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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8 순금을 24K라 부르는 이유
  2. 2008.11.17 결혼반지의 무게 (4)


19세기 말엽 미국 필라델피아 주에서 재미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제련소 맞은편에 매우 오래된 교회가 있었는데, 이 교회를 수리하려고 할 때 주민 하나가 교회 지붕을 사겠다고 나섰다. 너무 오래되고 전혀 쓸모도 없는 지붕에 3,000 달러를 지불하겠다는 사람. 교회는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돈에 욕심이 생겼는지 이 제의를 수락했다.

지붕을 산 사람은 그 겉을 긁어내 불에 태워 재로 만들었다. 그러자 잿가루 속에서 약 8kg의 금이 나왔다. 이 양은 물론 그가 지불한 돈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었다. 그는 수년 동안 제련소의 용광로에서 날아간 금가루가 교회의 지붕에 쌓였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었다.

이처럼 금은 다른 금속과 달리 화폐로서 가치를 가진다. 지금도 금 24K 한 돈(3.75g)은 20만원 안팎의 높은 가치가 있다. 특히 금은 물가상승 등에 영향을 받지 않아 금괴나 금붙이를 갖고 있는 경우 경제위기나 전쟁 때문에 화폐의 기능이 상실됐을 때도 교환 수단으로 쓸 수 있다. 그래서 1997년 우리나라에 IMF 위기가 닥쳤을 때 225톤의 금을 모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그런데 금의 순도를 나타내는 단위는 우리에게 익숙한 퍼센트(%)가 아니라 캐럿(carat)이다. 그래서 순금을 표시할 때는 24K로 나타내고, 불순물이 섞인 금은 18K와 14K로 표시한다. 금의 단위로 익숙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왜 숫자 24를 사용했는지는 궁금하다. 숫자 100으로 표시하면 계산하기 좋을 텐데, 왜 24를 사용했던 것일까?

캐럿은 중동지역에서 나는 식물의 한 종류인 ‘캐럽’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캐럽은 콩과 식물인 세로토니아속에 속하는 나무열매인데, 그 꼬투리 하나의 무게가 1.25g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말린 캐럽을 한 손에 쥔 정도를 기준으로 금이나 소금 등의 물건을 교환했다. 캐럽이 무게를 재는 기준이 됐던 것.

캐럽은 보통 어른의 손으로 쥐면 24개가 잡히는데, 순도가 가장 높은 99.99%의 순금을 24K라고 표시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유래했다. 18K는 18/24의 순도이므로 75%가 금이고, 나머지 25%는 은이나 구리 등 다른 금속이 들어 있다는 의미가 된다. 14K는 58.5%의 금이 들어있다는 것으로 보석장식품, 시계, 만년필 펜촉 재료 및 치과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24K로 표시되는 순수한 금은 영원불변의 성격을 가진다. 그래서 고대 이집트는 물론 우리나라의 신라금관, 남미의 고대왕국의 묘에서 발굴되는 금으로 만들어진 유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형 그대로 발굴된다. 보통의 금속들은 자연 상태에서 전자를 빼앗겨 쉽게 녹슬지만, 금의 경우 원자의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전자들이 모두 채워져 있다. 따라서 전자를 잃기 어려운 구조를 갖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 이런 안정된 원자가 전자를 잃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물질의 변화가 없는 것이다.

금이 영구불변하다는 것은 부식과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다. 원자번호 79번인 금은 양이온을 띠지만 음이온으로 전이될 수도 있는데 황산이나 질산 등 단순한 산에는 녹지 않고 왕수와 같은 특수 화합물에만 녹는다. 이 때문에 우주선이나 제트엔진처럼 부식되면 많은 돈이 들어가거나 습도 오염 등이 심한 곳에 사용하는 장비에 쓰인다.

금은 모든 금속 가운데 연성(ductility)이나 전성(malleability)이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성은 물체가 가늘고 긴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고, 전성은 압축력에 의해 물체가 넓고 얇은 형태로 변하는 성질이다. 금 1g을 우리가 흔히 보는 철사처럼 가늘고 길게 만들면 3,000m 이상도 충분히 늘릴 수 있고, 금을 두드려 펴서 넓고 얇은 호일 형태를 만들면 1평방미터 이상으로 펼 수 있다.

금을 계속 두드려 납작하게 만들면 반투명한 상태가 된다. 여기에 빛을 투과하면 약간 녹색이 도는 청색이 나온다. 금이 본래의 색인 노랑과 빨강 빛은 반사하기 때문이다. 반투명 상태의 금판은 가볍고 적외선을 반사하므로 열방지복에 방패처럼 사용된다. 우주복의 선바이저(차광판)로도 활용된다.

