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의 과학

과학향기 기사/Sci-Fusion 2014.12.17 01:30 by 과학향기
귀신의 과학

새벽 1시. 야근을 마치고 불이 꺼진 컴컴한 건물 복도를 홀로 걷고 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든다. 흠칫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으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유령이었나?’라고 혼자 중얼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하지만, 왠지 모골이 송연해진다.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경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요즘과 같은 첨단 세상에 유령 같은 게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겠지만,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지구상에 과학이 가장 발전한 나라는 미국이지만, 그 나라의 국민들 중 48%가 유령의 존재를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수치는 지난 2005년 CBS 뉴스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를 통해 나타난 결과다. 이 뿐만이 아니다. 당시 발표됐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 여성의 경우 약 56%가 유령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CBS 조사에서 대상자 5분의 1 이상은 자신들이 실제로 유령을 보았거나, 그 존재를 느꼈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려고 시도한 과학자

유령.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말이다. 사람들이 유령을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존재의 여부를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인지, 혹은 가짜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무지에서 오는 공포라 할 수 있다.

예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들은 ‘사후세계’를 상상했다. 신체가 죽더라도 정신은 남아 있다는 생각이 ‘영혼’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 이는 나아가 유령이라는 공포의 대상과 종교라는 무한의 존재를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과학이 발전하면서 그동안 영혼에 의해 발생한다고 믿었던 기괴한 현상들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기 시작하면서 사후세계나 유령은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영혼의 존재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작업도 시도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국의 던컨 맥두걸(Ducan Macdougal) 박사가 시도한 ‘영혼의 무게’에 대한 실험과 연구다.

던컨 맥두걸 박사는 1907년 한 과학 저널에 영혼이 물리적인 물질이란 것을 증명하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임종이 가까운 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람이 죽을 때 체중이 줄어든다는 것. 이는 많은 논란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영화는 물론 많은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도 했던 연구다.

맥두걸 박사의 주장에 반박하는 사람들은 그 질량의 차이가 체내에 있던 수분이나 공기들이 빠져나가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라 설명했지만, 그는 수분과 공기를 모두 계산해도 21g의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를 대상으로도 같은 실험을 했지만 개에게서는 체중이 감소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맥두걸 박사의 연구는 여러 학회지에 실리면서 한 때 떠들썩했지만 인체의 전체 질량에 비해 21g은 극히 적은 양이며 오차에 의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주장들로 결국 영혼이 존재한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서양의 심령학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지난 2003년에는 ‘21그램’이란 제목의 영화로 까지 제작됐다. 또한 조금씩 학문적 체계를 갖추면서, 초능력을 탐구하는 초심리학(Parapsychology)으로 까지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 뇌로 전달되는 신호의 왜곡이 공포심을 유발

유령. 정말로 존재하는 것일까? 현대의 과학자들은 이런 의문에 대해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과학의 연구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가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과학계도 본격적인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산악인으로 꼽히고 있는 라인홀트 메스너(Reinhold Messner)가 겪은 사건이다. 메스너는 지난 1970년 6월 히말라야 등정 후 하산을 하다 극도로 피곤한 상태에서 유령이 따라오는 경험을 했다고 최근 소개한 바 있다.

유명 산악인들은 육체적인 건강 외에 정신력도 일반인들 보다 훨씬 강하다. 그렇지 않으면 그 험난한 등반 과정을 이겨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메스너 외에도 여러 산악인들이 등반 과정에서 유령을 접한 경험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고, 스위스 로잔 공과대의 연구진은 이 점에 주목했다. 유사한 체험들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뇌에서 발생하는 어떤 문제 때문이 아닌가하고 추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유령을 만들어내는 실험에 착수했다. 방식은 이렇다. 신체 감각을 인위적으로 조절시키는 로봇으로 뇌 신호를 흐트러뜨려서,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 유령이 존재하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림 1. 실험 과정의 개요도.
출처: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EPFL)



우선 평소에 유령을 본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실험에 들어갔다. 이들의 두 눈은 완전히 가린 상태였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대해서는 전혀 인지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어서 연구진은 손과 등, 그리고 허리 부위를 자극하는 용도의 두 로봇을 각각 실험 참가자의 앞뒤로 배치한 뒤, 진동을 가해 느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했다.

이후 나타난 결과는 흥미로웠다. 실험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참가자들 대부분이 “이 방에 나 말고 다른 누군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거나 “제 3의 존재가 나를 감시하고 있는 것 같다”라고 외쳤다. 심지어 참가자 중 두 명은 너무 무섭기 때문에 실험을 당장 중지해달라는 요청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로봇이 전하는 빠른 진동만으로, 실험실에서 유령을 탄생시키는 순간이었다.

그림 2. 실험 참가자의 모습.
출처: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EPFL)



이에 대해 로잔 공과대의 올라프 블랑케(Olaf Blanke) 교수는 “해당 실험은 제 3의 존재를 인지하도록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유도한 첫 사례”라며 “유령의 존재란 결국 뇌 감각 신호간의 충돌에서 빚어지는 현상임을 시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흔히 사람들이 보았다는 귀신이나 유령이 산악인들이 극단적인 상황에서 겪는 환영과 유사한 것으로 본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들이 ‘뇌의 신호왜곡’과 공통적으로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란, 뇌로 정보가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발생된 신호의 왜곡이라고 결론을 지었다.

블랑케 박사는 “바로 이런 현상이 정신분열증의 원인을 해석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며 “누군가 자신들을 쫓아오거나 해치려 한다고 생각하는 피해망상 증세를 고칠 수 있는 길이 이번 실험을 통해 열리기를 바란다.”라고 기대했다.

이상으로 스위스의 과학자들이 개발한 인공적인 유령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가 유령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뇌의 착각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쓸데없는 공포에서 벗어나자는 취지가 더 강하다. 어쩌면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유령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실체를 규명하고자 도전하는 과학적 자세일 것이다.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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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뇌를 조종할 수 있다면?

“파일럿과 파일럿 연결! 합체 완료!”

2013년 7월 개봉한 SF 영화 ‘퍼시픽림’에는 높이 80m 이상의 초대형 로봇 ‘예거(jaeger)’가 등장한다. 태평양 한가운데서 출몰하는 거대 외계괴물 ‘카이주(kaiju)’를 무찌르기 위해 만든 인류의 최종병기다. 예거 조종은 로봇과 신경을 연결한 사람이 담당하는데 특이하게 2인 체제를 구축했다. 거대한 몸집이라 한 사람의 신경으로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며 로봇을 조종하는 건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그래서 영화 속에는 아주 멋진 장치가 하나 더 등장한다. 뇌신경을 연결해 둘이 하나가 되는 방법, ‘드리프트(drift)’다.

