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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4 타인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면?
  2. 2009.06.26 뇌파로 강아지와 대화를?! (12)
타인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면?

“파일럿과 파일럿 연결! 합체 완료!”

2013년 7월 개봉한 SF 영화 ‘퍼시픽림’에는 높이 80m 이상의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가 등장한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출몰하는 거대 외계괴물 ‘카이주(kaiju)’를 무찌르기 위해 만든 인류의 최종병기다. 예거 조종은 로봇과 신경을 연결한 사람이 담당하는데 특이하게 2인 체제를 구축했다. 거대한 몸집이라 한 사람의 신경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로봇을 조종하는 건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아주 멋진 장치가 하나 더 등장한다. 뇌신경을 연결해 둘이 하나가 되는 방법, ‘드리프트(drift)’다.

드리프트는 두 사람의 뇌를 연결해 기억과 직관, 전투 스타일 등을 공유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두 사람은 몸을 똑같이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정신적인 모든 것까지 공유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남녀도 드리프트를 통해 어린 시절은 물론 숨기고 싶은 상처까지 단숨에 알아버렸다. 빛의 속도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환상적인 장면을 보노라면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퍼시픽림’이 개봉된 지 한 달 뒤에 현실에서 드리프트를 연상시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사람끼리 뇌를 연결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것에 비하면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실제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뇌 신호를 직접 전하는 인터페이스를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을 주도한 라제시 라오(Rajesh Rao) 교수는 10년 이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해왔는데 이 분야가 더 발전하면 ‘뇌-뇌 인터페이스’ 개념도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번 실험에는 몇 년 전부터 뜻을 함께한 같은 대학 심리학 분야 연구자인 안드레아 스토코(Andrea Stocco) 교수가 동참했다. 이들이 계획한 실험은 한 사람이 뇌 신호를 보내 상대방의 손동작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실험 당일인 2013년 8월 12일, 두 교수는 떨어져 있는 각자의 연구실 앉았다. 뇌파를 보내는 쪽인 라오 교수는 뇌파를 기록하는 전극을 가진 모자를 썼고, 뇌파를 받기로 한 스토코 교수는 역시 뇌를 자극하는 기능을 가진 보라색 수영 모자를 착용했다. 손동작을 제어하는 기능은 뇌의 왼쪽 운동피질이 담당하므로 스토코 교수의 모자는 이 부분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두 사람이 쓴 장치는 스카이프(Skype)로 연결됐지만 서로 상대방의 화면은 볼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서 라오 교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했다. 그는 표적에 대포를 쏴야할 때 오른손을 움직여 발사 단추를 누르는 상상을 했을 뿐 실제로 오른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컴퓨터 화면을 보지 않은 채 귀마개를 하고 있던 스토코 교수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비록 오른손을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라오 교수가 생각만으로 스토코 교수를 움직인 건 사실이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여기에 쓰인 기술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우선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뇌파 전위 기록술(EEG, Electroencephalography)’은 임상의가 뇌 활동을 살피는 데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토코 교수의 뇌를 자극한 ‘경두개 자기 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은 특정 부분의 뉴런을 활성화해 뇌에서 명령을 보내는 것으로 기존에도 알려졌다. 그러니까 이번 실험은 두 기술을 연결해 동시에 쓰면서 뇌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발칸인의 정신 결합(Vulcan Mind Meld)’에 견주기도 했다. 발칸인은 ‘스타트랙’에 나오는 인물인데 제한된 텔레파시 형태로 다른 발칸인의 생각, 경험, 기억, 지식을 공유한다. 이 실험이 앞으로 발칸인처럼 소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가 더 완벽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스토코 교수는 인터넷으로 컴퓨터 여러 대 연결한 것처럼 뇌를 연결해 각종 지식을 뇌에서 뇌로 직접 전송하는 모습을 전망했다. 예를 들면 사람들 머리에 교과서를 바로 입력하고, 외국어로 말하게 하거나 무술을 배우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갑자기 조종사가 쓰러진 비행기에서 승무원이나 승객의 뇌를 지상 관제국에 있는 사람과 연결해 무사히 착륙하는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몸을 통제하는 으스스한 상황이 벌어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오 교수는 아직 이 기술이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간단한 뇌 신호를 읽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을 조작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실험의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더 복잡한 정보를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하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더 많은 실험 참가자를 모아 실험을 진행하고 신뢰도를 높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연구하다 보면 뇌로 더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받는 날도 오지 않을까. ‘퍼시픽림’의 드리프트가 서로를 믿고 화합하는 데 필수적이었듯 뇌 연결 기술도 인류가 서로를 믿고 뜻을 나누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세상이 한결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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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악!! 너무 귀여워!!”

