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장래희망이 과학자에서 메이저리그 야구선수로 바뀐 규용이는 요즘 무척 신이 난다. 프로야구 선수인 외삼촌이 글러브와 야구방망이를 사줬기 때문이다. 또래 아이들과의 달리기에서 져본 적 없는 규용이의 목표는 매년 도루를 50개씩 하는 4할 타자. 오늘은 외삼촌이 특별훈련을 시켜줬다.

“깡~!”

야구공이 높이 뜬다. 규용이는 뜬공을 잡기 위해 이리저리 달려보지만 공은 번번이 전후좌우 빈자리로 떨어진다. 슬슬 부아가 치미는 규용이.

“외삼촌! 공 좀 잘 쳐봐요. 계속 이상한 데 떨어지잖아요!”
“허헛! 야구를 보렴. 공이 수비수 있는 데로만 떨어지니? 아무리 먼 곳에 떨어져도 전력 질주해 다이빙하며 잡는 선수들 못 봤어? 야구는 잘 치고 잘 달린다고 해서 주전선수가 되지는 않아. 수비도 잘 해야지. 발 빠른 규용이는 수비만 잘하면 최고의 외야수가 될 수 있을 텐데….”

“그래도 하늘 높이 뜬 공은 어디에 떨어질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많이 연습하면 감이 올 텐데 말이야.”
“아니에요! 감으로만 운동을 하는 시대는 지났어요. 요즘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 방법을 보면 과학적인 분석과 그에 따른 연습방법 등으로 좋은 성과를 많이 내잖아요. 야구에서도 과학적인 운동방법이 있을 거에요.”

“응. 사실 있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에서는 야구와 관련된 연구가 많거든. 외삼촌도 이를 종종 참고한단다.”
“알려주세요! 알려주세요!”

“먼저 뜬공을 잘 잡는 법에 대해 알아볼까? 일단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의 움직임이 중요해. 공이 배트에 맞아 떠오르는 순간 1~1.5초 정도 앞이나 뒤로 조금씩 움직이면 낙하지점을 찾는데 도움이 된단다.”

“왜요?”

“가만히 서있는 사람은 공의 속도를 계산하기 힘들어. 공의 크기가 작고 거리가 멀어 위치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하지만 조금씩 앞이나 뒤로 움직이면 바라보는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공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어. 예를 들어 조금씩 뒤로 물러나는데도 공이 계속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면 그 공은 더 뒤로 날아갈 확률이 높단다. 그때는 더 뒤로 뛰어가야지.”

“아! 그렇구나! 그럼 좌우로 빗나가는 공은요?”
“그것도 공이 배트에 맞은 직후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천천히 움직이면 공을 쫓아가는데 도움이 된단다. 사람이 어떻게 원근감을 느끼는지는 알고 있지?”

“그럼요. 양쪽 눈에 보이는 영상이 달라서 이를 통해 입체감을 느끼잖아요.”
“그래. 그런데 바라보는 물체의 거리가 멀면 어떻게 될까? 상대적으로 눈과 눈 사이의 간격이 좁아서 영상에 큰 차이가 없지.”

“아! 그래서 몸 전체가 좌우로 움직이면 입체감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는 거군요!”
“암. 역시 과학자가 꿈이었던 규용이는 이해가 빠르네. 그럼 공의 움직임에 대한 한가지 힌트를 더 줄게.”

“좋아요. 좋아요.”
“공은 야구 방망이에 맞은 뒤 회전이 생기거든. 이 회전이 공의 움직임을 변하게 만든단다. 아까 외삼촌이 친 공을 받을 때 공이 좌우로 휘는 것을 봤니?”
“네. 공이 회전하면 진행방향으로 회전하는 쪽 압력이 높아져 반대로 휜다는 것은 알아요. ‘베르누이 원리’죠?”


“외삼촌은 원리 이름까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야구공도 실밥에 걸리는 공기저항 때문에 회전에 따라 변화가 심하단다. 그래도 좌우로 휘는 공은 예측이 조금 쉬웠지?”
“네. 중간을 기준으로 왼쪽으로 날아오는 공은 왼쪽으로 휘고 반대쪽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그럼 앞뒤로 휘는 공은 어떨까?”
“엥? 그런 공도 있나요?”

“많아. 뜬공은 대개 야구 방망이 윗부분에 맞은 거겠지? 그렇다면 공의 위쪽은 진행 반대방향으로 회전해. 그럼 공 윗부분과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지지. 그래서 가까운 거리의 뜬공, 내야 뜬공이라고 할까, 이런 공은 포물선의 궤적보다 위쪽으로 솟아 오른 뒤 정점 부근에서 회전이 약해지면 중력에 이끌려 땅으로 뚝 떨어진단다.”

“헐.”

