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보톡스로 치료한다!


내리쬐는 햇볕에 가만히만 있어도 땀이 나는 여름이다. 일반적으로 땀은 건강하다는 증거다. 우리 몸은 체온이 오르면 일정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배출해 체온을 떨어뜨린다. 이 때 콜레스테롤, 지방, 젖산과 같은 노폐물도 몸 밖으로 나오면서 우리 몸의 순환에도 도움을 준다. 

오히려 너무 땀을 흘리지 않으면 체온 조절이 어려워져 무더위에 일사병에 걸리기 쉽고 노폐물 배출도 잘 이뤄지지 않아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 땀 너무 많이 나도 문제 

하지만 땀이 너무 많이 나도 문제다. 체내 전해질 균형이 깨질 뿐 아니라 습진이나 무좀, 피부염에 걸릴 수 있고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손에 땀이 나 악수하기가 부담스럽거나 겨드랑이 부분이 흥건히 젖는 일로 난감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땀이 심하게 나는 경우, 손잡이를 잡을 때 미끄럽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특히 전기기구나 금속, 섬유를 다루는 일을 하는 사람은 작업에 있어서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를 질병으로 접근하면 다한증이라 하는데, 정확한 진단 기준은 없지만 땀이 많이 나 일상생활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다한증이라 할 수 있다. 다한증 환자는 특히 여름이 괴롭다. 땀 배출량이 많아지면서 땀 냄새도 많이 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는 200~400만 개의 땀샘이 있다. 이 중 겨드랑이와 배꼽 등에 분포해 있는 아포크린샘은 중성지방, 콜레스테롤이 함유된 땀을 배출하는데 피부의 세균이 이를 지방산과 암모니아로 분해하면서 냄새를 유발시킨다. 최근에 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겨드랑이에서 에크린 땀샘과 아포크린 땀샘의 기능을 함께 갖고 있는 아포에크린 땀샘을 발견했는데, 겨드랑이 다한증과 땀 냄새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한증은 몸 전체보다 특정 부위만 땀이 많이 나는 경우가 많다. 다한증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위는 손바닥과 발바닥, 이마와 콧등 그리고 겨드랑이나 허벅지가 시작되는 부위, 팔과 다리의 접합 부위 등 접히는 부분이다. 가족력은 25~30%로 보통 사춘기를 전후로 증상이 나타나 자연적으로 호전되기도 하지만 50~60대까지 지속되는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심리적인 영향이 큰 질환이기도 하다. 긴장하면 손이나 발에 땀이 나는 데 다한증 환자는 긴장된 상황에 보통사람보다 자극을 더 크게 받는 것. 따라서 정신적인 원인이 큰 환자의 경우 낯선 사람과 마주하거나 악수를 할 때, 악기를 다룰 때, 시험을 볼 때 증상의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신에 땀이 많이 나는 환자의 경우 대게 질환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결핵은 밤에 땀을 특히 많이 흘리게 하고 갑상선기능항진증이나 당뇨와 같은 내분비 질환도 다한증을 유발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8월 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1만 명 이상(1만 2천 542명)이 다한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진단 기준이 아직 없고 불편을 느껴도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병원을 찾지 않는 사람을 고려한다면 전체 인구의 최소 0.6%에서 4.6%가 다한증을 겪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자 나이 통계를 보면 20대가 진료인원의 29.6%로 가장 비중이 높고 이어 10대가 24.2%, 30대가 15.9%로 10~30대가 69.7%를 차지했다. 나이와 성별을 모두 고려하면 20대 남성이 2천 157명으로 전체의 17.2%를 차지했다 

■ 다한증은 뇌의 탓? 

