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비만을 부르는 가을 우울증

 

태연, 우수수 잎을 떨구는 공원의 나무들 사이에서 단박에 아빠를 찾아낸다. 푸짐한 몸집을 감싼 짙은 고동색 바바리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눈에 띈다. 

“아빠! 빨리 집으로 가요. 엄마가 당장 아빠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부끄러운 복장은 무언가요. 흡사, 바바리 입은 까똑 누렁강아지 이모티콘 같단 말이에요.” 

“싫다. 난 집에 가지 않겠어. 이제 나의 길을 가련다. My Way!”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빠가 아무리 바바리를 깃 세워 입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는다 해도, 엄마의 이상형인 그 프랑스 배우 알랭드롱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이상형이 아니라 이상한 형 같다고요.” 

“넌 모른다. 엄마도 몰라.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몰라요.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 남자의 마음도 쿵하고 함께 떨어진다는 것을. 낙엽이 신발에 밟혀 뭉그러질 때 남자의 심장도 부서진다는 것을.” 

“엄마가요, 아빠가 가을 어쩌구 이상한 얘기를 꺼내시면 그냥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말해 주라고 하셨어요.” 

“음, 틀린 말은 아니야. 계절성 우울증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는 특정 계절에만 몸이 나른해지고, 기분이 저하되는 우울한 증상이란다. 정신과적인 질환을 앓아본 적 없는 멀쩡한 사람도 약 15% 정도는 가을과 겨울에 이런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2~3% 정도는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병명을 갖게 되지. 

“정말요? 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단다. 밝은 빛을 많이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같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데,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확 줄어드니까 당연히 이런 호르몬 분비도 줄어들고, 우울해진다는 거지. 

“아, 그럼 계절성 정동장애는 주로 남자들이 걸리나 봐요? 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진 않아. 계절과 상관없이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사춘기 후부터 증가해서 노년이 되면 발병률이 줄어든단다. 또 낮에 햇볕 쬘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지. 그런데도 남자가 많이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뭐랄까, 가을과 함께 소멸되는 청춘의 생동감이 남자에게 더 치명적인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랄까…” 

“그러니까 결론은, 여자가 더 우울한데 남자가 더 오버한다 그거잖아요. 암튼, 남자들은 다 애라니깐. 그런데 단지 조금 우울한 감정일 뿐이고 봄이 돼서 햇빛 쨍쨍해지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텐데 무슨 걱정이에요?”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특히 우리같은 비만인들에게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보통의 우울증은 밥맛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오지만, 계절성 정동장애는 정 반대야. 식욕이 급증하고, 특히 달달한 간식에 집착하게 되며, 먹어도, 먹어도 심지어는 먹고 있어도 배가 고픈 증상에 시달린단 말이다. 거기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졸려요. 폭식을 거듭하며 계속 잠을 잔다면 어떻게 되겠니. 당연히 비만인이 되겠지! 그리하여 내년 봄 햇빛이 쨍쨍해질 때 우울한 기분은 사라질지 모르나, 비대해진 몸매는 사라지지 않는 비극을 겪게 된단다.” 

“헐! 여태 들어본 병 가운데 가장 악독한 병이에욧!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요?” 

“일단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도록 볕을 많이 쬐는 게 좋단다. 병원에서도 밝을 빛을 쪼여주는 광치료를 주로 하고 있지. 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볕이 좋은 날 야외 운동을 하면 가장 좋겠지.” 

“아, 그래서 아빠도 햇볕을 쬐려고 공원에 나오신 거였구나. 그런데 엄마가 아빠를 모셔올 때, 꼭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그게 뭔데?” 

“바바리코트 안쪽에 가득 품고 있을 초콜릿을 먼저 압수하라고 하셨어요. 계절성 정동장애 때문에 단것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진 아빠가, 엄마한테 뺏기지 않고 혼자 초콜릿을 다 드시려고 몰래 공원에 나간 게 틀림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럼, 어디 한 번 검사해 볼까요?” 

태연, 아빠 코트를 확 열어젖힌다. 종류별로 쏟아지는 수십 개의 초콜릿! 

