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치 아르바이트 수입을 몽땅 털어서 떠난 유럽 배낭여행. 여기가 유럽이라고 생각하니 땀이 수돗물처럼 콸콸 쏟아져도, 뱃속에 들어간 게 팍팍한 바게트뿐이라도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정수와 기석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찾았다. 기석은 내심 박물관은 지겹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수는 ‘루브르!’를 외치며 아침부터 설레는 눈치다.

“이 방은 대기실인가, 그림은 없고 사람만 가득 있네.”
기석이 두리번거리자, 정수가 기석의 팔을 잡아끌며 속삭인다.
“여긴 모나리자의 방이라고. 이 루브르에서도 혼자 방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대단한 그림이지.”
인파가 지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려 드디어 그림 가까이에 다가선 정수와 기석. 기석은 한숨이 먼저 나왔다.
“휴우~, 고작 이거 보려고 이렇게 기다렸다는 거야. 이렇게 작은 그림이었어? 책으로 보는 게 훨씬 낫겠다. 그리고 모나리자의 미소는 도대체 어디 있냐? 완전히 심드렁한 표정이네, 뭐가 신비롭다는 건지. 직접 보니 왜 다들 ‘모나리자, 모나리자’ 하는지 더 모르겠다.”
정수는 모나리자를 정면에 놓고 투덜거리는 기석을 끌어 그림이 옆에서 보이는 자리로 옮겼다.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봐. 미소를 짓고 있는지 아닌지 말이야.”
“앞에서 보나 옆에서 보나 뭔 차이가 있겠냐.”
마지못해 다시 그림을 본 기석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조금 전에는 분명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그림 속 여자가 슬그머니 웃는 얼굴로 보인다.
“에헤, 이쪽에서 보니까 약간 웃는 것도 같긴 하네. 조명 때문인가?
정수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이게 바로 우리 같은 물리학도들이 모나리자를 직접 봐야 하는 이유지. 너도 이제부터라도 미술에 관심을 좀 가지렴.”
기석은 정수의 말이 아리송하기만 하다.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상 그의 본업은 과학자에 가까웠다. 그러니 다빈치의 미술 작품이 과학자들의 연구대상으로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과학자들은 다빈치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모나리자에 담긴 비밀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해왔다.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은 누구인가? 혹시 다빈치 자신은 아닌가? 모나리자는 미완성인가? 모나리자는 웃고 있는 것인가 아닌가? 미소처럼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뿌옇게 보이는 스푸마토 기법은 어떻게 그려진 것인가? 이처럼 모나리자에 대한 궁금증은 셀 수 없이 많다. 모나리자의 비밀은 근래 들어 과학의 힘으로 상당수 그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애초에 모나리자는 과학적 연구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빈치는 해부학 연구에 매진했으며, 특히 눈을 이해하기 위해 힘썼다. 다빈치는 안구를 정교하게 해부하기 위해 삶은 달걀에서 형성되는 글루타민산염으로 안구를 고정시키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오늘날에도 다빈치의 방식과 유사하게 안구 해부에 앞서서 파라핀 같은 응고물로 안구를 고정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눈의 해부학적인 구조를 파악하는 것과 더불어 빛의 성질을 파악하는 일에도 힘썼다. 본다는 것은 눈, 즉 생물학적인 부분과 빛이라는 광학이 결합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빈치는 원근법의 원리를 연구했고, 명암의 미묘한 차이와 빛의 분산을 이해하기 위해 다면체의 각 면에 내리쬐는 빛을 관찰하고 기록을 남겼다. 이 관찰과 연구의 결과물 중 하나가 모나리자로 대표되는 다빈치의 초상화인 것이다.

앞서 기석이 말한 것처럼 어떨 때 모나리자는 웃기는커녕 무섭게 느껴질 정도로 무표정해 보인다. 하지만 다시 보면 웃는 듯도 보인다. 모나리자는 정말 웃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보고 모나리자가 웃고 있다고 느끼는 것인가?