다한증의 1차적 원인은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과다 분비다. 아세틸콜린은 자율신경계인 교감과 부교감신경에서 분비하는 물질로 땀 분비를 조절하는데, 아세틸콜린이 많이 분비되면서 땀 분비도 늘어나는 것.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다한증 환자를 관찰한 결과, 교감신경이나 땀샘 자체에는 조직학적으로 이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정신적인 자극에 대해 피부의 교감신경계가 과하게 활성화되면서 땀샘이 자극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뇌의 시상하부 이상에 따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치료는 가능하다. 간단하게는 염화알루미늄 제제의 약을 쓸 수 있는데,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씻은 뒤 물기가 마른 상태에서 약을 2~3회 바르는 방법이다. 간단하지만 효과가 일시적이고 효과의 정도도 사람마다 차이가 큰 편이라는 단점이 있다. 전신성 다한증의 경우 온 몸에 작용하는 항콜린성 약물(옥시부타닌, 프로판테린 등)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시야가 흐려지거나 저혈압, 고열, 심계항진 등 부작용과 합병증이 심각한 경우가 많아 흔히 사용하지는 않는다. 

보톡스를 이용해 다한증을 치료하기도 한다. 보톡스는 A~G까지 7가지 형태가 있는데 다한증에는 A를 사용한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 피부에 주사를 하면, 에크린 땀샘에 분포하는 교감신경의 말단부에 작용해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억제시킨다. 효과는 8~9개월로 겨드랑이 다한증의 경우 90% 이상에서 효과가 난다. 다만 비용이 비싸고 주사한 부위의 통증이 평균 2일에서 길게는 10일까지 지속된다는 단점이 있다. 

■ 신경을 차단해 땀 분비를 억제한다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흉강 내시경을 이용한 흉부교감신경차단술이다. 자율신경계의 하나인 교감신경계는 평활근과 심근, 땀샘과 같은 다양한 분비선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교감신경 사슬은 목 부분에서 시작해 양쪽 척추를 타고 내려와 2번 요추부위까지 이어지는 신경구조물이다. 이 시술은 흉강 내 존재하는 흉부 교감신경을 끊어주거나 잘라내는 등의 차단술을 통해 다한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직경 2mm의 흉강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흉터가 적고 시술시간도 30~40분으로 짧은데다 영구적인 효과를 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치명적인 합병증은 드물지만 보상성다한증이 생기는 경우가 있어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손이나 겨드랑이, 얼굴 등에서 나던 땀이 몸통이나 허벅지 등으로 옮겨가는 경우를 보상성다한증이라고 하는데, 시술 전에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물리적으로 땀샘을 막는 방법도 있다. 땀이 많이 나는 부위를 전해질 용액에 담근 상태에서 15~18mA의 전류를 전달하는 방법이다. 한 번에 20분씩 1주일에 여러 차례 시행하는데, 물리적으로 땀구멍을 막아 땀 분비량을 조절한다.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다한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바로 재발하는 단점이 있고 겨드랑이와 같이 물에 담그기 힘든 부분은 치료가 어렵다.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보통 다한증 환자는 땀이 많이 난다는 이유로 운동을 꺼리는 경향이 있는데 오히려 운동으로 땀을 흘리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땀 분비가 정상화된다. 또 카페인 음료와 맵고 짠 음식은 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에 삼가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고 통풍이 잘 되는 옷을 입는 것도 좋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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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불청객이라고? ‘땀’의 항변

“그래, 나 뚱뚱하다!”

인기리에 방송 중인 ‘개그콘서트’의 네 가지 코너. 이 코너의 백미는 ‘뚱뚱한 남자’의 대변인으로 나서는 개그맨 김준현 씨다. 빨간 넥타이가 빈약해보일 정도로 거대한(?) 몸집을 가진 그가 단상에 올라 손수건을 꺼내는 순간부터 관객들은 포복절도한다. 뚱뚱한 이에 대한 오해를 늘어놓는 그의 입담도 입담이지만, 온몸을 적셔버릴 듯 흐르는 땀이 뚱뚱한 자의 비애를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뜨거운 여름이 깊어질수록 김준현 씨와 비슷한 몸매를 가진 사람들은 괴롭다. 두꺼운 피부와 늘어난 피하지방 때문에 남들보다 더 덥고 땀도 많이 흘리기 때문이다. 특히 땀은 흘리는 모습이 지저분해 보이는데다 마르는 과정에서 냄새도 나기 때문에 이들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가 된다.

