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텍스'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5.23 실리콘 가슴을 문 뱀이 죽었다고?
  2. 2010.11.01 1박 2일, 등산의 과학

실리콘 가슴을 문 뱀이 죽었다고?

2011년 3월, 방송촬영 중이던 이스라엘 출신의 배우 겸 모델 오리트 폭스가 뱀에게 가슴을 물리는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뱀에 물린 폭스는 멀쩡했고 오히려 뱀이 죽어버렸다. 뱀을 죽게 한 원인은 다름 아닌 실리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폭스는 이전에 아름다운 가슴을 위해 실리콘 보형물을 삽입하는 성형수술을 받았는데, 뱀은 그 실리콘 보형물을 물었던 것이다. 폭스가 무사한 것은 다행이지만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멀쩡한 뱀을 죽게 만든 실리콘 보형물을 체내에 삽입해도 괜찮은 걸까?

외모를 위한 성형수술은 이제 보편화 돼 있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는 그것을 ‘자신을 가꾸는 하나의 방법’이라 여기며 인정하고 있다. 물론 태어났을 때 물려받은 자연 상태가 아닌, 몸속에 인공물질을 삽입한 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찜찜한 일이다. 비단 기분뿐만이 아니라 이런 보형물들이 과연 체내에 들어와 평생을 함께해도 안전할지에 대한 불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수술을 통해 체내에 삽입하는 보형물은 실리콘과 고어텍스가 대표적이다. 실리콘이 좀 더 많이 사용되지만 수술 부위 혹은 선호도 등에 따라 선택하게 된다. 체내 보형물로 사용되는 만큼 이 두 물질은 인체에 무해한 물질로 잘 알려져 있다.

실리콘은 아기 젖병 꼭지로 제작될 만큼 그 안전성이 입증돼 있는 물질이다. 고어텍스도 마찬가지다. 고분자화합물인 ‘폴리사플루오르에틸렌(PTFE)’을 가공해 만든 고어텍스는 실리콘처럼 다방면에서 이용된다. 수증기는 통과시키지만 물방울은 통과시키지 않는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져 기능성 의복 소재로 유명하다. 또한 고어텍스는 인공혈관으로 사용될 정도로 안전한 물질이다.

하지만 이 두 물질이 아무리 안전하다 한들 부작용을 피할 수는 없다. 우리 신체는 기본적으로 외부물질이 침투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 모기에 물렸을 때 벌겋게 부어오르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물론 이 두 물질이 다른 물질에 비해 거부반응이 현저히 낮아 체내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간혹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실리콘의 경우 표면이 매끄러워 체내에서 쉽게 움직인다. 이런 특성 때문에 마찰로 인한 염증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반면 고어텍스는 실리콘에 비해 표면이 울퉁불퉁하다. 울퉁불퉁한 틈 사이로 신체 조직이 자리를 잡으면서 비교적 고정되는 성질이 강하다. 이에 마찰에 의한 염증유발은 적다. 하지만 이 틈새는 세균이 침투하기도 쉽다. 때문에 체내에서 세균이 들어가 번식할 수도 있고 체내에 삽입되기 전에 보형물이 오염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겔 형태의 실리콘은 어떨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겔 실리콘은 보통 여성의 유방 성형 시 실제와 비슷한 촉감을 내기 위해 사용된다. 문제는 겔이 조금씩 흘러나와 인체에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엔 겔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여러 방법들이 개발돼 이전보다는 나아졌지만 흘러나온 겔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렇게만 보면 두 종류 모두 위험할 것 같지만 사실 보형물 삽입 수술을 받는 환자 중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는 5%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한 때 실리콘 성형시술을 받고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킨 환자들이 다수 발생한 일이 있었다. 대부분 자격이 없는 불법 시술자들이 액체 실리콘을 주사했기 때문이다. 고체 실리콘과는 달리 이물반응과 염증이 심각하게 일어났고 생체조직과 뒤엉켜 아름다움은커녕 흉측한 모습이 된 경우도 많았다. 문제는 이런 불법시술이 최근에도 일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사를 이용한다고 모두 위험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주사 성형시술에 사용되는 것은 보톡스와 필러다. 이들은 실리콘이나 고어텍스와 달리 몇 개월간 지속되는 효과를 주지만 시술이 간단하고 통증이 적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사실 보톡스는 상품화된 약제의 이름이며 정식 명칭은 ‘보톨리눔 독소’다. 이는 과도하게 긴장된 근육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본래 근육치료제로 사용됐다. 경련이 일어나거나 이상이 있는 근육의 신경을 마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근육의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하는 주름을 없애거나 예방하는 미용효과를 본 것이다.

글자 그대로 ‘독소’지만 애초에 약품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는 않는다. 다만 신경을 마비시키는 작용을 하는 만큼 과도하게 사용하거나 잘못된 부위에 사용하면 필요한 근육마저 마비시켜 불편함을 느낄게 할 수 있다. 또 염증이나 어지럼증도 유발할 수 있다.