“포수 위 뜬공은 더 복잡해. 공이 올라갈 때는 뒷부분의 압력이 낮아 포수를 향해 휘지만 땅으로 떨어지기 시작하면 앞부분의 압력이 낮아져 투수 쪽으로 휘며 필기체 L자 형태의 궤적이 된단다. 그래서 포수는 이런 타구를 투수 쪽을 등지고 잡는 경우가 많아.”

“외삼촌!”

“응?”

“야구 너무 어려운 스포츠인데요?”

“그래도 여러 번 공을 받으며 익숙해지면 규용이가 무시하는 ‘감’이 생기지. 규용이의 언어로 풀자면 ‘기억된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빠르게 계산해 근육으로 전달하는 초고속 통로’랄까? …그럼 연습을 계속하자. 일단 외야 뜬공 100개다. 뛰어!”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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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은 살아있다

과학향기 기사/Sci-Fun 2009.07.31 08:34 by 과학향기
친구들과 놀다 오겠다며 밖으로 나간 태연, 십분도 채 지나지 않아 씩씩거리며 집으로 되돌아온다. 현관문을 탁 닫자마자 ‘우앙~’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태연. 어찌 된 것인지 이마에는 자두만한 혹이 불룩 튀어나와 있다.

“아빠, 철수가 요요로 내 머리에 혹 만들었어요!! 엉엉~ 하도 요요 잘한다고 자랑하기에, 요요를 잘해서 만날 요요현상이냐고, 살 좀 빼라고 한마디 했거든요. 그랬더니 이렇게 해놨어, 엉엉~”

“안 그래도 비만이 걱정인 애한테 요요현상 얘기를 했으니, 너도 잘한 건 없구나. 그런데 사실 네 말에도 일리는 있어. 장난감 요요는 ‘다시 돌아온다’는 뜻의 필리핀 말이거든. 다이어트를 할 때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 버리는 요요현상도 같은 뜻이고 말이야.”

“이 요요가 그 요요라고요? 그러면 이것저것 따질 것도 없어요. 철수는 무조건 요요 대장이 틀림없을거에요. 씩씩. 아빠, 저 결심했어요. 철수를 이기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요요를 잘 할 수 있는지 비결을 알려주세요!”

“요요는 가운데 축이 있는 바퀴와 기다란 줄로 만들어진 아주 간단한 장난감이야. 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중요한 과학지식이 숨어있단다. 요요에 실을 돌돌 감아서 아래로 놓으면 실이 풀리면서 회전을 하게 되고, 실이 다 풀렸을 때는 상당한 양의 회전운동에너지를 갖게 되지.”

“맞아요. 그리고 보니 저도 매번 거의 다 풀릴 무렵 줄이 엉키고 그랬거든요?”

운동을 하는 물체는 외부의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계속 같은 운동을 하려고 해. 이런 특성을 관성이라고 하는데, 요요 역시 관성에 따라 계속 회전을 하게 되고 제 몸에 다시 실을 돌돌 말아 위로 올라오게 된단다. 손에 닿을 때쯤엔 회전운동에너지가 위치에너지로 바뀌고, 놓으면 또 회전운동에너지로 바뀌고. 이렇게 계속 반복되기 때문에 오랫동안 요요를 할 수 있는 거란다. 하지만 회전하는 요요의 운동을 상하 운동으로 바꾸어 주려면 중간에 약간의 시간이 필요해. 네가 너무 빨리 요요를 낚아 챈 건 아닐까?”

“와, 그럼 관성에 의해 요요가 말려 올라오는 타이밍만 정확히 잡으면 요요를 잘 할 수 있겠네요? 역시, 과학을 알아야 노는 것도 잘할 수 있겠네요.”

“그럼. 장난감에는 생각보다 아주 많은 과학지식이 숨어있단다.”

“아빠. 갑자기 궁금해 졌는데요, 뒤로 확 잡아당겼다 놓으면 쌩하고 달려가는 모형자동차 있잖아요. 그게 어떻게 달려가는지 궁금해 졌어요.”

“어릴 때 많이 가지고 놀던 태엽자동차 말이니? 갑자기 그건 왜?”

“실은 요즘에도 가끔 갖고 놀거든요. 아까도 가지고 놀다 나갔는데….”

“하하. 아이고, 우리 태연이 아직 아기였네? 그 모형자동차는 탄성을 이용하는 거란다. 스프링을 눌렀다 놓으면 다시 똑같은 모양으로 되돌아가지? 그렇게 외부 힘에 의해 변형을 일으켰다가 힘이 사라지면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을 탄성이라고 하는데, 장난감 자동차에 태엽을 감고 뒤로 쭉 잡아당기면 탄성에너지가 크게 증가한단다. 이때 자동차를 놓으면 탄성에너지가 운동에너지로 바뀌면서 튀어나가게 되는 거지.”

“와, 재밌어요. 아빠. 또 얘기해 주세요, 또요!”

