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입수학능력시험일은 11월 18일, 수능 D-100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고등학교 3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공부는 나몰라라~ 팽개쳐뒀던 ‘나몰라 군’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 다급해진 나몰라 군은 이곳저곳 수소문한 끝에 집중력 높이는 비법을 알려준다는 도사를 찾아 나서는데….

#1. 천기누설 집중팍! 사무실 앞.
나몰라 : (드르륵~) 저, 여기가 집중력 높이는 비법을 전수해준다는 ‘집중팍! 도사님’이 계신 곳인가요?
도사 : 집중 팍팍!! 어디보자, 너도 보아하니 수능 100일 전이라고 찾아왔구나. 네가 오늘 딱 100번째 손님이다.
나몰라 : 헉, 벌써 그렇게 많이 다녀갔어요? 아, 아무튼 지금 시간이 없어요. 얼른 비법이나 좀 전수해 주세요!
도사 : 어허, 이거 참. 그러게 진작 공부 좀 하지! 수능을 100일 남겨두고 벼락치기가 웬 말이냐?
나몰라 : 그러니까 도사님을 찾아온 거 아닙니까. 가르쳐 줄 거예요, 말거예요? 저 진짜 한시가 급하단 말이에욧!
도사 : 알았다, 이제부터 집중력은 높이고 암기력도 향상시키는 비법을 알려줄 터이니, 그 조급한 마음 좀 버려라. 내가 아무리 비법을 전수해줘도 그런 마음으로는 소용이 없다. 자 그럼 지금부터 비법을 전수해 볼까~ 팍팍!!

시험이 코앞에 닥치면 우리 몸의 교감신경 활성도가 올라간다.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와 비슷한 상태가 되는데, 이런 상태에서 뇌는 평소보다 쉽게 각성되고, 집중력도 일시적으로 높아진다. 부정적인 영향만 끼치는 줄 알았던 스트레스가 긍정적인 영향도 발휘하는 것이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공부한 것에 비해 높은 점수가 나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감정을 자극하면 암기력은 더욱 상승한다. 특히 두려움을 느끼는 감정을 자극하면 편도체가 반응하는데, 이 기관은 소리나 자극에 반응해 정서를 기억하는 역할을 한다. 또 편도체는 정보를 저장하고 기억하는 기관인 ‘해마’와 붙어 있어, 감정과 함께 정보를 입력하면 두 기관이 상호작용해 기억력도 더 좋아진다.

하지만 이렇게 벼락치기로 외운 정보는 쉽게 잊어버리게 된다. 이를 막으려면 ‘반복’이 필수적이다. 해마는 저장된 정보 중 기억해야 할 것만 대뇌 피질로 보내는데, 이때 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회로망이 생성된다. 이런 회로망들이 많이 생길수록 기억이 오래가므로 중요한 것은 반복해서 살펴야 한다.

나몰라 : 저는 하루에 영어 단어 100개씩 반복해서 외우는데, 기억에 남는 건 절반도 안 되던데요?
도사 : 그냥 무작정 외우지 말고 소리내서 읽거나, 이미지를 떠올리며 외워보아라. 또 중요한 부분은 직접 쓰면서 외우면 훨씬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니라.

이렇게 오감을 자극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가 활발해진다. 세로토닌은 주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 ‘공부물질’로도 불린다. 공부할 때 세로토닌이 최대로 나오는 시간은 30~90분 안팎이다. 따라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10분가량 휴식을 취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빨간색을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팀이 2009년 ‘사이언스’ 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빨간색은 단기 기억에 도움이 된다. 연구팀은 빨강과 파랑 배경에 적힌 36개의 단어를 2분 동안 208명에게 보여 주고 20분 뒤, 이를 기억하는 정도를 알아봤다. 그 결과 빨간 바탕에 쓰인 단어를 본 사람들은 36개의 단어 중 20~21개를 외웠지만, 파란 바탕에 적힌 단어를 본 사람들은 그보다 적은 6~17개를 기억했다.

도사 : 그런데, 아침밥은 챙겨 먹느냐?
나몰라 : 전 밥보다 잠이 더 좋은 걸요. 후훗~ 이젠 아침밥 안 먹는 게 습관이 돼서 아침에 뭘 먹으면 배가 더부룩해요.
도사 : 아니, 수험생에게 아침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것이냐!

우리의 몸이 성장하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에너지원인 음식물을 섭취해야 한다. 뇌 역시 에너지원을 공급해 줘야 활동할 수 있다. 아침식사를 거르면 다른 식사를 거르는 것보다 공복 시간이 길어진다. 이렇게 되면 오전 시간에 혈당 수준이 가장 낮아지게 된다. 수능시험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험은 오전 중에 치러지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어야 두뇌에 혈당이 공급된다. 뇌에 혈당이 공급되면 집중력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스트레스는 오히려 줄여준다.