그러나 사실 땀은 인간에게 고민거리가 아니라 없어서는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몸의 열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진화과정에도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또 특정 부위에서 나는 땀은 사람의 감정 상태를 반영하기도 한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더운 환경에서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게 체온조절은 필수적이다. 뜨거워진 몸을 식히기 위해 동물이 쓰는 방법은 복사와 대류, 전도, 증발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털이나 새의 깃털은 들어온 열을 붙잡아서 다시 주변 환경으로 내보내는 복사 형태로 배출한다. 사람의 머리털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머리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보호한다. 또 땅을 밟는 발 등을 통해 몸으로 들어온 열을 전도 형태로 내보낸다. 대류에 따른 공기의 흐름은 몸 주변의 열을 빼앗아간다.

그런데 기온이 높아질수록 체온과 외부 온도의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에 위에 설명한 세 가지 방법으로 내보낼 수 있는 열의 양이 줄어든다. 결국 땀을 흘리고 이를 증발하면서 열을 빼앗아 가는 ‘증발’의 방법이 더 중요해지는 것이다. 또 동물이 활동을 더 많이 할수록 신체 내 대사가 많이 일어나서 큰 근육을 중심으로 많은 열을 발생시킨다. 이때 증발을 통해 열을 효과적으로 내뿜는 게 생존에 필수적인 능력이 된다.

동물에 비해 털이 없는 인간에게 땀은 더 중요한 냉각 체계다. 인간의 몸을 식히는 땀은 주로 ‘에크린 땀샘’에서 나오는 물처럼 맑은 땀이다. 대량의 땀을 내보내고 빨리 증발시키는 에크린 땀샘은 신체 표면에 200~400만 개 정도 있으며, 평균 밀도는 1㎤ 당 150~340개 정도다.

반면 포유류의 피부에는 ‘아포크린 땀샘’이 많다. 아포크린 땀샘은 뿌연 점액질의 땀을 적게 배출하며, 이 땀이 건조되면 끈적거리는 방울 모양이 된다. 말 같은 동물은 아포크린 땀이 피지샘에서 나오는 피지와 결합해 거품 형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기도 한다. 인간 피부 중에는 겨드랑이나 사타구니, 귀 부분에 아포크린 땀샘이 소량 분포하고 있다.

인간이 에크린 땀샘을 통해 체온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진화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다른 동물들이 그늘에서 쉬는 낮 시간 동안 활동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먹이를 구하거나 도구를 만들 재료를 찾기 위해서 인간은 멀리까지 이동해야 했다. 결국 우리 조상은 트인 환경에서 오랫동안 빠르게 움직여야 했으므로 몸을 효과적으로 식힐 방법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뇌의 크기가 커졌다는 것이다. 신체 기관들이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체온이 일정해야 하는데, 특히 뇌는 온도에 취약하다.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들은 대화와 사고에 문제가 생기며, 뇌의 온도가 섭씨 40도를 넘기면 의식이 혼미해진다. 섭씨 42도를 넘은 상태가 계속되면 의식을 잃고 사망에 이른다. 진화를 거치면서 인간의 뇌는 점점 커졌고, 뇌의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다량의 땀을 흘려 동맥 속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조절하고 뇌를 효과적으로 식히게 된 것이다.

결국 인간은 활동량이 늘어나고 뇌가 커지기 시작한 직립보행 시기 즈음부터 땀을 많이 흘릴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아포크린 땀보다 에크린 땀을 잘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실제로도 지구에서 에크린 땀을 가장 잘 만드는 동물이 인간이다.

