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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09 구제역 여파 침출수, 왜 위험할까?
  2. 2010.05.24 워낭소리 잡는 구제역 A to Z (1)

구제역 여파 침출수, 왜 위험할까?

‘꽃피는 봄이 오면….’
추운 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 오면 개나리 벚꽃 목련 등 형형색색의 꽃들이 얼굴을 드러내며 봄의 축제가 시작된다. 꽃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려고 꽃망울을 틔운다. 하지만 올봄은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에서 나온 침출수로 인해 아름다운 축제가 자칫 얼룩질 수 있겠다.

2011년 2월 26일까지 구제역으로 매몰된 소와 돼지의 수는 342만여 마리. 국내에서 사육하는 숫자의 25%가량이다. 현재 이들의 무덤은 전국 4,400개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여기서 나오는 침출수가 6만 3,000톤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1.5L 페트병 4만 2,000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생긴 침출수는 땅속으로 스며들거나 지상으로 유출돼 ‘2차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침출수는 정확히 무엇이고, 왜 위험하다고 하는 것일까?

침출수는 매몰지 안에 묻은 가축의 사체가 부패되면서 나오는 썩은 물과 핏물 등이 합쳐져 만들어진다. 음식 쓰레기가 썩을 때 나오는 물과 비슷하다. 소나 돼지 등의 가축은 몸무게의 70%가 물로 이뤄져있다. 물은 세포나 혈액, 체액을 이루는 주요 구성성분이다.

사체가 부패되면 세포나 혈관 등이 파괴된다. 이 때 안에 있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무게가 500kg인 소를 묻었다면 몸무게의 70%인 350L의 물이 만들어진다. 특히 소는 수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오기 쉽다. 내장에서 발생한 가스로 인해 사체가 부풀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배를 갈라 묻기 때문이다.

침출수는 사체를 묻은 지 일주일 뒤부터 서서히 생긴다. 구제역 매몰 매뉴얼에 따르면 가축을 묻기 전에 매몰지 밑바닥에 이중비닐을 깔도록 하고 있다. 침출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한 매몰지보다 낮은 곳에 작은 구덩이를 만들어 고인 침출수를 재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침출수가 문제가 된 이유는 구제역 매몰 매뉴얼에 따라 매몰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가축을 매몰지에 묻기 전에 가축을 안락사 시키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산 채로 묻는 경우가 많았다. 매몰 가축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는데 매몰지에 투입되는 인력이 부족했던 탓이다. 가축을 산 채로 묻으면 가축이 발버둥치면서 매몰지 바닥에 깐 이중비닐이 찢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가축 사체가 부패하면서 생긴 침출수는 찢긴 비닐 사이로 유출돼 지하로 흘러든다.

이렇게 지하로 흘러든 침출수가 문제가 됐다. 그 이유는 지하수를 오염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나 돼지의 장(腸)과 장 속 배설물(분변)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서식한다. 전문가들은 분변(糞便) 1g 안에는 1억 마리 이상의 미생물이 살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는 인간에게 설사병이나 장염을 일으키는 대장균, 살모넬라균 등도 포함돼 있다. 가축 사체가 부패하는 동안 해로운 미생물이 증식을 하다가 침출수에 섞여 나온다.

만약 침출수가 지하로 흘러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킨다면? 이 지하수를 마신 사람들은 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O-157’ 대장균에 감염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며 가축에게 설사병을 일으키는 ‘K88’ 대장균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에게 치명적이다.

특히 날씨가 따뜻해져 얼어있던 땅이 녹으면 가축 사체의 부패가 더욱 빨리 일어난다. 3월이 되면 더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사체의 부패가 빨라지면 침출수 역시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봄비, 장마 등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비가 내려 대량의 물이 매몰지로 들어가면 이 물에 침출수가 섞여 지하수나 인근 하천으로 들어갈 수 있다. 산비탈 등에 만든 매몰지가 무너지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우려와는 달리 사람들이 마시는 수돗물은 안전하다. 침출수가 상수원으로 흘러들어가도 염소 소독 등 해로운 미생물을 죽이는 정수과정을 여러 번 거쳐 수돗물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하수다. 지하수는 별도의 정화시설을 거치지 않는다. 매몰지 인근에 흐르는 지하수에는 해로운 미생물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굳이 지하수를 마셔야한다면 100도 이상에서 끓여 마시는 편이 좋다.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열에 매우 약해 온도가 높아지면 모두 죽기 때문이다. 가령 구제역 바이러스는 70도에서 15초만 노출돼도 사멸(死滅)한다.

구제역 침출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침출수로 오염된 지하수를 지상으로 끌어올려 정화시킨 다음 다시 지하에 넣는 ‘양수처리법’을 하나의 대안으로 본다. 이 방법은 하수처리장에서 사용하는 여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정수효과가 뛰어나다. 오염된 지하수가 흐르는 지하 3~5m에 ‘반응벽’을 설치하는 방식도 있다. 톱밥 크기의 작은 철로 만든 반응벽은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한다.

