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현장에서 나타나는 행동유형과 그 이유

항공기의 추락과 실종, 건물 붕괴, 여객선 침몰까지 최근 큰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2014년 2월에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이 붕괴되면서 10명이 사망했다. 124명의 학생이 부상을 입었다. 출입구 한 곳으로 560여명이 몰리면서 서로 밀리고 넘어지던 아비규환의 상황에서 학생 124명이 부상을 입었다. 생존자 역시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죽음의 위협 앞에 의연한 사람을 사실 찾기 힘들다. 하지만 또 모두가 패닉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의외로 멍하니 아무 행동도 하지 않거나 위험을 무릅쓰고 다른 사람을 구해내는 사람도 있다. 재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그리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 걸까.

■ 패닉형 - 공포에 질려 눈앞에 비상구도 못 본다

패닉형은 공포에 질려 소리를 치며 우왕좌왕하며 주변 사람까지도 불안하게 할 수 있다. 재난이 닥치면 패닉형의 몸은 극도로 긴장한다.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은 가빠지며 온몸이 떨리며 심하게는 마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의 뇌를 보면 감정과 기억, 행동을 조절하는 변연계와 공포를 느끼는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 돼 있다. 공포에 질려 감정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된 것이다. 대뇌신피질의 활동도 억제되면서 인지 능력이 떨어져 침착하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재난 상황에서 눈앞에 창문 유리를 깨는 비상 탈출 망치가 있어도 보지 못한다. 비상구를 앞에 두고도 사방을 헤매기도 한다. 지하철의 경우, 수동 개폐 장치를 찾지 못하고 출구로만 몰리면서 넘어진 사람을 밟고 지나간다.

1903년 시카고 극장에서 일어난 화재가 대표적인 예다. 15분 만에 진화됐지만 사망자는 575명에 이르렀다. 질식사만큼 많은 수가 압사였다.

패닉형이 현명한 판단을 하기 위해 필요한 건 시간이다. 시간이 흐르면 사건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고 심리적으로 안정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재난 상황은 여유를 주지 않는다.

■ 긴장형 - 어떤 대처 행동도 하지 않는다

위기 상황에서 그대로 얼어붙은 채 어떤 대처 행동도 하지 않는다. 지난 2011년 3월 일본 서북부 해안에 수십m 높이의 지진해일(쓰나미)가 밀어 닥쳤다. 근처 미야기현 나토리사 유리아게 마을은 지진이 일어난 뒤 한 시간이 훨씬 지나서야 지진 해일이 밀려왔는데 전체 인구의 5600명 중 700명이 사망했다. 생존자를 중심으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한 결과 지진 해일 경보가 울려도 아무렇지 않은 척 일을 계속하거나 그 자리에 서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심리학적으로 고소 공포증이나 동물 공포증 환자와 비슷하다. 겁에 질린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린 것.

긴장형의 행동은 진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쥐나 토끼는 솔개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도 가만히 있다가 잡아먹힌다. 언뜻 보기에는 말도 안 되는 행동 같지만 진화학적 이유가 있다. 공룡이 지배하던 시기에 포유류의 조상인 작은 설치류는 공룡을 피해 다니는 생존 전략을 펼쳤다. 그러다 공룡이 움직임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재빠르게 도망가기보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방법으로 생존 전략을 수정했고 그 전략이 이어져온 것이다.

긴장형은 조난 구조 활동이 있기 전까지 현장에 그대로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정신 분석학적으로는 불안 상황에서의 퇴행(regression)이라고 한다.

■ 추종형 - 다수의 선택을 따른다

추종형은 자신의 판단보다 많은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따른다. 동조성이라고 하는데 주변 사람들의 행동과 의견을 따르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지하철 화재로 선로 갈림길에 있을 때, 자신의 왼편에서 비상구 유도등을 봤다하더라도 다수의 사람이 오른편으로 간다면 자신도 오른쪽을 향해 달린다.

재난 상황같이 긴급하고 옳고 그름의 상황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조현상을 보인다. 대구 지하철 사고 때 많은 사람들이 전동차에 연기가 자욱해지는 상황을 보고도 움직이는 사람이 없자 눈치만 볼 뿐 아무도 탈출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불길이 번지자 한꺼번에 출입문 쪽으로 달려갔고 모두가 엉켜 탈출이 어려워졌다.

이 유형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재난 상황을 낙관한다는 것이다. 재난 상황에 닥쳐도 시스템의 안전성을 믿으며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상한 낌새를 감지해도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다면, 나서지 않고 스스로 괜찮을 거라 다독이며 상황을 지켜보다 화를 입는다.

■ 우유부단형 - 어떻게 할까 고민만 계속한다

경고음이 울려도 탈출해야 할지, 그냥 있어야 할지 고민을 계속 하다가 탈출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유형이다.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정보가 부족할 때 많은 사람들이 이 유형의 기질을 보인다. 하지만 관리자가 상황을 정확하게 알리고 안내한다면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는 유형이다.

