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이도 시원한 건축물의 비밀!

한낮의 관공서에서는 땀을 뻘뻘 흘려대는 와중에도 에어컨만은 가동시키지 않고 버틴다. 멀리 창밖으로 보이는 시원스러운 전경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전력난이 최고조에 이른 지난 주 초에는 어두운 실내에서도 불까지 끄고 지낼 정도였다.

전력 수급 비상에 무더위까지 겹친 여름날, 가장 고달픈 곳은 뜻밖에도 초현대식으로 지은 첨단 건물들이었다. 햇볕은 고스란히 쏟아져 들어오는데도 열리는 시늉 정도만 하는 창문을 지닌 건물 내부는 말 그대로 찜질방이 돼 버렸다. 언젠가부터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유리로 뒤덮인 건축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건축양식은 주거용 건물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리를 대폭 활용한 건축방식이 유행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유리 건축은 그 자체로 현대적인 세련미를 물씬 내고 풍요와 개방성을 상징한다. 1851년, 런던에서 수정궁이 선보였을 때 엄청난 반향을 몰고 왔던 까닭도 유리로 뒤덮인 건물이 그때까지의 어떤 건물과도 다른 세련미를 보이면서도 기술력과 물질적 풍요를 과시했기 때문이다. 수정궁은 철골 구조라는 신기술과 유리라는 새로운 벽면 재료를 활용해 미래의 건축을 한 발 앞서 제시하고 후대의 건축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현대식 유리 건축은 중요한 결점을 안고 있다. 널찍하고 시원스러운 공간을 제공하고 태양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가 집중됐을 때 이를 적절히 해소할만한 장치를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요컨대 난방에는 우수한 효율을 보이지만 냉방에는 오히려 낮은 효율을 보인다는 뜻이다. 예전 같으면 실내가 바깥보다 더 덥다면 그저 창문만 활짝 열면 그만일 것을 유리벽이 창문을 대체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가면서 냉각시스템을 구동해야 한다.

고전 건축이나 자연물은 현대 건축이 놓친 바로 이 부분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고전 건축은 오랜 경험을 통해 적은 에너지로도 충분한 냉방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비결은 바로 물과 바람을 활용하는 방식에 있다.

그리스와 로마의 저택에서 중원(Atrium, 안마당)은 태양열을 받아들이는 역할만 했던 것이 아니다. 아트리움에는 보통 ‘임플루비움(Impluvium)’이라는 사각형 빗물받이 겸 연못을 만들어두는데, 비열이 큰 물이 중원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고대 로마인들은 침실을 말 그대로 자는 용도로만 활용했고 대부분의 시간은 햇볕이 들어오면서 쾌적한 온도를 유지하는 아트리움에서 보냈다. 또 다른 개방공간인 페리스타일(Peristyle)도 마찬가지였다. 기둥과 처마로 둘러싸인 공간인 페리스타일에는 정원이나 채마밭을 두곤 했는데, 식물들이 적절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했다.



[그림1] 알람브라 궁전의 아세키아 타피오티
분수에서 시작된 물은 수로를 따라 방으로 흘러 들어간다. 물이 있는 중정은 무더운 지중해의 여름을 시원하게 날 수 있게 해 주었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Andrew Dunn

온도조절에 중정(中庭)을 활용하는 방식은 남부 유럽을 중심으로 널리 자리 잡았다. 대표적인 사례는 스페인의 알람브라(Alhambra) 궁전이다.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알람브라 궁전은 가운데의 커다란 정원을 방들이 사각형으로 요새처럼 둘러싼 구조다. 중정에는 큰 연못이 있고 이곳으로부터 사방으로 수로가 뻗어 나와 방 안쪽까지 물이 흘러든다. 중정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물은 생명의 물, 오아시스를 상징하는 한편으로 효과적인 냉각장치 역할을 한다. 건물의 한가운데에 연못 정원을 두는 건축양식은 이슬람 세계에 오랜 시간 동안 장려돼 이른바 ‘지중해식 중정’으로 정착했다.

한여름, 전형적인 지중해식 중정은 길거리보다 온도가 섭씨 9도나 낮다. 중정의 시원한 공기를 이용하면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비야 대학에서는 지중해식 중정의 시원한 공기를 능동적으로 건물 내부로 끌어들이는 냉각기법을 개발해 말라가 호텔에 적용함으로써 냉각에 필요한 에너지를 절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얻었다.