“글쎄다. 또 무슨 장난감 얘기를 해줄까. 아! 조트로프 얘기를 해주면 되겠구나. 네가 유치원에 다닐 때 만들어서 집에 가져온 장난감인데, 기억이 나려는지 모르겠다. 연속되는 동작을 그림으로 그리고 검정색 원통 안에 약간의 간격을 두고 그것들을 붙이는 거야. 그런 다음 세게 돌리면 그림들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장난감, 혹시 기억나니?”

<장난감은 단순해 보이지만 많은 과학적 연구에 의해 만들어진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네! 기억나요. 창문 같은 틈을 통해 돌아가는 원통을 보면 정말 그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재미있어서 꽤 오랫동안 가지고 놀았었어요.”

“맞아, 그런데 그 조트로프는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라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어머니란다. 촛불을 한참 바라보다 갑자기 다른 곳을 보면 아직도 촛불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지? 그렇게 눈으로 본 사물의 모습이 아주 짧은 시간 동안 뇌 속에 남는 현상을 잔상이라고 하는데, 조트로프는 이러한 잔상효과를 이용해 여러 장의 그림을 빨리 보여줘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최초의 장치란다. 이것이 발전해서 1초에 수십 컷의 그림을 보여주면 애니메이션이, 사진을 보여주면 영화가 되는 거지.

“와, 그럼 내가 유치원 다닐 때 일종의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던 거네요? 아빠, 이제 장난감 속의 과학을 많이 배웠으니까 실제로 확인해 봐야겠어요. 일단 워밍업 삼아 요요의 관성부터 해 볼께요.”

하지만 과학적인 이론을 알았다고 해서 실제로도 잘 되는 법은 아니다. 요요를 꺼내들고 거실에서 연습을 하던 태연이의 손가락엔 관성의 법칙 같은 건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만 장식장에 있던 오래된 도자기를 ‘쨍그랑’ 깨고 만다.

“으아아악!! 조상 대대로 물려온 고려청자를 깨다니! 태연이 너, 너, 거기 못 서!!”

엄청난 실수를 깨달은 태연은 쏜살같이 줄행랑을 치고, 아빠는 순식간에 헐크로 변해 태연에게 돌진한다. 다리몽둥이라도 분지를 태세다.

“아, 아빠. 잘못했어요~ 요요! 요요! 제발 원래의 자상한 아빠로 돌아와 줘~ 요요!!”

글: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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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아, 게임 그만하고 날씨 좋은데 나들이나 갈까?”

치. 엄마가 가고 싶으신 거겠지. 사실 난 지금 바쁘다. 이 커다란 몬스터를 잡아야 퀘스트를 마칠 수 있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몬스터가 아주 좋은 방어구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아! 몬스터를 잡았지만 아무런 아이템도 주지 않는다. 허탈하다. 방어구를 얻을 때까지 이 짓을 반복해야겠다.

“태연아. 이 게임이 그렇게 재밌어?”

아빠다. 아빠도 게임을 좋아하신다. 분명 옆에서 게임을 지켜보시다 흐름이 끊기는 것을 발견하신 것이 틀림없다. 왜냐하면 지금이 딱 지겹고 짜증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미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

“아빠랑 미술관에 재미있는 게임 보러 갈래? 과학과 게임을 융합한 작품이 전시되거든.”

아…. 난 흥미가 생겼고 아빠와 미술관으로 향했다. 과학게임 전시관인 ‘앨리스 뮤지엄 2009’가 열리고 있는 소마미술관에 들어가자 아기자기한 게임들이 눈에 띄었다.

가장 먼저 본 것은 ‘크레용 물리학’이란 컴퓨터 게임이었다. 게임방법은 간단하다. 화면에 마우스로 그림을 그리면 된다. 화면 안에 그려져 있는 빨간색 공을 노란 별이 있는 곳 까지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공은 물리 법칙에 따라 아래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또 무거운 것은 가벼운 것을 밀어내고 경사를 만들면 물체를 좌우로 보낼 수도 있다.

크레용 물리학 게임. 화면에 표시된 붉은 공을 이동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처음에는 그림을 그려 공을 굴러가게 만들면 되지만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생각을 더 많이 해야 했다. 급경사를 만들려고 뾰족한 삼각형 같은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 자체가 미끄러지기도 한다. 다른 물체로 보완을 하고 빨간 공이 정처 없이 굴러가지 않도록 공보다 큰 장애물도 배치해야 했다.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내가 그린 물체가 물리법칙에 따라 움직이다보니 자유도가 무척 높았다. 정해진 답이 없는 셈이다. 안내자는 이 게임이 2007, 2008년 독립게임 축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한 우수 게임이라고 했다.

내가 좋아하는 롤플레잉과 아케이드 장르가 섞인 ‘블루베리 정원’이란 게임도 있었다.

이 게임은 스웨덴의 구전동화에 따라 정해진 길을 가는 게임 속 주인공에게 내가 신이 된 듯 장애물을 만들어 방해하거나 때로는 하늘을 날게 해 블루베리 정원의 신비를 밝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게임에 등장하는 식물과 동물이 주인공을 돕거나 방해하고, 서로에게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었다. 물론 내 행동도 이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블루베리 정원 게임. 인간과 생태계의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제작돼 있다.