“헤헤, 딱 걸리셨네요. 엄마한테 눈감아 드리는 조건으로 반반 나누는 건 어떠실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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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사는 동물의 진짜 집은 어디인가


동물원은 많은 이들에게 유년 시절의 따뜻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여전히 어린이날의 관람객 인파나 새로 태어난 희귀한 아기 동물은 미디어가 담기 좋아하는 행복한 피사체다. 반면 동물원 뉴스는 잔혹한 극단으로도 치닫는다. 아기 기린과 사막여우 같은 희귀종의 탄생을 축하하는 뉴스가 있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선 수가 많고 번식력이 강해 ‘처치 곤란’인 전시동물을 도축농장에 매각하거나 멸종위기종을 불법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한다. 

또한 맹수의 탈출이나, 인간을 공격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사건도 심심치 않다. 지난 8월 과천 서울대공원 호랑이가 사육사 목을 물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나 2010년 미국 씨월드에서 ‘고래쇼’를 하던 범고래 틸리쿰이 조련사를 공격해 숨지게 한 일이 대표적이다. 

뉴스는 행복과 잔혹을 오가고,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지 몰라도 동물에게 동물원이란 뻔한 곳이 아닐까. 그저 ‘감옥’으로 말이다. 에버랜드의 북극곰 통키는 털이 녹색으로 변하고 같은 지점을 왔다 갔다 하거나 머리를 계속 흔드는 이상 행동을 보여 왔다. 국내외 동물보호단체들의 조사와 항의로 북극곰 사육장 실내에 에어컨을 추가로 설치하고, 외부에 차양막을 설치했지만, 북극곰의 생리에 맞는 환경을 만들기엔 역부족이다. 애초에 동물원이라는 좁은 공간과 우리나라 기후가 북극곰에게 맞지 않아서다.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들이 보이는 이상행동 사례는 많다. 한 자리를 맴돌거나 같은 지점을 계속 왔다 갔다 하는 반복 행동, 자신의 배설물을 먹거나 털을 뽑는 등의 자기 학대 행위,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는 무기력한 행동은 야생의 동물에게선 찾아볼 수 없다. 동물원이라는 공간이 낳은 이상행동으로, ‘정형행동(stereotyped behaviour)’이라고 한다. 수명도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야생의 아시아 코끼리와 아프리카 코끼리가 각각 42년, 56년을 사는데, 동물원 코끼리는 각 17년, 19년을 산다고 한다. 

동물원에 사는 동물은 어떤 존재일까? 동물은 야생동물, 가축, 애완동물, 실험동물의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동물원에는 야생동물이 산다.교통 정체에 인파를 감수하고 동물원에 가는 건 사자나 코뿔소, 코끼리, 기린 같이 흔히 보기 힘든 희귀한 야생동물을 보기 위해서다. 하지만 갇혀 사는 동물원 동물들의 처지를 ‘야생’이라 하긴 어렵다. 아프리카가 서식지라고 되어 있지만, 아프리카는커녕 동물원 정문 앞도 나가보지 못한 동물들도 상당수다. 지난 봄 메르스로 동물원 낙타들이 격리되던 때, 그 낙타들의 출생지는 과천이라고 떠들썩하게 보도되기도 하지 않았는가. 

관람용으로 수익을 낸다는 점에 비중을 두면 ‘가축’에 가깝고, 본래의 야성이 어떠하든 친근하게 느끼고 늘 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선 애완동물의 성격도 있다. 또 실험동물의 성격도 없지 않다. 영국의 런던동물원은 현대 동물원의 원조인 셈인데, 1829년 당대 동물학계가 뜻을 모아 만들며 설립 이유 중 하나로 ‘동물의 기관, 조직, 세포의 기능을 연구하는 동물 생리학’을 꼽았다. 멸종 위기종의 번식과 복원을 위한 동물원의 역할이 강조되는 지금은 이 성격이 더욱 강해졌다. 동물원의 연구 기능은 점점 더 부각되고 있는데, 자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활용해 첨단 과학의 과제를 해결해가는 ‘생체모방(biomimicry)’ 연구 거점이 되기도 한다. 미국 샌디에고 동물원은 지난 2012년 동물원 중 최초로 생체모방연구소를 세웠다. 