필러는 보형물 삽입과 마찬가지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역할을 한다. 흉터나 주름과 같이 패인 부위에 주사해 외형적으로 보완할 수 있으며 코를 높이거나 이마를 보기 좋게 하는 시술 등에 이용된다.

시술 재료로는 보통 ‘히알루론산’이란 고분자 화합물을 많이 사용한다. 이는 인체의 단백질 구성 성분과 동일해 인체 거부반응이 거의 없다. 게다가 사라지는 과정에서도 정상적인 대사과정을 거쳐 체내에 흡수되기 때문에 이물질이 남는 등의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이런 특성으로 인해 시술부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으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이를 악용해 인체에 주입하기 부적합한 값싼 물질을 사용하는 불법시술도 있다. 아름다워지는 것도 좋지만 우선 내가 받으려는 시술이 인체에 무해한 것인지, 나에게 알맞으며 부작용이 없을지, 싼 가격에 불법 시술을 받는 것은 아닌지 등을 따지며 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

또한 아무리 부작용이 적더라도 체내에 외부 물질을 삽입하는 만큼 100% 안전할리는 없다. 무분별하고 과도한 시술은 신체 조직을 약하게 하거나 면역력을 떨어뜨려 결국 큰 부작용을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글 : 조재형 사이언스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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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청아한 가을 하늘, 코끝을 간질이는 상쾌한 바람, 예쁘게 물들고 있는 단풍잎들…. 요즘 같으면 정말이지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하지만 평일 내내 집, 회사만 공간 이동한 처지에 이런 마음은 그야말로 ‘사치’다. 게다가 사무실 의자에만 파묻혀 지냈더니 온몸은 찌뿌드드, 눈 밑은 퀭하니 점차 사람 몰골을 잃어가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누가 28세 꽃다운 처자라고 생각하겠는가. 안 되겠다, 이번 주말에도 방바닥을 뒹굴며 보낼 수는 없다! 봄부터 등산을 하려고 큰맘 먹고 준비해뒀던 등산장비들을 꺼내 가을 산행에 나서야겠다. 그것도 1박 2일로!

등산복과 등산장비를 꼼꼼히 챙기고 정복할 산을 결정한다. 가을 산 하면 단풍, 단풍 하면…, 아, 설악산! 등산 초보인 나 ‘나향기’에게 ‘단풍’은 곧 설악산이다. 바로 산행 코스를 짜기 시작한다. 가을 산은 해가 지면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얼핏 떠오른다. 1박 2일 코스이기 때문에 큰 일교차도 고려해야지. 하지만 이런 상황을 대비해 첨단 기능을 갖춘 등산복을 마련해 뒀기 때문에 걱정은 없다. 왠지 정상까지 한달음에 오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 그럼 출발해 볼까~

<나향기의 내 멋대로 산행 일지>

2010년 10월 24일 오전 10시
“설악산이다~” 라는 감탄도 잠시.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산세를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고 묵묵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점심은 어디서 먹지?’, ‘저녁 전에 대피소에 도착하려면 부지런히 가야겠어.’ 라는 생각을 하며 걷고 있는데, 뒤따라오던 아저씨가 어디까지 가냐며 말을 걸어온다.
“오늘은 소청봉까지 가는 게 목표예요.”라는 내 대답에
“그럼 이 산에서 밤을 지새울 계획인 거예요?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을 쉽게 뺏길 수 있어요. 근데 그렇게 얇게 입고 안 춥겠어요?”라는 걱정 어린 답변이 돌아온다. 자세히 보니 나보다 한두 살 많을까, 앳된 얼굴이다.
“괜찮아요~. 그냥 보기엔 얇아 보여도 발열성 소재로 만들어진 등산복이거든요.”
“무슨 등산복? 그거 메이커 이름이예요?”
“호호~ 메이커 이름이 아니라 옷에 특별한 기능이 포함됐다는 거예요. 이 옷에는 세라믹과 옥, 백탄 숯을 섞어 만든 열선인 ‘탄소섬유 발열체’가 들어있어 보온성이 좋아요. 옷의 등 부위, 양쪽 주머니, 왼쪽 가슴 안주머니까지 열선이 연결되어 있죠. 가슴 안쪽 주머니는 배터리가 내장되어 섭씨 38~50도까지 5단계로 온도를 조절할 수 있고요.
“기술이 좋긴 좋네요~ 난 단순히 등산복은 무조건 고어텍스가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쩝”

“고어텍스도 등산복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죠. 외부의 물은 막아주고 땀은 배출해주니까요."
“아, 그럼 고어텍스도 첨단 소재에 들어가는 건가요?”
“네, 원래 고어텍스는 ‘멤브레인’이라는 소재를 고성능 직물에 접합한 후 특수한 방법으로 봉합해 방수기능을 갖춘 원단을 말해요. 멤브레인 소재는 제곱인치당 80억 개 이상의 미세한 구멍이 있는데, 물방울보다 2만 배 작고 수증기 분자보다는 700배 크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은 통과하지 못하고 내부에서 발생하는 땀이나 수증기는 외부로 배출할 수 있는 거예요”
“정말 똑똑하시네요~ (그렇게 안 봤는데… 하하)”

2010년 10월 24일 오후 1시
이렇게 정체 모를 남자와 두런두런 얘기 나누며 산을 오르고 있는데 뱃속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점심시간이 됐음을 알린다. 역시 오랜만에 운동을 했더니 식욕이 돋는다. 앉을 장소를 찾은 후 배낭을 풀어 식기들을 주섬주섬 꺼내는데… 앗, 저 남자의 식기가 반짝반짝 빛난다. 저건 말로만 듣던 티타늄 식기?