“태연이가 게임 속 생태계의 불청객이 됐구나.”

아빠가 또 어려운 말씀을 시작하신다. 하지만 아빠의 얘기는 듣다보면 재미있다.

“주인공과 배경이 조화를 이루고 살아가는데 태연이가 끼어들어서 게임의 내용이 바뀌고 있잖니.”

“하지만 저 때문에 주인공이 하늘도 날고 원래대로라면 갈 수 없었던 공간에도 가잖아요?”

“그렇지. 처음에는 불청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게임의 주인공과 배경이 너와 상호작용을 하며 새로운 얘기를 만들어냈지. 아빠 생각에 이 게임은 사람과 자연이 서로에게 끼치는 영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게임 같구나. 태연이 덕분에 게임의 내용이 다채로워졌으니 주인공은 만족할 것 같은데?”

오호라…. 내 존재가 게임에 그런 영향을 미쳤다니. 그런데 이런저런 게임을 하고 있는데 자꾸 과학책을 보고 있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태연아! 아빠랑 이 게임 해보지 않겠니?”

아빠가 하자는 게임은 ‘철권’이나 ‘스트리트 파이터’ 같은 격투 게임이다. 그런데 아빠는 올록볼록한 돌기가 튀어나온 방탄조끼처럼 생긴 옷을 입고 계시다. 설마 정말로 때리는 게임은 아니겠지?

“아빠가 엎드릴테니 태연이가 허리에 올라앉아 게임을 시작하렴.”

게임이 시작됐다. 아빠 등에 있는 돌기를 이것저것 누르자 게임 속 캐릭터가 공격과 방어를 한다. 정신없이 누르다보니 게임이 끝났다.

아빠가 일어나셨다. 게임도 하지 않으셨는데 즐거운 표정, 아니 개운한 표정이시다. 맙소사. 설명을 읽어보니 이 게임은 압력 감지 센서와 버튼을 결합한 ‘안마해주세요’라는 게임이었다.

안마해주세요. 대전액션게임과 안마기가 결합된 게임이다.


글 : 전동혁 과학칼럼니스트

‘크레용물리학’게임 5일 체험판 다운로드 받기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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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게임, 과학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더 나은 새해를 맞이하고픈 연말연시의 하이라이트는 뭐니뭐니해도 크리스마스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경제 한파로 인해 조금 주춤한 듯하지만 어려울수록 함께 나누는 분위기는 이웃의 소중함을 새삼 깨우쳐 준다. 어떻게 보면 크리스마스는 우리에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한 박자 쉬어가는 여유를 선물로 주는 것이다.

또한 크리스마스는 과학의 각 분야에 연구할만한 거리를 제공한다. 그중에는 우리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들도 포함된다. 예를 들면 루돌프는 수사슴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나 수사슴은 크리스마스 무렵에 뿔이 떨어지기 때문에 루돌프가 암사슴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사람들 사이에 크리스마스만 되면 우울해지는 크리스마스 우울증이 존재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점 또한 낭설이다.

심리학자 브라이스 보이어는 1955년 <미국 심리 분석협회 저널>에 크리스마스 우울증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온 세상이 축복하는 날인데, 자신은 아기 예수에 비해 온 세상의 축복을 받지 못한 상대적 박탈감이 원인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가설일 뿐이고, 실제로는 ‘계절 영향 장애(SAD)’에 의해 우울증이 생긴다는 학설이 조금 더 설득적이다. SAD란 1984년 정신과 의사 로먼 로젠탈이 정의한 증후군으로, 겨울에 일광 시간이 감소하면 뇌의 화학 작용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증상이다. 빛이 부족하게 되면 뇌 속 신호 전달 화학 물질인 세로토닌의 대사가 영향을 받아서 우울증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크리스마스를 지루하게 보낸 사람들과 달리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낸 사람들의 경우 그 즐겁고 긍정적인 마음 상태가 심장 마비와 고혈압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사과나 팝콘 등의 특별한 음식으로 꾸민 풍요로운 우리에서 지낸 쥐들이 표준 우리에서 지낸 쥐들보다 수행 능력이 뛰어났다고 하니 여러모로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풍요롭게 보내는 편이 좋겠다.

풍요로운 크리스마스에도 과학은 숨어 있다. 크리스마스 때 세일을 함으로써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할 수 있다고 한다. 가격을 10퍼센트 낮추면 판매량이 20~30퍼센트 올라가고, 디스플레이를 잘해 놓으면 판매량이 80퍼센트나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엄밀히 말해서 상품에 대한 소비자 심리를 철저히 분석한 결과에 따른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선물 고르기에 노력을 더 많이 쏟고 포장이나 진열에 신경을 쓰는 반면 남성은 점원의 말에 좀 더 귀를 기울인다.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여 남성 고객을 끌어들이고 싶은 상점은 포장이나 진열에 신경 쓰기보다 점원을 많이 배치해서 남성 고객들이 구매 결정을 하도록 도와주면 된다.

