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탐사, 남극에서 시작한다!

2012년 1월 12일, 대한민국 남극운석탐사대(대장 :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 이종익 박사)가 남극 운석을 하나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남극대륙 장보고 기지 건설지로부터 약 200km 떨어진 빅토리아랜드 산악 지대 아래 빙하 지대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약 5년 전인 2007년 1월 28일 대한민국탐사대가 처음으로 남극운석을 발견한 뒤 143번째 발견한 남극운석이다.

우리나라의 남극운석 탐사는 이번이 제5차로, 최초로 도전한 탐사도 아니고 최초로 발견한 운석도 아니지만 143번째 운석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기획부터 장소 선정, 운송 수단을 포함한 모든 것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제1, 2, 3차 남극운석 탐사는 ‘ALE(Antarctic Logistics and Expeditions)’에서 시설 및 장비를 지원받아 이루어졌다. ALE는 남극점으로부터의 항공과 운송을 담당하는 회사다. 제4차는 이탈리아 기지를 기반으로 이탈리아 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탐사였다.

그런데 왜 과학자들은 머나먼 눈과 얼음의 땅 남극에서 운석을 찾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일까?

운석(meteorite)은 우주 공간을 떠돌던 암석이 지구 중력에 이끌려 지구 대기를 뚫고 지구 표면으로 떨어진 암석이다. 대부분 크고 작은 소행성의 파편이지만, 드물게는 달 표면 암석 또는 화성 표면의 암석이 충돌에 의해 떨어져 나온 것도 있다. 때문에 운석은 지구 탄생 초기의 역사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재료다.

1970년대, 남극의 일부 빙하지대에서 운석이 다량으로 발견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때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일본, 이탈리아, 중국이 차례로 운석탐사대를 남극에 보내기 시작했다. 이들 국가들은 거의 매년 운석탐사대를 남극에 파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회수한 남극운석은 4만개에 육박해 전체 운석수의 80%를 차지한다.


[그림] 대한민국 제2차 남극운석탐사대가 발견한 분화운석(운석명 : TIL 07016). 질량이 약 3.5kg인 이 운석은 주로 철질 금속과 감람석으로 이루어진 분화운석이며 소행성의 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형성된 암석으로 생각된다. 사진 제공 : 최변각
운석은 성인(成因)에 따라 크게 시원운석(혹은 미분화운석)과 분화운석으로 구분된다. 시원운석은 ‘콘드라이트(chondrite)’라고 불린다. 콘드라이트는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성운에서 태양계가 만들어지던 초창기 고체 물질이 모여 소행성을 이룬 후, 거의 아무런 화학적 변화를 경험하지 않은 상태로 보존된 암석이다. 지구상에서 발견된 운석 중 대부분은 콘드라이트다. 지구의 암석은 지구가 탄생한 후 수많은 지질학적 과정을 통해 변화하고 재탄생하면서 초기의 기록이 지워졌다. 반면 콘드라이트에는 태양계가 탄생하던 초기의 모습이 고스란히 보관돼 있다. 때문에 태양계의 기원 물질, 태양계의 생성 초기 환경, 태양계의 나이 등 태양계 탄생 초기에 관한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적 사실들은 대부분 콘드라이트를 연구한 결과다. 또한 일부 콘드라이트에는 유기물이 포함돼 있어 생명체 탄생의 재료가 되는 유기물이 어떻게 생성되고 행성으로 공급됐는지를 알려준다.

이와 달리 분화운석은 모체인 소행성, 또는 행성의 일부나 전부가 녹아 마그마를 형성한 후 굳어 만들어진 화성암이다. 분화운석 중에는 소행성의 표면, 맨틀, 핵에서 만들어진 암석들이 모두 포함돼 있어 소행성과 행성의 진화를 연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연구 재료가 된다. 화성운석의 경우처럼 직접 가보기 않고도 다른 행성의 지질을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매년 수만 톤의 외계 물질이 지구로 유입되는데, 이중 일부가 대기와의 마찰에서 살아남아 운석으로 발견된다. 운석은 초당 20km 내외의 엄청난 속도로 지구 대기로 진입하기 때문에 대기와의 마찰에 의해 녹으면서 매우 밝은 빛을 낸다. 이 빛은 보통 보름달 또는 그 이상으로 밝아 낮에도 관찰이 가능하다. 이런 운석 낙하 현상을 ‘화구(火球, fireball)’라고 부른다. 지구 대기를 뚫고 떨어지는 모습, 즉 화구가 관찰된 후 발견되는 운석은 1년에 한두 개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운석은 우연히 또는 조직적인 탐사에 의해 발견된다. 이런 운석의 대부분은 남극이나 사막에서 발견된다. 이는 지구의 암석이 거의 없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운석 발견이 비교적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남극의 경우 빙하가 움직이면서 특정 장소로 운석을 모으기 때문에 좁은 지역에서 수많은 운석이 한꺼번에 발견되기도 한다.

