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TURE]미래 신소재, 군대를 더 강력하고 스마트하게!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여기는 코앞에 북한땅이 보이는 강원도 철원의 전방 부대. 2023년이 됐는데도 아직 우리나라는 통일이 되지 않았다. 남북한 지도자들이 심심할 때마다 대화를 하고, 만나고, 통일하자고 합의는 하지만 쉬운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 동안 서로간의 불신의 골이 깊긴 깊었나 보다.

하지만 저출산·초고령화 사회에 군대 문제는 뜨거운 감자가 됐다. 산업현장에서는 일할 젊은이가 턱없이 부족한데 평시에 젊은이들을 무조건 군대로 보내는 것이 정답이 될 수 없다. 해답은 소수정예! 2018년부터 대대적인 군비 축소와 사병 감축으로 군인의 수는 약 60만 명에서 20만 명으로 3분의 1 가량 줄었다. 그러나 전체 군인 수를 줄이는 대신 첨단 전력 장비 도입과 구조 개편을 통한 군의 정예화로 작지만 강한 군대를 만들고 있다. 특히 장교, 부사관 등 군 간부 비율을 25%에서 80%로 크게 늘려, 직업군인과 전문인력 중심으로 군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군대에서 내무반이라는 단어는 이제 옛말. 단체 생활이라는 미명하에 군대의 온갖 추억과 사고(?)의 근원이었던 내무반이 사라지고 군인들도 2인 1실의 기숙사 같은 숙소에서 생활하게 됐다. 평시에는 6시면 군 업무를 마치고 각자 숙소에서 고참이나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공부나 자기계발 또는 휴식을 맘껏 취할 수 있게 됐다.

이덕재 중사. 올해 나이 25세. 군대 온지 6년이 지났다. 중사란 계급은 군대 내에서 핵심적인 위치. 군대의 실무를 도맡아 하면서 신참들을 잘 가르치고 다독여야 할 책임이 있다. 이덕재 중사는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먹기 위해 줄을 섰다. 플라스틱 식판에 밥과 국, 고기반찬과 채소를 담고 자리를 잡았다. 뭐든 일을 끝내고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저녁식사 시간은 언제나 행복하다.


식사를 다하고 이 중사는 음식물 쓰레기통에 수저와 식판을 그대로 버린다. 요즘 수저와 식판은 모두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환경친화형 플라스틱 소재)¹⁾로 만들어졌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음식쓰레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기 때문에 따로 들고 다니거나 씻을 필요가 없다. 군대처럼 늘 비상사태가 발생하는 곳에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숙소 및 모든 군 시설의 창문에는 자가세정 기능을 갖춘 펩티드 숲(forest of peptides)²⁾이 코팅돼 스스로 먼지와 수분을 제거하는 능력이 갖춰져 별도 청소가 필요 없게 됐다. 특히 창문마다 태양전지 패널이 설치돼 있어 웬만한 전기는 군 자체적으로 생산·조달하고 있다. 옛날의 태양전지 패널은 매일 닦고 씻지 않으면 이물질이 껴 태양에너지를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면 펩티드 숲이 코팅된 태양전지 패널은 스스로 청소가 돼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다. 장병들은 점호나 생활검열이 있을 때마다 창문을 청소하던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좀 더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이 군인들의 사기 진작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군인의 상징인 군복은 강철보다 20배 튼튼하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강한 거미실크³⁾로 만들어졌다. 거미가 거미줄을 만드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는데, 정말 거미줄처럼 가벼워 아무리 힘든 훈련과 행군을 하더라도 체력을 아낄 수 있다. 특히 전투 시 적의 총탄이나 포탄도 거뜬히 견뎌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게다가 군복에는 상상을 초월한 또 하나의 첨단 기술이 숨어 있는데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섬유 기술⁴⁾이 바로 그것이다. 환경대응 또는 자기감응 기능을 갖춘 섬유로서 섬유나 의복 자체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한다. 훈련 시 땀이 많이 난 경우 습도를 측정하고 통풍, 건조 기능을 스스로 강화한다거나 몸에 체온이 떨어졌을 때 발열 기능을 하는 등 알아서 처리해 주는 스마트 기능이 군복에 장착돼 있다.

