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이도 공생법, 화학물질로 소통하는 생물들

2013년 새해가 코앞이다. 매년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이번 해에는 어떻게 살자’라는 각오를 다진다. 이번 새해 계획에는 ‘함께 살기’라는 계획을 하나 더 추가하면 어떨까. 자연 속에서 수많은 생물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선택한 ‘공생’이라는 방식처럼 말이다.

‘공생(symbiosis)’은 서로 다른 종끼리 이익을 주고받으며 사는 관계를 말한다. 공생은 우리 눈에 보이는 커다란 동물뿐만 아니라 작은 곤충과 식물, 심지어는 미생물에서도 찾을 수 있다. 크기에 상관없이 각자 자신의 종족이 오랫동안 지구상에 머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공생 관계라 하면 악어와 악어새, 게와 말미잘 등이 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공생의 사례가 몇 개 더 밝혀져 주목받고 있다.

최근 밝혀진 두 종류의 공생관계는 ‘화학물질’로 소통을 한다. 먼저 산호와 망둑어류 물고기 사이의 공생관계를 알아보자. 깨끗한 바다에 사는 산호는 소화기관을 가진 ‘동물’이지만 땅에 박혀 옴짝달싹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영양분의 80∼90%는 미세조류인 ‘심바이오디니움’이 광합성한 것에서 얻어야 하고, 위험에 처해도 도망가지 못한다. 특히 산호 주변에 독성을 가진 해초가 자라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 이때 산호는 자신만의 ‘보디가드 물고기’를 불러 독성 해초를 물리친다.

미국 조지아공대 생물학부 마크 헤이 교수팀이 2012년 11월 9일 ‘사이언스’에 소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피지 섬에 사는 산호는 망둑어류로 알려진 길이 약 2.5cm의 작은 물고기의 보호를 받는다. 이 물고기는 평생을 ‘아크로포라 나수타’ 산호 틈에서 살며, 산호 주변에 독성 해초가 자라면 출동해 깎아버린다. 산호에게서 서식지를 제공 받고 먹이도 구할 수 있는 대신 산호를 지키는 것이다.

연구진이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크로포라 나수타 산호 주변에 화학적인 독성을 가진 해조류를 두자, 잠시 후 두 종류의 망둑어류 물고기가 나타나 해조류를 깔끔하게 깎아버렸다. 독성 해조류의 독이 산호에 닿으면 산호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어 빠른 내에 처리해야 하는데, 물고기들은 매우 빨리 반응해 독성 해조류가 산호에 닿지 않도록 했다.

헤이 교수와 동료들은 물고기가 반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하기 위해 물고기 근처에 해조류를 뒀지만 이때 물고기들을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 물고기가 원래 살던 산호가 아니면 산호 주변에 독성 해조류가 나타나도 반응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산호와 공생 물고기가 특별한 화학신호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독성 해조류가 산호에 닿을 때 특별한 화학물질을 뿜어내 냄새를 풍기고 이를 알아챈 공생 물고기들이 출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땅에 뿌리박고 평생을 꼼짝 없이 사는 채소 중에도 산호와 비슷한 방식으로 위험에 대처하는 종이 있다. 바로 ‘흑겨자’다. 흑겨자는 자신의 잎을 갉아먹는 해충을 막기 위해 해충이 낳은 알을 잡아먹고 사는 ‘말벌’을 동원한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니나 파토우로스 박사팀이 2012년 9월 5일 미국 공공과학도서관회지(PLoS ONE)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흑겨자는 자신의 잎에 알을 낳는 양배추나방을 해치우기 위해 기생일벌을 부른다.

흑겨자 잎에 양배추나방이 알을 낳으면 잎과 알이 만난 부분에서 특정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 이는 기생일벌에게 ‘먹이가 있다’는 신호가 되며, 냄새를 맡고 찾아온 기생일벌이 양배추나방의 알에 다시 알을 낳게 된다. 양배추나방의 알은 기생일벌의 알이 부화해 먹고 살 양식이 되는 셈이다.

