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10도 이상 차이나고 있다. 이렇듯 일교차가 심해지면 자연은 날씨에 순응해 그 모습을 바꿔 나간다. 푸른 잎은 울긋불긋 물들고 찬바람이 불면 낙엽이 진다. 하지만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꾸는 건 자연뿐만이 아니다. 인간 역시 소소한 변화를 겪게 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낙엽 지듯 머리카락이 우수수 떨어지는 탈모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

머리카락도 계절을 탄다?
봄과 여름은 머리카락의 ‘성장기’에 해당된다. 무럭무럭 자라던 머리카락은 낙엽이 지는 가을이 오면 잠시 멈춘다. 가을은 이른바 머리카락의 ‘휴지기’로, 날씨가 건조해지면서 두피도 건조해져 조그만 외부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또한 가을철에는 일조량이 줄고 남성호르몬 분비가 증가하기 때문에 탈모 환자가 급증한다. 따라서 기존에 탈모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가을철에 탈모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탈모’ 하면 생각나는 대머리의 증상은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서 이마, 정수리, 뒤통수 등이 벗겨지는 것을 말한다. 머리카락의 평균수명은 남자가 2~4년, 여자는 4~6년 정도다. 머리카락은 하루에 약 50~70개가 빠지는데, 이 보다 정도가 심하다면 탈모를 의심해 봐야 한다.

대머리에도 성별의 차이가 있다. 남성은 우리가 흔히 보는 대머리 형태로 머리가 빠지지만 여성은 이마의 모발 중심부부터 서서히 빠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탈모의 원인은 스트레스, 발열성 질병, 임신, 남성호르몬, 유전, 다이어트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남성호르몬은 탈모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탈모에 영향을 주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일시적으로 많아진다. 과도한 테스토스테론은 모발이 자라는 데 필요한 단백질 합성을 지연시켜 결국 모발수를 줄어들게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은 인체 내에서 5-알파환원효소에 의해 DTH(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로 바뀌는데, 이 물질이 모발이 자라는 기간을 줄이고 모낭 크기도 감소시킨다. 또한 여름에 땀과 피지, 먼지 등 오염물질이 두피에 침투해 모근을 막아버려 두피 상태가 나빠지면 많은 양의 모발이 휴지기 상태가 되는 9~11월에 집중적으로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탈모가 시작됐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최근 들어 급격히 비듬이 늘어났거나 하루 100개 이상 머리카락이 빠지는 경우, 모발이 윤기가 없고 가늘어지며 탄력이 없고 잘 끊어지는 경우, 두피와 모발에 기름기가 과도하게 흐르거나 부쩍 머리숱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탈모의 전조증상으로 의심해봐야 한다.

탈모가 많이 진전되어 치료를 원한다면 약물요법이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수술법을 시도할 수 있다. 약물요법은 오래전부터 사용해왔던 방법으로 머리카락이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는 약물요법과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방지하는 약물요법이 있다. 전자는 머리카락의 주성분이 단백질임을 감안해 충분한 영양을 공급해 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앞서 말한 탈모의 주원인인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약물요법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염려해야 하고 장기 복용을 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두 번째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이식하는 자가모발 이식술이 있다. 아무리 심한 대머리라고 해도 탈모는 머리 전체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이것은 탈모에 영향을 주는 Ⅱ형 5알파-리덕타아제라는 효소가 주로 앞머리와 윗머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식부위가 넓은 경우 이식할 수 있는 충분한 모발을 얻기가 쉽지 않으며, 동양의 경우 서양인에 비해 모발의 밀도가 떨어져 평생 이식할 수 있는 모발의 숫자가 6,000개 안팎으로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비용이 수백~수천만 원에 달해 부담이 크다.

그렇다면 탈모를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먼저 할 일은 자신의 두피와 모발 상태를 정확히 이해하고 원인에 맞는 관리법을 찾는 것이다. 우선 두피와 모발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한다. 요즘과 같이 선선하고 건조한 날씨에는 각질이 증가하기 때문에 두피에 각질이 쌓이지 않게 하루에 한 번씩 머리를 감는 것이 좋다. 샴푸를 이용해 두피 전체를 마사지 하듯 문지르면 두피까지 세정이 되어 모공이 막혀 탈모가 일어나는 것을 미리 예방할 수 있다. 매일 머리를 감되, 아침보다는 저녁에 귀가 후 쌓인 먼지를 씻어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탈모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남성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 원인을 찾아 줄이도록 한다. 남성호르몬은 지나친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경우 과다 분비된다. 남성호르몬은 여성호르몬보다 활동적이기 때문에 반드시 열을 동반한다. 열은 위로 상승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러한 열을 식혀주고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기관이 우리 몸의 신장이다. 하지만 남성호르몬의 과다 분비로 열 발생이 많아지면 신장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결국 기력이 떨어지고 머리카락도 빠지게 되는 것이다. 약화된 신장의 기능을 끌어올리고 열과 기혈 순환을 원활하게 만들어 머리로 몰리는 혈액순환을 회복시킨다면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최근에는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증가하면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식생활 습관 등으로 인해 여성들도 탈모의 위험에 많이 노출되어 있다. 아무리 좋은 약과 치료법이라도 과도한 스트레스, 과식, 음주, 흡연 등 식생활습관이 개선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때문에 긍정적인 마인드로 스트레스에 유연하게 대처하며 건전한 생활습관을 갖는다면 탈모의 걱정으로부터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366호 ‘머리 감고 싶은 대머리 김 과장(2005년 11월 11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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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은 힘이 없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배는 아프지만 화장실에 가도 나올 것이 없으니 짜증만 난다. 아침부터 시작된 설사가 멎은 뒤 찾은 이곳은 병원이다.