드리프트는 두 사람의 뇌를 연결해 기억과 직관, 전투 스타일 등을 공유하는 작업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두 사람은 몸을 똑같이 움직이는 건 물론이고 정신적인 모든 것까지 공유하게 된다. 영화 속 주인공 남녀도 드리프트를 통해 어린 시절은 물론 숨기고 싶은 상처까지 단숨에 알아버렸다. 빛의 속도로 두 사람이 하나가 되는 환상적인 장면을 보노라면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가능할지 궁금해진다.

그런데 ‘퍼시픽림’이 개봉된 지 한 달 뒤에 현실에서 드리프트를 연상시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이 사람끼리 뇌를 연결한 실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 그려진 것에 비하면 아주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실제로 인간과 인간 사이에 뇌 신호를 직접 전하는 인터페이스를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실험을 주도한 라제시 라오(Rajesh Rao) 교수는 10년 이상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를 연구해왔는데 이 분야가 더 발전하면 ‘뇌-뇌 인터페이스’ 개념도 가능할 거라고 믿고 있다. 이번 실험에는 몇 년 전부터 뜻을 함께한 같은 대학 심리학 분야 연구자인 안드레아 스토코(Andrea Stocco) 교수가 동참했다. 이들이 계획한 실험은 한 사람이 뇌 신호를 보내 상대방의 손동작을 제어하는 것이었다.

실험 당일인 2013년 8월 12일, 두 교수는 떨어져 있는 각자의 연구실 앉았다. 뇌파를 보내는 쪽인 라오 교수는 뇌파를 기록하는 전극을 가진 모자를 썼고, 뇌파를 받기로 한 스토코 교수는 역시 뇌를 자극하는 기능을 가진 보라색 수영 모자를 착용했다. 손동작을 제어하는 기능은 뇌의 왼쪽 운동피질이 담당하므로 스토코 교수의 모자는 이 부분을 자극하도록 설계됐다. 두 사람이 쓴 장치는 스카이프(Skype)로 연결됐지만 서로 상대방의 화면은 볼 수 없었다.

이 상태에서 라오 교수는 컴퓨터 화면을 보며 간단한 비디오 게임을 했다. 그는 표적에 대포를 쏴야할 때 오른손을 움직여 발사 단추를 누르는 상상을 했을 뿐 실제로 오른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컴퓨터 화면을 보지 않은 채 귀마개를 하고 있던 스토코 교수가 오른손 집게손가락을 움직여 키보드의 스페이스바를 눌렀다.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손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비록 오른손을 움직이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라오 교수가 생각만으로 스토코 교수를 움직인 건 사실이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에 더 눈길이 가는 이유다. 여기에 쓰인 기술이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니다. 우선 두피에 전극을 붙여 뇌의 전기적 활동을 기록하는 ‘뇌파 전위 기록술(EEG, Electroencephalography)’은 임상의가 뇌 활동을 살피는 데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스토코 교수의 뇌를 자극한 ‘경두개 자기 자극(transcranial magnetic stimulation)’은 특정 부분의 뉴런을 활성화해 뇌에서 명령을 보내는 것으로 기존에도 알려졌다. 그러니까 이번 실험은 두 기술을 연결해 동시에 쓰면서 뇌 연결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연구진은 이 실험을 ‘발칸인의 정신 결합(Vulcan Mind Meld)’에 견주기도 했다. 발칸인은 ‘스타트랙’에 나오는 인물인데 제한된 텔레파시 형태로 다른 발칸인의 생각, 경험, 기억, 지식을 공유한다. 이 실험이 앞으로 발칸인처럼 소통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이야기다.

이 연구가 더 완벽해지면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스토코 교수는 인터넷으로 컴퓨터 여러 대 연결한 것처럼 뇌를 연결해 각종 지식을 뇌에서 뇌로 직접 전송하는 모습을 전망했다. 예를 들면 사람들 머리에 교과서를 바로 입력하고, 외국어로 말하게 하거나 무술을 배우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또 장애인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전달하는 것은 물론, 갑자기 조종사가 쓰러진 비행기에서 승무원이나 승객의 뇌를 지상 관제국에 있는 사람과 연결해 무사히 착륙하는 상황도 상상해볼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내 몸을 통제하는 으스스한 상황이 벌어질까 염려되기도 한다. 그러나 라오 교수는 아직 이 기술이 한 사람의 생각이 아니라 특정한 종류의 간단한 뇌 신호를 읽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공상과학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이 행동을 조작하는 기술은 아니라는 뜻이다.

이번 실험의 다음 단계로 연구진은 더 복잡한 정보를 다른 사람의 뇌로 전달하는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여기에 성공하면 더 많은 실험 참가자를 모아 실험을 진행하고 신뢰도를 높일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차근차근 연구하다 보면 뇌로 더 복잡한 신호를 보내고 받는 날도 오지 않을까. ‘퍼시픽림’의 드리프트가 서로를 믿고 화합하는 데 필수적이었듯 뇌 연결 기술도 인류가 서로를 믿고 뜻을 나누는 데 기여했으면 좋겠다. 그 날이 오면 세상이 한결 살기 좋은 곳으로 변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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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기억을 저장할까?

두부처럼 물컹물컹하고 호두 알맹이처럼 쭈글쭈글한 주름이 있는 분홍색의 물질. 무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심장에서 분출되는 피의 15%를 소비하며, 인간이 호흡하는 산소의 20~25%를 사용하는 인체 부위.

1천억 개 정도의 뉴런과 그것들이 서로 연결되는 1천조 개의 시냅스로 이뤄진 고도의 복잡한 통신망. 고작 냉장고 조명을 켜는 정도의 에너지로 방대한 외부의 정보를 인식해 기억으로 저장하고, 사고하며,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곳. 이쯤 되면 이 신체 부위가 어디인지 눈치 채지 못할 사람은 없다. 바로 소우주라고 불릴 만큼 복잡한 인간의 뇌(腦)다.

최근 뇌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인 기억과 관련해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8월 서울대 생명과학부 강봉규 교수팀은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해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울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살면서 겪는 천재지변이나 끔찍한 사고, 충격적인 경험들은 뇌 속 깊이 각인돼 일생동안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기억이 저장되는 부위인 ‘시냅스’의 단백질을 조절하면 기억을 제어할 수 있다는 원리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기억을 저장하는 걸까.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저장, 유지, 회상’이라는 재구성 과정을 거쳐 기억으로 남는다. 그중에서도 수십 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기억은 유전자 발현과 단백질 합성을 통해 시냅스의 구조가 단단해지는 경화(硬化)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억에 정보가 추가되거나 수정될 때도 단백질 분해와 재합성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신경체가 단순한 군소달팽이로 기억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군소달팽이의 꼬리를 여러 번 찔러 민감한 기억을 남긴 뒤 단백질이 재합성되는 것을 막았더니 기억이 저장되지 않고 지워지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단백질의 분해와 재합성이 동일한 시냅스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었다. 즉 기억을 처음 저장하는 곳과 기억을 떠올리고 다시 저장하는 곳이 같다는 뜻이다.

