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부산까지 90분…‘해무’가 온다!

“자, 이제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가 등장합니다!”

2012년 5월 16일 경남 창원중앙역에 날렵한 모양을 한 열차가 등장했다.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50여 기관의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해무(HEMU-430X)다. 최고 시속 430km까지 달릴 수 있는 이 열차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30분 만에 갈 수 있다. 현재 KTX보다 1시간 정도 단축된 시간이다.

이 날 해무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 등 200여 명의 승객을 태우고 창원중앙역 근처 28km를 달렸다. 좌석 사이의 간격을 넓혀 KTX에 비해 눈에 띄게 넓어진 공간과 무엇보다 안락하고 편리한 승차감이 승객들을 사로잡았다.

해무는 KTX 일반좌석에 비해 좌석 앞에 공간이 많아 발을 앞으로 뻗을 수 있고, 비행기처럼 좌석마다 액정표시장치(LCD) 화면도 설치됐다. 덕분에 영화와 뉴스를 보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서비스도 즐길 수 있다. 가령, LCD 화면에 있는 ‘호출’ 버튼을 누르면 승무원을 부를 수 있고, 전자태그(RFID)에 열차표를 인식시키면 도착역이 근처에서 “도착 5분 남았습니다” 하는 알람도 가능하다.

지능형 스마트 센서를 달아 객실공기나 화장실 긴급 상황 등도 자동으로 감시해줘 여행을 더 편리하게 돕는다. 이런 서비스 덕분에 해무를 ‘선로 위의 항공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항공기 기내 서비스처럼 편하고 만족스럽다는 뜻이다.

해무를 선로 위의 항공기로 부르는 진짜 이유는 빠른 속도에 있다. 겉으로 보면 조금 더 날렵하고 세련된 정도인 이 열차는 KTX보다 무려 시속 100km 이상 빨리 달린다. 덕분에 해무가 상용화되는 2015년 이후에는 전국 어느 곳이든 1시간 30분대에 도착할 수 있다. 승객 입장에선 항공기만큼 빠른 교통수단을 타는 셈이다.


[그림 1]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 시제차량. 사진 제공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KTX보다 세련된 모습이기는 해도 똑같은 기차 모양인데 시속 100km나 빠르게 달릴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 비결은 바로 해무의 영어 이름인 HEMU-430X에 숨어 있다. HEMU-430X는 ‘동력분산식 차량(High-speed Electric Multiple Unit 430km/h eXperiment)에서 한 글자씩 따 온 것인데, 이는 열차를 이루는 개별 차량마다 엔진을 달아 힘을 내는 방식이다. 기차의 모든 차량이 함께 앞으로 달리니 속도가 더 빨라지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한데,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속담이 기차 속도에도 적용된 셈이다.

우리가 주로 봤던 고속열차 KTX와 KTX-산천은 열차 맨 앞과 뒤에 있는 기관차가 전체 차량을 끌어가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동력집중식’이라고 하는데, 시속 300km 이상 빠른 속도를 내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을 비롯한 연구진은 각 차량마다 엔진을 붙이기로 했다. 기존 KTX-산천은 1100kW짜리 엔진 8대(8800kW)가 열차 앞뒤에서 힘을 내지만, 해무는 410kW짜리 엔진 20대(8400kW)가 각 차량에서 제각각 힘을 낸다. 전체 힘의 크기는 비슷하지만 힘을 모으느냐 나누느냐만 달라진 것이다.

방식만 조금 달라졌을 뿐이지만 속도 면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해무의 최고 속도는 시속 430km로 KTX-산천보다 시속 130km나 빠르다.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기도 쉬워졌다. 기존 고속열차가 시속 300km까지 속도를 내는 데 걸린 시간은 4분 정도였지만 해무는 233초(약 2분)면 이 속도에 도달할 수 있다. 역과 역 사이의 거리가 짧아 자주 서야 하는 우리나라 철도 시스템에는 가속과 감속이 유리한 해무가 훨씬 더 잘 맞는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앞뒤에 기관차 대신 일반 차량을 붙여도 돼 승객이 탈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다. 동력분산식 열차의 경우 엔진을 작게 만들어 아래쪽에 배치하기 때문에 사람이나 화물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해무의 전체 좌석 수도 KTX-산천보다 16% 정도 많아졌다.