자연 냉각의 또 다른 키워드인 바람 역시 여러 문화권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전통 한옥이 바람을 이용한 냉각방식의 전형적인 사례다. 한옥은 앞뒤로 트인 대청을 사이에 두고 텅 빈 마당을 집 앞에, 식물을 심은 후원을 집 뒤에 둔다. 햇볕을 받으면 맨땅인 마당이 빨리 뜨거워져서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식물이 심긴 후원으로부터 시원한 공기가 마당 쪽으로 흘러든다. 이 공기가 대청을 지나면서 집 전체를 시원하게 해 주는 것이다. 여기에 통째로 들어 올려 아예 벽이 없는 형태로 만들어줄 수 있는 들문을 설치해 냉각 효과를 극대화했다.

한옥이 수평적인 공기의 흐름을 이용했다면 이슬람 사원은 수직적인 공기 흐름을 활용했다. 16세기 오스만 제국의 건축가인 시난(Mimar Sinan)은 그의 대표작인 술레이마니에 사원에 수직적인 환기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온도 조절과 환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냈다. 시난은 양초와 램프에서 생긴 그을음이 사원의 내벽을 더럽히는 문제를 해결하느라 고심했다. 공간의 성격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공기가 탁해진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시난은 출입구 위의 작은 공간으로 내부의 후덥지근하고 지저분한 공기를 빼내고 바닥에 둔 관으로 외부의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사실 공기 흐름을 이용한 냉각의 진수는 인간이 아닌 흰개미에게서 볼 수 있다. 흰개미의 집에는 엄청나게 많은 통로가 복잡하게 얽혀 개미탑 표면의 수많은 구멍을 통해 바깥과 연결된다. 흰개미는 곰팡이와 버섯을 키우는 부분과 주요 생활공간을 집의 아래쪽에 두는데, 여기서 나오는 열이 집 내부의 공기를 위로 밀어 올려서 개미탑의 위쪽 구멍을 통해 덥고 탁한 공기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내부의 공기가 빠져나간 자리에 아래쪽 구멍을 통해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가 유입된다.

흰개미는 개미탑의 구멍들을 열고 닫으면서 공기의 흐름을 조절함으로써 집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흰개미의 환기 시스템은 이들의 주 서식지인 아프리카 초원에서 빛을 발한다. 외부의 기온은 한낮에 섭씨 40도를 오르내리고 밤낮의 일교차가 심한데, 흰개미집의 내부는 항상 섭씨 29~30도 정도로 유지될 만큼 효율적이다.

짐바브웨 출신의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earce)는 자국 수도인 하라레에 에어컨이 없는 쇼핑센터를 설계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아프리카의 에어컨 시설이 없는 쇼핑센터라니, 황당한 요구였다. 처음에는 막막해보였지만 피어스는 흰개미의 환기시스템을 모방해 최초의 대규모 자연냉방 건물인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를 건설했다. 구조는 간단했다. 건물의 가장 아래층을 완전히 비워버리고 꼭대기에 더운 공기를 빼내는 수직 굴뚝을 여러 개 설치한 후, 두 개의 건물 사이에 저용량 선풍기를 설치했을 뿐이다.


[그림2] 흰개미의 환기시스템을 모방해 만든 최초의 대규모 자연냉방 건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건물 옥상에 줄지어 선 굴뚝으로 건물 내부의 더운 공기가 빠져나온다.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David Brazier

단순한 구조였지만 효과는 놀라웠다. 건물 내에서 더워진 공기가 꼭대기의 굴뚝을 통해 빠져나가고 아래쪽에서는 신선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돼 에어컨 없이도 실내온도가 섭씨 24도 정도로 유지됐다. 전력이 소모되는 곳이라고는 공기 순환을 거드는 선풍기뿐이었다. 이 간단한 시스템 덕분에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는 동일한 규모의 건물의 10%에 불과한 전력만을 사용한다.

사람의 목숨은 물이 없다면 사흘, 공기가 없다면 15분을 넘기지 못하지만 주변에 늘 있기 때문에 그 역할과 고마움을 잊어버리곤 한다. 하루 중 반은 없어서인지 태양의 고마움을 잊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참 부당한 대우다.

아무래도 건축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요즘의 친환경 건축은 태양을 어떻게든 실내로 끌어들이는 데 골몰해왔다. 그러는 동안 공기와 물은 더 이상 건축의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친환경 건축을 실현하려면 첨단기술 도입만 생각하기 이전에 전기시스템에 의존하지 않던 건축을 들여다봐야 한다. 굳이 온고지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말이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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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한편에 모인 수녀들이 영화 ‘시스터액트’(Sister Act)에서 나온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영화에서 들로리스(우피 골드버그 역)의 지휘로 느리고 감미롭게 시작했다 후반부에 빠르고 경쾌하게 바뀌는 그 곡이다. 연습을 진행하면서 수녀들은 처음 생각과 다르게 빠른 후반부가 왠지 이상하게 들리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처럼 멋지게 들리지 않는 이유가 뭘까?