야생동물을 보러 동물원에 간다고 하지만, 우리가 동물원에서 만나는 동물은 머나먼 태생이 ‘야생’일 뿐 가축과 애완동물, 실험동물이 뒤섞인 존재인 셈이다. 애초에 동물원은 동물이 아니라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더 자연에 가깝고, 야생다운 환경을 위해 공을 들인 이유도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동물의 행복이 우선 목표는 아니다. 그만큼 동물원 동물들이 야생성을 잃어버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미래의 동물원은 어때야 할까? 여전히 인간의 흥미를 위해 동물이 희생해도 좋을까? 

최근 높아지는 동물 복지, 동물권에 대한 요구는 생물학계의 오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1960년대 후반 이후 생물학자들은 원숭이, 코끼리, 고래, 돌고래, 늑대 등 여러 종의 동물들을 대상으로 동물의 감정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 동물이 행복, 분노 등의 1차적 감정뿐 아니라 애도나 유머, 수치심 등을 느낀다는 결과를 얻었다. 감정을 처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의 방추세포는 한때 인간과 대형 유인원들만 가졌다고 여겨졌지만, 고래들은 인간보다 더 많은 방추세포를 지녔다고 밝혀졌다. 또 동물들도 즐거움을 느낄 때 인간처럼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한다. 인간만 ‘마음을 가진’ 존재라고 더는 우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동물원은 어떻게 인간을 위한 장소에서 동물을 위한 곳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주목받는 동물원의 역할은 멸종위기종을 번식시키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일이다. 세계 유수의 동물원들이 관람이 아니라 보전을 일차 기능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브롱스 동물원과 오마하 동물원은 종보전센터를 표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이 서울대 수의대와 공동으로 산양, 수달, 반달곰, 삵 등 야생동물들에 대한 유전자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주동물원을 사자나 코끼리, 기린 같은 전 세계 동물원의 공통 인기 동물 전시가 아니라 토종 멸종 동물이나 멸종위기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동물원의 변신 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수백 년간 전시할 동물을 얻기 위해 야생을 파괴해온 동물원이 동물을 보전할 책임기관으로 변모하리란 기대는 환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번식 프로그램이나 연구는 동물원 동물을 더 생산하기 위한 방편이 되리란 지적이다. 

살아있는 동물이 없는 동물원은 어떨까? 일본의 오비 요코하마는 ‘대자연 체감 뮤지엄’이라 표방한다. 동물의 생태를 실물 크기의 영상으로 보면서 입체음향과 진동, 바람, 안개, 냄새, 온도 등을 실감나게 느끼도록 만든 곳이다. 이곳은 영국의 BBC 방송과 게임회사 세 곳이 협력해 만들었다.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신개념 동물원들의 등장이 기대된다. 

우리에 갇힌 동물이 안쓰러워도 동물원이 없는 삶을 선택하긴 망설여진다. 인간은 점점 자연과 멀어지고 있기 때문에 더 자연이 그립고, 더 동물을 보고 가까이 두고 싶어 하는 건 아닌가. 날 것 그대로의 자연이 필요한 건 동물원 동물만은 아닐지도.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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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는 ‘폭풍 졸음’, 혹시 기면증?

직장인 최 모(29)씨는 최근 불면증 때문에 수면 클리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지는 질환인 ‘기면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수시로 밀려드는 졸음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많았지만, 늘 자신이 의지가 부족한 거라고만 생각해 왔다.

기면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미국 역학 조사에 따르면 인구 2000명 중 1명이 기면증 환자다. 이를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하면 현재 추산되는 환자만 2만 5000명이다. 이에 비해 기면증 확진을 받은 환자는 2500명 정도에 불과해, 나머지 90%는 자신이 기면증인 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 졸음과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면증은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잠에 빠지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낮잠 검사를 했을 때 8분 이내에 잠들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다. 얕은 잠을 거치지 않고 바로 꿈꾸는 잠, 즉 렘(REM) 수면에 빠지기 때문에 잠이 들 때쯤 꿈 꾸는 듯한 경험을 한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이 빠진 렘 수면 단계에서 갑자기 잠이 깨는 현상인 ‘가위눌림’도 자주 겪는다. 낮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밤에 잠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정상인보다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밤에는 오히려 불면 증상이 나타난다.

■ 뇌를 깨우는 신경 전달 물질 부족해 잠이 온다

기면증은 뇌에서 각성을 유도하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생긴다. 더 정확하게는 하이포크레틴을 만드는 뇌 시상하부의 신경 세포체가 정상인보다 훨씬 부족하다. 흔히 ‘기면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증후군이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이 분명한 ‘질환’이다.