미국 하버드 의대의 신경과학자 마가렛 리빙스톤은 2000년 모나리자의 미소는 주변에서 볼 때가 정중앙에서보다 미소가 선명하게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밝혔다. 2005년에는 망막에서 대뇌피질의 후두엽에 있는 시각령까지 이르는 경로에 무작위로 끼어드는 노이즈가 미소의 발견 여부를 결정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스페인의 신경과학자 루이스 마르티네즈 오테로와 디에고 알론소 파블로의 연구에 의하면 그림의 크기와 명도, 위치 등 시각 경로의 조건에 따라 미소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게 된다. 이는 눈이 복합적인 신호를 뇌에 보내기 때문이다. 망막의 세포들은 사물의 크기, 명도, 위치 정보를 코드화해 각각 다르게 분류된 정보를 뇌에 전달한다. 이 때문에 조건의 변화에 따라 미소를 보거나 볼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같은 연구에서 빛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흰 화면을 30초간 보여준 뒤 모나리자를 보여준 경우와, 검은 화면을 보여준 경우를 비교하자 흰 화면을 본 쪽이 미소를 더 잘 포착했다.

모나리자는 그림의 왼쪽 입술은 일자로 다물고 있는데 반해 오른쪽 입술은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 웃는 입 모양을 하고 있다. 한성대 미디어디자인학부 지상현 교수에 의하면 보통 오른손잡이들은 우뇌를 이용해 왼쪽 얼굴을 중심으로 전체 표정을 인식하기 때문에 모나리자는 무표정한 듯하면서 순간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보이게 된다. 만일 모나리자의 그림을 합성해 좌우를 바꾸거나, 좌우 모두를 웃는 쪽, 무표정한 쪽으로 합성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면 어떨까? 좌우 입술 모양을 바꿔 왼쪽 입술의 입 꼬리가 올라가도록 만들 경우 웃는 표정이 더 우세해지지만 신비감은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모나리자 미소의 비밀은 절묘하게 배치된 입술 모양에만 있지 않다. 다빈치가 사용한 안개처럼 뿌옇게 보이는 스푸마토 기법은 그림의 윤곽선을 희미하게 만든다. 최근 프랑스박물관연구복원센터와 그르노블 유럽가속방사광설비 학자들이 X선 형광분광기를 통해 모나리자를 분석한 결과 스푸마토 기법, 즉 안개와 같이 흐릿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다빈치는 여러 번의 덧칠을 했는데, 한 번 덧칠된 막의 두께는 머리카락의 절반 가량인 40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며, 최대 30겹까지 칠했다고 한다.

정교하게 제작된 뿌연 윤곽선은 시신경에 혼란을 부른다. 우리 눈의 망막 뒤쪽 시신경에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가 연결되어 있는데, 원추세포는 색깔과 정지한 사물을, 간상세포는 명암과 운동하는 물체를 인식한다.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유재준 교수는 동물적 감각에 더 가까운 역할은 간상세포가 한다며, 다빈치가 윤곽선을 희마하게 표현하는 방식이 간상세포를 자극해 다양한 반응을 유도한다고 밝혔다.

모나리자는 어느 순간, 어떤 사람에게는 인자한 미소지만 동시에 섬뜩하고 무서운 느낌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과학은 그러한 느낌이 우연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가진 것임을 알려주고 있다. 그렇다면 다빈치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의도해 모나리자를 그렸을까? 모나리자에 숨겨진 비밀들이 밝혀질수록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천재성에 대한 감탄도 커져만 간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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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에피소드3(Star Wars: Episode III)’을 보면 다스 베이더(아나킨)의 아내인 공주 파드메가 쌍둥이(루크와 레아)를 낳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의사는 보이지 않는다. 의사를 대신하는 로봇이 생체 활력을 체크하고 약물을 주입하며 출산을 도울 뿐이다. 이렇게 로봇 손에 태어난 루크는 나중에 악의 무리 수장이 된 다스 베이더와 대결하게 되고, 다스 베이더는 결투 중 루크에게 명대사 ‘내가 네 아빠다(I’m your father)’란 말을 하게 된다. 엉뚱하지만 ‘네가 로봇 손에 태어났어도 아빠는 로봇이 아니라 나다’라는 말을 원망을 섞어 한 것이 아닌가란 상상을 해본다.