그레고리 성가를 오래된 성당 안에서 들으면 은은히 퍼져 나오는 음악소리에 심취해서 즐길 수 있지만, 빠른 힙합 음악을 연주하면 음이 마구 얽혀 들을 수가 없게 된다. 수녀들은 연주회장의 성격을 이해 못하고 곡을 선정한 것이다.

연주회장을 선택하는 오래된 기준 중 하나는 연주회장의 ‘반향시간’이 연주곡과 잘 맞는 지이다. 반향이란 한 음표의 연주를 마친 후 벽에 반사된 소리들이 들리다가 결국은 벽에 흡수되어 소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성당과 같이 딱딱한 표면으로 둘러싸인 넓은 공간에서 가장 잘 나타나는데, 한 소리의 연주를 마치고 오랜 후에도 소리가 메아리친다. 반대로 침실과 같이 부드러운 물체가 많은 좁은 공간에서는 소리는 부드러운 가구에 빨리 흡수되어 빨리 없어진다.

예를 들어 야외는 반사되어 돌아오는 소리가 없으므로 반향시간이 0초다. 소리를 모두 흡수하는 방음장치가 된 방도 반향시간이 0초다. 그리고 일반적인 침실과 거실의 반향시간은 약 0.4초, 보스톤 심포니홀은 약 1.8초, 런던의 왕립 알버트홀은 약 2.6초이다. 현대에 지어진 연주회장은 대부분 1~3초이지만, 오래된 성 바울 성당의 반향시간은 13초나 된다.

그럼 어떤 곡이 어떤 장소에 잘 어울릴까? 그레고리 찬송과 같은 교회음악은 성당같이 매우 긴 반향시간을 가진 곳에 어울린다. 바하의 많은 오르간 작품들은 성당의 반향을 조사하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연주가 끝났을 때 청중들은 오르간 곡의 마지막 소리가 성당 안을 떠돌아다니는 신비한 느낌을 받게 된다. 앞뒤의 음이 뒤섞여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런 음악을 좁은 방에서 연주하면 웅장한 느낌을 전할 수 없다.

반면 18세기에 하이든과 모차르트와 같은 작곡가들은 후원자와 손님들을 위한 음악을 작곡했는데, 이 음악은 반향시간이 짧은 실내에 잘 어울린다. 이들 실내악을 성당 같은 곳에서 연주하면 분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이런 곳에서는 앞의 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뒤의 소리가 나서 음을 구별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대의 힙합과 같은 음악도 마찬가지다.

또 스트라빈스키와 같은 작곡가의 독특한 타악기와 복잡한 리듬이 섞여 있는 소리는 깨끗하고 선명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현대에 지어진 연주회장에 가장 적합하다. 사실 현대의 연주회장은 큰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최적화되었지만, 그 외의 음악에도 큰 무리없이 잘 어울린다. 다양한 음악회가 이곳에서 연주되기 때문에 감안해서 설계한 것이다.

위에서 알 수 있듯 좋은 연주회장이란 반향시간을 고려하여 많은 종류의 음악회를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외부의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무대에서 나오는 소리를 연주회장 곳곳에 있는 청중들에게 좋은 음질로 보낼 수 있어야 한다.

보다 좋은 연주회장을 만들기 위해 건축가들은 실제 건축할 연주회장의 작은 모형을 만들어 소리가 퍼지는 것을 실험한다. 모형은 실물의 십분의 일에서 오십분의 일 정도로 만드는데, 그 안에서 시험하는 소리의 파장도 모형에 비례해서 작아져야 정확한 실험이 된다. 일반 음악 소리를 그 비율로 줄이면 모형에서는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초음파가 되기 때문에 초음파를 측정하는 장비를 써서 실험한다. 또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소리가 어떻게 퍼지는지 분석한다.

또 청중도 중요한 요소다. 가령 청중석이 가득 차면 소리의 약 55%를 청중들이 흡수한다고 한다. 청중들로 인한 음의 흡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연주회장의 청중석은 영화관보다 경사가 급하다. 하지만 많은 사전 시험을 거쳐도 실제 연주회장에서 청중들이 있을 때 어떤 소리가 날지는 지어놓고서야 알 수 있다. 그만큼 연주회장의 건축은 어려운 일이다.