“저기요, 그 식기들 티타늄인가요?”
“흠흠, 역시 보는 눈이 있으시군요~ 장거리 산행에는 뭐니뭐니해도 무게가 중요하단 말이죠. 이거 한 번 들어봐요. 정말 가볍지 않나요?”
“네, 가볍네요. 원래 티타늄은 우주공학이나 군사용으로 개발된 소재 중 하나잖아요. 무게로만 따진다면 알루미늄이 더 가볍지만 너무 물러서 문제지요. 티타늄은 강도가 철보다 2배, 알루미늄보다 6배나 강하기 때문에 튼튼하고 가벼운 휴대용 식기로 만들면 좋아요.

밥을 다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산길을 오른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오전보다 산행이 훨씬 익숙해졌다. 아까는 보이지 않던 주변 경치도 눈에 들어온다. 울긋불긋 예쁘게 물든 단풍을 바라보며 걷다 보니 그 남자가 보이지 않는다. 앞서 가던 일행들도 사라졌다. 길을 잃었나! 갑자기 이 산속에서 조난당하는 것은 아닐까 덜컥 겁이 났다. 그때 불현듯 스친 생각, ‘아, 스마트폰이 있었지’

등산복 주머니에서 급하게 스마트폰을 꺼내 등산지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실행한다. 등산지도 앱은 GPS를 이용해 현재 내가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현재 있는 봉우리의 이름을 확인하고 나침반 기능을 이용해 목적지인 소청대피소까지 가는 길을 파악한다. 고맙게도 앞으로 남은 거리도 알려준다.

2010년 10월 24일 오후 8시
드디어 소청대피소 도착. 오늘은 이곳에서 묵을 예정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 등산객들 사이에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반.갑.다!

“저기요, 저만 두고 가시면 어떻게 해요~” 마음과 달리 갑자기 불평이 튀어나온다.
“아니, 전 먼저 가버린 줄 알았어요. 내가 얼마나 찾았는지 알아요? 그래도 이렇게 무사히 찾아와서 다행이네요.”

이렇게 말하며 사람 좋게 웃는 그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며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긴장이 풀린 탓일까. 내일 일찍 하산하기 위해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자리를 잡고 침낭을 까는데 저쪽에서 담요를 덮고 있던 그 남자가 침낭을 부럽게 쳐다본다.
“침낭이 좋아 보이네요. 거기도 무슨 첨단 기능이 들어 있나요?”
“네. 이 침낭에는 악취 제거 기능이 있어요. 티타늄옥사이드 코팅이 되어 있는데, 맑은 날에 펼쳐놓고 햇빛을 받으면 냄새 분자와 반응해 파괴시키는 거에요. 이런 반응으로 땀에서 나는 시큼한 냄새인 이소길초산(isovaleric acid)은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지요. 제가 좀 깔끔한 성격이라서… 호호~”
이 얘기를 마지막으로 까무룩 잠이 들었다.

2010년 10월 25일 오전 6시
주변에서 들려오는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온몸이 콕콕 쑤시는 아픔에 잠이 확 달아난다. 역시 운동은 평소에 꾸준히 해야 하는 모양이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산할 준비를 한다. 어제까지만 해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던 배낭은 이것저것 싸 왔던 먹을거리가 줄어드니 홀쭉하게 느껴질 정도다. 배낭의 공기를 빼야겠다.
“아니 그건 또 뭐예요?” 언제 왔는지 그 남자는 바람이 빠지는 배낭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이 배낭은 딱딱한 플라스틱이나 금속 대신 공기 프레임을 사용하거든요. 배낭 등받이에 호스를 끼우고 바람을 불어넣으면 단단한 프레임이 만들어져요. 이젠 배낭의 무게가 가벼워져서 공기를 빼내 부드럽게 만드는 거예요”

어느새 친해진 그 남자와 얘기를 나누며 하산하는 길. 어제부터 들이마신 맑은 공기와 그림 같은 풍경에 몸과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다. 그래, 매주 등산을 해야겠어!
“저도요!” 옆에서 따라오던 남자가 소리친다. 내 혼잣말을 들었나보다. 웃음이 새어나온다. 어쨌거나 이번 결심은 꼭 지키겠다고 굳게 다짐하며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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