2023년에는 그래핀 활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기술⁵⁾이 상용화돼 첨단무기에 쓰이고 있다. ‘그래핀’은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연구주제였다. 그로부터 13년이 지난 지금 기술로 구현된 것이다. 그래핀은 두께가 0.35nm밖에 안 되는데도 강철보다 100배나 강하다. 전기적인 특성도 강력해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 그래핀을 이용해 현재 최첨단 초소형 반도체부터 투명하고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을 만드는 등 활용 범위가 광범위하다. 꿈의 신소재 그래핀은 모든 무기의 초경량, 최첨단을 가능케 해 대한민국 군인 하나하나를 최첨단 장비로 무장케 하고, 일당백의 전투 능력을 가지게 만들었다.

2023년. 군대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건강한 신체와 영특한 두뇌를 가진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정되고 부러워하는 직업 중 하나가 됐다. 비록 수적인 면에서는 적지만 첨단무기와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된 군인들이 있기에 국민들은 두 발 뻗고 편안히 잠들 수 있다. 이덕재 중사는 다시 한 번 직업군인으로서 자신의 소명과 의지를 다지며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플라스틱 대체 신소재(환경친화형 플라스틱 소재) : 석유 합성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신소재. 생분해성 플라스틱 핵심기술개발을 토대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화학 플라스틱에 비해 물성이 낮은 점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지속해 새로운 용도를 창출하고 있음. 5~6년 후 기술 실현 예정

2) 자가세정 기능을 갖춘 펩티드 숲(forest of peptides) 활용 기술 : 창문, 태양전지 패널 등에 펩티드 숲을 코팅해 스스로 먼지와 수분을 제거하도록 한 기술. 1~2년 후 기술 실현 예정.

3) 거미실크의 생물 공학적 대량생산 기술 : 강철보다 20배 튼튼하고, 방탄복 소재인 케블라 섬유보다 4배 강한 거미실크가 생산되는 원리를 규명하고 이를 모방·활용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할 수 있는 기술. 3~4년 후 기술 실현 예정.

4)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스마트 섬유 기술 : 스마트 기능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환경대응 또는 자기감응 기능을 갖춘 섬유로서 섬유나 의복 자체가 외부자극을 감지하고 스스로 반응하는 섬유소재 및 제품. 3~4년 후 기술 실현 예정.

5) 그래핀 활용 차세대 반도체 소자기술 : 기존 실리콘 반도체를 대체할 수 있는 포스트 실리콘 그래핀 기술. 전자전하 이동 시 산란이 발생하지 않아 이동속도가 빠르며 우수한 열전도로 인한 발열문제 저감 등의 장점을 가짐. 10년 후 기술 실현 예정.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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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괴짜노벨상, 엽기노벨상으로 불리던 이그노벨상. 하지만 2010년에는 이 상을 더 이상 웃자고 주는 상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

이그노벨상 수상은 2010년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9월 30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대학교 샌더스홀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건강상의 이유로 여행할 수 없었던 공중보건상 수상자 매뉴엘 바레이토 등을 제외하고 거의 대부분의 수상자가 참가했다. 그러니 혹시라도 이그노벨상에 대해 ‘우스개 연구나 하는 변두리 학자들만 모이는 것 아니냐’, ‘괴짜들만 모여서 자기들끼리 하는 잔치가 아니냐’라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면, 이번이 과감히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그노벨상은 이제 과학자라면 한번쯤 시상대에 서 보고 싶은 특별한 행사로 여겨지고 있다. 이 상은 쉽게 주어지는 상도 아니다. 이그노벨상을 받는 데는 노벨상만큼이나 많은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2010년 올해 공중보건상을 수상한 연구는 시상대에 서기까지 무려 40년을 기다려야 했다.