많은 작곡가들은 그들이 작곡하는 음악이 연주되는 공간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염두에 두게 된다. 예전에는 시대에 따라 다르게 지어진 연주회장의 특성 때문에 연주되는 음악의 성격이 변하기도 했다. 좋은 연주를 하려면 연주되는 곡은 물론 연주회장의 특성까지 잘 알아야 한다. (글 : 최준곤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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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도시는 도시 이름에 맞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주택 개발에 힘써 왔다. 오늘은 새로 만들어질 주거지구의 모델하우스가 처음 선보이는 날. 집 장만을 계획하고 있는 향기씨 가족도 모델하우스를 방문했다.

“엄마, 이사 가면 제 방은 제일 시원한 곳으로 해주세요. 더운 건 정말 싫어요.”

이제 유치원에 입학하는 아들 호야는 자기 방에 관심이 쏠려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기후변화로 지구온도가 계속 올라가 냉방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기습적인 폭우로 사망하는 사람도 느는 요즘이다. 아빠가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면서 대답한다.

“더위는 걱정할 필요 없을 거다. 이번에 개발된 주택단지는 모두 흰개미집 구조를 따서 만들어졌다더구나. 아프리카 흰개미들은 일교차가 30도에 이르러도 끄떡없이 지낸단다. 이런 구조를 응용해 만든 집이라서 별도의 장치 없이도 냉방이 가능하다고 해.”

“아빠, 흰개미집 구조라는 게 어떤 건데요?”

“건물 옥상에 뜨거운 공기를 배출할 수 있는 통풍 구멍을 뚫고, 건물 아래에는 찬 공기를 건물로 끌어들일 구멍을 뚫는 식이란다. 이런 방식을 이용하면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실내온도를 24도로 유지할 수 있단다. 이건 이미 1996년에 아프리카 짐바브웨에 세워진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에 적용된 기술이란다.”

“우와, 그럼 새로 이사하는 집에는 에어컨이 필요 없겠네요?”

아빠의 설명을 들은 호야는 신이 나서 모델하우스로 들어갔다. 모델하우스 내부로 들어서자 홀로그램 가이드가 향기씨 가족에게 새로운 주택지구의 특징을 알려준다.

“저희 모델하우스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과학도시 주택지구에 적용된 첨단 기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냉난방시스템, 깨끗한 공기 시스템, 고장 자동수리 시스템 중 설명을 원하는 내용을 말씀하시면 바로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홀로그램 가이드는 생김새도 멋진데 목소리도 기가 막히다. 향기씨 가족은 깨끗한 공기 시스템의 안내를 선택한다.

“혹시 집안에 흡연하는 분이 계신가요? 네, 다행히 없으시군요. 그럼, 방귀를 잘 뀌는 분은 계신가요?”

아빠 얼굴이 괜히 붉어진다. 가족 모두 웃음보가 터졌다.

<왼쪽 사진은 호주 노던테리토리에서 볼 수 있는 바위형태의 흰개미집. 바위처럼 보이지만 자
체적으로 내부굴속의 온도와 통풍, 산소공급을 조절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오른쪽 사진 속
솔방울은 수분의 양에 따라 열었다 닫았다를 조절한다. 이 원리도 건축물에 적용할 수 있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저희 주택지구에는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는 생활 냄새나 음식 냄새 등 방의 냄새를 없애주는 페인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벽체에 사용된 콘크리트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제품입니다. 이 제품은 식물과 곰팡이가 공기와 토양을 정화하는 능력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마음껏 방귀를 뀌라고 과학 기술이 이렇게 발전하는 게 아니겠냐! 하하.”

아빠의 큰 소리에 다들 함께 웃었다.

“1970년대 우리나라에서는 연탄을 난방과 취사용으로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 때문에 연탄가스 중독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저희 주택에 사신다면 유독가스 중독이나 공기 오염에 대해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주택에 설치된 유리는 동물의 호흡기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제품으로 키네틱 글래스(Kinetic Glass)라고 합니다.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유리 표면으로 공기가 지나다닐 수 있고 특정 가스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돼 있습니다. 그래서 유독가스가 감지되면 자체적으로 공기를 순환시킵니다. 센서가 작동하면 시각적 표시를 해 거주자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게 됩니다.

생활의 편의를 높이기 위해 유리와 거울에는 연꽃잎 원리를 이용한 필름이 코팅돼 있습니다. 연꽃잎은 표면에는 미세한 돌기가 돋아있어 물을 밀어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빗방울이 유리창에 맺히지 않아 표면이 깨끗하게 유지됩니다. 창문 닦기가 어려운 고층 거주자에게 특히 도움이 될 기술이겠지요. 또 더운 물을 사용하면 욕실에 김이 서리는 것도 연꽃잎 기술로 방지된답니다.”

“습도 조절 기능도 있나요?”