이맘때가 되면 아이들은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가 어떤 선물을 주실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곤 한다. 크리스마스의 마스코트 산타를 떠올려보면 웃음 짓고 있는 얼굴과 입을 덮는 덥수룩한 휜 수염, 그리고 산타의 트레이드 마크인 불룩한 배가 생각난다. 산타의 배가 언제나 뚱뚱한 이유는 무엇일까?

산타는 아마도 결함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만 유전자에 결함이 있는 사람들은 몸이 지방을 태울 수 있는 능력이 한계를 넘어선 이후에도 끊임없이 지방을 갈구한다. 단백질 생성을 관장하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이 체내에 얼마 만큼의 지방이 축적되어 있는지를 뇌에 알려주고 그만 먹으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런데 뚱뚱한 사람의 결함을 가진 비만 유전자는 이 호르몬이 부족한 것이다. 심각한 비만이 아니더라도 조금 뚱뚱한 사람도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유전자 결함이 있을 수 있다.

말하자면 뚱보 문제의 핵심은 유전자에 있다. 지방이 너무 많으면 당의 대사가 무질서해지는 당뇨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산타는 세계 어린아이들을 위해서 음식물섭취를 관리할 것을 권유한다. 더불어 산타는 몸을 항상 따뜻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체온 유지를 위한 에너지 발생이 1퍼센트가 줄어들 경우 1년 동안 체중이 2.3kg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른 조건이 동일한 상태에서의 성인이 기준이다.

산타가 크리스마스의 마스코트라면 크리스마스의 주인공 예수의 탄생에 대해서도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예수가 탄생했을 때 동방박사들은 금, 유향, 몰약 등을 바쳤다고 한다. 고귀한 금은 축하 선물로 이해가 되지만 유향과 몰약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유향과 몰약은 모두 나무에서 나오는 진을 채집한 것으로 향기가 나는 원료이면서 악을 물리쳐 준다고 전해져 왔다. 나무는 흰개미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나 나무껍질의 손상 부분을 덮기 위해 진을 생산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상처 치료에 쓰여 왔던 유향과 몰약은 최근에도 항균, 항염증 효과가 입증되었다.

요컨대 크리스마스는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기도 하지만 종교에 상관없이 모든 인류가 희망과 자선을 노래하는 날이기도 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처럼 우울한 마음보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실천하면 저절로 풍요로운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에 대한 보답으로 하늘에서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줄지도 모른다.

글 : 이상화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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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은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라고 한다. 버터를 바른 면이 항상 바닥을 향해 떨어진다거나 하필 내가 선 줄이 가장 늦게 줄어든다거나 하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가지고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법칙이라는 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에게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고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을 깨달음으로써 다소의 위안을 얻는다.

머피의 법칙은 미공군 엔지니어였던 머피가 수행한 어느 실험 과정에서 유래된 이후, 수없이 많은 버전으로 파생되고 발전되어 왔다. 머피의 법칙은 그냥 재수 없는 현상으로 치부되기 보다는 심리적이거나 통계적으로 또는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들이 많으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경우로 분류하여 논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서두르고 긴장하다 보니 자신이 실수를 해서 실제로 일이 잘못될 확률이 높아지는 경우이다. 긴급한 이메일을 보내려 할 때 멀쩡하던 네트워크가 다운된다거나, 중요한 데이트를 앞두고 잘 차려 입은 옷에 음료를 쏟는다거나 하는 것이다. 머피의 법칙을 연구하던 소드(Sod)는 1000명을 대상으로 경험에 의존한 여러 가지 현상들에 관하여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결과적으로 긴급하고, 중요하고, 복잡할수록 일이 잘못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였다. 사람들은 일이 잘못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며 실수할 확률이 높아진다. 일이 잘못 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긴장하게 되고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일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무리 급해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컴퓨터에게도 자신이 급하다는 사실을 절대 눈치 채게 해서는 안된다. 그럴 때일수록 태연하게 행동하고 평상심을 유지해야 한다.

둘째, 실제 확률은 50%지만 심리적 기대치가 높아서 잘못될 확률이 높게 인식되는 경우이다. 이것은 한편 인간의 선택적 기억에 기인한다. 일이 잘된 경우에 받은 좋은 기억은 금방 잊혀 지지만, 일이 잘못된 경우에 받은 안 좋은 기억은 머릿속에 오래 남는다. 또한, 다른 한편으로는 기대 섞인 비교대상의 선정에 기인한다. 예를 들어 정체된 도로에서 자신이 속한 차선이 정체가 심하다고 느끼는 것은 앞서가는 옆 차선 차량과의 비교에 의한 것으로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얘기이다.