먼 미래엔 로봇이 아이를 받는 일이 일상적인 일이 될지도 모른다. SF영화 한 장면만 보고 비약적인 상상을 하는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상상이 무모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학 발전이 빠르다.

최근에는 혈관을 따라 움직이면서 혈전으로 막힌 혈관을 뚫을 수 있는 지름 1mm, 길이 5mm 크기의 마이크로로봇이 개발됐는데, 이 소식을 들으니 1987년에 개봉한 멕 라이언 주연의 ‘이너스페이스(Innerspace)’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당시 획기적인 SF영화였던 이 작품은 소형 잠수정을 타고 혈관을 통해 몸속을 돌아다닌다는 내용이다. 이번 개발을 통해 사람이 타는 잠수함은 아니지만 몸속을 돌아다니는 로봇은 실현된 셈이다.

현재 개발된 마이크로로봇은 작은 드릴을 가지고 있으며 외부 자기장으로 방향을 조절해 혈관의 혈전을 제거할 수 있다. 지금까지 혈전을 제거하는 방법은 약물로 녹이거나 긴 와이어(철사)를 이용해 제거하는 방식이어서 한계가 있었다. 마이크로로봇의 기술이 더 개선이 된다면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된다.

로봇은 산업계에서 이미 중요하게 쓰이고 있다. 사람이 하기 힘들거나 위험한 작업을 대신해주는 로봇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오차 없이 정확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장점들이 의료 영역에 적용되기 시작하면서 의료용 로봇도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은 다빈치 로봇이다. 의사의 손을 대신하는 이 로봇은 수술용 콘솔에서 의사가 조작하는 대로 작동해 정밀한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심지어 의사의 손 떨림까지 보정하기 때문에 ‘외과 의사는 나이 들면 손이 떨려 수술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말이 됐다. 2009년 말을 기준으로 다빈치 로봇은 전 세계에 1,187대나 판매됐고, 국내에도 28대가 들어와 사용되고 있다. 또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기존 수술에 비해 수술 상처가 작고 출혈 같은 부작용이 적어 입원 기간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된다.

다빈치 로봇 말고도 다양한 의료 로봇이 있다. 고관절과 무릎관절을 인공 관절로 대체할 때 보조물과 뼈 사이의 접촉률을 높이는 데 쓰이는 로봇 로보닥(RoboDoc)도 유명한 의료용 로봇이다. 이 로봇은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인 윌리엄 바거(William Bargar)가 IBM의 재정 지원을 바탕으로 개발했는데, 외과 의사가 수작업으로 작업할 때 20%에 불과하던 보조물과 뼈 사이의 접촉률을 97%까지 끌어 올리며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로보닥과 비슷한 역할의 토종 의료용 로봇인 아스로봇(ArthRobot)도 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윤용산 교수와 충북대 의대 원중희 교수가 공동 개발한 이 로봇은 그리스어 관절(arthro))과 로봇이란 단어가 합쳐진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정형외과 관절 수술에 사용되는 로봇이다.

캡슐 내시경도 의료 로봇 분야에서 뺄 수 없는 훌륭한 로봇이다. 현재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가 가진 단점은 입이나 항문을 통해 관을 넣어야 한다는 사실인데, 검사의 정확성은 좋지만 환자에게 큰 불편을 주고 소장을 검사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최근에 개발된 삼키는 캡슐 내시경은 초소형 카메라가 달려있어 음식이 지나가는 위와 소장, 대장을 연속해서 촬영해 무선으로 영상을 전달해 준다. 이 내시경은 지름 11mm, 길이 26mm, 무게 3.7g이다.