2010년 ‘진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안드레 가임 교수를 먼저 알아본 것도 이그노벨상이다. 가임 교수는 이미 2000년에 개구리 공중부양 실험으로 이그노벨상 물리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가임 교수의 연구 태도는 이그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노벨상을 수상한 연구에서나 크게 차이가 없었다.

가임 교수와 그의 동료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에게 노벨상을 안긴 주인공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이다. 그런데 이들이 그래핀을 얻는 데 사용한 도구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는 ‘스카치테이프’였다. 그들에게는 별다른 실험 도구도, 특수한 환경의 실험실도 없었다. 그래핀은 이미 1947년부터 연구되기 시작한 소재였지만, 과학자들은 그래핀을 추출해내는 일에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래핀은 육각형 벌집구조를 이루는, 탄소가 딱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다. 흑연은 그래핀이 여러 장 쌓여 있는 탄소 층상구조를 하고 있는데, 가임 교수는 이 흑연에 테이프를 붙였다 뗀 것을 다른 테이프에 10~20번 가량 붙였다 떼는 과정을 반복해 한 층의 그래핀을 얻어내는데 성공한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가 다소 엉뚱하지만 기발한 아이디어와 만나 노벨상이라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가임 교수는 최초로 노벨상과 이그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한 과학자다. 앞으로 그처럼 이그노벨상과 노벨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과학자가 많아지게 될까? 그렇다면 이그노벨상이 노벨상으로 가는 관문으로 여겨질지도 모른다. 유머 감각이 위대한 과학자의 필수조건이라는 새로운 공식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먼저 웃게 하고 그 다음 생각하게 하는 연구’라는 이그노벨상의 캐치프레이즈는 올해도 유효하다. 웃음과 함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2010년의 수상 내용을 살펴보자.

평화상에는 ‘욕하기가 고통을 덜어준다’는 영국 킬 대학 연구팀의 연구가 선정됐다. 얼음물에 손을 담그고 참는 실험에서 욕이나 다짐의 말을 한 실험 참가자 군이 그렇지 않은 쪽에 비해 고통을 더 잘 참고 실제로 느끼는 고통도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욕이 고통을 덜어준다는 것이 실제로 입증된 것. 이 연구에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평소에 욕이나 다짐의 말을 잘 하지 않던 사람이 실험에 앞서 욕이나 다짐을 할 경우, 그 효과가 더 컸다는 사실이다. 욕은 유용하지만 평소에 늘 쓰는 것보다는 필요할 때 적절히 사용해야 더 효과가 크다는 가르침을 준 셈이다.

화학상 역시 상식을 깨는 연구에 주어졌다. 미국 MIT와 텍사스 A&M대학 연구팀이 수상했는데, 이들의 연구는 물과 기름은 섞이지 않는다는 통념을 깨트렸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얻기 위해 심해에 기름과 천연가스를 방출하는 무모한 실험이 강행됐다고 한다.

수염을 기른 사람을 보고 지저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가? 그 생각은 이제 과학적으로도 사실인 것으로 입증됐다. 1967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미군 의료기관인 포트 데트릭 산업보건안전소 연구원들은 수염이 비위생적인 것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연구는 수염 깎기를 한사코 거부한 동료 과학자를 설득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이 실험을 위해 마누엘 바레이토와 3명의 자원자가 몸소 실험대상으로 나섰다. 그들은 73일간 수염을 기른 뒤 수염에 세균을 뿌리고 씻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입증했다. 또 병원성 세균을 뿌린 수염을 마네킹에 붙인 뒤, 그 마네킹을 닭과 기니피그에 노출시키는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동물 중 일부는 정말 병에 걸렸다. 실험 결과를 본 동료 과학자는 결국 수염을 깎았고, 이 연구는 40여 년이 지난 2010년에 이르러서야 이그노벨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한편 물리학상은 뉴질랜드의 오타고 대학 물리학자들이 수상했다. 뉴질랜드 항구도시 더니든은 겨울철이면 빙판이 되는 길 때문에 시민들에게 신발 위에 양말을 덧신으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양말을 신발 위에 신으면 덜 미끄럽다는 것은 통념에 불과한 일이었다. 오타고 대학 연구진들은 빙판에서 양말을 신발 위에 덧신은 보행자들을 조사해 실제로 마찰력이 늘어난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그 밖에도 생물학상은 박쥐의 구강성교를 증명해낸 중국 연구팀이, 공학상은 원격 조종 헬리콥터로 고래의 콧물을 모으는데 성공한 영국 연구팀이 수상했다. 이탈리아 카타냐 대학 연구팀은 직원들을 무작위로 승진시키면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내 경영학상을 수상했다.