내차와 옆 차선의 차가 그림 1과 같이 20초를 주기로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두 차의 속도는 위상차를 갖고 주기적으로 변하며 평균속도는 10m/s로 동일하다. 이 때 주행거리는 속도그래프를 적분한 아래 면적에 해당된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두 차량은 동일 지점에서 시작해서 섰다 갔다를 반복하는 동안 동일한 거리를 주행하게 된다. 그러나 주행 과정을 비교해 보면, 옆차에 비하여 내차가 항상 뒤처져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내차가 앞서가는 시간은 1주기 20초 중 5초에 불과하다. 나머지 15초는 옆차가 내차 보다 앞서서 달린다. 그러니 그 차와 비교하면 내가 선택한 차선에 불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내가 비교 대상으로 삼던 옆차 대신 그 차와 같은 차선에서 약 50m 뒤를 따라오고 있는 차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다면 상황은 거꾸로 된다. 그래프에서 가는 선으로 나타난 바와 같이 그 차는 항상 나보다 뒤에서 달리고 있다. 그 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내차를 보면서 머피의 법칙을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즉 비교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머피의 법칙’이 될 수도 있고 ‘샐리의 법칙’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향기링크셋째, 실제 확률은 50%가 아닌데, 사람들이 50:50일 것으로 잘못 착각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도 과학적으로나 통계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태양이 동서남북 어디서든지 뜰 수 있는데 왜 하필 동쪽에서만 뜨는가 하고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렇게 되기로 결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결정론적 문제라고 한다. 반면,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어올 것인가 하는 것은 다소 무작위적이다. 뉴턴은 천체의 운동이나 물체의 움직임에 관한 과학적 법칙을 연구하여 자연현상을 모두 결정론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였다. 반면 예측이 불가능하고 무작위적인 것을 일명 ‘카오스’라고 한다. 실제의 자연현상은 결정론적인 것과 무작위적인 것이 복합되어 나타난다. 일상용어로 표현하면 우연과 필연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머피의 법칙으로 돌아가서 버터 바른 빵이 식탁에서 떨어지는 예를 생각해 보자. 축구경기에서 선공을 정할 때 동전을 던지는 것과 달리 이 경우에는 앞뒷면이 결정되는 확률이 50%가 아니다. 여기에는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않고 있는 가정과 조건이 여럿 숨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탁의 높이가 약 75cm이고, 빵의 크기가 약 15cm라는 가정, 지구 중력장의 크기가 9.8m/s2라는 조건, 그리고 빵과 식탁 사이의 마찰계수가 일정 범위 내에 있다거나, 주위에 공기유동이 거의 없다거나 하는 등의 가정들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초기조건으로 버터 바른 면이 식탁위에 있을 때 항상 위를 향하고 있다는 가정도 있는 셈이다. 버터를 발라서 접시에 업어놓는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까.

이러한 조건하에서 빵이 식탁에서 떨어지도록 가해진 외력(외부에서 주어진 힘)이나 떨어지는 순간 빵과 식탁사이의 마찰력에 의하여 회전력 즉 토크가 발생된다. 이 토크에 의하여 빵은 자유낙하하면서 일정 회전각속도를 갖고 돌게 된다. 결국 바닥에 닿을 때까지 몇 바퀴를 회전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엎어져서 떨어진다는 것이 꼭 정확하게 180도를 회전한다는 것은 아니다. 회전각도가 90-270도 사이로 떨어지면 버터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한다.



그림 2는 빵이 떨어지는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이다. 물론 떨어지는 과정에서 주변 조건에 따라서 약간씩 교란이 일어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식탁이 흔들린다거나, 손으로 세게 쳐서 떨어지게 된다거나, 바람이 갑자기 분다거나 하는 등 외부 교란 변수에 따라서 회전각이 다소 바뀔 수는 있으나 270도를 넘거나 90도에 못 미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즉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 (식탁의 높이, 빵의 크기, 중력의 세기 등) 하에서는 버터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하는 것은 재수 없는 우연이 아니라 그렇게 되게끔 결정되어 있는 필연인 셈이다.

머피의 법칙은 뉴턴의 법칙이나 케플러의 법칙과 같이 완전한 과학법칙의 범주에 들지는 않을지라도 심리적, 통계적 현상이 복합되어 나타나는 일종의 과학 법칙이다. 또 나에게만 일어나는 재수 없는 법칙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보편적 법칙인 것이다.

글 : 한화택 교수(국민대학교 기계공학과)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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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낮 기온이 35도를 우습게 넘고, 해가 져도 대지는 뜨거운 열기를 품어댔다. 박 형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의사인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더운 날씨에도 여전히 활기찬 얼굴의 친구가 나타났다.