“네. 영국 레딩대 게오르그 예로니미디스 교수의 연구 결과를 응용한 통풍구가 설치돼 있습니다. 실내 수분 양에 따라 자동으로 열렸다 닫히는 통풍구입니다. 수분이 있을 때는 닫혀 있지만, 수분이 없으면 열려 씨가 퍼질 수 있도록 하는 솔방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거리는데, 꼼꼼하기로 소문난 향기씨가 다시 가이드에게 질문한다.

“새로 지어진 주택에서도 벽체 균열이라든가 하자가 나오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 대한 대비는 어떻게 되나요?”

“입주하는 고객님들이 편히 지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집을 짓고 있습니다만 만약에 있을지 모를 고장이나 수리 등에 대한 대책도 가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주선 선체에 상처가 날 경우 우주인이 직접 나가서 수리를 하거나 로봇이 수리를 대신해야만 했는데요. 요즘은 우주선이 스스로 치료를 합니다. 상처가 생기면 자연적으로 액체가 흘러나와 상처 부위를 메우는 소재가 개발된 것이죠.

영국 브리스톨대 항공우주공학과 이언 본드, 리처드 트래스크 교수팀이 개발한 것입니다. 우리 몸에 피가 나 상처가 공기에 노출되면 혈액이 응고되는데요, 연구팀은 여기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저희 건축물도 이와 같은 원리로 누수나 균열이 있을 때 이를 감지, 자동으로 수리할 수 있는….”

가이드가 설명을 하는 동안 호호군이 아빠의 옷자락을 끌어당기며 묻는다.

“아빠, 도대체 이렇게 신기한 것들을 어떻게 생각해내는 거죠?”

“얘야. 이 모두가 생체모방기술의 결과야. 우리 인간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것뿐이란다. 자연이 38억 년 동안 진화하면서 찾은 해답을 따라하는 거지. 답은 이미 자연 속에 다 있었어. 자연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인지, 새삼 고개가 숙여지는구나.”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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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게임이나 만화책을 끼고 있던 아들 녀석이 주말인데도 방에서 끙끙거리며 책상 위에 앉아있는 모습이 건축씨에게는 낯설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무얼 그리 열심이니?”
“환경오염에 관해서 작문해야 해요.”
그때 엄마가 거든다.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생기는 지구온난화 같은 걸 쓰면 되잖니?”

아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건축씨는 아들에게 말했다.
“그런데 말이다. 탄소라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란다. 탄소가 얼마나 아름다운데.”
“아빠, 탄소가 아름답다니요?”

“탄소가 아름답다는 건 네가 작년에 아빠한테 한 말인데 기억을 못 하는 모양이구나? 작년 어린이날 우리 가족이 놀이동산에 놀러 갔을 때 네가 둥근 건축물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했잖니?”
“에이 아빠는, 그 건축물이랑 탄소가 무슨 상관이에요?”
아내도 궁금한 모양이다.

어째서 탄소가 아름다운지, 또 탄소와 그 건축물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제부터 들려주마. 네가 작년에 놀이동산에서 본 둥근 건축물 같은 것을 지오데직 돔(Geodesic dome)이라고 한단다. 지오데직 돔은 미국의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Richard Buckminster Fuller, 1895-1983)가 디자인했지. 그는 1940년 말 지오데직의 개념을 발전시키고, 지오데직이라는 이름을 붙인 장본인이란다.”



“아! 벅민스터 풀러라는 건축가가 처음으로 그렇게 둥근 건축물을 만들었어요?”
“그건 아니란다. 지오데직 돔처럼 둥글게 건축물을 만든 것은 1923년 독일의 카알짜이스(Carl Zeiss) 회사에서 지은 천문대가 세계최초란다. 이 회사는 독일 박물관장 뮐러(Van Muller)와 천문학자 볼트(Max Wolf), 공학기술자 바우에르스펠트(Walther Bauersfeld)등의 사람들과 협력해서 1912년에 짓기 시작했는데, 세계 1차대전 때 중단되었다가 종전 후 다시 시작하여 1923년에 완성하였지.”

“그럼 풀러라는 건축가는 그 둥근 모양이 예뻐서 그 모양을 흉내 낸 건가요?”
“풀러가 지오데직의 개념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가장 안정된 기하학형태인 단일삼각형(omnitriangulated)이 표면을 덮은 구조체라는 점이지. 즉, 다시 말해서 어떤 닫혀진 공간을 만들 때 최소의 외피로 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란다. 그러니까 경제적이고, 안정적이며 아름답기까지 해. 건축에서 요구하는 3요소가 완벽하게 갖추어진 셈이지.”