이그노벨상은 거창하고 멀게만 느껴지는 과학자들의 연구가 실은 얼마나 사소한 물음에서 시작되는지, 얼마나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척도가 된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20번 반복한 끝에 얻은 결과가 2010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진 것처럼 과학은 멀리 있는, 어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 내용을 보며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없는 우리나라에 부족한 것은 ‘과학’이 아니라 ‘유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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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얇은 물질은 무엇일까?
이 수수께끼의 정답은 바로 2010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꿈의 신소재 ‘그래핀(graphen)’이다.
그렇다면 그래핀은 얼마나 얇을까? 그 두께는 0.35nm(나노미터)로, 고작 원자 한 층 밖에 안 되는 두께다. 10억분의 1m 두께인 1nm에 그래핀을 3장 정도나 쌓을 수 있다.

그래핀은 탄소 나노소재로,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의 육각 구조를 이루면서 한 층으로 펼쳐져 있다. 사실 탄소 나노소재에는 공 모양의 풀러렌(fullerene)과 둥근 기둥 모양의 탄소나노튜브가 더 있다.

이렇게 탄소 나노소재에는 삼형제가 있다.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그래핀 순으로 엄연히 서열도 존재한다. 풀러렌이 1985년, 탄소나노튜브가 1991년, 그리고 그래핀이 10살도 넘는 터울을 지고 2004년에 태어났다.

그래핀은 탄소 삼형제 중 막내이긴 하지만 ‘형보다 나은 아우’다. 그래핀이 등장하기 전까지 둘째형 탄소나노튜브는 정말 잘 나갔다. 한때 ‘꿈의 신소재’ 하면 탄소나노튜브만 떠들어댔을 정도. 그래서 나노과학에 관심을 좀 가진 사람들이라면 탄소나노튜브를 한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탄소나노튜브의 기세를 꺾고 현재는 그래핀이 최고로 각광 받는 꿈의 신소재가 됐다.



▲육각형 벌집구조를 이루는 탄소가 고작 한 층만 있는, 세상에서 가장 얇은 소재 ‘그래핀’. 이 그래핀을 말면 탄소나노튜브가, 둥글게 만들면 풀러렌이 된다.

그렇다면 그래핀이 얼마나 대단하기에 이렇게 주목받는 것일까. 우선 전기적인 특성을 보자면, 그래핀은 상온에서 구리보다 100배나 많은 전류를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르게 흘러가게 할 수 있다. 게다가 빛이 98%나 통과될 정도로 투명하기까지 하다. 열전도성도 탁월해 구리보다 10배나 더 열을 잘 전달한다. 강도는 강철보다도 100배 이상 강하다. 또한 자기 면적의 20%까지 늘어날 정도로 신축성도 좋다. 게다가 완전히 접어도 전기전도성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소재로서 어디하나 부족할 것 없는 그래핀은 그 자체만으로도 쓰임새가 다양하다. 반도체 트랜지스터부터 투명하면서도 구부러지는 터치스크린, 태양전지판까지 앞으로 각종 전자장치에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런 그래핀이 플라스틱과 만나면 플라스틱의 새로운 장이 열린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플라스틱에 1%의 그래핀만 섞어도 전기가 잘 통하게 된다. 또한 플라스틱에 고작 0.1%의 그래핀을 집어넣으면 열에 대한 저항이 30%나 늘어난다. 그러니 얇으면서도 잘 휘어지고 가볍기까지 한 새로운 초강력 물질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능력 많은 그래핀에 과학자들이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핀에 노벨상이 수여될 것이라는 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아우보다 못한 맏형 풀러렌이 1996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고, 둘째형 탄소나노튜브는 해마다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곤 했으니 말이다.