흑겨자는 기생일벌을 통해 향후 자신을 공격할 애벌레를 막게 되고, 기생일벌은 자손을 번식시킬 수 있는 먹이를 미리 얻을 수 있는 상부상조인 셈이다. 비록 움직일 수는 없지만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 얼마든지 위험에 대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 밖에도 쇠뿔아카시아 나무와 슈도머멕스 개미도 공생관계로 잘 알려져 있다. 쇠뿔아카시아 나무는 소의 뿔처럼 생긴 거대한 가시를 가지고 있는데, 이 안에 개미가 살 수 있도록 거주지를 제공하고 이파리 끝에서 개미가 먹을 수 있는 물질도 분비한다. 집과 먹이를 구한 슈도머멕스 개미는 이에 대한 보답으로 쇠뿔아카시아 나무를 경호한다. 그 덕분에 이 나무의 잎을 먹는 초식곤충은 물론 초식동물까지도 이 나무 근처에 얼씬하지 못한다. 사나운 슈도머멕스 개미가 공격하기 때문이다.

난(蘭)의 경우는 특정한 미생물(균류)의 도움을 받아 싹을 틔운다. 난의 씨는 너무 작고 싹을 틔울 수 있을만한 영양분도 가지고 있지 않다. 때문에 난은 자신과 꼭 맞는 균류를 만나 도움을 받아야만 싹을 틔우고 자랄 수 있다. 다 자란 난도 균류와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굵고 짧은 뿌리로는 땅에 있는 양분을 충분히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균류 역시 난이 꼭 필요하다. 난처럼 광합성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난의 싹을 틔우고 영양분을 옮겨준 대가로 비타민과 질소화합물을 얻는다.

진화론의 창시자 찰스 다윈에 따르면 자연은 적응할 수 있는 강한 자만 살아남는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공간이라 생명은 진화하기고 하고 멸종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은 인간 사회로 이어져 경쟁에서 이긴 자만 살아남는 것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자연 속에 사는 생물들은 각각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경쟁하기보다 더불어 사는 방법을 선택해 더 오래 같이 사는 상생을 선택하고 있다. 더 잘 살기 위해 ‘함께 살기’를 선택한 생물들을 보면서 우리 인간도 경쟁 대신 협력이라는 방법을 배웠으면 한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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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가정의 달! 가족애, 동료애 넘치는 동물들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21일 부부의날…. 유독 가족에 대해 돌아보게 되는 5월이다. 하지만 이렇게 가족을 챙기는 건 인간뿐만이 아니다. 가족애, 동료애가 넘치는 동물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동물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에서 인간과 같이 가족이나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는 동물들을 보면 놀라움을 넘어 경이롭기까지 하다. 인간의 문화가 대개 전쟁 중심으로 발전해 온 단기적이라는 것에 비해 동물들의 문화는 주로 평화적이고 상호 협력적이며 오랜 기간에 걸쳐 발전해 왔다.

늑대는 동물에게는 흔치 않은 일부일처제를 평생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부부가 무리를 이끌며 수컷은 사냥을, 암컷은 육아를 담당한다. 부부 중 어느 한 쪽이 죽기 전에는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으며, 한 쪽이 죽어서 재혼을 하더라도 기존 배우자의 자식을 끝까지 책임지고 키운다. 새끼가 장성하면 생식을 하지 않는 대신 동생들을 돌보거나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이성을 만나 새로운 무리를 만든다. 평소에는 감히 공격할 수 없는 곰이지만, 자신의 가족이 위험에 처하면 물불 안 가리고 공격할 정도로 가족애가 유별나다.

아프리카 사바나에선 동물들이 건기에 대 이동을 한다. 그리고 여행의 종착지에 다다랐을 때 거친 물살의 거대한 마라 강에 이르게 된다. 그곳에는 악어들이 몇 달 전부터 배를 비우고 얼룩말과 누 떼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강물 앞에 도착한 누 떼는 위험한 물살과 눈만 뻐끔 내놓고 바라보는 악어들을 보고 행군을 주춤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선두그룹의 누군가는 반드시 먼저 그 강물로 뛰어든다.

