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호르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0.24 호르몬으로 미래 직업까지 알 수 있다고?
  2. 2009.10.21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율 낮출 수 있을까? (6)

호르몬으로 미래 직업까지 알 수 있다고?

모둠숙제를 한답시고 친구 다섯 명을 집으로 집결시킨 태연, 숙제는 열어보지도 않고 신나게 노느라 정신이 없다. 그런데 인형놀이와 종이접기에 푹 빠진 친구들과는 달리, 태연은 장난감 총과 칼로 얌전한 친구들을 방해하는데 여념이 없다. 한참 동안이나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아빠, 급기야 태연과 친구들을 일렬로 앉혀놓고 잣대로 얼굴 사이즈와 손가락 길이를 재기 시작한다. 태연과 친구들, 아빠의 돌발 행동에 어리둥절하다.

“아빠,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흠…, 역시 생각했던 대로야. 친구들에 비해 얼굴이 너부데데하고 약지도 길쭉한 것이, 태연이 너한테 미약한 CAH(선천성부신과형성증) 증상이 있는 것이 확실해 보이는구나. 정확한 건 병원에 가서 직접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말야.”

“네에??!! 그게 뭔데요! 혹시 불치병에라도 걸린 건가요? 몇 개월이나 살 수 있대요? 흑흑~. 그동안 불효했던 저를 용서해주세요, 아빠….”

“불효녀라는 걸 알고 있다니 다행이긴 한데, 네가 불치병에 걸린 비련의 연속극 주인공이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이는구나. CAH는 부신과 성선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부족해지는 유전질환이란다. 엄마 뱃속에 있는 여아가 안드로겐(androgen), 즉 남성호르몬에 지나치게 노출된 경우에는 남자 같은 성향을 보이고 반대로 남아가 여성호르몬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여자 같은 성향을 보이는 증상을 말하지. 또 태아는 남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되면 될수록 얼굴이 좌우로 넓고, 검지에 비해 약지가 길다는 특징을 갖게 된단다. 그런데 태연이 넌 놀 때도 남자애들처럼 총이나 칼을 좋아하고, 얼굴은 넓으며, 약지는 긴 것으로 봐서 아무래도 CAH가 약간 있는 게 아닌가 싶다는 얘기야.”

“네에? 그럼 곧 남자가 돼 버리는 건가요? 흑흑, 몇 개월이나 남았어요? 얼마나 여자로 살 수 있을까요?”

“아이고, 오버 좀 하지 마! CAH는 심할 경우 스테로이드 호르몬 부족 때문에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약한 CAH를 보이는 사람은 생활에 전혀 지장이 없어요. 남성적인 점을 잘 살려서 오히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경우도 많고 말이야.

“휴우~~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시지, 완전 겁먹었잖아요!!”

“얼마 전에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의 한 연구진이 9~26세의 남녀 125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CAH가 있는 여성은 엔지니어나 제트기 조종사처럼 일반적으로 남성들이 선호하는 직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사회복지사나 교사와 같은 직업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단다. 실제로 커서 남성적인 직업을 갖는 경우도 많고 말이야. 다시 말해 호르몬만 가지고도 그 아이가 커서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인지 대충 짐작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연구진은 여자 아이들이 CAH가 있는지 없는지를 일찌감치 파악해서, CAH가 있는 아이에게는 어릴 때부터 과학·기술·공학·의학(STEM)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단다. 아이의 특성을 빨리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해주는 거니까 그만큼 성취도도 높을 거라는 얘기지.”

“아, 그러니까 아빠는 제 적성을 미리 파악해서 능력을 키워주려는 것이었군요. 홍홍홍! 역시 아빠는 나만 사랑한다니깐~~.”

이때 이야기를 듣던 말자가 끼어든다.

“그런데요, 정말로 궁금했던 게 있어요. 검지에 비해 약지가 긴 사람은 남성호르몬에 많이 노출된 경우라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약지가 긴 사람이 돈도 잘 번다는데 진짜예요?

“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말이야. 남성호르몬이 많은 사람들은 승부욕이 강하고 공격적이며 매우 적극적인 경우가 많단다. 아무래도 그런 사람들이 승부욕이 적고 수동적인 사람들 보다는 성공하거나 돈을 많이 벌 가능성이 높지 않겠니?

“그럼 얼굴이 널찍한 사람들도 부자가 많겠네요?”

실제로 미국 밀워키캠퍼스의 한 연구진이 미국 최대기업 55개사의 CEO 얼굴을 분석해 본 결과, 널찍한 얼굴의 CEO가 이끄는 회사는 뾰족한 얼굴의 CEO가 경영하는 회사에 비해 재무적으로 훨씬 뛰어난 실적을 거둔 것으로 확인됐단다. 또 복싱 같은 격렬한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넓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 남성호르몬이 치열한 승부세계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이지. 또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도 호르몬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이해가 된단다. 용감한 자 즉, 남성호르몬이 많은 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미인에게 구애를 할 수 있으니 미인의 사랑을 얻을 가능성도 훨씬 높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거지. 하지만 반대로 남성호르몬이 많은 사람들은 지나친 승부욕으로 인해 반칙을 하거나 무모한 위험을 무릅쓴다는 연구결과도 많단다.