2013년 7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비상 착륙하다가 추락했다. 항공기 꼬리 부분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2명의 희생자 외에 대부분 무사했다. 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한 데는 두 여승무원의 힘이 컸다. 승객에게 정확하게 상황을 알리고 탈출을 도운 뒤 마지막에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두 승무원이 당황한 나머지 승객들에게 정확한 안내를 하지 못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갈팡질팡하는 승객들은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행동을 하지 못해 큰 인명 피해로 이어졌을 수도 있다.

■ 영웅형 -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구한다

재난 현장에서 영웅적 면모를 발휘하는 사람도 있다. 영웅형은 죽음을 무릅쓰고 구난 활동을 하며 진정한 리더가 되어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끈다. 이들은 재난이 닥쳐와도 비교적 침착함을 유지한다.

물론 영웅형도 재난 앞에서는 스트레스와 패닉을 경험한다. 다만 이타적 행동과 패닉이 마음속에서 경쟁 관계에 있어 이타적 행동이 활성화되면 패닉이 억제된다.


리더가 어리석거나 무모할 경우, 오히려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 치명적인 상황도 생긴다. 이는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리석은 리더와 영웅형의 훌륭한 리더의 차이는 위기의 순간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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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군의 공격을 받은 런던의 가옥과 건물이 무너지면서 기왓조각과 돌무더기에 매몰되어 구출된 사람들에게 이 증상이 나타난 것이 최초이다. 그 후 1995년 일본 한신 대지진으로 약 400명이 동일한 증상을 보였고, 이 가운데 약 5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통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2005년에 일본 아마가사키시 JR 후쿠치야마선 기차 탈선사고에도 다수의 사람에게 이 증상이 나타났고, 그중 1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크래시 증후군(Crash Syndrome)에 대한 설명이다. 크래시 증후군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조금 생소한 단어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최근 중국 대지진으로 인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강진 현장에서 가까스로 구조되었지만 매몰 후유증으로 인해 급사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허리나 넓적다리 등의 큰 근육이 오랜 시간 동안 압박을 받게 되었을 때 혈류정지 등으로 근육조직의 세포가 죽는다. 근육 내에 산소를 저장하는 미오글로빈에서 만들어진 독성물질이 대량으로 체내에 쌓이게 된다. 구조 후 압박 상태가 갑자기 풀리면서 이 독성물질이 한꺼번에 혈액으로 쏟아져 나와 요세관을 막을 경우 급성신부전이 생기는 것이다. 또는 장시간 압박을 받은 후 혈액 중 칼륨이 급속히 증가해 심장근육 이상으로 부정맥이 생기며 처치가 늦을 경우 사망할 수 있다.

크래시 증후군의 경우 저체액성 쇼크의 조기 처치 및 급성신부전증의 예방을 위하여 신속한 수액공급과 강제 이뇨가 시행되어야 한다. 체액이 부족하여 혈압이 저하되는 저체액성 쇼크는 폐쇄된 공간에서 골절로 인한 출혈이 계속될 때 발생한다. 그러므로 가급적 구조현장에서부터 수액을 투여해야 한다.

실제로 재해가 발생했을 때 72시간 안에 매몰된 사람을 구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매몰 상태에 있는 사람이 버틸 수 있는 체력적인 한계치가 약 72시간 정도이기 때문이다. 매몰된 사람들은 건물 더미 속에 갇힌 상태에서 하루 동안 땀으로 1.5ℓ의 수분을 배출한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지면 혈액 속에 나트륨과 칼륨의 농도가 높아지고 심장을 움직이는 심근의 수축이 원활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72시간이 지나면 죽어 있는 상태로 구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과학향기링크살아서 구출된다 하더라도 크래시 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가지 질병 때문에 급사할 위험이 크다. 특히 가스 괴저병은 치명적인 전염성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위험하다. 부상 등으로 생긴 상처 부위가 가스 괴저균에 감염되면 박테리아가 내보내는 독성물질이 가스를 만들면서 조직이 괴사하는 병이다. 1~4일간의 잠복기를 거치고, 일단 감염될 경우 발병하면 12시간 내에 즉사하여 사망률이 매우 높다. 가스 괴저병과 같은 전염성을 가진 질병들은 매몰지 전역에 걸쳐 부패된 시체를 빨리 수습하는 것이 가장 큰 예방법이다.

대량 재해로 인해 사람들이 건물의 잔해에 깔려 있는 상황이라면 그 누구를 막론하고 우선은 짓누르고 있는 물체를 치우는 데만 주력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조건적인 구조활동은 오히려 그 대상자를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 따라서 구조에 앞서 구조대원 및 자원봉사자와 의료진과의 긴밀한 팀워크가 이루어져야 하며 구조 시 전문적인 사전 교육이 충분하게 이루어진 후 구조작업에 임하여야 크래시 증후군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윤종근 교수(광주동강대 응급구조과)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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