대화를 묵묵히 듣던 아내가 한마디 던진다.
“그래서 탄소와 돔이 무슨 상관있다는 말인지는 설명이 안 되는 걸요?”
“자, 이제 그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1985년 서섹스(Sussex) 대학의 로버트 F. 컬(Robert Curl), 해럴드 W. 크로토(Harold Kroto)와 라이스(Rice)대학의 리처드 E. 스몰리(Richard Smalley)라는 학자는 풀러린(Fullerene)이라는 탄소원소의 새로운 형태를 발견했단다.”

“풀러? 풀러린?”
아들 녀석이 알겠다는 듯 되뇐다.

“그렇지! 눈치 챘구나. 탄소 동소체인 풀러린이 마치 지오데직 돔 구조를 가졌다고 해서 건축가 풀러의 이름을 따서 지었단다. 그런데 풀러린이 돔형(球形)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 타원형, 튜브형, 평면형 구조가 있는데, 속이 빈 구형(돔형)을 버키 볼(buckyballs), 벅민스터풀러린(Buckminsterfullerene) 또는 탄소 원자 60개로 구성된 분자라고 하여 ‘C60’이라 부르고, 튜브형태는 카본 나노튜브(Carbon nanotubes) 또는 버키 튜브(buckytubes)라고 부르지. 또 평면형 판상구조는 그래핀(Graphene)이라 부른단다. 풀러린의 구조는 마치 6각형의 벌집처럼 연결되어 쌓여 있는 점에서는 흑연(graphite)의 구조와 유사하고, 평면형을 제외한 플러린 구조는 모두 6각형 이외에 5각형 구조를 사용하여 3차원 구조를 가진단다. 여기서 흑연, 즉 그래파이트 한 겹을 그래핀이라고 부르지.”



“조금 더 설명을 해볼까? 컴퓨터의 최고중요부품인 실리콘 CPU를 앞으로는 그래핀으로 대치한다는구나. 또한 탄소 나노 튜브는 우주 엘리베이터에서 사람들을 수송하는 엘리베이터 박스의 역할을 할 계획이란다.”

“와! 정말 탄소는 우리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그렇지, 그러니까 네 숙제도 무조건 탄소라는 물질이 나쁘다는 쪽으로 쓰기보다는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쪽으로 쓰는 게 어떨까 한다.”
“예, 아빠 저는 이제부터 탄소를 좋아하기로 했어요.”
“그래? 네 엄마는 예전부터 탄소를 제일 좋아했단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나?”
“여보, 내가 탄소를 제일 좋아한다니요?”
“하하.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다이아몬드도 사실 모양 바꾼 탄소에 불과하거든.”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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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건축, 탄소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신문을 보던 건축씨의 푸념을 들은 회사 동료는 궁금하기만 하다. 요즘 신문기사야 다 경제가 어렵다느니… 뭐, 그런 류 일터. 별다른 기사라도 난 걸까? 건축씨가 보고 있는 신문을 흘끔 쳐다본다. 아니나 다를까 경제면이다. 뻔한 경제위기 타령이겠거니 하면서도 자못 궁금한 동료는 시큰둥해하며 묻는다.

“자네가 뭐 경제 전문가라도 된다는 거야? 경제가 어려울 줄 알았다는 표정인 걸?”
그러나 건축씨는 기세등등하다.
“암, 건물높이 지수(erection index)를 알면 경제가 보이는 법이거든.”
“건물 높이와 경제가 관계가 있다는 건가?”

건물높이 지수란 최고층 건물이 지어진 후 주가가 곤두박질친다는 내용이야. 자, 예를 들어 보면 1973년 뉴욕 세계무역센터와 이듬해 시카고 시어즈 타워를 지은 직후 미국은 경제공황이 찾아왔고, 1997년 말레이시아는 쿠알라룸푸르에 세계 최고층 건물 페트로나스 트윈 타워를 지은 뒤 외환위기를 맞았지. 나는 두바이에 건설되는 부르즈 두바이가 타이페이 101을 제치고 마천루 경쟁을 벌일 때부터 실은 좀 직감을 했어. 그런데 사실 건물 높이지수가 공식적인 경제용어도 아닌데다가, ‘설마 건축물의 높이경쟁이 세계경제를 진짜로 위협할까?’라고 반신반의하고 있었거든.”

건축씨의 말이 끝나자 동료는 속으로 ‘음… 혹시 마천루가 말이야 마치 주사바늘 같잖아. 마구 하늘을 찔러대니 하늘이 노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잠시의 정적을 깨듯, 건축씨는 말했다.
“그렇지만 건물높이지수가 경제와 전혀 관계가 없지는 않지. 일단 건물이 높아지면 바람의 속도에 의한 건축물의 외피에서의 열 손실이 대단하니, 그만큼 화석 연료도 많이 사용하여야 하고, 결국 경제뿐 아니라 환경적인 문제도 유발하게 되지.”