스웨덴 웁살라 대학의 연구팀은 두려운 기억이 뇌에 저장되기 전에 지울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우리의 뇌는 학습된 단기기억을 ‘응고화’라는 과정을 통해 장기기억으로 저장하는데, 이처럼 기억이 응고화되는 과정을 방해하면 기억의 형성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먼저 실험대상자들에게 별 의미 없는 사진 한 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기쇼크를 가해 사진을 볼 때 두려움에 대한 기억이 형성되도록 했다. 그 후 실험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눈 다음 한 그룹에게는 기억이 응고화 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지난 다음 전기쇼크 없이 사진을 계속 보여주고, 다른 그룹에게는 기억이 응고화 되기 전에 전기쇼크 없이 사진을 계속 보여주며 응고화 되는 것을 방해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앞의 그룹은 사진에 관한 두려운 기억이 남아 있었지만, 기억의 응고화에 방해를 받은 그룹은 사진과 관련된 두려운 기억의 흔적들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두려운 기억을 저장하는 뇌 부위인 편도체의 핵군을 자기공명영상으로 촬영한 결과에서도 증명됐다고 연구팀은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결과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 고소공포증 등의 각종 공포증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잠자는 동안 외부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뇌가 기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의 연구팀은 잠자는 동안 사람들이 기분 좋은 냄새를 맡도록 훈련할 경우, 깨어 있을 때와 같은 조건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먼저 연구팀은 55명의 건강한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잠을 자는 동안 샴푸나 탈취제와 같은 좋은 냄새와 썩은 생선이나 고기와 같이 나쁜 냄새에 노출시키고, 각 향기에 대해서 연관되는 특정한 소리를 들려줬다.

실험참가자들은 잠을 자면서도 좋은 냄새와 연관된 소리를 들을 때는 강하게 냄새를 맡았지만, 불쾌한 냄새와 연관된 소리에 대해서는 약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후 냄새가 없더라도 좋은 냄새와 연관된 소리를 들려주면 강하게 냄새를 맡고, 나쁜 냄새와 연관된 소리를 들려주면 약하게 냄새를 맡는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참가자들은 냄새와 소리 사이의 관계를 학습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이처럼 냄새를 맡는 강약의 반응은 램(REM, rapid eye movement) 수면단계에서 연관성을 학습한 참여자들에게 조금 더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수면 중 학습 가능성에 대해 많은 연구들이 진행돼 왔지만 실제로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특정한 기억만 골라서 지우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인간의 뇌는 상당히 복잡한 체계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뇌에 대한 연구 역시 아직 상당 부분 미완의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뇌의 신비를 탐구하는 뇌과학을 인류 최후의 학문이자 노벨상의 보고라고 일컫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기억을 저장하는 메커니즘을 완벽히 밝힌다면 잊고 싶은 기억은 지우고, 기억하고 싶은 기억은 평생 간직할 수 있는 일에도 응용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뇌를 어디까지 제어할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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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으로 학습능력 향상시키는 방법!

“갑자기 성적이 급상승하게 된 비결이 뭡니까?”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를 했어요.”

동문서답 같은 이 대화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거나 소위 ‘몸짱’이 되려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행위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골격근이 발달되며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등 우리 몸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신체적인 발달 외에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2000년 10월 듀크 대학의 과학자들이 뉴욕타임즈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이 항우울제인 졸로프트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렇듯 꾸준한 운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존 레이티 교수는 “운동의 진정한 목적은 뇌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운동이 생물학적 변화를 촉발해서 뇌세포들을 서로 연결시킨다.”라고 말한 바 있다. 레이티 교수는 신체와 정신이 하나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운동과 뇌의 관계를 실제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뇌 연구의 권위자다.

레이티 교수가 분석한 연구결과 중 운동을 통해 학업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사례가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는 0교시에 전교생이 1.6km를 달리기를 하는 체육수업을 배치했다. 달리는 속도는 자기 심박수의 80~90%가 될 정도의 빠르기, 즉 자기 체력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도록 했다. 이후 1, 2교시에는 가장 어렵고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과목을 배치했다. 이렇게 한 학기동안 0교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학기 초에 비해 학기 말의 읽기와 문장 이해력이 17% 증가했고, 0교시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2배가량 높았다. 또한 수학, 과학 성적이 전국 하위권이었던 이 학교는 전 세계 과학평가에서 1위, 수학에서 6위를 차지했다.

기타 다른 대학의 입학 성적이나 학력평가 성적에서도 같은 수준의 ‘학교 운영비’를 쓰는 다른 학교들 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제까지 많은 연구의 공통된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수입, 혹은 학교 운영비가 높을수록 학생의 성적이 비례해서 높아진다. 하지만 네이퍼빌의 학교 운영비는 고급 사립학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즉 학교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운동을 통해 성적을 향상시킨 것이다.

또 다른 실험 결과에 의하면 학력은 들이는 돈에 비례하며, 소득수준에도 비례한다. 그런데 저소득층 학생 중 운동량이 많은 학생과 운동량이 거의 없는 학생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운동량이 많은 학생의 성적이 높았다. 이밖에도 정기적이고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학습효율을 높이고 수업, 생활태도와 성격까지 개선한 사례는 많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공통점은 운동의 형태와 강도, 지속시간과 빈도 등이 고려됐다는 점이다. 운동은 자발적으로(강제적인 운동은 오히려 체벌과 같은 스트레스가 된다) 하며, 자신의 신체 능력을 최대한도로 사용하는 강도로(정확히는 최대 심박수의 80~90%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강도), 일주일에 4~5회 빈도로 규칙적으로 실시했다.