“자네, 얼굴색이 좋지 않군. 더워서 잠을 못 잤나?”
“이런 열대야에 잠을 제대로 자는 사람이 있겠나. 하지만 내 고민은 그게 아니라네. 최근 원인 모를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방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 있고 침입한 흔적도 없는데 아침이면 죽은 사람들이 연일 발견되고 있지.”
“자연사 아닌가?”
“전날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죽으니 수긍하기 어렵다네.”
“그렇다면 살인이라고 보는 건가?”
“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현장에 있던 건 선풍기뿐이라네.”
“아니 그럼, 선풍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건가?”

사실 경찰 내부에서는 선풍기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전국적으로 선풍기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늘고 있었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면 산소 부족, 호흡곤란, 저체온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선풍기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지. 회전 기능이나 타이머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장시간 바람을 쐴 경우에 그 위험이 커진다는 걸세.”

박 형사는 의사인 친구의 견해가 궁금했다.

“글쎄,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된 장소라면 선풍기 때문이 아니라도 산소 부족이 생기겠지만, 선풍기가 산소부족을 유발할 만큼 공기 압력을 바꾸진 못할 걸세. 난로를 오래 켜둔다면 공기 중의 화학성분이 바꾸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선풍기 날개는 그저 바람을 일으키지 공기의 화학성분을 바꾸지는 못하지. 방문이나 창문이 닫혀서 공기의 흐름이 차단된다고 해도 방안의 산소량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질식하긴 어려워. 첫 번째 원인은 제외해도 좋을 것 같네.”

“그럼 호흡 곤란은 어떤가? 얼굴에 집중적으로 강력한 바람을 쐬면 산소가 희박해지고 의식이 점차 흐려지게 되고 결국 죽을 수도 있지 않겠나?”

사실 박 형사 본인도 잘 때는 선풍기를 절대 얼굴 쪽으로 두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선풍기 바람을 얼굴 쪽으로 고정해두고 자다가 가위에 눌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풍기를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이 몽롱하고 숨을 내쉬는 것마저 곤란해 한참 뒤에야 쿨럭 기침을 하며 간신히 일어났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 뒤로는 선풍기를 멀리하게 되었다.

과학향기링크“선풍기 바람 때문에 호흡기 근처의 압력이 낮아져 공기를 들이쉬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로군. 하지만 이 논리가 성립되려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사람들은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없지. 달리는 자동차에서 얼굴을 내미는 경우도 마찬가지야. 선풍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몸에 병이 있고 허약한 사람이라면 그런 증상을 겪을 수도 있긴 있겠네.”

박 형사는 선풍기 때문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저체온증에 대해 물어봤다.

“선풍기 바람이 저체온증을 유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체온증이라. 우선 저체온증이 뭔지 설명해주지. 저체온증은 체온이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걸 말하는데, 사망에 이르려면 체온이 27~28도까지 내려가야 하지. 2~3도 정도 체온이 떨어지는 걸로는 죽지 않아. 8도에서 10도는 떨어져야 사망에 이르게 된다네. 사실 저체온증은 추운 겨울에도 잘 일어나지 않는 증상이네.”

하지만 박 형사는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선풍기를 틀고 바람을 쐬면 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걸 좁고 밀폐된 방에서 밤새도록 틀어둔다면 체온이 많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밤에는 신체 대사가 더뎌지고, 술을 마신 상태라면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

“물론 방이 밀폐되어 있고,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저체온증을 유발할 환경이 조성되니까. 하지만 창문과 방문을 닫았다고 방이 밀폐되었다고 보긴 어렵고, 밀폐되는 방은 실제로 거의 존재하지 않을 거야.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더운 방에서 자다가 사망했다면 폐색전증이나, 뇌혈관성 사고, 또는 부정맥 등 여러 가지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수 있어. 그것을 선풍기의 탓으로 돌리긴 어렵지 않겠나.”

의사는 박 형사에게 선풍기가 그렇게 의심스럽다면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실내 온도를 측정해보자는 것이었다. 선풍기 바람이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는지 확인해보자는 것이었다.
실험 결과는 의사의 견해에 힘을 실어주었다. 선풍기는 시원하다는 느낌은 줘도 온도 자체를 낮추지는 못했다. 박 형사도 실험 결과에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더운 날 선풍기를 틀면 더운 바람만 나오지. 선풍기가 자체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내뿜지 못하니까 오래 틀어둔다고 체온을 많이 낮추기는 어렵겠군.”

“그래, 이제야 얘기가 좀 되는군. 오히려 좁은 방에서 선풍기를 오래 틀어두면, 선풍기가 과열되면서 실내 온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게 될걸. 선풍기가 과열될 정도로 오래 틀어둔다면 저체온증보다는 선풍기 과열에 의한 화재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겠지.”

박 형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최근 1~2년간 선풍기 과열에 의한 사망사고도 몇 건 보고된 바 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네. 선풍기 바람이 닿는 피부 표면은 혈관이 수축해 체온이 조금 내려갈 수 있지만, 인체의 심부는 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풍기 바람으로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체온이 떨어지기는 어려워. 인체는 놀라운 자기 체온 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네.”