이처럼 운석은 태양계를 연구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물질이다. 때문에 희소가치가 큰 일부 운석은 매우 고가로 거래되기도 한다. 2012년 1월에는 모로코 사막지대에서 발견된 운석이 화성운석으로 확인된 후 금값의 10배 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석의 비싼 가치 때문에 북서아프리카 사막지대의 주민 중에는 마치 금광을 찾아다니듯 사막에서 운석을 찾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차례에 걸친 탐사로 발견한 143개의 운석은 이에 비해 매우 적은 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비교적 다양한 종류의 운석을 발견해 운석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갖춰 나가고 있다. 화성운석을 포함해 거의 모든 종류의 운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1,000개 이상의 남극운석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곧 장보고 기지가 완공되고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대한민국 남극운석탐사가 시작될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독자적인 연구가 가능한 수준으로 운석 시료를 확보할 것이라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시료만 확보됐다고 연구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운석탐사와 함께 연구시설 및 장비의 구축과 연구 인력 확보를 위한 연구자들의 노력,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21세기는 태양계 탐사의 시대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 여러 우주 탐사 선진국들은 앞다퉈 달, 소행성 및 화성 탐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아폴로 우주인들이 월석을 가져왔듯이 곧 다양한 소행성 시료와 화성 암석들을 지구로 가져오게 될 것이다. 남극에서 운석을 찾고 이를 연구할 수 있는 운석 연구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이런 21세기 태양계 탐사와 연구의 기초를 닦는 일이다. 우주로 나가는 작은 한 걸음이 얼음의 땅 남극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글 : 최변각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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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는 참 따뜻해요. 그곳은 춥지 않죠? 포근한 곳에서 잘 지내시길 바랄게요.”

2003년 12월, 고무보트를 타고 탐사활동을 벌이다 남극 바다에 빠져 숨진 고 전재규 대원의 추모 홈페이지엔 아직도 네티즌들이 추모의 글을 올리고 있다. 당시 사고를 당한 대원 5명 중 4명은 구조됐지만, 전재규 대원은 결국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져 시신으로 돌아왔다.

“쇄빙선 한 척만 있었더라면….”

전재규 대원 이야기가 나오면 해양 과학자들은 한숨을 내쉬며 이런 말을 하곤 했다. 얼음 바다를 부수며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은 우리나라 극지 연구자들의 ‘한’ 이었다. 남극에 상주기지를 운영 중인 20개국 중 쇄빙선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폴란드, 단 두 곳뿐이다.

쇄빙선이 꼭 필요한 날만 하루 8,000여만원을 주고 러시아 등에서 빌려 사용하고 있는데, 그나마 빌릴 수 있는 기간이 제한돼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다니기 어려웠다. 연구하기에 적합한 시기인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다른 나라들도 쇄빙선을 사용하고 있어 빌리는 것조차 어렵다.

<진수를 마친 아라온호가 바다로 나아가고 있다. 종합시험 항해를 거쳐 11월 말부터 본격적
으로 활동하게 된다. 사진제공 극지연구소>

그러나 이런 한이 풀릴 날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6월 11일은 우리나라 극지 연구자들로서 기념할 만한 날일 것이다. 국내 최초의 쇄빙선 아라온호가 바닷물 위로 떠 오른 날이기 때문이다. 정식 출항까지는 시간이 남아있지만, 국내 최초의 쇄빙선이 드디어 물위에 떠오른 사실 만으로도 한 많았던 과학자들에겐 감격스런 날로 기억 될 것이다.

쇄빙선이 왜 이렇게 중요한 것일까? 아라온호의 완성은 단순히 배 한 척 확보한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미 세계 각국에서도 우리나라를 극지연구에 관한한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평가하고 있다.