그렇다면 운동이 어떻게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면 뇌세포의 성장에 비료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성장인자인 ‘BGF(Brain Growth Factor)’의 혈중 수치가 증가한다. BGF는 일종의 단백질들로, 심박수가 높아진 상태의 심장과 근육에서 분비된다. 분비된 BGF는 뉴런의 기능(정보 전달)을 강화시키고 뇌세포의 성장 자체를 촉진하며 세포가 소멸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더디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BGF와 더불어 분비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혈간 내피세포 성장인자,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등은 복잡 다양한 과정을 거쳐 정신적인 환경을 최적화 해 각성도와 집중력, 의욕을 고취시킨다. 이들은 또한 신경세포가 서로 결합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결합을 촉진해 세포 차원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도록 한다. 즉 기존 뇌세포의 기능을 강화하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고착되는 과정의 속도를 현저히 빠르게 하는 것이다. 뇌세포를 새로 만들어 내며, 창의력이라고 알려진 뇌의 인지적 유연성도 대폭 증가시킨다. 실험에서는 단 한 번의 달리기를 했음에도 테스트에 대한 대답속도와 인지적 유연성이 향상되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런 물질이 운동을 할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한 실험을 통해 우연히 밝혀졌다. 쳇바퀴를 쉬지 않고 돌리는 쥐의 해마에 많은 수의 뇌세포가 새로 생긴 것이다. 이전까지는 뇌세포가 죽어갈 뿐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 설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뇌의 가장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전두엽피질의 경우 뇌세포가 활발하게 생기고 죽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듯 운동을 하면 뇌세포가 생성되지만 운동 직후 이 뇌세포들이 할 역할을 잡아주지 않으면 바로 죽고 만다. 즉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뇌세포간 연결을 이뤄 새로 생긴 뇌세포를 기존 지식체계 속에 포함시켜야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센트럴고등학교가 0교시 체육시간 이후 가장 어려운 수업을 배치한 이유는 결국 운동을 한 직후의 뇌가 학습을 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세팅이 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운동한 후 꼭 뇌를 사용하라!’
학습능력 향상을 원한다면 기억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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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은 유독 시간이 빨리 흐른다?

우리는 재미있는 일을 할 때나 매년 12월이 되면 시간이 정말 빠르게 흘러간다고 인식한다. 흘러간 물리적 시간의 길이를 실제보다 주관적으로 과소 추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 지속에 대한 인식은 주로 뇌의 기저핵이나 두정엽과 같은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만일 시간 흐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물리적 시간인식을 담당하는 뇌 센터라고 간주되는 기저핵과 두정엽 등의 통제만 받는다면 사람들이 시간 흐름을 인식함에 있어서 오류를 범하는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다른 경우가 많다.

한 심리학 실험에 의하면, 두 사람이 마주 보는 상태로 실험에 참여한 피험자는 상대편 사람이 친절하고 미소를 짓는 경우보다 화내고 분노한 표정을 짓는 경우에 더 오랜 시간이 경과한 것으로 인식했다. 살아있는 거미를 동일한 시간동안 본 경우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꼈다. 거미를 혐오하는 사람은 거미에 대한 혐오감이 없는 사람보다 더 긴 시간 동안 거미를 봤다고 느낀 것이다.

다른 심리학 실험의 예를 살펴보자.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눠 시간의 흐름을 알려 주지 않은 채 3분 동안 소리 듣기 실험을 실시했다. 컴퓨터로 울리는 ‘삐익-’ 하는 소리가 한 집단에는 5초에 한 번씩 울렸고 다른 집단에는 2초에 한 번씩 울렸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실험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흐른 시간이 몇 분 몇 초인지 추정하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 같은 시간이 주어졌음에도 2초에 한 번씩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5초에 한 번씩 소리를 들은 사람들보다 더 긴 시간이 흘렀다고 추정했다. 사람들은 시간 흐름의 절대적인 양보다는 시간 흐름 내에 사건들이 얼마나 많이, 자주 발생했는가에 따라 시간의 흐름을 인식했다. 사건들이 더 많이, 자주 일어났으면 더 긴 시간이 흘렀다고 인식한 것이다. 이런 현상들은 인간이 시간의 흐름을 절대적, 물리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주관적으로 정보처리를 해 재구성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렇다.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함에 있어서 모종의 추가적인 정보처리를 해 주관적으로 느끼는 시간 길이 중심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그 시간을 채운 사건이나 대상들에 대한 자신의 감정적 반응이 좋았는가, 싫었는가, 사건이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가 등이 우리의 시간 인식에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 뇌에는 두 종류의 시계가 있다.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고도 하루주기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바로 빛을 기준으로 삼는 ‘하루주기성 시계(Circadian clock)’가 있기 때문이다. 대개 정상적인 아이나 어른의 하루주기성 시계는 지구의 자전에 맞춰 24시간 11분(±16분) 경을 하루로 설정한다.

뇌의 또 다른 시계인 ‘시간간격 시계(interval timer)’는 짧은 시간동안 하나의 사건이 시간적으로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가를 잰다. 이 시계는 어떤 사건에 뇌가 반응할 때 뇌의 관련 부분들이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을 나타낸다. 뇌의 시간 담당 영역들에는 각기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시계(또는 메트로놈)가 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조합돼 리듬이 다양해진다. 결국 사람은 리듬의 변화로 시간의 변화를 인지한다.

인간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주변에 일어나는 사건들의 관계성과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 생존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게 됐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인지능력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물들 사이의 시간적, 공간적 관계를 인식하는 능력이다. 더불어 사물들이 서로 원인과 결과의 인과적 관계에 놓여 있음을 파악하거나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능력은 동물에게서도 어느 정도 나타난다. 하지만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독특한 점은 아마도 이런 시간적, 공간적, 인과적 관계성을 부여하는 능력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발달돼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런 관계성을 자기 나름대로 그럴싸한 에피소드들의 연결로 엮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이야기를 엮는 구성적 능력도 있다.

자신의 경험적 에피소드들은 기억에 저장돼 있다. 따라서 인간은 자신의 삶의 에피소드에 대한 시간의 흐름을 인식함에 있어 물리적 시간의 흐름 그 자체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근거한 ‘기억’을 동원해 실제 시간 경과의 길이 판단에 적용하게 된다. 그것이 인간이 오랜 진화 역사 과정에서 적자생존하기 위해 획득한 일종의 적응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즉 한 달이나 몇 년과 같이 긴 시간의 흐름을 살아가는 우리는 물리적 ‘시간’ 그 자체보다는 그와 관련된 주관적 ‘기억’에 바탕을 두고서 시간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은 시간 인식에 대한 정보처리 심리학 이론 중 하나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우리는 매년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은 다른 달보다 더 짧다, 더 빠르게 흘러간다고 느끼는 것이다.

일정한 시간의 흐름을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데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한다. 그 시간 내에 일어난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나 자주 일어났는가, 어떤 종류의 사건들이 일어났는가, 그 사건들이 자신과 얼마나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체험적 사건들인가, 그 사건들을 자신이 마무리 지었는가 아니면 끝내지 못하고 중단해야 했는가 등이 우리로 하여금 실제 시간 길이와는 다른 정보처리를 하게 하고, 다른 기억을 하게 한다.

