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 2023년, 생명줄 ‘물’을 보호하라!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3년,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강수량은 여름에만 집중돼 예상치 못한 물폭탄이 내리는가 하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에서 ‘물 기근 국가’로 분류되고 말았다.

물 기근 국가란 만성적으로 물 부족을 경험하며 그 결과 경제발전 및 국민복지, 보건이 저해되는 상태를 말한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하루빨리 물 낭비를 줄이고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은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물을 줄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하던 시대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됐다. 관리비 중 수도요금이 몇 년 새에 몇 십 배나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또 집집마다 단수 조치가 시행돼 정해진 시간에 물을 받아놓고 써야한다. 요리하고 마실 식수도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설거지물을 아끼기 위해 그릇을 최소로 쓰고 심한 경우 스님들처럼 한 종지의 물과 한 조각의 김치로 모든 그릇을 씻고 그 물을 마실 지경에 이르렀다. 한 달에 한 번 욕탕에 물을 받아서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씻을 수 있으면 감지덕지다.

목욕탕, 찜질방, 수영장 등 물을 이용하는 시설은 전면 금지되고 국가에서 지정한 몇 군데만 허용되고 있다. 또 요금이 턱없이 비싸 일반인들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특히 샤워시설이 갖춰진 헬스장 회원권의 수요는 넘쳐나는데 물건이 없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2023년, 샤워를 매일 하는 것은 돈 걱정 없는 최상류층이나 가능한 일이 됐다.

2008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에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세계적인 물 부족으로 물 값이 원유 가격만큼 올라 10년 안에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었는데, 15년도 채 안 된 지금 더 심각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원유가 고갈되기 시작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연구․개발해 총에너지에서 원유의 비중을 점점 낮춰갔다.

그러나 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세계인구가 2023년 현재 약 80억 명으로 늘어났고 개발도상국의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물 부족이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1L의 생수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몇 십 배로 뛰어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로 인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물론,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이웃나라와 전쟁까지 일어날 판이다. 인류의 미래가 ‘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 양평군 팔당댐 근처에 위치한 한국물대학(KWNU, Korea Water National University)은 이런 심각한 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세운 국립대학이다. 2020년에 생겨서 3년째 학생을 받고 있다. 물대학이라고 해서 절대 물로 봐서는 안 된다. 한국물대학은 물 관련 다양한 학문의 융·복합 및 산학협력 등 물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연구기관으로 물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곧 물학사를 시작으로 물석사, 물박사들이 물고 터지듯 줄줄줄 나올 것이다.

한샘물 학생은 올해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학생이 한국물대학으로 진로를 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물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물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꼭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물 사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은 평소의 꿈이기도 했다.

한샘물 학생이 학교에서 국가와 기업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나노기술기반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기술¹⁾이고 또 하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²⁾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가 물 기근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다면 물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물에서 염분을 빼는 기술은 만만치 않다. 바닷물을 끓이는 증류법을 사용하면 또 다른 화석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나노기술기반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바닷물을 삼투막에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식수나 산업용수를 생산한다. 특히 기능성 혼합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역삼투막기술로 해수를 담수로 바꿀 때 에너지 소비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된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을 이용해 하천수, 우수, 지하수, 하폐수처리수, 해수담수 등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관리·수송해 수자원의 지역적, 시간적 불균형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나 눈이 왔을 때 새지 않게 모았다가 실시간 네트워킹과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등 물 낭비를 없애는 기술이다.

한샘물 학생은 하루빨리 이 두 기술이 완벽하게 개발․상용화돼 현재 겪고 있는 물 문제를 해결해 전 국민이 물을 맘껏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이 기술들을 전 세계에 수출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인류가 다함께 웃을 날이 빨리 오길 바랐다. 깊은 밤, 한국물대학의 모든 연구실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FUTURE] 2023년, 생명줄 ‘물’을 보호하라!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3년, 우리나라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급격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강수량은 여름에만 집중돼 예상치 못한 물폭탄이 내리는가 하면,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는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어느새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에서 ‘물 기근 국가’로 분류되고 말았다.