1880년 프랑스의 젤리노 박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졸음’에 ‘narcolepsy(기면증의 영어 이름)’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1950년대 미국의 디멘트라는 학자가 기면증 연구를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기면증 증상이 있는 개를 순종 교배 시켜 선천적으로 기면증이 있는 개를 탄생시켰다. 그 개의 뇌를 조사했더니 하이포크레틴을 만드는 세포체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다.

현재 학계는 기면증을 면역 세포가 자기 몸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신종 플루 백신을 맞은 청소년에서 기면증 발병률이 급증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백신에 이상이 있었다. 다시 말해, 면역계 이상으로 우리 몸속의 면역 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파괴하는 바람에 기면증에 걸린다.

주로 15~16세의 청소년 시기에 처음 발병한다.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나 신종 플루에 걸리면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든다. 사춘기에는 뇌 조직과 구조가 급격히 바뀌기 때문에 이런 항체가 엉뚱하게도 뇌의 특정 부위를 공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가 면역 질환이 이런 이유로 사춘기 때 처음 발병한다.

기면증은 유전되지만, 환경 요인이 더 중요하다. 선천적으로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절반만 갖고 태어났더라도 졸린 증상이 없으면 기면증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사춘기 때 독감에 걸려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체 수가 훨씬 줄어들면서 기면증에 걸릴 수 있다. B형 간염 환자의 가족은 모두 보균자지만, 모두가 간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의 면역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 기면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발병 초기에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다 파괴하기 전에 면역 치료를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 억제제를 썼을 때 기면증이 완치됐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 도파민 분비하는 약으로 정상 생활 가능

문제는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500명의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에서 실제로 진단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 평균 15년 걸렸다. 기면증 자체가 심한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른 합병증을 유발하지 않고 졸음이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의학 전문가인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는 "특히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 때문에 기면증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영화나 방송에는 기면증 환자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잠을 자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긴장하거나 흥분할 때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 발작’은 가장 잘 알려진 기면증의 특징이지만, 탈력발작을 겪는 환자는 상위 1%에 드는 극심한 경우다.

진단을 늦게 받는 환자는 수년간 졸음 때문에 못 견디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울증을 겪거나 활동량이 부족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하이포크레틴은 식욕 조절 기능도 있는데, 이 호르몬이 부족한 기면증 환자들은 폭식을 하는 경향도 있다. 과체중이 될 위험이 정상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갑자기 심각하게 졸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신 원장은 "우리 병원에 온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발병에서 진단까지 평균 7년이 걸렸다."라며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진단 기간이 짧은 건 기면증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 인식도가 높아졌고 특히 교육열이 높아 졸음으로 성적이 떨어진 중고생들이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병한 지 수년이 지나 확진을 받을 때면 세포체가 모두 죽었을 가능성이 높아 면역치료는 불가능하다. 현대 의학으로 기면증을 완치하는 방법은 줄기세포 외에 없지만, 그래도 약물을 이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하다. 현재 기면증 치료제로 이용하는 ‘모다피닐’은 섭취했을 때 도파민, 세로토닌, 히스타민 같은 각성 물질이 분비되도록 돕는 약물이다. 매일 약을 챙겨만 먹어도 졸리지 않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 엡워스 졸음증 척도
이 척도 자체가 기면증 진단을 위한 도구는 아니지만, 병적인 졸음 정도를 손쉽게 평가할 수 있어서 많이 사용한다. 최근 일상생활을 기준으로 다음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졸거나 잠이 드는지 답해 보자. 총점이 11점 이상이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다. (전혀 졸지 않는다=0, 졸 우려가 약간 있다=1, 졸 우려가 중간 정도 있다=2, 졸 우려가 매우 높다=3)
* 앉아서 책을 읽을 때 ( )
* TV 시청할 때 ( )
* 공공장소(극장, 회의실 등)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 )
* 승객으로서 쉬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갈 때 ( )
* 오후 시간에 짬이 나서 휴식을 취하려고 누울 때 ( )
* 앉아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 ( )
* 술 없이 점심 식사를 하고 조용히 앉아있는 경우 ( )
* 차안에서, 운전 중 차가 막혀서 몇 분간 멈추어 서 있을 때 ( )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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