평상시 공부할 때도 적당히 단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단맛을 내는 당 성분은 세포 내의 여러 과정을 거쳐 글루코스를 만든다. 글루코스가 뇌 속에서 순환하면서 기억력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에 설탕을 섭취하면 기억력이 좋아지게 된다. 설탕이 함유된 음료가 최소 24시간 동안 단기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나몰라 : 그런데 도사님, 저는 시험기간에 밤새서 공부하는데 성적이 오르기는커녕, 예전에 알았던 문제도 틀려요. 이건 왜 그런 걸까요?
도사: 무조건 밤새 공부한다고 좋은 줄 알았느냐? 건강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잠이 얼마나 중요한데, 쯧쯧….

잠들기 전 20분을 활용하라. 수면이 기억을 강화한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팀들이 보고한 바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젠킨스 박사가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취침 전 20~30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기억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젠킨스 박사는 평균 점수 차이가 없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같은 강의를 듣게 한 후, 다음날 아침 강의 내용을 테스트해 보았다. 이때 강의가 끝난 후 바로 자도록 했던 그룹은 강의 내용의 56%를 기억했지만, 자유 시간을 준 그룹은 고작 9%만 기억했다.

도사 : 어떠냐, 좀 도움이 되었느냐?
나몰라 : 네, 자신감이 팍팍! 생기는걸요. 여름방학 기간을 이용해서 성적을 쑥쑥 올려야겠어요.
도사 : (거만한 표정으로)에헴, 내가 괜히 유명한 줄 알았느냐? 마지막으로 여름방학기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팁을 알려줄 테니, 건강관리에도 유념하도록 해라.

방학을 맞아 개인 시간이 늘어났다고 무턱대고 공부시간을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지치지 않고 꾸준히 지킬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성취감을 이어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책상에 하루 종일 앉아만 있으면 체력이 약해지고 컨디션이 나빠질 수 있으므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운동은 몸뿐만 아니라 뇌의 기능도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뇌가 감지하는 가장 큰 감각자극은 다리 근육에서 오는 것이므로 다리를 움직여 뇌를 각성시킬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맨손체조, 산보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897호 ‘벼락치기에도 비법이 있다(2009년 4월 3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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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찜통’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끔찍하게 더운 여름날. 태연과 아빠, 뙤약볕 아래 수건과 양동이를 하나씩 앞에 두고 가부좌를 튼 채 앉아 있다. 결의에 찬 표정들이다. 강아지 몽몽이도 덩달아 혓바닥을 길게 뺀 채 태연 옆에 붙어 앉았다.

“딱 한 시간만이다.”

“걱정 마세요. 신세대 어린이 ‘겨땀인’의 진가를 보여드릴 테니까요. 양동이에 제 땀이 더 많이 고이면 새로 나온 게임기 무조건 사주셔야 해요.”

“대용량 다한증으로 인해 여름마다 겨드랑이에 양동이를 대놓고 살았던 아빠의 ‘겨땀 인생’ 40년을 무시하는 게냐? 어쨌든 아빠 땀이 더 많으면 100일 동안 아빠 어깨를 주물러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해라.”

“이럴 땐 제가 항온동물인 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체온을 37℃로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땀을 분비하는 거잖아요. 사람 피부에는 땀샘이 무려 200만~400만 개나 있어서 하루에 최대 10ℓ, 다시 말해서 1.5ℓ 콜라병으로 7개 가까이나 되는 엄청난 양의 땀을 만들 수 있다고요. 이렇게 만든 땀을 피부 밖으로 내보내면 땀이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서 몸의 열도 함께 가져가기 때문에 몸이 시원해지는 거죠. 제가 그 정도도 모를까 봐서요?”

“오호라, 오늘의 대결을 치르기 위해 공부까지 열심히 해뒀다 이거지? 그럼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수현상이 일어나면 근육이 서서히 경직되고, 우리 몸이 수분손실을 막기 위해 땀 분비량을 줄이면서 체온이 올라간다는 것도 잘 알고 있겠구나. 체온이 40℃ 이상 올라가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어. 난 땀 시합 때문에 사랑하는 내 딸이 병원에 실려 가는 꼴은 보고 싶지 않구나. 그러니까 이쯤에서 기권하는 게 어때?”

