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몽몽이가 나를 무시하는 이유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 태연은 오늘따라 아빠가 너무 좋다. 쭉쭉 늘어나는 피부도 좋고, 세상 그 어떤 쿠션보다 푹신한 배는 살짝 기대기만 해도 콜콜 잠이 들 정도로 느낌이 좋다. 태연은 아빠 무릎을 베고 누워 떠날 줄을 모른다. 이때 멀찍이서 부녀를 바라보고 있던 강아지 몽몽이가 갑자기 뛰어들어 태연의 손가락을 깨무는 것이 아닌가!

“아야!! 저리가, 저리!”

태연은 깜짝 놀라 몽몽이를 떼어놓고는 발로 찬다. 그런데 상황이 뭔가 이상하다. 몽몽이는 겁도 먹지 않고 계속해서 태연에게 짖어대고, 몽몽이를 무섭게 때려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아빠는 몽몽이를 조용히 개집 안으로 넣어주는 게 아닌가! 태연은 어마어마한 배신감에 휩싸인다.

“아빠, 어쩜 이럴 수가 있어요. 몽몽이가 주인인 저를 물었는데 어떻게 때려주지도 않고 그냥 두시는 거예욧! 솔직히 말해 보세요. 저랑 몽몽이랑 바다에 빠지면 누구를 구해주실 거예요? 아빠는 내가 개만도 못한 거죠, 그렇죠?”

“쓸데없는 얘기 하지 말고 손이나 좀 보자. 다행히 살짝 물린 자국만 있고 상처는 나지 않았구나. 태연아, 개를 인간처럼 생각하고 교육하거나 체벌하면 안 돼요. 개의 심리를 과학적으로 파악해서 혼내야지. 아빠도 지금 너를 문 몽몽이에게 어마어마하게 화가 나 있지만 개의 심리상태를 판단해서 이성적으로 교육하려고 때려주지 않은 거야.”

“흥! 그 말이 정말이라면 증명을 해보세요!”

흔히 개는 모두 비슷한 특성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연구팀이 애완견 78마리를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개도 사람처럼 개성이 아주 뚜렷하단다. 연구팀에 따르면 애완견 각각을 부지런함·게으름, 우호적·공격적, 안정·불안정, 똑똑함·어리석음 등 4가지 항목을 기준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는구나. 이 기준으로 볼 때 우리 몽몽이는 게으르고, 공격적이며, 불안정하고, 어리석은 유형의 개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 때문에 몽몽이에게는 훨씬 다양하고 고차원적인 교육이 필요해.”

“그러니까 어떤 교육이요!”

흔히 개의 조상은 무리를 짓고 살면서 강한 서열의식을 갖고 있던 늑대라는 것이 정설이란다. 아무리 집에서 인간에 의해 키워진다 해도 늑대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거지. 그래서 개는 같은 개들 사이에서는 물론 사람들까지 자신보다 서열이 높은지 낮은지를 끊임없이 가려내려고 하고, 자신과 서열이 비슷하다고 생각되면 공격해서 우열을 가리려고 한단다. 오늘 몽몽이가 너에게 덤빈 것도 네가 싫어서가 아니라 단지 서열을 가려보고 싶었던 거야. 사랑하는 아빠한테 태연이가 안겨 있으니까 샘이 났고, 자신의 서열이 더 높다는 것을 증명해서 아빠의 품을 몽몽이가 차지하고 싶었던 거지. 실제로 미국에서는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 물린 사람이 매년 50여 만 명에 이를 정도로 애완견이 주인을 무는 것은 흔한 일이야.”

“뭐야, 그럼 몽몽이가 저를 동급으로 봤다는 거잖아요. 기막혀 정말. 내가 저를 얼마나 예뻐했는데!”

“바로 그거야. 너무 예뻐해 줬기 때문에 우습게 본 거지. 개가 명령에 복종할 때만 예뻐하는 게 아니라 시도 때도 없이 그냥 예뻐만 해주면 그 사람을 자신보다 낮은 존재로 인식한단다.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아빠가 아닌 태연이가 몽몽이에게 밥을 주는 게 좋겠어. 개는 밥 주는 사람을 가장 좋아하지만 또 가장 무서워하거든. 생명줄을 쥐고 있는 존재니까 말이야. 또 ‘앉아’, ‘일어서’ 같은 복종훈련을 시키면서 먹이를 주는 것도 몽몽이를 순종시키는 한 방법이란다. 그렇게 너에게 복종하게 되면 언젠가 벌러덩 뒤집어져서 너에게 배를 보여줄지도 몰라. 그건 최고의 복종심을 의미하는 행동이거든.”