설사, 복통, 구토. 전형적인 식중독 증상입니다. 설사는 독소를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자연스러운 반응이니까 일단은 그냥 지켜보고요. 두 끼 정도 금식하면서 단 음료로 칼로리를 보충하면 금방 회복될 겁니다. 그런데 도대체 뭘 먹은 거예요?”

의사의 질문에 태연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간신히 실토한다.

“사실 식빵에 파란색 곰팡이가 슬었는데… 예전에 선생님이 푸른곰팡이가 페니실린이라는 약품의 원료가 됐다고 하셔서 먹어도 되는 줄 알고….”

‘허걱!’

태연의 대답을 들은 의사와 아빠는 동시에 다리에 힘이 쭉 풀린다.

“태연아, 곰팡이에서 이로운 성분만 빼내야 약이 되지…. 곰팡이를 먹으면 어떻게 하니?”

“그래, 아빠 말씀이 맞다. 균 때문에 걸리는 식중독은 간단한 병이 아니야. 심하면 사망할 수도 있어.”

“정말요? 그럼 전….”

“아냐, 태연이가 걸린 식중독은 심하지 않아. 푸른곰팡이를 먹었다고 했지? 곰팡이는 실처럼 길고 가는 모양의 균사로 되어 있는 사상균이란다. 또 식중독균 중 가장 대표적인 포도상구균은 고기나 우유처럼 단백질이 많은 음식 중 상한 것을 먹으면 걸려. 이런 식중독들은 대개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2~3일이면 낫는단다.”

“그럼 식중독 걱정하지 말고 아무거나 잘 먹는 게 좋을까요?”

“안 돼! 식중독 균은 수백종류가 넘고, 치명적인 것도 많으니까. 특히 여름철엔 음식을 조심해야 해. 살모넬라균에 중독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달걀을 완전히 익혀먹고 금이 간 달걀은 절대 먹지 말아야 해. 또 날생선이나 덜 익은 조개류를 먹고 비브리오 식중독에 걸릴 수 있으니 더욱 조심해야 하지.

“식중독균이 그렇게 많아요? 왜 그렇게 식중독균이 많아요? 사람을 아프게 하는 것 외에 아무런 쓸모도 없으면서….”

<포도상구균은 식중독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세균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꼭 그렇지도 않단다. 요즘은 죽음에 이르게 할 만큼 강력한 식중독균이 의료 분야에 사용되기도 하거든.”

“의료요? 병원에서 쓴다는 말씀이세요?”

“그래. 주름을 없애기 위해 맞는 보톡스 주사가 사실은 식중독균으로 만든 거란다. 썩은 소시지나 통조림에서 자주 발견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톨리눔’이라는 균인데, 근육을 마비시켜 심하면 죽을 수도 있어.

“어? 그 주사가 그렇게 위험한 주사였어요?”

“보톡스 주사를 맞는다고 식중독에 걸리는 건 아니란다. 1970년대에 보톨리눔 균을 아주 조금만 주입하면 특정 부위의 근육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근육질환 환자의 치료제로 쓰이기 시작했지. 최근에는 얼굴에 주름을 만드는 표정근육을 마비시킬 수 있어 주름 제거용 시술에 쓰이게 됐고.”

“그럼 비싼 보톡스 주사가 겨우 식중독균이고 주름을 없애는 게 아니라 근육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요? 식중독과 보톡스가 패밀리라니 좀 이상한데요….”

재밌는 얘기로 생기를 되찾은 태연은 의사선생님 대머리의 주름을 보자 불현듯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주름… 보톡스… 식중독… 세균…. 아, 그러고 보니 대머리와 식중독도 패밀리에요! 장마철에는 세균이 식중독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대머리도 만든다고 배웠거든요. 특히 살모넬라균이나 대장균 같은 균들은 염증을 일으켜서 대머리 만들기에 딱 좋다고 하더라고요. 장마철엔 두피에 습기가 많이 차서 세균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에 외출하거나 잠자리에 들 때 두피까지 완전히 말려야 대머리가 안 된다고 했어요. 의사선생님은 머리 감고 그냥 주무셨구나요?”

태연의 말에 아빠는 황급히 태연의 입을 막았고 의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눈가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듯 경미한 마비가 스쳐 지나갔다.

“하하하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전 유전입니다. 일단 약을 하루치 지어줄테니 내일 또 오시고… 오늘은 될 수 있으면 아무 것도 먹지 마시고… 크흠. 주사 한 대 맞을까요? 간호사!”

그의 손에는 평소보다 유달리 큰 주사기가 들려있었다.

글: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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