열차 고장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기관차 한 대나 두 대로 운행하는 동력집중식 열차들은 기관차에 문제가 생기면 전체 열차가 꼼짝 없이 멈춰야 한다. 하지만 동력분산식의 경우는 한 두 대의 차량이 고장 나도 전체가 움직이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다음 비결은 날렵한 열차 머리 모양에 있다. 해무의 머리는 열차가 빠르게 달릴 때 받을 수 있는 공기 저항 등을 계산해 만들었다. 덕분에 시속 300km로 달릴 때 공기 저항을 약 10% 정도 줄일 수 있다. 이는 곧 연료를 적게 쓰는 것으로도 이어져 에너지 효율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림 2] 해무의 머리 모양은 열차가 빠르게 달릴 때 받을 수 있는 공기 저항 등을 계산해 만들어졌다. 사진 제공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열차를 가볍게 만든 것도 속도에 영향을 주었다. 해무는 단단하지만 두께가 얇은 ‘알루미늄 압출재’로 만들었다. 덕분에 KTX-산천보다 5% 정도 가벼워졌다. 이렇게 가벼워진 열차는 철도 노선에도 무리를 덜 주어 노선수리비를 줄이는 데도 한 몫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력분산식 열차도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다. 아무래도 각 차량마다 엔진을 붙이다보니 그만큼 제작비가 많이 든다. 또 부품 수가 늘어나고 구조가 복잡하다 보니 유지 보수가 까다롭고, 각 차량마다 들어가 있는 엔진 때문에 소음과 진동이 심할 수 있다.

해무는 오는 하반기까지 최고 시속 430km까지 높이는 시험을 계속하며 소음과 진동을 더 줄이는 등 기술을 보완할 예정이다. 10만km 주행시험이 완료되는 2015년 이후에는 일반인도 해무를 타고 여행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시속 430km로 달릴 수 있는 차세대 고속열차 해무의 개발로 우리나라는 관련 기술의 약 83.7%를 국산화했다. 우리만의 독특한 기술을 활용해 싸게 만들 수 있고 에너지 효율도 높은 시속 500km급 ‘바퀴식 고속열차’ 개발도 눈앞으로 다고오고 있다.

이미 1988년에 시속 407km로 달리는 열차를 개발한 독일과 1996년 시속 443km급 열차를 만든 일본, 2007년 시속 575km까지 속도를 내는 열차를 가진 프랑스, 2010년 시속 486km로 주행하는 데 성공한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빠른 열차 해무를 개발한 한국. 우리나라가 세계 고속철도 시장에 당당히 서는 날을 기대해 본다.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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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길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누구나 이 동요를 불러봤듯 기차여행에 대한 추억쯤은 다들 한두 개씩 갖고 있다. 학창시절 수학여행, 친구들과의 MT…. 그래서일까 요즈음 기차로 떠나는 테마 여행이 인기다. 기차는 1899년 9월 노량진과 제물포 간 운행을 처음 시작한 이래 서민의 발로, 산업의 동맥으로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1900년대 초 서울에서 부산까지는 일반 열차로 17시간이 넘게 걸렸지만 지금은 2시간 40분이 걸린다. 경부고속철도가 완공되는 2010년이 되면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고 하니 속도의 혁명이라는 표현이 실감난다.

더욱이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시속 350km급 한국형고속열차 KTX-Ⅱ가 이르면 올해 말부터 운행될 예정이다. 현재 운행 중인 한국형고속철도(KTX)가 2004년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5년 만의 쾌거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일본, 프랑스,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로 시속 350㎞ 이상으로 달리는 초고속열차를 독자적으로 제작,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KTX-Ⅱ는 1996~2002년까지 6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핵심부품에서부터 전체 시스템까지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하고 제작했다. 부품수 대비 92%를 국산화했다. 1100kW급 고속 대용량 유도전동기와 디지털제어 기능이 장착돼 있고, 전자석을 이용해 제동을 거는 ‘와전류제동장치’도 달려 있다. 빠르게 달리고 잘 설 수 있는, 가히 세계적으로도 뛰어난 기차라고 할 수 있다.

차체는 알루미늄 압출재로 만들어져 훨씬 가벼워졌다. KTX가 20량 고정편성인데 비해, KTX-Ⅱ는 차량 수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기존 KTX 열차의 문제로 지적돼온 터널 내 소음과 진동도 대폭 낮췄다. 2002년 시험운전을 시작해 2004년 12월 국내 최고기록인 시속 352.4km를 돌파했고, 총 20만km를 시험 주행하는 동안 단 한 건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오늘날 철도의 속도는 곧 기술력과 산업의 척도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에 속도 향상을 위한 각국의 대결 양상은 가히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KTX-Ⅱ의 기술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2007년부터는 또 다른 열차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바로 최고속도 시속 400km를 내는 ‘차세대 고속열차시스템’ 개발이다. 2013년까지 6년간 국내 30여 개의 산학연 기관이 이 연구에 대거 참여한다. 국내외 고속철도 기술개발 동향에 맞춰 고속화와 대용량화, 쾌적성, 안전성 등을 더욱 높일 예정이다.

기존 한국형고속열차, KTX-Ⅱ가 동력집중식인데 비해 새로운 차세대 고속열차는 동력분산식이다. 축당 하중이 가벼워 철도 시설물의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고, 가속과 감속 성능이 뛰어나 역간 거리가 짧은 한국 실정에서 더욱 유리하다.