물 기근 국가란 만성적으로 물 부족을 경험하며 그 결과 경제발전 및 국민복지, 보건이 저해되는 상태를 말한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하루빨리 물 낭비를 줄이고 대체 수자원을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물은 생명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물을 줄줄 틀어놓고 설거지를 하거나 샤워를 하던 시대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얘기가 됐다. 관리비 중 수도요금이 몇 년 새에 몇 십 배나 껑충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또 집집마다 단수 조치가 시행돼 정해진 시간에 물을 받아놓고 써야한다. 요리하고 마실 식수도 부족해지자, 사람들은 설거지물을 아끼기 위해 그릇을 최소로 쓰고 심한 경우 스님들처럼 한 종지의 물과 한 조각의 김치로 모든 그릇을 씻고 그 물을 마실 지경에 이르렀다. 한 달에 한 번 욕탕에 물을 받아서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씻을 수 있으면 감지덕지다.

목욕탕, 찜질방, 수영장 등 물을 이용하는 시설은 전면 금지되고 국가에서 지정한 몇 군데만 허용되고 있다. 또 요금이 턱없이 비싸 일반인들은 엄두도 낼 수 없다. 특히 샤워시설이 갖춰진 헬스장 회원권의 수요는 넘쳐나는데 물건이 없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2023년, 샤워를 매일 하는 것은 돈 걱정 없는 최상류층이나 가능한 일이 됐다.

2008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미래회의에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세계적인 물 부족으로 물 값이 원유 가격만큼 올라 10년 안에 물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었는데, 15년도 채 안 된 지금 더 심각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원유가 고갈되기 시작하자 많은 과학자들이 신재생에너지를 연구․개발해 총에너지에서 원유의 비중을 점점 낮춰갔다.

그러나 물은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세계인구가 2023년 현재 약 80억 명으로 늘어났고 개발도상국의 도시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자 물 부족이 세계적인 문제로 부각됐다. 1L의 생수 가격이 휘발유 가격의 몇 십 배로 뛰어올랐다. 이대로 가다가는 물로 인해 수천만 명의 사람들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것은 물론, 수자원 확보를 위해 이웃나라와 전쟁까지 일어날 판이다. 인류의 미래가 ‘물’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도 양평군 팔당댐 근처에 위치한 한국물대학(KWNU, Korea Water National University)은 이런 심각한 물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세운 국립대학이다. 2020년에 생겨서 3년째 학생을 받고 있다. 물대학이라고 해서 절대 물로 봐서는 안 된다. 한국물대학은 물 관련 다양한 학문의 융·복합 및 산학협력 등 물산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연구기관으로 물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곧 물학사를 시작으로 물석사, 물박사들이 물고 터지듯 줄줄줄 나올 것이다.

한샘물 학생은 올해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이 학생이 한국물대학으로 진로를 정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물위기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고, 물과 관련된 전문가들이 꼭 필요한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심각한 물 사태를 직접 해결하는 것은 평소의 꿈이기도 했다.

한샘물 학생이 학교에서 국가와 기업간 공동으로 연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나노기술기반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기술¹⁾이고 또 하나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²⁾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가 물 기근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바닷물을 식수로 바꿀 수 있다면 물 걱정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물에서 염분을 빼는 기술은 만만치 않다. 바닷물을 끓이는 증류법을 사용하면 또 다른 화석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나노기술기반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기술이다. 이 기술은 바닷물을 삼투막에 통과시켜 염분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식수나 산업용수를 생산한다. 특히 기능성 혼합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역삼투막기술로 해수를 담수로 바꿀 때 에너지 소비와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게 된다.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은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기술(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을 이용해 하천수, 우수, 지하수, 하폐수처리수, 해수담수 등 다양한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관리·수송해 수자원의 지역적, 시간적 불균형을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비나 눈이 왔을 때 새지 않게 모았다가 실시간 네트워킹과 시스템을 통해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등 물 낭비를 없애는 기술이다.

한샘물 학생은 하루빨리 이 두 기술이 완벽하게 개발․상용화돼 현재 겪고 있는 물 문제를 해결해 전 국민이 물을 맘껏 쓸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불어 이 기술들을 전 세계에 수출해 물 부족으로 고통 받고 있는 전 인류가 다함께 웃을 날이 빨리 오길 바랐다. 깊은 밤, 한국물대학의 모든 연구실이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는 이유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나노기술기반 역삼투막 해수담수화 기술 : 해수담수화 기술은 블루오션 사업이자 인류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산업임. 차세대 해수담수화 핵심기술의 지속적인 개발을 기반으로 플랜트 설계건설과 유지관리 기술 확보를 통해 기술 경쟁력 확보가 유리함. 우리나라는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기능성 혼합 탄소나노튜브 역삼투막기술의 개발 및 응용을 진행하고 있음. 5~6년 후 기술 실현이 예상됨.