땀의 또 다른 기능은 감정을 반영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에크린 땀샘은 열에 반응해 땀을 만들고 체온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손바닥과 발바닥은 예외다. 이곳은 우리 몸에서 가장 오래된 에크린 땀샘이 있는 곳으로, 열이 아니라 ‘정서적 자극’에 반응한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는 순간, 우리는 손이 차갑고 축축해진 걸 느낄 수 있다. 또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응원하는 야구팀이 역전 홈런을 치는 모습을 볼 때 손에 땀을 쥐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손바닥에 있는 에크린 땀샘이 불안과 초초, 흥분의 감정을 반영해 땀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불안이나 흥분을 느끼면 교감신경계가 약하게 자극되고, 손바닥에 있는 에크린 땀샘에서 땀이 배출된다. 날씨나 주변 환경과 상관없이 흐르는 땀이라고 해서 이런 땀을 ‘감정적 땀’이라고도 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의 땀샘이 왜 감정에 반응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 그러나 오래 전 인간의 조상이 나무 위에서 살 때 이런 특징이 만들어졌다는 의견이 있다. 작은 영장류의 손과 발에 있는 지문에 습기가 약간 있으면 피부감각이 더 예민해진다. 예민해진 촉각은 주변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유리하므로 나무 사이를 더 안전하게 이동하려면 손바닥과 발바닥에 있는 땀샘이 자극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런 감정적 땀은 현대 법의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만약 범죄 용의자의 손바닥에 땀이 난다면 초조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땀샘이 활동해 손과 발이 축축해지면 전기전도성이 높아진다는 점을 이용해 용의자의 불안 정도를 추정하거나 거짓말 탐지기를 만들기도 한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오래 볼수록 소중한 이유를 찾을 수 있는 존재들이 있다. 땀과 땀샘이 바로 그렇다. 땀샘과 거기서 나오는 땀은 아주 사소해 보이지만, 우리는 땀 덕분에 낮에도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고 뇌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다. 이렇듯 땀은 오늘날 인간의 모습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셈이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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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찜통’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끔찍하게 더운 여름날. 태연과 아빠, 뙤약볕 아래 수건과 양동이를 하나씩 앞에 두고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다. 결의에 찬 표정들이다. 강아지 몽몽이도 덩달아 혓바닥을 길게 뺀 채 태연 옆에 붙어 앉았다.

“딱 한 시간만이다.”

“걱정 마세요. 신세대 어린이 ‘겨땀인’의 진가를 보여드릴 테니까요. 양동이에 제 땀이 더 많이 고이면 새로 나온 게임기 무조건 사주셔야 해요.”

“대용량 다한증으로 인해 여름마다 겨드랑이에 양동이를 대놓고 살았던 아빠의 ‘겨땀 인생’ 40년을 무시하는 게냐? 어쨌든 아빠 땀이 더 많으면 100일 동안 아빠 어깨를 주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해라.”

“이럴 땐 제가 항온동물인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체온을 37℃로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땀을 분비하는 거잖아요. 사람 피부에는 땀샘이 무려 200만~400만 개나 있어서 하루에 최대 10ℓ, 다시 말해서 1.5ℓ 콜라병으로 7개 가까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땀을 만들 수 있다고요. 이렇게 만든 땀을 피부 밖으로 내보내면 땀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몸의 열도 함께 가져가기 때문에 몸이 시원해지는 거죠. 제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서요?”

“오호라, 오늘의 대결을 치르기 위해 공부까지 열심히 해뒀다 이거지? 그럼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수현상이 일어나면 근육이 서서히 경직되고, 우리 몸이 수분손실을 막기 위해 땀 분비량을 줄이면서 체온이 올라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구나. 체온이 40℃ 이상 올라가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어. 난 땀 시합 때문에 사랑하는 내 딸이 병원에 실려 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구나. 그러니까 이쯤에서 기권하는 게 어때?”