이외에 ‘차단벽 설치’와 ‘화학물질 직접 주입법’도 있다. ‘차단벽’은 오염된 침출수가 더 이상 흐르지 못하도록 벽을 세워 막는 방식이다. ‘화학물질 직접 주입법’은 침출수가 고여 있는 곳에 관으로 화학물질을 넣어주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침출수를 직접 처리할 수 있지만 침출수가 고여 있는 곳을 정확히 찾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2010년 11월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 사태가 아직도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침출수 대재앙’이 올 수 있다고 앞다퉈 보도한 덕에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정확한 사태 파악과 침착한 대응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글 : 변태섭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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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월, 극장에서 개봉돼 관객을 울렸던 영화가 있다. 이충렬 감독의 다큐멘터리 ‘워낭소리’다. 영화의 주인공은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최 노인과 그가 부리는 나이 든 소. 감독은 최 노인과 소를 통해 고향과 아버지를 이야기했다. 이 영화에서 잊지 못할 장면을 꼽자면 30년간 최 노인의 친구였던 소가 죽는 장면이다. 항상 곁에 있었던 소가 사라진 뒤 보였던 최 노인의 멍한 눈빛 때문에 많은 이들이 눈시울을 적셨다.

2010년 4월, 인천 강화도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충북 충주시와 충남 청양군으로 퍼지면서 자식 같은 소를 땅에 묻어야 했던 농부들의 마음도 최 노인과 다르지 않았다. 소가 사라진 축사에 하얗게 뿌려진 생석회를 보는 농부의 눈빛도 최 노인처럼 멍했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번지면서 축산농가의 시름도 커졌다. 대체 구제역은 무엇이고 그 바이러스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2010년 5월 17일 국립수의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역학조사 결과를 정리하며 구제역의 특징과 전염 경로를 차근차근 소개한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양, 염소, 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우제류)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전염병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서 ‘가장 위험한 가축전염병’으로, 우리나라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할 정도로 가축들에게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동물이 구제역에 걸리면 입술, 혀, 잇몸, 젖꼭지, 코, 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생기고 다리를 절며 침을 흘린다. 또 체온이 급격히 올라가고 식욕이 떨어져 심하게 앓거나 죽게 된다. 전염성이 매우 강한데다 치사율도 높아 대상 동물에게는 죽음의 그림자로 여겨진다. 그래서 소는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 500m 반경에 있는 것들을 땅에 묻는다. 돼지의 경우, 전파력이 소보다 1,000~3,000배 강해 구제역 발생 지역 3km 안쪽의 것들을 몰살시킨다.

다행히 구제역은 사람과 동물이 공통으로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은 아니기에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들어가도 2주 안에 소멸하므로 구제역 걸린 동물의 고기를 먹더라도 인체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또 구제역 바이러스는 섭씨 50℃ 이상의 온도에서 파괴되고, 강한 산성이나 알칼리성 환경에서는 살지 못한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주로 호흡이나 소화, 생식 행위나, 배설물을 통해서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바람을 타고 수십 km를 이동하기도 하며, 사람의 옷이나 신발에 붙어 잠복할 수도 있다.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의 원인도 사람이었다. 농장에 고용된 동북아시아 국가 출신의 외국인 근로자와 동북아시아 지역에 다녀온 농장 주인을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이동했다. 국내로 들어온 구제역 바이러스는 사료 운송 차량이나 인공수정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지게 됐다.

경기도 포천 지역에서 첫 번째로 발생한 구제역은 2009년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A형과 같다. 이에 구제역 역학조사위원회는 새로 고용된 동북아시아 지역 출신의 근로자와 함께 바이러스가 들어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화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 O형은 한 농장 주인의 동북아시아 여행이 원인이었다. 그는 구제역 바이러스 O형이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고, 소독이나 방역 조치 없이 농가로 들어갔다. 강화 지역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분석했을 때 여행지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1차로 발생한 구제역을 진료한 수의사가 2차로 구제역이 발생한 곳까지 진료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됐다. 농장 주인들도 매일 한곳에서 모임을 가져 바이러스가 번지는 것을 도운 셈이다. 이밖에도 사료 운송이나 인공수정, 동물 약품판매점 오염 등으로 구제역 바이러스는 퍼져나갔다.

앞에서 설명했다시피 구제역은 사람과 크게 연관이 없다.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만 걸리고 발병 인자인 7가지 유형의 바이러스(O, A, C, C1, SAT2, SAT3, Asia1)는 인체를 숙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을 통해 구제역 바이러스가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구제역 역학조사위원회가 밝힌 것처럼 해외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온 것도, 전국 각지로 퍼져나간 것도 모두 사람 탓이었다.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치료가 불가능하다. 혹시 살아남는다고 해도 생산성이 크게 저하돼 농가에 경제적인 피해를 준다. 따라서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선 소, 돼지 등을 사육하는 농장은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농장에 출입할 때는 옷을 갈아입는 등 방역을 철저히 해야 한다. 가축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 즉, 사료 운송업자나 수의사, 약품 수송차량 운전자 등도 농장을 드나들게 되면 반드시 소독을 해야 한다. 해외여행도 주의해야 한다. 구제역이 발생한 나라로 여행을 가게 되면 귀국 후 2주 정도는 가축 농장 등을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국에서 축산물을 가져와 혹시 있을지 모를 구제역 바이러스를 퍼뜨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구제역도 인간의 활동으로 동물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는 경우다. 아직 구제역 바이러스 O형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도 구제역 바이러스가 흩어져 있다. 더 이상 구제역 바이러스가 번지지 않도록, 또 새로운 전염병으로 동물들이 고통받지 않도록 우리의 행동을 조심해야 할 때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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