2) 스마트 워터 그리드 시스템 : 첨단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용수관리 인프라를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용수공급이 가능함. 국토해양부에서는 스마트 워터 그리드 기술개발에 대해 2016년까지 기술개발단계, 2023년까지 실증단계, 2030년까지 선도단계로 전망하고 있음.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안녕하세요, 이 기자입니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추석 연휴가 시작됐는데요. 귀향길에 오른 인파들로 전국이 들썩들썩한 기분입니다. 이번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최대 9일까지 쉴 수 있다지요? 하지만 저는 연휴에도 불구하고 여러분들께 과학 지식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 취재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다들 두 손 가득 선물을 들고 가는군요. 이 선물들을 포장하는 데도 섬세한 과학이 숨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시나요? 특히 맛과 신선도를 유지해야 하는 추석 선물 포장에는 다양한 과학 원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올해처럼 덥고 습도가 높은 여름이 지속된 해엔 더욱 그렇답니다. 그렇다면 선물포장에 어떤 과학 원리가 숨어있는지 알아볼까요?

(장소 이동, ○○백화점 안) 여기는 막바지 추석선물 판매에 한창인 한 백화점 정육코너입니다. 냉장 정육 선물세트의 포장이 좀 달라진 것 같군요. 기존에는 포장 소재가 스티로폼이었는데, 올해는 EPP(발포폴리프로필렌)라네요. EPP는 오토바이용 헬멧을 제작할 때 쓰이는 물질 아닙니까? (마이크를 담당자에게 넘긴다)

담당자 : EPP 소재는 생산과정에서 스티로폼보다 이산화탄소 같은 공해물질이 적게 나와 친환경적인 데다, 복원력과 탄성이 뛰어난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운전자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토바이 헬멧을 생각하면 그 성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튼튼하기만 한 게 아닙니다. 열을 차단하는 단열효과도 뛰어나 유통과정 중 차가운 기운의 손실을 줄여 고기의 신선도를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습니다.

이 기자 : 지난해까지만 해도 항균 아이스 팩이 정육 선물세트 포장 아래쪽에 깔려있었는데, 올해는 포장 뚜껑 쪽, 그러니까 상자 윗부분에 들어 있네요. 아이스 팩을 포장 윗부분에 넣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담당자 : 그 이유는 바로 차가운 공기가 일반 공기보다 밀도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아래로 가라앉는 성질을 이용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스 팩을 상자 위에 넣으면 차가운 공기가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상자 전체에 골고루 전해지겠지요. 이렇게 하면 상자 아래에 아이스 팩을 넣을 때보다 보냉 효과가 30% 가량 높아집니다.

이 기자 : 아 그렇군요, 또 다른 건 없습니까?

담당자 : 한우 선물세트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쿨러 백(Cooler Bag)과 항균 밀폐용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쿨러 백에는 살균 효과가 있는 은과 참숯 성분 등이 녹아 있어 항균·항취 작용을 하는데요, 항균·항취 작용에도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쿨러 백은 겉보기엔 꽉 막혀 있는 비닐봉투의 형태지만, 나노기술(nano-technology)이 적용돼 있습니다. 여기서 나노기술은 1m의 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 미세가공 과학기술을 말합니다. 쿨러 백 겉면에 나노 수준의 미세한 구멍들이 뚫려 있어서 그 안의 성분들이 밖으로 전해지는 것이지요.

또한 일반적으로 정육세트는 섭씨 영하 30도 이하에서 급속 냉동시켜 영양과 맛의 손실을 최소화합니다. 이 때문에 가정용 냉장고로 고기를 얼릴 때와 품질에 큰 차이가 나는데요. 정육제품의 신선한 배송을 위해 축산물 가공센터를 만들고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한 할인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진공상태로 포장한 제품에 산소 20%와 이산화탄소 80%의 공기를 넣은 뒤 재포장하는 ‘2중 산소포장’으로 신선도를 더욱 높였답니다.