박 형사는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꾸 죽고, 유일하게 방에 있던 선풍기가 범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그들은 왜 죽은 걸까?”

의사는 조용히 답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선풍기는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뿐이었던 거네. 돌아보게나, 이런 날씨에 선풍기를 켜지 않고 자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간밤에 산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누구나 선풍기를 켜고 잤을 걸세, 죽은 사람 중 선풍기를 켜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지 않겠나.”

하지만 박 형사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밤 사망한 사람의 방에 혼자 돌아가던 선풍기가 자꾸만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는 자네는 더울 때 밤새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나?”

의사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진 않는다네. 선풍기에는 타이머 기능이 있지 않나. 사람은 깊은 잠에 빠지기 전인 수면 유도기에 체온이 올라가는데 이 시간은 30분~1시간 사이라네. 그 시간 동안은 선풍기가 참 유용하지. 아까도 몇 번 말했지만 술을 마셨거나 병이 있는 허약한 사람이라면 선풍기는 독이 될 수 있어. 자네도 몸에 자신이 없다면 선풍기를 밤새 틀어놓지는 말게.”

형사는 선풍기 타이머를 맞추는 의사를 상상하며 속으로 빙긋이 웃었다.

‘문을 닫은 채로 선풍기를 밤새 틀어 놓고 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몸에 좋을 리는 없어. 감기라도 걸릴 수 있으니까. 저 친구 말대로 타이머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겠군. 참, 창문도 꼭 열어둬야지.’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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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글쎄. 나한테 토끼 같은 아들딸이 하나씩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뛰어 들어오면서 묻기를, 산토끼는 알밤을 어디에 담아서 오냐고 하는 거야. 별안간 무슨 말인지 싶어 자초지종을 물어보니까 그 귀여운 입으로 종알종알 산토끼 동요를 부르더라구. 난 아차 싶었지! 명색이 수의사인데 깜박하고 지나칠 뻔했구나! 무슨 얘기냐 하면~

산토끼 노래를 불러봐.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중략) 산 고개고개를 나 홀로 넘어서, 토실토실 알밤을 주어서 올 테야.”라고 하잖아. 이 노래에서, 토끼가 어떻게 밤톨을 주워 올 수 있는지 정말 의문이 가더라구. 다람쥐나 청설모 그리고 원숭이라면 입안에 먹이주머니(협낭)가 있어 얼마든지 넣어 올 테지만 토끼는 그것이 있는 것도 아니거든. 그렇다고 캥거루처럼 새끼주머니(육아낭)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것참!

토끼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요 중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건 또 있어. “새벽에 토끼가 눈 비비고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가지요.” 상식적으로 그 토끼는 분명히 산토끼일 텐데, 산토끼라면 보통 야행성 동물로 분류해. 그러면 혹시 세상을 거꾸로 사는 특별한 얼리버드형 혹은 주행성인 신종 산토끼라도 발견하였을까?

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한 건가 싶지만, 같이 한번 생각해보면 의외로 이런 동요가 많더라니까. 우리들이 설날만 되면 부르는 노래도 그래.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설날은 오늘이래요.” 이 노래 알지? 그런데 왜 까치의 설날은 어저께일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몇 가지 설이 있더군. 어느 역사학자는 신라 소지왕 때 까치가 왕의 목숨을 구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했다고 하고, 어느 국어학자는 옛날에 까치설이라는 말이 작은 설을 가리켰다는 데서 유래했다고 주장하는데… 그것도 속 시원치 않단 말이야. 혹시 까치가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보다 일찍 설빔으로 갈아입는 것(깃갈이)을 보고 그런 가사를 지어내지 않았는지.

어릴 적 술래잡기를 하며 불렀던 동요 기억나? 술래가 된 한 친구가 담에 기대앉으면 다른 친구들은 주위에 둘러서서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밥 먹는다. 무슨 반찬 개구리 반찬, 죽었니, 살았니?”를 부르잖아. 그러다가 술래가 살았다고 외치면서 아이들을 잡고, 또 그 아이가 술래가 되는 놀이 말이야. 그럼 왜 여우의 밥상에 하필 개구리가 등장할까? 사실 여우는 잡식동물이라 개구리를 비롯해서 쥐나 꿩을 잡아먹지만 유독 개구리를 좋아하진 않거든. 일본에서 유래한 놀잇말이라고 하는데 그럼 일본 여우는 특별히 개구리를 잘 먹나? 정말 알쏭달쏭해.

과학향기링크 개구리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라는 노래 들어 봤지? 그런데 개구리는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지도 않고, 또 수컷 개구리만 운다는데, 웬 며느리까지 울고 난리법석을 피울까? 정말이라면 진짜 해외토픽감인데.

아이들과 즐겁게 부르던 동요들이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진 않지만 문학은 과학을 뛰어넘어 그 자체로서도 예술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나름대로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면 좋겠지만… 음, 헷갈린다 헷갈려.

글 : 최종욱 수의사(광주우치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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