<시속 400km의 속력을 내는 차세대 고속열차. 사진 제공 한국철도기술연구원>


KTX와는 전혀 다른 접근방법으로 개발하고 있는 고속열차도 있다. KTX는 전용 궤도를 건설하는 방법이어서 선로와 열차를 모두 바꿔야 했다. 하지만 이 열차는 기존의 열차 선로를 그대로 놓아두고, 열차만 새롭게 만들어 빠른 속력을 얻을 수 있다. 바로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시험운행이 한창인 ‘틸팅열차’가 그것이다.

틸팅열차는 틸팅(Tilting)이라는 말 그대로 기울여 달리는 열차를 말한다. 곡선 구간을 주행할 때 차량을 곡선 안쪽으로 기울임으로써 달리면서 생기는 원심력을 감소시키는 원리를 이용한다. 스케이트나 오토바이 선수가 곡선 구간을 달릴 때 몸을 안쪽으로 최대한 기울이는 것과 같은 원리다. 곡선 구간에서도 고속 주행이 가능해 전체 운행 시간을 단축할 수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스웨덴 등과 같이 산악 지형이 많은 나라에서 틸팅기술이 발달돼 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는 다소 늦은 2001년부터 틸팅열차 연구를 시작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중심이 돼 20여 개의 대학, 연구소, 기업들이 모여 2007년 초 6개의 차량으로 연결된 틸팅열차 개발을 완료했다. 그 해 4월부터 현재까지 호남선과 전라선, 충북선, 중앙선 등에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시험을 진행 중이다. 올해 7월 현재 총 주행 거리 10만km를 달성했다.

틸팅열차는 철도 고속화를 위해 새로운 선로를 건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건설비용 절감과 환경파괴 최소화, 전기 에너지 사용에 따른 친환경성 등의 장점이 있는 철도시스템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서 개발한 틸팅열차의 설계최고속도는 시속 200km, 운영최고속도는 시속 180km인 준고속 여객열차이다.

<틸팅열차는 곡선구간을 만나면 스스로 열차를 기울여원심력에 대항한다. 사진제공 한국철도연구원>


차체가 탄소 섬유의 복합소재로 제작돼 기존 차체의 무게에 비해 30% 이상 가볍고, 세계 최초로 전체 차체를 일체형 성형 기법으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틸팅열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틸팅대차는 첨단 전기 및 기계식 제어시스템으로 차체의 경사를 조정하며, 조향장치가 부착돼 곡선 구간에서의 탈선을 방지할 수 있다.

위성 신호를 통해 곡선을 자동 감지해 곡선 구간이 나타나면 스스로 차체를 기울인다. 이 때 열차에 전력을 공급받는 장치인 지붕의 집전장치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차체와는 반대로 기울어진다. 차체가 흔들리면서 고속 주행을 하지만 승객들은 거의 느낄 수 없으며, 차량 내 각종 시설물을 고급화하여 쾌적한 승차감과 함께 편의성을 높였다.

틸팅열차는 고속철도가 다니지 않는 지역 시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열차로 우리나라 철도 네트워크를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것이다. 또한 디젤연료를 사용하는 노후화된 새마을 열차를 대체하는 열차로도 추진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시속 100~140km에 머물러 있는 일반 철도의 속도를 높여 고속철도와 함께 우리나라 철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열차의 고속화로 전국이 1일 생활권을 넘어 반나절 생활권으로 변화되고있다. 아침에 서울을 출발해 낮에는 부산에서 싱싱한 바다 회와 멋진 해운대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틸팅열차와 함께 그동안 발길이 별로 닺지 않던 내륙지방 여행도 하면 더욱 편리하게 갈 수 있을 것이다.

열차 여행은 금방이라도 아스라한 향수를 일으키며 마음 속 깊이 숨어있는 그리운 추억 하나를 꺼내주는 낭만 철도로 변신할 것이다. 속도와 낭만. 결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두 줄의 평행선으로 함께 달리는 철도의 과학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글 : 한석윤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선임연구부장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한국형 틸팅열차의 대차에 대한 전과정평가 [바로가기]
차세대 고속열차를 위한 시스템 요구사항 개발 [바로가기]
차세대 고속열차 차량시스템 성능예측 및 성능검증 체계 개발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한국형 고속철도의 트라이포드 고장 감지 처리 방법(한국공개특허) [바로가기]
고속철도용 감속기 시험 장치(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고속열차 집전장치용 양력조절장치(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유럽연합 MODTRAIN, 미래의 유럽 공동기차 ‘이니셔티브’ 개발 추진 - 2008년 [바로가기]
동일본철도, 차세대 고속열차 E5 시리즈 열차 발표 - 2009년 [바로가기]
中, 시속 350Km 및 그 이상 고속철도 기술 시스템 구축 - 2008년 [바로가기]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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