건축씨의 말에 동감이 가는 듯 동료는 되물었다.
“그렇다면 자넨 고층건물을 지어선 안 된다는 건가?”
“아니지, 고층건물의 바람이 스트레스(stressed)라면 이를 디저트(desserts)로 만들어야 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수야 없지 않은가! 바람을 디자인해야지. 바람은 태양 에너지만큼이나 우리에게 주어진 천혜의 에너지원이거든.”

“자네 바레인 세계무역센터를 말하는 건가? 그건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길세.”



“허허, 자네 왜 이렇게 성급한가. 물론 풍차를 이용하자는 말은 맞네만, 우리를 귀찮게 하는 고층건물의 극간풍, 즉 벤츄리효과(Venturi effect)를 역이용하자는 거네. 풍차 모양의 런던아이를 디자인한 막스 바필드(Marks Barfield)라는 건축가는 스카이하우스라는 초고층건물을 설계하면서 건물을 3개 동으로 나누고, 3개 동 사이의 중앙은 사이사이에 공간을 비우는 할로우 코어(hollow core)형으로 설계하였지. 그러니까 이런 시나리오가 나오게 된다네.”

1. 건물 사이에는 늘 극간풍(벤츄리 효과)이 존재한다.
2. 그러므로 건물을 여러 동으로 나누어 극간풍을 만들자.
3. 그리고 극간풍이 생기는 중앙에 꽈배기 모양의 풍력발전기를 만들어 바람의 힘을 가두어 역이용하자.



“벤츄리 효과라면 나도 물리학을 공부해서 알 것 같네. 이탈리아 물리학자 벤츄리(Giovanni Battista Venturi, 1746~1822)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좁은 협곡과 같은 곳에서 바람이 불어 나아갈 때 받게 되는 지형의 효과를 말하지. 이러한 현상에 의하여 국지적으로 기압이 내리고, 강풍, 돌풍 등이 나타나게 되고 말이야.”
“그래, 맞아. 벤츄리는 다빈치를 과학자로서 재조명한 최초의 인물이며, 갈릴레오의 필사본을 다량 편집 출판하기도 했지.”
“그렇다면… 아하! 무에 바람 들 듯이 건물에 바람이 든 거군?” 동료는 탄성을 질렀다.

이 얼마나 기발한 아이디어인가! 상승 기류를 이용해 건물의 중앙에 꽈배기 모양으로 설치된 풍력 발전기를 돌리게 하는 것이다.

최근 세계는 마천루 경쟁에 혈안이 된 듯 잔뜩 바람이 나있다. 이러한 경쟁은 역시 바람 든 건축물로 해결해야 하나보다. 바람난 건축은 바람 든 건축으로 말이다.

글 : 이재인 박사(어린이건축교실 운영위원)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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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지진으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말이 타산지석이 아닌가 싶다. 사실 천재로 인해 최근 가장 큰 인명피해를 본 곳은 태풍으로 인한 미얀마이다. 그러나 중국 지진이 세간의 관심이 집중 되고 있는 것은 학교에서 많은 사상자들이 발생했다는 점과 지진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다만 건축물이 그렇게 할 뿐이라는 암묵적 인재 인식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진자체로 보자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하는 천재임이 틀림없다. 중국의 대지진을 보고 우리나라도 언제 지진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 우리의 내진 설계에 대해 되짚어 보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도대체 마구 흔들어 대는 지진을 어떻게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사실 지진을 피할 수는 없다. 다만 지진에 잘 견디기 위해서 건물을 어떻게 지어야 하느냐가 우리의 관건이다. 지진에 견디는 방법은 크게 내진(耐震)ㆍ면진(免震)ㆍ제진(制震)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한마디로 내진은 지진력을 구조물의 내력으로 감당해내자는 개념이고, 면진은 지진력의 전달을 줄이자는 개념이며 제진은 지진력에 맞대응을 하자는 능동적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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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진의 핵심은 철근콘크리트 내진벽으로 건물을 단단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강하면 부러지기 쉽다”는 옛말도 있듯이 지진이 나면 사람들이 대피할 정도의 시간을 벌어주는 지연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건물은 금이 가거나 파괴되어 나중에 사용할 수는 없다. 이 방법을 보통 내진설계라고 하며, 광의의 개념으로 면진과 제진의 개념을 포함하기도 한다.

