게 분류된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이 때문에 조건의 변화에 따라 미소를 보거나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같은 연구에서 빛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흰 화면을 30초간 보여준 뒤 모나리자를 보여준 경우와, 검은 화면을 보여준 경우를 비교하자 흰 화면을 본 쪽이 미소를 더 잘 포착했다.

모나리자는 그림의 왼쪽 입술은 일자로 다물고 있는데 반해 오른쪽 입술은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있다. 한성대 미디어디자인학부 지상현 교수에 의하면 보통 오른손잡이들은 우뇌를 이용해 왼쪽 얼굴을 중심으로 전체 표정을 인식하기 때문에 모나리자는 무표정한 듯하면서 순간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보이게 된다. 만일 모나리자의 그림을 합성해 좌우를 바꾸거나, 좌우 모두를 웃는 쪽, 무표정한 쪽으로 합성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면 어떨까? 좌우 입술 모양을 바꿔 왼쪽 입술의 입 꼬리가 올라가도록 만들 경우 웃는 표정이 더 우세해지지만 신비감은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절묘하게 배치된 입술 모양에만 있지 않다. 다빈치가 사용한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 스푸마토 기법은 그림의 윤곽선을 희미하게 만든다. 최근 프랑스박물관연구복원센터와 그르노블 유럽가속방사광설비 학자들이 X선 형광분광기를 통해 모나리자를 분석한 결과 스푸마토 기법, 즉 안개와 같이 흐릿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다빈치는 여러 번의 덧칠을 했는데, 한 번 덧칠된 막의 두께는 머리카락의 절반 가량인 40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며, 최대 30겹까지 칠했다고 한다.

정교하게 제작된 뿌연 윤곽선은 시신경에 혼란을 부른다. 우리 눈의 망막 뒤쪽 시신경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연결되어 있는데, 원추세포는 색깔과 정지한 사물을, 간상세포는 명암과 운동하는 물체를 인식한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유재준 교수는 동물적 감각에 더 가까운 역할은 간상세포가 한다며, 다빈치가 윤곽선을 희마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간상세포를 자극해 다양한 반응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모나리자는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인자한 미소지만 동시에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과학은 그러한 느낌이 우연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다빈치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의도해 모나리자를 그렸을까? 모나리자에 숨겨진 비밀들이 밝혀질수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에 대한 감탄도 커져만 간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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