“흥, 나를 그동안 아랫것으로 생각했다 이거지? 몽몽이 너 오늘부터 죽었어!”

“너무 미워하지 마라. 그래도 몽몽이 덕에 네가 사람 됐다는 생각에 아빠는 그저 고맙기만 할 때가 많아요. 여러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반려동물(伴侶動物)과 매일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타인에게 친밀감을 훨씬 잘 표현할 수 있고, 애견 먹이주기와 목욕시키기 같은 일을 담당하면서 책임감 강한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구나. 특히 애정이 결핍돼 있거나 오랜 질환으로 인해 우울증 등 정서적인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어. 심지어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사람이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까지 높다고 해.”

“예에?? 몽몽이처럼 게으르고 머리 나쁜 강아지한테 뭐 배울게 있다고 성공을 한대요?”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포춘이 선정한 500대 기업인들 가운데 95%가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고, 75%의 기업인들이 현재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단다. 이 같은 수치는 조사를 실시했던 1983년 당시 미국 가구 수의 반려동물 보유 평균인 53%보다 훨씬 높은 것이었어. 때문에 반려동물이 성공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을 통한 경험이 기업인들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열정과 감정훈련, 책임감 같은 특성을 개발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인정하고 있단다.

“알겠어요. 저도 이제부터는 몽몽이를 현명하게 교육할게요. 그래서 미국 500대 기업인에 들 정도로 엄청나게 성공할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아빠, 제 소원 한 번만 들어주세요. 몽몽이 한 대만 쥐어박을 수 있게 해주세요. 너무 억울해서 오늘밤 잠을 못잘 것 같단 말이에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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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수염엔 이유가 있다!

“아! 아! 아파요!! 따갑단 말야!! 제발 다른 벌을 내려주심 안 돼요?”

“당연히 안 되지. 이거보다 재밌는 벌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든!”

아빠는 까끌까끌한 턱으로 태연의 보드라운 볼때기를 마구 비벼대고 있다. 심부름을 거역한 죄로, 태연에게 가해지는 형벌 가운데 가장 고통스럽다는 부비부비형에 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오히려 벌을 준다기보다 사랑하는 딸과 볼을 맞대고 있는데서 행복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태연의 표정은 상당히 고통스럽다.

“아빠는 가해자라서 몰라. 이게 얼마나 아픈지 알아요? 다음날까지 얼굴이 따끔거린다고요. 도대체 남자 어른들 수염은 왜 생겨난 거야? 급할 때 무기로 쓰라고 하나님이 주셨나? 차라리 깎지 않고 내버려두면 내가 잡아당기면서 놀기라도 하지, 이건 고문이 따로 없다고욧!”

수염이 왜 생기냐고? 그건 남성호르몬 때문이란다. 사춘기 이후에 남성호르몬의 작용으로 수염이 돋게 되지. 제 2차 성징의 하나로 남자의 상징이라고나 할까? 남성호르몬은 머리털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 수염과 털의 성장을 촉진시킨단다. 반대로 여성호르몬은 수염 등의 성장을 억제하는 대신 머리털의 성장을 촉진시키는 거지. 요즘엔 대부분 깔끔하게 수염을 깎지만 백 년 전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남자들이 수염을 길렀어. 이집트에선 상류층 남자들에게만 수염을 기를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기도 했단다.”

“아, 그러니까요. 그걸 귀찮게 왜 자꾸 깎냐고요. 길러서 땋고 다니면 남자들도 편하고, 또 예쁘고, 아이들은 고문을 당하지 않아서 좋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냐고요. 그런데 아빠, 세상 만물 가운데 존재 이유가 없는 것이 없거늘, 어찌하여 수염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면서 생겨난 것일까요?”

“넌 심히 짜증날 때마다 순간적으로 똑똑한 말을 하는 습관이 있더구나. 놀라운 내 딸. 암튼, 원래 모든 털은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단다. 체온을 외부로 빼앗기는 것을 막고, 마찰이나 충격으로부터 몸을 보호하지. 예를 들어 흑인의 곱슬머리는 뜨거운 열대 태양으로부터 두피가 상하는 것을 막아준단다. 동물의 경우 사자의 갈기는 적의 이빨로부터 목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말이나 소의 꼬리털은 해충을 막아 몸을 보호하고….”