12월, 해가 저물기 전에 여러 일들을 끝내고 마무리 져야 하는 시점이다. 오랜만에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임도 많다. 참석하거나 인사해야 할 일들,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은 많은데 시간은 제한돼 있다. 하지만 수많은 에피소드가 생기는 달이다. 제한된 시간 내에 여러 에피소드들을 압축해 정보처리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12월은 시간이 빨리 흘러가는 달로 인식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들을 효율적으로 정보처리 하는 인지적 기술이나 전략(사회적 기술 포함)을 개발한다면 이런 현상을 어느 정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이정모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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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크면 똑똑할까?

“난 내 머리 무게가 궁금해~.”

머리 큰 걸로 유명한 개그맨, 컬투 김태균이 자신의 머리를 체중계에 올렸다. 7.8kg! 앞서 머리 무게를 쟀던 정찬우보다 0.8kg이 더 나갔다. 보통 사람들의 머리 무게가 4kg 정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놀라운 수치다. 2011년 6월 13일에 방송된 SBS 토크쇼 ‘안녕하세요’는 이 장면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장면을 보다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머리 크기가 지능과 상관이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컬투의 입담과 재치도 혹시 남들보다 크고 무거운 머리에서 나오는 것은 아닐까?

사실 인류의 진화 과정을 살펴보면 ‘뇌가 클수록 머리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원시 인류에 비해 현생 인류의 평균 뇌 용량은 2~3배 커졌기 때문이다. 400만년 전에 살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량은 380~450cc인데, 이후에 나타난 호모 하빌리스의 뇌 용량은 530~800cc로 커졌다. 완전히 직립 보행한 호모 에렉투스의 뇌 용량은 900~1,100cc이고 20만년~5만년 전에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의 뇌 용량은 1,300~1,600cc였다.

19세기 미국의 자연인류학자 사무엘 조지 모턴(Samuel George Morton)은 아예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이 좋다’는 가설을 세우고 연구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모은 인종별 두개골 약 1,000개의 크기를 쟀다. 그는 작은 겨자씨를 두개골에 가득 채운 다음 그것을 실린더에 부어 부피를 측정했다. 하지만 겨자씨의 크기가 모두 일정하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지름 0.125인치의 납으로 된 탄환으로 부피를 쟀다.

모턴의 연구 결과 두개골 크기는 백인이 가장 크고 흑인이 가장 작았다. 아메리카 인디언은 두 인종의 중간이었다. 모턴은 이를 이용해 ‘뇌가 큰 백인종이 지능도 가장 높다’라는 주장을 폈다. 물론 그의 연구결과는 과학적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았고 과학자의 주관이 연구에 개입된 사례로 남겨졌다.

하지만 2011년 6월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린 논문은 모턴의 연구를 옹호하고 나섰다. 적어도 모턴이 연구결과를 조작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이 모턴이 사용한 두개골을 다시 측정한 결과 모턴의 측량이 대부분 정확했던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도 높다’는 주장까지 옳다고 할 수는 없다.

● 뇌 용량보다 중요한 건 ‘대뇌피질’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뇌는 일반인보다 작았다고 알려졌다. 또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인 아나톨 프랑스의 뇌 용량은 1,000cc인데 비해 영국의 시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뇌 용량은 2,230cc였다. 두 사람은 모두 문학 천재로 불리지만 두개골 용량이 현저히 다른 것이다. 또 2004년 10월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난쟁이 인간’의 화석도 뇌가 클수록 지능이 높다는 생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키가 1m로 작은 이 화석에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가 생존했던 시기는 2만 5,000여년 전으로 추정돼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살던 시기와 겹친다.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의 두개골이 무척 작다는 점이다. 두개골 크기로 짐작한 뇌 용량은 400cc 정도. 하지만 주변에 정교한 화살촉과 돌칼이 함께 발견돼 지능은 호모 사피엔스 수준으로 똑똑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지능과 관계있는 것은 무엇일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대뇌피질’에 주목했다. 대뇌피질은 대뇌 표면의 회백질로 이루어진 부분인데 화석의 주인공은 이 부분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이해하는 영역으로 알려진 ‘측두엽(대뇌피질 옆부분)’이 크고 학습과 판단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대뇌피질 앞부분)’이 많이 접혀있었다.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뇌는 침팬지의 뇌와 비슷한 용량이지만 지능은 훨씬 발달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대뇌피질 두께와 지능지수(IQ)에 관한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가 어린이 307명을 대상으로 대뇌피질의 발달 과정을 조사했다. 지능지수가 평균보다 높은 아이들은 7살 정도까지 대뇌피질이 매우 얇았고 12살이 되면서 급속도로 두꺼워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지능지수가 평균 정도인 아이들은 처음부터 대뇌피질이 두꺼운 편이었다. 얇은 대뇌피질이 두꺼워지는 과정에서 지능지수가 점차 발달한다는 이야기다.

● 인간의 뇌는 작아지는 중…효율의 논리

최근에는 인간의 뇌 크기가 줄어들었다는 연구결과가 자주 나오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진화 전문가인 마르타 라르 박사팀은 인류의 체구와 뇌 크기가 선사시대보다 점점 작아지고 있다고 2011년 6월 영국 왕립협회에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1만년 전 80∼85kg이었던 인간의 몸무게가 현재 평균 70∼79kg으로 줄었고 두뇌 용량도 크로마뇽인은 1,500cc였지만 현대인은 1,350cc로 작아졌다. 150cc정도 줄어든 두뇌 용량, 혹시 인류의 뇌가 퇴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르 박사는 이 의문에 대해 ‘뇌 크기가 줄어드는 것도 진화의 일부분으로 봐야 한다’고 답한다. 인간의 뇌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더 효율적으로 쓰도록 바뀌었다는 것이다. 인류의 문명이 발달하고 분업화되면서 직접 고민하고 생각하는 활동이 줄었다는 게 현재 연구자들의 분석이다.

인류의 진화에서 체형이 직립에 적합하게 바뀌고 뇌 용량이 커진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결국 뇌 용량이 인류 진화의 원동력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하지만 뇌 크기만으로 지능을 얘기할 수는 없다. 뇌 크기가 지능이나 뇌의 복잡성과 비례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아직 사람의 뇌 크기와 지능의 관계를 속 시원히 밝힌 연구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뇌 크기가 지능과 비례한다는 생각은 일단 접어두자. 오랜 세월 동안 멋진 문명을 이룬 인류의 지능이 단순히 뇌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도 사실 이상하지 않은가.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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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일은 11월 18일, 수능 D-100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부는 나몰라라~ 팽개쳐뒀던 ‘나몰라 군’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다급해진 나몰라 군은 이곳저곳 수소문한 끝에 집중력 높이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도사를 찾아 나서는데….