쇄빙선이 있으면 남, 북극기지를 새로 건설하거나 운용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남극기지는 세종 기지 한 곳 뿐으로 미국의 3개, 영국·호주의 4개에 비해 적다. 더구나 세종기지가 있는 킹조지섬은 남극 치곤 꽤 따뜻한 곳이다. 남극점에서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어 여름에는 풀이 돋을 때도 많다. 조류나 생태연구에는 적합하지만 진정한 극지연구를 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극지연구소는 총 700억 원을 들여 두 번째 기지를 건립할 계획을 발표하고 지난 해 부터 본격적인 탐사에 들어갔다. 이런 계획도 우리나라의 쇄빙선 제작이 확정된 다음에야 결정될 수 있었다. 쇄빙선 없이는 물자를 보급할 수도, 실험기자재를 옮겨 놓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라온호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 것일까?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은 남, 북극의 혹한 지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탁월한 쇄빙능력이다. 아라온호는 두께 1m의 얼음을 깨며 3노트(시속 5.5km)로 운항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얼음이 없으면 16노트(시속 30km 정도)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이런 성능의 비결은 아라온호만의 독특한 구조 덕분이다. 선저(배의 아랫부분)에는 얼음을 자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아이스나이프가 달려 있다. 뱃머리 부분은 해군의 대형상륙함 독도함보다 2배나 두꺼운 4cm의 강철판으로 만들어졌으며 선체에 칠하는 도료도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딱딱한 얼음에 배가 파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갑판이 얼어붙는 걸 막기 위해 갑판 전체에 열선도 깔려 있다.

극도로 추운 날씨에선 배 주위에 있던 바닷물까지 얼어붙곤 한다. 쇄빙선이라도 이런 상황에선 얼음위로 점점 밀려 올라가기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를 대비해 아라온호는 배를 좌우로 흔들어 얼음을 깨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선체 앞머리를 최대 5m까지 들어 얼음을 짓눌러 깰 수도 있다. 아라온호의 바닥에는 300톤에 달하는 물을 싣고 있는데, 이 물을 옮겨 가며 배 자체의 무게중심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얼음을 깨기 위해서는 배 자체의 무게도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배보다 훨씬 무겁게 만들어졌다. 총 무게 6,950톤으로 2000~3000톤 정도인 일반 연구선보다 훨씬 무겁다.

다른 배의 3~4배에 달하는 압도적인 힘도 자랑거리다. 아라온호에는 6,800마력에 달하는 대형 엔진 2개가 장착돼 있어 보통 배의 3~4배가 넘는 힘을 낸다. 웬만한 얼음은 그대로 부수면서 전진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이 있는 것이다.

앞 쪽의 얼음이 너무 두꺼워 더 이상 전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아예 피하는 기능도 갖췄다. 아라온호는 길이 막히면 그대로 후진하거나, 좌우로 수평 이동할 수 있다. 후미에 달린 2개의 프로펠러가 360도 회전하기 때문이다.

<진수식 직전 추진기와 함께 후미의 프로펠러가 설치되고 있다. 아라온호의 프로펠러는 360도
회전이 가능하다. 배 앞쪽에도 보조 프로펠러 2개가 장착돼 있다.>

아라온호가 각광받는 또 다른 이유는 남, 북극 기지를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수송선이라는 점이다. 아라온호는 길이 110m, 폭 19m가 넘는다. 한번 보급을 받으면 70일간 약 2만해리(약 3만7,000km)를 항해할 수 있으며, 배 뒷편에는 25톤 크레인이 달려있어 자체 하역까지 가능하다. 대형컨테이너나 트럭 같은 물건도 배에 올리고 내릴 수 있어서 어지간한 물자는 모두 아라온호 만으로 보급이 가능하다.

대형 헬리콥터 착륙장과 격납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배로 접근하기 어려운 극지 내륙지역까지 물자와 인력을 보내 줄 수 있는 셈이다.

아라온호가 얼음을 부수며 보급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하 30도에서 영상 50도까지 견딜 수 있어 극지와 적도를 전천후로 누빌 수 있다. 또 본격적인 연구 장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해양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 말 그대로 움직이는 해양연구소이다.

아라온호는 진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디젤엔진을 사용하지 않고, 전기엔진 2대를 이용한다. 떨림이 적고 조용해 바다 위에서 연구를 하기에 적합하며, 자동위치유지장치 덕분에 해류가 흐르거나 바람이 불어도 배가 정해진 위치에 그대로 떠 있을 수 있다. 바다 위에서 안정적으로 연구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조치다.

총 탑승인원 85명 중 60여명이 과학자며, 첨단 연구장비만 해도 60가지가 넘는다. 입체 현미경 등 총 48개 실험장비를 갖췄으며, 바닷물 성분을 확인하는 CTD 등 해양, 생물용 연구장비가 다수 실려 있다. 대형 지질, 지구물리 연구장비와 함께 기후 연구를 위한 기상, 대기, 모니터링 장비까지 설치돼 있다. 이런 역량 덕분에 선진국들로부터 공동협력 제안도 이어지고 있다.

