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대별로 다른 건강검진, 제대로 알고 하자!

아빠는 엄살 대마왕이다. 그리고 그건 할머니로부터 유전된 것임에 백퍼, 천퍼! 틀림없다. 바야흐로 건강검진의 계절 가을. 만 66세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고 온 할머니의 폭풍 엄살이 시작됐다.

“아이고, 아범아 어멈아 태연아 그리고 몽몽아. 아이고오오오, 우짠지 관 뚜껑이 친구 같구, 고봉 무덤이 참말로 편안해 뵈두만. 내가 갈 날이 얼마 안 남은겨….”

아빠, 얼굴 가득 짜증 지대로다. 그러나 자칭 ‘남자 심청이’에 애교덩어리인 아빠가 할머니에게 신경질을 부리는 일은 결단코 없다. 아빠, 얼굴 가득 부자연스러운 억지미소를 띠고 할머니를 달래기 시작한다.

“아잉, 엄마 왜 또 그래용~. 건강검진 받을 때마다 이렇게 싸고 누우면 내가 얼마나 속상한데. 우리 엄마 뚝!”

“아녀, 비만에 고지혈증까지 있다는디, 내가 안 죽고 배기냐. 우짠지 몸이 찌뿌둥한 게 아무래도 암에 걸린 게 틀림없구먼.”

“삼시 세끼 고기 생각만 하는 기름 좔좔 식성을 갖고 있으니까 그렇지잉~. 불쌍한 소, 돼지 그만 좀 잡숫고 운동 꾸준히 하면 금방 좋아지니까 걱정 마셔요. 물론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가 암이고, 현재 국내 암 환자가 백만 명에 육박하며, 증조할머니 할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봐서 우리에게 가족병력이 있는 건 확실해 보이지만 그래도….”

아빠의 말이 길어질수록 할머니의 얼굴에서 핏기가 싸악 사라진다.

“잠깐! 아범아, 그러니께 내가 암이란거여? 하이고오오오. 그려서, 얼마나 살겄냐? 흑흑”

“아니, 그게 아니고요. 암이 위험하긴 하지만 건강검진 열심히 받아서 조기에 치료하면 완치율(5년 생존율)이 90%나 된다고요. 나라에서도 생애 주기에 따라서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건강검진을 무료 혹은 아주 저렴하게 해주는데, 그걸 잘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아빠는 이때부터 장황한 설명에 들어간다. 생애 주기별 건강검진은 모두 5가지 종류다. 우선 생우 4개월부터 71개월까지의 영유아를 대상으로 한 영유아검진은 총 7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이 검진은 성인검진처럼 질병을 발견하려고 시행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비만이나 성조숙증 등에 걸리지 않고 잘 자라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보호자에게 아기의 성장에 맞는 적절한 건강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또 만 7세부터 18세까지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생검진은 총 4번에 걸쳐 이뤄지며, 성장발육을 평가하고 학생의 건강을 방해할 수 있는 위험인자를 조기에 발견하는데 집중한다.

다음으로 만 19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일반건강검진은 주로 대사증후군 등 장기적 영향을 주는 질병을 파악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지역세대주와 직장가입자, 그리고 만 4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는 매 2년마다 1회씩, 비사무직은 매년 실시하고 있다.

암 검진은 의료급여수급자와 저소득층건강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5대 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을 검진해주는 것으로, 위암은 40세 이상 2년에 한 번, 간암은 40세 이상 고위험자에 한해 1년에 한 번, 대장암은 50세 이상 1년에 한 번, 유방암은 40세 이상 여성에 한해 2년에 한 번, 자궁경부암은 30세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2년에 한 번 검진을 실시한다. 국가 암검진을 통해 암으로 판정된 사람은 암 치료비의 일부를 국가에서 지원해 준다.

“끝으로 오늘 엄마가 받은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이 있는데요. 신체적 사회적으로 큰 변화가 일어나는 만 40세와 만 66세 국민을 대상으로 각종 질환과 건강상태를 1, 2차에 걸려 매우 정밀하게 검진해주고 있다고요. 엄마는 그동안 온갖 건강검진을 아주아주 충실하게 잘 받아왔기 때문에 관 뚜껑이 친근하다거나 무덤이 편해 보인다는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릴랑은 개나 줘 버리라고용~~.”