이 기자 : 네, 그럼 이번에는 발효식품코너로 가볼까요? 젓갈이나 고급 전통 장류 선물세트는 합성수지 용기 대신 도자기에 담겨 있네요(또 다른 담당자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담당자 : 이것은 판매 이후에도 계속 발효가 지속되는 젓갈과 장류의 특성을 감안한 것입니다. 도자기에는 아주 미세한 숨구멍들이 있어서, 공기는 투과하고 그 밖의 내용물들은 통과하지 않거든요. 따라서 발효음식을 도자기에 담아두면 바깥의 신선한 산소들이 계속 공급돼 발효 작용을 도와줍니다.

이 기자 : 여기서 조상님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네요! (자리 이동하며) 다음으로 추석선물용 과일도 빼놓을 수 없겠죠. 올해는 특히 이상고온현상의 여파로 과일의 신선도와 맛을 오래도록 보존하는 게 유통업계 전체의 고민거리였다고 하는데요. 여름 내내 비가 많이 내린 탓에,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것도 숙제였답니다.

담당자 : 저희는 올 추석 선물용으로 사과와 배에 특별한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일반 과일 포장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스티커 속에는 과일의 신선함을 유지하는 에틸렌 가스 흡수제가 들어 있지요. 과일의 호흡이 90% 이상 꼭지 부분에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과일 꼭지 부분에 스티커를 붙여 놓았습니다.

이 기자 : 에틸렌 가스요?

담당자 : 에틸렌 가스는 과일이 공기 중에서 호흡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가스로, 과일의 신선도를 해치는 원인이 됩니다. 냉장고 속에 오래 놔둔 사과의 꼭지 부분이 갈색으로 뭉개지는 이유도 바로 이 에틸렌 가스 때문인데요. 저희는 개별 과일마다 스티커를 붙여, 포장을 풀고 냉장고에 넣어도 신선도가 유지됩니다. 실험 결과 이 스티커를 붙인 과일은 냉장고에 한 달 넘게 보관해도 그 맛이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기자 : 과일의 당도를 2~3배 이상 유지시키는 선도 유지제인 ‘후레쉬업’을 개발해 이번 추석 선물 세트 패키지에 적용한 곳도 있습니다(또 다른 담당자에게 마이크를 넘긴다).

담당자 : 선도 유지제란 과망간산칼륨 수용액을 규조토에 넣어 굳힌 물질로, 농산물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가스를 빨아들여 농산물의 노화와 부패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과일 하나하나마다 띠지를 두르고, 그 안에 후레쉬업을 넣어 더운 추석에도 과일의 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기자 : 우리나라 대표 명절 중 하나로 꼽히는 추석, 신선도는 물론 맛과 향까지 보존해주는 선물포장 덕분에 달 밝은 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추석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겠네요. 아, 저도 이제 추석 음식 좀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다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십시오!

글 : 이수기 중앙일보 산업부 기자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태연, 밖에서 들어오자마자 남산만한 배를 끌어안고 헥헥 숨을 몰아쉬며 소파에 널브러진다.

“아니, 태연아. 아프리카 난민도 아니고 배가 대체 왜 그런 거냐?”

“헥헥, 아빠의 딸이 우리 반 빵 먹기 대회에서 10분에 크림빵 42개를 먹어치워서 ‘식신대왕’ 자리에 등극했어요. 정말 자랑스러우시죠? 헥헥”

“허걱, 세상 모든 대회 중에 가장 미련하다는 바로 그 먹기 대회를 한 게냐? 그것도 우승을? 그렇게 채소, 과일은 입에도 안대고 탄수화물만 먹어대면 당뇨에, 비만에, 탄수화물 중독까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나 있니?”

“아빠는 귀엽고 깜찍한 딸에게 어쩜 그렇게 무서운 말씀을 하세요.”

“농담이 아냐. 탄수화물 특히 설탕이나 흰 밀가루처럼 당분만 남기고 다른 영양소들은 쏙 벗겨낸 ‘정제탄수화물’로 만든 음식은 혈당을 빠르게 올려 당뇨병이나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단다. 또 이렇게 급격히 오른 혈당은 동시에 매우 빨리 떨어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을 분비하지. 코티솔 때문에 스트레스가 커지면 인체는 혈당을 다시 올리기 위해 더 많은 탄수화물을 찾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을 ‘탄수화물 중독’이라고 부른단다.

“어머, 그럼 제가 배가 고프면 이유 없이 화가 나고 난폭해지며 미친 듯이 빵이나 사탕을 찾는 게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군요! 그럼 이제 전 어떡해요? 제가 부드럽고 훌륭한 저의 인격을 유지하려면 탄수화물을 계속 먹어서 코티솔 분비를 막아야한단 말이잖아요.”