아라온호는 선박 내부를 단장한 뒤 이르면 9월말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에 인도되며, 11월 말에 과학자들의 한을 모두 털어내고 남극으로 출항하게 된다. 이후에는 각종 시험 항해를 거쳐 2010년부터 본격적인 탐사와 연구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사람들이 남, 북극 연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가득한 자원 보고이기 때문이다. 세계 강대국들이 40여 척의 쇄빙선을 운용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11월 다가올 아라온호의 첫 항해가 우리나라를 자원강국으로 만드는 첫 걸음이 되길 기대해 본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쇄빙선박에 작용하는 빙저항 추정식 고찰 [바로가기]
빙해 항행 선박 주요목의 변화 경향에 대한 조사 연구 [바로가기]
극지용 쇄빙 유조선 개발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쇄빙용 부가 추진 시스템과 쇄빙선(한국공개특허) [바로가기]
선박의 조종성을 향상시킨쇄빙선(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유빙충돌방지 내빙선(한국공개특허)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33년 운항된 원자력 쇄빙선 아크티카호 퇴역 - 2008년 [바로가기]
러시아, 세계 최대 원자력 추진 쇄빙선 성능 시험 착수 - 2007년 [바로가기]
온난화에도 남극의 빙하가 증가하는 이유 - 2009년 [바로가기]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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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은 있지만 남극곰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펭귄은 왜 남극에서만 살고, 북극에서는 살지 않을까? 남극과 북극은 다 추운 곳일텐데 북극곰과 남극펭귄만이 알고 있는 북극과 남극의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지상의 남극과 북극은 추위와 눈, 얼음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서로 다르다. 남극의 영어 명칭인 Antarctica는 북극을 뜻하는 Arctic과 반대를 뜻하는 접두어 anti(ant)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서로 반대쪽에 있는 지역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으나 그 이상의 차이가 있다. 남극은 대륙이고 북극은 바다다. 따라서 남극과 북극은 지구에서 서로 다른 유일한 환경을 보여준다.

남극은 지구의 최남단에 있는, 남극점 주위에 있는 대륙이다. 남극조약에서 남위 60도 남쪽으로 정의되어 있다. 남극대륙은 지구 육지면적의 9.2%를 차지하는 거대 대륙으로, 남극권 이남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으며 남극해에 의해 둘러싸여 있다. 면적은 약 1,440만 km²로서 아시아,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남아메리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대륙이다. 남극대륙의 약 98%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데, 평균두께가 2,160m나 되는 거의 빙산과 같은 두꺼운 얼음이 덮고 있는 거대한 빙원이다. 물론 높이가 무려 4,000m를 넘는 얼음도 있다.

반면, 북극은 지구 북극점 근처의 지역이다. 북극권은 보통 북위 66도 33분보다 북쪽 지역을 가리키며, 총 면적 약 3,000만㎢ 중 북극해가 약 1,400만㎢를 차지한다. 흔히 북극을 의미하는 ‘북극권’에는 캐나다와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의 북쪽 지역, 노르웨이 북쪽 해안,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발바르 같은 북쪽 섬들이 포함되는데, 이곳에서도 빙하를 볼 수 있다. 북극권을 ‘가장 따뜻한 달의 평균 기온이 10℃를 넘지 않는 지역’으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알래스카 남단까지가 북극권이 된다.

북극은 남극보다 조금 따뜻하다. 북극 지방의 평균 기온은 영하 35~40도 정도인 반면, 남극 지방의 평균 기온은 영하 55도에 달한다. 남극에 비해 북극이 따뜻한 이유는 대륙이 아니라 바다이기 때문이다. 남극대륙을 덮고 있는 얼음은 햇빛을 반사하지만, 북극의 바다는 열을 흡수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북극은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대륙으로 둘러싸인 드넓은 얼음 바다다. 지중해보다 약 4배가 큰 바다를 덮은 빙하가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북극의 얼음은 눈이 쌓인 것이 아니라, 바닷물이 얼어서 생긴 해빙이다. 따라서 얼음의 두께가 10미터를 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북극의 얼음은 주변의 대륙에서 날아온 토양과 먼지 때문인지 옅은 황갈색을 띠는 반면, 남극의 얼음은 수정같이 맑고 깨끗하다.

남극의 얼음은 단순한 얼음이 아니다. 땅 위에 내린 눈이 녹지 않고 오랫동안 쌓여 얼음이 된 것이라 이처럼 두껍고 높다. 눈이 쌓여 눈덩이가 된 뒤 무게에 눌려 갇혀 있던 기포가 빠져나가면서 맑고 투명한 얼음이 된다.