#1. 천기누설 집중팍! 사무실 앞.
나몰라 : (드르륵~) 저, 여기가 집중력 높이는 비법을 전수해준다는 ‘집중팍! 도사님’이 계신 곳인가요?
도사 : 집중 팍팍!! 어디보자, 너도 보아하니 수능 100일 전이라고 찾아왔구나. 네가 오늘 딱 100번째 손님이다.
나몰라 : 헉, 벌써 그렇게 많이 다녀갔어요? 아, 아무튼 지금 시간이 없어요. 얼른 비법이나 좀 전수해 주세요!
도사 : 어허, 이거 참. 그러게 진작 공부 좀 하지! 수능을 100일 남겨두고 벼락치기가 웬 말이냐?
나몰라 : 그러니까 도사님을 찾아온 거 아닙니까. 가르쳐 줄 거예요, 말거예요? 저 진짜 한시가 급하단 말이에욧!
도사 : 알았다, 이제부터 집중력은 높이고 암기력도 향상시키는 비법을 알려줄 터이니, 그 조급한 마음 좀 버려라. 내가 아무리 비법을 전수해줘도 그런 마음으로는 소용이 없다. 자 그럼 지금부터 비법을 전수해 볼까~ 팍팍!!

시험이 코앞에 닥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 활성도가 올라간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뇌는 평소보다 쉽게 각성되고, 집중력도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줄 알았던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영향도 발휘하는 것이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에 비해 높은 점수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감정을 자극하면 암기력은 더욱 상승한다. 특히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을 자극하면 편도체가 반응하는데, 이 기관은 소리나 자극에 반응해 정서를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또 편도체는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기관인 ‘해마’와 붙어 있어, 감정과 함께 정보를 입력하면 두 기관이 상호작용해 기억력도 더 좋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벼락치기로 외운 정보는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반복’이 필수적이다. 해마는 저장된 정보 중 기억해야 할 것만 대뇌 피질로 보내는데, 이때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회로망이 생성된다. 이런 회로망들이 많이 생길수록 기억이 오래가므로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살펴야 한다.

나몰라 : 저는 하루에 영어 단어 100개씩 반복해서 외우는데, 기억에 남는 건 절반도 안 되던데요?
도사 : 그냥 무작정 외우지 말고 소리내서 읽거나, 이미지를 떠올리며 외워보아라. 또 중요한 부분은 직접 쓰면서 외우면 훨씬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니라.

이렇게 오감을 자극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 세로토닌은 주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 ‘공부물질’로도 불린다. 공부할 때 세로토닌이 최대로 나오는 시간은 30~90분 안팎이다. 따라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10분가량 휴식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빨간색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2009년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빨간색은 단기 기억에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빨강과 파랑 배경에 적힌 36개의 단어를 2분 동안 208명에게 보여 주고 20분 뒤, 이를 기억하는 정도를 알아봤다. 그 결과 빨간 바탕에 쓰인 단어를 본 사람들은 36개의 단어 중 20~21개를 외웠지만, 파란 바탕에 적힌 단어를 본 사람들은 그보다 적은 6~17개를 기억했다.

도사 : 그런데, 아침밥은 챙겨 먹느냐?
나몰라 : 전 밥보다 잠이 더 좋은 걸요. 후훗~ 이젠 아침밥 안 먹는 게 습관이 돼서 아침에 뭘 먹으면 배가 더부룩해요.
도사 : 아니, 수험생에게 아침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이냐!

우리의 몸이 성장하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인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뇌 역시 에너지원을 공급해 줘야 활동할 수 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다른 식사를 거르는 것보다 공복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게 되면 오전 시간에 혈당 수준이 가장 낮아지게 된다. 수능시험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험은 오전 중에 치러지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어야 두뇌에 혈당이 공급된다. 뇌에 혈당이 공급되면 집중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오히려 줄여준다.

평상시 공부할 때도 적당히 단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맛을 내는 당 성분은 세포 내의 여러 과정을 거쳐 글루코스를 만든다. 글루코스가 뇌 속에서 순환하면서 기억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설탕을 섭취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게 된다. 설탕이 함유된 음료가 최소 24시간 동안 단기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몰라 : 그런데 도사님, 저는 시험기간에 밤새서 공부하는데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예전에 알았던 문제도 틀려요. 이건 왜 그런 걸까요?
도사: 무조건 밤새 공부한다고 좋은 줄 알았느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잠이 얼마나 중요한데, 쯧쯧….

잠들기 전 20분을 활용하라. 수면이 기억을 강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팀들이 보고한 바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젠킨스 박사가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취침 전 20~30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기억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젠킨스 박사는 평균 점수 차이가 없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강의를 듣게 한 후, 다음날 아침 강의 내용을 테스트해 보았다. 이때 강의가 끝난 후 바로 자도록 했던 그룹은 강의 내용의 56%를 기억했지만, 자유 시간을 준 그룹은 고작 9%만 기억했다.

도사 : 어떠냐, 좀 도움이 되었느냐?
나몰라 : 네, 자신감이 팍팍! 생기는걸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성적을 쑥쑥 올려야겠어요.
도사 : (거만한 표정으로)에헴, 내가 괜히 유명한 줄 알았느냐? 마지막으로 여름방학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팁을 알려줄 테니, 건강관리에도 유념하도록 해라.

방학을 맞아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고 무턱대고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성취감을 이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책상에 하루 종일 앉아만 있으면 체력이 약해지고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도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뇌가 감지하는 가장 큰 감각자극은 다리 근육에서 오는 것이므로 다리를 움직여 뇌를 각성시킬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 산보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897호 ‘벼락치기에도 비법이 있다(2009년 4월 3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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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일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각 지역의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후보자들은 TV 토론, 선거 유세 등을 통해 자신을 알리는 중이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더 좋은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권자는 후보자의 약속을 꼼꼼히 따져가며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 같지 않다. 대체 유권자들은 무엇을 보고 투표하는 것일까? 2000년과 2004년 미국 대선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보면 그 답이 조금은 보인다.

2000년 당시 앨 고어 후보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정책을 내세웠다. 부시 전 대통령을 반박하는 데도 같은 전략이었다. 가령 부시의 의료민영화를 반박하면서 ‘이 계획대로라면 18%의 의료보험비가 47%로 올라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은 ‘고어가 우리와 같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냉담한 정책전문가이며, 그에게 사람들은 통계 수치에 불과 하다’는 부시의 반격에 넘어갔다.