“어머나! 그럼 오늘 저의 도전이 단순한 게임기 쟁취용이 아닌, 아버지에 대한 일종의 반항이라는 것도 알고 계셔요? 다한증, 즉 특정 신체부위에서 5분 동안 땀을 100mg 이상 흘리는 증상을 앓는 사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 100명 가운데 1명일 정도로 흔해요. 하지만 오로지 겨드랑이에서만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이 땀이 나는 겨땀인은 극히 드물죠. 그런데 다한증은 23~53%가 가족력이에요. 다시 말해서 이토록 저주받은 겨땀 체질을 물려주신 장본인이 바로 아빠라는 거죠. 그런 아빠가 불쌍한 딸에게 그깟 게임기 하나도 사주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반항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흑... 네 말을 듣고 나니 갑자기 미안해지는구나. ‘겨땀’은 냄새까지 동반하기 때문에 사실 아주 힘들긴 해. 우리 몸에는 에크린(eccrine)샘과 아포크린(apocrinc)샘 이렇게 2가지 땀샘이 있지. 에크린샘은 피부 전체에 분포돼 있는데, 자체의 분비관을 통해 ‘약간 짠 물’ 수준의 땀만 내보내고 지질이나 단백질 등의 유기 분비물을 대부분 재흡수하기 때문에 냄새가 거의 안 난단다. 하지만 겨드랑이나 성기 부근에 많은 아포크린샘은 체모를 타고 땀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유기물이 거의 재흡수 되지 않아 냄새가 많이 나거든. 여자아이인 네가 그동안 땀과 냄새 땜에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니 흑흑... 눈물이 나는구나.”

“그나마 우리 몽몽이는 다한증이 아니라서 다행이에요.”

“아니야. 몽몽이는 우리와 반대로 땀을 못 흘려서 슬픈 동물이야. 원래 개는 에크린샘이 없고, 아포크린샘만 조금 있거든. 땀샘은 적고 털은 많으니 얼마나 덥겠니. 저토록 처절하게 혓바닥만 쭉 내놓고 할딱거리며 체온 조절을 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이 더욱 아프구나.”

“흑... 말이나 당나귀는 에크린샘이 발달돼 있어서 전신에서 땀을 흘릴 수 있다는데. 당나귀만도 못한 우리 몽몽이! 우린 모두 다 저주받은 ‘겨땀인’과 ‘겨땀견’인가 봐요!”

순간적으로 비애에 휩싸인 태연과 아빠, 양동이에 겨땀 젖은 수건을 한 번 짜내고, 다시 눈물 닦은 수건을 한 번 짜내며 꺼이꺼이 운다. 짧은 시간 안에 양동이를 다 채워가는 대단한 ‘겨땀 부녀’다.

“아니야.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적극적으로 우리 운명을 극복하는 거야. 다한 극복 프로젝트, 하나! 땀이 많이 나는 부위에 발한억제제를 바르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단순히 땀구멍을 막는 수준이라서 우리 같은 대용량 겨땀인들은 좀 힘들고. 둘! ‘이온영동치료법’이라는 게 있는데, 전류를 이용해 몸에 발한 억제물질을 주입하는 거야. 부작용은 없지만 자주 병원에 가야 하고 효과도 짧다는 단점이 있지.

셋! 겨드랑이에 보톡스를 맞는 방법도 있어. 보톡스가 썩은 통조림에서 생기는 독소라는 건 너도 알지? 그 독을 맞고 여자들은 근육을 마비시켜 젊음을 찾지만, 우리 같은 겨땀인들은 땀샘에 분포된 신경전달물질을 마비시켜 땀 분비를 차단할 수 있단다. 효과는 뛰어나지만 비싸다는 흠이 있어. 그리고 네 번째! 땀을 분비하는 교감신경을 제거하거나 절단해 버리는 방법이 있는데, 이건 좀... 아프긴 할 거야. 그치? 자, 이제 결정의 순간이다. 이 네 가지 방법 가운데 어떤 걸 선택하겠니!”

한껏 기대에 차 있던 태연, 방법이 하나같이 쉽지 않은 것을 듣고는 더욱 큰 소리로 서럽게 운다.

“아빠 미워, 정말 미워! 네 가지 모두 싫단 말야. 앙앙.”

“흑흑... 울지 마 태연아. 겨땀인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겨땀 냄새가 이성을 유혹하는 일종의 페로몬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아빠가 엄마처럼 멋진 여성을 아내로 맞은 걸 보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단다. 그러니까 너도 강력한 페로몬으로 장동건 같은 남자와 결혼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울지 마. 뚝!!”

그때, 회심의 미소를 짓는 태연.

“으흐흐... 품절남 장동건보다 더 좋은 게 있죠. 양동이를 보세요. 아빠가 엉뚱한 얘기하시는 동안 제가 더 많은 땀을 모았어요. 이제 게임기를 내놓으실까요?”