“어머나! 그럼 오늘 저의 도전이 단순한 게임기 쟁취용이 아닌,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라는 것도 알고 계셔요? 다한증, 즉 특정 신체부위에서 5분 동안 땀을 100mg 이상 흘리는 증상을 앓는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0명 가운데 1명일 정도로 흔해요. 하지만 오로지 겨드랑이에서만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이 땀이 나는 겨땀인은 극히 드물죠. 그런데 다한증은 23~53%가 가족력이에요. 다시 말해서 이토록 저주받은 겨땀 체질을 물려주신 장본인이 바로 아빠라는 거죠. 그런 아빠가 불쌍한 딸에게 그깟 게임기 하나도 사주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반항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흑... 네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미안해지는구나. ‘겨땀’은 냄새까지 동반하기 때문에 사실 아주 힘들긴 해. 우리 몸에는 에크린(eccrine)샘과 아포크린(apocrinc)샘 이렇게 2가지 땀샘이 있지. 에크린샘은 피부 전체에 분포돼 있는데, 자체의 분비관을 통해 ‘약간 짠 물’ 수준의 땀만 내보내고 지질이나 단백질 등의 유기 분비물을 대부분 재흡수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안 난단다. 하지만 겨드랑이나 성기 부근에 많은 아포크린샘은 체모를 타고 땀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유기물이 거의 재흡수 되지 않아 냄새가 많이 나거든. 여자아이인 네가 그동안 땀과 냄새 땜에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흑흑... 눈물이 나는구나.”

“그나마 우리 몽몽이는 다한증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아니야. 몽몽이는 우리와 반대로 땀을 못 흘려서 슬픈 동물이야. 원래 개는 에크린샘이 없고, 아포크린샘만 조금 있거든. 땀샘은 적고 털은 많으니 얼마나 덥겠니. 저토록 처절하게 혓바닥만 쭉 내놓고 할딱거리며 체온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더욱 아프구나.”

“흑... 말이나 당나귀는 에크린샘이 발달돼 있어서 전신에서 땀을 흘릴 수 있다는데. 당나귀만도 못한 우리 몽몽이! 우린 모두 다 저주받은 ‘겨땀인’과 ‘겨땀견’인가 봐요!”

순간적으로 비애에 휩싸인 태연과 아빠, 양동이에 겨땀 젖은 수건을 한 번 짜내고, 다시 눈물 닦은 수건을 한 번 짜내며 꺼이꺼이 운다. 짧은 시간 안에 양동이를 다 채워가는 대단한 ‘겨땀 부녀’다.

“아니야.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우리 운명을 극복하는 거야. 다한 극복 프로젝트, 하나!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발한억제제를 바르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단순히 땀구멍을 막는 수준이라서 우리 같은 대용량 겨땀인들은 좀 힘들고. 둘! ‘이온영동치료법’이라는 게 있는데, 전류를 이용해 몸에 발한 억제물질을 주입하는 거야. 부작용은 없지만 자주 병원에 가야 하고 효과도 짧다는 단점이 있지.

셋! 겨드랑이에 보톡스를 맞는 방법도 있어. 보톡스가 썩은 통조림에서 생기는 독소라는 건 너도 알지? 그 독을 맞고 여자들은 근육을 마비시켜 젊음을 찾지만, 우리 같은 겨땀인들은 땀샘에 분포된 신경전달물질을 마비시켜 땀 분비를 차단할 수 있단다. 효과는 뛰어나지만 비싸다는 흠이 있어. 그리고 네 번째! 땀을 분비하는 교감신경을 제거하거나 절단해 버리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좀... 아프긴 할 거야. 그치? 자, 이제 결정의 순간이다. 이 네 가지 방법 가운데 어떤 걸 선택하겠니!”

한껏 기대에 차 있던 태연, 방법이 하나같이 쉽지 않은 것을 듣고는 더욱 큰 소리로 서럽게 운다.

“아빠 미워, 정말 미워! 네 가지 모두 싫단 말야. 앙앙.”

“흑흑... 울지 마 태연아. 겨땀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겨땀 냄새가 이성을 유혹하는 일종의 페로몬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아빠가 엄마처럼 멋진 여성을 아내로 맞은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단다. 그러니까 너도 강력한 페로몬으로 장동건 같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울지 마. 뚝!!”

그때, 회심의 미소를 짓는 태연.

“으흐흐... 품절남 장동건보다 더 좋은 게 있죠. 양동이를 보세요. 아빠가 엉뚱한 얘기하시는 동안 제가 더 많은 땀을 모았어요. 이제 게임기를 내놓으실까요?”

“허걱! 그건 겨땀이 아니라 눈물이잖아! 이건 반칙이라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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