“그럼 어차피 저는 남성호르몬 과다 분비자랑 결혼할 수밖에 없겠네요. 남성호르몬이 적은 사람은 저 같은 미인에게 감히 도전하지도 못 할 테니까요. 그런데 태연이 아버지는 어떤 쪽이세요? 남성호르몬이 많은 쪽? 적은 쪽? 태연이 어머니가 미인인 걸로 봐선 많은 쪽이신 거 같아요. 얼굴도 태연이처럼 너부데데하시잖아요.”

“허허, 참. 나의 남성미는 아무리 감추려 해도 숨길 수 없는 모양이구나.”

아빠와 말자의 대화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태연이 아빠의 귀에 대고 몇 마디 소근거린다. 순간 아빠의 얼굴이 허옇게 뜨더니만 급히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태연에게 준다.

“뜻밖의 용돈 완전 감솨! 아빠가 원래는 뾰족 턱인데 넘치는 턱살 때문에 넓적해 보인다는 진실, 그리고 아빠의 찌질한 모습이 불쌍해 보여 모성애를 발휘한 엄마가 그냥 결혼해주기로 결심했다는 진실, 이 두 가지 불편한 진실을 제 친구들에게 영원히 비밀로 해드립죠. 헤헤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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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7세 남성이 8살 여자 어린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해 신체 일부를 훼손시킨 일명 ‘조두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법원은 조씨에게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국민의 여론은 “형량이 가볍다”는 쪽으로 기울며 인터넷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연 성범죄자의 구형을 늘리면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까.

“개를 묶어 두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감금효과에 대해 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성폭행범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미쳐 날뛰는 개를 목줄로 묶으면 당장은 조용해지지만 목줄이 풀리는 순간 개는 다시 날뛸 것이다. 성폭행범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죄를 짓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감금은 범행 동기를 없앨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처럼 구속은 성범죄를 늦출 뿐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화학적 거세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폴란드 의회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키는 법안이 통과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율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남성의 음경이나 고환을 제거하는 외과적 거세는 성범죄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화학적 거세가 일반적이다. 1996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를 시작으로 루이지애나, 몬타나, 위스콘신, 조지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10여개 주와 캐나다에서 화학적 거세가 실시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란 몸에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에스트로다이올과 같은 여성호르몬을 주입해 성욕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캐나다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데포 프로베라’(Depo Provera)와 ‘CPA’(Cyproterone Acetate)라는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사한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개발한 이 호르몬제는 원래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됐지만 남성에게 주사하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춰 주기 때문에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 현대판 내시를 만드는 형벌인 셈이다.

캐나다 교정국은 “화학적 거세는 장기적으로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2006년 3월 대한비뇨기과개원의 협의회가 실시한 ‘화학적 거세 도입에 관한 찬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 74명 가운데 화학적 거세에 반대한 의사는 3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43명(57%)이 호르몬 조절을 통한 성욕 억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성욕 억제는 성폭행 재범을 막는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이유가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성범죄자들의 성충동을 억제시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화학적 거세’가 유력한 방안으
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
해 성 기능을 감퇴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위쪽 화학식은 테스토스테론의 분자구조. 사진
제공. 동아일보.>

그러나 성폭행범의 왜곡된 성의식을 그대로 둔 채 성욕만 줄인다고 성범죄가 감소하지는 않는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는 “성폭행범 처벌이 강화되고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면 화성 연쇄 성폭행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한다. 성범죄자들의 특성상 법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완전범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곳에서는 약물사용과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형법 제 645조를 살펴보면 재범 이상의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강제로 적용하고, 가석방의 조건으로도 화학적 거세가 설정돼 있다. 또 약물투여를 통한 화학적 거세는 교정국이 교도소위원회에 더 이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할 때까지 계속된다. 화학적 거세의 효과는 약물 투여 기간에만 발생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약물투여는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심리치료가 재범방지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상습 성폭행범에게 기껏해야 최고 15년의 형량을 구형하고 있다. 성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할 수 없다면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감호가 필요하다. 현재 수원구치소에서도 성범죄자에게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성폭행범이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성충동을 느낄 때 역한 냄새나 전기 자극, 혹은 구토제 같은 외부 자극을 줘 신체의 거부반응을 인위적으로 유도한다. 또 역할극을 통해 자신의 범행으로 고통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권한다. 한국은 아직 성범죄자 유형에 적합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놀라운 사실은 심리치료를 시작하기 전 실시한 ‘강간통념 검사’에서 성범죄자 10명 중 단 한 명도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들은 강간 혐의를 부인했으며, 오히려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는 왜곡된 성의식에 사로잡힌 성범죄자에게 외과적ㆍ화학적 거세만으로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그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고,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적은 것이다.

우리사회에 성범죄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형량을 높이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정작 그들의 심리에 대해선 고민해 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심리치료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통해 성범죄 해결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어떨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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