“고뢔에?? 그럼 나 안 죽는겨? 헤헤, 그럼 다시 소, 돼지, 닭, 오리들을 먹으며 즐겁게 식사를 즐겨야겠구먼!”

“엄마, 그건 아니아니~ 아니 돼어욤! 고기는 줄이고, 운동도 해야 된다고요. 얼마 전에 그 똑똑하다는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스탠퍼드대 의과대학 박사들이 공동 연구한 결과, 운동이 심혈관 질환 약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효과를 낸다고 발표를 했단 말이에요. 심장발작 치료와 당뇨병 예방에도 약과 같은 효과를 냈고요. 그러니까 오늘부터 매일 꼭 운동, 약속해 줭~~.”

“알았구먼, 내 당장 운동장 열 바퀴를 달리고 올 테니께….”

“스톱! 그건 절대 안돼요.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과 같은 강도로 비슷한 운동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고요. 어르신들은 특히 조심스럽게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운동 중에 숨을 멈추는 동작이 있는 건 절대 하면 안 되고, 가급적 느린 운동을 하는 게 좋고, 운동 전후로 꼭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해야만 해요. 안 그러면 혈압이나 쇼크로 위급한 상황이 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혹시나 본인이 모르고 있는 질병이 있을 수 있으니까 건강검진을 한 다음, 의사에게 운동을 처방받아서 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요. 알았지용?”

아빠의 말을 다 듣고 난 할머니, 깊은 한숨을 쉰다. 가을 낙엽처럼 쓸쓸한 표정이 얼굴 가득이다.

“그려, 난 이제 고기도 안되구, 운동도 암거나 하믄 안되구, 뭐도 안되구 또 뭐도 안되구… 안되는 거 투성이인 퇴물이 된 것이구먼. 에고, 이제 진짜루 관 뚜껑 열어야 쓰겄다.”

“아잉, 그런 슬픈 표정 짓지 마요오~. 다 엄마 건강하라고 하는 얘기잖아요. 엄마 옆에는 언제나 이 귀요미 아들이 있잖아. 응? 기운 내요!”

아이처럼 겁 많고 투정만 늘어난 할머니, 그리고 그런 할머니를 따듯하게 보듬는 아빠. 왠지 가슴이 찡해지는 풍경이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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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초여름. 깔끔한 정장에 옆이 살짝 올라간 중절모까지 쓰고 한껏 멋을 낸 김갑수 노인이 거울 앞에 섰다. 아무리 뜯어봐도 한 점 흠 없는 노신사다. 만족감에 ‘씨익’ 웃음을 짓는 김 노인. 그러나 집을 나서면서 그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지난해 뇌졸중을 앓으면서 오른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는 바람에 지팡이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김 노인이 도착한 곳은 고향친구 박민수 노인의 칠순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한 한정식 전문점. 식당 안에는 벌써 고향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김 노인을 기다라고 있다.

“어이, 친구들 잘 있었는가?”

“갑수 오나? 늦었구먼. 지금 민수 아들내외가 칠순 선물을 꺼냈는디, 뭐가 들었을까나?”

“옷 아니면 여행상품권이겠지 뭐.”

그러나 아들 내외가 꺼낸 선물은 다름 아닌 ‘게임기’였다! 순간 좌중이 술렁이더니, 여기저기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역시 민수 아들이 효자는 효자여. 저게 TV화면을 보면서 네모난 판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 위피트인가, 아래피트인가 하는 그 게임기잖여.”

<일본 닌텐도 사의 가정용 게임 소프트웨어 ‘위핏(Wii Fit)’.>

“애들도 아니고 체신머리없이 뭔 게임기여?”

“이 친구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먼.”

말인즉 이랬다. 이 게임기를 만든 일본 기업 닌텐도는 사용자가 게임판 위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의 건강정보를 담고, 인터넷을 통해 이 데이터들을 자동으로 보건지도사에게 보내는 ‘원격건강지도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

다시 말해 이 게임판이 측정기 역할을 해서 체중 변화와 몸의 밸런스, 일정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걸음 수, 기초체력 등의 정보를 모은 다음 자동으로 건강관리 전문가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체중을 얼마 줄여야 한다’, ‘균형 있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보내오면, 사용자는 TV화면에 뜬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건강을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게임기 사용자와 건강관리 전문가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어 평상시에도 아주 간단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저 게임기가 최고의 효도선물이여. 센스 있는 자식들은 벌써 다 사드렸댜. 부럽구먼 부러워. 우리 애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 같든디.”