‘감성의 정치학(The Political Brain)’을 쓴 미국 애머리대의 드루 웨스턴(Drew Westen) 교수는 이는 ‘정치적인 뇌’의 특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정치적 뇌는 수치나 사실이 아니라 감정에 반응한다. 따라서 고어는 ‘부시의 계획에 따르면 의료보험료가 약 3배 오르므로 우리 부모를 힘들게 할 것’이라며 감성에 호소했어야 승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 뇌는 어떻게 구성돼 있고, 정치적인 판단에는 어느 부분을 사용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온다는 것일까?

인간의 뇌는 크게 3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흔히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로 불리는 것이 그것이다.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파충류의 뇌는 뇌간(뇌줄기)과 소뇌로 이뤄져 있다. 이 부분은 척추 속의 신경인 척수가 약 5억 년 전에 윗부분으로 확대 팽창되면서 형성됐다. 주로 호흡이나 심장 박동, 혈압 조절 등의 생명체의 기본 기능을 담당한다.

이를 둘러싸고 있는 부분이 포유류의 뇌인데, 이는 위아래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감정 기능을 담당한다. 포유류가 꼬리를 흔들며 애정을 나타내거나 겁에 질려 울부짖거나 움츠리는 등의 감정적 행동을 하는 이유도 이 부분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인간 뇌의 변연계 부분에서 이런 감정이 일어난다. 우리는 출생 직후부터 5세 사이에 주로 어머니와의 관계를 통해서 따뜻한 정과 사랑, 강한 유대감을 얻는데 이를 통해 변연계를 발달시킨다. 덕분에 우리 뇌는 가족을 돌보고 공동체 이익을 추구하도록 발달된다.

포유류의 뇌를 둘러싸고 있는 부위는 대뇌피질부가 있는 인간의 뇌다. 이는 세 부분의 뇌 중 가장 나중에 진화한 것으로 이성과 추상적 사고 등을 관장한다. 인간이 학습하고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모두 이 부분이 발달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오늘날 우리가 문명을 이루고 과학을 발전시키고 있는 것도 모두 인간의 뇌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웨스턴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성적인 판단을 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선거에서 영향을 발휘하는 것은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부가 아니라 감정을 관장하는 포유류의 뇌, 변연계다. 사람들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자신을 설득하는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움직이는 후보를 선택한다는 말이다.

그가 2004년 미국 대선 기간에 했던 실험은 이 내용을 뒷받침한다. 그는 당시 존 케리 후보를 지지하던 사람 15명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지지하던 사람 15명에게 두 후보의 모순된 공약을 보여줬다. 그 뒤 그 내용에 모순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주문하며 그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관찰했다.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의 결함은 쉽게 파악했지만, 지지하는 후보의 모순은 파악하지 못했다. 이때 뇌 영상은 감정을 관장하는 부분만 적극적으로 활성화돼 있었다. 결국 정치적인 판단을 내릴 때 사용하는 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대뇌피질 부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내용을 근거로 웨스턴 교수는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서는 감정에 호소해야 하며, 그들이 공감해야 이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클로테르 라파이유(Clotaire Rapaille)는 자기 책, ‘컬처코드(Culture Code)’에서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파충류의 뇌라고 주장한다. 인간에게는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나 좋은 감정을 느끼는 것보다 ‘살아남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그 부분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생존과 관계있는 파충류의 뇌이기 때문이다.

파충류의 뇌는 생존에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설계돼 있는데, 이것이 ‘문화’라는 게 라파이유의 생각이다. 문화는 인류가 세대를 이어가는데 필요한 생존수단 중 하나기 때문에 각 문화가 생존을 위해 어떤 대표자를 원하는지 알고, 그에 따른 모습을 보여주면 득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은 신대륙으로 건너와 새로운 문화를 개척했다. 이 과정에서 그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용기와 강한 생존 본능을 가진 지도자였다. 결국 미국인들은 이성적으로 공약을 따지기보다는 자신들의 무의식에 각인된 지도자와 가까운 후보를 선택하게 됐다. 고어와 캐리는 모두 이런 모습과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부시에게 패했다는 게 라파이유의 설명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무의식에 각인된 ‘대표자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결국 선거를 할 때 우리 뇌는 인간의 뇌인 대뇌피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웨스턴 교수의 말처럼 감정으로 후보를 선택하거나, 라파이유의 주장처럼 무의식 속에 각인된 대표자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합리적인 선거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그렇지만 대뇌피질도 우리가 사용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쓸 수 있는 뇌의 한 부분이다. 이번 선거에는 포유류의 뇌나 파충류의 뇌 대신 인간의 뇌를 사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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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TV를 보다 말고 눈물을 글썽이며 아빠에게 간다.

“아빠, 아무래도 저는 오래 못 살 거 같아요. 그동안 제가 잘못한 게 많아요. 죄송해요.”
“아니 태연아, 그게 무슨 말이냐.”

“방금 TV에서 봤는데요. 어릴 적 지능지수(IQ)가 낮으면 장수하기 힘들데요. 영국에서 조사해보니까 76세 이전에 죽은 사람들의 평균 IQ는 97인데, 76살 이상 산 사람들은 102라잖아요. 그럼 IQ가 93인 저는 훨씬 더 일찍 죽게 되겠죠?”

“하하, 겨우 그런 걸로 운거니? 걱정 마. 그건 단지 통계수치가 그렇다는 얘기고,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란다. 또 IQ는 어떤 검사지를 선택했는가에 따라 편차가 클 수 있어. 우리나라에서만 백 개가 넘는 검사지가 사용되지. 그러니까 IQ를 단순 비교하는 건 각기 다른 문제지로 시험을 푼 다음 점수를 비교하는 것과 같은 거란다.”

“정말요? 그런데 IQ 같은 건 누가 만든 거예요? 누군지는 몰라도 기분 나빠요!”

IQ 테스트는 1912년 독일의 심리학자 빌헬름 슈테른이 만들었단다. 기억력,계산력,추리력,이해력,언어능력 등을 종합 검사해 지적능력을 표현한 건데, 평균 100 정도가 나오도록 검사지를 만들지. 흔히 150이 넘으면 천재라고 하는데 독일의 시인 괴테가 190, 아인슈타인은 180이었다고 해.”

태연, 한숨을 푹 쉰다.

“어쨌든 너무해요. 아빠는 120, 엄마는 전체인구의 상위 2% 안에 드는 뛰어난 IQ를 가진 사람들만 가입한다는 멘사 회원인데. 전 어떻게 93이냐고요.”