“아, 그러니까요. 그런 것들은 다 역할이 있는데 남자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턱수염은 왜 생겨나서 절 괴롭히는 것이냐 이 말씀이에요. 제 얘기는.”

“글쎄다. 아직까지 정확히 수염의 역할이 무엇인지 밝혀진 바는 없지만 동물들의 수염 역할을 알아보면 뭔가 실마리가 잡히지 않을까 싶구나. 수염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물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고양이란다. 고양이 수염은 일종의 안테나 역할을 한단다. 길고 딱딱한 고양이 수염의 끝에 뭔가가 닿으면 고양이는 매우 민첩하게 움직인다고 해. 고양이의 눈은 가까이 있는 물체를 잘 보지 못하기 때문에 윗입술, 눈 위, 뺨, 턱 아랫부분에 나 있는 수염을 가지고 근처에 있는 사물을 인식하는 거지. 특히 먹잇감을 물었을 때, 까딱 잘못하다가는 필사적으로 버둥거리는 먹잇감에 물릴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예민한 수염을 적극 사용하곤 하지. 또 쥐 같은 설치류도 수염을 일종의 센서로 이용한단다. 특히 쥐는 수염 한 올 한 올이 마치 곤충의 섬세한 더듬이처럼 사물을 느끼면서 움직이는데, 그 덕분에 어두운 밤에도 재빠르게 잘 활동할 수 있는 거지.”

“헉, 그러면 남자의 수염도 가까이 다가오는 적을 감지하기 위한 안테나였을까요? 어떤 적? 혹시 못생긴 여자를 피하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그만하고…! 또 다른 경우를 살펴보자면, 바다표범 같은 경우 물속에서 수염만으로 최대 180m 밖에 있는 사물의 움직임까지 밝혀낼 수 있단다. 초음파로 사물을 추적하는 돌고래의 감지 범위가 110m인데, 그것보다 훨씬 먼 곳을 감지할 수 있다는 거지. 수염이 초음파보다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는 게 대단하지 않니?”

“아~ 그러니까 이번엔 남자의 수염이 180m 밖에 있는 미녀의 움직임까지 세밀하게 감지하려고 생겨났다는 말씀?”

“우리 태연이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삐딱하실까? 아직까지 남성 수염의 역할을 확정할 수는 없지만, 보통 더 남자답고 멋져 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단다. 새의 볏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한 것처럼, 남성의 덥수룩한 수염도 강한 남성의 매력을 여성한테 어필하기 위한 것이란 얘기지.

“음…, 그건 확실히 맞는 얘기인 것 같아요. 전 정말이지 수염이 긴 남자만 보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니까요~. 그러니까 아빠도 한 번 길러보시는 게 어때요? 차승원보다 백배는 멋질 거 같은데.”

“저, 정말? 그럴까? 내가 워낙 기본이 되는 얼굴이니까 수염을 기르면 더 멋지겠지? 그럼 까끌까끌한 턱으로 태연이 볼때기 비비기 딱 삼천 번 만 더 해보고 길러봐야겠다!”

“꺄악~~!!”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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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고 붉게 물든 단풍의 색체 향연이 끝난 겨울 산의 모습은 황량하다. 메마른 풀과 앙상한 나뭇가지, 그리고 고요함만이 등산객을 맞이한다. 산허리에 올라 목을 축이고 한참을 둘러봐도 움직이는 것은 작은 새들뿐. 박새나 곤줄박이, 멧비둘기가 간혹 기웃거리다 사라진다. 새들은 작은 몸집에도 날아다녀 쉽게 눈에 띄지만 산짐승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다.

노출된 흙이나 눈 쌓인 길가에서 야생동물의 발자국과 배설물은 어김없이 발견된다. 우연히 야생동물을 만날 때 그들이 왜 그 시각에 그 곳을 지나는지 알 수 없지만 흔적을 찾아 뒤쫓게 되면 책을 보지 않아도 그들의 생태적 특성을 이해할 수 있다. 동물을 제대로 구경하려면 동물원이 아닌 산이나 강가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덩치 큰 포유동물은 보호색이 강하고 울음소리를 내지 않을 뿐 아니라 대부분 밤에 활동한다. 그만큼 자기와 다른 생물종과는 대화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다. 하지만 수컷과 암컷이 만나 사랑을 하거나 경쟁자와 영역다툼을 하기 위해서 야생동물은 반드시 자신의 흔적을 남길 필요가 있다. 우리도 그들의 흔적을 찾아낼 수만 있다면 야생동물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셈이다.