“아직 칠순잔치 안 했잖여. 그때 선물하겄지.”

“하긴, 그럴라나?”

그때 잔치를 진행하던 사회자가 두 번째 선물을 꺼내들었다.

“게임기가 끝이 아닙니다. 오늘 박민수 어르신 자제분께서는 칠순잔치 건강 선물 삼종세트를 준비하셨다고 하는데요. 두 번째가 바로 이 휴대전화입니다. 이 휴대전화는 적외선 통신을 이용해서 집에 있는 체중계, 혈압계, 만보계 등에 기록된 어르신들의 건강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데요. 그렇게 수집한 정보는 보건소에 전달돼 원격 건강검진에 활용됩니다.

연세가 들수록 건강검진은 자주하는 게 좋다는 거 다 아시죠? 우리 어르신들, 하루하루 건강이 다르다는 푸념도 자주 하시잖아요. 그런데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전화기가 알아서 매일 건강정보 수집해 줘, 보건지도사가 개인별 정보를 분석해서 건강 관리해 줘, 거기다 건강에 도움 되는 전문적인 조언까지 휴대전화로 날려주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자, 박민수 어르신, 이 휴대전화로 지금의 건강 100세까지 지켜가세요.”

사회자의 넉살좋은 언변에 여기저기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안 김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이런 서비스가 언제부터 있었던겨?”

“이 친구가 아들 따라서 외국 몇 달 댕겨오드니 아무 것두 모르네. 일본에서는 작년 그러니께 2009년 2월부터 이 서비스가 실시됐구, 인천 송도 시에서도 이미 휴대전화를 이용한 원격 건강검진 서비스를 하고 있잖여.”

“아, 그랬어?”

“아이구, 조용히 혀 봐. 지금 세 번째 선물 푸는 모양인디? 아니, 그 유명한 똑똑이 화장실아녀? 민수 아들이 참 속이 깊어. 멀리 사는 부모님 건강관리 할라고 저거까지 준비하고 말여.”

<다이와(大和)하우스공업과 토토(TOTO)가 공동으로 개발한 재택
건강시스템인 ‘인텔리전스 화장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세 번째 선물상자 속에서 나온 화장실 시스템은 김 노인도 탐내는 제품이었다. 일명 ‘인텔리전스 화장실’.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 요당치, 혈압, 체지방, 체중을 측정할 수 있어 2005년 판매되자마자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킨 제품으로, 2008년 12월 판매를 시작한 ‘인텔리전스 화장실 II’는 요 온도(심부 체온)와 BMI(체질량지수)까지 측정할 수 있어 더욱 인기다.

새로 첨부된 요 온도 측정 기능은 수시로 체온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 감기 같은 병에 걸린 사실을 빠르게 알 수 있게 해주고, 여성의 경우 특유의 호르몬 밸런스를 알려줘 월경 시기나 배란일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또 BMI 측정 기능은 건강관리에서 체중보다 훨씬 더 중요한 체질량지수를 하루에도 수차례 알려줌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게을러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준다.

“우리 옆집에 이 노인 있잖여. 그 건강염려증 환자라는 사람. 그 사람도 작년에 저 똑똑이 화장실 사고부터는 건강걱정이 한층 덜해졌다고 하드라고.”

“그려. 나두 이참에 하나 살까혀.”

“난 말여, 자네 작년에 뇌졸중 걸린 것도, 저 원격 건강관리 게임기나 휴대전화, 그리구 똑똑이 화장실 같은 걸로 매일매일 건강을 관리했으믄 어쩌면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

“다 지 복이지 뭐.”

말은 그렇게 했어도 김 노인의 얼굴빛은 어두워졌다.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상담 받을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을 미리 알고 잘 갖춰뒀더라면’ 하는 후회였다. 김 노인의 눈에는 마비된 오른쪽 반신을 지탱해주는 지팡이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그러나 이내 김 노인의 표정은 미소로 바뀌었다.

‘그려, 나는 좀 늦었지만 첨단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 애들하고 손주 녀석들은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의료 환경 속에 살 수 있게 됐고, 덕분에 큰 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었으니께 얼마나 좋은감. 요즘엔 평균수명이 100살은 될 거라니께 나도 앞으로 30년은 그 덕을 볼 것이고 말이여. 살면 살수록 과학기술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여.’

글 : 김희정 칼럼니스트


ndsl링크 <출처 :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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