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의 과학] 꽁치가 과메기로, 청출어람의 산물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두꺼운 외투나 털목도리, 털장갑을 찾을 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느새 겨울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따뜻한 봄이 오는 것이 반갑기도 하지만, 벌써 겨울이 지났다는 아쉬움도 크다. 하지만 11월부터 봄 초입까지 맛 볼 수 있는 음식이 있다. 바로 과메기다.

■ 과메기의 유래

경상북도 포항의 겨울철 별미 중 하나인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바닷바람에 건조된 것이다. 1960년대 이후 청어 생산량이 줄면서, 요즘 과메기는 주로 꽁치를 이용한다. 과메기라는 말은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나왔다. 꼬챙이로 청어의 눈을 꿰어 말렸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관메기’라고 불렀으나 ㄴ이 탈락하면서 과메기가 된 것이다.

과메기를 먹게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어촌의 특성 상 왜적의 침입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는데, 고기잡이배를 왜적에게 빼앗겨 청어를 지붕에 던져 놓았던 것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한 것이다. 그러면서 청어가 발효돼 저절로 과메기가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설은 어촌에 살던 한 선비가 한양으로 가던 중, 바닷가 근처에 청어를 말린 것을 보고 너무 배가 고파 그것을 먹었는데 맛이 매우 좋았다. 그래서 그 선비가 겨울마다 청어를 말려 먹은 것에서 과메기가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유래가 어찌됐든, 과메기는 지금 겨울철 국민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음식 중의 하나다. 과메기는 주로 해안가 근처 마을에 덕장(물고기 따위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을 세우고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한다. 하지만 단순히 얼리고 녹이는 것이 아니다. 낮과 밤의 일교차를 이용해 얼리고 녹이는 것을 반복하면서 보름 이상 숙성시킨 것이다. 과연 바닷바람이 빚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민 생선, 꽁치

과메기의 주재료인 꽁치는 한류성 어류로 우리나라 부근에서는 5~8월경에 산란한다. 주로 난류와 한류가 교차하는 지역에 널리 분포하며 꽁치의 최적수온은 17.5℃다. 꽁치는 전체 지방의 82%가 불포화 지방이다. 또한 꽁치 100g당 칼로리는 262kcal로 열량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나 혈관 건강에 좋아 성인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꽁치는 유자나 레몬보다 비타민C가 3배나 높다고 알려져 있다.

꽁치의 주둥이 주변이 약간 노란색이 도는 것이 맛있다. 크기가 너무 큰 것보다는 작고 통통한 것이 맛있는 꽁치다. 꽁치는 과메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가 가능한데, 쉽게 먹을 수 있는 것이 꽁치구이다. 김치와 함께 끓인 꽁치김치찌개, 각종 채소를 넣어 조림 꽁치 조림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꽁치는 비타민이 풍부한 산성 음식이므로 깻잎 같은 알카리성 채소와 함께 먹는 것이 궁합에도 좋다.

■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과메기

다시 과메기로 돌아와 보자. 꽁치에는 지방 성분과 단백질이 풍부하다. 보통의 지방이나 단백질은 공기와 만나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꽁치의 껍질은 살을 보호막처럼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고 숙성할 수 있는 것이다.

원재료인 꽁치에도 피부에 좋은 DHA와 오메가 3 지방산이 많이 있는데, 과메기를 만들면서 그 양은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과메기를 만들면서 핵산이 생성된다. 핵산은 피부 노화를 방지하고 체력이나 뇌기능 저하를 막아주는 효능이 있다. 술안주로 과메기를 많이 먹기도 하는데, 과메기에 아스파라긴산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를 풀어준다고 알려졌다.

과메기를 처음 접하는 사람 중에 생선이라 비릴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쉽게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잘 숙성된 과메기는 꽁치의 맑은 기름 냄새와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살코기 맛을 느낄 수 있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과메기는 산지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었으나, 요즘엔 마음만 먹으면 서울에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다. 과메기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숙성 방법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보름정도 바닷바람에 숙성시키는 ‘정석’ 건조에서 하루 만에 건조기로 말린 과메기가 등장한 것이다.

■ 알싸한 마늘과 함께 과메기를

과메기의 산지에 가면 미역이나 김 없이 그냥 초장에 푹 찍어 먹는다. 처음 먹는 사람은 비릿한 맛 때문에 그렇게 먹기는 힘들다. 생미역과 김, 깻잎, 배추 같은 채소와 함께 먹으면 비린 맛을 잡을 수 있고, 과메기 기름의 느끼함도 잡을 수 있다. 이때 마늘을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 과메기엔 많은 비타민이 함유돼 있는데, 비타민B1을 파괴하는 성분이 있다. 마늘은 이를 보충해주기 때문에 과메기와 함께 먹는 것이 좋다.

과메기는 공기와 닿지 않게 신문으로 말아서 냉장 보관 하는 것이 좋고, 가급적이면 구입한 후 20일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겨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 겨울이 가기 전, 어느새 국민 음식으로 등극한 과메기를 먹고 따뜻한 봄을 맞이해 보자.

글 : 유진 푸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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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음식은 정말 산란기에 더 맛있는 걸까?

11월 말,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한데 금세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왔다. 추운 날이 계속되면 우리 몸은 다른 계절에 비해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된다. 잠을 오래 자도 몸이 찌뿌둥하고 무기력해지기 쉽다. 혈압 상승과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 그 원인으로, 면역력도 약해지기 쉬워 자칫 방심하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영양보충이 필수적이라고 권한다.