금속의 왕이라 불리는 금은 화려한 겉모습에 맞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금의 운명을 알고 보면 그리 부럽지만은 않다. 금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박해를 받았기 때문이다. 또 금의 가치를 알아챈 인간들이 금을 소유하려 했기 때문에 금이 땅속에서 나오자마자 어두컴컴한 금고나 지하창고에 갇히게 됐다. 결국 화려한 빛을 내보지도 못하고 깜깜한 창고에 갇혀 빛을 못 받는다.

금에 대한 소유욕은 인류 역사를 바꿨다. 15세기~17세기 초 유럽인은 금을 갖고픈 욕망에 들썩거렸다. 하지만 동쪽 육로는 이슬람 국가가 막고 있어서 뱃길을 개척해 아메리카대륙으로 건너갔다. 결국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같은 유럽 국가는 아메리카 대륙을 침략했고 유럽인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등을 정복했다. 동서양의 패권구도가 ‘금’으로 인해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의 원소기호 Au는 헤브라이어로 빛을 뜻하는 말(aus)에서 왔다. 영어의 골드(gold)도 산스크리트어로 빛을 뜻하는 말(jvolita)에서 땄다. 금의 황색은 고귀함을 뜻한다. 그러나 그 빛이 잘못 쓰여 인류를 억압하는 도구가 되기도 했다. 반대로 고귀한 금속인 금을 모사하려는 노력이 중세 서양에서 연금술(鍊金術)로 이어져 과학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금이 인류에게 찬란한 빛이 될지, 부끄러운 역사를 비추는 빛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마이다스 왕이 욕심을 부려 사랑하는 딸까지 금으로 만든 뒤 뒤늦게 후회했던 것처럼, 인간이 금을 독점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아야 금이 화려하게 빛나지 않을까.

글 : 손정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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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반지의 무게

과학향기 기사/Sci-Focus 2008.11.17 10:31 by 과학향기
학창시절 화학을 배운 사람들은 “칼카나마알아철니주납구수은백금”으로 이어지는 이온화 경향을 기억할 것이다. 이 암호 같은 글귀는 각기 칼륨(K), 칼슘(Ca), 나트륨(Na), 마그네슘(Mg), 알루미늄(Al), 아연(Zn), 철(Fe), 니켈(Ni), 주석(Sn), 납(Pb), 구리(Cu), 수은(Hg), 은(Ag), 백금(Pt), 금(Au)을 의미하는데, 앞쪽에 위치한 금속일수록 이온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쉽게 산화된다.

그런데 이 중에서 금(gold)은 이온화 경향에서 가장 뒤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것은 곧 금이 쉽게 산화되지 않고 용액에도 잘 녹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금은 예로부터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대표적인 귀금속으로 인류역사에서 항상 귀한 대접을 받았다.

세계 각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금의 용도는 무엇일까? 아마도 결혼반지 아닐까? 우리나라에서는 결혼반지로 다이아몬드 반지를 많이 선호하지만 서구에서 다이아몬드 반지는 결혼이 아닌 약혼반지로 통용된다. 서구인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별다른 장식이 없는 심플한 금반지를 결혼 선물로 교환한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결혼이 아닌 약혼반지로 통용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다이아몬드 반지는 르네상스 초기에 베네치아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 유럽 최고의 무역국가였던 베네치아에는 뛰어난 보석 세공사들이 많았다. 그러나 베네치아에서도 물론 다이아몬드 반지는 고가에 살 수 있는 귀중품이었다. 그래서 유럽의 귀족과 부자들은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약혼식 때 신부에게 줌으로써 신부의 몸값을 지불한 셈으로 쳤다고 한다. 알고 보면 다이아몬드 반지에는 별로 유쾌하지 않은 유래가 숨어 있는 셈이다. 다이아몬드 반지가 탄생한 해양도시 베네치아에서는 베네치아와 바다의 상징적인 결혼식이 매년 열리는데, 이때 베네치아 시장이 바다에 던지는 결혼반지 역시 다이아몬드 반지가 아닌 금반지라고 한다.

아무튼 결혼식장에서 신랑 신부의 손가락에 끼워지는 금반지는 영원히 변치 않는 사랑의 맹세를 대변한다. 이는 금이라는 금속이 변하지 않는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사랑이 영속할 것이라는 믿음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흔히 알고 있는 지식과는 달리, 금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강한 셈이다. 다이아몬드는 불 속에 넣으면 연소되어 이산화탄소로 변한다. 그러나 금은 비록 불에 녹아 형태는 변하지만 그 물리적, 화학적 성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도 금은 다이아몬드보다 결혼에 더 어울리는 귀금속인 듯싶다. 그렇다면 금은 과연 영속적일까?