일반인이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야생동물의 흔적은 바로 고양이 발자국이다. 시내 주택가뿐 아니라 인근 야산에도 많은 수의 고양이가 살고 있다. 동물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에겐 고양이의 발자국과 개의 발자국이 언뜻 비슷해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고양이와 개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고양이의 발자국은 개에 비해 원형에 가깝고 발톱 자국이 없다. 물론 진흙땅을 밟거나 뛰어 내디딜 때는 고양이도 발자국에 발톱 자국이 남기도 한다. 하지만 평소에는 발톱을 숨기다 사냥하거나 경쟁자와 싸울 때 발톱을 사용한다. 또한 개 발자국이 좌우 대칭을 이루는 반면 고양이는 발자국이 비대칭이어서 자세히 살펴보면 왼발 자국인지 오른발 자국인지 알 수 있다.

관찰의 시선을 발자국에서 발걸음으로 넓히면 고양이의 성격도 추측해 볼 수 있다. 고양이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아주 까다롭고 조심스럽다. 그래서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도 발을 끌지 않고 또박또박 내딛는다. 즉 개들보다 발을 더 높이 들어 올려 걷는다는 얘기다.

나무 가지나 줄기 끝에서만 시작되고 사라지는 발자국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청설모의 발자국이다. 다람쥐의 발자국일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다람쥐는 겨울잠을 자기 때문에 겨울에는 만날 수 없다. 걷지 않고 주로 뛰어 다니는 청설모는 앞발 자국 2개와 뒷발 자국 2개가 규칙적으로 나란히 찍힌다. 또 청설모는 까치처럼 나뭇가지를 빼곡히 모아 침엽수나 땅바닥에 둥지를 튼다. 까치는 주로 활엽수에 둥지를 트는 것이 일반적이니 나무를 보면 청설모집과 까치집을 구별할 수 있다.



깊은 산 속이나 하천 등지에 가면 평소 보지 못한 ‘V’자 모양의 발자국을 발견할지 모른다. 바로 고라니다. 겨울철 철새 구경을 위해 철원 일대를 찾거나 한강변 김포습지, 상암동의 하늘공원에 가보면 쉽게 고라니를 발견할 수 있다. 물론 V자 모양의 발자국은 사슴이나 노루, 산양, 염소일 수도 있다. 이들은 배설물도 까만 구슬모양인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고라니나 노루의 배설물에선 은은한 계피향이 난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고라니와 노루를 구별할 수 있을까. 이럴 땐 발자국 주변의 나무줄기를 살펴라. 사슴과 동물들은 뿔을 날카롭게 유지하고 영역표시를 하기 위해 나무에 뿔을 간다. 나무를 긁은 자국이 땅바닥에서 30cm 아래면 사슴이나 노루나 또는 산양이고 40cm 위면 고라니다. 뿔을 비비는 사슴과 동물은 고개를 숙여야 하지만 송곳니로 긁는 고라니는 고개를 쳐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라니는 뿔이 없어 송곳니로 영역 표시를 한다.

산 속에서 누구나 쉽게 발견하는 야생동물의 흔적은 여기저기 땅을 파헤쳐 놓는 자국이다. 바로 ‘반항아’처럼 거친 멧돼지의 흔적이다. 멧돼지는 봄나물이나 고사리, 칡 같은 식물의 뿌리를 즐겨 먹는데, 겨울에도 쥐가 굴에 저장해 놓은 도토리를 찾기 위해 주둥이로 땅을 뒤엎는다. 만약 두 개의 발굽과 함께 ‘며느리발톱’이 선명하게 찍힌 자국(그림 참조)을 발견했다면 멀지 않은 곳에 멧돼지가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사실 야생동물의 흔적을 이해하는 데 반드시 전문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큰 발자국은 몸집이 큰 동물이라는 뜻이고 선명한 발자국은 최근에 지나갔다는 얘기다. 똥에 풀이 섞여 있으면 초식동물의 것이고 뼈와 털이 섞여 있으면 육식동물의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숲에서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은 20종을 넘지 않는다. 추운 겨울 집안에 움츠리고 있지만 말고 자연에 나와 야생동물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이 어떨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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