만일 동료들이 뛰어든 동료를 그대로 보고만 있다면 아마도 뛰어든 동료는 그대로 희생을 당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 무리들도 그를 따라서 한꺼번에 물로 뛰어들어 그의 주위를 둘러싼다. 물론 그가 맨 먼저 악어에게 희생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다. 용감하게 적진에 뛰어든 라이언 일병과 그를 거침없이 구하러 달려가는 무리들, 그들에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한해에 적어도 두 차례 이상은 반드시 하는 일이다.

동굴 벽에 온몸을 맞대고 붙어 생활하는 박쥐들 역시 동료애가 강하다. 흡혈박쥐의 경우 매일 몸무게의 반 이상이 되는 피를 먹어야 하는데, 40시간가량 피를 공급받지 못하면 죽게 된다. 주위에 피를 공급받지 못해 죽어가는 동료가 있으면 이들은 자신의 위에서 피를 토해 나눠준다. 흡혈박쥐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박쥐들은 다치거나 임신한 동료, 혹은 새끼를 안고 있어 제대로 먹이 활동을 못하는 동료들을 위해 먹이를 물어와 그의 입에 넣어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지구에서 가장 추운 지방에 사는 일본원숭이와 남극의 황제펭귄들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 하나의 털북숭이가 되어 추운 겨울밤을 이겨낸다. 영하 50도에 이르는 남극의 겨울, 황제펭귄들은 휘몰아치는 눈폭풍과 추위를 견디기 위해 몸과 몸을 밀착시킨다.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동료의 등에는 새하얀 서리가 내리지만 동료들과 체온을 나눈 몸 안쪽은 그저 따뜻하기만 하다. 가장 안쪽의 온도는 가장 바깥쪽의 온도와 무려 10도가량 차이가 난다. 안쪽에 있던 펭귄들의 몸이 녹을 때 쯤 외각의 펭귄들과 교대를 하는데, ‘허들링’이라 불리는 이런 동작들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서로 협력해 체온을 유지한다.



[그림]황제펭귄은 동료들과 몸을 밀착시켜 눈폭풍과 추위를 견뎌낸다. 사진 제공 : mbc



사슴이나 멧돼지의 새끼들은 어미에게 없는 반점 무늬와 줄무늬를 가지고 태어난다. 이런 무늬는 ‘나는 새끼이니 공동으로 보호해 주고 돌봐주라’는 일종의 무리 내에 통용되는 명령장 같은 것이다. 그래서 새끼들은 누구에게나 배려와 돌봄을 받는다.

코끼리는 죽은 동료의 시체 앞에 모여 애도의 의식을 치른다. 다 큰 어른 코끼리만 참가하는데, 시체 주위를 몇 번 돈 다음 아이들을 이끌고 가던 길을 떠난다.

이 밖에도 몽구스는 부모가 집에 없을 때 어린 동생들을 돌보며, 땅다람쥐는 적을 보면 소리를 질러 무리들을 먼저 대피시키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기도 한다.

비단 자신의 무리뿐 아니라 악어와 악어새, 개미와 진딧물 등 다른 종끼리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생관계도 있다. 사바나에 사는 키 크고 앞 잘 보는 기린과 냄새, 소리에 민감한 얼룩말은 상호 보완 감시자 역할을 한다. 기린이 먼 곳의 적을 발견하고 뛰기 시작하면 얼룩말과 영양들도 함께 뛴다. 반대로 얼룩말 떼가 냄새나 소리를 통해 적을 느끼고 놀라서 뛰면 기린 역시 함께 뛴다.

이처럼 동물들은,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런 행동들이 무리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 해도, 이들을 통해 서로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배운다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글 : 최종욱 광주광역시 보건환경연구원 동물위생연구부 축산물검사과 주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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