“허걱! 그건 겨땀이 아니라 눈물이잖아! 이건 반칙이라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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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직업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눈물 평가사가 되겠군요. 미국드라마 중에는 얼굴의 표정만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수사물이 있습니다. 눈가 주름의 움직임이나 입이 삐죽이는 모습 등 표정만으로 진범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지요. 당연히 거짓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제 작업 방식도 그와 비슷합니다. 대신 저는 눈물을 이용합니다. 감정을 분석할 대상의 눈물을 모아서 성분을 분석해 그 눈물이 자극적인 물질 때문에 나온 반사적 눈물인지, 화가 나서 나오는 눈물인지, 기뻐서 나오는 눈물인지를 파악합니다. 실험할 눈물만 모을 수 있다면 언제나 정확한 결과를 드립니다. 눈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제가 했던 눈물 분석 중 몇 가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여배우 J양은 눈물 연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커다란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리지요. 눈물연기의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배역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요.”라고 대답하곤 하죠.

진실을 알려면 먼저 여러분께 눈물의 종류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평소 아무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입니다. 흰자위에 있는 60여 개의 덧눈물샘에서 1분에 1.2µl씩 나오는 눈물이죠. 사람은 보통 2~3초에 한번씩 눈을 깜빡거려 눈물을 배출시킵니다.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섭니다. 극소량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눈물이 없다면 눈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양파 껍질을 까는 등 자극적인 물질을 접했을 때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등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입니다. 셋째는 감정의 눈물입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났을 때, 감동했을 때 인간은 눈물을 흘립니다.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그러기에 감정을 연기하는 사람이 쏟아내는 눈물에 우리는 공감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배우 J양의 눈물은 위의 3가지 눈물 중 어떤 것일까요? 셋째 감정의 눈물일까요? 아닙니다. 아쉽게도, 그녀의 눈물은 둘째로 말씀 드린 반사적 눈물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카메라가 돌기 전 남몰래 특수 제작된 양파액을 눈 밑에 발라왔습니다. 전 운 좋게도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모아 분석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J양이 상당한 양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일반적으로 감정의 눈물인 경우 반사적 눈물에 비해 단백질 성분이 많은데, J양의 눈물 성분은 반사적 눈물에 가까웠습니다. 또 그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성분이 적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높아지지요. 양파 깔 때 자연적으로 나오는 눈물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함량을 보입니다. 그러나 여배우 J양의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감정 몰입의 결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J양의 연기가 눈물의 성분과는 상관없이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물 연기를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에 따라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J양의 눈물이 양파액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감동은 그대로랍니다. 그러니 J양, 앞으로는 힘들게 눈물의 성분을 속이지 않아도 될 거랍니다.

다음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업가 L씨와 P씨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동문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업계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쟁자이자 친구라는 쉽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최근 L씨의 기업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해외 입찰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L씨의 기업은 입찰에 성공했지요. P씨는 L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진정 기쁨의 눈물이었을까요?

기뻐서 흘리는 눈물, 슬퍼서 흘리는 눈물, 분노하거나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은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농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눈물은 다른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보다 짭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은 적고 염화나트륨은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교감 신경이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면 눈을 평소보다 크게 뜨고 눈의 깜박임은 줄기 때문에 눈물이 포함하는 수분의 증발량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눈물이 짜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P씨의 눈물은 상당히 짰다는 것만 밝혀두겠습니다.

다음 사례는 현대판 카사노바라 불리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을 웃고 울게 했던 그의 무기는 바로 눈물이었습니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말을 믿고 자란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게 바람둥이의 무기가 되겠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그의 눈물 앞에 콧대 높은 여자들도 모두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섰다지요. 각설하고, 그는 많은 눈물을 뿌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짠맛이 돌지만, 그저 식염수 나부랭이였지요.

눈물의 98.5%는 물이고 나머지 1.5%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의 염류와 알부민 등의 단백질과 지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짠맛이 나는 물이라면 대략 눈물과 비슷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눈물의 1.5%에는 작지만 특별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소자임(lysozyme)입니다.

1921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눈물과 침에서 마이크로코커스 레이소데이크티쿠스 균을 죽일 수 있는 리소자임을 발견했습니다. 눈물에는 리스테리아와 스타필로코커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항생물질도 있지요. 그의 눈물에는 그런 천연의 항생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더군요.

자, 그가 신이 내린 묘약을 흉내낸 것에 대한 벌을 받았을지 궁금하신가요? 물론입니다. 식염수나 눈물이나 그게 그거라며 마구 눈에 집어넣고 가짜 눈물을 흘린 끝에, 그의 눈은 일찌감치 망가졌습니다. 식염수로 늘 눈을 세척한 꼴이니 눈에 좋은 항균물질도 씻겨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눈의 청결을 유지하겠다고 손을 닦는 것처럼 물로 눈알을 ‘뽀드득’ 닦는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눈에는 눈물이 보약이니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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