한겨울 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음식으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 각종 필수영양소가 풍부한 제철 음식이 제격이다. 겨울 제철 음식으로는 굴(9월~12월), 대하(9월~12월), 해삼(10월~11월), 과메기(11~1월), 대게(2~3월) 등이 유명하다. 이들은 모두 사시사철 살아가는 생물인데 왜 제철. 가장 맛있는 시기가 정해져 있는 걸까?

보통 음식마다 제철이 다른 이유는 산란기와 관계가 깊다. 산란기를 앞두고 먹이를 충분히 섭취해 생물들의 몸에 살이 오르고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지기 때문이다. 대하는 산란기인 9~11월에 맛과 영양이 가장 풍부하다. 꽃게의 경우 제철이 봄, 가을로 두 번인데 봄에는 암게의 알이 가득 찬 산란기이고, 가을에는 숫게가 살이 통통히 오르는 시기여서다. 2∼3월에 많이 잡히는 대게도 산란기에 가장 맛이 좋다.

하지만 모든 제철 음식이 산란기에 가장 맛이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으로 산란기에는 알이 있어 더 맛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가을 별미로 꼽히는 전어는 그 반대다. 산란기인 4월~5월과 산란을 끝낸 이후인 7월~8월에는 기름기가 적어 맛이 없지만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하는 9월~10월 즈음이면 살이 오르고 지방도 풍부해진다. 11월 이후에는 뼈가 억세지기 때문에 9월~10월이 전어를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다.

꽁치의 산란기는 5월~8월. 하지만 꽁치의 제철은 10월~11월로, 이 시기 꽁치 몸의 지방성분이 20%나 돼 가장 맛이 좋다. 추운 겨울을 앞두고 몸에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꽁치에는 두뇌 발달에 좋은 DHA는 물론 비타민 A, E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꽁치를 이용한 대표적인 가공품으로 11월~1월이 제철인 과메기도 있다.

과메기는 꽁치를 영하의 온도에서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발효·숙성시켜 만든다. 꽁치로 만들었지만 영양분은 오히려 꽁치보다 많다. 과메기를 숙성하는 과정에서 노화현상과 뼈 약화를 억제하는 핵산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DHA, EPA, 오메가-3 지방산도 자연 상태의 꽁치보다 많이 들어있다. 칼슘도 다량 함유돼 있어 골다공증 예방에도 좋은 먹거리다.

‘바다의 우유’로 불리는 굴은 5월~8월이 산란기로, 가을에 살이 오르기 시작해 11월~2월이 가장 맛이 좋아지는 ‘제철’이다. 글리코겐 함량도 겨울이 여름에 비해 10배 이상 많아진다. 때문에 예로부터 서양에서는 R자가 없는 달(May, June, July, August : 5~8월)에는 굴을 먹지 않았다.

5월~6월이 산란기인 낙지도 찬바람 부는 9월~11월이 제철이다. 겨울이 오기 전에 영양분 섭취를 가장 활발히 하기 때문으로, 산란기에는 오히려 영양가가 떨어진다. 때문에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도 있다. 산란기를 앞둔 3월~4월이 제철로 알려진 주꾸미도 오히려 가을에 제철음식으로 꼽힌다. 산란기에는 영양분을 모두 알로 보내지만, 가을 주꾸미는 겨울을 앞두고 몸에 영양분을 축적하기 때문이다. 주꾸미에는 타우린이 오징어보다 5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 자양강장제 성분으로 많이 쓰이는 타우린은 시력 강화에도 좋으며 당뇨병 예방, 면역력 강화 등의 기능이 있다.



[그림]산란기를 피해야 오히려 맛있어 지는 가을~겨울 제철 음식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전어, 과메기, 굴, 해삼. 사진 출처 : 동아일보


5월~7월이 산란기인 해삼도 10~11월이 제철이다. ‘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 해삼은 산란 후 수온이 섭씨 20도 이상 되면 암반에 붙어 먹이를 섭취하지 않고 하면(夏眠)에 들어간다. 이 시기 해삼은 몸이 수축되면서(체중이 절반 정도로 줄어든다) 딱딱해지는데다, 부유물이 뒤덮여 해삼을 잡고 싶어도 잡기 힘들어 진다. 하면은 약 100일간 이어지며, 하면이 끝나는 가을부터 맛이 좋아지기 시작해 동지 전후에 가장 맛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동서남해안에 대표적으로 서식하는 돌기해삼은 아미노산 18 종류, 인, 철, 요오드, 아연, 셀렌, 바나듐, 망간외의 다양한 원소, 비타민 B1, B2, B3, E, K 등 다종류의 비타민류, 타우린, 항산화효소인 SOD 등의 생물 활성 성분을 포함한 50종 이상의 천연 영양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해삼은 동물성 식품 중에서 보기 드문 알칼리성 식품으로 열량이 23kcal, 콜레스테롤 1mg으로 소고기의 1.4%에 불과하다. 때문에 다이어트식으로도 각광받는다.

늦봄~여름이 산란기인 홍합은 10월~12월이 제철이다. 산란기에는 맛이 떨어지는데다, ‘삭시토닌(Saxitoxin)’이라는 독소가 들어있기도 하다. 삭시토닌은 마비, 언어장애, 입마름 등의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중독의 위험도 있다. 때문에 홍합은 맛도 맛이지만 안전을 위해 겨울철에 먹는 것이 안전하다.

이처럼 산란기에 맛있는 제철 음식도 있지만 산란기에 오히려 피해야 할 제철 음식도 있다. 제철 음식은 영양분의 함유량이 가장 많을 때여서 맛이 좋으며 수확량이 많아 가격도 저렴하다. 제철 음식, 제대로 알고 섭취한다면 추운 겨울을 건강하게 날 수 있을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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