이 캡슐 내시경은 원래 미사일 유도에 필요한 전자 눈 장치(electro-optical image device)를 개발하던 무기 개발 연구자가 소화기 내과 의사와 이야기하던 중 나온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소형 미사일을 만들면, 사람이 이 미사일을 삼켰을 때 미사일 눈으로 내부 장기를 볼 수 있고 이 사진을 밖으로 보내는 검사 장비로 쓸 수 있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캡슐 내시경은 아직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다. 캡슐이 무작위로 사진을 찍다 보니 실제 병이 있는 부위를 놓칠 수 있고, 병변이 발견될 경우 다시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조직 검사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캡슐 내시경은 위장관 전체에 병변을 가지는 몇 가지 질환과 원인이 불명확한 위장관 출혈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쓰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의료용 로봇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환자 치료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최소한의 침습(수술 부위가 작고, 덜 아프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둘째, 원격 조언(telementoring), 원격 수술(telepresence surgery)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다빈치 로봇은 해외에 있는 환자를 국내 의사가 수술할 수 있고, 캡슐 내시경은 환자가 약속한 날에 집에서 먹고 검사 결과는 의사가 병원에서 할 수도 있다.

셋째, 기술의 발달로 더 작게, 더 편리하게 개선되고 있다. 현재 삼키기에 다소 부담스러운 캡슐 내시경이나, 혈관을 타고 다니는 마이크로로봇의 기술 개선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넷째, 아직 의사(doctor)의 의학적인 의사 결정(desicion making)을 대신하는 인공 지능이 로봇에 적용되고 있지는 않고 의료용 로봇 대부분은 의사의 진료 및 수술에 도움이 되는 보완재로 사용되고 있다. 스타워즈의 로봇의사를 당장 기대하긴 이르다는 말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 속도가 항상 기대보다 빠르다는 것을 생각해 보건데, 의사 로봇이 나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절대 아니다. 환자의 정보를 바탕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인공 지능을 가진 알고리즘도 개발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앞으로 의료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도는 수술과 처치에 국한되지 않고 더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 : 양광모 코리아헬스로그 편집장/비뇨기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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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위에서 로봇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사람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과학소설에나 존재했던 수술로봇이 직접 환자에게 응용되고 있는 셈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사람이 손으로 수술하는 것 보다 경과가 좋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람 손을 대신해 예리한 메스를 잡아 암 덩어리를 잘라내고 정밀하게 실과 바늘로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수술로봇. 흔히 ‘다빈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로봇은 1999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작년까지 세계적으로 946대가 팔려나갔다.

이 중 대부분인 870대는 미국 및 유럽의 병원에 설치돼 있으며, 아시아에 48대가 보급돼 있다. 일본에 6대가 도입되어 있고 중국은 11대, 그리고 우리나라에 20대가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선 가장 많은 수술로봇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수술로봇이 가장 처음 도입된 것은 2005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그해 7월 15일 첫 로봇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부터 국내 유수의 병원(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한강성심병원, 고대병원, 부산 동아대병원 등)들이 앞 다퉈 다빈치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6월,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가 개장했다. 이곳은 로봇 수술 조작법을 배우는 곳으로 의사나 간호사들이 수료과정을 거쳐 정식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다빈치는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팔과 몸통으로 구성돼 있는 로봇 카트(the robotic cart), 의사가 로봇을 조종하는데 쓰는 수술콘솔(the operating console)이 그것이다. 로봇카트와 수술콘솔은 전선으로 연결돼 있어 수술실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관계는 없다.

로봇 카트는 약 2m의 높이로 무게가 544㎏이나 나가는 꽤 거대한 물체다. 본체에는 4개의 팔이 붙어 있다. 가운데 있는 팔에는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는데 사용하는 복강경(endoscopic stack) 카메라가 붙어 있고, 그 주위로 수술용 기구를 다루는 팔이 3개가 더 붙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술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다빈치는 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양쪽 손의 엄지와 검지를 수술콘솔 안에 있는 골무에 끼우고 움직이면 로봇팔에 붙어있는 수술집게도 그대로 움직인다. 밑에 있는 발판을 밟고 팔을 앞, 뒤로 움직이면 로봇팔도 따라서 작동한다.