면진은 지진을 면한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쉽다. 예를 들어 건물에 바퀴달린 신발을 신긴다거나, 스카이 콩콩처럼 스프링을 달았다고 상상해보자! 지진이란 땅이 흔들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흔들리는 땅과 건물을 분리시켜, 건축물과 땅 사이에 진동충격 완충장치로서 볼 베어링이나 스프링, 방진고무 패드를 설치하여 땅의 흔들림의 양을 건물에 보다 적게 전달하는 방법이다. 짦은 주기의 지진파가 강하고 긴 주기의 지진파는 약하다는 성질을 이용해서 건물의 진동주기를 길게 만드는 것이다. 이때 지반과 건물의 연결부에 구조물을 삽입하여 건물의 고유진동주기를 강제적으로 늘리면 지진의 강주기 대역을 피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해 현재의 면진방법은 건물과 땅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땅과 건물이 만나는 면을 최소로 한 것이다. 건물과 땅이 완전히 분리만 된다면 지진피해를 극소화 할 수 있겠지만 건물이 공중에 떠있지 않는 이상 이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는 액체가 진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건물을 배처럼 띄워서 짓자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공상이라고 웃어넘길 수도 있겠지만 역사의 진보는 이러한 만화 같은 상상으로부터 출발했다.

1921년 일본 제국 호텔 건축 당시 건축부지는 무른 땅이었다. 일본 건축 관계자들은 지진에 안전치 못하다는 이유로 건축을 반대하였다. 그러나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는 “땅이 무르면 진동을 흡수해 더 안전하지 않은가? 건물이 반드시 땅에 고정 되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건물은 떠 있으면 안 되는가?"라고 역설하였고, 그의 주장은 제국 호텔이 1923년 일본 관동 대 지진을 견디어 냄으로써 입증되었다. 그러니 배처럼 떠 있는 건축물도 불가능하진 않으리라 생각된다.

진동주기를 구하는 공식 f=(1/2π)√(K/M)주1에 따르면 건물이 무거울 때 진동주기가 짧아져 덜 흔들리게 된다. 지진이라는 적의 공격에 흔들림을 최소화하는 내진이나 면진은 수동적인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적의 공격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여 지진의 진동에 반대방향으로 건물을 움직이도록 하는 능동적인 방법도 있다. 이를 제진이라 한다.

제진은 진동의 반대방향으로 건물을 움직여 지진의 충격을 상쇄시키는 방법이다. 제진의 방법으로 힘을 발생시키느냐 감소시키느냐에 따라 소극적 방법과 좀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나뉜다. 즉, 구조물에 입력되는 지반진동과 구조물의 응답을 계산하여 이와 반대되는 방향의 제어력을 인위적으로 구조물에 가하거나, 입력되는 진동의 주기성분을 즉각적으로 분석하여 공진을 피할 수 있도록 구조물의 진동특성을 바꾸는 것이다.

예컨대, 진동이 발생하면 건물에 부착된 무거운 물체(TMD주2)나 물(TLD주3)이 건물의 진동주기와 같은 주기로 흔들려 진동을 제어하는 방법이 소극적 제진방법이라면, 진동이 발생하면 센서를 통해 컴퓨터에 전달되고 컴퓨터가 건물에 부착된 무거운 물체를 액츄에이터(actuator)로 움직이도록 하는 방식(AMD주4)이 적극적 제진방법이다. 이 경우 TMD의 질량 추 무게는 건물 중량의 1/300 이상이 보통이며, 컴퓨터에는 지진시 질량 추의 움직임 판단을 위해 건축물 주변의 지진데이터나 건물의 고유진동 데이터 등이 기록된다.

최상의 공격이 방어일 수가 있으며, 공격과 방어가 조화를 이루어야 할 때가 있다. 이처럼 설계자도 지진에 견디는 설계를 하기 위해 건물의 층수ㆍ용도(전망대 탑 또는 다리)ㆍ구조 등에 따라 선택적으로 혹은 복합적으로 사용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3층 이상에만 건축물에 내진설계가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에 최소한으로 규정 된 법에 얽매이거나 중국과 같이 경제성의 논리로 내진설계를 회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대형 건축물의 내진 설계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소형건축물의 내진에도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가져야겠다.

글 : 이재인 어린이건축교실운영위원

주1)
f=(1/2π)√(K/M) (f:진동주기(Hertz), K:딱딱함 정도, M:하중)
스프링 상수(M) 값에 의한 이론적인 진동수 값

주2)
TMD (Tuned Mass Damper) : 동조 질량 댐퍼

주3)
TLD (Tuned Liquid Damper) : 동조 액체 댐퍼

주4)
AMD (Active Mass Damper) : 능동 질량 댐퍼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ndsl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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