“IQ는 유전보다는 환경적인 요인이 더 크단다. 지능은, 태어나면서부터 외부의 여러 가지 자극에 의해 뇌세포의 신경망이 얼마나 잘 연결되는가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좋은 자극을 반복적으로 자주 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훨씬 더 지능이 발달되지. 또 미국 하버드대의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다중지능’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공간지능, 신체·운동지능, 음악지능, 인간친화지능, 자기성찰지능, 자연지능 등 매우 여러 가지 지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IQ만 가지고 지능을 판단하는 건 잘못이라는 주장도 있어.

“엥? 언어나 음악지능 같은 건 알겠는데 인간친화기능, 자연지능 이런 건 뭐에요?”
“인간친화지능은 대인관계를 잘 이끌어가는 능력인데 이 지능이 뛰어나면 조직의 리더나 정치인의 재능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자기성찰지능은 사람의 정서와 심리를 파악하고 적절히 드러내며 조절하는 재능 그리고 자연지능은 조류학자나 곤충학자처럼 자연환경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말하는 거란다. IQ가 뛰어나지 않아도 다른 지능이 높으면 얼마든지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돼.

“글쎄요... 그런데 전, 그런 지능도 별로인거 같아요.”

아빠, 태연의 기를 살려주려 계속해서 얘기를 해보는데도 점점 의기소침해지는 태연을 보자 마음이 아프다.

“음... 그렇지만 넌 아주 판단력이 뛰어나잖니. 무엇을 먹을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집을 살지 팔지 등 사람은 언제나 뭔가를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데, IQ가 뛰어난 사람이라고 꼭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란다. 우리 뇌는 정보를 자동적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직관(intuitive)체계와 깊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숙고(deliberative)체계로 이뤄져 있지. 그런데 IQ가 180인 사람이라도 빨리해야 할 판단을 심사숙고하거나 깊이 고민해야 할 판단을 후다닥 해치워버린다면 결코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없어.

“하긴, 판단력은 뛰어난 것 같아요. 아빠한테 무슨 말을 해야 피자를 얻어먹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친구 인형을 빌려 놀 수 있는지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건 정말 제가 생각해도 ‘귀신’같거든요.”

이때, 태연과 아빠 옆으로 엄마가 과일접시를 들고 나온다. 순간, 태연의 입가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떠오른다.

“멘사 회원인데다 미인이며 성격까지 좋은 엄마가 아빠를 선택한걸 보면 IQ가 높다고 다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건, 틀림없이 절대 아니에요. 그쵸, 아빠?”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드는 엄마.

“어머, 아냐. 엄마는 한 번도 아빠를 선택한 걸 후회한 적이 없단다. 물론 네 아빠 IQ가 92밖에 안 되는 건 알아. 그렇지만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과학자가 되셨잖니. 엄만 그 성실성에 완전 감동했어. 그래서 지금까지 아빠를 존경한단다.”

태연, 깜짝 놀라 눈이 둥그레진다. 그리고는 곧 아빠를 향해 증오의 레이저를 쏘아댄다.

“아빠!!! 그럼 저보다 IQ가 더 낮았던 거예요? 제 IQ가 아빠한테 유전된 거라고요? 그래놓고 여태 환경적인 영향이 크다고 그러신 거예요? 앙앙. 아빠 정말 실망이야! 아빠는 거짓말쟁이!”

“아, 아냐. 정말 환경적인 영향이 더 크다니깐... 정말이야...”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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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솔로몬 왕 앞에 두 여자가 한 아기를 데리고 나왔다.
“임금님, 제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입니다.”
“아닙니다. 이 아기는 제가 낳은 진짜 제 자식입니다.”
“그렇다면 솔로몬 왕께서 누가 이 아기의 진짜 어머니인지를 재판해 주세요.”

그러자 솔로몬은 고민 끝에 두 여자에게 판결을 내렸다.
“나도 누가 진짜 어머니인지 모르겠으니, 이 아기를 둘로 갈라 두 여인에게 나누어 주는 게 낫겠소.”
이때, 한 여자가 울면서 애원하기를
“제발 그 아기를 살려 주세요. 차라리 그 아기를 저 여자에게 주십시오.”

솔로몬은 이 여인이 진짜 어머니라고 외쳤다. 성경을 잘 모르는 사람도 솔로몬 왕에 얽힌 이 지혜로운 일화는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모성애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한결같은 본능이다.
이렇듯 자식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모성애에 관련된 기존의 이론은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에 대한 설명이었다. 1909년 발견된 옥시토신은 여자가 아이를 낳고, 포옹하고, 젖을 먹이는 일련의 행동과 직결된 호르몬이다. 아기를 낳을 때는 산모의 몸 안에서 농도가 급속히 올라가면서 진통을 자극하여 분만을 용이하도록 만든다. 또한 아기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머니의 몸에서 젖 분비를 촉진하는 옥시토신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젖꼭지가 꼿꼿해지는 등 몸이 당장 젖을 먹일 준비를 한다. 동물들의 경우 옥시토신이 없는 동물들은 새끼 출산이 느리고 새끼를 덜 핥아 주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과학향기링크최근 <생물정신과학지>에 발표된 노리우치 마도카 박사팀의 논문은 모성애의 비밀을 밝히는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신체 건강한 어머니들에게 16개월가량 된 자신의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영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기능성 자기영상공명장치(fMRI)를 통해 영상을 보는 어머니들의 뇌 활동 패턴을 조사했다. 그 결과, 어머니들이 자기 자식의 영상을 볼 때 다른 아이들의 영상을 볼 때보다 대뇌피질과 변연계의 특정 부분이 활발히 반응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웃는 영상보다 우는 영상에 더 강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밝혀냈다. 모성애란 어머니들이 가진 특화된 신체적 기능이라는 사실이 실험 결과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 실험은 그동안 확인 없이 널리 퍼져 있던 어머니와 자식 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여러 가지 가설들을 실증해 나가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간다면 어린 아이들의 질병 발생과 어머니와의 관계를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과학자들은 기대 중이다. 모성애란 결국 자식의 피드백과 상호 연관되어야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설사 모성애가 온전히 자식과의 상호 작용 없이 부모의 반응일 뿐이라고 밝혀지는 날이 온다 해도 실망할 이유는 없다. 자식을 위하는 행위는, 그것이 지나치고 왜곡되어서 배타적으로 표현되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값진 것으로 남을 것이다. 사랑에 본능이 일조한다고 해서 사랑의 값어치가 떨어지지는 않듯이 말이다.

글 : 김창규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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