몽실몽실한 엉덩이를 흔들며 귀엽게 뛰어다니는 하얀 말티즈 강아지를 본 태연은 경악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러댄다. 몇 년을 조르고 졸라 드디어 집에서 강아지를 키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몽실몽실한 엉덩이 때문에 몽몽이란 이름이 붙은 강아지는 아직 어려 대소변을 못 가리기 때문에 태연이 직접 걸레를 들고 뒤를 쫓아다니며 집안을 청소하기 바빴다. 강아지가 할짝할짝 우유를 먹고 있으면 자신도 옆에서 우유를 마시고 강아지가 트림해야 된다며 어르고 달래는 모습은 영락없는 몽몽이 누나였다. 불과 3일 전에는 말이다.

태연의 환호성은 3일 만에 투정으로 바뀌었다.

“아빠, 얘 바보에요. TV에서 보면 앉아, 일어나 같은 명령은 기본이고 주인 심부름까지 하는 개들이 수두룩한데 몽몽이는 제가 이름을 불러도 모른다니까요. 이것 보세요. 몽몽아!”

태연이가 부르자 강아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다른 곳으로 휙 가버린다.

“하하~ 우리 태연이가 몽몽이랑 얘기를 하고 싶은 거로구나. 조금만 기다리렴. BMI 기술 덕분에 이제 머지않아 애완견과 대화를 나누는 시대가 시작될 테니까 말야.”

“어머, 그게 무슨 기술인데요?”

“브레인 머신 인터페이스(Brain Machine Interface, BMI)라고 불리는 기술인데 쉽게 말하자면 뇌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로 컴퓨터나 기계를 작동시키는 기술이란다. 예를 들어 뇌가 팔 다리에 지시를 해서 TV를 켜도록 하는 게 아니라 TV가 켜지도록 직접 명령을 내려서 켜는 거지.”

“와, 몸을 안 움직여도 생각만 하면 기계를 움직일 수 있는 거에요?”

“그렇지. BMI 기술이 가장 먼저 도입되고 있는 분야는 의학이란다.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들이 생각만으로 기계를 조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거지. 생각으로 컴퓨터 키보드를 조작하는 뇌파타자기는 벌써 시제품이 출시돼 있는 상태야.”

“키보드가 필요 없어지겠네요.”

“또 얼마 전 일본에서는 뇌파를 감지할 수 있는 특수 헬멧을 쓰고 로봇을 직접 조종하는 기술도 개발됐단다. 장애인들이 생각만으로 로봇도우미를 활용할 수 있게 된 거지.”

“정말요? 그럼 전신마비 환자의 팔이나 다리에 기계를 붙여놓고 그걸 뇌파로 조종하면 환자가 기계에 의지해서 자유롭게 걷거나 팔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해 지는 거에요?”

“우리 태연이가 정말 응용력과 상상력이 좋구나. 물론 언젠가는 가능해질 거야.”

이때 통통거리며 뛰어와 태연에게 안기는 몽몽이.

“아참, 깜빡했다. 그럼 BMI 기술로 몽몽이랑 어떻게 대화할 수 있는 건데요?”

<말하는 강아지 맥스. 요크셔테리어 종 수컷 강아지로 ‘뇌-기계 인터페이스(BMI)’장치를 통해
사람과 대화할 수 있다.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참, 몽몽이 얘기를 하고 있었지. 말은 못하지만 강아지도 주인이 어떤 질문을 하면 특정한 뇌파를 내보낸단다. 강아지 뇌에 BMI 장치를 이식하면 그 뇌파를 컴퓨터가 분석해 음성으로 만들 수 있지.”

“에이. 거짓말. 그건 응용력과 상상력을 너무 발휘하신 것 같은데요.”

“아냐. 실제로 작년 말 한림대 의대 신형철 교수 연구팀은 닥스훈트종 강아지 ‘아라’와 대화를 나누는데 이미 성공을 했단다. ‘이름이 뭐니?’ 하고 물으면 ‘아라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물론 좋고 싫은 기분도 다 표현하고 심지어 뇌파로 TV를 켜는 것까지 성공했지. 아라에 이어 ‘맥스’라는 강아지도 BMI장치를 이식해 사람과 대화가 가능해 졌어. 언젠가는 애완동물과 사람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진짜 친구가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단다.”

몽몽이를 쳐다보는 태연. 몽몽이의 까만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몽몽이랑 대화를 하고 싶다면 지금 당장 몽몽이를 데리고 신 교수님을 찾아가자. 몽몽이를 수술대에 꽉꽉 묶어두고, 마취주사를 놓고, 수술해서 뇌에다가 컴퓨터칩을 심으면, 몽몽이랑 대화를….”

“씨잉~. 아빠 미워! 몽몽이는 수술 안 해! 아직 어려서 말을 모르는 거야. 그렇지 몽몽아? 도망가!”

태연이는 몽몽이와 함께 방으로 도망간 뒤 방문을 닫아버렸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지난 3월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의대에서 열린 교수세미나에서 공개된,
말하는 강아지 맥스의 모습. 동아사이언스 자료영상>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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