오스트리아 빈 공대의 연구원인 게오르그 슈타인하우저 박사는 결혼을 하면서 1년간 자신의 금반지가 얼마나 닳을지를 알아보겠다는 다소 엉뚱한 결심을 했다. 슈타인하우저 박사는 결혼 후 매주 목요일마다 자신의 금반지를 초음파 세척기를 사용하여 깨끗이 세척한 후에 정밀한 저울을 사용하여 질량을 측정했다. 그가 끼고 있는 5.58387 그램짜리 18캐럿 금반지는 매주 약 0.12mg씩 닳고 있었다. 결혼한 지 1년 후에 슈타인하우저 박사의 금반지는 6.15mg 줄어들었다. 대략 0.11% 정도 줄어든 셈이니, 결혼 50주년인 금혼식 무렵에는 결혼식 때 주고받은 금반지의 1/20 이상이 닳아 없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계산은 물론 결혼 후 계속 금반지를 빼지 않고 끼고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아무튼 이 비율로 계속 닳는다면 금반지도 900년 후에는 완전히 닳아 없어질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그렇게나 오래 결혼생활을 지속할 수 있는 부부는 지구 상에 없을 테니, 이 정도면 금이 변하지 않는 귀금속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신랑 신부가 조금 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하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진다. 힘든 노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금반지의 닳는 속도가 더 빨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모래 해변에서 놀다 온 후에 박사의 금반지는 0.23mg, 정원 일을 한 후에는 0.22mg이 닳았다. 스키를 타고 온 후에는 0.20mg, 록 콘서트장에서 열심히 박수를 친 주에는 0.17mg이 닳았다고 한다. 이에 비해 독감에 걸려 침대에 누워 있었던 주에는 반지가 거의 닳지 않았다고 하니, 결혼반지를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는 일을 하지 않거나, 아니면 자주 앓아누워야 하는 것일까?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 인구 170만인 빈에 약 30만 커플이 있고, 이 중 약 60%가 18캐럿 금반지를 끼고 다닌다면 1년에 2.2kg이 닳고 금액으로는 약 6만 달러가 없어지는 셈이다. 비슷한 공식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매년 61kg의 금반지가 닳아 없어지고 약 1,640,000 달러가 사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재미난 연구결과는 학술지인 골드 불루틴(Gold Bulletin)에 발표되었고, 미국화학회 소식지에도 요약 소개되었다. 슈타인하우저 박사는 지금은 6개월에 한 번씩 결혼반지의 무게를 재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를 자신의 결혼생활 내내 지속할 생각이고, 과학자로서의 경력을 마감하는 마지막 논문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산화되지 않는 성질, 즉 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 때문에 고대 이후 금은 장신구 외에 화폐로도 많이 사용되었다. 유명한 투탕카멘의 데스마스크처럼 왕이 죽은 후, 부장품을 만드는데도 금이 사용되었다. 또한 CD 등의 데이터 저장 층에 금을 사용하면 저장의 신뢰도를 증진시켜 준다.

잘 부식되지 않는 성질 외에도 금은 전기와 열을 잘 전달하는 성질이 있어서 전자부품에서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매년 수백 톤의 금이 TV, 휴대전화, 컴퓨터, 반도체 등의 제작에 쓰인다. IT 강국 코리아는 금의 희생(?)을 통해 이룩된 셈이다.

금은 얇게 실이나 막 형태로 가공하기 쉬운 특성을 가지는데, 이를 이용하여 유리창을 아주 얇은 금박으로 코팅하면 빛은 투과되지만 열은 반사하는 성질을 갖는다. 그래서 항공기 조종석의 창을 얇은 금으로 코팅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불투명한 금박을 우주선의 취약부분에 코팅하면 우주공간에 존재하는 산소 라티칼이나 강렬한 방사선으로부터 우주선을 보호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이렇게 다양한 쓰임새가 있는 금이 가장 많이 보관되어 있는 곳은 반도체나 우주선, 여인의 손가락이 아니다. 전 세계의 금 중 상당량은 가공되지 않고 금괴 형태로 은행의 금고에 쌓여 있다. 또, 금 자신은 잘 부식되지 않는 ‘깨끗한’ 금속이지만 금을 채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가 너무 커서 채금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더러운 산업’으로 손꼽힌다. 특히 아프리카의 빈곤국가들이 채금산업으로 인해 대규모의 하천 오염과 열대우림 파괴라는 피해를 입고 있으며 수천 명의 어린이들이 고단한 채굴작업에 동원되고 있다는 사실은 금이라는 귀금속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글 : 이식 박사(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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