“글쎄, 방법이 있긴 하지. 그것도 밥을 먹어서 해결하는 방법.”

태연, 남산만한 배를 부여안고 아빠에게 바짝 다가간다. 눈에는 환희의 빛이 가득하다.

“오, 플리즈. 그 환상적인 방법을 빨리 알려주세요.”

“밥이라고 하면 흔히 쌀밥만 생각하잖니. 그런데 최근 쌀에 섞어먹는 잡곡이 병을 치료하는 효과가 아주 탁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단다. 수수와 기장은 혈당상승을 유발하는 α-아밀라아제와 α-글루코시다제의 활성을 50% 이상 억제하기 때문에 당뇨치료에도 좋고, 급격하게 혈당이 오르는 걸 막을 수 있으니까 비만도 예방할 수 있는데다, 앞서 말한 탄수화물 중독도 없앨 수 있단다.

“와우, 대단해요! 못생긴 곡식알갱이들이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한단 말이에요? 저 오늘부터 수수하고 기장밥만 먹을래요!”

“뿐만 아니야. 수수와 기장은 암세포 사멸율도 각각 77.7%, 64.1%에 달할 정도로 항암 효과가 뛰어난데다, 세균성 염증 유발물질인 지질다당류(LPS)에 의한 염증 효과 실험에서도 수수 88.5%, 기장 97.3%의 대단히 높은 염증 억제율을 보였단다. 또 수수와 식용피는 대표적인 황산화제로 알려진 ‘토코페롤’ 보다 황산화 효과가 1.6배 이상 높아서 피부미용, 노화방지, 질병예방 등에도 탁월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지.

“와우, 대단해요. 밥만 잘 선택해 먹어도 효과 좋다는 약을 매번 복용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질병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거네요.”

“그렇지! 더구나 요즘엔 농업과 생명기술(BT), 나노기술(NT), 정보기술(IT) 등의 첨단기술이 결합한 기능성쌀도 속속 등장하고 있어. 라이신이 많이 함유된 일명 키 크는 쌀인 ‘영안벼’, 아기 이유식용 고영양 쌀 ‘하이아미’, 다이어트쌀 ‘고아미 2호’, 노화억제쌀 ‘흑설’, 혈압조절용 발아현미쌀 ‘큰 눈’, 베타카로틴이 대거 함유된 ‘황금쌀’, 혈압강하 효과가 있는 붉은곰팡이로 만든 ‘홍버섯쌀’ 등 종류도 매우 많단다.

“아유, 종류가 많다고 걱정하실 게 뭐가 있어요. 그냥 다 먹으면 되잖아요. 온갖 종류의 기능성 쌀에다가 수수, 기장 같은 잡곡까지 몽땅 섞어서 한 끼에 다섯 그릇씩 먹어치우면 건강해서 좋고, 국가 경제에 도움 돼서 좋고, 더 이상 뭘 바랄게 있겠어요!!”

아빠, 얼굴이 확 살아난다. 태연의 말에 절대 동감한다는 표정이다.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고민할 게 뭐 있어. 싹 다 먹으면 되는걸. 고기반찬까지 있으면 더 좋구. 엄마한테도 그렇게 설명하면 통할거야. 그치?”

태연과 아빠, 둘이 손뼉을 치며 좋아서 난리다.

“엄마! 오늘부터 아빠랑 나랑은 한 끼에 다섯 그릇씩 먹을 거여요. 그렇게 준비해주세요!”

그때 도끼눈을 하고 등장한 엄마, 부엌문 앞에 ‘식신 출입금지. 위반시 열 끼 굶김’이라고 쓴 큼지막한 표지판을 붙인다.

“오마나... 엄마 눈 보셨어요? 소름이 쫙 끼쳐요. 아빠는 어쩌다가 저렇게 무서운 여자랑 결혼을 한 거죠?”

“그... 글쎄 말이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Creative Commons License
1 
BLOG main image
생활에 밎줄 긋는 과학이야기♡ -KISTI의 과학향기-
by 과학향기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1178)
과학향기 기사 (892)
과학향기 이벤트 (1)
과학향기 독자참여 (1)
이런주제 어때요? (1)

달력

«   2017/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istory!get rss Tistory Tistory 가입하기!
Clicky Web Analytic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