단지 사람 손처럼 자연스럽지 않아서 미세한 감각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손으로 환부를 꿰매던 실을 잡아 당겨보면 팽팽한 느낌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다빈치로 수술할 때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 화면을 보면서 실이 당겨지는 화면을 보고 어림짐작을 할 뿐이다. 또한 수술 도중 환자를 움직이게 하려면 로봇팔을 환자의 몸속에서 꺼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수술할 경우 수술을 받는 사람의 몸에는 4개~6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야 하지만 칼로 수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상처가 적다. 로봇수술을 받으면 환자의 회복이 빨라지는 이유이다.

<다빈치가 설치된 수술실 전경. 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할 경우 가장 큰 이점은 환자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압도적으로 넓은 수술시야이다. 3D 카메라로 환자의 몸속을 비춰 보여주니 입체화면처럼 멀리 있는 곳과 가까이 있는 곳을 구분할 수 있고, 수술하는 곳을 10배까지 확대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의사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몸에 더 큰 상처를 내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또 수술의사의 손이 떨려도 로봇 팔에는 떨림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손이 다소 떨리는 사람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진다.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떨림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빈치는 어떤 치료에 활용되고 있을까? 가장 우위를 자랑하는 것이 전립선암 수술이다. 전립선을 제거하는 경우 기존의 수술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근래에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다빈치의 반 이상이 비뇨기과 수술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돼 있는 다빈치는 전립선 및 신장 수술과 같은 비뇨기과 수술이 대부분인 미국, 유럽과는 달리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이 병원에서 시행된 총 2,314건의 로봇 수술 중 비뇨기과 수술은 971건이지만,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수술을 중심으로 한 외과 수술은 1,147 건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이 외에도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심장외과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빈치는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이미 표준 치료로 인정되었으며, 신장암(부분신장절제술) 및 방광암도 곧 표준치료로 등록될 예정이다. 이것은 많은 수술건수를 통해 안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흉부외과와 이비인후과에서는 가슴뼈를 손상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어 심장수술과 식도암수술 등에서 조금씩 사용되고 있다. 외과영역에서는 대장암(직장암) 등을 다빈치로 수술하는 사례가 많지만, 현재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아직 모든 의사의 동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로봇수술이 정착되려면 한계가 많다. 우선 수술비용이 비싼데, 대략 1,000만원을 넘어간다. 독점적으로 다빈치를 공급하고 있는 제조회사에서 수술비용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영화나 소설처럼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치료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도 로봇은 당분간 외과의사를 위한 기구로 남을 것 같다. 그러나 로봇의 장점을 이용해 더 나은 치료방법을 발전시키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곧 원격치료도 가능해진다니, 미국에 있는 환자가 아플 때 한국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에는 사람보다 로봇 의사를 볼 때 더 안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도움말 :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이강영, 나군호 교수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물리 엔진을 이용한 수술 로봇의 동작 범위 분석 시스템 개발 [바로가기]
실시간 OS 기반 복강경 수술 로봇의 위치 제어 성능 강화에 관한 연구 [바로가기]
복강경 수술로봇을 위한 실시간 운영체제 기반 제어 시스템의 개발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수술도구 위치 설정용 다자유도 로봇(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골내강 삽입형 고정장치를 이용한 골내강 수술로봇(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원격 수술 로봇(한국공개특허)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日, 의료 로봇의 현황과 전망- 2009년 [바로가기]
말벌에서 영감을 얻은 뇌 구멍 뚫기 수술 로봇 - 2009년 [바로가기]
영국, 외과의사를 돕는 몸속 침투 로보트 - 2008년 [바로가기]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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