흥미롭게도 이 두 물리학자가 그래핀을 얻어낸 방법은 정말 기가 막힐 정도로 기발했다. 신소재 개발의 도구라고 하기에 무색한 ‘스카치테이프’가 동원된 것이다.

사실 그래핀의 존재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1947년에 최초로 연구되었다. 연필심으로 쓰이는 흔한 물질인 흑연은 그래핀 여러 장이 켜켜이 쌓여있는 구조다. 이런 탄소 층상구조 덕분에 연필은 우리가 조금만 힘을 주어도 잘 떨어져나가며 글씨가 잘 써진다. 하지만 흑연에서 단지 한 장의 그래핀만을 얻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최첨단 나노기술까지 활용했지만 이번 노벨상 수상의 두 주인공이 나서기 전까지는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핀 분야에 노벨상이 수여된다면 한국 최초의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던 미 컬럼비아 대학의 김필립 교수도 10장 정도까지밖에 분리하지 못했다.

그런데 2004년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는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뗐다 하는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이 일을 해냈다. 흑연에 붙였다 떼어낸 스카치테이프를 10~20번 정도 스카치테이프로 붙였다 뗐다를 반복했더니 되는 것이었다. 그동안 과학자들이 그토록 애써 얻으려고 했던 그래핀이 이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졌다. 그것도 상온에서 말이다. 게다가 그래핀은 고작 원자 한 층으로 되어 있어 쉽게 부서지고 말 거라는 예상과 달리 매우 안정적이기까지 했다.

이들이 처음으로 얻은 그래핀은 고작 마이크로미터(1㎛= 1m의 100만분의 1m) 크기에 불과했다. 이 작은 그래핀으로 이번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비롯해 여러 과학자들이 그래핀의 우수한 특성들을 조금씩 밝혀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때까지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놀랍고 신비로운 특성들이 드러났다. 예를 들어 그래핀에서 전자는 빛처럼 행세한다. 빛이 진공에서 초당 30만 km라는 일정한 속도로 이동하듯, 전자는 그래핀에서 초당 1,000km로 일정한 속도로 움직인다.

뿐만 아니라 전자는 그래핀에서 특이한 터널링 현상을 보인다. 터널링 현상은 입자가 벽을 뚫고 지나가는 것으로 양자세계에서만 나타난다. 터널링 현상은 벽의 높이가 높을수록 적게 나타는데, 그래핀에서의 전자는 이런 벽도 허물어버린다. 마치 벽이 가로막고 있지 않은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다. 이는 그래핀이 기묘한 양자세계에 속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형들인 풀러렌과 탄소나노튜브가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소재로서 우수하다.

이번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기대를 모았던 김필립 교수가 빠진 건 너무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그래핀 응용 면에서 우리나라가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은 위안을 삼을 만하다. 실제로 그래핀 상용화 ‘세계 전쟁’에 불을 붙인 곳은 우리나라다. 홍병희 성균관대 화학과 교수가 그래핀으로 가로세로 약 2cm의 휘어지는 투명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09년 2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것이 그 시작이다.

이 연구는 ‘신축성이 좋아 늘리거나 접어도 전기전도성을 잃지 않는다’는 그래핀의 특성을 눈으로 확인시켜 준 첫 사례였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퍼듀대 등이 앞다퉈 그래핀으로 투명필름, 트랜지스터 등을 만들면서 상용화 연구에 속도를 더했다. 게다가 2010년 6월에는 홍 교수 연구팀이 그래핀으로 30인치 크기의 터치스크린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마이크로 크기만 했던 그래핀이 이제 무려 70cm 정도까지 커진 것이다.
앞으로 그래핀이 우리의 미래생활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가 된다.

글 : 박미용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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