남극에는 원주민이 없다. 선사 시대에 원주민이 살았던 흔적도 없다. 현재 남극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문명세계에서 들어가 남극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비상주 방문객들이다. 그곳은 오로지 추위에 적응한 동식물들만이 살아갈 뿐인데, 나무는 전혀 없고 지의류가 남극에 있는 식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록 날씨가 춥고 육지도 없는 곳이지만,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등 북극권에 속하는 여러 지역에는 흔히 에스키모라고 불리는 이누이트족이라는 원주민이 살아간다. 문명세계의 방문객이 지내고 있는 남극과 달리, 이들은 자신들의 고유하고 독특한 문화와 역사가 있는 북극의 원주민으로 주로 동물을 사냥하며 살아간다. 북극에서는 남극에서 볼 수 없는 털이 하얀 북극곰과 바다를 헤쳐나가는 거대한 순록 같은 포유류를 만날 수 있다.

남극 하면 펭귄이다. 옥색 빙산 위에 서 있는 하얀색과 검은색이 조화를 이룬 펭귄이야말로 남극을 대표하는 새다. 황제펭귄, 아델리펭귄, 마카로니펭귄 등은 남극 고유의 생물인데, 아델리펭귄은 남극 펭귄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많다. 처음에는 광활한 바다로 둘러싸인 대륙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얼음 덩어리에 가까운 남극에 물새들이 먹이를 찾아 날아왔는데, 거추장스러운 날개는 잠수하기 좋게 지느러미 모양으로 진화하여 지금의 펭귄이 남극에 살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렇다면 북극의 제왕, 북극곰은 원래 북극에 살던 동물일까? 북극곰의 족보를 조금만 더 파고들어가면 북극곰이 사실은 시베리아나 알래스카, 그린란드에 살던 흑곰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먹이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한 흑곰은 얼음환경에 적응하며 털 색깔이 흰색으로 바뀐 것이다. 그래서 북극곰의 털 밑을 자세히 보면 검은색의 피부가 보인다. 남극에 북극곰이 없는 이유는 바로 남극이 남극해라는 거대한 바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얼음 위를 이동하며 사냥을 하고 빙산 사이를 헤엄치기도 하는데 그 거리는 25㎞를 넘지 못한다.

북극에서 해는 춘분 때(3월 21일경) 지평선 상에 있다가 고도가 매일 조금씩 높아져 하지 때(6월 21일경)는 23.5°에 이른다. 하지 이후로는 고도가 매일 조금씩 낮아져 추분(9월 23일경)이 되면 다시 지평선에 걸치게 된다. 따라서 춘분부터 추분까지 해는 지평선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어 6개월간 낮이 계속 이어지고, 마찬가지로 추분부터 이듬해 춘분까지는 6개월간 밤이 계속되는 된다. 따라서 어느 날 정오 해가 지평선 위에 있었으면 6개월 뒤 정오에는 반드시 땅 밑에 있게 된다. 남극점은 이와 반대이다.

대체로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춥고 건조하며 바람 또한 많이 부는 대륙이다. 또한 모든 대륙 가운데서 해발 고도가 가장 높다. 남극도 대륙이기 때문에 다른 대륙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이 똑같이 일어난다. 때때로 화산이 폭발하고 뜨거운 김이 솟는 온천과 지하자원 있으며, 드물지만 지진도 발생한다. 한 마디로 얼음으로 덮여 있을 뿐이지 다른 대륙과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남극의 대기운동, 지리, 지형, 지리위치, 그리고 생물이 복합돼 생기는 자연환경은 지구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다. 남극대륙을 감싸는 남빙양 또한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남극의 대기순환은 세계의 기후에 영향을 미쳐 농업과 산림 변화를 일으킨다. 남빙양의 표층과 저층의 해수순환은 바닷물의 온도와 수산업에 영향을 미친다. 남극의 고층대기에 기상 이변이 일어나면 그 여파가 한반도가 있는 중위도 지방에까지 미치기도 한다. 특히 얼음으로 덮인 남극은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라 날씨가 더워져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이 지금보다 65m나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남극은 지구의 변화를 예측하기 위한 중요한 연구기지다. 과학자들은 변덕스러운 태양 활동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남극을 태양 활동과 우주 날씨 변화를 관측하는 최적지로 꼽는다.

남극과 북극은 지구상에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다. 그곳의 생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남극과 북극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극지의 풍경과 함께 오랜 세월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그들의 몫이다. 인간의 몫은 가도가도 끝이 없는 혹독한 얼음의 세계에서 극지의 생물들이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물에 뜬 얼음 위에서는 북극곰이 안심하고 먹이를 잡아먹고 살아갈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지구를 아끼고 사랑한다면 지구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선물할 것이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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